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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10 불교(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 8권 / 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by Kay/케이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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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8

 

 

근본설일체유부목득가 제8권


대당 삼장법사 의정 한역
백명성 번역


4) 네 번째 자섭송(子攝頌) ②

그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과 같이 생각하셨다.
“이 실리급다가 나에게서 도리를 깨달아야 할 것인데, 그는 여러 가지 악행을 저지르려 하고 있구나. 만약 그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리를 깨치게 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니, 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겠구나.”
이에 세존께서는 묵묵히 받아들이셨다.
그러자 실리급다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 교답마는 모든 것을 아는 지혜를 지닌 자가 아니로구나. 그렇다면 나의 원수이니 마땅히 보복하리라.’
그는 곧 집으로 돌아와 한밤중에 【문】안에다 커다란 구덩이를 판 후 푸른 풀로 덮고 다시 그 위에 얇게 흙을 뿌려 놓은 다음, 음식에는 독약을 넣었다. 그때 취저색가의 누이동생인 급다의 아내가 이것을 보고는 물어 보았다.
“당신은 지금 무얼 하시려는 것입니까?”
실리급다가 대답하였다.
“원수를 죽이려 하오.”
그러자 아내가 물었다.
“누가 원수입니까?”
“사문 교답마가 바로 원수요.”
아내가 물었다.
“만약 부처님이 원수라면, 당신의 친구는 누구입니까?”
그러자 실리급다는 곧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내 아내는 취저색가와 남매간으로 같이 자랐으니 사문 교답마에 대해서는 마음 깊이 공경하고 소중히 여길 터이다. 그러니 나의 은밀한 일을 폭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에 그녀를 작은 방에 가두고 열쇠로 문을 잠가 두었다. 그리고는 포란나와 노형외도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모두 모여 원수를 어떻게 해치는가 보도록 하시오. 나는 저 교답마의 무리들을 죽이려고 이미 불구덩이를 만들고 음식에
독을 넣어 두었소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여러 외도들이 누각에 올라가 앉아 서로 말하기를 “우리는 이곳에서 교답마가 불에 태워지고 독이 든 음식을 먹고 땅에 꼬꾸라지는 꼴을 보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제자들이 모두 통쾌하게 여기도록 합시다”라고 하였다.
그때 실리급다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자리를 마련하고 물 항아리, 양지(楊枝)1), 조두(澡豆)2) 등을 갖춘 다음 사자(使者)에게 명령하기를 “너는 교답마의 처소에 가서 ‘교답마께서는 와주십시오. 음식이 준비되었으니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나의 말을 전하라”고 하였다.
이에 사자가 명령을 받들어 세존의 처소에 가서 두 발에 예배하고서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장자 실리급다가 음식을 모두 준비하였다고 부처님께 말씀드립니다.”
이때 세존께서 아난타 존자에게 명령하셨다.
“너는 여러 필추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여라. 어느 누구도 함부로 실리급다의 집에 먼저 들어가지 말고, 내가 먼저 들어가기를 기다린 후에 뒤따라 들어가라고.”
아난타 존자가 ‘예’하고 명령을 받고서는 곧 여러 필추들에게 나아가 부처님의 명령을 전달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아침 일찍 옷을 입으시고 주발을 갖고서 여러 필추들과 함께 장자 실리급다의 집으로 가시려고 하셨다.
그때 죽림원 안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천신(天神)이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서는 다음과 같이 부처님께 청하였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실리급다의 집으로 들어가지 마소서. 왜냐하면 그는 부처님을 해치려고 여러 가지 도리에 어긋나는 일과 악업을 준비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천신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을 내가 이미 제거해 놓았으니, 그가 어찌 다시 해칠 수 있겠느냐?”
천신이 말씀드렸다.
“그가 악한 마음으로 커다란 불구덩이를 만들어 여래를 해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천신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욕심의 불길[欲火], 성냄의 불길[瞋火], 어리석음의 불길[癡火]을
내가 지혜의 물[智水]로써 모두 꺼 버렸거늘, 세상의 불이 어찌 나를 해칠 수가 있겠느냐?”
이에 그 천신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가 독약을 음식 속에 넣어 여래를 해치려고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천신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욕심의 독[欲毒], 성냄의 독[瞋毒], 어리석음의 독[癡毒]을 내가 지혜라는 신령스러운 약[智阿擖陀藥]으로 이미 토해 내 버렸거늘, 이 외의 그 어떤 독약이 나를 해칠 수 있겠느냐?”
이에 세존께서 왕사성으로 들어가셨다. 그때 그 성의 천신이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여래 앞에 엎드려 “실리급다의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청하며, 아까와 같이 여러 가지 문답을 나누었다.
세존께서 실리급다의 집으로 가서 그 문에 이르렀을 때, 그 집에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천신이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집에 들어가지 마십시오”라며 아까처럼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하였다.
그때 장자의 아내가 구석진 방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헤아려 보니 지금 부처님께서는 첫 번째 문에 도착하셨겠구나. 이제는 두 번째 문에 이르시어 두 발이 모두 불구덩이 속에 빠지셨겠구나. 지금은 세존께서 불구덩이 속에 온몸이 빠지셨겠구나. 큰일이로다. 세존께서 지금은 연기 때문에 기침을 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맹렬한 불길에 온몸과 옷이 휩싸인 채 계시겠구나.’
이렇게 그녀는 근심스러운 말을 하며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이미 중문에 이르시어 막 발을 들어 올리려 할 때, 붉은 연꽃[鉢頭摩花]이 구덩이 속에서 솟아올라왔다. 이에 여래께서는 편안하고도 차분하게 발을 들어 그 연꽃을 밟으시며 실리급다의 집 안으로 들어가셨다.
이때 실리급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희유심(希有心)이 생겨 곧 포란나에게 말하였다.
“세존의 신통력에 의한 변화를 좀 보십시오.”
그러자 그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교답마가 부린 환술(幻術)에 빠져 있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환술이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일체지(一切智)를 갖추고 있다고 하는 그대들 역시 이러한 환술을 부릴 수 있겠습니까?”
이에 그 노형외도는 매우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숙인 채 몸을 굽혀 밖으로 나갔다. 이때 장자가 부처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매우 부끄러워하며, 곧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아내여, 이제 방에서 나와 세존의 발에 예배하도록 하시오.”
그러자 아내가 대답하였다.
“세존이 어디 계십니까? 당신과 나쁜 사람들이 이미 여래를 살해하였는데……”
이에 장자가 대답하였다.
“아내여, 그 누가 여래를 해칠 수가 있겠소. 나는 부처님을 알아보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소.”
그 처가 방에서 나와 장자를 데리고 세존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함께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그때 장자는 온몸을 땅에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하고 말하기를 “내가 무슨 면목으로 감히 세존의 얼굴을 뵐 수 있겠소?”라고 하였다.
이에 그 처가 합장하고 머리를 숙인 채 세존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무간 지옥에 갈 만큼 무거운 허물이 있는 장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그만 일어나도록 하라. 내 이미 용서하였노라.”
처가 감탄하며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바르고 고르게 일체의 법을 깨달으시어 진실로 위순(違順)3)의 구별이 없으시나이다.”
장자가 땅에서 일어나 사지(死地)에서 살아 나온 것처럼 기뻐 날뛰며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음식을 장만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는 사자(使者)를 보내어 ‘교답마께서는 와주십시오.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으니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대덕이시여, 그러나 저는 세존께 이롭지 못한 일을 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미 모든 이롭지 못한 일들을 제거해 버렸거늘, 네가 어찌 다시 이롭지 못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실리급다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제가 음식 속에 독약을 넣어 여래와 스님들을 해치고자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의 모든 불길과 독약을 내가 이미 제거하였는데
어디에 있다고 하느냐? 음식이 익었거든 가져와 공양토록 하여라.”
이때 세존께서는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는데 ,바친 음식이 상좌 앞에 놓여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타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러 필추들에게 두루 말해 주어 만일 삼발라거다를 채 말하지 않았거든 한 사람도 함부로 먼저 음식을 받지 않도록 하여라.”
이에 아난타 존자가 부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필추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런 다음 한 사람을 상좌 앞으로 보내어 삼발라거다를 말하게 하였다. 그러자 그 힘으로 음식 안에 있던 모든 독성이 제거되었다. 그때 장자가 상좌로부터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직접 음식을 나누어 주었는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오늘 나이 많으신 필추로부터 젊은 필추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약에 중독되어 괴로워하며 땅에 쓰러지면 어찌하나? 그런데 오직 세존께서만 약간 얼굴색을 움직이시니 그렇다면 필경 이 대중들 가운데 한 사람도 중독되지 않았단 말인가.”
필추들이 중독되지 않은 것을 보고 이미 깊은 신심을 일으킨지라, 실리급다 부부는 필추들이 식사와 양치질까지 끝내기를 기다려 부처님 앞의 낮은 자리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두 사람을 살펴보시고 근기에 따라 법의 요체를 설명해 주셨다. 그들이 설법을 듣고는 금강 같은 지혜의 몽둥이로 스무 종류의 잘못된 견해를 쳐부수고 예류과를 증득하였다.
예류과를 증득한 후 그들이 세존께 말씀드리기를 “지금 증득한 것은 저의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며,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여 청정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부터는 여러 외도들에게는, 남자 외도건 여자 외도건, 그들에게는 영원히 문을 닫아걸고, 부처님과 스님 대중 그리고 오바색가, 오바사가 등에게는 그 문을 활짝 열어 놓겠나이다.”
세존께서는 그들로 하여금 요체를 깨닫게 하시고는 곧 자리를 뜨시어 다시 본래의 처소로 돌아가시어서
여러 필추들에게 자상하게 일러 주셨다.
“스님 대중 중 상좌가 행하여야 할 법을 내 지금 정해 주겠노라. 대중 가운데 상좌인 자는 바친 음식을 대중 앞에다 놓고 먼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음식을 쥐거나 소금을 나누어 주게 하되, 상좌 앞에서 몸을 숙여 공경을 표하고 삼발라거다를 말하게 하여라.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는 음식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말이 커다란 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고 먼저 음식을 받는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삼발라거다는 정지(正至), 시지(時至)로 번역되는데, 밀어신주(密語神呪)로 독을 없앨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승발(僧跋)이라고 하였는데 와전된 것이다. 부처님이 가르치시길 식전(食前)에 말하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식후에 하니 본뜻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상좌도 허물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한 와전과 잘못이 오래 되었으니, 지혜로운 자는 자세히 살펴 써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어떤 장자가 절을 짓다가 반쯤 되었을 때 죽고 말았다. 장자의 아들이 가업을 잇게 되자, 여러 필추들이 곧 장자의 집에 가서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그대의 아버지가 절을 짓다 반쯤 되었을 때 불행하게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남은 일을 그대가 이루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스님들이여, 절이 몹시 크고 장엄해 저는 지을 수가 없습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규모를 줄여 작게 짓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짓겠습니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크게 지을 수 없다면 그보다 작게 짓는 것을 허락하노라.”
또 어떤 속인이 절을 짓다가 채 마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의 아들이 부업(父業)을 이었을 때 여러 필추들이 앞에서와 같이 그 아들에게 일러 주었더니, 아들이 말하였다.
“나는 크고 장엄한 것을 좋아합니다. 만일 원래보다 크게 짓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크게 짓도록 하여라.”
어떤 장자가 작은 탑을 만들려다가 도중에 그만 죽고 말았다. 아들이 부업을 주관하게 되었을 때, 여러 필추들이 장자의 집에 가서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당신의 아버지가 탑을 짓다가 반쯤 만들고서는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남은 일을 그대가 완성하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성자여, 저는 크고 장엄한 것을 좋아하는데, 그 탑은 너무 작습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본래보다 크게 짓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제가 짓도록 하겠습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것을 좋아한다면 마음대로 크게 짓도록 하여라.”
또 어떤 장자가 큰 탑을 짓다가 일이 반쯤 끝났을 때 갑자기 죽고 말았다. 그래 앞에서와 같이 아들에게 일러 주었더니 아들이 말하기를 “저는 지금 가난하여 크게 지을 수가 없습니다. 만일 작게 짓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짓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대로 작게 짓도록 하여라. 그러나 탑의 경우에는 본래 작게 지으려던 것을 크게 지을 수는 있지만, 크게 지으려던 것을 줄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속인이 크게 지을 수 있다면 좋다고 하겠으나, 그럴 수가 없다면 필추들이 권하여 본래의 크기로 짓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탑의 상륜(相輪)4)이 오래 되어 부서졌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리하도록 하여라.”
그때 오래 된 상륜을 먼저 내려놓고 새 것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완성시키지 못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래 된 것을 먼저 내리지 말고, 새 것을 다 만든 후에 옛 것을 내리도록 하여라.”
진흙으로 빚은 불상이 부서졌는데, 필추들이 의심스러워 감히 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크게 하든지 본래대로 하든지 마음대로 만들도록 하여라.”
벽에 그린 그림의 채색이 분명치 못한 것이 있었는데, 필추들이 의심스러워 감히 덧칠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분명치 못한 부분을 닦아 내고 다시 새로 그려 넣도록 하여라.”
경전의 종이가 낡아 글씨가 지워졌는데 필추들이 의심스러워 감히 닦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닦아 내고 다시 새로 쓰도록 하여라.”

5) 다섯 번째 자섭송

불상을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갈 때
숙덕(宿德) 필추가 길상수와 시물(施物)을 받을 것이며
깃발과 북은 마음대로 설치하되
모든 필추는 그 일에 참여할 수 없다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청하였다.
“저는 섬부영상을 받들고 성 안으로 들어가 널리 공양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여,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이니라.”
그런데 필추들이 누가 영상을 받들고 들어가기에 합당한지 몰라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가 적은 필추들이 따라 들어가도록 하여라.”
당시 대중의 수가 적어 장엄하고 화려하게 할 수 없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ㆍ필추니ㆍ정학녀(正學女)ㆍ사미ㆍ사미니 등이 모두 따라가며 보호하도록 하여라.”
그때 청정한 믿음이 있는 어떤 바라문과 거사들이 가장 좋은 병에다 길상수(吉祥水)를 담아 필추의 손에 붓고 보시하는 물건을 주었는데, 스님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감히 받는 자가 없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필추들이 오른손을 뻗어 길상수를 맞고, 보시하는 물건을 받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음악을 연주하지 않고 불상을 성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북을 치고 음악을 연주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우바리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북을 치고 음악을 연주하라 하셨는데, 누가 그 일을 하기에 합당한지 모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속인이 하게 하여라.”
우바리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필추들은 북을 치거나 음악을 연주할 수가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할 수 없다. 단, 식사 시간을 알리는 경우에는 예외이다.”
이어 부처님께서 악공들에게 말씀하셨다.
“악공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대사(大師)들에게 공양하는 것이니, 아무 이유 없이 북을 치거나 음악을 연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그리하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6) 여섯 번째 자섭송

불상을 성 안으로 들여갈 때는 미리 알려 주고
5중(衆)5)이 받들고 성 안으로 들어간다.
시물(施物)을 관리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며
필추니가 시물을 얻기 위해 따로 무리지어 다녀서는 안 된다.

이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세존께서 불상을 절회일(節會日)에 성 안으로 들여가는 것을 허락하셨는데, 그때 여러
바라문과 거사들이 함께 필추에게 말하였다.
“스님이시여, 불상이 비록 성 안으로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저희들은 알지 못할 것이니, 당신들이 먼저 미리 통고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이 능력에 따라 상묘향화(上妙香花)와 길상수를 마련하여 공양할 것이며, 길을 닦고 성 주위의 해자[隍]를 장식하여 그 위의[尊儀]를 우러러보며 큰 복을 닦겠나이다.”
여러 필추니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성으로 떠나기 칠팔 일 전에 먼저 알려 주되, ‘아무 달 아무 시에 법회를 열 것이니 그대들은 그 때에 맞춰 각기 능력에 따라 향화를 준비하고 아무 절에다 모두 공양하도록 하라’고 하여라.”
그 때를 큰 네거리에서 고지하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흰 종이나 흰 명주에 분명하게 써서 코끼리나 말이 끄는 수레 위에 걸어 네거리나 중요 도로에서 알려 주도록 하여라.”
성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는데 시종(侍從)이 많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5중(衆)이 주위를 따라가며 들어가게 하여라.”
그때 청정한 믿음이 있는 바라문과 거사들이 여러 가지 물건을 필추들에게 보시하였는데, 필추들이 그 물건을 누가 받아야 합당한지를 몰라서 주저하다가 세존의 말씀대로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필추들로 하여금 그것을 받게 하였다.
그들이 물건을 받아 그것을 스스로 가지고 다니자니 재물이 많아 힘들어하게 되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젊고 건장한 필추들이 그 물건들을 들도록 하여라.”
보시 받은 물건들을 가지고 절에 돌아와 함께 모아 놓았는데, 도적들에게 그것을 도난당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뽑아 그 물건들을 지켜야 할 것이다. 뽑을 적에는 다음과 같이 하여라. 대중이 다 모이거든 먼저 뽑힌 필추에게 묻기를 ‘너 아무개는 스님 대중을 위해 옷과 물건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느냐?’라고 하고, 그는 ‘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한 필추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백이갈마(白二羯磨)를 하게 하여라.

‘대덕을 지니신 스님 대중께서는 들으십시오. 이 아무개 필추가 기꺼이 대중을 위해 옷과 물건을 관리하는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만일 스님 대중이 모두 이르러 이 말을 들으셨다면 스님 대중께서는 허락해 주십시오. 스님 대중이 지금 아무개 필추를 뽑아 대중을 위해 옷과 물건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고지하고, 그 다음에 거듭 고지 내용을 반복해 찬반을 물어야 하니 의당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니라.”
이때 필추들이 많은 보시 물건을 얻자, 필추니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스님들께서 지금 시물(施物)을 많이 얻었으니 우리들에게도 나누어 주시오. 만일 주지 않는다면 우리 필추니들은 따로 무리를 지어 다니겠습니다.”
필추들이 그 말을 듣고서 주지도 않고, 따로 다니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추니들은 그 후 마침내 따로 무리를 지어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당시 여러 속인들이 필추들에게 묻기를 “스님이시여, 지금 저 필추니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화합된 것입니까?”라고 묻자, 대답하기를 “안 된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속인이 말하였다.
“스님들이 지금 마침내 화합을 깨뜨리고 서로 존중하지 않아 따로 무리지어 다니게 되었군요.”
그때 필추니들도 많은 재물을 얻게 되자,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니들이 시물을 얻기 위해 따로 무리지어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그리하는 경우가 있다면 스님들의 화합을 깨뜨릴 수 있는 것으로 솔토라죄(窣吐羅罪)6)를 짓게 되리라. 그리고 여러 필추들이 얻은 물건은 필추니에게도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이다. 주지 않는다면 월법죄를 짓게 되는 것이니라.”

7) 일곱 번째 자섭송

재물을 처분하는 사람을 뽑고
상좌가 그 값을 정하도록 한다.
옷값을 치렀다가 되돌려 받은 다음
그 옷을 다시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때 대회를 마치고 나니 많은 재물을 얻게 되었는데, 필추들이 그 물건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몰라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건을 처분할 사람을 뽑도록 하되, 뽑을 적에는 다음과 같이 하여라. 대중이 다 모이거든 먼저 뽑힌 필추에게 묻기를
‘너 아무개는 스님들을 위해 옷을 처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느냐?’라고 하고, 그는 ‘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한 필추가 다음과 같이 백이갈마를 하여라.
‘큰 덕을 지니신 스님 대중께서는 들으시오. 이 아무개 필추가 기꺼이 스님 대중을 위하여 재물을 처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합니다. 만일 스님 대중이 모두 이르러 이 말을 들으셨다면 스님 대중께서는 허락해 주십시오. 스님 대중이 지금 아무개 필추를 뽑아 대중을 위해 재물을 처분하는 사람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고지하고 거기에 대한 찬반을 묻도록 하여라.”
그때 옷을 처분하는 사람이 자리를 깔고 목탁을 치며 말하기를 마친 다음 스님 대중들을 모아 얻은 옷을 팔려고 하였는데, 필추들이 누가 옷값을 정해야 할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 대중 가운데 상좌가 옷에 따라 가격을 정하도록 하여라.”
이때 상좌가 옷값을 높게 정하여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처음 옷값을 정할 때 적당한 가격을 매길 것이니, 너무 비싸거나 너무 싸게 매겨서는 안 될 것이다.”
처음 가격을 정하여 팔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격이 가장 비싸질 때를 기다려 팔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남들이 가격을 정하는 것을 보고 고의로 값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옷을 살 순서가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옷이 필요 없소. 대중들을 위해 옷값을 올리려고 하였을 뿐이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이 옷을 팔 때 옷을 사지도 않으면서 고의로 가격을 올려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고의로 값을 올려놓는 자는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옷값을 올려놓고는 곧 입었던 옷을 벗어 놓고 옷값을 되돌려 받았다. 그리고는 다시 그 옷을 입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값을 다시 치르지 않았다면 옷을 입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값을 치르지 않고 옷을 입는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8) 여덟 번째 자섭송

절이 너무 크면 층수를 줄이도록 하고
스님 공동의 와구는 가지고 간 자가 사용하다가
두려운 일이 없어진 후에는
법도에 맞게 스님 모두가 사용해야 할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필추들이 절을 지을 적에는 5층이 되어야 할 것이며, 향대(香臺)는
7층으로, 문루(門樓)도 7층으로 지어야 할 것이요, 필추니가 절을 지을 적에는 3층으로 하고 향대와 문루는 각각 5층으로 지어야 할 것인데, 너무 크게 지어 무너지는 일이 있었다. 필추니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맨 위층을 헐어 내라. 그래도 무너지면 점차로 헐어 내어 지탱할 만한 층수로 하여라.”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보이신 이후 공경스러운 믿음을 지닌 사람들이 생겨 마침내는 변방에서도 절을 짓게 되었다. 그런데 필추들이 변방의 절에 있다가 놀랍고 두려운 일을 당하게 되었다. 그러자 모든 필추들이 달아났는데, 그때 도적이 들어 옷과 발우를 모두 가지고 가버려 돌아온 필추들이 의복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 대중이 와구(臥具)를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부득이 떠나야 할 때에는 가지고 가도록 하여라.”
그때 어떤 필추가 두려운 일을 당해 승기피[僧祈帔]7)를 가지고 필추들과 함께 달아났었다. 그런데 해가 저물 때쯤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필추가 말하기를 “그대는 승기피를 가지고 있구려. 내 나이가 많으니 위차(位次)에 따라 그대는 나에게 주어야 할 것이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가지고 가서 사용하고는 새벽이 되자 말하기를 “그대가 승기피를 가지고 가라” 고 하였다.
이에 하좌(下座)가 말하였다.
“사용할 때는 나이대로 하나, 두려운 일을 당해 지니고 갈 때에는 나이를 따지지 않으니 이 승기피를 당신이 가지고 가십시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지고 간 사람이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 후 두려운 일이 없어지자 필추가 말하기를 “이것은 스님 공동의 물건인데 어찌하여 혼자서만 사용하십니까?”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부처님께서 나만 사용하라고 하셨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두려운 일이 있을 때라 잠시 스님 공동의 와구를 그 혼자서 사용하라고 하였으나, 두려운 일이 없어졌다면 평상시대로 해야 할 것이니라.”

9) 아홉 번째 자섭송

많은 필추가 모여들었을 때에는
식사 때 북을 울려 스님들을 모이게 하고
수가 너무 많으면 따로 무리 지으며

검교인(撿挍人)은 먼저 식사하도록 한다.

이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다음과 같이 청하였다.
“제가 서다림에서 큰 법회를 열고자 하오니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로다.”
법회일에 여섯 개의 큰 도성에 있는 필추들이 모두 모여들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식사 때를 놓치는 일이 많았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탁을 치도록 하여라.”
목탁을 쳤으나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지라 잘 들리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북을 치도록 하여라.”
북 소리를 듣고 식사하는 장소에 필추들이 모여들어 위차(位次)에 따라 앉아 음식을 먹었는데, 채 다 먹기도 전에 정오가 지나 버려 많은 필추들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많거든, 그 양을 헤아려 따로따로 무리지어 각 무리의 상좌 앞에 음식을 놓고 한꺼번에 먹도록 하여라.”
그런데 여러 속인들이 떡과 과일을 나누어 줄 때 평등하게 하지 못하였다. 이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필추를 뽑아 떡과 과일의 분배를 살펴보도록 하여라.”
이에 필추가 음식의 분배에 신경 써서 모두 고르게 하였으나, 그 자신은 대중의 식사 마치기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지나서 식사를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음식 분배를 감독하는 이는 식사 시간 전에 먼저 먹어 식사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하여라.”

10) 열 번째 자섭송

필추니 무리가 식사할 적에는
윗자리는 반드시 비워 두어
필추가 앉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혼자서 고생하는 여인에게는 물건 값을 올리지 말라.

이때 부처님께서 실리벌성에 계셨다.
당시 많은 필추니들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우연히 한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의 한 장자가 진심으로 공경스러운 믿음을 지니고 있어 필추니들에게 자기 집에 와서 식사해 주십사 청하였는데,
그때 솔토라난타(窣吐羅難陀) 필추니가 상좌가 되었었다.
그때 걸식하는 필추가 여러 상인들과 함께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이 마을에 이르러 집집마다 돌며 음식을 구하였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말하였다.
“스님이시여, 여러 필추니들이 장자의 집에서 공양을 받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그 집에 간다면 음식을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필추가 이 말을 듣고 장자의 집에 가니, 필추니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존자(尊者)여, 대중이 식사를 마친 후 주원(呪願)8)과 설법을 해 주실 수 있다면 상좌에 앉으시고, 해 주실 수 없다면 한쪽 구석에서 식사하고 가도록 하십시오.”
그때 그 필추가 얼굴을 붉히며 생각하기를 ‘내가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려 설법을 해 주고 간다면, 시간이 늦어 상인들과 함께 가지 못할 것이다’ 하고는 한쪽 구석에서 식사를 하고 떠나 점점 실라벌성으로 가까이 갔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존자여 두루 돌아다니시는 데 편안하셨는지요?”라고 하자 그가 대답하였다.
“어찌 편안하였겠습니까? 필추니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하였는데.”
필추들이 “무슨 말이냐?” 고 묻자, 그 필추가 곧 자신이 겪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필추와 필추니가 한 사람씩 있다면 필추가 당연히 윗사람이 되어 물과 음식을 먼저 받아야 할 것이요, 둘이나 셋 혹은 많은 필추니가 있고 필추가 혼자라고 하더라도 역시 그들의 윗사람이 되어 물과 음식을 먼저 받아야 할 것이다. 필추니는 식사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상좌가 앉는 자리 하나는 비워 두어야 할 것이다. 설사 사미라도 뒤에 온다면 그 자리에 앉아 식사해야 하니 그가 바로 윗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여러 필추니들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급고독 장자가 서다림에서 큰 법회를 열자 처와 첩과 남녀들이 모두 스님에게 보시하였는데, 당시 여러 필추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에게 물어보도록 하여라.”
필추들이 장자에게 물으니, 장자가 대답하기를 “가격을 정해 팔도록 하십시오”라고 말하였다. 이에 필추들이 함께 가격을 정하였는데,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다투어 가격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홀로 고생하고 있는 한 여인이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는 근심스러워하며 장자에게 말하기를 “저는 외롭고 고통 받는 사람입니다. 저버리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혼자서 고생하는 여인에게는 근심스럽고 두려운 일이 많은 법이니, 너희 여러 필추들은 가격을 올려 팔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가격을 올리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게 되는 것이니, 시주의 공경스러운 믿음과 청정한 마음에 따라 가격을 정하고 그 값만 받아야 할 것이니라.”

3. 별문(別門) 세 번째 총섭송

필추들은 13자구의(資具衣)를 가지고 다녀야 하며
우치(愚痴) 등 열두 부류의 사람의 말은 모임에서 기록할 필요가 없다.
구족계를 받을 때 스스로 속인이라고 하면, 그 자는 계를 받은 것이 아니다.
식사중이면 상좌라도 그를 일어나게 할 수 없으며
공동 소유의 머리털 깎는 칼을 쓰고 난 후에 제 것처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며
여래의 머리털과 손톱을 모신 탑 주위는 장엄하게 꾸밀 수 있다.
밥알과 낙(酪)이 담겼던 병은 깨끗이 씻고
적은 물은 나뭇잎으로 받아 마시고
그 밖에 정성들여 발우를 씻으라는 등의 일을 얘기하였으니
이 열두 편의 게송은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1) 첫 번째 자섭송

13자구물(資具物)9)
이름을 붙여 가지고 다니도록 할 것이며
그의 스승이 맡긴 여분의 옷은
구별해서 가지고 다녀야 할 것이네.

이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여러 필추들이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어떤 필추가 갑자기 병에 걸렸으나 궁핍해 치료나 약을 써 보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는 필추들이 약치의(藥直衣)를 가지고 다니게 할 터이니, 병이 들었을 때 그것을 팔아 약값으로 쓰도록 하여라.”
세존께서 필추들이 약치의를 가지고 다닐 것을 말씀하시자 여러 필추들이 입던 옷을 빨아서 가지고 다니었다. 그런데 훗날 그것을 팔아 약을 사려 할 때에는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치의를 입던 옷을 빤 것으로 하여서는 안 되고, 새 무명과 여분의 천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여라.”인도[西國]에서의 흰 무명 한 쌍이 중국[北方]의 비단 한 필에 해당된다.
이때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3의(衣)를 가지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는데, 다시 약치의를 가지고 다니라고 허락하신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여러 필추들이 13자구의(資具衣)를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하노라.”
필추들이 무엇이 13자구의인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째 승가지(僧伽胝)10), 둘째 올달라승가(嗢呾羅僧伽), 셋째 안달바사(安呾婆娑), 넷째 니사단나(尼師但那), 다섯째 군(裙), 여섯째 부군(副裙), 일곱째 승각기(僧脚攲), 여덟째 부승각기(副僧脚攲), 아홉째 식면건(拭面巾), 열째 식신건(拭身巾), 열한째 부창의(覆瘡衣), 열두째 체발의(剃髮衣), 열셋째 약치의(藥直衣)이니, 이것을 13자구의라고 하느니라.”
그때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필추는 당연히 13자구의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가지고 다녀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각각 개별적으로 이름을 붙여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름을 붙일 적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여라. 한 필추와 마주 보고서 ‘존자께서는 기억해 주십시오. 이 승가지 옷을 제가 지금부터 지니고 있겠습니다. 이미 옷이 만들어지면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세 번 말할 것이며, 다른 옷들도 가지고 다닐 적에는 이에 준해서 말하도록 하여라. 약치의의 경우에는 병이 나면 쓰도록 하겠다는 말을 덧붙이도록 하여라.”
다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이 열세 가지의 옷 이외에 다른 옷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궤범사와 친교사가 맡긴 것을 구별해서 지니고 있도록 하여라. 구별할 적에는 다음과 같이 하되 한 필추와 마주 보고서 이렇게 말하도록 하여라.
‘존자께서는 기억해 주십시오. 저 아무개 필추는
아직 구별하지 않은 여분의 옷[長衣]이 있어 이에 구별하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존자 앞에서 구별하고 스승이 맡기신 옷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겠습니다.’세 번 말한다.

2) 두 번째 자섭송

어리석어 삼장(三藏)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외의 열두 부류의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실성한 자라도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모임에서 그의 말을 기록하여야 할 것이다.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모음에서 한 말을 기록할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는 몇 가지 부류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무엇을 열두 부류의 사람이라고 하는가. 첫째 우자(愚者), 둘째 치자(癡者), 셋째 불분명자(不分明者), 넷째 불선교자(不善巧者), 다섯째 무참자(無慚者), 여섯째 유하극자(有瑕隙者), 일곱째 계외주자(界外住者), 여덟째 피사기자(被捨棄者), 아홉째 언무차서자(言無次緖者), 열째 사위의자(捨威儀者), 열한째 실본성자(失本性者), 열두째 수학인(授學人)이 그것이다.”
우바리 존자가 다시 여쭈어 보았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모임에서 말을 기록해야할 사람에는 몇 가지 부류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으니, 첫째는 주본성자(住本性者), 둘째 언유차서자(言有次緖者), 셋째 불사위의자(不捨威儀者)가 그것이다.”
“어떤 사람을 우자(愚者)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자란 나쁜 생각을 하고 나쁜 말을 하며 나쁜 짓을 행하여 참회하기 어려운 자를 말한다.”
“어떤 사람을 치자(癡者)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소달라(蘇怛羅), 비나야(毘奈耶), 마실리가(摩室里迦)11)를 지니지 않는 자를 말한다. 불분명자(不分明者)는 삼장(三藏)의 문자[敎文]에 밝지 못한 자이며, 불선교자(不善巧者)는 삼장의 교리를 잘 알고 있지 못한 자를 말하며, 무참자(無慚者)는 사타승(四他勝)12) 가운데 하나를 범한 자를 말하며, 유하극자(有瑕隙者)는 싸움을 하거나 오랫동안 원한을 품고 있는 자를 말한다. 그리고 계외주자(界外住者)는 경계 밖에서 거주하는 자를 말하며, 피사기자(被捨棄者)는 스님 대중이 백사갈마를 행하여 추방한 자를 말하며, 언무차서자(言無次緖者)는 망령된 말로 이간시키거나 상스럽고 조리 없이 말하는 자를 말하며,
사위의자(捨威儀者)는 제자리를 저버린 자를 말하며, 실본성자(失本性者)는 법회[行事]를 하지 않아 계율을 익힐 줄 모르는 자를 말하며, 수학자(受學者)는 무거운 죄를 지었으되 숨기지 않은 사람으로 대중이 백사갈마를 행하여 배우도록 한 자를 말하는 것이다.”
우바리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실본성한 자의 말을 갈마할 때에 기록할 필요가 없는 것은 그 말이 말 같지 않기 때문인데, 만일 그 사람의 본성이 되돌아온다면 기록할 만한 말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할 수 있다.”

3) 세 번째 자섭송

만일 열두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자기를 해당시키지 말라고 하였다면
그 말은 모임에서 기록하여야 할 것이다.
구족계 받을 적에 스스로 속인이라 하였다면
그는 구족계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실성한 사람이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경우, 그를 위해 갈마를 행할 때 그 사람의 말을 기록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대중이 열두 부류에 속한 사람들을 가려내려고 할 때에, ‘여러 대덕께서는 저를 해당시키지 마십시오’라고 한다면 이 말을 기록하여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기록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말 같지 않은 말이라고 한 것은 벌을 받고 있는 자에 한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막 구족계를 받으려 할 때에 해당자가 스스로 자신을 속인이라고 말하였다면, 그 사람은 구족계를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설사 이미 구족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속인이라고 하면 구족계를 잃게 되는 것인데, 하물며 막 구족계를 받으려고 하는 때에 있어서이겠느냐? 그러한 자는 모두 계를 저버리려는 마음을 갖고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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