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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6권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6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3) 단인명학처(斷人命學處) ①
전체의 뜻을 게송으로 거두어 말하였다.
처음에는 타색가(馱索迦, Dsaka)와
몸 안[內身] 등으로 살생을 하는 것과
독(毒)의 해와 죽은 귀신을 일으키는 것을 인연하였고
뒤에는 욕실의 일을 논하였다.
따로 게송으로 거두어 말하였다.
타색가와 파락가(波洛迦, Plaka)
선어(善語) 및 길상(吉祥)과
발우와 옷과 태(胎)를 떨어뜨림과
장자와 녹장(鹿杖) 범지에 대한 것이다.
이때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실라벌성 서다림의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이때 이 성안에 타색가와 파락가라는 두 필추가 있었다. 둘은 뜻이 서로 맞아 벗으로 사귀었다. 어느 때에 파락가가 병이 들어서 타색가가 병을 보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이때 파락가가 곧 밤중에 대성통곡하니, 타색가가 물었다.
“구수(具壽)여, 어떤 뜻으로 우는가?”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내가 병과 주림과 목마름에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타색가가 말하였다.
“구수여, 출가법으로 마땅히 그것을 억눌러야 하느니라. 가령 밥이 있어도 주는 사람이 없는데, 하물며 지금 이 시각에 식사를 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가 다시 슬피 울었다. 날이 밝아서 말하였다.
“나는 배고프고 목마르다.”
타색가가 말하였다.
“구수여, 우선 치목(齒木)1)을 씹으시오. 내가 의원에게 물어보겠소.”
타색가는 의원이 있는 곳에 이르러 물었다.
“어진이여, 지금 소년 필추가 갑자기 병이 들어 그에게 처방을 해야 합니다.”
의원이 말하였다.
“성자여, 그 필추에게는
이러이러한 약을 주어야 합니다.”
그때에 파락가는 타색가가 간 후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가죽신을 신고 군지(君持)2)를 가지고 치목을 잡고 문밖에 나가 양치를 하였다. 다른 필추가 물었다.
“구수 파락가여, 어찌하여 밤새도록 괴롭게 울었소?”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내가 지극히 주리고 목말라 그리하였소.”
그 필추가 물었다.
“나에게 물과 같은 죽[水粥]이 있는데, 그것을 먹지 아니하겠소?”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대단히 반갑소. 내가 지금 먹겠소.”
이미 먹었는데, 다시 다른 필추가 물었다.
“구수여, 나에게 지금 우유죽과 떡과 고깃국이 있는데, 어찌 그것을 먹지 아니하겠소?”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얻고자 하오.”
곧 방에 나아가 욕심껏 그것을 먹고 나니, 곧 매우 배가 불러서 옆으로 누웠다.
이때 타색가가 의원에게 묻고 나서 급히 의원이 말한 약을 가지고 와서 말하였다.
“구수 파락가여, 일어나 치목을 씹으시오.”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이미 마쳤습니다.”
타색가가 말하기를 “좋습니다” 하고는, 곧 그를 위하여 단(壇)을 만들고 구리그릇을 닦고는 “일어나 식사하시오”라고 부르니, 그가 그의 마음을 생각하여 곧 일어나 앉았다. 이때 타색가는 사람을 시켜서 밥을 가져와서 그에게 주었다. 두세 술의 식사를 뜨고 나서 곧 눕자, 타색가가 말하였다.
“구수여, 어찌하여 식사를 하지 아니하오?”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먹고 싶지 않습니다.”
타색가가 말하였다.
“그대는 밤중 내내 심하게 괴로워하여 울면서 배고프다고 말하였소. 그런데 지금 내가 식사를 주었는데도 먹고 싶지 않다고 말하니, 그대는 이제 틀림없이 죽을 것이오.”
이때 다른 필추가 대답하였다.
“구수 타색가여, 수고롭게 그러지 마시오. 이미 내가 그에게 물죽과 우유죽, 얇은 떡과 고기를 주어서 그가 배불리 먹었습니다.”
타색가가 파락가에게 물었다.
“구수여, 그대가 정말로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소?”
파락가가 곧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부끄러워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미 먹었소.”
이때 타색가가
곧 이것에 대해 말하였다.
“나는 그대를 위하여 일부러 옷과 발우를 정돈하는 것을 다하고 선업(善業) 닦는 것을 그만두고 그대를 도와주었는데, 그대는 스스로 몸에 대하여 잘 삼가하지 아니하였으니, 차라리 독약을 먹을지언정 마땅히 이와 같이 꺼려하는 바를 탐해서는 안 될 것이오.”
이때 파락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깊이 부끄러워하며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같이 범행(梵行)을 하는 자여, 훌륭하도다, 그 말씀이여. 책망이 나에게 미쳤으니……(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차라리 독약을 삼킬지라도 꺼리는 음식을 먹지 아니하여야 했다. 나는 지금 실로 독약을 먹어야 하리라.’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가지 약이 든 주머니를 뒤져서 독약을 찾아내어 드디어 곧 먹었다. 약효가 나타나니, 현기증이 나면서 거의 죽을 것같이 되어 두 눈을 번득였다. 마침내 입에서 거품이 나오는데 울면서 부르짖었다.
“타색가여, 나 죽는다, 나 죽는다.”
이때 타색가가 듣고서 놀라서 두려워하며 와서 물었다.
“구수 파락가여, 어떻게 병을 참지 않고 우는가?”
파락가가 말하였다.
“그대가 나를 위하여 ‘약을 구하며 고생하는데 스스로 삼가하지 않았도다. 차라리 독약을 먹을지라도 이와 같은 꺼리는 음식은 먹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함을 듣고, 곧 ‘같은 범행자는 나를 위하여 수고를 하는데 스스로 능히 삼가하지 못하였으니, 나는 지금 마땅히 그 독약을 먹어야 하리라’고 생각하고, 주머니를 뒤져 독약을 찾아 곧 그것을 삼키었소.”
이때 타색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슬퍼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좋지 못한 일을 저질렀는가?”
그리고는 급히 의원에게 달려가서 물어보았다.
“그 독약은 아주 독한 것이라 고치지 못하는 것이니, 곧 죽을 것이오.”
타색가가 의원에게서 약을 얻어 급히 돌아왔지만 파락가의 명이 이미 다한 것을 보고 곧 후회하는 생각이 들어 ‘어찌 내가 이와 같이 지금 이 죽음을 권한 것이 아니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인연을 모든 필추들에게 알리니,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타색가는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병든 사람 앞에서 이와 같은 말을 하여서 그 병자로 하여금 듣고 나서 죽음을 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만약 이런 말을 한다면 월법죄(越法罪)를 얻느니라.”
이것은 바로 연기(緣起)이고, 세존께서는 오히려 아직 모든 성문 제자를 위하여 비나야에서 그 학처(學處)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이 성에 선어(善語)와 길상(吉祥)이라는 두 필추가 있었다. 두 필추는 마음이 서로 맞아 함께 친구가 되었다. 선어 필추는 사냥하던 업을 버리고 출가하였고, 길상 필추는 장자(長者)를 버리고 출가하였다. 선어의 생질인 두 동자(童子)가 있었는데,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떠돌아다니다가 서다림(逝多林)에 이르러 문밖에서 머물고 있었다.
이때 선어가 문을 나서다가 우연히 보았다. 자세히 얼굴 모양을 보니, 이에 옛 친척임을 알 수 있었다. 곧 물었다.
“너의 부모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
두 동자가 답하였다.
“다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선어가 듣고 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렸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보고 물었다.
“이 두 동자는 바로 어떤 사람인가?”
선어가 대답하였다.
“이 두 아이는 생질이오.”
그 필추들이 물었다.
“이미 외삼촌으로서 친척이 되어 어찌 거두어 기르지 아니하오?”
선어가 대답하였다.
“내가 걸식을 행하여 오히려 나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데, 어찌 다시 다른 이까지 능히 거두어 기르리오.”
필추들이 말하였다.
“이 두 아이로 하여금 필추들에게 나무와 잎과 꽃과 과일 및 치목을 공급하게 하면 필추들은 마땅히 발우 속의 남는 밥을 주어서 구제해야 할 것이오.”
이때 선어가 듣고 나서 곧 맡아서 길렀다. 이 두 동자는 품성이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나무ㆍ잎ㆍ꽃ㆍ과일 및 치목을 잘 공급하여 모셨다.
이때 모든 필추들은 남은 음식을 베풀고 아울러 옷과 필요한 것을 주었다.
많은 세월이 지나 두 아이가 점점 나이 들고 용모도 장대해지고 원만해 갔다. 어느 때 절문 앞에서 놀고 있는데, 다른 친속이 손에 활과 화살을 들고 서다림 앞에서 사슴을 쫓아가면서 동자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떤 인연으로 여기에 머무르게 되었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나의 외삼촌이 이 부처님의 제자에게 출가하였으며, 나는 그에 의지하여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냥꾼이 말하였다.
“너의 외삼촌은 사람됨이 스스로도 살지 못하여 부처님 제자로 출가를 하였는데, 너희들은 어찌 살아가지를 못하느냐? 마땅히 뜻을 세워서 그 아버지의 업을 익혀야 할 것이다.”
동자가 곧 친속에게 아뢰어 논하였다.
“외삼촌은 우리들에게 실로 깊은 은혜가 있으니, 지금 그곳에 가서 여쭈어서 그 일을 결정할 것입니다.”
곧 외삼촌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는 지금 필추들을 모시는 일을 그만두고 어버지의 업을 익히려고 합니다.”
외삼촌이 곧 대답하였다.
“나는 믿음의 보시를 가지고 너희 두 사람을 길러왔는데 어떻게 지금 다시 악한 행을 닦을 것이냐?”
두 아이들이 말하였다.
“설령 이마에 금으로 장식한 것[金鬘]을 매어단다 할지라도 우리는 오로지 반드시 버릴 것인데, 누가 능히 조부의 업을 버리겠습니까?”
드디어 외삼촌의 말을 듣지 않고 마침내 함께 떠나가서 사냥을 하며 스스로 생활을 해 나갔다.
뒤에 어느 때 길상이 몸에 중한 병에 걸려 선어가 간병인이 되었다. 이때 길상은 병고에 시달리면서 문득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계를 가지어 모든 악을 짓지는 아니하였으나, 천당과 해탈은 가벼운 장막으로 막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고통스럽게 의지하고 있는 몸을 마땅히 버리고 좋은 곳에 태어나야겠다.’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고통에 시달리는데 과연 누가 나의 목숨을 죽여 끊어줄 것인가?’
드디어 선어에게 두 생질이 있는데 품성이 거칠고 난폭한 것을 기억하고 생각하였다.
‘그들이 나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니, 어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랴.’
그리고는 선어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의 생질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
선어가 대답하였다.
“그 둘의 이름을 듣는 것조차 나는 싫다.
믿음의 보시로써 데려다 길렀는데, 그들은 지금에 와서 함께 악업을 행하여 그 조부와 같이 짐승 잡는 일을 하여 모든 생명을 죽이면서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
길상이 말하였다.
“그 둘에게 꺼림칙하거나 한스러운 마음을 먹지 말라. 그러하듯 그 두 아이가 서다림에 있을 때 나아가 곤충도 아직 일찍이 해치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데 악한 사람들이 권하여 꾀어서 지금 죽이는 업을 하는 것이다. 그대는 지금 특히 그 나쁜 무리의 권유를 버리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대가 밖에 나가면 나는 병든 몸으로 홀로 있게 되고, 다시 능히 서로 돌보아줄 다른 이가 없으니, 만약 그 아이들을 보거든 불러와서 나를 시봉하게 하여 주오.”
이때 선어가 나가서 걸식하다가 보니, 두 아이가 푸줏간에서 고기를 팔고 있었다. 생질이 외삼촌을 보고 함께 와서 발에 예배하니, 선어는 한탄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너희들과 바로 어떤 친속이냐?”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바로 외삼촌입니다.”
선어가 다시 말하였다.
“그 구수 길상은 또 어떤 친속인가?”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그도 또한 바로 외삼촌입니다.”
그러자 선어가 곧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떠난 후로 그는 병에 걸렸다. 일찍이 다시 오지 아니할 테니 잠시 그를 위하여 찾아가 뵈어라.”
그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는 실로 알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곧 가서 무엇을 도와 드려야 합니까?”
선어가 대답하였다.
“그가 지시하는 것을 해 드려라.”
그리고는 떠났다. 이때 그 두 사람은 곧 길상에게 가서 두 발에 예배하고 나서 한편에 앉았다. 길상이 보고서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성자 선어는 너희들과 어떤 친척인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바로 외삼촌입니다.”
“나는 지금 너희들과 다시 어떤 친척인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또한 외삼촌입니다.”
길상이 고하였다.
“나는 요즈음 병에 걸렸는데 너희들은 일찍이 잠시라도 와서 나를 보지 않았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외삼촌, 우리는 정말 알지 못하였습니다. 선어 외삼촌이 이제야 비로소 우리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곧 왔습니다.”
길상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가 천당에 태어나는 것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길상이 말하였다.
“만약 다음과 같이 한다면 나는 타방인
즐거움이 풍부한 곳에 갈 것이다. 즉 나는 천당과 해탈은 가벼운 장막으로 막혀 있는 것과 같으니, 내가 원하는 것은 고통스럽게 의지하고 있는 몸을 버리고 마땅히 즐거운 곳에 태어나는 것이니, 너희들은 지금 나의 생명의 뿌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곧 대답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가령 다른 사람이 와서 외삼촌을 해쳐도 우리들이 마땅히 그를 죽일 것인데, 어찌 우리들이 외삼촌의 목숨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길상이 말하였다.
“선어가 이미 너희들에게 ‘그가 지시하는 것이 있으면 너희는 마땅히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말씀을 들었습니다.”
“만약 말을 들었다면 마땅히 약속을 지켜 나를 위하여 이 번뇌의 목숨 뿌리를 끊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때 두 사람이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어찌 우리 외삼촌이 먼저 헤아리는 것이 있어서 일부러 우리를 불러서 이와 같은 일을 하게 하신 것이 아니겠는가?”
이때 두 아이 가운데 하나가 지극히 거칠고 사나웠는데, 그가 곧 예리한 칼로 목을 베어 끊고 곧 흰 담요로 시체를 덮었다.
이때 선어가 돌아와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병든 사람을 돌봐 드리라고 하였는데 어찌 잠들게 하였느냐?”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외삼촌이여, 이 외삼촌은 지금 잠들어 다시는 일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선어가 이 말을 듣고서 놀랍고 기이하고 이상하여 곧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마땅히 다시 살펴서 자세히 물으리라’ 하였다. 이때 두 아이들이 자세히 사연을 말하니, 이때 선어는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곧 흰 담요를 걷고 그가 죽은 것을 보고, ‘어찌 내가 이 칼 잡은 이를 구하여 남의 명을 끊게 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며 마음으로 후회하였다. 때에 그 선어는 친하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매 회한이 점점 더해 가자 이 일을 모든 필추들에게 자세하게 알리니,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필추는 죽일 마음이 없었으므로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지혜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병인을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피치 못할 다른 인연이 있어서 자신이 밖에 나가야 한다면 잘 간병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래서 병자로 하여금 이치 아닌 것에 손해를 입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병자가 물과 불에 떨어지거나 온갖 독을 먹거나
칼과 도끼를 가지거나 낭떠러지에 떨어지거나 혹은 높은 나무에 오르거나 꺼리는 음식을 먹거나 하는 것들을 모두 막아야 하며, 이것을 원인으로 상처를 입게 하지 말라. 만약 필추가 지혜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병자를 돌보게 하거나 또는 잘 가르치지 아니하고 놔두고 나간다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이것은 바로 연기(緣起)이고,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안에는 한 필추가 있었는데 쓰던 발우가 색이 바래고 구멍이 생기자, 모든 필추들이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가 쓰는 발우가 구멍이 나고 색이 바랬는데 어찌 연기로 훈칠[熏]하여 고치지 아니하느냐?”
그 필추가 대답하였다.
“만약 훈칠하여 고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니, 곧 질그릇 통, 쇠똥 및 삼씨기름, 기름찌꺼기 등이 필요하다.”
필추가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가 만약 발우가 없다면 어찌 살 수[存] 있겠는가?”
그 필추가 대답하였다.
“내가 발우가 없다면 차라리 다시 얻겠다. 어떤 곳에 한 필추가 있는데, 몸에 중한 병이 들어 오래지 않아 명을 마칠 것이다. 그에게 발우가 하나 있는데 빛이 깨끗하고 둥글고 좋으니, 받아 쓸 수 있으리라. 그가 만일 죽는다면 내가 그것을 가질 것이다.”
모든 필추들이 듣고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는 발우를 위하여 일부러 이런 극악한 전다라(旃荼羅)의 마음을 내느냐?”
그가 그 말을 듣고는 부끄러워 다시 뉘우치며 잠자코 머물렀다가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그리고는 곧 이 사연을 가지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니,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필추는 죽는 것을 원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발우 때문에 이러한 극악한 전다라의 마음을 내어서는 아니 된다. 이 마음을 일으키면 월법죄를 얻는다. 그러니 모든 필추들은 그 발우를 보호하여 가지는 것을 마땅히 눈동자같이 하여야 할 것이다. 꿰매야 할 것은 꿰매고, 훈칠하여야 할 것은 훈칠할 것이다. 만약 필추로서 발우가 있으면서 훈칠하고 꿰매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월법죄를 얻는다.”
이것은 바로 연기이고,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안에는 한 필추가 있었는데, 승가지(僧伽胝) 옷이 헤어지고 더러워지자, 다른 필추들이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의 승가지가 헤어지고 더러운데 어찌 빨고 물들이고 꿰매고 고치지 아니하느냐?”
대답하였다.
“만약 보수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니, 즉 땔나무ㆍ염색약ㆍ바늘ㆍ실ㆍ동이 등이 필요하다.”
필추가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옷이 없다면 어떻게 위엄이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내가 만약 옷이 없다면 정녕 위엄이 있겠는가. 그런데 아무 곳에 한 필추가 중병이 들어 머지않아 명이 다할 것이니, 그에게 있는 승가지 옷을 새로 붉은색으로 물들이면 받아 쓸 수 있을 것이니, 내가 마땅히 그것을 가질 것이오.”
모든 필추들이 듣고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는 옷 때문에 이런 극악한 전다라의 마음을 내느냐?”
그가 듣고 부끄러워하며 곧 참회하는 마음을 내어 묵묵히 있다가, ‘내가 지금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는 곧 이 사연을 가지고 모든 필추들에게 고하니,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필추는 죽는 것을 원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옷 때문에 이러한 극악한 전다라의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일으키는 자는 월법죄를 얻느니라. 그러니 모든 필추들은 의복을 보호하여 가지는 것을 마땅히 몸의 피부같이 할 것이며, 빨고 물들이고 꿰매고 다듬는 것은 마땅히 일을 따라 할 것이며, 만약 하지 아니한다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이것은 바로 연기이고,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승군(勝軍)이라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아 풍요롭게 지냈다. 그가 같은 종족의 여자에게 장가들어 곧 부인이 아기를 가졌으며 ,아홉 달이 지나 드디어 한 남자 아이를 낳았다. 생김새가 단정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였다. 삼칠일이 지나자 종친이 모여 축하하였다.
그 아버지가 아기를 모든 친척들에게 보이며 말하였다.
“이 아기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하겠습니까?”
친척들이 의논하여 말하였다.
“이 아기는 장자 승군(勝軍)의 아들이니 마땅히 더불어 자(字)를 세워서 이름하여 대군(大軍)이라 하여야 합니다.”
머지않아 다시 한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이 잘생겼으며 형보다 배나 뛰어났고 상이 원만하였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상의하여 대군의 동생을 소군(小軍)이라 이름하였다. 훗날 승군의 그 처가 죽자 장례 의식을 갖추어 숲에서 시신을 태웠다. 세월이 지나 근심과 회포가 점점 사라지자 곧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다시 장가들면 두 아들을 걱정시킬 것이다. 대군이 크면 곧 아내를 얻으리라’ 하였다. 장자가 머지않아 문득 병을 얻었다. 아무리 약을 써도 쇠약해 갔고 증세가 갑자기 심해지자 장자는 두 아들을 위로하고 달래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쌓고 모은 것은 다 사라지고 흩어지며
높이 받든 것은 반드시 떨어진다.
합하여 모인 것은 끝내 이별하여 떠나가니
생명이 있으면 다 죽음에 돌아가도다.
이 말을 하고서 곧 문득 명을 마치니, 장례의식을 갖추어 시신을 들 밖에서 태웠다. 대군이 아버지를 위하여 널리 복된 업을 닦아 스스로 생각하기를 ‘자애로운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는 나에게 옷과 재물을 주시었는데, 이제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마땅히 스스로 구하고 찾아서 가업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겠구나. 나는 이제 모든 재물과 돈을 가지고 다른 지방에 가서 이로움을 구하며 살아가야겠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소군에게 말하였다.
“동생아, 지금 아느냐? 자애로운 아버지가 계셨을 때엔 의식이 궁핍하지 않았는데 떠나가신 후로는 모름지기 스스로 경영하여 구하여야 하니, 너는 마땅히 집에서 부지런한 마음으로 집안을 잘 돌보아라. 나는 이익을 구하러 잠시 소득이 있는 다른 지방으로 가서 생계를 꾸려 갈 것이다.”
동생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이때 대군은 많은 재물과 보화와 물건을 가지고 다른 지방으로 떠났는데, 그가 거치는 곳마다 구하는 것은 모두 얻었다. 글로 동생에게 알리기를 “나는 대단히 편안하며 많은 재물의 이득을 얻었다. 너는 마땅히
편안히 가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하였다. 더 많은 이익을 탐하였기 때문에 다시 먼 지방으로 가서 후에 거듭 서신으로 알렸으니, 게송은 다음과 같다.
탐욕으로 말미암아 이익을 구하였는데
이득 얻으니 점점 탐욕 생겨나네.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탐욕으로 다 잃었구나.
이곳저곳 이득을 구하여 멀리 변방에 나아가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그 대군의 부인은 옷과 음식이 풍족해지자 음욕의 생각이 곧 생겨 곧 소군에게 음욕에 물든 상을 나타내었다. 소군이 허락하지 아니하니, 음욕심이 다시 더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생각이 없느냐?”
소군이 그 말을 듣고 귀를 막고 말하였다.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큰 형수는 어머니와 같습니다.”
여인은 그릇된 정을 배우지 않고도 안다. 드디어 낡은 옷을 입고 친정에 돌아가 수심에 가득 찬 모습으로 추악한 자리에 누우매 어머니와 집의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어떤 근심과 고통이 있어서 여기에 왔느냐?”
여인이 대답하였다.
“여인의 고통스러운 일은 다 같이 알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음욕의 마음에 얽히고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가지가지 방편으로 그녀를 회유하였지만 그러나 해진 자리에 누워서 일어나지 아니하며 거듭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음욕의 마음에 시달리고 있으니, 어머니는 나를 위하여 다른 장부(丈夫)를 구하여 주시오.”
그 어머니는 내려다보면서 말하였다.
“너의 시동생은 용모가 단정한데 어찌 그에게 구하지 않았느냐?”
대답하였다.
“내가 이미 간절히 요구해 보았지만 그는 허락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어머니가 곧 말하였다.
“너는 다른 모든 부인들이 남편이 멀리 가도 오로지 정조를 지키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어찌하여 너만 지금 홀로 근심과 고통을 품고 있느냐?”
대답하였다.
“그들의 남편에게서는 때때로 소식이 오니 희망이 있지만 나의 남편은 소식이 끊어졌으니 반드시 죽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이리저리 달래어도 여인은 누워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다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다른 말은 그만두고 마땅히 나를 위하여 장부를 구하여 주시오. 만약
나의 마음을 거스른다면 몰래 도망가서 숨을 것입니다. 그러면 두 가문은 나쁜 소문이 크게 날 것입니다.”
이때 부모와 종친이 의논하여 말하였다.
“이 여식을 보아 하니, 끝내 고집을 바꾸지 아니하리니, 마땅히 모든 음식을 갖추어서 소군을 불러야 할 것이오.”
소군이 부름을 받아서 곧 와서 자리에 나아가서 식사를 마치니, 소군에게 말하였다.
“지금 사사로운 일이 있어 일부러 도움을 청하였소. 그대의 큰 형수는 음욕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를 도와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사로이 달아나지 마시오.”
소군이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 형수는 어릴 때부터 나의 집에 들어와서 오로지 달리 다른 사람을 상대함이 없었고, 또 두 집안에 나쁜 소문이 날까 봐 두려워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뜻을 열어 서로 의좋게 지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같이 집으로 돌아와서 동거하였다. 동거한 지 오래지 아니하여 곧 임신을 하니, 여자의 친구들이 보고 이상히 생각하여 물었다.
“너의 뱃속에 있는 이것은 어디로부터 어떻게 얻은 것이냐?”
대답하였다.
“나의 남편이 떠나고부터 결심하여 과부로 지내었는데,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망령되게 더러움으로 점찍느냐?”
다시 친밀한 여인이 있었는데 사사로이 서로 말하였다.
“네가 아무리 숨기려고 하지만 모양이 이미 드러난다.”
드디어 임신된 것을 이야기하니, 물었다.
“누가 허락하였느냐?”
대답하였다.
“소군이다.”
친구가 말하였다.
“만약 이가 소랑(郎郞)이라면 이에 다시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배가 더욱 불러왔을 때 형으로부터 서신이 날아왔다. 형이 서신으로 소군에게 말하였다.
“나는 요즈음 무역이 흥성하여 드디어 먼 지방에 이르러 경영하여 구하는 것은 다 뜻을 이루었으니 너는 근심하지 말라. 오래지 아니하여 돌아갈 것이다.”
소군이 듣고 나서 깊은 회한이 생기어 은밀히 생각하여 말하였다.
“나는 큰 형을 기다리기를 가뭄에 비를 생각하는 것과 같이 했는데 오랫동안 소식을 끊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내가 본래 마음이 없었는데 이런 악행을 지었으니, 수치스러운 일이 드러나면 바야흐로 그 귀결을 말하리라. 세상에 전하는 말에 원가(怨家) 중 원수 집안이 되는 것은 처를 범하는 것보다 더 중한 것이 없다 하였으니, 형이 와서 만일 알게 된다면 반드시 나를 해칠 것이니, 지금 멀리 도망가야 하겠다.
또다시 생각하였다.
‘집과 고향을 버리기 어렵지만 지금 승광왕(勝光王)은 석가의 제자를 왕의 태자와 같이 자재롭고 걸림이 없게 하고 있으니, 나는 이제 그에게 가서 출가하여야겠다. 형이 비록 돌아오더라도 어찌하랴.’
곧 그 서다림에 가서 한 필추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출가하고자 하오니 불쌍히 여겨 허락하여 주소서.”
대답하였다.
“재물과 생명은 오래가지 않는 것인데, 버리고 출가하니, 아주 훌륭하구나.”
드디어 삭발하고 법복을 입게 하고 아울러 원구(圓具:구족계)를 주고 간략히 의식을 가르쳐 주고 말하였다.
“어진이여, 사슴은 사슴을 기르지 못하듯 서로 구제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실라벌성 그곳은 아주 넓으니, 너는 마땅히 걸식하여 스스로 몸을 보살펴야 한다.”
소군이 말하였다.
“오파타야(鄔波馱耶:和上)시여, 저는 지금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곧 새벽에 옷과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 드디어 본가에 이르니, 그 여인이 멀리서 보고 가슴을 치면서 말하였다.
“소군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출가하였소?”
대답하였다.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그대가 어찌 알지 못하겠습니까. 나는 큰형을 기다리기를 가뭄에 비를 생각하는 것같이 하였는데, 서신이 이미 끊어지매 형이 다시는 돌아오지 아니하겠구나 하고는 내가 드디어 그대와 그런 나쁜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형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았으니, 형이 돌아온다면 반드시 나를 해칠 것입니다.”
그녀가 바로 대답하였다.
“그대만 스스로 벗어나려고 한다면 나는 다시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소군이 말하였다.
“나는 남에게 강요받아서 그랬을 뿐 본마음에는 없었으나 그대는 음욕에 얽히었으니, 알아서 힘써 보십시오.”
그리고는 가 버렸다. 이때 소군에게는 옛날부터 친하게 지내던 이가 있었는데, 그는 의원의 처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본가에 가서 소군이 있는 곳을 물으니, 그 여인이 대답하였다.
“나를 속여 욕되게 하고는 나를 버리고 출가하였소.”
그러자 친구가 물었다.
“어디에 있소?”
대답하였다.
“서다림의 사문이 머무는 곳에 있소, 만약 믿지 않는다면 가서 찾아보시오.”
여인의 말을 듣고 가서 필추 대중을 보니 형상과 옷 모양이 서로 같아 누가 바로 소군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필추에게 소군이 어디 있는가를 물으니,
그 필추가 소군이 어느 곳에 있는지 가르쳐 주어 소군을 찾아 그에게 물었다.
“어찌 나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이곳으로 출가하였소?”
대답하였다.
“이렇게 갑자기 내가 출가한 것을 책망하지 말아야 하네.”
그리고는 형의 서신을 자세히 말하고 아울러 과거의 자신의 허물을 이야기하면서 부득이 하여 사문이 된 사연을 늘어놓았다. 친구가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의술을 알아서 자못 약의 처방을 익히었네. 만약 아이를 배었다면 약이 있어 능히 없어지게 할 수 있네.”
소군이 그것을 듣고 묵묵히 있었다.
이때 그 친구는 곧 그를 위하여 약을 만들어 한 여자를 시켜 소군의 부인에게 보내면서 말하였다.
“이 가루약은 바로 소군 필추가 나를 보내 당신에게 전달하라고 보내온 것이니, 따뜻한 물에 타서 복용하면 반드시 평상시와 같이 될 것입니다.”
그 여인이 그곳에 가서 자세히 일을 말하니, 부인이 듣고 일러준 대로 약을 먹으니 뱃속의 태아가 곧 떨어져서 임신한 모양이 없어졌다.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서 여인에게 물었다.
“태아가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하였다.
“내가 일찍이 남편이 떠난 후로 과부로 살며 뜻을 지키고 있으니 나쁜 일을 가지고 와서 서로 더럽히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이때 친한 여자가 은밀히 그것을 일러 말하였다.
“너는 먼저는 ‘소군이 허락하였다’고 말했는데, 왜 오늘 ‘나에게 처음부터 없었다’고 하느냐?”
대답하였다.
“그로부터 와서 다시 그로 인하여 떠나 가버렸다.”
또 물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대답하였다.
“소군이 나에게 독약을 주어 먹고 나니 태가 삭았다.”
여러 여인들이 서로 알리며 각각 비난하고 꺼려하며 말하였다.
“모든 석가의 제자가 능히 나쁜 일을 하니, 진실로 사문이 아니다. 사람에게 독약을 주어서 태가 떨어지게 하였다.”
이 비난의 소리가 온 성읍에 차서 다 말하였다.
“소군 필추는 죄업을 지었도다.”
모든 필추들이 듣고 곧 가서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소군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진실로 이와 같은 일을 지었느냐?”
소군 필추가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만 덩달아 기뻐하였을 뿐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시었다.
“그 소군은 죽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이와 같은 일에 마음속으로 덩달아 기뻐해서는 안 된다. 만약 덩달아 기뻐한다면 월법죄를 얻으리라.”
머지않아 대군이 이득을 얻어 환희하여 돌아와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아니하는 곳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무릇 세간 사람은 착한 것을 들으면 돕고 기뻐하고, 악한 것을 보면 서로 걱정하는지라. 어떤 이가 그 부인에게 알렸다.
“대군이 오면 재물이 가득 차 부유해지리니, 장차 기쁜 일이 일어날 것이오.”
부인은 교묘히 속이는 것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심히 근심되고 두려워 추하고 낡은 옷을 입고 험한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이때 그 대군은 성에 들어와서는 상점에 재화와 물건을 두고 곧 집에 돌아와 그가 살던 곳을 보니, 길상스러운 모습이 없었다. 종에게 물었다.
“집의 주인은 어디에 있느냐?”
“방에 누워 계십니다.”
듣고 나서 아내에게 가서 말하였다.
“어진이여, 그대는 내가 오는 것을 듣고 어찌 기뻐하지 아니하느냐?”
대답하였다.
“지금 그대가 오는 것을 듣고 실로 기쁜 마음이 생기었소. 다만 그대가 나를 지키며 보호하도록 남겨둔 소군이 곧 나를 범하였소.”
대군이 물었다.
“어떻게 하였소?”
대답하였다.
“소군은 도리가 아닌데도 강제로 능멸하고 강요하였소.”
대군이 물었다.
“그는 그대를 속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속인 것이다. 그대는 어서 일어나라. 내가 다스리리라. 소군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당신이 온다는 것을 듣고 몰래 달아나 출가하였소.”
“어느 곳에 있느냐?”
“서다림의 부처님의 제자가 있는 곳에 있습니다.”
그 처에게 말하였다.
“그곳이 어찌 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성(城)이더냐? 내가 마땅히 그에게 법으로 벌을 다스리리라.”
이때 한 사람이 소군에게 일러 주었다.
“소군이여, 그대의 형이 왔음을 아는가?”
“형이 무슨 말을 하였소?”
“너의 형은 ‘그 서다림이 어찌 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성이더냐? 내가 지금 마땅히 심한 법으로 벌을 다스리리라’라고 하였다.”
이때 동생이 듣고 나서 크게 공포심이 생겨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나는 그를 두려워하여
출가하였는데 어찌 이곳에서 도리어 그의 해를 만나는가. 필추는 왕태자와 같이 장애가 없다고 했지만 그러나 나는 허물이 있으니, 만약 와서 서로 만난다면 반드시 나를 해칠 것이니, 나는 지금 어서 도피하여야겠다.’
이때 소군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스승에게 말하였다.
“오파타야여, 나는 그를 두려워하므로 출가를 하였는데 듣건대 그가 저를 심하게 해치러 온다고 합니다.”
본 스승이 물었다.
“그는 바로 어떤 사람이냐?”
말하였다.
“그는 바로 저의 형입니다. 지금 멀리서 와서 도살하는 사람과 도모하여 해치려 하면서 ‘어찌 서다림이 이 두려움을 없애는 성이더냐. 마땅히 심한 법으로써 다스리리라’ 하였습니다. 저는 국법으로 왕태자와 같이 안온하고 걸림 없는 것을 알았지만 저에게 허물이 있어 반드시 저를 해칠 것이니, 지금 피해가야만 하겠습니다.”
그 스승이 말하였다.
“너는 어디에 가고자 하는가?”
소군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왕사성으로 가고자 합니다.”
스승이 말하였다.
“그곳에는 내가 아는 필추가 있으니, 나의 글을 가지고 가서 그에게 주면 머물게 할 것이요, 반드시 자애한 은혜로써 너를 보호해 줄 것이다.”
소군이 말하였다.
“매우 고맙습니다.”
이때 친교사(親敎師)가 곧 글을 지어서 그 필추에게 주며 말하였다.
“이 소군은 바로 나의 제자요, 지금 먼 그곳에 가서 의지하려고 하니, 그대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오. 부디 그를 숨겨서 보호하여 안락하게 머물게 하여 주시오.”
그 소군은 이미 글을 얻어서 스승에게 예를 올리고 나가 두려운 마음에 좌우를 살피면서 점점 나아가 왕사성에 이르러서 그 필추를 찾아뵙고 나서 발에 예하고 친교사의 글을 그에게 주었다.
그 필추는 글을 읽고 나서 말하였다.
“잘 왔다, 구수여. 나는 너의 옛 스승과 같으며, 너는 나의 제자와 같다. 마땅히 내 곁에서 불법을 수학하라. 너가 필요로 하는 옷과 발우와 실주머니[絡囊], 물주머니[水羅], 허리띠[條帶]는 내가 다
모자람이 없게 줄 것이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필추에게 두 가지3)의 마땅히 할 일, 이를테면 선정[禪思]과 독송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엇을 즐겨 하느냐?”
말하였다.
“저는 정려(선정)를 즐겨 합니다.”
대답하였다.
“매우 훌륭하도다. 법에 의하여 가르치리라.”
그리하여 그는 곧 한림(寒林) 가운데 시체를 버리는 곳[棄屍處]에 이르러 힘써 부지런히 수행하여 모든 결혹(結惑)을 끊고 무생법(無生法)을 증득하고 아라한과를 얻고 삼계(三界)의 번뇌를 떠나 금과 흙을 관하여 평등하여 다름이 없고 칼로 베는 것과 향을 바르는 것과는 두 가지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손으로 허공에 휘두르는 것과 같이 마음에 걸림이 없고 능히 큰 지혜로써 무명의 껍질을 깨고, 3명(明)과 6통(通)과 4무애변(無碍辯)을 다 구족하고, 모든 것에 대한 애착과 이양(利養)과 공경함을 버리지 아니하는 것이 없어서 제석(帝釋) 등 모든 하늘이 같이 찬탄하게 되었다.
뒤에 다른 때 대군이 서다림에 나아가 모든 필추들에게 물었다.
“성자여, 자못 이 성의 장자의 아들로서 이름이 소군이라고 하는 이가 여기에 출가하였습니까?”
“있습니다. 그대와 어떠한 친척입니까?”
“바로 동생입니다.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그는 멀리 왕사성으로 갔습니다.”
대군은 발에 예하고 가면서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설령 그곳으로 갔어도 그곳도 또한 바로 두려움을 없게 하는 성이 아니니, 내가 마땅히 그곳에 가서 법으로써 죄를 다스리리라.’
대군이 곧 필요한 양식을 많이 가지고 길을 떠나 왕사성에 이르렀다. 죽림에 가서 모든 필추들에게 물었다.
“성자 중에 실라벌성 장자의 아들로서 이름이 소군이라고 하는 이가 일찍이 출가하고서 여기에 와 있습니까?”
“그는 당신과 어떠한 친척입니까?”
“바로 동생입니다.”
대군이 또 물었다.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한림 가운데 시체를 버리는 곳에 있습니다.”
듣고 나서 곧 갔으나 그 숲 안에는 함께 범행을 닦는 많은 필추가 있었고, 대군이 동생과 이별한 지
이미 오래되어 얼굴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 가운데서 쉽게 찾아낼 수가 없었다. 한참 세밀히 살핀 후에야 비로소 알아보았다. 대군이 생각하기를 ‘그가 만약 나를 알면 반드시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어 또다시 얼굴을 숨기고 달리 꾀를 쓸 것이다’ 하였다.
곧 숲에서 나와서 사방을 돌아보니, 어떤 사냥하는 사람이 활과 화살을 가지고 짐승을 잡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가까이 가서 물었다.
“그대는 지금 활과 화살을 잡고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사냥꾼이 말하였다.
“나는 사냥하며 유희하려고 합니다.”
“그대가 잡은 것의 이득이 많습니까, 적습니까?”
“때로는 이득을 얻고, 혹은 얻지 못합니다.”
“이익을 얻으면 어느 정도의 돈을 얻습니까?”
사냥꾼이 대답하였다.
“5, 6금전(金錢)을 벌 수 있습니다.”
곧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5백 금의 돈을 줄 터이니, 그대는 능히 나를 위하여 원수의 필추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이때 그 사냥꾼은 이익을 탐하였기 때문에 곧 그 물건을 갖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 모든 필추들은 국왕의 은혜를 입어 태자와 같이 자재하여 걸림이 없다고 허락 받았으며, 나는 조석으로 항상 여기에 왕래하는데 만약 필추를 죽인다면 나의 처자는 반드시 마땅히 옥사할 것이다.’
또 생각하였다.
‘내가 낮에 일찍 이 숲에 들어와도 두려움이 생겨 온몸의 털이 다 서는데, 이 모든 대덕은 밤낮을 불문하고 항상 이 숲에서 있으면서 안온히 머물고 있으니, 어찌 수승한 수행을 이루어 갖추지 아니하였으랴. 그러나 저 사람은 흰 후추와 같아 출생한 곳도 모르는데, 나는 이미 물건을 얻었으니 도리어 그를 죽여야겠다.’
그리고는 곧 독화살을 장치하여 모양이 타자(吒字)로 되게 하여 활을 당기니, 화살이 대군의 가슴을 뚫고 나갔다. 지독한 독이 대군의 몸에 퍼지자 곧 악심(惡心)을 내어 말하였다.
“지금 이 사냥꾼이 도리어 나를 해쳤으니 반드시 이는 소군이 먼저 꾀를 쓴 것이리라. 내 지금 비록 죽을지라도 다음 생에서 맹세코 소군을 해치리라.”
모진 원을 발원하고 나서 곧 명을 버리매 드디어
소군의 문지도리 아래에서 독뱀으로 태어났다. 아무리 아라한이 되었다 할지라도 만약 미리 관찰하지 아니한다면 그 일을 알지 못한다. 이때 소군이 문짝을 여는 것으로 인하여 그 뱀을 갈아서 죽이게 되었다. 대군은 독한 마음을 없애지 아니하여 뒤에 문 위의 지도리[樞]에서 뱀의 몸을 받고 태어났고, 앞에서와 같이 갈려서 죽임을 당하였고, 상(牀) 다리의 아래에서 다시 독뱀이 되었으며, 이와 같이 네 번 반복하여 상다리 아래에서 다 눌려 죽임을 당했다. 그 뱀은 매번 죽어도 계속하여 다시 몸을 받고 몸이 점점 가늘어져 독한 마음이 더 심하여졌다.
뒤에 다른 때에 옷을 걸어두는 횃대 사이에 독뱀의 몸을 받고 태어났는데, 이때 소군은 홀로 고요한 방에서 묵묵히 앉아 있었다. 이때 독뱀이 묵은 원한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몸 위에 떨어져서 독을 가지고 그를 물었다. 그러자 소군은 마침내 곧 크게 부르짖으며 모든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이상한 독뱀이 있는데 맹렬하고 치성하여 두려워할 만합니다. 그 독뱀은 길이가 네 치쯤 되는 작은 쇠철사와 같은데, 나의 몸 위에 떨어져서 독으로 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함께 와서 같이 나의 몸을 붙잡아 방 밖에 마주 들어내시오. 마치 먼지와 모래를 움켜쥐었다가 손을 펴면 곧 흩어지는 것처럼 이 육신이 허물어지고 찢어지게 내버려두지 말아주시오.”
이때 구수 사리자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의 한 나무 아래에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있다가 그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곧 소군에게 가서 물었다.
“나는 너의 얼굴 모양이 달라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떤 까닭으로 너는 지금 ‘이상한 독뱀이 있는데 맹렬하고 치성하여 두려워할 만합니다. 길이가 네 치 정도 되는 작은 철사와 같은 것이 나의 몸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대들이 같이 와서 함께 나의 몸을 잡고 방 밖으로 마주 들어내시오. 마치 움켜쥔 먼지와 모래를 손을 펴면 곧 흩어지는 것과 같이 이 육신이 무너져 흩어지도록 하지 말라’라는 말을 하느냐?”
이때 소군이 사리자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만약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에 있어서 나와 내 것이 있고, 빛ㆍ소리ㆍ향기ㆍ맛ㆍ촉감ㆍ법에 있어서 나와 내 것이 있고, 땅ㆍ
물ㆍ불ㆍ공기ㆍ바람ㆍ알음알이[識:마음]에 있어서도 나와 내 것이 있고, 색(色)ㆍ느낌[受]ㆍ생각[想]ㆍ행동[行]ㆍ식별[識]에 있어서도 나와 내 것이 있는 이와 같은 사람은 모든 6근(根)이 얼굴과 색깔로써 변이합니다.
대덕이여, 나는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즉 나는 모든 근(根)ㆍ경(境)ㆍ6계(界)ㆍ5온(蘊)에 있어서 나와 내 것이 없는데, 어찌 나의 얼굴이 지금 색이 변하겠습니까? 대덕 사리자여, 나는 오랜 동안 나와 내 것, 아만과 집착, 수면번뇌(隨眠煩惱)를 이미 알고 이미 끊어서 영원히 뿌리째 뽑은 것이 마치 다라(多羅)나무를 베어내면 다시 자라나지 아니하는 것과 같이 하여서 미래세에도 다시 태어나지 아니할 터인데, 어찌 나의 지금 얼굴색이 변하겠습니까?”
때에 구수 사리자가 많은 필추와 함께 소군을 마주 들고 방 밖으로 나가는데 마치 움켜쥔 모래 먼지가 손을 펴매 곧 흩어지는 것같이 소군의 몸이 백 조각으로 궤란(潰爛)되어서 겨우 들고 나갔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게송[伽他]을 설하였다.
범행이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수명 다할 때 환희하여
오히려 온갖 병 버리는 것과 같네.
범행이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수명 다할 때 환희하여
오히려 독그릇 버리는 것 같네.
범행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죽을 때 두려움 없으니
오히려 불난 집 벗어나는 것 같네.
범행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지혜로써 세간을 보니
오히려 초목과 같네.
지은 일 이미 갖추어
생사에 머물지 않고
온갖 뒤의 다음 생에서
그 몸 상속하지 아니하네.
이때 소군이 이미 열반에 들자 존자 사리자가 모든 필추들과 함께 그 뼈와 살을 태워서 공양하고 세존의 처소에 가서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소군 필추는 맹렬하고 치성하여 두려워할 만한 독사가 몸에 떨어졌는데, 그 독사는 가늘기가 철사 같고,
길이가 네 치 정도 되며, 소군에게 독을 쏘아서 그 몸을 해쳐 무너져 흩어지니, 소군의 몸은 마치 모래 먼지를 움켜쥔 손을 펴면 흩어지는 것과 같이 지금 이미 열반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야, 만약 소군 필추가 마땅히 그때 이 게송 및 비밀스런 주문을 외웠다면 독사에게 해를 입지 않아 몸이 허물어져 찢어지고 흩어져서 마치 먼지와 모래같이 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이때 사리자가 세존에게 청하였다.
“어떤 것이 게송 및 비밀스런 주문이옵니까?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설하여 주소서. 저희는 듣고 다 같이 받아 지니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게송 및 비밀스런 주문을 설하시었다.
나는 지국주(持國主)4)
및 갈라말니(曷羅末泥)5)
집파(緝婆:용왕의 이름)ㆍ금발라(金跋羅:용왕의 이름)에게
모두 한결같이 자비의 생각 내었지.
교답마(喬答摩:석존)는 추목(醜木)6)과
난타(難陀)ㆍ소난타(小難陀)7)와
발 없는 것과 두 발 있는 것들에게도
또한 자비의 생각 일으켰지.
모든 용들 중에
물에 의지하여 사는 자
걷고 머무는 유정(有情)의 종류에도
나는 다 자비의 마음 일으켰지.
일체의 사람과 하늘의 대중
귀신 및 방생(傍生)에도
다 이롭고 편안함 얻어
병 없이 항상 환희할지어다.
보는 것 모두 어질고 착해
모든 원망과 악함 만나지 않고
나는 다 자비의 생각 일으켰으니
독의 해로 서로 침노하지 말지어다.
내가 낭떠러지와 골짜기 같은 험한 곳
온갖 곳을 유행하매
독을 씹거나 독의 해에도
항상 서로 번거롭고 요란하게 하지 말라.
세존 자애로운 아버지[大慈父]께서
말씀하신 진실한 가르침,
나는 부처님 말씀을 설하기 때문이니
모든 독이여, 나를 해치지 말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세간의 큰 독이라
부처님 진실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모든 독 스스로 녹아 없어질지어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세간의 큰 독이라
법의 진실한 말씀으로 말미암아
모든 독 스스로 녹아 없어질지어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세간의 큰 독이라
승가의 진실한 말씀으로 말미암아
모든 독 스스로 녹아 없어질지어다.
온갖 독을 없애고
옹호하여 섭수하라.
부처님께서는 모든 독 없애셨으니
독사의 독이여, 그대는 녹아 없어질지어다.
달질타암 돈비려돈비려돈벽발리돈벽 날제소날제곗날제 모내예 소모내
怛姪他菴 敦鼻麗敦鼻麗 敦薜鉢利敦薜 㮈帝蘇㮈帝 雞㮈帝 牟柰裔 蘇牟柰
예 탄제니 라계세 차로계벽 올비영구려사바하
裔 彈帝尼 攞雞世 遮盧計薜 嗢毘盈具麗莎 訶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이르셨다.
“만약 소군 필추가 그때 만약 스스로 하든지, 만약 남에게 이 게송과 신주(神呪)를 설하게 했다면, 반드시 독사의 침해를 면했을 것이며, 그 몸이 허물어져 흩어 분열되는 것이 마치 움켜잡은 모래 먼지가 손을 펴면 다 흩어지는 것과 같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다 의심이 있어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지금 여쭙고자 하오니 오직 저희의 의심을 끊어 주소서. 소군 필추는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생에는 큰 부잣집에 태어나서 재물과 보배가 많아 요익하다가, 다시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세존의 처소에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다시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비록 성인의 과를 얻었을지라도 독에 물려 몸과 마음이 고뇌에 시달리다가 열반에 들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이르셨다.
“이 소군 필추는 일찍이 지은 업을 반드시 스스로 받았으며, 그리고 그 소군은 스스로 지은 업이 자라나 때가 익어서 인연이 변하여 현재에 나타나는 것이 형상에 그림자가 따르는 것과 같이 결정코 보를 받았으니, 달리 대신하여 받아줄 자가 없었다. 너희들 모든 필추들은 만약 사람이 지은 선과 악업은 밖의 경계, 즉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에서 그 보를 받는 것이 아니요, 다 자신의 온(蘊)ㆍ계(界)ㆍ처(處) 가운데서 이숙(異熟)을 불러오는 것이니라.”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설하셨다.
가령 백 겁을 지날지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고
인과 연이 만날 때
과보도 돌아와 스스로 받도다.
“너희들 모든 필추들이여, 지난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없을 때 어떤 독각(獨覺)의 성자가 세간에 출현하여 빈궁함을 가엾게 여기어 항상 스스로 낡고 험한 옷과 음식을 받았는데, 세상에 아주 드문 사람으로 유일한 복전(福田)이었다.
그때 어떤 한 마을에 사냥꾼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숲의 연못에서 살았는데, 그 못가에는 많은 새와 짐승들이 모여 살았다. 그때 그 사냥꾼이 많은 그물과 덫과 새 잡는 풀과 노끈으로 된 고리[罥索] 등을 깔아놓아 매일매일 많은 새와 짐승을 잡았다.
이때 독각은 우연히 그 마을에 이르러 천사(天祠)에 의지하여 머물렀다. 첫새벽에 옷과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하여 밥을 얻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곳은 하늘에 제사지내는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고 복잡하니 마을 밖에 고요한 숲이 있으면 내가 걸식하기에 적당하니 거기에 머물러야겠다.’
점차 구하고 찾아서 드디어 못가에 이르러 고요한 숲이 있는 것을 보고 머물기로 마음먹었다. 곧 옷과 발우를 한 곳에 두고 벌레를 걸러 가며 손발을 씻고 나서 낙엽을 모아서 땅에 펴고 앉아서 식사를 마친 후에 손과 발우를 씻고 발우를 두고 나서 다시 발을 씻고 한 나무 아래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위의가 고요한 것이 마치 용왕이 몸을 휘감고 앉아 있는 것과 같았다. 이날에는 인기척이 있었기 때문에 새와 짐승이 오지 아니하였다.
이때 그 사냥꾼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그 연못가에 나아가 그물과 덫을 살펴보니 하나도 잡힌 것이 없었다.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다른 날에는 그물과 덫이 비어 있는 적이 없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지금은 한 마리도 걸린 것이 없을까?’
곧 못가를 사방으로 관찰하여 드디어 사람의 자취를 발견하였다. 발자취를 찾아가다 위의를 고요하게 하여 가부좌를 하고 앉은 독각을 보았다.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위의가 적정한 이 출가한 사람을 보니, 만약 내가 지금 그의 목숨을 끊어 버리지 아니한다면 능히 나의 의식(衣食)이 단절될 것이다.’
독하게 해칠 뜻을 가지니 미래를 보지 못하였다. 곧 활을 들어 그 독화살을 당기니 그의 급소에 명중하였다.
이때 그 성자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어찌 이 무식한 사냥꾼에게 긴 악취(惡趣)에서 큰 고뇌를 받게 하랴. 내가 마땅히 손을 내밀어서 건져내어야 하리라.’
마치 거위 왕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몸에서 물과 불이 나오는 대신통을 나타내니, 모든 이생(異生:범부 중생)의 부류는 신통을 보면 속히 곧 귀의함이 큰 나무가 꺾이는 것과 같은지라. 멀리 그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진실하신 복전이시여, 속히 내려오소서, 속히 내려오소서. 나는 어리석고 무식하여 욕심의 늪[欲泥]에 빠졌습니다. 자비로 애민히 여기어 건져주십시오.”
이때 독각은 그를 가엾게 여기는 까닭으로 몸을 세워서 내려왔다. 사냥꾼이 슬퍼하여 꿇어앉아 독화살을 뽑고 물건으로 그것을 붙들어 매면서 아뢰었다.
“성자여, 나의 집에 가면 창약(瘡藥)이 있사오니 만약 금니(金泥:아교에 섞은 금가루)를 상처 위에 바른다면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독각은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나의 이 몸은 냄새나고 피고름이 있으나 얻을 것은 지금 이미 얻었다. 내가 이제 마땅히 무여의묘열반계(無餘依妙涅槃界)에 들어가야 하리라.’
도로 허공에 올라 모든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열반에 들어갔다.
이때 그 사냥꾼은 많은 재물을 가진 큰 부자였다. 그는 여러 향나무로써 성자의 몸을 화장하고 다시 우유로 불을 끄고 난 후에 다시 남은 뼈를 거두어 금병에 넣어서 네거리의 길가에 사리라탑(舍利羅塔)을 세워서 갖가지 비단 그림이 그려진 일산[繒蓋]과 당기[幢]와 번기[幡]와 꽃과 향과 음악을 울려서 공양하고 지심으로 탑에 예배하고 발원하여 말하였다.
‘나는 실로 우매하여 선악을 알지 못하여
드디어 이와 같은 진실한 복전(福田)에 지극히 중한 죄를 지었습니다. 다음 세상에 악의 과보를 불러오지 말도록 하여 주소서. 모든 공양의 선근(善根)으로 내세에 받는 몸이 항상 부와 즐거움을 수용하여 풍요하고, 얼굴은 단정하여 보는 자는 환희하며, 이와 같은 뛰어난 복전을 구족하여 마땅히 가장 훌륭한 큰 스승을 받들어 섬기며 싫어하고 게으름이 생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모든 필추들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그 사냥꾼이란 곧 소군이다. 옛날에 독화살로 그 독각의 급소를 쏘았기에 이 악업의 힘은 곧 무간대지옥 가운데에서 1겁을 채우고 불에 타는 고통을 받고도 남은 업이 있어서 5백 생 동안 항상 독의 해를 입고 다시 지금 몸으로 아라한과를 얻었지만 도로 독의 해를 만나 열반에 들었느니라. 그의 발원으로 말미암아 부유하고 즐거운 집에 탄생하여 얼굴이 단정하고, 나아가 지금까지 빠짐없이 받지 아니한 것이 없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나의 법 가운데에서도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어서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나는 백천 구지(俱胝)의 독각 가운데서 가장 수승한 스승이라 그가 나를 섬기매 싫어하거나 게으르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필추 너희들은 알아라. 만약 순백의 업[純白業]이라면 순백의 이숙(異熟:다음 생)을 얻고, 만약 순흑의 업[純黑業:악업]이라면 순흑의 이숙을 얻고, 만약 흑백이 섞인 업[雜業]이라면 잡된 이숙을 얻으리라.
너희들 필추들이여, 마땅히 순흑업과 잡업을 버리고 순백업을 부지런히 닦고 배워야 할 것이다.”
이것은 바로 연기로서 거듭하여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3) 단인명학처(斷人命學處) ①
전체의 뜻을 게송으로 거두어 말하였다.
처음에는 타색가(馱索迦, Dsaka)와
몸 안[內身] 등으로 살생을 하는 것과
독(毒)의 해와 죽은 귀신을 일으키는 것을 인연하였고
뒤에는 욕실의 일을 논하였다.
따로 게송으로 거두어 말하였다.
타색가와 파락가(波洛迦, Plaka)
선어(善語) 및 길상(吉祥)과
발우와 옷과 태(胎)를 떨어뜨림과
장자와 녹장(鹿杖) 범지에 대한 것이다.
이때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실라벌성 서다림의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이때 이 성안에 타색가와 파락가라는 두 필추가 있었다. 둘은 뜻이 서로 맞아 벗으로 사귀었다. 어느 때에 파락가가 병이 들어서 타색가가 병을 보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이때 파락가가 곧 밤중에 대성통곡하니, 타색가가 물었다.
“구수(具壽)여, 어떤 뜻으로 우는가?”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내가 병과 주림과 목마름에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타색가가 말하였다.
“구수여, 출가법으로 마땅히 그것을 억눌러야 하느니라. 가령 밥이 있어도 주는 사람이 없는데, 하물며 지금 이 시각에 식사를 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가 다시 슬피 울었다. 날이 밝아서 말하였다.
“나는 배고프고 목마르다.”
타색가가 말하였다.
“구수여, 우선 치목(齒木)1)을 씹으시오. 내가 의원에게 물어보겠소.”
타색가는 의원이 있는 곳에 이르러 물었다.
“어진이여, 지금 소년 필추가 갑자기 병이 들어 그에게 처방을 해야 합니다.”
의원이 말하였다.
“성자여, 그 필추에게는
이러이러한 약을 주어야 합니다.”
그때에 파락가는 타색가가 간 후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가죽신을 신고 군지(君持)2)를 가지고 치목을 잡고 문밖에 나가 양치를 하였다. 다른 필추가 물었다.
“구수 파락가여, 어찌하여 밤새도록 괴롭게 울었소?”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내가 지극히 주리고 목말라 그리하였소.”
그 필추가 물었다.
“나에게 물과 같은 죽[水粥]이 있는데, 그것을 먹지 아니하겠소?”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대단히 반갑소. 내가 지금 먹겠소.”
이미 먹었는데, 다시 다른 필추가 물었다.
“구수여, 나에게 지금 우유죽과 떡과 고깃국이 있는데, 어찌 그것을 먹지 아니하겠소?”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얻고자 하오.”
곧 방에 나아가 욕심껏 그것을 먹고 나니, 곧 매우 배가 불러서 옆으로 누웠다.
이때 타색가가 의원에게 묻고 나서 급히 의원이 말한 약을 가지고 와서 말하였다.
“구수 파락가여, 일어나 치목을 씹으시오.”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이미 마쳤습니다.”
타색가가 말하기를 “좋습니다” 하고는, 곧 그를 위하여 단(壇)을 만들고 구리그릇을 닦고는 “일어나 식사하시오”라고 부르니, 그가 그의 마음을 생각하여 곧 일어나 앉았다. 이때 타색가는 사람을 시켜서 밥을 가져와서 그에게 주었다. 두세 술의 식사를 뜨고 나서 곧 눕자, 타색가가 말하였다.
“구수여, 어찌하여 식사를 하지 아니하오?”
파락가가 대답하였다.
“먹고 싶지 않습니다.”
타색가가 말하였다.
“그대는 밤중 내내 심하게 괴로워하여 울면서 배고프다고 말하였소. 그런데 지금 내가 식사를 주었는데도 먹고 싶지 않다고 말하니, 그대는 이제 틀림없이 죽을 것이오.”
이때 다른 필추가 대답하였다.
“구수 타색가여, 수고롭게 그러지 마시오. 이미 내가 그에게 물죽과 우유죽, 얇은 떡과 고기를 주어서 그가 배불리 먹었습니다.”
타색가가 파락가에게 물었다.
“구수여, 그대가 정말로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소?”
파락가가 곧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부끄러워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미 먹었소.”
이때 타색가가
곧 이것에 대해 말하였다.
“나는 그대를 위하여 일부러 옷과 발우를 정돈하는 것을 다하고 선업(善業) 닦는 것을 그만두고 그대를 도와주었는데, 그대는 스스로 몸에 대하여 잘 삼가하지 아니하였으니, 차라리 독약을 먹을지언정 마땅히 이와 같이 꺼려하는 바를 탐해서는 안 될 것이오.”
이때 파락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깊이 부끄러워하며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같이 범행(梵行)을 하는 자여, 훌륭하도다, 그 말씀이여. 책망이 나에게 미쳤으니……(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차라리 독약을 삼킬지라도 꺼리는 음식을 먹지 아니하여야 했다. 나는 지금 실로 독약을 먹어야 하리라.’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가지 약이 든 주머니를 뒤져서 독약을 찾아내어 드디어 곧 먹었다. 약효가 나타나니, 현기증이 나면서 거의 죽을 것같이 되어 두 눈을 번득였다. 마침내 입에서 거품이 나오는데 울면서 부르짖었다.
“타색가여, 나 죽는다, 나 죽는다.”
이때 타색가가 듣고서 놀라서 두려워하며 와서 물었다.
“구수 파락가여, 어떻게 병을 참지 않고 우는가?”
파락가가 말하였다.
“그대가 나를 위하여 ‘약을 구하며 고생하는데 스스로 삼가하지 않았도다. 차라리 독약을 먹을지라도 이와 같은 꺼리는 음식은 먹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함을 듣고, 곧 ‘같은 범행자는 나를 위하여 수고를 하는데 스스로 능히 삼가하지 못하였으니, 나는 지금 마땅히 그 독약을 먹어야 하리라’고 생각하고, 주머니를 뒤져 독약을 찾아 곧 그것을 삼키었소.”
이때 타색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슬퍼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좋지 못한 일을 저질렀는가?”
그리고는 급히 의원에게 달려가서 물어보았다.
“그 독약은 아주 독한 것이라 고치지 못하는 것이니, 곧 죽을 것이오.”
타색가가 의원에게서 약을 얻어 급히 돌아왔지만 파락가의 명이 이미 다한 것을 보고 곧 후회하는 생각이 들어 ‘어찌 내가 이와 같이 지금 이 죽음을 권한 것이 아니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인연을 모든 필추들에게 알리니,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타색가는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병든 사람 앞에서 이와 같은 말을 하여서 그 병자로 하여금 듣고 나서 죽음을 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만약 이런 말을 한다면 월법죄(越法罪)를 얻느니라.”
이것은 바로 연기(緣起)이고, 세존께서는 오히려 아직 모든 성문 제자를 위하여 비나야에서 그 학처(學處)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이 성에 선어(善語)와 길상(吉祥)이라는 두 필추가 있었다. 두 필추는 마음이 서로 맞아 함께 친구가 되었다. 선어 필추는 사냥하던 업을 버리고 출가하였고, 길상 필추는 장자(長者)를 버리고 출가하였다. 선어의 생질인 두 동자(童子)가 있었는데,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떠돌아다니다가 서다림(逝多林)에 이르러 문밖에서 머물고 있었다.
이때 선어가 문을 나서다가 우연히 보았다. 자세히 얼굴 모양을 보니, 이에 옛 친척임을 알 수 있었다. 곧 물었다.
“너의 부모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
두 동자가 답하였다.
“다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선어가 듣고 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렸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보고 물었다.
“이 두 동자는 바로 어떤 사람인가?”
선어가 대답하였다.
“이 두 아이는 생질이오.”
그 필추들이 물었다.
“이미 외삼촌으로서 친척이 되어 어찌 거두어 기르지 아니하오?”
선어가 대답하였다.
“내가 걸식을 행하여 오히려 나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데, 어찌 다시 다른 이까지 능히 거두어 기르리오.”
필추들이 말하였다.
“이 두 아이로 하여금 필추들에게 나무와 잎과 꽃과 과일 및 치목을 공급하게 하면 필추들은 마땅히 발우 속의 남는 밥을 주어서 구제해야 할 것이오.”
이때 선어가 듣고 나서 곧 맡아서 길렀다. 이 두 동자는 품성이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나무ㆍ잎ㆍ꽃ㆍ과일 및 치목을 잘 공급하여 모셨다.
이때 모든 필추들은 남은 음식을 베풀고 아울러 옷과 필요한 것을 주었다.
많은 세월이 지나 두 아이가 점점 나이 들고 용모도 장대해지고 원만해 갔다. 어느 때 절문 앞에서 놀고 있는데, 다른 친속이 손에 활과 화살을 들고 서다림 앞에서 사슴을 쫓아가면서 동자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떤 인연으로 여기에 머무르게 되었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나의 외삼촌이 이 부처님의 제자에게 출가하였으며, 나는 그에 의지하여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냥꾼이 말하였다.
“너의 외삼촌은 사람됨이 스스로도 살지 못하여 부처님 제자로 출가를 하였는데, 너희들은 어찌 살아가지를 못하느냐? 마땅히 뜻을 세워서 그 아버지의 업을 익혀야 할 것이다.”
동자가 곧 친속에게 아뢰어 논하였다.
“외삼촌은 우리들에게 실로 깊은 은혜가 있으니, 지금 그곳에 가서 여쭈어서 그 일을 결정할 것입니다.”
곧 외삼촌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는 지금 필추들을 모시는 일을 그만두고 어버지의 업을 익히려고 합니다.”
외삼촌이 곧 대답하였다.
“나는 믿음의 보시를 가지고 너희 두 사람을 길러왔는데 어떻게 지금 다시 악한 행을 닦을 것이냐?”
두 아이들이 말하였다.
“설령 이마에 금으로 장식한 것[金鬘]을 매어단다 할지라도 우리는 오로지 반드시 버릴 것인데, 누가 능히 조부의 업을 버리겠습니까?”
드디어 외삼촌의 말을 듣지 않고 마침내 함께 떠나가서 사냥을 하며 스스로 생활을 해 나갔다.
뒤에 어느 때 길상이 몸에 중한 병에 걸려 선어가 간병인이 되었다. 이때 길상은 병고에 시달리면서 문득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계를 가지어 모든 악을 짓지는 아니하였으나, 천당과 해탈은 가벼운 장막으로 막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고통스럽게 의지하고 있는 몸을 마땅히 버리고 좋은 곳에 태어나야겠다.’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고통에 시달리는데 과연 누가 나의 목숨을 죽여 끊어줄 것인가?’
드디어 선어에게 두 생질이 있는데 품성이 거칠고 난폭한 것을 기억하고 생각하였다.
‘그들이 나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니, 어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랴.’
그리고는 선어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의 생질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
선어가 대답하였다.
“그 둘의 이름을 듣는 것조차 나는 싫다.
믿음의 보시로써 데려다 길렀는데, 그들은 지금에 와서 함께 악업을 행하여 그 조부와 같이 짐승 잡는 일을 하여 모든 생명을 죽이면서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
길상이 말하였다.
“그 둘에게 꺼림칙하거나 한스러운 마음을 먹지 말라. 그러하듯 그 두 아이가 서다림에 있을 때 나아가 곤충도 아직 일찍이 해치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데 악한 사람들이 권하여 꾀어서 지금 죽이는 업을 하는 것이다. 그대는 지금 특히 그 나쁜 무리의 권유를 버리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대가 밖에 나가면 나는 병든 몸으로 홀로 있게 되고, 다시 능히 서로 돌보아줄 다른 이가 없으니, 만약 그 아이들을 보거든 불러와서 나를 시봉하게 하여 주오.”
이때 선어가 나가서 걸식하다가 보니, 두 아이가 푸줏간에서 고기를 팔고 있었다. 생질이 외삼촌을 보고 함께 와서 발에 예배하니, 선어는 한탄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너희들과 바로 어떤 친속이냐?”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바로 외삼촌입니다.”
선어가 다시 말하였다.
“그 구수 길상은 또 어떤 친속인가?”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그도 또한 바로 외삼촌입니다.”
그러자 선어가 곧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떠난 후로 그는 병에 걸렸다. 일찍이 다시 오지 아니할 테니 잠시 그를 위하여 찾아가 뵈어라.”
그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는 실로 알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곧 가서 무엇을 도와 드려야 합니까?”
선어가 대답하였다.
“그가 지시하는 것을 해 드려라.”
그리고는 떠났다. 이때 그 두 사람은 곧 길상에게 가서 두 발에 예배하고 나서 한편에 앉았다. 길상이 보고서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성자 선어는 너희들과 어떤 친척인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바로 외삼촌입니다.”
“나는 지금 너희들과 다시 어떤 친척인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또한 외삼촌입니다.”
길상이 고하였다.
“나는 요즈음 병에 걸렸는데 너희들은 일찍이 잠시라도 와서 나를 보지 않았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외삼촌, 우리는 정말 알지 못하였습니다. 선어 외삼촌이 이제야 비로소 우리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곧 왔습니다.”
길상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가 천당에 태어나는 것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길상이 말하였다.
“만약 다음과 같이 한다면 나는 타방인
즐거움이 풍부한 곳에 갈 것이다. 즉 나는 천당과 해탈은 가벼운 장막으로 막혀 있는 것과 같으니, 내가 원하는 것은 고통스럽게 의지하고 있는 몸을 버리고 마땅히 즐거운 곳에 태어나는 것이니, 너희들은 지금 나의 생명의 뿌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곧 대답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가령 다른 사람이 와서 외삼촌을 해쳐도 우리들이 마땅히 그를 죽일 것인데, 어찌 우리들이 외삼촌의 목숨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길상이 말하였다.
“선어가 이미 너희들에게 ‘그가 지시하는 것이 있으면 너희는 마땅히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말씀을 들었습니다.”
“만약 말을 들었다면 마땅히 약속을 지켜 나를 위하여 이 번뇌의 목숨 뿌리를 끊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때 두 사람이 서로 의논하여 말하였다.
“어찌 우리 외삼촌이 먼저 헤아리는 것이 있어서 일부러 우리를 불러서 이와 같은 일을 하게 하신 것이 아니겠는가?”
이때 두 아이 가운데 하나가 지극히 거칠고 사나웠는데, 그가 곧 예리한 칼로 목을 베어 끊고 곧 흰 담요로 시체를 덮었다.
이때 선어가 돌아와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병든 사람을 돌봐 드리라고 하였는데 어찌 잠들게 하였느냐?”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외삼촌이여, 이 외삼촌은 지금 잠들어 다시는 일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선어가 이 말을 듣고서 놀랍고 기이하고 이상하여 곧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마땅히 다시 살펴서 자세히 물으리라’ 하였다. 이때 두 아이들이 자세히 사연을 말하니, 이때 선어는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곧 흰 담요를 걷고 그가 죽은 것을 보고, ‘어찌 내가 이 칼 잡은 이를 구하여 남의 명을 끊게 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며 마음으로 후회하였다. 때에 그 선어는 친하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매 회한이 점점 더해 가자 이 일을 모든 필추들에게 자세하게 알리니,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필추는 죽일 마음이 없었으므로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지혜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병인을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피치 못할 다른 인연이 있어서 자신이 밖에 나가야 한다면 잘 간병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래서 병자로 하여금 이치 아닌 것에 손해를 입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병자가 물과 불에 떨어지거나 온갖 독을 먹거나
칼과 도끼를 가지거나 낭떠러지에 떨어지거나 혹은 높은 나무에 오르거나 꺼리는 음식을 먹거나 하는 것들을 모두 막아야 하며, 이것을 원인으로 상처를 입게 하지 말라. 만약 필추가 지혜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병자를 돌보게 하거나 또는 잘 가르치지 아니하고 놔두고 나간다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이것은 바로 연기(緣起)이고,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안에는 한 필추가 있었는데 쓰던 발우가 색이 바래고 구멍이 생기자, 모든 필추들이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가 쓰는 발우가 구멍이 나고 색이 바랬는데 어찌 연기로 훈칠[熏]하여 고치지 아니하느냐?”
그 필추가 대답하였다.
“만약 훈칠하여 고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니, 곧 질그릇 통, 쇠똥 및 삼씨기름, 기름찌꺼기 등이 필요하다.”
필추가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가 만약 발우가 없다면 어찌 살 수[存] 있겠는가?”
그 필추가 대답하였다.
“내가 발우가 없다면 차라리 다시 얻겠다. 어떤 곳에 한 필추가 있는데, 몸에 중한 병이 들어 오래지 않아 명을 마칠 것이다. 그에게 발우가 하나 있는데 빛이 깨끗하고 둥글고 좋으니, 받아 쓸 수 있으리라. 그가 만일 죽는다면 내가 그것을 가질 것이다.”
모든 필추들이 듣고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는 발우를 위하여 일부러 이런 극악한 전다라(旃荼羅)의 마음을 내느냐?”
그가 그 말을 듣고는 부끄러워 다시 뉘우치며 잠자코 머물렀다가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그리고는 곧 이 사연을 가지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니,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필추는 죽는 것을 원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발우 때문에 이러한 극악한 전다라의 마음을 내어서는 아니 된다. 이 마음을 일으키면 월법죄를 얻는다. 그러니 모든 필추들은 그 발우를 보호하여 가지는 것을 마땅히 눈동자같이 하여야 할 것이다. 꿰매야 할 것은 꿰매고, 훈칠하여야 할 것은 훈칠할 것이다. 만약 필추로서 발우가 있으면서 훈칠하고 꿰매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월법죄를 얻는다.”
이것은 바로 연기이고,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안에는 한 필추가 있었는데, 승가지(僧伽胝) 옷이 헤어지고 더러워지자, 다른 필추들이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의 승가지가 헤어지고 더러운데 어찌 빨고 물들이고 꿰매고 고치지 아니하느냐?”
대답하였다.
“만약 보수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니, 즉 땔나무ㆍ염색약ㆍ바늘ㆍ실ㆍ동이 등이 필요하다.”
필추가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옷이 없다면 어떻게 위엄이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내가 만약 옷이 없다면 정녕 위엄이 있겠는가. 그런데 아무 곳에 한 필추가 중병이 들어 머지않아 명이 다할 것이니, 그에게 있는 승가지 옷을 새로 붉은색으로 물들이면 받아 쓸 수 있을 것이니, 내가 마땅히 그것을 가질 것이오.”
모든 필추들이 듣고 말하였다.
“구수여, 그대는 옷 때문에 이런 극악한 전다라의 마음을 내느냐?”
그가 듣고 부끄러워하며 곧 참회하는 마음을 내어 묵묵히 있다가, ‘내가 지금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는 곧 이 사연을 가지고 모든 필추들에게 고하니, 모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필추는 죽는 것을 원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옷 때문에 이러한 극악한 전다라의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일으키는 자는 월법죄를 얻느니라. 그러니 모든 필추들은 의복을 보호하여 가지는 것을 마땅히 몸의 피부같이 할 것이며, 빨고 물들이고 꿰매고 다듬는 것은 마땅히 일을 따라 할 것이며, 만약 하지 아니한다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이것은 바로 연기이고,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승군(勝軍)이라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아 풍요롭게 지냈다. 그가 같은 종족의 여자에게 장가들어 곧 부인이 아기를 가졌으며 ,아홉 달이 지나 드디어 한 남자 아이를 낳았다. 생김새가 단정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였다. 삼칠일이 지나자 종친이 모여 축하하였다.
그 아버지가 아기를 모든 친척들에게 보이며 말하였다.
“이 아기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하겠습니까?”
친척들이 의논하여 말하였다.
“이 아기는 장자 승군(勝軍)의 아들이니 마땅히 더불어 자(字)를 세워서 이름하여 대군(大軍)이라 하여야 합니다.”
머지않아 다시 한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이 잘생겼으며 형보다 배나 뛰어났고 상이 원만하였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상의하여 대군의 동생을 소군(小軍)이라 이름하였다. 훗날 승군의 그 처가 죽자 장례 의식을 갖추어 숲에서 시신을 태웠다. 세월이 지나 근심과 회포가 점점 사라지자 곧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다시 장가들면 두 아들을 걱정시킬 것이다. 대군이 크면 곧 아내를 얻으리라’ 하였다. 장자가 머지않아 문득 병을 얻었다. 아무리 약을 써도 쇠약해 갔고 증세가 갑자기 심해지자 장자는 두 아들을 위로하고 달래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쌓고 모은 것은 다 사라지고 흩어지며
높이 받든 것은 반드시 떨어진다.
합하여 모인 것은 끝내 이별하여 떠나가니
생명이 있으면 다 죽음에 돌아가도다.
이 말을 하고서 곧 문득 명을 마치니, 장례의식을 갖추어 시신을 들 밖에서 태웠다. 대군이 아버지를 위하여 널리 복된 업을 닦아 스스로 생각하기를 ‘자애로운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는 나에게 옷과 재물을 주시었는데, 이제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마땅히 스스로 구하고 찾아서 가업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겠구나. 나는 이제 모든 재물과 돈을 가지고 다른 지방에 가서 이로움을 구하며 살아가야겠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소군에게 말하였다.
“동생아, 지금 아느냐? 자애로운 아버지가 계셨을 때엔 의식이 궁핍하지 않았는데 떠나가신 후로는 모름지기 스스로 경영하여 구하여야 하니, 너는 마땅히 집에서 부지런한 마음으로 집안을 잘 돌보아라. 나는 이익을 구하러 잠시 소득이 있는 다른 지방으로 가서 생계를 꾸려 갈 것이다.”
동생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이때 대군은 많은 재물과 보화와 물건을 가지고 다른 지방으로 떠났는데, 그가 거치는 곳마다 구하는 것은 모두 얻었다. 글로 동생에게 알리기를 “나는 대단히 편안하며 많은 재물의 이득을 얻었다. 너는 마땅히
편안히 가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하였다. 더 많은 이익을 탐하였기 때문에 다시 먼 지방으로 가서 후에 거듭 서신으로 알렸으니, 게송은 다음과 같다.
탐욕으로 말미암아 이익을 구하였는데
이득 얻으니 점점 탐욕 생겨나네.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탐욕으로 다 잃었구나.
이곳저곳 이득을 구하여 멀리 변방에 나아가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그 대군의 부인은 옷과 음식이 풍족해지자 음욕의 생각이 곧 생겨 곧 소군에게 음욕에 물든 상을 나타내었다. 소군이 허락하지 아니하니, 음욕심이 다시 더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생각이 없느냐?”
소군이 그 말을 듣고 귀를 막고 말하였다.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큰 형수는 어머니와 같습니다.”
여인은 그릇된 정을 배우지 않고도 안다. 드디어 낡은 옷을 입고 친정에 돌아가 수심에 가득 찬 모습으로 추악한 자리에 누우매 어머니와 집의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어떤 근심과 고통이 있어서 여기에 왔느냐?”
여인이 대답하였다.
“여인의 고통스러운 일은 다 같이 알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음욕의 마음에 얽히고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가지가지 방편으로 그녀를 회유하였지만 그러나 해진 자리에 누워서 일어나지 아니하며 거듭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음욕의 마음에 시달리고 있으니, 어머니는 나를 위하여 다른 장부(丈夫)를 구하여 주시오.”
그 어머니는 내려다보면서 말하였다.
“너의 시동생은 용모가 단정한데 어찌 그에게 구하지 않았느냐?”
대답하였다.
“내가 이미 간절히 요구해 보았지만 그는 허락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어머니가 곧 말하였다.
“너는 다른 모든 부인들이 남편이 멀리 가도 오로지 정조를 지키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어찌하여 너만 지금 홀로 근심과 고통을 품고 있느냐?”
대답하였다.
“그들의 남편에게서는 때때로 소식이 오니 희망이 있지만 나의 남편은 소식이 끊어졌으니 반드시 죽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이리저리 달래어도 여인은 누워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다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다른 말은 그만두고 마땅히 나를 위하여 장부를 구하여 주시오. 만약
나의 마음을 거스른다면 몰래 도망가서 숨을 것입니다. 그러면 두 가문은 나쁜 소문이 크게 날 것입니다.”
이때 부모와 종친이 의논하여 말하였다.
“이 여식을 보아 하니, 끝내 고집을 바꾸지 아니하리니, 마땅히 모든 음식을 갖추어서 소군을 불러야 할 것이오.”
소군이 부름을 받아서 곧 와서 자리에 나아가서 식사를 마치니, 소군에게 말하였다.
“지금 사사로운 일이 있어 일부러 도움을 청하였소. 그대의 큰 형수는 음욕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를 도와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사로이 달아나지 마시오.”
소군이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 형수는 어릴 때부터 나의 집에 들어와서 오로지 달리 다른 사람을 상대함이 없었고, 또 두 집안에 나쁜 소문이 날까 봐 두려워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뜻을 열어 서로 의좋게 지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같이 집으로 돌아와서 동거하였다. 동거한 지 오래지 아니하여 곧 임신을 하니, 여자의 친구들이 보고 이상히 생각하여 물었다.
“너의 뱃속에 있는 이것은 어디로부터 어떻게 얻은 것이냐?”
대답하였다.
“나의 남편이 떠나고부터 결심하여 과부로 지내었는데,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망령되게 더러움으로 점찍느냐?”
다시 친밀한 여인이 있었는데 사사로이 서로 말하였다.
“네가 아무리 숨기려고 하지만 모양이 이미 드러난다.”
드디어 임신된 것을 이야기하니, 물었다.
“누가 허락하였느냐?”
대답하였다.
“소군이다.”
친구가 말하였다.
“만약 이가 소랑(郎郞)이라면 이에 다시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배가 더욱 불러왔을 때 형으로부터 서신이 날아왔다. 형이 서신으로 소군에게 말하였다.
“나는 요즈음 무역이 흥성하여 드디어 먼 지방에 이르러 경영하여 구하는 것은 다 뜻을 이루었으니 너는 근심하지 말라. 오래지 아니하여 돌아갈 것이다.”
소군이 듣고 나서 깊은 회한이 생기어 은밀히 생각하여 말하였다.
“나는 큰 형을 기다리기를 가뭄에 비를 생각하는 것과 같이 했는데 오랫동안 소식을 끊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내가 본래 마음이 없었는데 이런 악행을 지었으니, 수치스러운 일이 드러나면 바야흐로 그 귀결을 말하리라. 세상에 전하는 말에 원가(怨家) 중 원수 집안이 되는 것은 처를 범하는 것보다 더 중한 것이 없다 하였으니, 형이 와서 만일 알게 된다면 반드시 나를 해칠 것이니, 지금 멀리 도망가야 하겠다.
또다시 생각하였다.
‘집과 고향을 버리기 어렵지만 지금 승광왕(勝光王)은 석가의 제자를 왕의 태자와 같이 자재롭고 걸림이 없게 하고 있으니, 나는 이제 그에게 가서 출가하여야겠다. 형이 비록 돌아오더라도 어찌하랴.’
곧 그 서다림에 가서 한 필추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출가하고자 하오니 불쌍히 여겨 허락하여 주소서.”
대답하였다.
“재물과 생명은 오래가지 않는 것인데, 버리고 출가하니, 아주 훌륭하구나.”
드디어 삭발하고 법복을 입게 하고 아울러 원구(圓具:구족계)를 주고 간략히 의식을 가르쳐 주고 말하였다.
“어진이여, 사슴은 사슴을 기르지 못하듯 서로 구제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실라벌성 그곳은 아주 넓으니, 너는 마땅히 걸식하여 스스로 몸을 보살펴야 한다.”
소군이 말하였다.
“오파타야(鄔波馱耶:和上)시여, 저는 지금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곧 새벽에 옷과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 드디어 본가에 이르니, 그 여인이 멀리서 보고 가슴을 치면서 말하였다.
“소군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출가하였소?”
대답하였다.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그대가 어찌 알지 못하겠습니까. 나는 큰형을 기다리기를 가뭄에 비를 생각하는 것같이 하였는데, 서신이 이미 끊어지매 형이 다시는 돌아오지 아니하겠구나 하고는 내가 드디어 그대와 그런 나쁜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형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았으니, 형이 돌아온다면 반드시 나를 해칠 것입니다.”
그녀가 바로 대답하였다.
“그대만 스스로 벗어나려고 한다면 나는 다시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소군이 말하였다.
“나는 남에게 강요받아서 그랬을 뿐 본마음에는 없었으나 그대는 음욕에 얽히었으니, 알아서 힘써 보십시오.”
그리고는 가 버렸다. 이때 소군에게는 옛날부터 친하게 지내던 이가 있었는데, 그는 의원의 처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본가에 가서 소군이 있는 곳을 물으니, 그 여인이 대답하였다.
“나를 속여 욕되게 하고는 나를 버리고 출가하였소.”
그러자 친구가 물었다.
“어디에 있소?”
대답하였다.
“서다림의 사문이 머무는 곳에 있소, 만약 믿지 않는다면 가서 찾아보시오.”
여인의 말을 듣고 가서 필추 대중을 보니 형상과 옷 모양이 서로 같아 누가 바로 소군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필추에게 소군이 어디 있는가를 물으니,
그 필추가 소군이 어느 곳에 있는지 가르쳐 주어 소군을 찾아 그에게 물었다.
“어찌 나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이곳으로 출가하였소?”
대답하였다.
“이렇게 갑자기 내가 출가한 것을 책망하지 말아야 하네.”
그리고는 형의 서신을 자세히 말하고 아울러 과거의 자신의 허물을 이야기하면서 부득이 하여 사문이 된 사연을 늘어놓았다. 친구가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의술을 알아서 자못 약의 처방을 익히었네. 만약 아이를 배었다면 약이 있어 능히 없어지게 할 수 있네.”
소군이 그것을 듣고 묵묵히 있었다.
이때 그 친구는 곧 그를 위하여 약을 만들어 한 여자를 시켜 소군의 부인에게 보내면서 말하였다.
“이 가루약은 바로 소군 필추가 나를 보내 당신에게 전달하라고 보내온 것이니, 따뜻한 물에 타서 복용하면 반드시 평상시와 같이 될 것입니다.”
그 여인이 그곳에 가서 자세히 일을 말하니, 부인이 듣고 일러준 대로 약을 먹으니 뱃속의 태아가 곧 떨어져서 임신한 모양이 없어졌다.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서 여인에게 물었다.
“태아가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하였다.
“내가 일찍이 남편이 떠난 후로 과부로 살며 뜻을 지키고 있으니 나쁜 일을 가지고 와서 서로 더럽히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이때 친한 여자가 은밀히 그것을 일러 말하였다.
“너는 먼저는 ‘소군이 허락하였다’고 말했는데, 왜 오늘 ‘나에게 처음부터 없었다’고 하느냐?”
대답하였다.
“그로부터 와서 다시 그로 인하여 떠나 가버렸다.”
또 물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대답하였다.
“소군이 나에게 독약을 주어 먹고 나니 태가 삭았다.”
여러 여인들이 서로 알리며 각각 비난하고 꺼려하며 말하였다.
“모든 석가의 제자가 능히 나쁜 일을 하니, 진실로 사문이 아니다. 사람에게 독약을 주어서 태가 떨어지게 하였다.”
이 비난의 소리가 온 성읍에 차서 다 말하였다.
“소군 필추는 죄업을 지었도다.”
모든 필추들이 듣고 곧 가서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소군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진실로 이와 같은 일을 지었느냐?”
소군 필추가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만 덩달아 기뻐하였을 뿐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시었다.
“그 소군은 죽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마땅히 이와 같은 일에 마음속으로 덩달아 기뻐해서는 안 된다. 만약 덩달아 기뻐한다면 월법죄를 얻으리라.”
머지않아 대군이 이득을 얻어 환희하여 돌아와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아니하는 곳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무릇 세간 사람은 착한 것을 들으면 돕고 기뻐하고, 악한 것을 보면 서로 걱정하는지라. 어떤 이가 그 부인에게 알렸다.
“대군이 오면 재물이 가득 차 부유해지리니, 장차 기쁜 일이 일어날 것이오.”
부인은 교묘히 속이는 것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심히 근심되고 두려워 추하고 낡은 옷을 입고 험한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이때 그 대군은 성에 들어와서는 상점에 재화와 물건을 두고 곧 집에 돌아와 그가 살던 곳을 보니, 길상스러운 모습이 없었다. 종에게 물었다.
“집의 주인은 어디에 있느냐?”
“방에 누워 계십니다.”
듣고 나서 아내에게 가서 말하였다.
“어진이여, 그대는 내가 오는 것을 듣고 어찌 기뻐하지 아니하느냐?”
대답하였다.
“지금 그대가 오는 것을 듣고 실로 기쁜 마음이 생기었소. 다만 그대가 나를 지키며 보호하도록 남겨둔 소군이 곧 나를 범하였소.”
대군이 물었다.
“어떻게 하였소?”
대답하였다.
“소군은 도리가 아닌데도 강제로 능멸하고 강요하였소.”
대군이 물었다.
“그는 그대를 속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속인 것이다. 그대는 어서 일어나라. 내가 다스리리라. 소군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당신이 온다는 것을 듣고 몰래 달아나 출가하였소.”
“어느 곳에 있느냐?”
“서다림의 부처님의 제자가 있는 곳에 있습니다.”
그 처에게 말하였다.
“그곳이 어찌 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성(城)이더냐? 내가 마땅히 그에게 법으로 벌을 다스리리라.”
이때 한 사람이 소군에게 일러 주었다.
“소군이여, 그대의 형이 왔음을 아는가?”
“형이 무슨 말을 하였소?”
“너의 형은 ‘그 서다림이 어찌 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성이더냐? 내가 지금 마땅히 심한 법으로 벌을 다스리리라’라고 하였다.”
이때 동생이 듣고 나서 크게 공포심이 생겨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나는 그를 두려워하여
출가하였는데 어찌 이곳에서 도리어 그의 해를 만나는가. 필추는 왕태자와 같이 장애가 없다고 했지만 그러나 나는 허물이 있으니, 만약 와서 서로 만난다면 반드시 나를 해칠 것이니, 나는 지금 어서 도피하여야겠다.’
이때 소군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스승에게 말하였다.
“오파타야여, 나는 그를 두려워하므로 출가를 하였는데 듣건대 그가 저를 심하게 해치러 온다고 합니다.”
본 스승이 물었다.
“그는 바로 어떤 사람이냐?”
말하였다.
“그는 바로 저의 형입니다. 지금 멀리서 와서 도살하는 사람과 도모하여 해치려 하면서 ‘어찌 서다림이 이 두려움을 없애는 성이더냐. 마땅히 심한 법으로써 다스리리라’ 하였습니다. 저는 국법으로 왕태자와 같이 안온하고 걸림 없는 것을 알았지만 저에게 허물이 있어 반드시 저를 해칠 것이니, 지금 피해가야만 하겠습니다.”
그 스승이 말하였다.
“너는 어디에 가고자 하는가?”
소군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왕사성으로 가고자 합니다.”
스승이 말하였다.
“그곳에는 내가 아는 필추가 있으니, 나의 글을 가지고 가서 그에게 주면 머물게 할 것이요, 반드시 자애한 은혜로써 너를 보호해 줄 것이다.”
소군이 말하였다.
“매우 고맙습니다.”
이때 친교사(親敎師)가 곧 글을 지어서 그 필추에게 주며 말하였다.
“이 소군은 바로 나의 제자요, 지금 먼 그곳에 가서 의지하려고 하니, 그대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오. 부디 그를 숨겨서 보호하여 안락하게 머물게 하여 주시오.”
그 소군은 이미 글을 얻어서 스승에게 예를 올리고 나가 두려운 마음에 좌우를 살피면서 점점 나아가 왕사성에 이르러서 그 필추를 찾아뵙고 나서 발에 예하고 친교사의 글을 그에게 주었다.
그 필추는 글을 읽고 나서 말하였다.
“잘 왔다, 구수여. 나는 너의 옛 스승과 같으며, 너는 나의 제자와 같다. 마땅히 내 곁에서 불법을 수학하라. 너가 필요로 하는 옷과 발우와 실주머니[絡囊], 물주머니[水羅], 허리띠[條帶]는 내가 다
모자람이 없게 줄 것이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필추에게 두 가지3)의 마땅히 할 일, 이를테면 선정[禪思]과 독송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엇을 즐겨 하느냐?”
말하였다.
“저는 정려(선정)를 즐겨 합니다.”
대답하였다.
“매우 훌륭하도다. 법에 의하여 가르치리라.”
그리하여 그는 곧 한림(寒林) 가운데 시체를 버리는 곳[棄屍處]에 이르러 힘써 부지런히 수행하여 모든 결혹(結惑)을 끊고 무생법(無生法)을 증득하고 아라한과를 얻고 삼계(三界)의 번뇌를 떠나 금과 흙을 관하여 평등하여 다름이 없고 칼로 베는 것과 향을 바르는 것과는 두 가지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손으로 허공에 휘두르는 것과 같이 마음에 걸림이 없고 능히 큰 지혜로써 무명의 껍질을 깨고, 3명(明)과 6통(通)과 4무애변(無碍辯)을 다 구족하고, 모든 것에 대한 애착과 이양(利養)과 공경함을 버리지 아니하는 것이 없어서 제석(帝釋) 등 모든 하늘이 같이 찬탄하게 되었다.
뒤에 다른 때 대군이 서다림에 나아가 모든 필추들에게 물었다.
“성자여, 자못 이 성의 장자의 아들로서 이름이 소군이라고 하는 이가 여기에 출가하였습니까?”
“있습니다. 그대와 어떠한 친척입니까?”
“바로 동생입니다.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그는 멀리 왕사성으로 갔습니다.”
대군은 발에 예하고 가면서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설령 그곳으로 갔어도 그곳도 또한 바로 두려움을 없게 하는 성이 아니니, 내가 마땅히 그곳에 가서 법으로써 죄를 다스리리라.’
대군이 곧 필요한 양식을 많이 가지고 길을 떠나 왕사성에 이르렀다. 죽림에 가서 모든 필추들에게 물었다.
“성자 중에 실라벌성 장자의 아들로서 이름이 소군이라고 하는 이가 일찍이 출가하고서 여기에 와 있습니까?”
“그는 당신과 어떠한 친척입니까?”
“바로 동생입니다.”
대군이 또 물었다.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한림 가운데 시체를 버리는 곳에 있습니다.”
듣고 나서 곧 갔으나 그 숲 안에는 함께 범행을 닦는 많은 필추가 있었고, 대군이 동생과 이별한 지
이미 오래되어 얼굴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 가운데서 쉽게 찾아낼 수가 없었다. 한참 세밀히 살핀 후에야 비로소 알아보았다. 대군이 생각하기를 ‘그가 만약 나를 알면 반드시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어 또다시 얼굴을 숨기고 달리 꾀를 쓸 것이다’ 하였다.
곧 숲에서 나와서 사방을 돌아보니, 어떤 사냥하는 사람이 활과 화살을 가지고 짐승을 잡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가까이 가서 물었다.
“그대는 지금 활과 화살을 잡고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사냥꾼이 말하였다.
“나는 사냥하며 유희하려고 합니다.”
“그대가 잡은 것의 이득이 많습니까, 적습니까?”
“때로는 이득을 얻고, 혹은 얻지 못합니다.”
“이익을 얻으면 어느 정도의 돈을 얻습니까?”
사냥꾼이 대답하였다.
“5, 6금전(金錢)을 벌 수 있습니다.”
곧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5백 금의 돈을 줄 터이니, 그대는 능히 나를 위하여 원수의 필추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이때 그 사냥꾼은 이익을 탐하였기 때문에 곧 그 물건을 갖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 모든 필추들은 국왕의 은혜를 입어 태자와 같이 자재하여 걸림이 없다고 허락 받았으며, 나는 조석으로 항상 여기에 왕래하는데 만약 필추를 죽인다면 나의 처자는 반드시 마땅히 옥사할 것이다.’
또 생각하였다.
‘내가 낮에 일찍 이 숲에 들어와도 두려움이 생겨 온몸의 털이 다 서는데, 이 모든 대덕은 밤낮을 불문하고 항상 이 숲에서 있으면서 안온히 머물고 있으니, 어찌 수승한 수행을 이루어 갖추지 아니하였으랴. 그러나 저 사람은 흰 후추와 같아 출생한 곳도 모르는데, 나는 이미 물건을 얻었으니 도리어 그를 죽여야겠다.’
그리고는 곧 독화살을 장치하여 모양이 타자(吒字)로 되게 하여 활을 당기니, 화살이 대군의 가슴을 뚫고 나갔다. 지독한 독이 대군의 몸에 퍼지자 곧 악심(惡心)을 내어 말하였다.
“지금 이 사냥꾼이 도리어 나를 해쳤으니 반드시 이는 소군이 먼저 꾀를 쓴 것이리라. 내 지금 비록 죽을지라도 다음 생에서 맹세코 소군을 해치리라.”
모진 원을 발원하고 나서 곧 명을 버리매 드디어
소군의 문지도리 아래에서 독뱀으로 태어났다. 아무리 아라한이 되었다 할지라도 만약 미리 관찰하지 아니한다면 그 일을 알지 못한다. 이때 소군이 문짝을 여는 것으로 인하여 그 뱀을 갈아서 죽이게 되었다. 대군은 독한 마음을 없애지 아니하여 뒤에 문 위의 지도리[樞]에서 뱀의 몸을 받고 태어났고, 앞에서와 같이 갈려서 죽임을 당하였고, 상(牀) 다리의 아래에서 다시 독뱀이 되었으며, 이와 같이 네 번 반복하여 상다리 아래에서 다 눌려 죽임을 당했다. 그 뱀은 매번 죽어도 계속하여 다시 몸을 받고 몸이 점점 가늘어져 독한 마음이 더 심하여졌다.
뒤에 다른 때에 옷을 걸어두는 횃대 사이에 독뱀의 몸을 받고 태어났는데, 이때 소군은 홀로 고요한 방에서 묵묵히 앉아 있었다. 이때 독뱀이 묵은 원한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몸 위에 떨어져서 독을 가지고 그를 물었다. 그러자 소군은 마침내 곧 크게 부르짖으며 모든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이상한 독뱀이 있는데 맹렬하고 치성하여 두려워할 만합니다. 그 독뱀은 길이가 네 치쯤 되는 작은 쇠철사와 같은데, 나의 몸 위에 떨어져서 독으로 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함께 와서 같이 나의 몸을 붙잡아 방 밖에 마주 들어내시오. 마치 먼지와 모래를 움켜쥐었다가 손을 펴면 곧 흩어지는 것처럼 이 육신이 허물어지고 찢어지게 내버려두지 말아주시오.”
이때 구수 사리자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의 한 나무 아래에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있다가 그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곧 소군에게 가서 물었다.
“나는 너의 얼굴 모양이 달라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떤 까닭으로 너는 지금 ‘이상한 독뱀이 있는데 맹렬하고 치성하여 두려워할 만합니다. 길이가 네 치 정도 되는 작은 철사와 같은 것이 나의 몸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대들이 같이 와서 함께 나의 몸을 잡고 방 밖으로 마주 들어내시오. 마치 움켜쥔 먼지와 모래를 손을 펴면 곧 흩어지는 것과 같이 이 육신이 무너져 흩어지도록 하지 말라’라는 말을 하느냐?”
이때 소군이 사리자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만약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에 있어서 나와 내 것이 있고, 빛ㆍ소리ㆍ향기ㆍ맛ㆍ촉감ㆍ법에 있어서 나와 내 것이 있고, 땅ㆍ
물ㆍ불ㆍ공기ㆍ바람ㆍ알음알이[識:마음]에 있어서도 나와 내 것이 있고, 색(色)ㆍ느낌[受]ㆍ생각[想]ㆍ행동[行]ㆍ식별[識]에 있어서도 나와 내 것이 있는 이와 같은 사람은 모든 6근(根)이 얼굴과 색깔로써 변이합니다.
대덕이여, 나는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즉 나는 모든 근(根)ㆍ경(境)ㆍ6계(界)ㆍ5온(蘊)에 있어서 나와 내 것이 없는데, 어찌 나의 얼굴이 지금 색이 변하겠습니까? 대덕 사리자여, 나는 오랜 동안 나와 내 것, 아만과 집착, 수면번뇌(隨眠煩惱)를 이미 알고 이미 끊어서 영원히 뿌리째 뽑은 것이 마치 다라(多羅)나무를 베어내면 다시 자라나지 아니하는 것과 같이 하여서 미래세에도 다시 태어나지 아니할 터인데, 어찌 나의 지금 얼굴색이 변하겠습니까?”
때에 구수 사리자가 많은 필추와 함께 소군을 마주 들고 방 밖으로 나가는데 마치 움켜쥔 모래 먼지가 손을 펴매 곧 흩어지는 것같이 소군의 몸이 백 조각으로 궤란(潰爛)되어서 겨우 들고 나갔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게송[伽他]을 설하였다.
범행이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수명 다할 때 환희하여
오히려 온갖 병 버리는 것과 같네.
범행이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수명 다할 때 환희하여
오히려 독그릇 버리는 것 같네.
범행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죽을 때 두려움 없으니
오히려 불난 집 벗어나는 것 같네.
범행 이미 이루어지고
성인의 도 이미 잘 닦아
지혜로써 세간을 보니
오히려 초목과 같네.
지은 일 이미 갖추어
생사에 머물지 않고
온갖 뒤의 다음 생에서
그 몸 상속하지 아니하네.
이때 소군이 이미 열반에 들자 존자 사리자가 모든 필추들과 함께 그 뼈와 살을 태워서 공양하고 세존의 처소에 가서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소군 필추는 맹렬하고 치성하여 두려워할 만한 독사가 몸에 떨어졌는데, 그 독사는 가늘기가 철사 같고,
길이가 네 치 정도 되며, 소군에게 독을 쏘아서 그 몸을 해쳐 무너져 흩어지니, 소군의 몸은 마치 모래 먼지를 움켜쥔 손을 펴면 흩어지는 것과 같이 지금 이미 열반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야, 만약 소군 필추가 마땅히 그때 이 게송 및 비밀스런 주문을 외웠다면 독사에게 해를 입지 않아 몸이 허물어져 찢어지고 흩어져서 마치 먼지와 모래같이 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이때 사리자가 세존에게 청하였다.
“어떤 것이 게송 및 비밀스런 주문이옵니까?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설하여 주소서. 저희는 듣고 다 같이 받아 지니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게송 및 비밀스런 주문을 설하시었다.
나는 지국주(持國主)4)
및 갈라말니(曷羅末泥)5)
집파(緝婆:용왕의 이름)ㆍ금발라(金跋羅:용왕의 이름)에게
모두 한결같이 자비의 생각 내었지.
교답마(喬答摩:석존)는 추목(醜木)6)과
난타(難陀)ㆍ소난타(小難陀)7)와
발 없는 것과 두 발 있는 것들에게도
또한 자비의 생각 일으켰지.
모든 용들 중에
물에 의지하여 사는 자
걷고 머무는 유정(有情)의 종류에도
나는 다 자비의 마음 일으켰지.
일체의 사람과 하늘의 대중
귀신 및 방생(傍生)에도
다 이롭고 편안함 얻어
병 없이 항상 환희할지어다.
보는 것 모두 어질고 착해
모든 원망과 악함 만나지 않고
나는 다 자비의 생각 일으켰으니
독의 해로 서로 침노하지 말지어다.
내가 낭떠러지와 골짜기 같은 험한 곳
온갖 곳을 유행하매
독을 씹거나 독의 해에도
항상 서로 번거롭고 요란하게 하지 말라.
세존 자애로운 아버지[大慈父]께서
말씀하신 진실한 가르침,
나는 부처님 말씀을 설하기 때문이니
모든 독이여, 나를 해치지 말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세간의 큰 독이라
부처님 진실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모든 독 스스로 녹아 없어질지어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세간의 큰 독이라
법의 진실한 말씀으로 말미암아
모든 독 스스로 녹아 없어질지어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세간의 큰 독이라
승가의 진실한 말씀으로 말미암아
모든 독 스스로 녹아 없어질지어다.
온갖 독을 없애고
옹호하여 섭수하라.
부처님께서는 모든 독 없애셨으니
독사의 독이여, 그대는 녹아 없어질지어다.
달질타암 돈비려돈비려돈벽발리돈벽 날제소날제곗날제 모내예 소모내
怛姪他菴 敦鼻麗敦鼻麗 敦薜鉢利敦薜 㮈帝蘇㮈帝 雞㮈帝 牟柰裔 蘇牟柰
예 탄제니 라계세 차로계벽 올비영구려사바하
裔 彈帝尼 攞雞世 遮盧計薜 嗢毘盈具麗莎 訶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이르셨다.
“만약 소군 필추가 그때 만약 스스로 하든지, 만약 남에게 이 게송과 신주(神呪)를 설하게 했다면, 반드시 독사의 침해를 면했을 것이며, 그 몸이 허물어져 흩어 분열되는 것이 마치 움켜잡은 모래 먼지가 손을 펴면 다 흩어지는 것과 같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때 모든 필추들이 다 의심이 있어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지금 여쭙고자 하오니 오직 저희의 의심을 끊어 주소서. 소군 필추는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생에는 큰 부잣집에 태어나서 재물과 보배가 많아 요익하다가, 다시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세존의 처소에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다시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비록 성인의 과를 얻었을지라도 독에 물려 몸과 마음이 고뇌에 시달리다가 열반에 들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모든 필추들에게 이르셨다.
“이 소군 필추는 일찍이 지은 업을 반드시 스스로 받았으며, 그리고 그 소군은 스스로 지은 업이 자라나 때가 익어서 인연이 변하여 현재에 나타나는 것이 형상에 그림자가 따르는 것과 같이 결정코 보를 받았으니, 달리 대신하여 받아줄 자가 없었다. 너희들 모든 필추들은 만약 사람이 지은 선과 악업은 밖의 경계, 즉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에서 그 보를 받는 것이 아니요, 다 자신의 온(蘊)ㆍ계(界)ㆍ처(處) 가운데서 이숙(異熟)을 불러오는 것이니라.”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설하셨다.
가령 백 겁을 지날지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고
인과 연이 만날 때
과보도 돌아와 스스로 받도다.
“너희들 모든 필추들이여, 지난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없을 때 어떤 독각(獨覺)의 성자가 세간에 출현하여 빈궁함을 가엾게 여기어 항상 스스로 낡고 험한 옷과 음식을 받았는데, 세상에 아주 드문 사람으로 유일한 복전(福田)이었다.
그때 어떤 한 마을에 사냥꾼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숲의 연못에서 살았는데, 그 못가에는 많은 새와 짐승들이 모여 살았다. 그때 그 사냥꾼이 많은 그물과 덫과 새 잡는 풀과 노끈으로 된 고리[罥索] 등을 깔아놓아 매일매일 많은 새와 짐승을 잡았다.
이때 독각은 우연히 그 마을에 이르러 천사(天祠)에 의지하여 머물렀다. 첫새벽에 옷과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하여 밥을 얻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곳은 하늘에 제사지내는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고 복잡하니 마을 밖에 고요한 숲이 있으면 내가 걸식하기에 적당하니 거기에 머물러야겠다.’
점차 구하고 찾아서 드디어 못가에 이르러 고요한 숲이 있는 것을 보고 머물기로 마음먹었다. 곧 옷과 발우를 한 곳에 두고 벌레를 걸러 가며 손발을 씻고 나서 낙엽을 모아서 땅에 펴고 앉아서 식사를 마친 후에 손과 발우를 씻고 발우를 두고 나서 다시 발을 씻고 한 나무 아래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위의가 고요한 것이 마치 용왕이 몸을 휘감고 앉아 있는 것과 같았다. 이날에는 인기척이 있었기 때문에 새와 짐승이 오지 아니하였다.
이때 그 사냥꾼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그 연못가에 나아가 그물과 덫을 살펴보니 하나도 잡힌 것이 없었다.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다른 날에는 그물과 덫이 비어 있는 적이 없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지금은 한 마리도 걸린 것이 없을까?’
곧 못가를 사방으로 관찰하여 드디어 사람의 자취를 발견하였다. 발자취를 찾아가다 위의를 고요하게 하여 가부좌를 하고 앉은 독각을 보았다.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위의가 적정한 이 출가한 사람을 보니, 만약 내가 지금 그의 목숨을 끊어 버리지 아니한다면 능히 나의 의식(衣食)이 단절될 것이다.’
독하게 해칠 뜻을 가지니 미래를 보지 못하였다. 곧 활을 들어 그 독화살을 당기니 그의 급소에 명중하였다.
이때 그 성자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어찌 이 무식한 사냥꾼에게 긴 악취(惡趣)에서 큰 고뇌를 받게 하랴. 내가 마땅히 손을 내밀어서 건져내어야 하리라.’
마치 거위 왕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몸에서 물과 불이 나오는 대신통을 나타내니, 모든 이생(異生:범부 중생)의 부류는 신통을 보면 속히 곧 귀의함이 큰 나무가 꺾이는 것과 같은지라. 멀리 그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진실하신 복전이시여, 속히 내려오소서, 속히 내려오소서. 나는 어리석고 무식하여 욕심의 늪[欲泥]에 빠졌습니다. 자비로 애민히 여기어 건져주십시오.”
이때 독각은 그를 가엾게 여기는 까닭으로 몸을 세워서 내려왔다. 사냥꾼이 슬퍼하여 꿇어앉아 독화살을 뽑고 물건으로 그것을 붙들어 매면서 아뢰었다.
“성자여, 나의 집에 가면 창약(瘡藥)이 있사오니 만약 금니(金泥:아교에 섞은 금가루)를 상처 위에 바른다면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독각은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나의 이 몸은 냄새나고 피고름이 있으나 얻을 것은 지금 이미 얻었다. 내가 이제 마땅히 무여의묘열반계(無餘依妙涅槃界)에 들어가야 하리라.’
도로 허공에 올라 모든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열반에 들어갔다.
이때 그 사냥꾼은 많은 재물을 가진 큰 부자였다. 그는 여러 향나무로써 성자의 몸을 화장하고 다시 우유로 불을 끄고 난 후에 다시 남은 뼈를 거두어 금병에 넣어서 네거리의 길가에 사리라탑(舍利羅塔)을 세워서 갖가지 비단 그림이 그려진 일산[繒蓋]과 당기[幢]와 번기[幡]와 꽃과 향과 음악을 울려서 공양하고 지심으로 탑에 예배하고 발원하여 말하였다.
‘나는 실로 우매하여 선악을 알지 못하여
드디어 이와 같은 진실한 복전(福田)에 지극히 중한 죄를 지었습니다. 다음 세상에 악의 과보를 불러오지 말도록 하여 주소서. 모든 공양의 선근(善根)으로 내세에 받는 몸이 항상 부와 즐거움을 수용하여 풍요하고, 얼굴은 단정하여 보는 자는 환희하며, 이와 같은 뛰어난 복전을 구족하여 마땅히 가장 훌륭한 큰 스승을 받들어 섬기며 싫어하고 게으름이 생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모든 필추들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그 사냥꾼이란 곧 소군이다. 옛날에 독화살로 그 독각의 급소를 쏘았기에 이 악업의 힘은 곧 무간대지옥 가운데에서 1겁을 채우고 불에 타는 고통을 받고도 남은 업이 있어서 5백 생 동안 항상 독의 해를 입고 다시 지금 몸으로 아라한과를 얻었지만 도로 독의 해를 만나 열반에 들었느니라. 그의 발원으로 말미암아 부유하고 즐거운 집에 탄생하여 얼굴이 단정하고, 나아가 지금까지 빠짐없이 받지 아니한 것이 없다.……(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므로 생략함)……나의 법 가운데에서도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어서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나는 백천 구지(俱胝)의 독각 가운데서 가장 수승한 스승이라 그가 나를 섬기매 싫어하거나 게으르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필추 너희들은 알아라. 만약 순백의 업[純白業]이라면 순백의 이숙(異熟:다음 생)을 얻고, 만약 순흑의 업[純黑業:악업]이라면 순흑의 이숙을 얻고, 만약 흑백이 섞인 업[雜業]이라면 잡된 이숙을 얻으리라.
너희들 필추들이여, 마땅히 순흑업과 잡업을 버리고 순백업을 부지런히 닦고 배워야 할 것이다.”
이것은 바로 연기로서 거듭하여 아직 학처를 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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