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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27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5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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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5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5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2) 불여취학처 ④
그때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실라벌성(室羅伐城:舍衛國)의 서다림(逝多林)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셨다. 소사모(蘇師牟)와 파소달다(婆蘇達多)라는 두 필추가 있었는데, 함께 벗이 되어 뜻이 서로 잘 통하였다. 이때 소사모는 크고 좋은 발우를 가지고 있었고, 파소달다는 좋으면서 작은 발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날 함께 식사를 마치고 같은 장소에서 발우를 씻었다. 이때 소나모가 파소달다의 작은 발우를 취하여 큰 발우 속에 넣고 이렇게 말하였다.
“구수 파소달다여, 만약 사람이 이 두 발우를 가지고 있으면 능히 인연을 살펴 여러 가지 좋은 성품[善品]을 닦기에 족할 것이다.”
파소달다가 말하였다.
“그대가 만약 얻고자 하면 어찌 그것을 취하지 않느냐?”
이때 파소달다는 한 마을에 작은 일이 있어서 소사모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내가 아무 곳에 작은 일이 있는데, 능히 나를 대신하여 이 일을 해결해 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발우를 주겠다.”
소사모가 물었다.
“그대 말이 진실인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줄 것이다.”
이때 소사모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가려고 하다가 다시 후회하는 생각이 났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같은 범행자로 하여금 소사모는 보수를 받고 남의 일을 대신 해주었다는 말이 생기지 못하게 하여야겠다.’
그리고는 결국 가지 아니하였으나 이때 소사모가 그 마을에 꼭 가야 할 일이 있어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나의 일 때문에 가는데 함께 그 일을 해결해 주는 것도 이 또한 아름다운 것이다.’
곧 거기에 가서 두 가지 일을 마치고 돌아와 파소달다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그 마을에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을 내가 이미 해결했으니,
마땅히 작은 발우를 나에게 주어야 할 것이다.”
파소달다가 말하였다.
“그대가 스스로 인연이 있어 간 것이지 나의 일 때문에 간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의 작은 발우를 어떻게 그대에게 주겠는가?”
소사모가 말하였다.
“그대가 주지 않을 것 같으면 내가 스스로 가지리라.”
파소달다가 말하였다.
“그대가 만약 가지는 것이 합당하다면 어찌 그것을 가지지 않는가?”
이때 파소달다는 일이 있어 밖에 나갔는데, 소사모는 곧 작은 발우를 취하여 자기의 발우 안에 넣었다. 파소달다가 돌아와 보니 발우가 보이지 않으므로 물어 말하였다.
“구수여, 누가 나의 작은 발우를 가지고 갔는가?”
소사모가 말하였다.
“그 물건은 주인이 가지고 갔다.”
파소달다가 말하였다.
“이것이 누구의 물건인가?”
소사모가 말하였다.
“이것은 나의 물건이다.”
파소달다가 화를 내며 말하였다.
“너는 도둑의 마음으로 취하여 가져갔으니 바라시가(波羅市迦:波羅夷)를 얻느니라.”
소사모가 이것을 듣고 나서 뉘우치고 곧 이러한 사정을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니,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소사모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남의 작은 발우를 취하였느냐?”
자세한 사정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필추는 자기 물건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발우를 가졌으니, 계를 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보수를 받고 남을 위하여 일하여서는 아니 된다. 만약 널리 서로 바꾸어 가면서 일하는 것[博換作務]과 복을 구하여 짓는다면 계를 범함이 없다. 필추가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것은 월법죄(越法罪)를 짓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이 성안에는 두 필추가 있었는데, 한 필추는 난승(難勝)이라고 이름하고, 한 필추는 월호(月護)라고 이름하는데, 같이 친구가 되어 말을 하매 뜻이 맞았다.
월호는 아는 대중이 많았고, 큰 복덕이 있어 의복과 발우ㆍ바랑[鉢囊]ㆍ허리띠[腰條]가 많아 풍족하였다. 난승은 아는 이가 적어 다만 삼의(三衣)만 가지고 있었고, 또한 찢어지고 낡았다. 다른 필추들이 난승에게
“구수여,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 몸도 가리지 못하는 다 떨어진 옷을 입었는가? 새 옷을 두고도 입지 않았는가, 아니면 새 옷을 얻을 수가 없어서 입지 못했는가?”
난승이 대답하였다.
“나는 얻을 곳이 없도다.”
그 필추가 말하였다.

“어찌 탁발하여 구하지 아니하는가?”
난승이 대답하였다.
“누가 삼보 성중(聖衆)을 버리고 나 같은 범인(凡人)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그 필추가 다시 말하였다.
“월호 필추는 너의 친구로 말을 하매 뜻이 맞고, 옷과 발우와 바랑과 허리띠가 많이 있는데, 왜 그에게서 구하지 아니하는가?”
난승이 말하였다.
“그는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한다.”
그 필추가 말하였다.
“그대는 먼저 그를 찾아가 구하는 것을 아직 해 보지 아니했는가?”
난승이 말하였다.
“그가 인색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그에게서 새 옷을 구해 보지 않았다.”
그 필추가 말하였다.
“어찌 물을 건너는 사람이 물소리를 듣고 곧 가죽신을 벗겠는가. 그대가 가서 구해 본다면 마땅히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필추가 권하는 것을 듣고는 월호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구수여, 마땅히 나에게 발우를 보시하라.”
월호가 대답하였다.
“나는 주지 못하겠다.”
난승이 말하였다.
“나에게 발우를 주지 아니하면 승가지(僧伽胝)는 줄 수 있겠는가?”
월호가 말하였다.
“내가 그대의 창고를 지키는 사람인가? 발우를 달라고 하다가 얻지 못하니, 이제 가사[大衣]를 달라고 하는가? 오히려 조금의 실[少縷]에 이르기까지도 주지 못하겠는데, 하물며 옷을 주겠는가?”
이때 난승이 듣고 마음에 분노가 생겨서 말하였다.
“그대가 일이 있으면 내가 항상 먼저 해주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내가 지금 이렇게 구하는데 실조차도 주지 못하겠다고 하는가. 만약 내가 능히 그대의 물건을 다 빼앗지 못하면 나는 곧 난승이라 이름하지 아니할 것이다.”
이로부터 그 물건을 취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드디어 월호가 스스로 의복에 염색을 하는 것을 보고 난승이 그 장소로 가서 말하였다.
“구수여, 나는 지금 또 그대가 옷에 물들이는 것을 돕고자 한다.”
월호가 말하였다.
“매우 고마운 말이다. 내가 하는 것을 도와주게.”
난승은 그의 옷에 물들이기 위하여 만지고 닦고 뒤치고 엎으며 그 옷을 관찰하였다. 월호가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가 나의 옷을 엎었다 뒤쳤다 하여 자세히 관찰하는 뜻은 반드시 나의 옷을 도둑질하여 가져갈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이 일어나매 물들인 옷을 말려 옷 보따리에 넣고 머리에 베고 누웠다.
이때 여러 필추들은 초저녁과 새벽에 경각심을 가지고 사유하여 뜻을 짓고 수행하고 있었다.
이때 난승이 월호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함께 가서 같이 착한 성품을 닦자.”
월호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또한 먼저 가라. 나는 몸이 피곤하여 나중에 마땅히 가리라.”
난승이 그 말을 듣고 먼저 갔다. 이때 월호는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가면 반드시 옷을 잃으리라. 내가 만약 가지 아니하면 착한 성품을 닦는 데 빠질 것이니, 어떤 방편을 쓰면 옷도 잃지 아니하고, 또 착한 업도 닦을 것인가.’
그러다가 곧 자기 옷 보따리를 가지고 자기의 머리맡에 두고 보따리를 베고 누웠다. 이때 그 난승은 이미 수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 기대어 쉬었다.
이때 월호가 난승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일어나 같이 착한 성품을 닦자.”
난승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수행을 하고 와서 피로하여 잠시 쉬려고 하니, 그대는 마땅히 일어나서 수행하라.”
월호는 곧 수행하러 갔다. 난승이 생각하였다.
‘나도 다시 한때의 수행함을 감당할 것이냐, 못할 것이냐?’
그때 새벽이 되어서 난승은 월호의 머리맡에 있는 그 옷 보따리를 가지고 문을 나서서 가면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어떤 색의 옷이 나로 하여금 바라시가죄를 범하게 하는지 시험 삼아 관찰해 보자.’
옷 보따리를 열고 보니, 곧 자기의 옷은 낡고 헤진 옷이어서 걱정이 생겨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나의 옷을 위하여 타승죄(他勝罪)를 범하였구나. 이는 출가한 이의 행이 아니요, 마땅히 철환[鐵丸]지옥에 떨어지리라.’
또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또한 불세존(佛世尊)께 가서 여쭈어 보리라. 만약 머무를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세존의 처소에서 범행(梵行)을 닦고, 만약 승낙하지 아니하시면 마땅히 속인이 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세존의 처소에 갔다. 이때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백천의 필추 대중 가운데서 설법을 하고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멀리 난승이 오는 것을 보시고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필추가 밖에서 오는 것이 보이느냐?”
필추들이 말씀드렸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인 난승은 자기 옷을 도둑질하여서 솔토라저야(窣吐羅底也)를 얻었다.”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만약 훔칠 마음으로 가지면 이런 과실(過失)이 있다는 것을. 그러므로 필추야, 자기 옷과 발우라 할지라도 마땅히 도둑의 마음을 가지고 취해서는 안 된다. 만약 도둑질하여 취한다면 솔토라저야죄를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두 필추니가 있어 한 사람은 동방에 머물러 있었고, 한 사람은 남방에 머물러 있었다. 동방에 머물던 필추니가 앞에서 가고 남방의 필추니가 뒤를 따라갔다. 이 두 필추니는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나서 한쪽에 앉았다. 그들은 부처님께서 설법하여 주신 법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예를 드리고 물러나왔다.
이때 동방 필추니는 앞에서 가면서 승가지를 어깨 위에 올려 두었는데, 그 옷이 떨어지려고 해서 남방의 필추니가 보고 말하였다.
“성자(聖者)여, 옷이 떨어지려고 합니다.”
이때 동방 필추니는 앞에 가면서 법을 생각하였으며, 남방 필추니와 사용하는 방언이 틀려 서로 알아듣지 못하여 옷이 떨어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이때 남방 필추니는 곧 그 옷을 주워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만약 옷을 준다면 그가 생각에 전념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니, 기다렸다가 머무는 곳에 가서 내가 마땅히 주리라.’
이미 머무는 곳에 이르자, 이때 동방 필추니는 드디어 방 밖으로 급히 나가 발을 씻고 나서 곧 방안으로 들어가서 반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이때 남방 필추니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지금 그 옷을 주면 도리어 먼저와 같이 착한 성품을 닦는 것을 방해할 것이니, 선정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다 나오면 마땅히 그 옷을 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자기 방 선반 위에 옷을 올려놓았다. 이때 동방 필추니가 다음 날 아침에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승가지를 가져오너라. 나는 걸식하여 나가려 한다.”
제자가 방에 들어와 두루 살펴보니 선반 위에 스승의 옷이 보이지 아니하여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승가지가 보이지 아니합니다.”
스승이 말하였다.
“남방 필추니 처소에 가서 찾아 보거라.”
제자가 그의 방에 이르러 승가지가 선반 위에 있는 것을 보고 물어 말하였다.

“누가 이 옷을 가지고 와서 이 선반 위에 두었습니까?”
남방 필추니가 말하였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왔다.”
제자가 말하였다.
“어째서 가져왔습니까?”
남방 필추니는 그 사이의 사연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때 그 제자는 남방 필추니와 먼저부터 좋지 않은 일로 싫어함이 있어서 사이가 좋지 않았으므로, 성내어 말하였다.
“그대는 도둑의 마음으로 이 옷을 훔쳐 와서 방안에 두었으니, 그대는 바라시가죄를 범하였도다.”
이때 남방 필추니는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찌 내가 실로 바라시가죄를 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런 사연을 가지고 모든 필추니들에게 말하였다. 필추니는 필추 대중에게 아뢰고, 필추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남방 필추니에게 물으셨다.
“네가 옷을 가질 때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느냐?”
남방 필추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비록 그에게 말하였으나 그가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방언이 달라서 서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과실은 다 남의 물건을 습득하여 오래 주인에게 돌려주지 아니하고 스스로 보관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라. 이런 인연으로 만약 필추ㆍ필추니가 잃어버렸거나 떨어뜨린 옷과 물건을 주우면 마땅히 오래 가지고 있지 말 것이요, 만약 오래 가지고 있으면 월법죄(越法罪)를 짓게 되느니라.”
이때 어떤 필추가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을 보고 이것이 아무개 필추의 것인 줄을 알고, 곧 그 방에 가서 문을 두드리고 부르니, 그 필추가 곧 선정으로부터 나와서 말하였다.
“그대는 누구인가?”
대답하였다.
“구수(具壽)여, 내가 어떤 곳에서 그대의 옷을 습득하였으니, 그대가 받으시오.”
이때 옷의 주인이 말하였다.
“구수여, 차라리 이 옷을 도둑이 가져갈지언정 어찌 이런 일로 일부러 그대가 문을 두드려 나의 뛰어난 선정을 방해하였는가?”
이때 옷을 주워온 필추는 곧 뉘우치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그의 선정[靜慮]을 방해하였으니, 죄를 지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런 사정을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고,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필추는 죄를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사소한 일로 남의 뛰어난 선정을 방해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만약 잃어버린 물건을 주웠으면 주인에게 가지고 가서 그 근처에
노끈으로 달아 매두었다가 뒤에 찾아가게 하고 선정[寂定]을 방해하지 말라. 만약 이와 다르게 하면 월법죄를 짓게 되느니라.”
이때 또 어떤 필추가 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보고 이것이 어느 필추의 것임을 알고, 곧 이 물건을 가지고 그 필추에게 가서 말하였다.
“구수여, 이것은 그대의 물건이 아닌가. 내가 주워왔으니 그대는 마땅히 받을 것이다.”
이때 그 물건의 주인이 이 필추와 전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 틈이 있었다. 그래서 말하였다.
“그대가 주운 것이 아니라 일부러 훔칠 마음으로 나의 물건을 훔친 것이니, 그대는 법에 의하여 그 죄를 말하여라.”
이때 물건을 주워온 필추가 마음에 후회가 생겨 ‘내가 이것을 인연하여 죄를 얻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사정을 모든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이 필추는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남이 잃은 물건을 얻으면 마땅히 가지고 가서 승가의 일을 관장하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그가 이 물건을 받아 가지고 수일 안에 마땅히 두 번 세 번 물건을 대중에게 알리어 본 주인이 찾으면 곧 가지고 가서 돌려주고, 만약 아는 이가 없으면 사방승(四方僧:客僧)에 들여놓아 대중이 수용(受用)함에 따를 것이로되, 만약 이와 달리 하면 월법죄를 짓게 되느니라.”
게송으로 거두어 말씀하셨다.

세라(世羅) 필추니의 제자는
남을 시험하려고 기름을 걸식하였고,
목련은 신통을 부려서
장자(長子)의 아들을 찾아 돌려주었네.

필린타바차(畢隣陀婆蹉)는
아이를 보호하고 아울러 물건을 보호하였다.
자세히 그 도둑질한 일을 설명하면
설함에 따라 마땅히 알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이때 세라(世羅)라는 아라한(阿羅漢) 필추니가 있었다. 그 필추니는 모든 번뇌를 끊었다. 이때 향 파는 동자가 있었는데, 세라 필추니를 보고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곳에 가서 은근히 예를 올리고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필요한 물건은 우리 집에서 다 뜻대로 가지십시오. 말씀하시는 대로
제가 모두 받들겠습니다.”
이때 필추니가 말하였다.
“어진이여, 훌륭하도다. 원컨대 그대에게 병이 없기를 바란다.”
뒤에 어느 다른 때에 세라 필추니가 몸에 중병이 걸려 걸식을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른 필추니들이 돌아다니며 걸식을 하는데, 이때 향 파는 동자가 보고 예를 드리고 물었다.
“성자여, 세라 필추니는 무슨 까닭으로 보이지 아니하옵니까?”
그 필추니가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그는 몸에 병이 들었도다.”
동자가 말하기를 “성자여, 제가 전에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뜻에 따라 가져가서 쓰세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일찍이 와서 저에게서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원컨대 높은 이여[尊], 가져가십시오.”
그가 곧 다시 말하였다.
“이와 같이 어진이여, 원컨대 그대는 병 없기를 빕니다.”
이 말을 하고 나서 그곳을 떠났다. 이와 같이 그 동자는 세 번이나 반복하여 은근히 청하였다.
이때 어떤 나이 어린 필추니가 곧 ‘여러 번 이 동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내가 마땅히 그것이 거짓인가 진실인가를 시험하리라’고 생각하고, 작은 발우를 가지고 동자에게 주며 말하였다.
“어진이여, 성자 세라는 지금 기름이 조금 필요합니다.”
이때 그 동자에게 새로 짠 기름이 있어 작은 발우에 채워서 그 필추니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성자여, 다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와서 가져가십시오.”
이때 그 필추니가 받아 와서 곧 이 기름을 가지고 세라의 온몸에 바르고, 두루 수족에까지 바르니, 기름이 다 떨어졌다.
세라의 병이 나아서 곧 가서 걸식하는데, 이때 그 동자가 보고 곧 발에 예를 드리고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오랜만에 서로 보게 되었습니다.”
필추니가 곧 대답하였다.
“나는 요즈음 병에 걸려 있었다.”
그 동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지난번 이미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의 집에서 다 마음대로 가져가시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일찍이 믿는 이를 보내어 저에게서 구하여 가지 아니하였고, 오직 한 필추니가 ‘성자가 병이 들어서 저에게 기름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하여 제가 새 기름을 작은 발우에 채워서 그 필추니에게 보내 드렸을 뿐입니다.”

세라가 대답하기를 “훌륭하도다, 동자여. 원컨대 그대는 병이 없기를 바란다”고 하고는 말을 마치고 갔다.
차례대로 걸식을 마치고 도로 본래 머물던 곳으로 돌아와서는 모든 젊은 필추니에게 말하였다.
“누가 그 향 파는 동자에게 가서 기름 발우를 가지고 왔느냐?”
한 필추니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제가 가서 걸식하매, 그 동자가 ‘성자 세라께 제가 이미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마음대로 가져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일찍이 제게 와서 구하여 찾지 아니하였습니다. 만약 그 세라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원컨대 위하여 가져가십시오’ 하고 두 번 세 번 저에게 말하는 것을 보고, 제가 곧 생각이 나서 거짓인가 진실인가를 시험해 보자하고, 곧 작은 발우를 가지고 동자에게 주며 말하기를 ‘성자 세라는 지금 병으로 기름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그 동자는 새로운 기름을 채워서 저에게 주어서 제가 기름을 얻어 가지고 방에 이르러 성자를 위하여 몸과 손발에 바르느라 다 썼습니다.”
이때 세라 필추니는 젊은 필추니에게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너에게 그 동자에게 가서 기름을 구하여 가져오라고 말하였느냐, 아니하였느냐?”
젊은 필추니가 답하였다.
“일찍이 저를 시키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때 어떤 다른 필추니가 이 젊은 필추니와 전에 싫어함이 있어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이 말을 듣고 나서 세라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지금 이 젊은 필추니는 그대의 병고를 핑계로 어찌 다만 한 곳에서만 보시를 받아 기름을 가져왔겠습니까? 실라벌성에 두루 다 구걸하였으리니, 타승죄의 그 수를 알기 어렵습니다.”
이때 젊은 필추니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미루어 죄를 뉘우치는 마음이 생겨서 ‘어찌 내가 진실로 타승죄를 범하지 않았겠는가?’라고 하고, 이 사정을 모든 필추니들에게 말하고, 모든 필추니들은 필추 대중에게 말하고,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젊은 필추니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그 동자에게서 기름을 걸식하였느냐?”
그 필추니가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저는 동자를 시험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시험하는 마음을 지었다면 이 필추니는 범함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ㆍ필추니 들은 병자에게 묻지 아니하고 마땅히 빌어서는 아니 된다. 만약 빌어서 가져올 때는 병자에게 묻기를 ‘병자를 위하여 전에 대중 승가를 위하여 병을 치료하는 곳이 있으니 약을 구하여 올까요? 병자를 위하여 믿는 마음이 있는 이나 친족에게 가서 약을 구해 올까요?’라고 묻고, 만약 친족이 많다면 ‘누구에게 구할까요?’라고 묻고, 지시하는 곳을 따라서 마땅히 구해야 할 것이다. 만약 필추ㆍ필추니가 병자에게 묻지 아니하고 병자를 위하여 빌어 구하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이때 구수 대목건련(大目乾連)은 그날 아침 일찍[初分] 옷과 발우를 가지고 실라벌성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하여 급고독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이때 장자는 그의 아이에게 외전(外典:불교 외의 전적)ㆍ성명(聲明)1)ㆍ잡론(雜論)을 읽고 외우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때 대목건련은 그 장자가 그 아이에게 외전을 독송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장자여, 이 아이가 무슨 책을 외우고 익힙니까?”
말하였다.
“아리야(阿梨耶)여, 이것은 바로 외전입니다.”
목련이 말하였다.
“장자여, 대저 외전은 쇠와 돌과 석류[榴]와 같아서 고생하여 지어 배워도 마침내 먹을 수 없습니다. 외서(外書:외전)를 배워 익히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 한갓 공로를 허비하여 마침내 얻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배우지 않음으로써 능히 번뇌를 벗어나서 정정취(正定聚)2)에 들어가서 모든 번뇌를 끊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는 처음도 중간도 끝도 훌륭하여 만일 잘 이해하여 분명히 알면 능히 열반에 나아가는데, 어떤 뜻으로 부처님의 법을 익히고 외우도록 가르치지 아니합니까?”
장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존자가 답하였다.
“제가 마땅히 외우도록 가르치겠습니다.”
장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훌륭하옵니다, 성자시여. 가르쳐 주십시오.”
곧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부터 마땅히 서다림의 존자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의 법을 배워야 한다.”
동자가 말하였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이때 그 장자는 매일
그 동자를 위하여 몸에 영락(瓔珞)을 장엄하고, 모든 시종과 함께 급고독원의 성자 목련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법을 배우게 하였다.
그러나 그 나라에는 초가을에는 항상 가율저가(迦栗底迦:8월, 가을)라는 도둑이 있었는데, 그때는 모든 필추들이 하안거를 마칠 때에 해당하였다. 모든 가을 도둑이 함께 의논하여 말하였다.
“나는 너희들과 무슨 업을 지어야 이 해에는 힘들이지 아니하고 의식을 풍족히 하고 안락하게 물건을 거두어들일 것인가. 내가 듣건대 급고독 장자는 날마다 항상 아들아이로 하여금 몸에 영락을 갖추고 급고독원 안에 가서 성자 목련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의 법을 배우게 한다고 들었다. 길 중간쯤에서 같이 아이를 덮쳐 물건을 빼앗자. 성자는 아들이 장자 집에 있다고 생각하고, 장자는 아이가 성자의 처소에 있다고 하며 각각 서로 알지 못하여 곧 바로 찾지 아니할 것이다. 우리들이 만약 능히 이 아이를 납치한다면 마땅히 명이 다할 때까지 우리가 종으로 부리고, 만약 납치하지 못한다면 몸에 꾸민 영락을 모두 빼앗으리니, 우리는 이러한 까닭으로 힘들이지 아니하고도 안락함을 받으리라.”
그리고 함께 책략을 세우고 나서 곧 길 중간에서 동자를 기다리는데, 영락을 장엄하고 동산으로 나가려 하는 것을 보고 드디어 곧 함께 동자를 습격하였다.
이때 그 시종들은 도둑떼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급히 달려 집에 돌아가 장자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배우러 가던 동자가 가을 도둑에게 겁탈을 입어 납치되었습니다.”
이때 장자는 곧 급히 승광왕(勝光王:바사닉왕)의 처소에 가서 아뢰어 말씀드렸다.
“대왕이시여, 나의 아들이 가을 도둑에게 납치당하였습니다. 지금 대왕을 따라 아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때 왕이 듣고 나서 비로택가(毘盧宅加:祗陀 태자의 동생)에게 칙명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급히 가서 가을 도둑을 엄습하여 잡아서 장자의 아들을 찾아라.”
이때 비로택가는 급고독 장자와 전부터 싫어하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왕의 명령을 받들고도 서둘러 이행하지 않았다. 이때 한 하늘이 있었는데, 성자 대목련의
처소에서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생겨서 아뢰어 말씀드렸다.
“성자여,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그대의 제자가 가을 도둑에게 납치되었습니다. 급히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때 대목련은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아이를 내가 만약 구하지 아니한다면 아들과 부모가 모두 살아서의 이별을 괴로워할 것이고, 공경하며 믿지 아니하던 사람들은 이 일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할 것이며, 공경하고 믿던 사람들은 혹 물러날 마음이 생기며, 이곳에 왕래하던 사람들은 도둑에게 잡혀갈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니, 누가 다시 즐겁게 서다림에 들어오겠는가. 나는 지금 마땅히 속히 신통력을 나타내어 그 아이를 데려올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성자 목련은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비로택가의 군사들로 변하여 그 사방에서 큰 전투를 시작하는 북을 쳤다.
이때 가을 도둑은 갑자기 군사들이 포위함을 보고 모두 놀라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라. 비로택가가 많은 군사와 함께 사면에서 둘러싸고 쳐들어오니, 마땅히 아이를 버려야 잡혀서 갇히는 것을 면할 것이다.”
도둑들은 동자를 버리고 달아났다. 이때 성자 대목건련은 드디어 신통력을 거두고 그 길 옆 나무 아래에서 편안히 앉아 있었다. 이때 그 동자가 길을 따라오니 물었다.
“동자야, 너는 어느 곳에서 오느냐?”
동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저는 가을 도둑에게 잡혀 갔었습니다.”
“누가 너를 빼앗아 왔느냐?”
“바로 비로택가입니다.”
목련이 대답하였다.
“동자야, 급히 집에 돌아가거라. 너의 부모가 대단히 걱정을 하고 있다. 내일 와서 옛날과 같이 수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동자는 가르침을 받고 돌아갔고, 비로택가는 사군(四軍)인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들을 엄정히 하고 실라벌성을 나와서 그 동자를 보고 물었다.
“너는 어느 곳에서 오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서다림을 향하여 가는 도중에 가을 도둑을 만나 납치되었었습니다.”
“누가 너를 데리고 왔느냐?”
아이가 대답하였다.
“비로택가 장군입니다.”
비로택가가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야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내가 데려 왔다고 말하는가. 특별한 대덕의 성자가 있어 모든 위력을 갖추어서 이 아이를 데려온 것이 아니랴.’
동자에게 물었다.
“네가 그곳에서 어떤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길옆에서 성자 대목건련을 보았습니다.”
비로택가가 생각하고 말하였다.
“이것은 그 대덕이 신통력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 대덕 외에는 능히 그럴 자가 없다.”
이와 같이 알고 나서 마음에 환희심이 생겨 큰 소리로 찬탄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훌륭한 이로움을 얻었다. 우리나라 안에는 이와 같은 큰 지혜의 성자가 모든 위력을 갖추어 현재의 법 가운데서나 미래세에서도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없어졌다.”
이와 같이 찬탄을 하고 실라벌성으로 돌아갔다.
이때 육중 필추는 일이 있어서 성을 나왔다. 길에서 만나보고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누구를 찬탄하는가?”
비로택가는 대답하였다.
“그대 성스러운 대중을 찬탄합니다.”
물었다.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우리를 찬탄하는가?”
비로택가가 대답하였다.
“급고독 장자의 아들이 가을 도둑에게 잡혀 갔었는데, 성자 대목건련이 신통력으로 그의 아들을 찾아왔습니다.”
육중 필추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우리의 벗에게 그와 같은 신통력이 있다 할지라도 우리들은 믿고 존경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어떤 머리를 기른 어리석은 사람인 나체 외도[露形]에 대해서는 마음으로 공경하고 사랑함을 낸다. 만약 그 나체 외도가 그 일을 보았다면 그 가을 도둑을 위하여 나갈 길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비로택가는 듣고서 조용히 있었다. 이때 육중 필추 중의 난타(難陀)와 오바난타(鄔波難陀)는 같이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도 또한 훌륭한 그 일에 답하여야 한다. 그러나 욕심을 적게 하는 자로서 지금 현재 죄를 범하였다. 우리들이 그에게 가서 그로 하여금 허물을 뉘우치게 하여야 한다.”
곧 머무는 곳에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성자 목련의 처소에 나아가 먼저 공경함을 다하고 나서 말하였다.
“상좌(上坐)여, 원컨대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겠습니까? 힐난하여 묻고자 합니다.”

목련이 대답하였다.
“뜻에 따라서 하라.”
물었다.
“상좌여, 급고독 장자의 아들이 가을 도둑에게 잡혀갔는데 그대가 빼앗아서 데리고 왔다는 그 사실이 거짓말입니까, 진실입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그렇다. 내가 데리고 왔다.”
그들이 아뢰어 말하였다.
“저는 상좌가 이미 정려(靜慮:선정)에 머물러서 해탈의 즐거움을 받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로 상좌가 비록 자비가 있으나 그것을 널리 펴지 않았음은 알지 못하였습니다. 제자는 어려움에 처함을 불쌍히 생각하여 데리고 오고, 그 가을 도둑에게는 공포심이 생기게 하고, 또 다른 사람이 가진 물건을 강제로 뺏고 돌아가게 하였으니, 그대는 지금 죄를 범하였습니다. 여법(如法)하게 뉘우쳐야 할 것입니다.”
목련이 답하였다.
“구수여, 나는 죄를 짓지 않았다.”
이때 육중 필추가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 것이다. 세존께서 설한 것과 같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마땅히 이 사람에게 사치갈마(捨置置磨)3)를 짓게 하여야 한다.”
곧 가서 그 승가의 일을 관장하는 사람 처소에 이르러서 아뢰어 말하였다.
“구수여, 마땅히 건치(揵稚)를 울려야 할 것입니다. 지금 사치갈마를 짓고자 합니다.”
수사(授事:維那)가 물었다.
“지은 이가 누구입니까?”
대답하였다.
“욕심을 적게 하는 이로서 실로 스스로 죄를 범하고, 그리고 죄를 뉘우치지 아니하니, 내가 지금 그를 위하여 사치갈마를 짓고자 합니다.”
이때 신자(身子:사리불)는 대중의 우두머리로서 수사인(授事人)에게 말하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가장 수승한 법 가운데서 쇠퇴하고 손해되는 것을 짓고자 하는 것이 없게 하라.”
또 물었다.
“구수여, 누구에게 편주법(遍住法)4) 혹은 복본편주(覆本遍住:覆藏別住)ㆍ의희(意喜)5)를 하여 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갈마)을 짓느냐?”
대답하였다.
“다시 특별한 일은 없고, 다만 성자 대목련을 위하여 그가 죄를 범하고 죄를 보지 못하였다고 하여 사치갈마를 짓고자 합니다.”
신자가 대답하였다.
“구수여, 작은 일을 가지고 기덕(耆德:老德)을 괴롭게 하지 말라. 그러나 박가범(薄伽梵)께서는 바로 일체지견(一切知見)이라, 최상의 지혜의 경계[無上智境界]에서 대자재(大自在)를 얻어서 능히 다른 사람의 의심을 끊어 주시니, 그대가 자문하여 볼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바와 같이 나는 마땅히 받들어 지닐 것이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이 일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알아서 물으셨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음)……이때 부처님께서
대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신통력을 나타내어 그 동자를 데려 왔느냐?”
이때 목련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알려 말하였다.
“목련 필추가 이와 같은 마음을 지어서 신력을 나타내었으면 죄를 범함이 없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 동산에 계시었다. 이때 구수(具壽) 필린다파차(畢隣陀婆蹉)의 외조카는 집에서 외전(外典)들을 익히고 읽었다. 이때 필린다파차는 어느 날 아침[初分]에 옷과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하여 매부의 집에 이르러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보고 매부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읽는 것은 바로 어떤 책[書論]인가?”
매부가 답하였다.
“외전이다.”
매부가 말하였다.
“존자여, 밖의 학문[外學]을 그만두고 불경을 권하여 익히게 해주시오.”
필린다파차는 곧 매부를 위하여 친히 아이에게 가르쳤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음)……모든 영락을 갖추어 죽림에 나아가매 가을 도둑에게 납치되어 가서 배에 태워져 물 따라 흘러가려고 하였다. 이때 그 시종들은 도둑이 잡아 가는 것을 보고 급히 달아나서 집에 돌아와 주인에게 아뢰었다.
“수업하는 동자가 가을 도둑에게 납치되어 갔습니다.”
이때 그 매부는 곧 급히 영승왕(影勝王:빈비사라왕)의 처소에 나아가서 대왕께 고하였다.
“나의 아들이 가을 도둑에게 납치당하여 갔습니다. 지금 대왕님께 아들을 구해 주시기를 비옵니다.”
이때 왕은 미생원(未生怨:빈비사라 아들)에게 칙명하여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급히 가서 가을 도둑을 엄습하여 잡아서 바라문의 아들을 찾아오라.”
이때 미생원은 바라문과 먼저부터 미워함이 있어서 사이가 좋지 않아서 비록 왕의 교령을 받았으나 서둘러 가지 아니하였다. 이때 어떤 하늘 여인[天人]이 성자 필린다파차에게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생겨서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아시옵니까, 모르시옵니까? 그대의 조카가 가을 도둑에게 잡혀 갔습니다.”
이때 필린다파차는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조카는 내가 구하지 아니하면 아들과 부모가 각각 살아서의 이별을 괴로워할 것이고, 공경하고 믿지 아니하던 사람들은 듣고 마음으로 기뻐할 것이요,
그 공경하고 믿는 이들은 혹은 미루어 후회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요, 이 숲에 왕래하던 사람들은 도둑에 잡혀갈까 하리니, 누가 다시 즐겁게 죽림 가운데 들어오랴. 나는 지금 마땅히 신통력을 나타내어야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성자는 신통력을 가지고 그 배 근처에 이르러서 그 도둑의 배로 하여금 갈 수 없게 하였다.
이때 그 가을 도둑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어떤 뜻으로 나의 배가 다시 앞으로 나가지 아니하느냐?’
그런데 언덕 가에서 성자 필린다파차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이때 도둑들은 고하여 말하였다.
“성자여, 어떤 인연으로써 우리를 괴롭힙니까?”
필린다파차가 대답하였다.
“네가 악법을 가지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지, 내가 너희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성스러운 법을 증명하지 않으면 바라문의 아들은 영원히 잡혀갈 것이다.”
도둑들이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가 이 아이를 놓아 주어서 뜻에 맡길 터이니 받아서 데리고 가시오.”
곧 아이를 언덕에 올려 보내자 이때 성자는 드디어 신통력을 거두어 생질에게 말하였다.
“너는 속히 돌아가서 너의 부모를 뵈어라. 내일 마땅히 수업할 수 있을 것이다.”
동자는 돌아가는 길에 사군(四軍)을 위엄 있게 정비하여 왕사성을 나오고 있는 미생원을 만났다. 미생원은 길에서 동자를 보고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죽림을 향하여 가는 도중에 도둑에게 납치되어 갔습니다.”
미생원이 물었다.
“누가 너를 데리고 왔느냐?”
아이가 대답하였다.
“저의 외삼촌 필린다파차입니다.”
이때 미생원은 마음에 환희심이 생겨 큰 소리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훌륭한 이로움을 얻었도다. 나의 나라에 이와 같은 큰 지혜의 성자로서 모든 위력을 갖추고 현재의 법과 미래세에도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함이 있는 이가 있음을 알았다.”
이렇게 찬탄하고 왕사성에 돌아갔다.
이때 육중 필추는 일이 있어서 성을 나오는데 길에서 미생원을 만나보고 그에게 물어 말하였다.
“그대는 누구를 찬탄하느냐?”
미생원이 답하였다.
“저는 성스러운 대중을 찬탄합니다.”
“우리들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서 그대가 지금 찬탄하는가?”
미생원이 대답하였다.
“바라문의 아들이 죽림으로 가다가 도둑에게 잡혀 갔는데,
성자 필린다파차는 신통력을 가지고 빼앗아서 그 아들을 찾아 왔습니다.”
육중 필추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우리들은 비록 이와 같은 신력이 있더라도 그 사람을 공경하여 믿지 아니한다. 그러나 어떤 머리를 기른 어리석은 사람인 나체 외도[露形]에게는 도리어 다시 존경하고 믿는 마음을 낸다. 만약 그 나체 외도가 있어 이 일을 보게 하였다면 그는 가을 도둑을 위하여 그 나갈 길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이때 미생원은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이때 육중 필추 중의 난타와 오바난타는 스스로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도 또한 이미 착하게 한 그 일에 답하여야 한다. 그러나 욕심을 적게 하는 이로서 지금 현재 죄를 범하였으니, 우리들은 그에게 가서 그로 하여금 죄를 뉘우치게 하여야 한다.”
곧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서 식사를 끝내고 다음에 공경을 다하고 나서 성자 필린다파차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어 말하였다.
“상좌여, 원하건대 너그럽게 용서하시겠습니까? 힐난하여 여쭐 것이 있습니다.”
필린다파차가 말하였다.
“뜻대로 하시오.”
“바라문의 아들이 가을 도둑에게 잡혀 갔는데 그대가 빼앗아 데리고 왔다는데 그 일이 거짓입니까, 진실입니까?”
대답하였다.
“그렇다. 실로 내가 데리고 왔도다.”
아뢰어 말하였다.
“나는 먼저 자세히 상좌가 이미 정려(선정)에 머물러 해탈의 훌륭한 즐거움을 받은 것은 알았지만 나는 실로 상좌가 자비가 있으나 널리 펴지 않는 줄은 알지 못하였으니, 친족에 대해서는 불쌍하다고 하여 데리고 오고, 그 가을 도둑에 대해서는 마음에 참지 못함이 생기게 하고, 또 남이 가진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 가지고 왔습니다. 그대는 이미 죄를 범하였으니, 여법(如法)하게 참회해야 할 것이오.”
필린다파차가 답하였다.
“구수여, 나는 죄를 보지 못하였소.”
이때 육중 필추는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죄를 보지 못한 자는 마땅히 이 사람에게 사치(捨置)갈마를 지어야 한다’고 하였다. 수사자(授事自:維那)는 누구인가? 건치를 울려야 할 것이며, 마땅히 이 사람을 위하여 사치갈마를 지어야 할 것이다.”
곧 가서 그 수사인의 처소에 이르러 말하였다.
“구수여, 마땅히 건치를 울려야 할 것이오.”
수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오?”
대답하였다.
“욕심이 적은 이로서
실로 죄를 범함이 있으나 허물을 뉘우치지 아니하는 자가 있어 나는 그를 위하여 사치(捨置)갈마를 지으려고 하오.”
그때 신자(身子)는 대중의 상좌가 되어서 그 일의 가부(可不)의 마땅함을 관찰하여 수사인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누구에게 편주법(遍住法) 혹은 복본편주법(覆本遍住法)ㆍ의희(意喜)ㆍ출죄(出罪) 갈마를 지어서 주려느냐?”
대답하였다.
“다시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다만 성자 필린다파차가 죄를 범하고도 죄를 보지 못하였다고 하기 때문에 사치갈마를 지으려 합니다.”
신자가 대답하였다.
“구수여, 사소한 일을 가지고 어른의 덕[耆德]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그러나 박가범께서는 이 일체지견(一切智見)으로써 위없는 지혜의 경계에서 대자재를 얻으셔서 능히 다른 사람의 의심을 끊어 주신다. 그대는 자문하여서 부처님께서 가르치시는 바와 같이 마땅히 받들어 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이 일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물으셨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그때 부처님께서 필린다파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마음을 가지고 신통력을 나타내어 바라문의 아들을 데려 왔느냐?”
이때 필린다파차가 자세하게 그 일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필린다파차가 만약 이런 마음으로 신통력을 나타내었으면 범함이 없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갈란탁가지(羯蘭鐸伽池:죽림정사의 옛 이름) 죽림동산에 계셨다. 이때 빈비사라왕은 항상 매일 세존께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아울러 모든 대덕과 상좌 필추에게 예배하였다. 일찍이 어느 때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빈비사라를 위하여 여러 가지 많은 법요(法要)를 설하시어 보이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니, 왕은 가르침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예를 드리고 물러갔다. 곧 가서 그 구수 필린다파차가 머무는 곳에 나아갔다.
이때 필린다파차가 머무는 방에는 허물어진 곳이 있어서 스스로 수선하는데 멀리 왕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손발을 씻고 항상 앉아 있는 곳에 용모를 단정히 하고 앉아 있었다. 왕이 먼저 발에 예배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서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어떻게 스스로 노동을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무릇 출가하는 이는 다 스스로 집무를 하는데, 나는 이미 출가하였으니, 누구에게 시키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러하다면 제가 성자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가 아뢰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원컨대 왕은 병 없이 장수하소서.”
이와 같이 이에 다섯 번이나 반복하니, 다 위와 같이 말하였다.
“제가 성자를 위하여 일할 사람을 이바지하여 드리겠습니다.”
이때 구수 필린다파차에게 성질이 곧고 질박한 한 제자가 있었는데,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화상[親敎師]께 일하는 이를 보내 주시겠다고 하셔서 저의 스승은 대왕의 말씀에 의하여 그만두고 수리하지 않아서 있는 집은 다 이미 파괴되었습니다.”
왕이 곧 대답하였다.
“성자여, 내가 어느 때 일하는 사람을 보내준다고 하였습니까?”
아뢰어 말하였다.
“대왕이여, 한 번만이 아니라 이와 같이 다섯 번이나 하셨습니다. 왕은 국사가 번거롭고 바쁘시어 능히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왕의 상법(常法)에 다만 명령을 내리면 신하가 반드시 글로 기록했던지라, 기록하는 사람에게 물어 말하였다.
“내가 진실로 일찍이 일하는 사람을 보내주기로 하였더냐?”
신하가 대답하였다.
“실로 그러합니다. 이미 다섯 번이나 하였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이와 같다면 마땅히 나를 책망해야 합당할 것이오. 나는 지금 당장 5백의 정인(淨人)6)을 보내서 일을 채워 드리겠습니다.”
곧 대신에게 말하였다.
“마땅히 성자에게 5백의 일꾼을 보내 주어라.”
이때 필린다파차는 곧 왕께 아뢰어 말하였다.
“대왕이여, 나는 출가함에 인연하여 급사(級事)를 다 버렸는데, 지금 일하는 사람을 얻어 무엇을 하겠습니까?”
왕이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승가의 일을 위하여 마땅히 그것을 받으셔야 합니다.”
대답하였다.
“만약 왕의 말씀과 같다면 제가 마땅히 부처님께 아뢰어야 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성자여, 가시어 부처님께 여쭈어 보십시오.”
이때 필린다파차가 이 사실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승가를 위함이면 마땅히 그것을 받아야 할 것이니라.”
이때에
필린다파차는 가르침을 받들어 받았다. 이때 보내어서 모시는 사람은 비록 스님께 들어왔지만 아직 왕의 노역을 면하지 못하자, 모든 사람들은 성자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우리들은 처음 승가에 와서 모시게 된다는 말을 들고 마음이 진실로 기뻤습니다. 그러나 어찌 한 몸으로 두 가지 일을 하겠습니까?”
장로가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너희들은 염려하지 말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대왕께 사정을 말하리라.”
뒤에 어느 때에 영승왕(影勝王)이 성자의 처소에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나서 한쪽에 앉으니, 이때 존자는 아뢰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전에 승가에게 보내 주신 일하는 이[給侍人]들에 대하여 어찌 다시 대왕께서는 후회함이 생기셨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실로 일찍이 후회하는 생각이 없습니다.”
또 왕에게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저 사람들이 아직 왕의 노역을 면치 못하옵니까?”
왕은 그때 대신에게 칙명하여 말하였다.
“내가 성자에게 베푼 일꾼은 이미 놓아서 승가에 들어갔으니 왕의 노역을 면하게 하시오.”
대신이 교령을 받들어 곧 다 방면하였다. 그들이 다른 때 국가에서 일으켜 지을 일이 있어서 사람을 써야 하므로 대신들이 소환하자 오는 자가 없었고, 승가에게 보내지 아니한 사람까지도 또한 다 거짓으로 “이는 일하는 이[給侍人]들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때 대신이 이 일을 왕께 아뢰니, 부역이 있어 그것 때문에 소환해도 오지 아니하며 다 말하였다.
“우리는 바로 승가의 급사이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이와 같이 한다면 다 옛날과 같이 왕의 노역에 충당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로부터 이후에 먼저 보냈던 사람[施]들을 함께 왕의 일에 충당하매 그 보냈던 사람이 존자의 처소에 나아가 말씀드렸다.
“우리들은 나라의 노역에 다시 충당되었습니다. 우리들을 위하여 거듭 대왕께 말씀하여 주십시오.”
성자가 그들을 위하여 왕에게 말하였다.
“일하는 사람을 보내신 것을 지금 다시 후회하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무슨 뜻이옵니까?”
성자가 아뢰어 말하였다.
“승가에게 보낸 사람[給侍人]들을 다시 왕의 노역에 충당한다지요?”
왕이 말하였다.
“성자여, 다만 관(官)에 역사가 있는데, 다 ‘나는 바로 승가의 급시인이다’라고 말하고 일에서 다 빠져 버립니다. 오직 원컨대 성자여, 달리
정인(淨人)의 처소를 지어서 그 사람을 구별되게 하여 섞이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성자는 왕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마땅히 부처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소서.”
이때 필린다파차가 이 일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정인의 처소를 짓는 것을 허락하노라.”
이때 모든 필추들은 어느 곳에 지을 것인가를 알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성(王城)과 정사의 그 중간에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마땅히 지을 것이니라.”
이때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대신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금 이곳에 세존의 가르침을 받아 정인의 처소를 지으려고 합니다.”
이때 대신이 곧 왕께 말씀드려 알렸다. 왕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따르라.”
대신이 두루 모든 정인들에게 말하였다.
“스님이 지금 너희들을 위하여 특별히 머물 곳을 지으니, 너희들은 지금 다 거기에 가서 머물라.”
정인들이 듣고 나서 곧 그곳에 가서 같이 머물 처소를 지어서 안치하여 마쳤다. 이때 정인들은 항상 죽림에 머물러 승가의 급사(給使)에 충당하였다. 이때 필추 대중은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청정한 업은 마땅히 그것을 지을 것이며, 청정하지 아니한 일은 다 마땅히 짓지 아니할 것이며, 청정한 업을 짓기 때문에 정인이라고 말하고, 혹은 머무는 곳을 방호하니, 승원(僧園)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이름한다.”
그 청정한 사람과 몇 승원을 지키는 사람들이 매일 다 죽림에 가서 필추를 시끄럽고 어지럽게 하여 수행하는 업을 방해하여 모든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항상 모이지 말고 일이 있으면 그때 부르도록 하여라. 만약 사역할 것이 없으면 본 처소에서 머물게 하여라.”
이때 모든 필추들이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모든 정인이 필요로 하는 옷과 식사는 어떻게 고르게 공급하여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들의 일을 하는 이는 옷과 식사를 공급하고, 시키는 것을 따르지 아니하는 자는 옷과 식사를 주지 아니할 것이요, 늙고 병든 이는 옷과 식사를 공급하고, 아울러 모든 약과 음식을 공급할 것이다.”
후에 다른 때 오바난타는 다음으로 승가 일을 맡고는 모든 정인들에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나는 승가 일을 맡은 사람인데, 너희들은 내일 아침 일찍 절에 들어오라.”
당시는 왕사성 안의 모든 필추들이 하안거를 마칠 즈음이었는데, 항상 가율저가(迦栗底迦) 도둑이 있었다. 이 모든 가을 도둑들이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내가 너희들과 어떤 업을 지어야 힘든 수고를 하지 아니하고 올해 의식이 풍족하고 안락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그 가을 도둑 가운데 어떤 한 일꾼[作人]은 일찍이 필추의 일을 하여서 속으로 승가의 일을 알고 있어서 모든 도둑들에게 말하였다.
“죽림원에는 정인의 처소가 있는데 많은 재물이 있으니 같이 가서 약탈하여 가져오면 올해에는 우리들이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오.”
한 도둑이 말하였다.
“저 모든 필추들이 이 정인의 주인이라 해도 문마다 돌아다니면서 빌어 오히려 자신의 몸도 채우지 못하는데, 하물며 이 정인들에게 재물이 있을 수 있겠느냐?”
그 도둑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알지 못한다. 모든 필추들은 항상 걸식하나 은혜를 베푸는 이가 많고, 다시 스스로 다니면서 구하여 그 재물을 헤아리면 왕사성 사람도 또한 능히 미치지 못한다. 하물며 모든 정인이 어찌 옷과 물건이 없으랴.”
이때 도둑들이 의논이 끝나 결정하고 곧 그날 밤에 정인의 처소에 나아가 그들의 물건을 약탈하고자 하였다.
이때 어떤 하늘 사람이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겨 성자 필린다파차가 있는 곳에 가서 성자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어떤 여러 가을 도둑들이 그 정인들을 약탈하려고 합니다. 성자시여, 자비로 원컨대 구호하여 주소서.”
이때 필린다파차가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구원하지 아니하면 그 정인들은 마음에 근심과 고통이 생길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음)……내가 지금 마땅히 신통력을 나타내어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정인들 처소에 변화로 쇠로 된 담장을 두루 둘러 쌓았다.
이때 도둑의 무리들은 도둑질한 물건을 가지고 그 처소를 나가려고 하였으나 다만 쇠로 된 담장만 견고하게 있는 것이 보이고 나갈 길이 없었다. 그러므로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도둑질한 물건을 버리자
곧 쇠로 된 담장이 보이지 아니하였다. 이때 도둑의 무리들이 도로 도둑질한 물건을 가지니 ,쇠로 된 담장이 홀연히 다시 변화해 나타났다. 이와 같이 일곱 번에 이르니, 도둑들이 서로 말하였다.
“너희들은 아느냐? 반드시 성자가 있어서 큰 위덕을 갖추어서 이 물건을 보호하는 까닭으로 이런 신통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우리들은 마땅히 물건을 버리고 급히 함께 도망하여 숨자.”
이때 가을 도둑들은 물건을 모아서 한 곳에 두고 다 달아났다.
정인들이 알고 나서 다투어 같이 소리쳐 부르짖었다.
“도둑을 맞았다.”
그들은 이미 재물을 잃고 같이 근심하며 두루 머무르는 처소를 돌아서 그 물건을 찾았는데, 드디어 옷과 물건이 한 곳에 모여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곧 환희심이 생겨 곧 그 물건을 가지고 각각 다시 집에다 간직하여 두고 누웠다.
이때 그 하늘은 그들의 꿈속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가을 도둑들이 약탈하여 너희 물건을 훔쳐가지 못한 것은 다 이 성자 필린다파차의 신통력 때문이니라.”
이미 하늘[天明]의 보살핌이 이르렀으나 정인들은 같이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재물을 잃을 것을 면하게 된 것은 다 이 성자의 은혜의 힘이다. 다시 다른 사람들은 자비를 일으킬 수 없다. 우리들은 마땅히 간략하게나마 공양을 올려야 할 것이다.”
다 함께 목욕하고 깨끗한 흰 옷을 입고 머리를 꾸미고 향을 바르고 공양물을 가지고 죽림으로 나아갔다.
이때 오바난타는 새벽에 일어나서 열쇠를 가지고 절문을 열고 등과 촛불을 끄고 집을 쓸어내고 자리를 펴놓고 솔도파(窣堵波)7)에서 향과 꽃을 공양하고 높은 누각에 올라서 건치를 울리고 사방을 바라보니, 멀리 깨끗한 흰 옷을 입고 향을 바르고 머리를 꾸민 사람들이 보였다. 오바난타는 곧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오는 이들은 어떤 거사 상인 부자인데 새벽부터 여기에 오는가.’
문 가까이 이르자 바로 정인들임을 알았다. 오바난타는 곧 성이 나서 멀리서 그들에게 고하여 말하였다.
“나는 아직
너희들에게 새벽에 일찍 오라고 하지 아니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오느냐?”
정인들이 아뢰어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들은 지난밤에 만약 성자 필린다파차께서 자비로 보호할 생각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재물은 도둑에게 다 도적질 당하였을 것입니다.”
오바난타는 정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의 힘을 믿고 다투어 달려와서 시끄럽게 하나 나는 그 사람에게 벌로 다스리는 법[治罰法]을 지을 것이니라.”
이와 같이 말을 하고는 곧 육중 필추를 불러 같이 성자 필린다파차의 처소를 나아가 아뢰어 말하였다.
“상좌여, 원컨대 힐문할 일이 있어 묻고자 하는데 용서하여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필린다파차가 대답하였다.
“뜻대로 하시오.”
그들이 아뢰어 말하였다.
“정인의 처소에서 소유하고 있는 재물을 도둑이 훔쳐 가는 것을 신통력으로 빼앗아 두었다는 이 일이 거짓입니까, 진실입니까?”
성자가 대답하였다.
“실로 그렇소.”
그들이 아뢰어 말하였다.
“나는, 상좌는 이미 정려(선정)에 머물러 해탈의 수승한 낙에 머무르는 것을 전부터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상좌가 비록 자비가 있다고 할지라도 널리 미칠 수 없음은 알지 못하였소. 정인에 대해서는 불쌍히 생각하여 보호하며 생각해 주고, 가을 도둑에 대해서는 쇠로 된 담장을 둘러싸고, 또 그들이 이미 거두어 가는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 두었으니, 그대는 이미 죄를 범하였소. 여법하게 뉘우쳐야 할 것이오.……(자세한 설명은 앞과 같으므로 생략함)……건치를 쳐서 사치(捨置:갈마)를 하고자 합니다.”
상좌 사리자는 그로 하여금 자세히 살피게 하였다. 모든 필추들이 부처님께 알리니, 부처님께서는 필린다파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신통력을 나타내어 정인의 물건을 지켰느냐?”
필린다파차가 일을 낱낱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필추들이여, 필린다파차가 만약 이런 마음을 먹고 신통력을 나타내었다면 범함이 없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서 아직 계(戒)를 만들지 아니한 것이다. 어리석고 미치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고통과 근심이 얽힌 것이다. 불여취학처(不與取學處)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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