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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06 불교(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 4권 / 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by Kay/케이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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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4

 

 

근본설일체유부니타나 제4권


대당 삼장법사 의정 한역
백명성 번역


4) 네 번째 자섭송

연통(煙筒)과 괴색의(壞色衣)18)
비통(鼻筒)과 물 마시는 그릇
침통(針筒)과 안약 그릇ㆍ대롱[眼藥盒ㆍ椎] 등은
보물(寶物)로 만든 것은 가지지 말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필추들은 흡연통(歙煙筒)을 가질 수가 있는데, 그런데 흡연통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을 제외하면 어떤 것이든 모두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필추들은 괴색의(壞色衣)를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곱 종류의 실로 만든 것은 마음대로 가질 수가 있다.”
“또 필추들은 코를 씻는 통[灌鼻筒]을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만 아니면 된다.”
“또 필추들은 물 마시는 그릇을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만 아니면 된다.”
“또 필추들은 침을 담아 두는 통[盛針筒]을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만 아니면 된다.”
“또 눈약을 넣는 대롱과 조그마한 약그릇 갖는 것을 허락하셨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만 제외하곤 어떤 것이든 모두 가지고 다닐 수 있다.”

5) 다섯 번째 자섭송

약그릇과 담요와 발 씻는 받침대 등은
보물로 만든 것은 지니지 말라.
필추가 설사약을 조제해서는 안 되며
죽은 사람의 옷은 가려서 가져야 한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필추들은 약을 담아 두는 그릇을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보물로 만든 것이 아니면 된다.”
“또 필추들은 담요를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곱 종류의 실로 만든 것은 가질 수가 있다.”
“또 필추들은 발을 씻어야 하기 때문에 발 씻는 받침대를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만 아니면 된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 어떤 장자가 중병에 걸려 의사에게 가서 말하기를 “의원이시여, 저를 위해 알맞은 약을 처방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 의사가 “먼저 기름진 음식을 먹어 병을 요동케 한 후 설사약을 복용하도록 하십시오”라고 대답하였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는 곧 소의 젖[酥油]을 복용하였다.
그때 그 장자가 평소 공양해 왔던 어떤 필추가 마침 그 집을 지나다 위문하게 되었다. 그 필추가 “환자께서는 기력이 좋으십니까?”라고 하자, 장자가 대답하기를 “성자시여, 저의 병은 여전하답니다. 의사가 처방하기를 먼저 소의 젖을 복용하고, 그 다음에 설사약을 복용하라고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그 필추가 장자에게 말하기를 “제가 의술[醫方]을 잘 알고 있으니, 그대가 의사에게 주고자 하였던 약값을 저에게 준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설사약을 그대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매우 좋습니다”고 대답하자, 필추는 가지고 있던 약을 그에게 주어 복용하게 하였다.
그때 장자는 약 기운이 과도하게 나타나자 곧 심부름꾼 한 사람을 의사에게 보내어 “의원이시여, 저의 주인의 약 기운이 잦아들지를 않습니다”라고 알리게 하였다. 그 의사가 묻기를 “누가 약을 주었는가?”라고 하자, 심부름꾼이 “어떤 필추가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의사가 이 말을 듣고는 매우 성을 내며 “너는 그 필추에게 가서 그것이 무슨 약인지 물어 보아라” 하였다. 그러나 그가 필추의 처소에 가서 물어 보았을 때, 이미 그 장자는 목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은 약을 팔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필추 가운데 의술을 잘 아는 자라면 자비심을 일으켜 병자에게 약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필추들이여, 병자에게 설사약을 주고 그대로 떠나가서는 안 될 것이니,
응당 자신이 잘 살펴보아 도에 지나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다른 일이 있을 경우라면 남에게 부탁해 지켜보도록 한 후에 떠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약 기운이 과도하게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어떠어떠한 약[某藥]으로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어떤 필추가 값을 받고 약을 주거나 삯을 받고 조제해 준다면 악작죄를 짓게 되리라”라고 하셨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 어떤 사람이 장자에게 진 빚을 갖기 않아 구류되었는데, 7~8일이 지나 장자에게 증서를 써 약속하기를 “어느 날 갚겠다”고 하였다. 그때 빚을 진 자가 ‘약속한 날이 가까워 오는데 그에게 갚을 수가 없으니 숨어 피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가, 다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집을 버리고 달아나 숨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 내 그를 죽여 버리리라.’ 그래서 그때 장자는 서다림 부근에서 채무자에게 살해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죽은 장자가 입고 있는 옷을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보고는 서로 말하기를 “지금 누더기 옷[糞掃衣]이 풍족하구나” 하고는 곧 함께 나누어 가졌다.
그때 장자의 친족들이 와서 보고는 나쁜 말로 꾸짖어 말하기를 “성자시여, 부처님의 옷[大仙衣]과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서 이렇게 법도에 어긋나는 짓을 하시다니 몹시도 비천하십니다”라고 하였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 사람은 우리들이 죽인 것이 아닙니다. 따로 원한을 가진 사람이 있어 그의 생명을 끊은 것입니다. 우리들은 지금 분소의(糞掃衣)만을 가진 것인데, 그것이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은 함부로 그러한 분소의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대중들이 모두 버린 물건이라고 알고 있다면 그러한 옷은 가져도 될 것이지만,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6) 여섯 번째 자섭송

쇠가마솥[鐵鍋]과 약탕기를 보물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필추 스스로 짐을 지거나 메고 다니지 말라.
부모님에게는 음식을 드리도록 할 것이며
연둣빛의 털이 있는 것으로 옷을 만들지 말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따뜻한 물을 써야 하므로 여러 필추들이 큰 쇠가마솥[大鐵鍋]을 자물쇠를 채워서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만 아니면 된다.”
“여러 필추들이 약을 달여야 하므로 약탕기[杓器者]를 가질 수가 있는데,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로 만든 것만 아니면 된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몸소 짐을 지거나 메고 다녔는데, 혹 어깨 위에 큰 수건을 두르고 짐을 얹어서 다니기도 하였다. 그때 바라문과 거사들이 보고는 비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성자시여, 우리들 속인들은 부모와 처자식들을 위해 옷과 음식을 구해 스스로 지거나 메고 다닙니다. 그런데 당신들께서는 누구를 위해 스스로 힘든 일을 하는 것입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은 머리, 등, 어깨, 허리로 짐을 지거나 메고 다녀서는 안 되며, 큰 수건을 두르고 짐을 얹어서 다녀서도 안 될 것이다. 만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에 어떤 거사가 결혼한 지 오래 되지 않아 자식을 낳았는데, 그 자식이 얼굴과 용모가 단정하여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였다. 아버지는 자식을 돕기 위해 돌잔치를 차려 주고 유모들로 하여금 양육토록 하였다. 그 자식이 점점 자라 불법(佛法)을 믿고 출가하여, 매일 이른 새벽[初分時]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실라벌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네가 이미 출가하였더냐?”
아들이 대답했다.
“이미 출가하였습니다.”
아버지가 말하였다.
“너의 몸은 나로부터 생겨나 길러진 것이다. 지금 성장하였으니 즐거운 일이나 괴로운 일이나 서로 걱정하고 염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네가 이미 출가하였으니, 누가 나를 구제해 주겠느냐?”
그 필추가 대답하였다.
“제가 어찌 속가의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는 어려운 일을 대신해 주고 여러 가지 괴로움을 짊어졌으니, 설사 자식이 출가했다고 하더라도 부모에게는
물건을 공급해 드려야 할 것이다.”
그때 그들이 어떤 물건을 드려야 할지 알지 못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옷과 발우를 제외한 나머지 물건을 드려야 할 것이다. 만약 나머지 물건이 없다면 시주에게 수시로 구걸하여야 할 것이요, 구걸하여서도 얻기가 어렵거든 응당 스님들이 항상 쓰는 편리한 물건들을 서로 함께 써야 할 것이다. 만약 편리한 물건이 없거든 스님들이 항상 먹는 분량의 반을 떼어서 봉양해야 할 것이요, 항상 구걸하여 살아가는 자라면 자기 배를 채울 음식 가운데 반을 떼어서 부모를 구제해 드려야 할 것이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 어떤 시주가 마을 안에 거처[住處]를 마련해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하여, 늙은 필추 한 사람이 그 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 늙은 필추가 불탑에 예배하기 위해 서다림에 갔었는데, 당시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이익을 탐하여 함께 예법을 제정하고는 매번 당번을 세워 항상 한 사람이 【문】밖에 서 있었다. 오바난타(鄔波難陀)가 당번이 되어 【문】밖 다니는 길에 서 있다가 저 멀리 그 늙은 필추가 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에 ‘이 필추는 어떤 분[上座]이신가? 내 마땅히 그에게 나아가 예의를 표해야 하리라’ 생각하고는 그에게 나아가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어쩐 일이신지요?”라고 물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저는 지금 아차리야(阿遮利耶:궤범사)에게 공경히 예배드리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오바난타는 ‘이 사람은 출가한 노인이기는 하지만 근본이 되는 두 분의 스승[根本二師]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공경하는 법도 모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노인께서는 잘 오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맞이해 서다림으로 인도해 들어가 긴장을 풀고 잠시 쉬게끔 하였다.
그때 늙은 필추가 말하기를 “대덕이신 오바난타시여, 저는 지금 나가 봐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오바난타가 물었다.
“어디로 가시려고 하는 것입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불탑에 예배하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오바난타가 다시 머물러 있으라고 권하자, 그가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제가 앞서 밖에 머물 것으로 생각지 않아 본래의 처소[本處]에 입던 3의(衣)19)를 두고 왔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랫동안 머무르며 쉴 수가 없습니다.”
이에 오바난타가 말하기를 “여기에 3의가 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지닐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라고 하고는, 곧 커다란 연둣빛 털옷과 조그마한 담요를 주어 3의를 만들고 하의를 충당케 하였다.
오후 4시 이후 건추(楗椎)20)가 울려 불탑에 예배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자 그 늙은 필추가 말하기를 “오바난타여, 저는 잠시 나가 불탑을 돌며 예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오바난타가 대답하기를 “노인이시여, 그대는 3의가 없는데 어떻게 예배하려고 하십니까?”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곧 조그마한 담요로써 하의로 충당하게 하고 거친 실로 허리를 둘러 묶은 다음 다시 연둣빛 털옷의 털이 있는 부분을 바깥으로 하여 상의[嗢呾羅僧伽]를 만들고, 커다란 연둣빛 털옷의 털이 있는 부분을 바깥으로 하여 승가지(僧伽胝:승가리와 같음)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 늙은 필추에게 “노인이시여, 이제는 마음대로 예배를 하도록 하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때 그 늙은 필추가 옷을 입고 방 밖으로 나가자, 여러 필추들이 보고 모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노인이시여, 어느 곳에서 이처럼 우스운 옷을 입고 오신 것입니까?”
이에 늙은 필추가 대답하기를 “나의 이 3의는 모두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대로 한 것인데, 어찌하여 우습다고 하는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묻기를 “누가 당신에게 이 3의를 주었습니까?” 하니, 늙은 필추가 대답하기를 “대덕 오바난타가 만들어 주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 무리들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러한 나쁜 짓을 할 수 있으리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긴 털옷은 그러한 잘못이 있느니라. 너희 여러 필추들은 긴 털이 있는 것으로는 3의를 만들어 지녀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어기는 경우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여러 필추들이 긴 털이 있는 3의를 지니지 아니하였는데,
당시 어떤 청정한 마음이 있는 바라문과 거사들이 자줏빛 털이 있는 상의와 여분(餘分)의 두터운 배자(褙子)를 여러 필추들에게 보시하는 일이 있었다. 여러 필추들이 꺼리는 생각이 들어 감히 받지 못하였더니, 그 여러 거사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성자(聖者)시여, 부처님 세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으셨더라면 저희들은 그저 외도들이 훌륭하다고만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 이 세상에 강림하셨습니다. 그래 저희들은 당신들이 상복전(上福田)이 된다고 생각해 이러한 미미한 물건이나마 보시하였던 것인데 받아 주지 않으시니, 어찌 저희들로 하여금 좋은 밑천이 되는 양식[善資糧]을 버려서 이 세상으로부터 다음 세상으로 이어지는 윤회의 길을 가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마땅히 받아서 그 시주들이 생각했던 것을 만들어 지니며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털이 짧고 두께가 얇은 것이라면 그것으로 3의(衣) 이외 여분의 옷[長衣]을 만들어 가질 것이며, 두께가 두껍고 크고 긴 털이 있는 것은 모두 그 물건의 시주들이 생각했던 것을 만들어 가지고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7) 일곱 번째 자섭송

부처님의 머리털과 손톱 등을 모시는 탑에는
윗부분을 희고 선명하게 칠할 수 있으며
원하는 곳에 등불을 줄지어 걸어 놓되
한 쪽은 처마를 높게 돌출시켜야 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급고독 장자가 세존의 처소로 가서 세존께 청하였다.
“저는 지금 세존의 머리털과 손톱 등을 모시는 탑[窣覩波]을 만들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허락해 주시옵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원하는 대로 하시오.”
장자가 다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그 머리털과 손톱 등을 모시는 탑 위를 선명한 흰 색으로 칠하고 그 곳에다 등불을 줄지어 걸어 놓는 공양을 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원하는 대로 하시오.”
장자가 등불을 윗부분에 걸어 놓으니 기름이 아래로 흘러 탑을 더럽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랫부분에다 등불을 줄지어 걸어 놓아야 할 것이다.”
개가 기름을 핥다가 기름 그릇을 떨어뜨려서 깨뜨려 버리는 일이 있었다. 장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등불을 거는 나무를 세우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하도록 하시오.”
그러자 이번에는 소가 와서 나무를 받아 깨뜨리는 일이 있었다. 장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등불을 올려놓을 시렁을 만들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하도록 하시오.”
사면에다 등불을 걸어 놓으니 멀리서는 잘 보이지가 않았다. 장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처마를 높게 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원하는 대로 하시오.”

8) 여덟 번째 자섭송

탑 중간에 문과 처마 지붕을 얹고
탑 아래에는 기단을 만든 다음
붉은 돌가루 자줏빛 돌가루 칠하는 일 등은
모두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있다.

그때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머리털과 손톱 등을 모시는 탑 중간의 빈 곳에 문과 지게문[門戶]을 만들어 처마 지붕을 얹고 탑 아래에 기단을 만든 다음, 붉은 돌가루로 기둥을 칠하고 탑의 벽에는 자줏빛 돌가루로 그림을 그려 놓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원하는 대로 하시오.”

9) 아홉 번째 자섭송

말뚝이나 못을 가지고
탑 위에 올라가지 말라.
금ㆍ은ㆍ꽃 등을 탑 위에 놓거나
탑 위에 집 덮개를 만들 수 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여러 필추들이 공양할 때에 화환을 탑 위에 걸어 두고자 하여 곧 올라가 탑 위에 못을 박고 화환을 걸어 놓았다. 그때 바라문과 거사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대들의 스승[大師]은 오래 전에 탑에다 못을 박지 못하게 하였는데, 무슨 까닭에 오늘 못을 박은 것인가?”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탑 위에 날카로운 못을 박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이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러나 탑을 처음 지었을 경우에는 곁말뚝[傍橛]을 가져다 상아익(象牙杙)으로 할 수 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공양할 때가 되어서 탑 꼭대기에 올라가 등잔을 걸어 놓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향대(香臺) 꼭대기에 등불을 설치하여서는 안 된다. 만일 이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여러 필추들이 탑에 올라가 덮개와 공양물을 안치하였다. 이에 바라문과 거사들이 모두 혐의스럽게 여겨 꾸짖어 말하기를 “깨끗하지 않으면서 올라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속인에게 시켜야 할 것이며, 속인이 없으면 사미에게 시켜야 할 것이다. 만일 사미도 없다면 여러 필추들이 먼저 발을 씻고 향탕(香湯)으로 깨끗이 씻거나 향니(香泥)를 바른 다음 ‘저는 지금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합니다’라고 생각한 후 탑에 올라가야 할 것이다. 만일 이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만약 탑이 높고 크다면 응당 끈으로 상륜(相輪:탑의 윗부분)을 묶어 그것을 잡고 올라가야 할 것이다.”
바라문과 거사들이 모두 머리털과 손톱 등을 모시는 탑에 와서 각자 화환을 바치는데, 그 전에 가져왔던 말라 버린 꽃을 치우지 않아 정결하지 못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치우도록 하여라.”
그때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저는 지금 금ㆍ은ㆍ화환으로 머리털과 손톱 등을 모시는 탑에 공양하기를 원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원하는 대로 하시오.”
“탑 위에 새가 둥지를 틀어 더럽히니 위에 덧집을 지어 놓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하도록 하시오.”
“또 문이 없어 방이 어두우니 문을 만들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원하는 대로 문을 만들도록 하시오.”

10) 열 번째 자섭송

쇠나 금은 등으로
탑을 만들 수 있으며
깃발을 공양할 수 있고
향유 등을 바를 수가 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제가 쇠로 탑을 만들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원하는 대로 하시오.”
장자가 다시 말씀드렸다.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구리 등으로도 만들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들도록 하시오.”
“비록 탑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위를 장엄하게 꾸미지는 않고
깃발과 여러 가지 비단실로 공양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하도록 하시오.”
그때 그가 깃발을 만드는 법식에 대한 이해가 없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길발에 네 가지 종류 즉 사자기(獅子旗)ㆍ우기(牛旗)ㆍ금시조21)기(金翅鳥旗)ㆍ용기(龍旗)가 있으니, 깃발 위에는 각각 그 기에 해당되는 동물의 형상을 그려야 하느니라.”
장자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우선 향유를 바르고 난 다음 자광(紫礦)ㆍ울금(鬱金)ㆍ전단(栴壇)등으로 향수를 만들어 머리털과 손톱 등을 모시는 탑을 씻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하시오.”

4. 별문(別門) 네 번째 총섭송

창【문】고리 등은 만들어 쓸 수 있고
별방(別房)의 물건은 여러 곳에서 쓸 수 있다.
스님 공동의 옷은 비에 젖게 하지 말고
화장실에 오래 머물러 다른 이들을 괴롭게 하지 말라.

옷 염색은 나이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
필추는 옷에 표시를 해 두어야 한다.
외상으로 옷을 산 필추가 죽었을 때라도 옷값을 치러야 하며
과일 나무는 잘 돌보고, 정인(淨人)이 없으면 필추 스스로 나눌 수 있다.

1) 첫 번째 자섭송

창문고리ㆍ허리띠ㆍ망립(網笠)22)은 만들어 쓸 수 있고
시주가 원하면 곡식을 가져다 대중의 양식으로 쓸 수 있다.
절 안에 개인의 별방(別房)을 만들었을 때
그 곳의 물건은 거주하는 사람이 사용해야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문짝 위에는 고리를 달아야 할 것인데, 필추들이 어떤 물건으로 만들어야 할지를 모르고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을 제외하곤 어떤 물건으로도 만들 수 있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필추들은 응당 허리띠를 만들어야 할 것인데, 어떤 것으로 만들어 써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7종류의 실 가운데 임의로 하나를 골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망립(網笠)을 지녀야 할 것인데, 어떤 것으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띠풀[茅]ㆍ누런 띠풀[蒯]ㆍ삼[麻]ㆍ까끄라기[芒]등은 모두 만들어 쓸 수 있는 것이다.”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창문에 무늬 넣는 것을 허락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으로 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물을 제외한 다른 것은 모두 쓸 수가 있느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 성 안에 어떤 한 장자가 삼보(三寶)에 대해 깊고 공경스러운 믿음을 지니고 진심으로 스님들을 좋아하더니, 마침내는
노형외도(露形外道)23)에게서 아내를 맞이하였다. 그 장자가 처에게 이르기를 “아내[賢首]여, 더할 나위 없이 자비로우신 아버지[無上慈父]는 바로 우리 부처님이시니, 항상 공양하여야 할 것이요. 여러 스님 대중은 최상의 복전[勝上福田]들이시니, 그대는 그분들에게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여야 할 것이오”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지위 순서에 따라 매일 정오에는 언제나 그 장자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마침 그 장자가 볼일이 있어 다른 마을에 가게 되었다. 이에 아내에게 이르기를, “내가 지금 일이 있어 다른 마을에 가게 되었소. 내가 있을 때처럼 늘 스님들에게 공양을 하도록 하시오. 빠뜨리거나 소홀이 해서는 안 될 것이오”라고 하였다. 처가 대답하기를 “낭군[聖子]이시여, 저는 가르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런 다음 장자는 필추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기를 “성자들이시여, 제가 지금 일이 있어 다른 고을에 가게 되었습니다. 오직 스님 여러분께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순서에 따라 저의 집에 오셔서 식사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하니, 필추들이 그리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서로 상의해 말하기를 “저 장자의 아내는 전부터 신심(信心)이 없었으니 순번에 해당되는 자는 일찌감치 가도록 합시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장자의 처는 필추들이 일찍 온 것을 보고는 성을 내며 말하기를 “나는 아직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고 자리도 깔지 못했습니다. 어찌하여 당신들은 아침 일찍 온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서로 상의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 장자의 처가 신심이 없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어서 우리가 아침 일찍 갔던 것인데, 지금 그렇게 성을 내니 내일은 정오에 그 집에 가도록 합시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자의 처가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자리를 깔고서 필추들을 기다렸다. 스님 대중이 정오쯤 그 집에 이르자 그 여자가 말하기를 “성자들이시여, 내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이 일만 해야 되겠습니까? 나는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장만하고 자리를 펴 놓았는데 어찌하여 당신들은 정오가 되어서야 오는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서로 상의해 말하기를 “우리는 일찍 와서도 책망을 받았고 정오에 와서도 꾸짖음을 받았다. 우리 필추들은 걸식하는 것이 떳떳한 일이니,
이제부터는 집들을 돌며 스스로 음식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고는 다시 그 장자의 집에 가서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때 그 장자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처에게 “아내여, 우리 여러 스님[聖者]들께서 언제나처럼 집에 와서 식사를 하셨소?”라고 물었다. 이에 대답하기를 “첫째 날과 두 번째 날에만 집에 와서 식사하였으며, 그 후에는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내 아내가 인색한 모습을 보인 까닭에 스님들이 와서 식사하시지 않으셨구나.’
그때 여러 필추들이 집들을 돌며 걸식하다가 장자의 집 문에 들어섰다. 장자가 그들을 보고 묻기를 “성자들이시여, 당신들께서는 어찌하여 평상시처럼 저의 집에 오셔서 식사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하였다.
필추들이 “장자여, 우리들은 본시 걸식하는 사람들입니다. 발우를 갖고 다니면 충분히 음식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장자가 말하기를 “성자들이시여, 저의 아내가 인색한 마음을 내어 그리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밭에 올해의 새 곡식이 익었으니 마음대로 가지고 가셔서 양식으로 충당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필추들이 대답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아직 그러한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물건 주인의 생각이 스님 대중을 위해서라고 한다면 가져도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장자가 서다림에다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하나의 별방(別房)을 만들고 그 방 안에 침상과 요, 그리고 여러 가지 이로운 물건들을 많이 갖다 놓았다. 당시 여러 필추들은 당번을 정해 지키면서 별방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다 대중 공동의 물건 속에 두곤 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별방의 물건을 여러 곳에서 사용할 수가 있다.”
또 별방의 이로운 물건을 가져다가 대중 공동의 물건과 뒤섞어 놓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뒤섞어서는 안 된다. 다른 방에 거주하는 자가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 두 번째 자섭송

별방의 물건은 여러 곳에서 쓸 수 있으며
시주로부터 공사를 부탁 받은 필추는
필요한 도구와 음식과 등불 기름 등을
보시 받은 물건으로 충당할 수가 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어떤 장자가 오래된 절 안에 따로 방 한 채를 만들어 그 방 안에 침상, 요 그리고
이로운 물건들을 모두 풍족할 정도로 많이 보시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별방에 있는 물건을 가져다 대중 공동의 물건 속에 두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누가 되든지 별방의 주인 된 자가 써야 할 것이며, 이로운 물건도 대중 공동의 물건과 뒤섞어서는 안 될 것이니, 누가 되든 별방에 거주하는 자가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대중들에게 이로운 물건들을 나누어 주면서 별방에 거주하는 자에게는 나누어 주지를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거주하라고 별방을 받았다 할지라도, 그에게도 이로운 물건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수사인(授事人)24)을 뽑아 별방을 관리하더니, 나중에는 그 일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순서에 따라 뽑아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 성안에서 걸식하던 한 필추가 자기의 시주를 권하여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오계[五學處]를 받도록 하였다. 그리곤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시주를 위하여 공덕이 되는 일곱 가지의 복스러운 일에 대해 얘기해 주고, 그 일이 지니고 있는 훌륭하고도 좋은 점을 칭찬하였다. 이에 시주가 말하였다.
“저 역시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어떤 일을 하여야 되겠습니까?”
필추가 대답하였다.
“먼저 스님 대중들을 위하여 거처[住處]를 지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시주가 말하였다.
“저에게 있는 재물로 복 받을 일을 하려고 하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필추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재물을 가지고 오면, 제가 도와서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에 그 시주가 재물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주면서 스님 대중들의 거처를 지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필추는 재물을 가져다 자기 방에 두고 그 일을 하지 않았다.
시주가 ‘내가 잠시 가서 거처를 새로 짓는 일이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살펴봐야 되겠다’라고 생각 하고 가서 보니 거처를 지은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에 그 필추에게 말하기를 “성자여, 어찌하여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거처를 짓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하였다.
필추가 대답하기를 “거처를 짓는 도구는 내가 필요로 하는 도구들인데, 그것으로는 공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시주가 말하기를 “어찌하여 제가 보시한 재물로 그것을 충당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필추가 대답하기를 “그 재물은 이미 스님 대중 전체[四方僧伽]에게 귀속되어졌는데 누가 덜어 내어 쓸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주가 허락한 경우라면 그 재물을 가져다 도구를 만들어 써야 할 것이다.”
그때 그 필추가 걸식을 하다
그 시주의 집에 이르게 되었다. 장자가 멀리서 필추를 보고는 말하기를 “성자여, 당신께서 날마다 여러 집들을 돌며 걸식을 하시니, 제가 지으려는 절은 누가 감독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필추가 대답하기를 “제가 어떻게 굶주림을 참으면서까지 남을 위해 절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장자가 말하기를 “어찌하여 제가 보시한 재물로 식사하시지 않으십니까?”라고 하였다.
필추가 “그 재물은 이미 스님 대중 전체에게 구속되어졌는데, 부처님께서는 아직 그러한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주가 허락한 경우라면 그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자 그 필추는 곧 최상의 음식을 만들어 마음대로 먹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같이 할 것이 아니라, 거친 음식을 만들어 먹으라.”
거친 음식을 먹으니 감독할 힘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들이 보통 먹는 음식과 같게 하여라.”
필추가 식사 때에는 그 도구들을 어두운 방 안에다 보관하는데, 다시 등불 기름이 필요하여 집을 돌며 구걸하였다. 그때 시주가 멀리서 기름 구걸하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성자여,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필추가 대답하였다.
“기름을 얻으려고 합니다.”
이에 장자가 말하기를 “어찌하여 제가 보시한 재물을 쓰지 않으십니까?”라고 하자, 필추는 전과 같이 대답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밤새도록 불을 켜 두어서는 안 된다. 물건을 정리하고는 곧 꺼야 할 것이니 그렇게 알라. 그리고 발에 칠하는 것이나 기타 공사에 소용되는 물건의 경우는 위에서 말한 것을 기준으로 하여 쓰도록 하여라.”

3) 세 번째 자섭송

스님들 공동의 옷은 비를 맞게 하지 말라.
한밤중에 함께 나누는 침상이나
작은 자리는 나이에 따라 나누며
자리를 펼 때에도 그리하여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스님 대중 공동의 이부자리를 바깥에다 헤쳐 놓은 채 그대로 외출하여 비를 맞아 못 쓰게 만들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 공동의 침구는 여름을 지내면서 비를 맞혀 손상시켜서는 안 되니, 잘 거두어 두지 않은 자는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여러 필추들이 스님 대중 공동의 옷을 입고서 옷을 빨고 물들이며 발우를 만들다가 입고 있는 옷을 손상시켰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 공동의 옷을 입고서 옷을 물들이거나 발우를 만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우연히 한 마을에 이르렀는데, 그 마을에는 스님들의 거처가 있었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는 저녁 초경(初更:오후 8시 전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절에 들어가 친우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휴식을 취하였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너희 여러 존자들이여, 부처님의 정법(正法)이 세상에 분명하게 머물러 있거늘, 그대들은 어찌하여 가르침을 따르지 아니하는가? 뒷날 후회하고 한스럽게 여기는 마음이 없고자 한다면, 너희들은 나이에 따라 우리들에게 침구를 주도록 하여라.”
그때 전부터 거주하고 있던 자들은 한밤중인데도 가지고 있는 많은 작은 자리[小座]와 침상, 요 등을 모아 한 장소에서 나누었는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는 곧 침구를 가지고 여기저기에서 잠이 들었다.
나누기를 마치자마자 곧 새벽이 되었다.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여러 필추들에게 이르기를 “그대들은 침구를 거두어 가시오. 우리들은 떠나가리다”라고 하였다.
주인 필추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상좌들께서는 당신들이 그저 하룻밤 편안히 쉬기 위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황열병(黃熱病)에 걸리게 하였습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밤에 스님들의 침구를 나누게 해서는 안 되고, 친구와 함께 하룻밤 머물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래 머물 경우라면, 나이에 따라 나누어 주어도 괜찮다. 이와 달리 하는 경우는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두루 세상을 돌아다니다 한 마을에 이르니, 그 마을에는 스님들의 거처가 있었다. 그 절에 들어가 보니 오래 된 침상과 자리가 있었다. 이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은 곧 커다란 침상에서 그 절의 여러 제자들과 함께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였다. 그런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은 모두 나이가 많은지라 아무도 그들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자연히 그 절의 나이 많은 이[耆年]들은 여기저기 땅위에서 자게 되었다.
그들은 새벽이 되자 서다림으로 나아갔다. 여러 필추들이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묻기를
“잘 오셨습니다. 오시는 길에 편안하셨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들이 대답하기를 “어찌 편안하였겠습니까? 땅 위에서 자며 밤새도록 불편하였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필추들이 “존자여, 당신들께서는 어제 저녁 어디에서 주무셨습니까?”라고 묻자, 그들은 전날에 있었던 일들을 여러 사람에게 모두 일러 주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커다란 침상과 자리, 그리고 기타 요를 펼 때에는 응당 상좌로부터 나이 순서에 따라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이다.”

4) 네 번째 자섭송

화장실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오래 머물러
일 보려는 다른 필추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
발을 씻거나 신발을 닦을 때 온 순서대로 하고
사용 중인 솥이나, 약 젓는 도구를 뺏어서는 안 된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항상 화장실을 왔다 갔다 거닐며 함께 얘기를 하거나 경을 읽거나 여러 가지 농담을 하면서 다른 필추가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보면 바로 막으며 말하기를 “너는 들어오지 말라. 우리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고의로 그를 지체시켜 괴롭혔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천하게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 그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화장실에서 왔다 갔다 거닐며 오래 머물러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지 말라. 만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발을 씻는 곳의 물을 담아 놓은 항아리 주변에서 다른 사람을 몰아내어 일어나라고 하면서 말하기를 “우리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니 응당 먼저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을 씻는 곳에서 먼저 씻던 사람이 일을 마치지 아니하였다면 강제로 일어나라고 해서는 안 되니, 그리하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어떤 필추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려고 하는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와서는 “우리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도착한 자가 먼저 들어가야 할 것이니, 화장실에서는 나이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 어떤 필추가 발을 반쯤 씻었을 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늦게 와서는 “우리들이 나이가 많으니 너희들은 응당 비켜서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상좌인 자는 시의(時宜) 적절하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나이 순서로는 앞이라고 하더라도 볼일을 마치지 못했으면 일어나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는 자는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어떤 필추가 신발을 비누로 반쯤 닦았을 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뺏으며 말하기를 “우리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 순서대로 하여서는 안 된다. 앞 사람이 쓰는 것을 마치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쓰기를 마치지 아니하였는데 빼앗는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또 어떤 필추가 솥에다 약을 달이다 반도 달이지 못하였는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솥을 뺏으며 말하기를 “우리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니 먼저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고는, 달이던 약을 땅에다 버리고 솥을 가지고 가버렸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 순서대로 하여서는 안 된다. 앞 사람이 하던 일이 마치기를 기다려서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쇠로 만든 스님 공동의 약 젓는 도구를 어떤 필추가 먼저 사용하여 약 젓기를 채 마치지를 아니하였는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빼앗아 갔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만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5) 다섯 번째 자섭송

염색 가마와 물병
발우와 물 마시는 그릇
칼ㆍ칼 가는 돌과 족집게
평상 등의 사용은 나이 순서대로가 아니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어떤 필추가 스님 공동의 염색 기구, 병, 솥 등을 사용하여 염색약을 끓이고 있었는데, 일이 반쯤 진척되었을 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먼저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 순서대로 하여서는 안 된다. 앞 사람이 쓰는 것을 마치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만일 강제로 빼앗는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때 어떤 필추가 먼저 공동의 발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식사가 채 끝나기 전에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니 응당 우리가 쓰도록 주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려야지 강제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 만일 강제로 빼앗는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물 마시는 그릇의 경우도 이것을 기준으로 하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때 어떤 필추가 머리를 반쯤 깎았을 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와서 머리 깎는
칼을 빼앗아 갔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머리를 다 깎지 않았다면 칼을 가져가 쓸 수 없다. 칼을 가는 숫돌의 경우도 이것을 기준으로 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손톱을 자르는 작은 칼로 손톱을 반쯤 자르고, 코털을 다듬는 족집게를 다 사용하지 않았으며, 평상에 누워 있을 때 사용 중인 물건을 빼앗아 가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한 여러 물건의 경우는 모두 나이 순서대로 하여서는 안 된다.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일을 끝내기를 기다려 가져가야 할 것이다. 만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6) 여섯 번째 자섭송

갈치나의(羯恥那衣)를 사용하고 있거나
명주실로 꿰매는 데에 쓰는 바늘이나
염료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은
쓰고 있을 때 빼앗아 가서는 안 된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 대중들에게 긴 갈치나의(羯恥那衣)가 있었다. 어떤 필추가 그 옷을 사용하면서 승가지(僧伽胝) 등의 옷을 만들고 있었는데, 반쯤 만들었을 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와서는 “우리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니 이치상 당연히 먼저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며 빼앗아 갔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사용하기를 마치지 아니하였는데 빼앗아 가서는 안 되니, 그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가져가야 할 것이다. 만일 그 전에 빼앗아 간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 그렇게 알라.”
명주실로 꿰매는 데에 쓰는 바늘을 반쯤 사용하였을 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빼앗아 갔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 쓰기를 기다려 가져가야 할 것이다. 다 쓰지 아니하였는데 가져간다면 월법죄를 짓는 것이니라. 염료[染汁], 손칼, 바늘, 머리 깎는 기구, 다듬잇돌 등을 사용할 때에도 모두 빼앗아서는 안 되니, 앞의 경우를 기준으로 해서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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