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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09 불교(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 7권 / 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by Kay/케이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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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7

 

 

근본설일체유부목득가 제7권


대당 삼장법사 의정 한역
백명성 번역


5) 다섯 번째 자섭송(子攝頌)

필추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는
개고기와 죽은 날짐승 들짐승의 고기와
발굽이 있는 가축을 들 수 있겠다.
아울러 원숭이 고기도 먹어서는 안 된다네.

한 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그때는 흉년이 들어 속인들 대부분이 개고기를 먹었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스님께서는 그냥 가십시오. 여기에는 보시할 물건이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집의 솥에서는 음식이 요리되고 있었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그것을 보고는 그에게 물어 보았다.
“당신의 집 솥에 있는 것은 무슨 음식입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개고기입니다.”
필추가 묻기를 “당신들은 개고기를 먹습니까?”라고 하자, 그들이 먹는다고 대답하였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당신들을 믿고 출가하였으니, 당신들이 먹는 음식은 당연히 우리에게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그가 주었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고기를 받아 가지고 가는데 그때 많은 개들이 고기 냄새를 맡고는 필추들 주위를 돌고 따라오면서 짖어 대었다.
여러 거사들이 그 광경을 보고 물어 보았다.
“필추들이여, 무슨 까닭에 개들이 따라오는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고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들이 묻기를 “당신들도 개고기를 먹습니까?”라고 하자, 필추들이 먹는다고 대답하였다.
그런 이유로 필추들이 비난을 받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필추들은 개와 올빼미 그리고 일체의 죽은 새나 짐승의 시체를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먹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 되리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어떤 도적이 교살라국 승광대왕의 마구간에서 말을 타고 암림(闇林)1)에 들어가 말을 죽인 후 머리와 꼬리는 버리고 고기를 가지고 가버렸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는 먹기를 많이 하였는데, 새벽에 사방을 두루 살펴보다가 멀리 암림에 수리 떼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서로 연락해 함께 그 곳으로 가보았다. 그 곳에 가보니 말 꼬리와 머리, 말굽이 버려져 있었다. 이에 서로 말하기를 “오바난타여, 우리는 지금 버려진 많은 물건을 얻게 되었소”라고 하고는 함께 가지고 갔다.
그때 말을 관장하는 사람이 발자국을 따라 그 곳에 이르러 여섯 명의 나쁜 필추에게 “그대들이 승복[大仙服]을 입고 어찌 이러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필추들이 말하기를 “우리들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입니까?”라고 하였다. 말을 관장하는 이가 “당신들은 왕의 마구간에서 말을 훔쳐 타고 나와 죽인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필추들이 말하기를 “이것은 우리가 죽인 것이 아닙니다. 도적이 훔쳐서 죽인 다음 고기는 가지고 가고, 머리, 발굽, 꼬리는 버리고 갔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버린 물건을 가진 것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말 주인은 빈정대며 말하였다.
“이것들은 아까운 것들인데 버린 물건이겠습니까?”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은 발굽이 있는 가축과 여우, 담비 등의 동물은 모두 먹어서는 안 된다. 만일 먹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어떤 원숭이가 멀리 있는 나뭇가지를 잡으려고 훌쩍 뛰다 그만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본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그것을 가지고 처소로 돌아와 솥에 넣어 삶았다. 그때 자식을 잃어버린 어떤 여인이 발자국을 따라 서다림으로 들어와 필추들이 큰 솥에다 원숭이를 삶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에 여인은 가슴을 치며 절규하기를 “아이고, 내 자식이 여기서 삶아졌구나”라고 하였다. 그러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원숭이의 손을 꺼내어 여인에게 보여 주자, 여인은 절규하였다.
“화를 당했구나. 이것은 내 자식의 손이요.”
다시 원숭이의 다리를 꺼내 보여 주자 여인은 말하였다.

“화를 당했구나. 이것은 내 자식의 다리요”
다시 원숭이의 머리를 들어보이자 여인은 말했다.
“화를 당했구나. 이것은 내 자식의 머리요.”
필추들이 다시 원숭이의 꼬리를 들어 보이며 여인에게 말하기를 “당신의 자식에게도 꼬리가 있습니까?”라고 하자, 여인이 대답하기를 “어찌 당신들도 원숭이 고기를 먹는단 말입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필추들이 대답하였다.
“당신의 자식이 아닌데 우리가 먹은들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여러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곧 필추들을 비난하였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외형상 원숭이는 사람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러므로 필추들은 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먹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게 되리라.”

6) 여섯 번째 자섭송

작은 잔이나 옷 끝 가죽 잎 등으로
관장(灌腸)을 하면 좋지 않고
쇠관을 제외하곤
유리나 동(銅)으로 마음대로 만들어 한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그때 어떤 필추가 중병에 걸려 몹시도 괴로워 의원에게 가서 말하기를 “의원이시여, 저를 위해 알맞은 처방을 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의사가 대답하기를 “관장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면 병이 속히 나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필추가 말하기를 “의원이시여, 그것은 아직 세존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하자, 의사가 대답하기를 “당신의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근본으로 하시니 그것을 반드시 허락하실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의사의 처방이 관장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자 그 필추가 작은 잔으로 관장을 하여 그 약을 버리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작은 잔으로 관장을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필추가 옷 끝으로 관장을 하여 전처럼 약을 버리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옷 끝으로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필추가 가죽으로 관장을 하여 다시 약을 버리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죽으로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나뭇잎으로 싸서 하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해서는 안 된다. 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가 쇠를 달구어 단단하게 만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쇠만을 제외하고 유리나 동(銅) 등으로 편한 대로 만들도록 하여라.”

7) 일곱 번째 자섭송

사탕수수, 낙(酪), 고기[肉], 삼[麻]으로는
네 종류의 약을 만들 수 있다.
대마죽(大麻粥)과 순무죽은
뿌리 등으로 죽을 만들어 먹는다.

이때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7일약(七日藥)2)도 진수약(盡壽藥)3)으로 쓸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쓸 수 있다. 가령 사탕수수 같은 경우 뿌리는 시약(時藥)4)이 되고, 즙은 경약(更藥)5)이 되며, 사탕[糖]은 7일약이고, 재[灰]는 진수약이 된다. 그러므로 우바리야, 낙(酪)은 오전 중에 먹고, 장(漿)은 저녁에 먹으며, 소(酥)는 7일 동안 먹고, 낙(酪)을 태우면 재가 되는데 그것은 오래 두고 먹는 것이다. 그리고 우바리야, 고기는 시약이 되고 기름은 7일약이 되며 고기를 태우면 재가 되는데 그것은 진수약이 되니, 일에 따라 복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때 어떤 필추가 몸에 중병이 들어 몹시 괴로워하다가 의사에게 가서 말하기를 “의원이시여, 저는 지금 중병에 걸렸으니 처방을 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의사가 대답하였다.
“스님께서는 대마죽(大麻粥)을 드셔야 하겠습니다.”
그러자 필추가 말하기를 “세존께서 아직 허락하지 않으셨는데, 제가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의사가 앞에서와 같이 대답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 드렸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의사의 처방이라면 마죽 먹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리고 순무의 뿌리, 줄기, 꽃, 잎, 열매 등이 모두 중풍[風疾]을 낫게 하니 그것들로 죽을 만들어 먹도록 하여라.”

8) 여덟 번째 자섭송

수시로 먹는 음료수인 설탕물은
7일을 두고 마실 수가 있노라.
마음만으로도 성립될 수 있는 다섯 가지 일이 있으며
흉년에 받은 공양은 동료 필추와 함께 한다.

그때 세존께서 인간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한 마을에 도착하셨다.
그 마을의 어떤 장자는 숙세의 인연으로 여래의 교화와 제도를 받을 만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의 교화 받을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그의 집으로 가셨다.
이에 장자는 세존을 위해 자기 집에 넓은 평상을 준비하였다. 세존께서 자리에 나아가 앉으시니 장자는 세존의 두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있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장자의 생각이 번뇌에 물든 자와는 다르다는 것을 아시고 유익하고도 훌륭한 교법(敎法)을 말씀해 주시어 그로 하여금 금강같이 굳은 지혜의 몽둥이로 스무 가지의 잘못된 견해를 부수고 예류과를 얻게 하셨다.
그 장자가 예류과를 얻고 나서 세존께 말씀드렸다.
“제가 지금 증득하게 된 것은 조상님이나 부모님의 은덕이 아니며 임금님의 은덕도 아니고 여러 천인(天人)의 은덕도 아니며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의 은덕도 아니며 친구나 친척들의 은덕도 아닙니다. 오직 위대한 스승이신 세존의 은덕입니다.”
장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청정한 믿음으로 삼보(三寶)에 귀의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그 장자를 위해 법요(法要)를 말씀해 주셨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부처님과 대중들이 모두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자 장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지금 수시로 마실 수 있는 음료수[非時漿]를 마련하였으면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하도록 하시오.”
그러자 장자는 곧 설탕물 등을 준비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대접하였는데, 여러 필추들이 너무 달아 많이 마실 수가 없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포도, 석류, 귤, 유자 등을 비벼 잘게 으깨어 채로 걸러 마실 것이요, 다른 탁한 것을 섞어 마시지 말라.”
이에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설탕물을 가지고 7일 동안 마셔도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된다. 언제까지나 마실 수 있으며, 깨끗한 것이고 원래의 맛이 변해 쉬지 않았다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어떤 장자가 아난타 존자에게 자기 집에서 식사해 달라고 청하였는데, 마침 급고독 장자가 중병이 들게 되었다.
세존께서 그 소식을 들으시고는 곁에서 시중을 들던 아난타와 함께 그 장자의 집에 가서 문병을 하셨다. 그때 장자는 부처님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였다. 세존께서 자리에 앉으시어 장자를 위해 법요(法要)를 설하시고 떠나려 할 때에 장자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가엾게 여기시어 저의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이에 세존께서는 묵묵히 승낙하셨다.
그때 아난타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보다 앞서 장자가 저에게 자기 집에서 식사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먼젓번의 부탁은 사양하여 다른 필추에게 넘겨주도록 하여라. 마음으로 생각만 하여도 성립될 수 있는 다섯 종류의 일이 있으니 옷을 나누는 것, 옷을 지니는 것, 포쇄타(褒灑陀), 수의사(隨意事), 그리고 남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일이 그것들이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는 흉년이라 여러 필추들이 걸식을 하여 음식을 얻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경건한 믿음이 있는 바라문과 거사들이 나이가 많고 덕이 있는 필추에게 자신들의 집에 와서 식사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단지 한 사람의 요청만을 받아들이고, 다른 이의 요청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흉년이 들어 음식을 구하기 어려울 때라면, 그러한 부탁을 모두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미 먹었을 경우에는, 다른 필추들이 모두 먹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초청 받지 않은 사람도 그의 집에 가게 되었는데, 시주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당신들은 제가 초청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고는 음식을 주지 않았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부탁을 받아들인 사람이 두세 사람 몫의 음식을 받아서는 먼저 다음과 같이 말하여야 할 것이다.
‘거사여 이 필추들은 걸식하여서도 음식을 얻기가 힘든 분들입니다. 그래 내가 이 음식을 이분들에게 드리려고 하니 당신께서는 기껍게 여겨 주십시오.’
이렇게 두세 차례 말하고 가는 곳마다 받은 음식을 모두 다른 이들에게 준다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9) 아홉 번째 자섭송

의사의 처방이라면 소(酥)ㆍ유(油)와
그것들의 찌꺼기를 복용할 수 있다.
필추들은 약 상자를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열 군데를 피해 부엌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어떤 필추가 중병이 들어 의사에게 물어 보았더니, 의사가 대답하기를 “소(酥)를 복용하면 병에 차도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의사의 처방이라면 마음대로 복용하도록 하여라.”
그때 병난 필추가 밤중에 소(酥)를 먹고자 하였으나, 주는 사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스스로 가져다 먹어야 할 것이다. 소(酥)를 얻기 어려우면 유(油)를 복용해도 좋을 것이나 그마저 얻기 어려우면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그때 소ㆍ유의 찌꺼기를 가지고 있는 필추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비록 찌꺼기이긴 하지만 나에게 소ㆍ유가 있다. 만일 부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너는 그것을 복용하도록 하여라.”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자가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다면, 설사 찌꺼기라도 복용하는 것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필추들은 복용하는 약을 담아 두는 그릇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종류의 보물로 만든 것이 아니면 나머지는 모두 가질 수 있다.”6)
이 때 세존께서 벽사리국(薜舍離國)에 계셨는데, 필추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열 군데의 장소에서는 부엌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니 맨땅, 문이나 집 아래, 처마 앞, 온난당(溫煖堂), 목욕실, 관리의 집, 탑 부근, 외도의 집, 속인의 집, 필추니만 있는 절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곳에 부엌을 만든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우바리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만약 공동의 부엌을 만들어 의식을 행하였다면, 상하 사방이 모두 청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우바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대중들이 한 곳에 부엌을 만들어도 좋다고 모두 허락하였다면, 상하 사방에 있는 지역들이 모두 청정하다고 할 수 있느니라.”

10) 열 번째 자섭송

술 마시는 버릇이 든 출가자에게는 나무 뿌리ㆍ줄기ㆍ잎ㆍ꽃ㆍ과실 등을
모두 묽은 술에 담갔다가
물을 섞어 마시도록 하였으며

뱀에게 물린 필추에게는 다른 음식도 허락하셨네.

그때 세존께서 불자들을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였는데, 그들 모두 술 마시는 데 버릇이 들어 있어 술을 끊자 몸과 얼굴이 야위고 누렇게 뜨게 되었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술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나무의 뿌리와 줄기, 잎, 꽃, 열매 등을 모두 가루로 만들어 흰 베로 싸서 술기운이 약한 묽은 술에 담그되 그릇 가득히 담아 먹지는 말아라. 그 후에 맑은 물을 타서 마시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누룩과 나무껍질, 향약(香藥)을 찧고 체로 쳐서 가루로 만든 다음 베나 비단으로 싸 막대기에 가로로 매달아 새로 익은 술 항아리에 걸어 놓되 술에 젖지 않도록 한다. 그런 다음 하루 이틀 묵힌 후에 물을 섞는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든 것은 수시로 마시더라도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술에 대한 갈증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스승으로 삼고 있는 너희 필추들은 술을 마셔서는 안 되며 주거나 받지 말며 더 나아가서는 풀끝에 술을 묻혀 입에 대어서도 안 될 것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뱀에게 물린 필추에게는 다른 음식을 준다고 하셨는데, 무엇을 주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갓 태어난 송아지의 똥오줌과 굴로타수(崛路陀樹)의 재를 준다. 그리고 첫째 보리수(菩提樹)의 재, 둘째 겁필타(劫畢他)나무, 셋째 아설타(阿說他)나무, 넷째 오담발라수(鄔曇跋羅樹)의 재, 다섯째 굴로타 나무를 땅 아래 손가락 네 마디 깊이 정도 집어넣어 그 곳의 흙과 섞어 사용하도록 한다.”
“어떤 사람이 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믿음을 지닌 자로 하여금 받게 하고 경건한 믿음이 있는 자가 받아야 할 것이니라.”

2. 별문(別門) 두 번째 총섭송

보시 받은 물건은 정해진 곳에서만 쓰고
주인이 있는 사당의 물건은 가져가서는 안 된다네.
보시 받은 물건은 시주의 의향을 물어 처분하고
교살라국에서 알 수 있듯이 인원수에 따라 나누어야 한다네.

불상을 성 안으로 들여갈 때에는 미리 날짜를 알려주고
보시 받은 재물을 처분하는 사람을 뽑도록 한다네.
절이나 탑이 너무 크면 층수를 줄이고

필추니들이 식사할 적에 윗자리는 비워 두도록 한다네.

1) 첫 번째 자섭송

정해진 장소에서 사용해야 할 물건은 옮길 수 없으며
도적이 버리고 간 물건을 필추가 주워서는 안 된다.
시체를 버리는 숲에 있는 물건도 가져가서는 안 되나
허락되어진 물건은 가져도 될 것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재물이 많은 어떤 장자가 절[住處]을 하나 만들어 스님 대중들에게 보시하고 아울러 침구와 요, 몸에 소용되는 여러 가지 물건도 모두 보시하였다. 젊은 필추들이 그 절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서로 상의하기를 “여러 존자[具壽]들의 침구들이 이미 매우 많다. 그런데 들고 다니다가 파손시킬 염려가 있으니, 다니는 데 소용되는 물건 이외의 것은 필추 스님 대중들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즉시 상의한 대로 남는 물건을 모두 근처의 필추 스님 대중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때 어떤 걸식하는 필추가 돌아다니다 그 절에 이르렀다. 절에 있는 필추는 그를 쉬게 해 주었다. 그 나그네 필추가 묻기를 “존자여, 남아도는 여분의 침구가 있습니까?”라고 하였다. 절에 있던 필추는 “이곳에는 남는 침구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여러 나그네 필추들은 부서진 침상에서 고생스럽게 밤을 지냈다.
새벽이 되자 나그네 필추는 방 열쇠를 가지고 그 절을 보시한 속인의 집으로 향하였다. 그 곳에 도착해서는 자리에 나아가 앉아 장자를 위해 법요를 설명하고 일곱 종류의 복업(福業)을 찬탄하였다. 그러자 장자가 말하였다.
“그러한 복업은 제가 이미 하였습니다.”
이에 필추가 말하였다.
“그대가 보시한 절에는 침구가 부족하더이다. 나는 어젯밤 부서진 침상에서 자느라 무척 고생하였습니다.”
그 절을 보시한 자가 말하였다.
“내가 많은 침구와 물품을 대중들에게 보시하였는데, 필추들이 내가 보시한 물건을 다른 곳으로 가져가진 않았겠지요?”
필추가 물었다.
“방 열쇠를 알아볼 수 있겠소?”
장자가 대답하였다.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에 즉시 장자와 함께 가서 살펴보기로 하였다. 그 장자가 절에 도착해서 그 곳에 있는 필추에게 물어 보았다.
“제가 대중들에게 보시한 많은 침구와 물건들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상의 일들을 모두 시주에게 얘기해 주니, 장자가 말하였다.
“나누어 준 물건들을 가져와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본래 이 절에 보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절에 보시한 물건을 다른 절에 주어서는 안 된다. 마땅히 정해진 장소에만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사적으로 준 자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되돌려 놓지 못하면 무거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여러 상인과 두루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상인들이 도적들에게 물건을 강탈당하였는데, 도적들이 물건을 모두 가져가지 못해 버리고 가버렸다.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도적들을 뒤따라가다가 버려진 물건을 보고는 서로 말하기를 “난타와 오바난타여, 버려진 물건이 몹시도 많으니 함께 가져가도록 합시다”라고 하고 옷을 가져갔다.
물건의 주인들이 와서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옷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곧 꾸짖어 말하였다.
“우리 소유의 물건 중에 도적들이 가져가지 못한 것을 그대들이 다시 훔쳤구나. 존자들이 수도자의 옷을 입고 이러한 나쁜 짓을 행하다니.”
필추들이 물어 보았다.
“우리들이 무슨 짓을 했단 말이요?”
상인들이 대답하였다.
“당신들은 우리들의 옷을 훔쳤소.”
이에 필추들이 말하였다.
“도적들이 당신들의 옷을 빼앗은 다음 그것을 버리고 갔기 때문에, 우리들은 버려진 옷이라 생각하고 가진 것이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적들이 상인들의 옷을 빼앗은 다음 그것을 버렸다면, 그 물건을 주워 가져가서는 안 된다. 만일 주워 가진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또 상인들이 도적에게 물건을 빼앗겼는데, 도적들이 물건을 다 가져가지 못하고 버리고 가는 일이 있었다. 그때 여러 거사들이 필추들에게 말하기를“그대들은 마음껏 가져가도 좋습니다”라고 하였으나, 필추들이 가지지 아니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허락을 받았다면 가져도 좋으리라.”

이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당시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시타림[寒林]의 시체가 있는 곳에 가서 옷과 일산, 땔나무 등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기를 “난타와 오바난타여, 버려진 물건이 많으니 함께 가져가자”고 하였다. 얼마 후 시타림을 지키는 전다라(旃茶羅) 등이 그 곳에 이르러 “누가 이 시타림[深摩舍那]에서 물건들을 훔쳐 갔을까?” 생각하였다.
칠팔 일이 지난 후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서로 상의하기를 “난타와 오바난타여, 시타림에는 버려진 옷이 많이 있을 것이니 함께 가서 그 물건들을 가져오자”고 하였다. 그들이 그 곳에 이르렀을 때 전다라가 그들을 잡고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스님네여, 나라에 부역을 바쳐야 할 사람들이 모두 시타림에 나와 일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당신들은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것입니까?”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다른 사람이 시타림에 놓아 둔 옷이나 땔감 등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갖는 자가 있다면 무거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또 다른 곳의 시타림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신앙심이 깊은 자가 필추들에게 말하기를 “마음껏 옷을 가져가라”고 하였는데도, 필추들이 가져가지 않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그가 허락하였다면 마음대로 가져도 좋을 것이다.”

2) 두 번째 자섭송

주인 있는 사당 물건
필추가 가져서는 안 되네.
병든 필추를 돌보는 자가 병자에게
법복(法服)을 보시하라 권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당시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수레를 탄 상인들과 함께 길을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중에 수레의 축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상인들은
그 부러진 축을 버리고 다른 축으로 바꾸어 타고 갔다. 이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은 네거리에서 부러진 축을 가져다가는 세워서 땅에 묻고는 서로 말하기를 “이것을 ‘수레 축 부처님[車軸天尊]’ 이라고 부르리라” 하고는 그것을 버려두고 떠나갔다.
그런데 어떤 장자가 거기에다 음식을 가져와 제사 지내고, 다른 사람은 거기에다 대고 기원하기를 “만약 내가 원하는 바를 들어 준다면 나는 ‘수레축 부처님’을 위해 사당을 짓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108명의 바라문들도 매일 한낮에 그 곳에 와서 모임을 열며 그러한 기원을 하여 자신들의 바라는 바를 얻었다. 그러자 즉시 그 장소에 사당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에 여러 상인들도 오고가며 그 곳에 이르러서는 모두 옷과 물건, 겁패모(劫貝毛)7) 등을 사당에 시주하였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다시 와서 그 사당에 상인들의 수레와 말이 북적이고 재물들이 그득한 것을 보고는 서로 상의해 말하기를 “‘수레 축 부처님’ 사당에 옷과 물건이 많으니 우리들은 오늘 그것들을 가져가도록 하자”고 하였다.
그때 사당을 지키는 사람이 그들이 물건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는 말하기를 “필추들이여, 나는 이곳을 항상 관리하고 있는 사람인데, 당신들은 어찌하여 주인이 있는 사당의 옷과 겁패모 등을 가져가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대답하기를 “그대들은 진실로 천박하구려. 어느 곳에 이러한 사당이 있을 수 있단 말이요? 그리고 이 사당은 본시 우리가 세워 놓은 것이요. 다시 말해 부러진 수레의 축으로 해서 이러한 사당이 세워진 것이란 말이요. 그런데도 그 유래는 따져 보지도 않고 인색하게 보호하려고만 하는구려”라고 하였다.
그때 오바난타는 주먹으로 수레의 축을 치고 손으로 뽑아 여러 사람에게 보이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설령 존자나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소. 그러니 어찌하여 가지고 있는 옷이나 물건을 빼앗길 수 있겠소?”
그러자 여러 거사들이 모두 비방하였다.
이에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인이 있는 사당 소유의 옷이나 겁패모 등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만약 가져간다면 무거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다른 사당에서 원하는 대로 가져가라고 하였는데도, 필추들이 모두 가져가지 않는 일이 있었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그들이 허락하였다면 가져도 좋을 것이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 어떤 필추가 병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병든 필추는 스님 대중에게 복업(福業)을 닦아야 한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이에 간병인이 병자에게 말하기를 “스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보시를 하도록 하시지요”라고 하자, 병자가 대답하기를 “저는 아무것도 없으니 지니고 있는 세 가지 옷[三衣]이라도 보시하여야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간병인이 옷을 가지고 가서 보시하였는데, 스님 대중이 옷을 받아 팔아서는 함께 나누어 가졌다. 그로 인해 필추의 병이 차도가 있었으나 세 가지 옷은 없게 되었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든 필추에게 3의(衣)를 보시하라고 권해서는 안 된다. 그에게 보시하라고 권한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리고 스님 대중은 그 3의를 받아서는 안 되며, 설사 받았다고 하더라도 나누어 가지지 말고 보시한 자가 옷이 없음을 알았다면 곧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나누어 갖는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 되리라.”

3) 세 번째 자섭송

보시 받은 물건을 반드시 시주에게 물어 보고
대중이 공평하게 나누어야 할 것이다.
필추와 필추니는 똑같이 분배하고
사미 등의 경우에는 가감해야 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어떤 장자가 필추ㆍ필추니 두 대중에게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였는데, 여러 필추들이 어떻게 나누어 가질지 몰라 하였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주에게 물어 보아 그의 말에 따라 나누어야 할 것이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60명의 필추가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한 고을에 이르렀는데, 그 곳에 사는 바른 믿음을 지니고 있는 어떤 장자가 필추들에게 자기 집에 와서 식사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때 그 장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이 여러 필추들에게 각각 옷 한 벌씩을 보시하여야겠구나.”
그런데 필추들이 식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다시 걸식하던 60명의 필추니들이 “아무개 장자의 집에서 여러 필추들이 지금 공양을 받고 있으니, 그대들도 가도록 하라”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곧 그 집에 이르러 음식을 먹게 되었다.
이에 장자는 “내가 지금 옷을 두루 보시할 수가 없으니, 나이 든 분에게 먼저 보시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60장의 무명을 상좌의 앞에다 놓았다. 그러자 필추들이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를 몰라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필추와 필추니 공동의 물건이니, 마땅히 공평하게 나누어야 할 것이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어떤 장자가 필추와 사미 두 대중에게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였다. 그때 필추와 사미들에게 똑같이 분배하였는데, 필추들이 불평하며 말하였다.
“우리들은 세 가지의 법의[支伐羅]가 필요하지만, 저 사미들은 위에 만조(縵條)8)를 입고 아래에 한 벌의 내의[裙]를 입을 수 있게 두 벌의 옷만 있으면 되는데, 어찌하여 우리와 저들을 똑같이 취급하여 나누어 주는 것인가?”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와 필추니는 똑같이 나눌 것이다. 사미나 사미니의 경우에는 3분의 1만 줄 것이며, 식차마나에게는 2분의 1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족계를 받으려는 사람에게 2분의 1을 줄 것이니, 마땅히 이렇게 알라.”

4) 네 번째 자섭송①

교살라국에서 흰 무명을 인원 수 대로 나누었으며
불자(佛子)가 보리죽을 먹은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실리급다(室利笈多)를 교화하였던 인연과
불상ㆍ불탑의 건립 등에 대해 두루 논하였네.

그때 세존께서 1,250명의 필추들과 함께 교살라국의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시다 우연히 한 마을에 도착하셨다.
그 곳의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 항상 수행(隨行)하는 제자들의 무리에게 자기 집에 오셔서 식사를 해 주십사 청하였다.
그때 마침 60명의 필추니들도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그 마을에 이르러 집집이 걸식하던 중이라 장자에게도 음식을 청하게 되었다.
그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곧 흰 무명 1,250장을 상좌의 앞에다 놓았다. 필추들이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몰라 하자, 60명의 필추니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전에 보시한 물건의 반을 받았으니, 지금도 우리에게 반을 주십시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는 필추니의 수를 헤아려서 나누어 주라. 반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자기 집에서 식사를 해 주십사 청하였다. 필추들이 모두 때가 되어 그 집에 가서 식사하였는데, 세존만은 그 집에 가지 않으시고 절 안에 머물며 식사를 하셨다. 부처님께서 시주의 집에 가지 않는 경우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여러 제자들에게 계율을 정해 주시기 위해서였다.
그때 그 장자가 나이 든 필추들을 매우 공경하여 그들에게는 최상의 소(酥)와 소를 삶아 만든 떡을 드리고, 중년의 필추들에게는 유(油)를 삶아 만든 떡을 주었으며, 연소한 필추에게는 유와 마재(麻滓), 삶은 나물 등을 주었다.
당시 라후라 존자가 세존을 위해 직접 음식을 발우에 담아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보통 음식을 가지고 온 사람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여러 스님 대중들은 좋은 음식을 얻었느냐?”고 물으시곤 하셨다. 이에 라후라가 “여러 스님 대중이 좋은 음식을 아주 많이 얻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어찌하여 몸이 수척하게 야위었느냐?”
라후라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유(油)를 먹으면 힘이 나고
소(酥)는 발에 빛이 나게 합니다.
그러나 마재와 채소만을 먹으니
어찌 윤기와 힘이 날 수 있으리.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몸이 야윈 까닭을 물었는데, 너는 어찌하여 먹는 음식으로 대답하느냐?”
이에 라후라가 이상의 일을 갖추어 세존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누가 스님 대중의 상좌인가?”
라후라가 대답하였다.
“저의 스승이십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스승 사리자는 악식(惡食)을 하였지 선식(善食)을 하였다고는 할 수 없겠구나. 어찌하여 중좌(中座)와 하좌(下座)의 음식을 살펴보지 않았더란 말이냐?”
이어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스님 대중 중 상좌가 행하여야 할 법을 내 지금 정해 주겠노라. 상좌인 자가 처음 음식을 가지고 온 사람을 보거든, 먼저 그로 하여금 무릎 꿇고 합장 한 채 삼발라거다(三鉢羅佉多)9)를 말하게 하여라. 그런 다음 상좌는 똑같이 나누어 주라고 말하여야 할 것이니라.”
그때 필추들이 좋은 나물과 떡들을 받게 되면 모두 이런 말을 하다가 이내 그만 두어 버렸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처음 소금을 나누어 줄 때에나 반드시 알려 주어 평등하게 하라고 할 뿐이지, 일일이 번거롭게 하지는 말라. 만약 이 계율을 어긴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사리자 존자가 세존께서 선식(善食)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는 곧 손가락을 입 속에 집어넣어 음식을 토해 내었다. 그러자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사리자가 먹은 음식을 곧 토해 내었습니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사리자는 오늘만 내가 음식이 비루하다고 하여 음식을 토한 것이 아니니라. 그는 과거세(過去世)에도 내가 비루하다고 하였을 때 음식을 토해 내었느니라. 이제 너희들은 그 얘기를 들어 보아라. 지난날 어떤 바라문이 한 동자 바라문과 함께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교화하다가 한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동자를 마을 밖 못가에서 기다리게 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이곳에서 잠시 머물러 있거라. 내가 먼저 마을에 들어가 보리죽[麨食]을 구걸할 테니.’
그래 동자가 그 곳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때 어떤 전다라가 못가로 와서 보리죽을 먹었다.
그 동자가 그 광경을 보고 그에게 말하기를 ‘여보시오. 그대는 은혜를 베풀어 나에게 보리죽을 조금 나누어 주시오’라고 하였다. 그가 동자에게 대답하기를 ‘그릇을 대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곧 그릇을 대니 전다라가 보리죽을 그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때 동자가 보리죽에 기름이 떠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물어 보았다.
‘이 보리죽에는 어찌하여 기름이 떠 있습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기름 그릇에 보리죽을 담았더니, 기름이 뜨게 되었습니다.’
그 동자가 보리죽을 다 먹은 후, 바라문이 마을에서 돌아와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도 지금 저 마을에 들어가 보리떡을 구걸해 오도록 하여라.’
그러자 동자가 말하였다.
‘저는 이미 보리죽을 먹었습니다.’
바라문이 물었다.
‘어디에서 얻었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전다라에게서 얻었습니다.’
그러자 바라문이 말하기를 ‘그 사람은 청정치 못한 사람인데, 네가 어찌 그에게서 보리죽을 얻었단 말이냐?’ 하고는 그 동자를 천하게 여겼다. 그때 그 동자는 곧 보리죽을 토해 내었다.”
이런 얘기를 하시고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상하게 생각지 말라. 그 교화하던 바라문은 바로 나 자신이었으며, 그 동자는 사리자였느니라. 사리자는 과거세에도 내 말을 듣고 보리죽을 토해 내더니, 오늘날에도 나의 꾸중을 듣고는 곧 음식을 토해 냈던 것이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갈란탁가지(羯闌鐸迦池)의 죽림정사에 계셨다.
당시 성중에 실리급다(室利笈多)라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본시 노형외도(露形外道)의 제자로서 취저색가(聚底色迦)의 처남이 되는 사람이었다. 취저색가는 삼보(三寶)를 깊이 믿고 있었는지라,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었다.
“내가 지금 실리급다에게 부처님과 스님 대중이 최상의 복전(福田)임을 알도록 해 주어야겠구나.”
이에 곧 실리급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과 스님들께 당신이 음식을 장만해 공양한다면 무한한 복을 얻게 될 것이요.”
그러자 실리급다가 말하였다.
“지금 내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한다면,
당신도 우리의 포란나(哺㘓拏)10)와 그 제자들에게 음식을 공양하시겠소?”
그때 취저색가가 곧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지금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저 사람으로 하여금 훌륭한 복전들에게 공양하지 않게 해 커다란 손실이 있게 될 것이다. 널리 일체 중생에게 보시해야 할 것이니, 포란나 등에게 공양한들 무슨 잘못이 되겠는가?”
그래서 곧 그리하겠다고 허락하였다. 이때 실리급다가 다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만일 지금 내가 먼저 사문 교답마(喬答摩)11)를 집으로 모셔 와서 식사를 대접한다면, 그 다음에는 저 취저색가가 포란나와 그의 제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에 그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먼저 포란나와 그의 제자들에게 집에 와서 식사해 주십사 청하도록 하시오. 그 다음에 내가 부처님과 스님 대중에게 청하여 공양하도록 하겠소”라고 하였다.
그러자 취저색가가 곧 허락하고는 포란나에게 가서 진정으로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지신 포란나와 여러 제자들이여, 원컨대 내일 저의 집에 오시어 식사를 해 주십시오.”
그때 포란나가 곧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 사람이 교답마에게 허물이 있음을 보고 기꺼운 믿음이 없어져 지금 나에게 은근하고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났으니, 내 오늘 커다란 이익을 얻게 되었구나. 또 이 사람의 조상이 나의 시주이었는데, 이제 다시 나에게 돌아왔으니 진정 마땅한 일이로다.’
그리고는 곧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이에 취저색가가 그 밤으로 음식을 장만하고 자리를 깔고 물동이 등을 진설하였다. 그런 다음 아침 일찍 사람을 보내 포란나에게 “음식이 이미 마련되었으니 저의 집으로 와주십시오”라고 알리게 하였다.
그때 실리급다가 포란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성자(聖者)께서는 아시고 계십니까? 사문 교답마는 속사(俗舍)의 요청이 있어 속인의 집에 도착하게 되면 오른발로 그 집의 문지방을 밟고는 문득 미소를 짓는답니다. 그러면 시자(侍者)인 아난타가 웃옷을 제쳐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偏袒右肩]12)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댄 채 합장하고서 말합니다.
‘대덕이시여, 위대한 성인이신 여래와 여래의 제자들께서는 인연이 없이는 미소를 보이지 아니하십니다. 대덕이시여, 이곳에 어떠한 인연이 있는 것입니까?’
그러면 그가 곧 대답하기를 ‘그렇다. 아난타야, 인연이 없이는 미소를 짓지 않느니라. 그러나 부처님이 이르신 곳에서는 모두 수기(授記)를 해 주시어 대중들로 하여금 크게 공경스러운 믿음을 갖게 하느니라’라고 합니다.
그러니 당신께서도 지금 취저색가의 처소에 이르러 그 집에 들어갈 적에 이와 같이 하여 크게 대중들이 공경스러운 믿음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십시오.”
이에 포란나가 그리하겠다고 하였다. 포란나와 제자들이 위의를 차리고 취저색가의 집에 가서 그 문지방에 이르자, 포란나가 입을 벌려 크게 웃었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물었다.
“대덕께서는 인연이 없다면 이렇게 입을 벌려 크게 웃으시지 않으십니다.”
이에 포란나가 곧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러하다. 인연이 없이 크게 웃지는 않느니라. 내가 천안(天眼)으로 보니 무취지(無醉池) 옆의 수놈 원숭이가 암컷 원숭이 뒤를 쫓아다니다 발을 헛디뎌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내 이제 생각해 보니 그런 짐승은 생각이 없고 욕정만 있는지라 더러운 욕심 때문에 커다란 불행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니라.”
이때 취저색가가 이 말을 듣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 엉터리 같은 놈이 감히 부처님의 흉내를 내고 있구나. 내 지금 그 못된 버릇을 고쳐 놓으리라.”
그리고는 곧 포란나와 그의 제자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동(銅)으로 만든 주발 위에 음식을 가득 담아 맛있는 것을 위로 하였다. 그리고 떡을 아래에 둔 것으로는 제자들에게 주고, 포란나의 그릇에는 맛있는 것을 아래에 두고 위를 떡으로 덮어 주었다. 그러자 포란나가 생각하기를 ‘내가 교주이니 의당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할 터인데,
어찌하여 장자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지 않는가?’ 하였다.
그때 장자가 묻기를 “어찌하여 음식을 드시지 않으십니까?”라고 하자, 그가 대답하기를 “내가 먹는 음식에는 단지 떡만 있고 맛있는 것이 없으니, 맛있는 것을 가져와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장자 취저색가예전에 수제가(樹提伽)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가 곧 그 앞에 나아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응당 보아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보지 않아야 할 것은 보았다고 거짓말하네.
못 옆에서 원숭이 죽는 것은 보면서
어찌하여 그릇 속의 국은 보지 못하나.

그리고는 주발의 떡 밑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포란나가 부끄러워하고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창피를 당했으니 잠시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저주하는 게송을 지어 현재ㆍ미래에 쌓은 복업(福業)이 헛된 것이라 이로운 결과가 없음을 일러 주리라’ 하였다.
그는 식사를 마치자 곧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었다.

사람이 조금이라도 은혜를 베풀거나
음식을 차려 공양한다고 하는 일이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좋은 복을 받는 것도 아니라네.

그때 장자 취저색가의 문지기가 이 말을 듣고는 곧 다음과 같이 생각을 하였다.
“이 무지한 놈이 우리의 음식을 받아먹고는 저주하는 게송을 지어 복이 없게 하는구나. 이 엉터리 같은 놈에게 내 혼을 내 주리라.”
그는 곧 문에다 흙탕물 항아리를 비스듬히 세워 놓은 다음 문빗장을 반쯤 열어 놓았다. 이에 포란나와 제자들이 문을 나오다 진흙에 미끄러지고 땅에 엎어져 머리가 문에 부딪히며 피를 흘렸다. 그때 문지기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문빗장이 바로 반쯤 열려 있고
흙탕물 항아리의 오물이 쏟아져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른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좋은 복을 받는 것은 아니라네.

포란나가 흐르는 피를 막으며 실리급다의 집에 갔다. 실리급다가 보고 묻기를 “대덕이시여, 어찌하여 이렇게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시는 것입니까?”라고 하자 포란나는 “장자 취저색가가 나를 넘어뜨렸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곧 실리급다가 말하였다.
“당신이 목숨을 건지고 나왔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저는 속임수를 써서 저 교답마의 스님 대중이 우리 집에 와서 살아 나가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그때 실리급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내 지금 교답마의 처소에 가서 우리 집에 와서 식사해 달라고 청해야겠구나. 그가 만일 모든 것을 아는 지혜를 갖춘 사람이라면 반드시 나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나에게 속을 것이다.’
이에 실리급다는 곧 부처님의 처소로 가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과 스님 대중께서는 내일 저의 집에 오셔서 한 끼 음식을 드셔 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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