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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30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8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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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8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8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3) 단인명학처 ③
어떤 것이 따뜻한 집[溫堂]에 관한 일인가. 그때 박가범(薄伽梵)께서 광야림에 계시었다. 필추가 따뜻한 집을 짓는 일은 욕실[坐浴室]과 같았으나 그 중에 다른 것은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일이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으면 마땅히 모든 필추들이 서로 도와서 운영하여 지어야 한다.”
그때 모든 필추들은 따뜻한 집을 짓는 곳에서 그 일을 도와서 같이 재목을 마주 들어 용마루 기둥을 안치했는데, 장인(匠人)이 아래에서 거닐며 같이 들어 올리매 나무를 옮길 때에 필추의 손에서 벗어나서 큰 나무가 떨어져서 장인의 머리를 쳐서 이로 인하여 죽게 되었다.
이때 모든 필추들은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모든 구수들이여, 이 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일을 경영하기를 억지로 하여 매우 심한 고통을 겪다가 이 일로 인하여 장인을 다치게 하여 죽게 하였으니, 어찌 우리들이 바라시가를 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인연을 가지고 자세히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갑자기 힘으로 감당하지 못할 무거운 물건을 옮기지 말라. 반드시 사연이 있어서 모름지기 이전해야 할 것이면 마땅히 속인들을 사이에 끼워서 같이 도와서 들 것이다. 들거나 만약 놓을 때는 서로 알려서 동시에 할 것이다. 만약 필추가 가르침에 의하지 아니한다면 월법죄를 얻는다.”
세존께서 필추는 마땅히 갑자기 힘으로 감당하지 못할 무거운 물건을 옮기지 말라고 말씀하시자, 모든 필추들은 이에 마땅히 물건을 들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속인 한 사람이 감당하는 무게라면 필추는 마땅히 두 사람이 나누어야 할 것이다. 어기는 자는 월법죄를 얻으리라.”
이것을 따뜻한 집에 관한 일[溫堂事]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흑가류타이(黑加留陀夷)의 일인가 하면,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을 때 구수 흑가류타이가 전다(旃荼) 여인을 교화하여 공경하여 믿는 마음이 생겨 3귀의와 5학처(學處:戒)를 받게 하였다.
이때 그 여인이 머리를 숙여 발에 예배하고 나서 청하여 말하였다.
“성자여, 만약 약과 음식에 필요한 물품이 부족하시면 제가 모두 받들어 보시하겠습니다.”
이때 흑가류타이는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여인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대자매여, 세존의 가르침은 널리 이익하게 함을 으뜸으로 삼습니다. 나는 지금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자 합니다.”
여인이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만약 제가 청한 것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신다면 저는 지금 성자를 위하여 묘한 자리[妙座]를 만들어 펴놓고자 하오니 매번 걸식하고 오셔서 항상 이 자리에서 식사를 마치고 가십시오.”
대답하기를 “그러하겠소”라고 하고 항상 매일매일 그 자리에 나아가서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치고 곧 돌아갔는데, 어느 때 흑가류타이는 다른 인연이 있어 모름지기 다른 곳에 가면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마땅히 가서 자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곧 그녀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대자매여, 나는 지금 세상에 나아가 유행하려고 하니, 그대는 스스로 위로[將愛:自愛]하십시오.”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바라건대 일찍 돌아오십시오. 다른 곳에 오래 머물러 지체하여 저로 하여금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흑가류타이는 여인에게 알리고 나서 서다림에 돌아가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세상을 유행(遊行)하고자 하여 구수 아난다에게 명하여 말씀하셨다.
“너는 모든 필추들에게 알리어라. 나는 세상을 유행하고자 한다.……(이하 자세한 것은 생략함)…….”
이때 아난다가 모든 필추들에게 고하였다.
“모든 대덕들이시여, 세존께서 지금 세상을 유행하고자 하시니, 만약 모든 대덕들께서 가기를 원하신다면 마땅히 의복을 정리하시오.”
때에 흑가류타이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부처님을 따라가면 열여덟 가지 이익이 있으니, 첫째는 왕의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둘째는 도둑의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셋째는 물의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넷째는 불의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다섯째는 적국(敵國)의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여섯째는 사자나 호랑이 등 악한 짐승 등의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일곱째는 관문[關]을 막는 두려움[寨]이 없는 것이고, 여덟째는 나루에서 세금(뱃삯)을 내야 하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아홉째는 도움이 막히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열째는 사람에 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열한째는 비인(非人:神)의 두려움이 없는 것이고, 열두째는 때때로 간간이 모든 하늘들을 볼 수 있는 것이고, 열셋째는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며, 열넷째는 큰 광명을 보는 것이며, 열다섯째는 수기(授記)의 소리를 듣는 것(수기를 받는 것)이고, 열여섯째는 같이 묘법(妙法)을 받는 것이고, 열일곱째는 같이 음식을 받는 것이며, 열여덟째는 몸에 병고가 없는 것이니라.’
이때 가류타이가 생각하고 나서 말하였다.
“부처님을 따르면 많은 이익이 있다. 나도 지금 마땅히 부처님을 따라 교화를 행하여야 하겠다.”
그리고는 곧 가지 아니하였다. 이때 전다의 집에는 다른 여인이 있어 한 아기를 낳았다. 이때 전다가 다른 여자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아기를 목욕시켜서 새로운 흰 담요로 그 몸을 꾸며 선인(仙人)의 자리에 올려 두어 아기로 하여금 수명이 길게 하시오.”
그는 곧 가르침을 따라 선인의 자리에 아기를 올려 두었다. 이때 가류타이는 밥을 얻고 나서 전다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아라한은 미리 관찰하지 아니하면 성인의 지혜[聖智]를 행하지 못하므로 곧 그전의 자리에 몸을 던지듯이 앉았다. 그때 아기의 어머니는 급히 놀라서 고하여 말하였다.
“성자여, 자리에 아기가 있습니다.”
그가 곧 급히 일어났으나 아기는 이미 명이 끊어졌다. 그 어머니가 보고 나서 곧 슬피 울었다. 때에 가류타이는 대답하였다.
“대자매여, 울지 마시오. 그대의 아기는 단명의 업을 심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모든 만물은 덧없는 것이요, 이것이 나고 없어지는 법이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치로는 마땅히 울어야 할 것입니다. 아라한과를 얻었다 할지라도 잘 관찰하지 못하였으니, 큰 스승 세존께서는 나를 인연으로 삼아서 모든 제자들에게 마땅히 학처(學處)를 마련하실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을 여러 필추들에게 고하고,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고하여 말씀하시었다.
“가류타이는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로서 속가의 집에 가서는 자리를 잘 살피지 아니하고 마땅히 갑자기 앉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살피지 아니하고 앉으면 월법죄를 얻으리라.”
이것을 가류타이의 일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초를 보시하는 두 가지 인연의 일이라고 하는가.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을 때 이 성에는 두 장자가 있었는데, 큰 부자로서 재물이 풍요하고 종들이 많았다.
이때 두 사람이 서로 벗이 되어서 뜻으로 서로 친해졌다. 뒤에 점점 둘이 같이 빈한하고 초췌해지므로 두 사람이 의논하여 말하였다.
“옛날에는 부자로서 즐겼는데 지금에는 가난과 고통뿐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지금 마땅히 함께 출가하여야 할 것이오.”
곧 훌륭하게 설하신 법률 가운데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여의는 행을 닦았다. 뒤에 다른 때에 한 사람이 병에 걸리어 한 사람이 도우며 보고 시봉하는데도 그 병은 점점 심해져 다시 능히 일어나지 못하였다.
곧 병자에게 물었다.
“구수여, 속가에 있을 때 일찍이 병고가 있었는가?”
대답하였다.
“예전에 있었다.”
“어떤 약으로 치료하였느냐?”
“예전에 소금과 초를 마셨소.”
“만약 그렇다면 지금에는 어찌 그것을 마시지 아니하오?”
“나는 그것을 마셔야겠소.”
그가 곧 병자를 위하여 소금과 초를 찾아서 그것을 주고 마시게 하였다. 그러자 마시고 나서 곧 죽었다.
이때 그 필추가 그 일로 인하여 미루어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생각하였다.
‘내가 적당하지 아니한 약을 주어서 그로 하여금 죽게 하였으니, 타승죄(他勝罪)를 범한 것이 아니냐?’
이 일을 여러 필추들에게 고하고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고하여 말씀하셨다.
“그 필추는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의원에게 묻지 아니하고 갑자기 병든 사람에게 약을 먹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의원이 없으면 마땅히 필추가 과거에 의원이었던 자에게 물을 것이다. 이것도 만약 없다면 마땅히 일찍이 의원과 알던 자에게 물을 것이다. 이것도 만약 없다면 마땅히 먼저 병을 앓았던 사람에게 물을 것이요, 이것도 만약 없다면 마땅히 늙고 오래된 필추에게 물을 것이요, 만약
필추가 의원이나 나아가 늙고 오래된 이에게 묻지 아니하고 갑자기 자기 뜻대로 병든 이에게 약을 주면 월법죄를 얻으리라.”
이때 모든 필추들이 같이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같이 가서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어떤 인연이 있어 그 병든 필추에게 먼저는 초가 바로 약이 되었는데 지금은 먹고 곧 죽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옛날 집에 있을 때는 바로 담음(痰癊)의 병이었으나 지금은 바람과 열의 병이라 이로 말미암아 옛날에는 약이 되었으나 지금은 아니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을 때 마게타(摩揭陀:빈비사라왕)의 영승왕(影勝王:빈비사라왕)은 진리를 증득하여 깨치고 나서 8만의 모든 하늘과 마게타국(摩揭駝國)의 바라문ㆍ거사와 한량없는 백천의 대중과 함께 있었다.
그때 영승왕은 왕사성에서 북을 쳐서 명령을 내려 널리 왕의 성과 밖에서 온 이들에게 고하였다.
“여러분들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오. 나의 나라에서 거주하는 이는 마땅히 도둑질을 해서는 아니 되오. 만약 도둑질을 한다면 마땅히 멀리 내쫓을 것이며, 잃어버린 물건은 바로 창고의 물건을 가지고 갚아서 보충해 줄 것이오.”
그때 세존께서는 승광왕(勝光王:사위국의 바사닉왕)을 위하여 소년경(少年經)을 설하시어 믿음이 생기게 하였다. 이때 승광왕은 교살라국(憍薩羅國:사위국)에서 북을 쳐서 명령을 선포하되, 널리 성과 읍 및 사방의 손님들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여러분들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오. 나의 나라에서 현재 거주하는 이들은 마땅히 도둑질을 해서는 아니 되오. 만약 도둑질을 한다면 마땅히 그 목숨을 끊겠소. 잃은 것은 바로 내가 창고의 물건을 가지고 충당하여 주겠소.”
그때 마게타 및 교살라의 두 국경의 도둑들은 이 명령을 듣고 나서 다 그 두 나라의 중간에서 의탁하여 머물렀다. 때에 두 나라 사람들 중에는 많은 도둑의 무리가 있어 두 나라의 경계에 있으면서 무리를 모아 살면서 모든 장사하는 나그네의 물건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 있었다.
마게타에는 여러 상인들이 있어
교살라국으로 가고자 하였는데, 이 일을 듣고 나서 드디어 경호하는 사람을 구하여 가지고 많은 예물과 돈을 가지고 길을 따라갔다. 마게타의 국경을 지나 교살라의 경계로 들어갔다.
이때 상인이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아시오. 내가 듣건대 ‘교살라의 승광왕은 용맹하고 사나워서 우리들이 설사 도둑을 만날지라도 능히 창고의 물건을 가지고 모두 갚아서 보충하여 준다’고 합니다. 경호하는 사람들은 돌려보내야겠습니다.”
곧 경호하는 사람들이 이별을 고하고 돌아갔다. 이때 모든 도둑떼들은 중요한 길목에 엿보는 사람들을 몰래 숨겨 두었었다.
그때 염탐꾼은 모든 경호하는 사람들이 다 가는 것을 보고 도둑의 무리에게 알렸다.
“경호하는 사람들이 이미 갔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가서 장사하는 무리 가운데 들어가서 그들의 재물을 빼앗으십시오.”
이때 도둑들은 험한 숲 속에서 곧 상인의 무리를 치고 혹은 그들의 생명을 끊거나 혹은 몸을 상하게 하였는데, 일부 달아난 사람들이 실라벌성에 이르러 먼지와 흙투성이의 몸으로 곧 왕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우리들 상인들은 지금 왕의 나라에 이르러 재물을 다 잃었소.”
왕이 말하였다.
“무슨 뜻인가?”
아뢰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국경에서 도둑에게 다 빼앗겼습니다.”
이때 승광왕은 곧 칙명을 내려 비로택가(毘盧宅迦) 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급히 가서 그 도둑들을 잡고 도둑질한 물건을 되찾아 오너라.”
태자가 이미 칙명을 받들어서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의 사병(四兵)을 엄하게 정돈하고 험난한 요처에서 도둑의 무리를 찾았다.
이때 그 도둑들은 병사들이 이르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한 숲 속에서 같이 재물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때 태자는 그 방비하지 않는 틈을 타서 도둑떼를 공격하여 혹은 그때 죽은 도둑도 있고, 혹은 임야로 도망간 자도 있고, 나머지 60명은 사로잡았다. 도둑떼를 물리치고 나서 태자는 곧 60명의 도둑과 함께 되찾은 물건을 가지고 왕의 처소에 이르러서 공경하여 인사드리고 나서 대왕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도둑들과
도둑질해 간 물건입니다.”
왕이 도둑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찌 내가 내린 명령을 듣지 못하였느냐. ‘만약 도둑질을 하면 마땅히 그 생명을 끊을 것이고, 잃은 물건은 내가 창고에서 물건을 가지고 갚아 보충하여 준다’고 했느니라.”
도둑이 말하였다.
“다 들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너희가 만약 들었다면 무슨 까닭으로 도둑질을 하면서 그 상인들을 덮쳐 빼앗았느냐?”
아뢰어 말하였다.
“대왕이여, 만약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면 가난하여 살아가지 못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러하면 다만 그 물건만 가지지 무슨 까닭으로 사람을 죽였느냐?”
아뢰어 말하였다.
“그들을 두렵게 하려고 일부러 상인을 죽였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나에게도 지금 법이 있어서 너희들을 두렵게 할 것이다. 일찍이 아직 보지 못한 것을 금일에 그것을 보게 할 것이다.”
왕은 성질이 사납고 모질어서 대신에게 칙명하여 말하였다.
“지금 이 도둑의 무리를 사형장으로 끌고 가서 그들의 수족을 베고 도둑맞은 상인들에게는 나의 창고의 물건을 가지고 갚아 보충하게 하시오.”
대신이 교칙을 받들어 모든 도둑의 무리를 끌고 가서 묘지[屍林]에 이르러 그들의 수족을 베고 도둑질한 물건은 수에 따라 갚아 주었다.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자기와 남의 손해되고 괴로워함과 자기와 남의 안락함을 마땅히 잘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너희 모든 필추들은 자타의 손해됨과 괴로움과 자타의 안락 이러한 것들을 모두 싫어하여 끊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신 것과 같다.
이때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싫어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에 묘지에 많이 갔다.
이때 어떤 여러 필추니들도 또한 묘지에 갔다가 모든 도둑떼들의 손이 다 잘린 것을 보았다. 이때 어떤 한 사람도 또한 묘지에서 같이 도둑떼를 보고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만약 좋은 마음이 있어서 이 고통을 불쌍히 여긴다면 소금과 초를 주어서 이것을 마시고 죽게 하여 마땅히 다시 태어나서 어머니의 새 젖을 먹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여러 필추니 가운데 원만(圓滿)이라고 하는 거칠고 고집 세고 우직한 한 필추니가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훌륭하게 설하신 법률 가운데에 출가하였는데 어떻게 내가 지금 복을 쌓는 일을 버리랴. 내가 지금 마땅히 소금과 초를 구하여 그들에게 베풀어 주여야 하겠다.’
이때 필추니들은 모두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고 원만은 홀로 성안으로 들어가 소금과 초를 구하여 한 개의 큰 항아리에 채워서 항아리와 60개의 사발을 가지고 도둑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이때 그 모든 도둑들은 괴로움에 얽히고 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어 살길을 구하였으나 방법이 없으매 필추니를 보고 곧 이런 말을 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성자여. 우리들은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원컨대 항아리의 물을 가지고 구제하여 주십시오.”
이때 필추니는 복을 쌓겠다는 마음을 먹고 먼저 사발을 주고 나서 다음에 소금과 초를 베풀어서 사람들이 다 사발에 채웠다. 얻고 나서 곧 마시니, 다 명이 끊어졌다.
이때 필추니가 날이 저물어서 바야흐로 절에 돌아오니 절문이 이미 닫혀서 문을 두드려 불렀다. 절의 필추니가 물었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요?”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원만이오.”
물었다.
“그대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날이 저물어서 이제야 돌아오는가?”
대답하였다.
“자매여, 따라서 기뻐하소서. 자매여, 따라서 기뻐하소서.”
모든 필추니들이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을 하였소? 아라한과를 얻었소? 아나함[不還果], 사다함[一來果], 수다원[預流果]을 얻었소? 혹은 승가(僧伽)를 위하여 살 곳을 지었소? 혹은 승가를 위하여 음식이나 아름다운 의복을 구하였소?”
대답하였다.
“자매여, 그대들은 어디 할 것이 없어서 오직 음식이나 의복만을 구합니까?”
필추니가 물었다.
“이러한 것들이 다 없다면 그대는 무슨 일을 하였소?”
원만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묘지에서 그 손과 발이 잘린 60명을 어찌 보지 못하였소?”
답하였다.
“우리도 보았습니다.”
원만이 말하였다.
“나는 교화하기 위하여 많은 소금과 초를 구해서 사람들에게 각각 포식시켜 명을 마치게 하였으니, 마땅히 새로 태어나서 어머니의 새로운 젖을 먹을 것이오.”
모든 필추니들이 듣고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타승죄를 뱃속에 채우고 그러고도 우리들로 하여금 같이 기뻐해 달라고 하는가?”
이때 원만이 듣고 나서 미루어서 후회하여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곧 내가 타승죄를 범한 것이 아니랴.’
이러한 인연을 여러 필추들에게 고하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필추니는 범하지 않았다. 만약 일부러 그들로 하여금 죽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였다면 타승죄를 얻는다. 그러나 모든 필추니들은 마땅히 병든 사람의 처소에서 그에게 초를 주어서 그들이 마셔 명이 끝나게 해서는 안 되고, 마땅히 ‘이 병든 사람이 이 약으로 말미암아 병의 차도를 얻으소서’라는 이런 마음을 먹었으면 범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필추나 필추니가 ‘이 약으로 말미암아 마땅히 명이 끝나게 하소서’라는 마음을 먹고 만약 이로 인하여 죽었다면 타승죄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을 때 구수 대목련은 열입곱 명의 동자를 데리고 출가를 시켜서 원구(圓具:구족계)를 주었는데, 오바리(鄔波離)를 상수(上首)로 삼았다.
이 열입곱 명은 만약 어떤 한 사람이 지사(知事:사무 맡은 스님)가 되면 그 열여섯 명은 모두 서로 도왔다. 그들이 다른 때에 불사[法事]가 생겨 밤을 새워 경을 읽으매 이 열입곱 명이 같이 와서 검사하고 감독하였다. 다시 어느 날에 승가가 욕실을 짓는 일이 생겼는데, 그들도 또한 다 와서 서로 도왔다.
다시 어느 날 그 가운데 어떤 한 사람이 절의 일을 맡았는데 이날 절을 꾸미는 일이 있었다.
이때 절의 일을 맡은 사람이 마음을 다하여 그 일을 감독하였다. 그 중에 어떤 한 사람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나는 피곤하니 잠시 자야겠다. 다른 열여섯 명이 어찌 능히 수호하지 아니하겠느냐?’
이때 열여섯 명이 각각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피곤하니 잠시 자야겠다.’
그 열여섯 명이 다 깊이 잠들고 오직 지사(知事) 한 사람만이 밤 세워 조사하고 생각하며 잠을 자지 아니하였다.
이미 날이 밝아서
나무에 걸린 등불을 끄고 절문을 열 때 방과 뜰에 물 뿌리고 쓸고 물이 깨끗한가 어떤가를 보고 날씨가 어떤가를 보며 자리를 펴고 탑[窣堵波] 부근에 향을 태워서 널리 향기가 나게 하며 절의 누각에서 곧 건치(揵雉)를 울렸다.
이때 열여섯 명은 건치 소리를 듣고 비로소 잠이 깨어 각각의 방에서 발우를 가지고 나오다 한 사람이 뛰어다니며 검사하고 감독하며 절 일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때 열여섯 명이 서로 말하였다.
“구수들이여, 어찌 한 사람도 이 일을 돕는 이가 없는가?”
이때 어떤 한 사람이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나는 생각하기를 ‘나는 피곤하다. 잠시만 자자. 다른 열여섯 명이 어찌 검사하고 감독하는 것을 능히 하지 못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 모두 이와 같은 말을 하면서 다 같이 듣고 나서 같이 서로 말하였다.
“이 한 사람은 우리들의 처소에서 무릇 일이 있으면 항상 먼저 상수가 되었다. 우리들이 서로 돕지 못하였으니 그는 반드시 성을 낼 것이다. 우리들은 식사를 마치고 함께 기쁘게 하여 주자.”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그 장소에 가서 함께 뉘우쳐 용서를 빌매, 소년 필추는 곧 발에 예를 드렸고, 만약 늙은 어른 필추라면 손으로 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고하여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는 용서하시오.”
이때 그가 잠자코 응대하지 아니하매 어떤 친구가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웃으며 말하였다.
“마음을 푸시오, 마음을 푸시오.”
모든 사람들이 각각 생각하기를 ‘이것은 좋은 방편이다’라고 하였다. 하나둘씩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두드리니, 이때 그는 풍기(風氣)가 위로 치올라 곧 운명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보고 슬퍼서 크게 울부짖었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이상하게 여겨 그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지금 같이 모여서 우느냐?”
그가 곧 대답하였다.
“대덕이여, 우리들은 옛날에는 열일곱 명이었는데 지금은 다만 열여섯 명이니, 어찌 슬피 울지 않겠습니까? 또 우리들은 뜻이 맞아 함께 범행(梵行)을 하던 사람을 죽여서 사랑하는 이를 이별한 고통이 있고, 다시 타승죄를 범했으니, 어찌 슬프고 괴롭지 아니하겠습니까?”

이때 여러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갔다. 그 열여섯 명은 각각 한쪽에 걱정스럽게 머물러 있었다.
어떤 다른 필추가 그 동반자들이 두드려서 죽음에 이른 것을 보고 알고는 꾸중하여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 열일곱 명은 풀을 태우는 불이 급히 태워 없어지는 것과 같이 혹 때로 희롱하며 즐기고, 혹은 다시 근심하는구료.”
그들은 근심의 불이 마음을 태우고 있어 비록 이 말을 들었어도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사정을 부처님께 아뢰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여러 필추들은 죽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계를 범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서로 두드려서는 아니 되니, 만약 두드린다면 월법죄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여기서부터 멀지 않은 곳에 한 취락이 있었는데, 거기에 어떤 장자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풍요로우며 종들이 많았다. 청정한 신심이 있어서 뜻이 어질고 착한 것을 즐겼다. 그가 승가를 위하여 한 처소를 지었으니, 그 모양이 높고 크고 미묘한 돌문이 있고, 회랑을 둘러서 다 장엄하게 꾸며서 보는 자들이 환희하였다. 이 처소에서 60필추를 청하여 하안거(夏安居)를 마치니, 뜻에 따라 일을 짓고 나서 인연을 따라 돌아갔다. 그때 그 시주(施主)는 절이 텅 빈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 지키게 하였다. 도둑떼가 있어서 평상과 담요 등의 도난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60필추가 있어서 세상에 유행하여 이 취락에 이르러 머물 곳을 찾고 있었다. 이때 어떤 한 사람이 필추들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성자여, 어찌 절에 머물지 아니합니까?”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어느 곳에 절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마을 밖의 숲에 좋은 곳이 있습니다.”
필추가 곧 가서 지키는 사람을 보니 그가 멀리서 보고 나서 고하여 말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는 곧 방과 자리와 담요, 베개 및 적은 평상[小坐牀]에 물 받는 그릇[三柜木:나무 그릇]을 주며 말하였다.
“성자여, 먼저 물을 거르십시오. 저는 지금 잠시 가서 장자에게 알려 드려야 합니다.”
장자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어진이여, 지금 복덕이 배로 다시 증장하겠습니다. 60명의 손님 필추가 절에 왔습니다.”
장자가 듣고 놀람과 기쁨이 교차하여 집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소(酥)와 꿀ㆍ사탕[沙糖]ㆍ석류(石榴)ㆍ석밀(石蜜)ㆍ포도ㆍ후추ㆍ건강(乾薑)ㆍ필발(蓽茇:매운 열매) 등과 비시장(非時漿)1) 등 준비할 만한 물건을 가지고 절에 가야 할 것이다. 객승[客僧伽]이 절에 와 있으니 비시장을 만들어 그들을 배부르게 먹이고자 한다.”
집사람들이 듣고 나서 분부를 내린 대로 다 가지고 절로 갔다. 이때 모든 필추들은 이미 물을 걸러 마치고 각각 위의를 갖추고 처할 곳을 따라서 머물렀다. 이때 장자가 곧 절에 가매 멀리 필추가 연꽃 떨기같이 절 안에 충만한 것이 보이자 배로 신심이 더하여 더욱더 깊이 귀의하였다. 게송을 설하였다.

만약 마을에서나 숲 속에서나
높거나 낮은 곳이나
대중 스님이 거주하면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생기게 하도다.

비시장(非時漿)을 만들어 고르게 섞어서 이미 마치고 자신의 손으로 대접하니 모든 필추 대중은 배불리 장(漿)을 먹었다.
그때 장자는 대중 스님의 발에 예배하고 스스로 향로를 잡고 모든 스님 대중을 이끌어 나가서 탑[制底]을 돌고 거처로 돌아가 상좌(上座) 앞에 꿇어앉았다. 상좌는 그를 위하여 중요한 설법을 하였다. 장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내일 낮에 원하옵건대 성스러운 스님들이 저의 집에 오셔서 작은 공양을받아 주십시오.”
필추가 그것을 허락하매 발에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 이튿날 여러 가지 맛있는 반찬을 갖추어 대중 스님께 공양하매 대중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고 그를 위하여 축원하고 바야흐로 처소에 돌아갔고, 다시 오후(午後)에 비시장을 베풀었는데 이미 씻고 나자 장자는 손으로 향로를 가지고 상좌 앞에서 대중들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이 거처는 내 몸을 위함이 아니요 또한 친속을 위함도 아닙니다. 본뜻은
다만 사방 승가를 위하여 지어서 세운 것이니, 원컨대 가엾게 여겨 여기에서 하안거를 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필추들은 장자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세존 법주(法主)께서는 지금 현재 실라벌성에 계시며, 때때로 중간에 ‘아무 필추는 아라한을 증득하고, 아무 필추는 부정관(不淨觀)을 이루리라’는 수기를 설하신다고 들었는데, 승광대왕(勝光大王), 승만(勝鬘) 부인, 선수(仙授:왕의 대신), 세주(世主:대신), 비사거모(毘舍去母) 및 다른 장자, 바라문 등이 다 공경하여 믿습니다. 우리들은 거기에 가서 법이나 식사 같은 것을 다 같이 해야 하므로 가려고 합니다.”
장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법의 뜻을 아는 이로움을 받는 것은 오직 그대들이 알 바이나 옷과 식사와 몸에 필요한 것은 제가 공급하기 원하옵니다. 바라건대 마음을 돌리셔서 여기에 머무시기 원하옵니다. 네 가지 공양2)은 마땅히 모자람이 없게 할 것입니다.”
상좌가 고하여 말하였다.
“구수들이여, 세존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만약 그 시주로 하여금 공경하게 믿게 하면 마땅히 모름지기 불쌍히 여기어 신심을 증장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셨으니, 나는 지금 여기에서 머물고자 한다.”
이미 머물 마음을 먹고 곧 그 머무는 곳의 안팎을 살펴보니, 향기와 꽃이 나무에 가득하고 아름다운 과실이 가지에 주렁주렁 달리고, 맑은 못, 무수한 숲이 다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였다. 상좌가 고하여 말하였다.
“모든 구수들이여, 지금 이 거처는 꽃과 과일이 풍부하지만 만일 전안거라면 아직 과실이 익지 아니하였을 것이니, 우리들은 마땅히 후안거를 지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서로 의논함이 끝나 드디어 후안거를 하였다. 이때 그 장자는 오직 한 절만을 지어서 복이 되는 업은 다 거기에 있었다. 이 취락 및 다른 마을에도 다시 다른 절이 없어 모든 사람들의 복업도 또한 다 모였다.
이때에 모든 필추들은 여기서 안거하여 많은 생활의 도움[利養]을 얻었으며, 뜻에 따라서 일을 마치고 여기에서 머물렀다.
이때에 가율저가(迦栗底迦:가을 도둑)가 같이 상의하며 말하였다.
“우리들이 마땅히 어떤 일을 해야 한 해 동안 힘들이지 아니하고
옷과 음식이 풍족할 것인가?”
그리고는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들은 마땅히 필추의 물건을 훔쳐야 한다.”
다른 도둑이 대답하였다.
“그들은 하루에 1백의 대문 문지방을 넘나들어 고생스럽게 벌어서 겨우 몸을 채우는데 그들에게 무슨 가진 것이 있겠소?”
그 중에 한 도둑이 필추를 자세히 알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들이 많은 물건을 가진 것을 알지 못하리라. 그들에게 많은 물건이 있는 것을 아는 까닭은 이 절을 지은 장자는 믿는 마음이 순수하고 착하며 오직 한 절만을 지어서 가진 복업을 다 거기에 심고 있고, 이 취락 및 다른 마을에는 다시 절이 없어 모든 사람들의 복업도 또한 다 그 절에 쌓는다. 모든 필추들이 여기에서 안거를 하면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많이 얻는다. 만약 믿지 못하겠으면 같이 가서 친히 보면 될 것이다.”
모든 도둑들이 대답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네가 먼저 가라. 나는 마땅히 뒤에 가리라.”
대답하기를 “좋습니다”라고 하고는, 곧 의복을 정리하고 느린 걸음으로 조용히 입으로 게송을 외우며 탑[制底]을 돌고 곧 절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문앞에 마하라(莫訶羅) 필추가 있었는데, 도둑이 보고 발에 예배하고 물었다.
“성자여, 이것은 바로 누구의 절입니까? 집이 장엄하여 사람들이 사랑하고 즐거워하겠습니다. 하늘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이는 이것이 그 사다리이겠습니다.”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이것은 아무 장자가 세운 것이오.”
물었다.
“성자여, 이것은 바로 비하라(毘訶羅)입니까, 비가다(毘伽多)입니까?”
필추가 물어 말하였다.
“무엇을 비하라라고 말하고, 무엇을 비가다라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만약 생활 도구가 충만하다면 비하라요, 필요한 것이 모자라다면 비가다입니다.”
필추가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만약 이와 같다면 이것은 바로 비하라요, 비가다가 아닙니다. 이 거처는 자산이 풍부하고 필요한 것을 구족하였습니다.”
도둑이 곧 대답하였다.
“성자여, 만약 밥이 만족하다면 마땅히 흙을 먹지 않을 것이요, 만약 옷이 풍족하다면 나무껍질을 입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들의 의복은
마땅히 어느 정도입니까?”
이때 마하라는 품성이 우직하여 곧 도둑의 손을 끌고 같이 방안으로 들어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시렁 위의 옷과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십시오.”
도둑이 물었다.
“성자여, 이것은 그대의 물건입니까, 스님들의 물건입니까?”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이것은 나의 개인 물건이오.”
물어 말하였다.
“성자여, 그대는 상좌입니까, 법사입니까?”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나는 상좌도 아니고 법사도 아닙니다. 나는 바로 고요함을 구하여 승가에 살고 있습니다.”
대답하였다.
“그대가 소유하는 물건을 이미 알았습니다. 그리고 대중의 창고에도 저장하여 둔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나는 가장 아래에 있어도 오히려 세간 물건이 풍족한데 어찌 하물며 스님들이겠습니까?”
도둑이 물었다.
“성자여, 대중의 부엌 안에 음식물을 익히는 물건은 질그릇을 씁니까, 구리 솥을 씁니까?”
필추가 곧 나아가 창고를 보이며 말하였다.
“이 창고에는 구리그릇이 가득 찼습니다.”
이것을 알고 나서 도둑은 곧 나가려고 하면서 대답하였다.
“성자여, 지금까지 그대가 선한 품성을 기울여 주시어 우리가 업무[生業]를 방해하였습니다. 지금 하직하고 가서 후에 다시 예를 드리겠습니다.”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도둑이 이에 발에 예를 드리고 가서 모든 도둑의 처소에 나가서 말하였다.
“내가 그 절에서 친히 관찰해 보니 재물이 풍부하고 넉넉한 것이 부자 상인과 같았습니다. 마땅히 훔쳐야 할 것이오.”
이 중에 어떤 한 사람이 모든 도둑들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나는 일찍이 ‘60명의 활과 화살을 익힌[善閑弓失:習御] 이가 여기에서 출가하였다’고 하는 말을 들었으니, 서둘러 갑자기 훔치어 약탈해서는 아니 됩니다. 대중들이 모여서 경을 들을 때에 바야흐로 절에 들어갑시다.”
모든 도둑들이 물었다.
“어느 날에 경을 외우는지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 자세히 아는 사람이 모든 도둑들에게 말하였다.
“8일이 이미 지나 보름이 되면 마땅히 외웁니다.”
곧 손가락을 굽혀서 날을 헤아리면서 머물러 있었다. 15일에 이르러 상좌가 스스로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戒經)를 설하여 장정(長淨:布薩, 범한 것을 다스려 뉘우치게 하는 의식)을 하여 마치고, 경을 외우는 이로 하여금 사자좌(師子座:여래의 자리)에 오르게 하여
비로소 경의 게송[伽他]을 외웠다.

부처님 급고독원[給園]에 계시면서
능히 일체의 의혹을 끊어서
모든 근(根)이 다 고요하네.
대중에 고하여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사람과 하늘 대중에게
미묘한 법을 베풀어 보이노라.
듣고 나서 설함과 같이 행하니
고통의 끝[邊際]이 없어지리라.

이때 도둑떼는 문을 두드리며 불렀다. 필추가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대답하였다.
“성자여, 나는 바로 선남자입니다.”
이때 모든 필추들은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혹 부락 사람이 여기에 와서 법을 듣고자 하는 것이리라. 우리들은 그를 위하여 문을 열어 주자.’
그리고는 그 문을 열자 도둑떼가 다투어 들어와서 싸워서 재물을 탈취하였다. 필추가 말하였다.
“그대는 조금 전에 말하기를 ‘바로 선남자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와서 절에 들어와 곧 우리의 재물을 훔치려 하느냐?”
도둑이 곧 대답하였다.
“성자여, 나에게는 두 가지 이름이 있소. 밖에 있을 때는 선남자라 하고, 절에 들어오면 겁탈하는 도둑[劫賊]이라 하오.”
필추가 고하여 말하였다.
“그대 이름을 지은 이는 바로 좋은 사람은 아닌가 보구려.”
물건을 도둑질하고 나서 곧 절을 나가자, 이때 모든 필추들은 이미 도둑을 만나고 나서 같이 상의하여 말하였다.
“구수들이여, 세존께서 ‘무릇 젖을 짜는 자는 마땅히 다 짜내서는 아니 되느니라’라고 설하신 것과 같이 이 장자가 만약 도둑을 만난 것을 알고 물건을 내어서 절에 공급하여 다시 우리들에게 주면 결정코 마땅히 재정이 다 없어질 것이니, 마땅히 실라벌성의 같이 범행을 하는 이가 거처하는 곳에 가서 의복을 구합시다.”
필추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몸이 다 드러났는데 어떻게 길을 걸을 것이오?”
한 사람이 말하였다.
“낮에는 풀숲에 들어가고 밤에 마땅히 길을 걸으면 될 것입니다.”
장자에게는 알리지 아니하고 이에 곧 걸어서 점점 실라벌성에 이르매 그 모든 필추들은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깨어 있어 사유하며 착한 품성을 부지런히 닦고 있는데, 몸을 드러낸 자들이 와서 문 앞에 이른 것을 보고 두려워하며 돌아보았다.
그 모든 필추들이 멀리서 그것을 보며 물었다.
“그대들 노형발발(露荊拔髮)3)의 무리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이르렀느냐? 이곳은 바로 비하라이며, 너희들이 머물 곳은 아니니라.”
대답하였다.
“구수여, 우리들 필추로서 노형(露形) 외도가 아니오.”
다시 물었다.
“어찌 이와 같은 형상을 하였소?”
필추가 답하였다.
“도둑이 훔쳐 약탈하여 갔소.”
물어 말하였다.
“그대들 이름이 무엇이오?”
대답하였다.
“우리의 이름은 불호(佛護)요, 법호(法護)이고, 승호(僧護) 등이오.”
곧 대답하였다.
“잘 오셨소, 잘 오셨소. 구수들이여.”
곧 그들을 위하여 문을 열고 그들이 곧 절에 들어오니, 혹은 삼의(三衣), 혹은 두 가지 속옷, 혹은 승각기(僧脚崎:겨드랑이를 막은 옷), 혹은 녹수라(漉水羅), 혹은 발요조(鉢腰條:허리띠)를 가지고 와서 그 소유에 따라서 다 같이 두루 나누어 주었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사연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릇 밤중이라 누군지 잘 알지 못했으면 마땅히 갑자기 문을 열지 아니할 것이다. 종족의 이름자를 물어서 만약 정체를 다 안다면 바야흐로 문을 열 것이다. 그러나 경을 외울 때는 마땅히 필추로 하여금 지키게 하며, 만약 도둑이 이른 것을 안다면 마땅히 놀람과 공포를 나타내어 꾸짖고 함께 문을 열지 말고, 이와 같은 말을 하라.
‘건치(揵雉)를 가져오고, 아울러 치는 방망이도 가져오라. 시륜(時輪:시계 같은 것)ㆍ승가지(가사)ㆍ칠조(七條)ㆍ오조(五條)4)ㆍ의대(衣袋:옷포대)ㆍ탑구(搭鉤:물건을 거는 고리)ㆍ노끈 등의 물건을 가져오라.’
이 말 소리를 들으면 도둑이 곧 놀라 갈 것이다. 대중의 우두머리나 상좌(上坐)가 지녀야 할 행법을 나는 지금 제정하리라. 무릇 대중이 모여 경을 외우려 할 때에 상좌는 마땅히 지사인(知事人:절일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문이 이미 닫혔느냐, 절 안을 두루 살펴보았느냐, 지킬 사람을 보냈느냐, 경을 외울 사람을 청하였느냐, 크고 작은 수행처는 청소를 하였느냐?’
만약 대중의 상좌가 앞에서 제정한 내용과 같이 그것에 의거하지 않고 행한다면 월법죄를 얻으리라.”
그때 급고독원에 본래 머물러 있던 필추가 도둑을 맞은 필추에게 말하였다.
“구수들이여, 우리들이 있는 대로 어느 정도 옷과 발우를
같이 서로 나누어 주어도 아직 두루 주지 못하였소. 그러나 도둑을 입은 곳의 절을 지은 장자는 신심이 매우 깊으니, 마땅히 그에게 가서 재차 서로 뵈어야 할 것이오. 반드시 의복을 같이 서로 나누어 줄 것이오.”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같이 상의하였다.
“같이 범행을 하는 구수들이여, 이런 말씀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앞에 올 때 곧 급하여 장자에게 알리지 아니하였으니, 지금 다시 가서 그에게 고하여 그가 알게 하여야 하겠소. 혹은 다소의 의복을 나누어 주신다면 받을 것이요.”
곧 장자의 처소에 이르니 장자가 보고 나서 예배하고 물었다.
“성자여, 어찌 알리시지 아니하고 드디어 곧 다른 곳으로 가시었소?”
필추가 대답하였다.
“장자여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무릇 젖을 짜는 데는 마땅히 조금을 남게 두어야 한다’고 하신 것과 같이 당시에 우리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소. 절은 지금 도둑을 만났으니, 장자가 보고 나서 물건을 내어서 절에 공급하여 다시 우리들에게 주면 반드시 재정이 다하여 곤란하게 되실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알리지 아니하고 곧 실라벌성에 가서 같은 범행자에게서 의복을 구하였소.”
장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절에서 도둑을 만난 것이 어찌 나의 집에서도 또한 도둑을 만난 것이겠습니까? 훌륭합니다, 성자여. 나를 애민하게 여겨 다시 와서 서로 뵙게 되었습니다.”
이미 더욱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각 사람마다 열세 종류의 생활도구[資具]를 바쳤다. 그들 도둑이 듣고 나서 도로 다시 와서 곧 밤중에 경을 외울 때에 문을 두드리며 부르므로 이때 모든 필추들은 이 도둑이 온 것을 알고 같이 서로 말하였다.
“구수들이여, 옛날의 교만한 도둑이 지금 다시 두 번째 왔으니,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여 크게 놀라게 호통을 치고 문을 열어 주지 맙시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외치며 말하였다.
“급히 건치와 방망이와 시륜과 승가지와 칠조 가사와 오조 가사와 의대(衣袋)와 탑구와 노끈 등을 가져오너라.”
도둑떼가 듣고 나서 곧 크게 놀라고 두려워서 달아나 흩어졌다.
이때 모든 하늘이 있어 게송을 설하였다.


양족모니5)께서 능히 설교하시어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도둑을 겁나게 하여
입으로 소리쳐 놀라게 하여 몸을 방어하니
5백의 도둑떼 다 달아나 흩어지네.

이때 필추를 잘 아는 사람이 달아나는 도둑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슨 까닭으로 갑자기 스스로 놀라서 달아나오?”
도둑떼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어찌 듣지 못하였는가. 60인의 출가한 이가 있는데, 다 화살을 잘 쏜다고 하니, 어떻게 우리들이 달아나지 아니하랴. 그러나 우리들은 먼저 예전에는 건치나 방망이 등을 듣지 못하였으니, 이와 같은 기물과 무기는 반드시 서로 죽이는 것일 게요.”
그가 곧 대답하였다.
“이것들은 다 이 실제의 기물과 무기가 아니오.”
모든 도둑들이 물었다.
“이것은 바로 어떤 물건이오?”
대답하였다.
“건치란 나무를 울려서 스님을 모으는 것이요, 방망이는 이 건치를 치는 물건이며, 시륜(時輪)이란 해의 그림자를 관측하는 것이요, 승가지 및 노끈은 바로 의복에 필요한 것이요, 포대는 삼의를 넣어서 두는 것으로 생각되고, 탑구(搭鉤)는 문을 여는 열쇠로서 우리들이 마땅히 두려워할 것이 아니니, 도로 다 같이 훔쳐야 합니다.”
이때 도둑떼는 다시 돌아오는데 그 도둑의 우두머리가 사다리에 올라서 위로 갔다. 이때 절 안에는 마하라(摩訶羅) 필추가 절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가 사다리에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완강한 도둑이 우리의 옷과 발우를 빼앗아 벌거숭이가 되게 하였으니, 지금 만약 마음대로 놓아두면 도로 우리들을 벌거숭이로 살게 할 것이니, 내가 마땅히 그들에게 두려움을 보여 주어야겠다.’
곧 살그머니 종을 치는 방망이를 가지고 도둑의 머리 위를 치니 도둑이 얻어맞고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었다. 마하라가 곧 큰 소리로 “도둑이야, 도둑이야” 하니, 이때 필추들은 곧 경을 듣는 것을 그만두고 다투어 높은 누각에 올라 물었다.
“도둑이 어디에 있느냐?”
마하라가 대답하였다.
“이 절 주변에서 사다리로 올라오는 것을 내가 겁을 보여 주어서 함께 이미 달아났소.”
모든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도둑들로 하여금 달아나게 하였으니 참으로 잘 하였소.”

날이 밝아 문을 열어 도둑이 올라온 곳을 찾으니 곧 도둑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대중이 이미 보고 나서 각각 두려움을 느끼며 같이 서로 말하였다.
“앞서 도둑을 만난 것이 아니고 지금 바로 도둑을 만난 것이오. 사람을 쳐서 죽임으로 말미암아 드디어 우리들로 하여금 타승죄를 범하게 하였구려.”
이때 모든 필추들은 곧 미루어 뉘우침이 생겨서 이 사연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서 도둑의 몸을 쳐서는 아니 되며, 그 던지는 물건은 곁에나 뒤에 떨어지게 하여 겁을 주려고 하고 놀라는 소리를 부르짖어야 한다. 만약 필추가 이와 같은 마음으로 그의 몸을 친다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어떤 것이 노필추(老苾芻)인가.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안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같은 종족에게 장가들어 처를 맞이하였다. 뒤에 한 남자아기를 낳아 세월이 가자 점점 장대해졌다. 이때 장자가 재물이 손실되고 친족이 떠나며 그 처도 이미 죽으매 곧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노쇠하여 능히 집의 사업을 관장할 수 없으니 너와 이별하여 진정으로 출가를 하고자 한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만약 이와 같으면 저도 또한 출가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답하였다.
“그것도 또한 좋은 일이지.”
드디어 곧 부자(父子)가 서로 따라서 급고독원에 나아가 한 필추의 처소에 이르러 곧 발에 예배하고 나서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저는 출가하고자 합니다.”
필추가 물었다.
“어떻게 이 아이도 출가를 원합니까?”
대답하였다.
“또한 원합니다.”
“장애와 어려움이 없느냐?”
이와 같이 묻고 함께 출가할 것을 허락하였다.
불교의 보통의 법으로서 늙은이는 이로움을 받고 젊은이는 절일을 해야 하는데, 이때 부자 두 사람을 항상 몰아쳐 일을 시키니,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나는 대중에게 속아서 항상 일을 시켜서 학업을 닦을 수 없으니, 지금 같이 다른 지방에 가서 경전을 닦아 익혀야겠습니다.”
아버지가 말하였다.
“좋다.
너와 함께 같이 가자.”
이른 곳에서도 그의 나이가 적기 때문에 고용당하여 쏘다니며 곧 일을 관장하게 하니,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실라벌성에는 비록 일을 관장하게 한다 하여도 그러나 법주 세존께서 친히 거기에 계시어 때때로 중간에 ‘아무 필추는 아라한을 증득하고, 아무 필추는 부정관을 이루리라’라고 하는 수기(授記)를 설하시는 것을 듣고 승광대왕ㆍ승만 부인ㆍ선수(仙授)ㆍ세주(世主)ㆍ비사거모(毘舍佉母) 및 다른 장자나 바라문 등이 아울러 다 공경하여 믿으니, 우리들도 거기에 가면 만약 법이나 혹은 식사 같은 것은 다 같이 수용할 것이니, 지금 거기에 돌아갑시다.”
곧 다른 지방을 떠나 실라벌성에 이르러 거처에 도착하려고 보니, 오시(午時)가 이미 가까워서 건치 소리가 들리므로 곧 아버지에게 알려서 말하였다.
“건치 소리가 재촉하니 마땅히 급히 가야 합니다.”
아버지는 늙고 피곤하여 속히 갈 수가 없어 그 아들이 힘껏 밀어서 길을 나아가게 하며, 아들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밀어서 가니 유익하다.’
그리고는 다시 더 세게 밀었다. 이때 늙으신 아버지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어지면서 먼지와 흙이 입에 꽉 차서 이로 인하여 명이 끊어졌다. 자식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보고 대성통곡하며 길 왼쪽에 놓아두고 그 옷과 발우를 가지고 서다림(逝多林)으로 갔다.
모든 필추들이 말하였다.
“어서 오너라, 마하라(摩訶羅)의 아들이여. 너의 늙은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그가 갑자기 우니, 필추가 물어 말하였다.
“구수여, 무슨 까닭으로 우느냐?”
대답하였다.
“저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모든 필추들이 말하였다.
“구수여, 모든 행(行)은 무상(無常)하니 이것이 나고 죽는 법이니라. 너는 훌륭하게 설하신 법률 가운데에 집을 버리고 출가하였으니 마땅히 스스로 억제하여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게 하라.”
대답하였다.
“제가 아버지를 밀어서 땅에 넘어지게 하여 이로 인하여 곧 명이 다하였으니, 저는 마땅히 아버지를 죽인 것입니다.”
필추가 말하였다.
“너의 말과 같으면 깊이 우는 것이 합당하니, 첫째는 무간죄(無間罪:무간지옥)를 얻었고, 둘째는 바라시가를 얻었으니, 아비지옥(阿鼻地獄)에서 긴 세월 동안
고통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이 사연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범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길에서 고단하여 기운이 없는 이에게 강제로 밀어서 가게 하지 아니할 것이다. 나는 지금 모든 길을 가는 필추를 위하여 그 행하는 법을 마련하리라. 만약 길을 갈 때에 지극히 피곤한 자를 본다면 마땅히 그를 위하여 안마를 하여 피로함을 풀어 주고, 그를 위하여 옷과 발우 및 모든 도구를 들어 주어야 한다. 갈 수 있으면 좋지만 만약 능히 갈 수 없으면 마땅히 먼저 갈 것이다. 거처에 이르러서는 잎[葉]을 골라서 벌레가 없는지를 관찰하여 발우를 씻고 식사를 청할 것이다. 오지 아니하면 밥을 가지고 가서 맞이해야 할 것이며, 식사를 끊어지지 않도록 해라. 만약 때가 아닐지라도 비시장(非時漿)을 보낼 것이다. 길 가는 필추는 내가 마련한 것과 같이 할 것이요, 의거하여 행하지 아니하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이때 모든 필추들은 다 의심이 있어 함께 가서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그 마하라의 아들은 아버지의 명의 뿌리를 끊어도 무간죄가 안 되고, 또한 바라시가도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모든 필추들이여, 이 사람은 다만 오늘만 아버지를 죽였어도 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 옛날에도 이미 일찍이 아버지를 죽였어도 중죄를 얻지 아니하였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라. 과거세에 한 부락에 옷 빠는 사람이 있었는데, 오직 한 아들이 있어 나이를 점점 먹어갔다. 이때 마을에 대절회(大節會)가 있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아울러 의복을 세탁하였다.
이때 부자(父子)는 많은 때 묻은 옷을 얻음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이미 많은 옷을 씻어서 돌아가 식사할 수 없으니 너는 밥을 그 못가로 가지고 오너라.”
아들이 뒤에 식사를 가지고 가니 아버지는 이미 식사를 마치고서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옷을 빨아라. 나는 피곤하여 잠시 자야겠다.”
그리고는 곧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머리 위에 머리털이 없어 많은 모기가 와서 그의 이마를 빨고 있었다. 아들이 옷을 빨고 나서 아버지 곁에 이르러 그의 머리 위에
모기가 많이 있는 것을 보고 곧 쫓았다. 모기는 피를 탐내어 때려서 쫓아도 다시 왔으므로 성이 나서 말하였다.
“지금 내가 있는데 어찌 모기에게 나의 아버지의 피를 빨아먹게 하랴.”
그리고는 옷 빨던 방망이로 모기를 치니, 모기는 비록 흩어져 날아갔으나 아버지의 머리가 마침내 깨어져서 이로 인하여 명이 끊어졌다.
이때 어떤 하늘[天]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차라리 지혜로운 이와 모진 원수가 될지언정
어리석은 사람과 함께 친우를 맺어서는 아니 되리.
오히려 어리석은 아들이 모기 쫓으매
방망이로 아버지 머리를 쳐 이로 인하여 죽게 함과 같도다.

“너희들 모든 필추들은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 그때의 옷 빠는 노인이란 곧 마하라요, 그때의 아들이란 곧 아버지를 밀친 필추니라. 과거에 비록 다시 아버지를 죽였어도 무간죄가 아니었고, 현재도 또한 그러하여 비록 아버지의 명을 끊었어도 무간죄가 아니요, 바라시가를 범하지도 아니하였느니라.”
또 ‘범하지도 아니하였느니라’는 것은 가장 처음으로서 아직 계를 마련하지 아니하였고, 어리석고 미쳤고 마음이 혼란하며 심한 고통[痛惱]에 얽히어 있기 때문이다. 고의로 사람의 생명을 끊는 것에 대한 학처(學處)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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