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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08 불교(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 6권 / 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by Kay/케이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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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6

 

근본설일체유부목득가 제6권
(根本說一切有部目得迦)


대당 삼장법사 의정 한역
백명성 번역


대문(大門) 총섭송(總攝頌)


제일 먼저는 다툰 필추들은 사죄해야 한다고 하였고
두 번째로는 장소를 정해 보시한 물건으로 시작했고
세 번째는 필추들이 지녀야 할 옷과 도구로부터 하는 것으로
목득가(目得迦)의 총섭송(總攝頌)이 이루어져 있다네.

1. 별문(別門) 첫 번째 총섭송

다툰 필추들은 뉘우치고 사죄할 것이며
풀밭에서의 포사타는 간략히 할 것이다.
절일을 면제 받기에 합당한 자 면제해 주며
보시 받은 영승왕의 침상에는 글로 표시해 둔다.
필추는 개고기 등을 먹지 못하며, 관장(灌腸)을 할 때는 동(銅) 따위로 만든 관을 사용하고
사탕수수의 경우 네 종류 약으로 쓰일 수 있다.
설탕물은 7일을 두고 먹을 수 있고
의사의 처방이라면 소(酥)를 먹을 수 있으며
술 마시는 버릇이 든 출가자는 나무뿌리 등을 묽은 술에 담갔다가 물을 섞어 마실 수 있다.

1) 첫 번째 자섭송(子攝頌)

필추들이 다투었을 때는 서로 사과할 것이며
나이를 모르는 사미는 용모를 관찰하여 구족계를 준다.
필추들이 필추니의 갈마를 행하면서 사미에게 구족계를 주더라도
갈마와 구족계는 모두 인정된다.

한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두 무리로 나뉘어 의리(義理)를 따지다가 싸움이 있게 되었는데, 소필추(小苾芻)1)가 대필추(大苾芻)를 꾸짖고 책망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필추는 물러나 방에 들어가 ‘어떻게 어린 자식이 나를 능멸하고 모욕한단 말인가’라며 분해하였다. 그는 노여움 속에서 번뇌하다 죽어 독사로 환생하였다.
그때 소필추는 마음속으로 후회하며 ‘내가 잘못했구나. 어찌 상좌 필추를 노려보며 책망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랴? 내 지금 그에게 용서를 빌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여러 필추들과 함께 그의 처소로 나아가 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곧 문을 열고 그 필추에게 가서 예배하고 “대덕이시여, 원컨대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려는데, 그 곳에서 독을 품고 노려보고 있는 큰 뱀을 보게 되었다.
이때 세존께서 커다란 자비의 힘으로 그 곳에 이르시어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의 두 발에 예배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니라.”
필추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떻게 이 뱀의 발에 예배해야 되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난날 그 필추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공경스럽게 예배하여라.”
이에 필추가 뱀에게 예배하자, 세존께서 이르시기를 “어진이여, 그대는 용서하도록 하여라” 하였다. 그리곤 즉시 독사를 위해 삼구법(三句法)을 설명해 주시고, 다시 말씀하셨다.
“어진이여, 그대는 나에게서 청정한 행실을 닦아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인데, 노여움의 불길에 휩싸이게 되었던 까닭에 독사로 환생하였던 것이다. 어진이여, 마땅히 알라. 일체의 모든 현상은 항상한 것이 아니며, 일체의 모든 것에는 ‘나’ 라고 하는 실체가 없으며,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나면 적정(寂靜)한 열반의 즐거움이 있게 되느니라. 그러니 너는 나의 말을 듣고 청정한 신심(信心)을 일으켜, 그 공덕으로 축생의 세계를 버리고 천상에 태어나도록 하여라.”
이에 그 독사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직접 세존의 삼구법을 듣지 않았더라면, 다시 음식을 먹어 자신에게 도움이 없게끔 하였을 것이다. 축생들은 먹는 것에 대한 욕구[飢火]가 가장 강하니 나는 먹지 않으리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먹지 않아 죽어 버렸다. 그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청정한 신심을 내어 뱀으로서의 생명을 거쳐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천상에 태어난 자는 남자건 여자건 모두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생각, 즉 ‘내가 어디에서 죽었는가? 지금 어느 곳에 태어났는가? 무슨 인연으로 인해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곤 즉시 저 뱀의 몸을 버리고 이 천상에 태어난 것이 부처님에 대해 청정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때 천자(天子)2)가 곧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내 지금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예배하고 공양하지 않을 수 없구나. 응당 부처님에게 가서 은혜에 보답하고 받들어 모시리라.’
이에 그 천자는 즉시 가장 훌륭한 영락과 귀고리, 팔찌를 하여 스스로 장엄하게 광명을 비추었다. 그리고는 천묘화(天妙花)ㆍ올발라화(嗢鉢羅花)ㆍ발두마화(鉢頭摩花)ㆍ분다리화(分陀利花)3)를 가지고
한밤중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이 천상의 꽃들을 부처님 앞에 펼쳐 놓고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서 한 쪽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천자의 찬란한 빛으로 인해 서다림의 광명이 멀리까지 비추이게 되었다.
이때 세존께서 그 천자의 생각이 번뇌에 물든 자와는 다름을 보시고 설법을 해주시니, 그 천자가 법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예류과(預流果)를 얻게 되었다.
천자가 예류과를 얻고 나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지금 증득한 것은 부모님이 해 주실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세존의 자비로운 힘 덕택으로 3악도(惡道)에서 빠져 나와 천인(天人)이 거처하는 곳에 머물며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큰 바다 같은 피와 눈물을 모두 마르게 하고 큰 산과 같은 몸과 뼈를 초월하였으며, 시작이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쌓아 온 스무 종류의 잘못된 아견(我見)을 금강(金剛) 같은 지혜의 몽둥이로 쳐부수고 예류과를 증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삼보에 귀의하오니 제가 오바색가임을 증득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죽는 날까지 저는 삼보에 대해 마음을 다해 청정하게 믿겠나이다.”
그런 다음 그 천자는 부처님의 양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홀연히 사라져 천궁(天宮)으로 되돌아갔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초저녁에 놀라 일어나 부지런히 마음을 맑히고 선정[靜慮]을 닦더니 서다림에서 훤히 비추는 광명을 보고는 모두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것은 범석제천(梵釋諸天)과 사천왕(四天王), 혹은 위대한 능력을 지닌 천자 등이 세존께 와서 예배를 올리고 뵙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양 발에 예배한 다음 이러한 생각을 자세히 세존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왕이나 위대한 능력을 지닌 천자가 나에게 와서 예배하고 만나서 그러한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지난달 내가 삼구법(三句法)을 설법해 준 큰 독사를 기억하느냐?”
필추들이 기억한다고 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죽은 후 천상에 환생하였는데, 그가 나의 처소에 왔는지라 내가 설법을 해주었더니 즉시 그 도리[諦]를 깨닫고 천궁으로 돌아갔느니라. 이런 이유로 광명이 두루 비추었던 것이니라.”
이어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용서하지 않았던 까닭에 그러한 허물이 있게 되었으니, 필추들이여, 너희들은 서로 성내고 다투는 일이 있거든 빨리 사죄하고 서로 용서하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훗날에 그러한 과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라.”
그때 어떤 필추가 다른 필추를 꾸짖고 책망하고서는 곧 그에게 나아가 용서를 청하였더니, 그가 더욱더 성을 내며 “이렇게 금방 사죄하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은 더욱더 괴롭구나”라고 말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노려보고 책망한 후 곧바로 그에게 가서 사죄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의 노여움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후에 용서를 구하여야 할 것이니라.”
그 성에 두 필추가 있었는데 서로 교법의 뜻[法義]에 대하여 논의하다가 서로 노려보며 화를 내게 되었다. 이때 젊은 필추가 늙은 필추를 꾸짖고 책망하였다. 이에 늙은 필추가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너무도 분노가 치밀어 죽어서 독사로 환생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아난타 존자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하였다.
“너는 그 독사에게 가서 나의 명령이라고 하면서 병이 없는지 물어 보아라. 그리고 내가 말하기를 ‘어진이여, 네가 나의 바른 법을 좋아하고 출가하여서 사사문과(四沙門果)4) 중 하나를 증득할 것인데,
네가 전생에 지나치게 화를 내어 독사로 태어났으니, 너는 저 필추를 용서하라’고 하더라고 하여라.”
이때 독사가 방 안에 있으며 쉭쉭 거친 소리를 내며 참지 못해하고 있었다.
세존께서 다시 대목련 존자에게 명령하셨다.
“너는 저 독사의 처소에 가서 나의 말을 전하고, 전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라.”
목련이 이르렀을 때 그 독사는 방【문】구멍으로 잠시 머리를 내밀었다가 다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세존께서는 다시 사리자 존자에게 명령하셨다.
“너는 저 독사의 처소에 가서 나의 말을 전하고 전처럼 설명해 주어라.”
사리자가 이르렀을 때 그 독사는 방【문】틈새로 반쯤 몸을 드러냈다가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때 세존께서 친히 방 안으로 가시어 그 뱀에게 말씀하셨다.
“어진이여, 네가 나의 바른 법을 좋아해 출가했으므로 사사문과 중 하나를 증득할 것인데, 그것을 아직 얻지 못한 것은 네가 지나치게 화를 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사로 환생한 것이니, 너는 저 필추를 용서해 주도록 하여라.”
그러자 뱀이 마침내 방에서 나와 세존 앞에 몸을 사리고 있었다. 이때 세존께서 저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독사에게 용서를 빌도록 하여라.”
필추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떻게 사죄하는 법식을 해야 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 발에 예배하도록 하여라.”
필추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가 축생으로 환생하였는데 제가 지금 어떻게 그의 발에 공경스럽게 예배할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속으로 저 필추의 이전 모습을 상상하여 그의 발에 예배하도록 하여라.”
이에 그 필추가 그렇게 상상하며 발에 예배를 하자, 뱀이 죄를 뉘우치는 법식을 하듯이 그 필추의 정수리를 머리로 덮어 주었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이 성내고 다툰 까닭에 이러한 과실이 생겨났으니, 필추들이 서로 화내고 다투었을 때에는 속히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니라.”
신시(申時)5) 이후 서로 다투고서 새벽에 용서를 빌자 모욕당한 쪽이 더욱더 화를 내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안부를 물은 후에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서로 매우 가까이 있다고 해서, 공경스럽게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깝더라도 서로 떨어져 있으면 예의를 차려야 하며, 받은 쪽에서는 ‘무병(無病)하다’고 대답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죄가 있느니라.”
어떤 두 필추가 공정하게 법의(法義)를 밝히려다가 성내고 원망하는 일이 생겼다. 그때 젊은 필추가 늙은 필추를 꾸짖고 책망하였다. 그 젊은 필추가 뒤에 스스로 자신이 틀렸음을 알고서 늙은 필추의 발에 예배하고 용서를 구하였으나, 그 늙은 필추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이에 젊은 필추가 ‘이분이 극도로 노하시어 나를 용서해 주시지 아니하니 노여움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사죄드려야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늙은 필추는 전부터 있던 방 안에 머물면서 노여워하고 있었다. 젊은 필추가 그 방 안으로 들어가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한 후, “대덕이시여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가 크게 화를 내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대덕들이시여, 이 사람을 좀 보십시오. 일부러 와서 나를 괴롭힙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젊은 필추가 곧 생각하기를 ‘부처님 세존께서 우리들에게 참회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하셨으니, 응당 스스로 자비로운 마음과 이익이 된다는 마음으로 그러한 가르침에 안주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필추는 내가 가서 사죄하는 것을 보고서도 기껍게 여기는 마음이 없으니, 내가 어찌 다시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는 다시 가서 공경스럽게 예배하지 아니하였다.
그 후 다른 때 그 늙은 필추가 다른 필추들과 더불어 왔다 갔다 거닐면서 서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젊은 필추가 그들이 거니는 곳으로 가서 다른 사람에게만 예의를 차리려고 하였다.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고 늙은 필추에게 묻기를 “존자여, 이 사람은 계율이 청정한데 어찌하여 용서하지 않으십니까?”라고 하였다. 늙은 필추가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나에게 좋지 않은 마음이 있어 단지 그대에게만 예의를 차리는 것이오”라고 하였다. 그런 다음 늙은 필추가 옆 사람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지금 그대에게만 예의를 차리고 나에게는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것을 보았으니, 직접 이 사람이
정말로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그 옆 사람이 젊은 필추에게 묻기를 “저분은 계율이 청정하신 분인데 어찌하여 예의를 차리지 않는가?”라고 하자 그 젊은 필추는 전에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투었던 자들이 지극히 가까운 곳에 거처하고 있다면 응당 예의에 맞는 공경을 표시해야 하며, 상대방은 ‘무병(無病)하다’고 대답하여야 한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모두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 마땅히 합장하여 공경스러운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이니라.”
그때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계율을 막 받으려 할 적에 계율을 받는 자가 ‘존자시여 저에게 구족계를 주지 마십시오’라고 말하였는데, 여러 필추들이 억지로 받게 하였다면 그 사람은 구족계를 받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바리야, 그것은 받은 것이라 할 수 없다. 이미 분명하게 계를 주지 말라고 하였고, 더구나 막 받으려고 할 적에 그러하였는데 잘 받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미가 만 이십 세가 되면 구족계를 받아야 할 것인데, 이 사미는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하고 여러 필추들도 그의 나이가 의심스러워 구족계를 받을 수가 없었다. 이에 그 사미는 조심스런 자세로 지내고 있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의 용모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그에게 옷을 벗게 하고 생식기[隱處]와 겨드랑이 아래를 살펴보니 그는 수치심을 느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상아로 만든 높은 말뚝이나 시렁 등에 병이나 주발, 자루 그 밖의 다른 물건을 걸어 놓고서 그에게 ‘너는 지금 저 의발을 가져오라’고 말한 다음 손을 들었을 때 겨드랑이 아래의 털이 긴지 짧은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니라.”
다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만일 여러 사미들이 계를 받을 적에 여러 필추들이 필추니에게 갈마를 해 주면서 구족계를 주었다면 구족계를 받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족계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필추들은 월법죄를 범한 것이다.”


2) 두 번째 자섭송

풀밭이나 고을에선 간단하게 포쇄타(褒灑陀)6)를 행하고
도적들 때문에 길을 가면서 할 때는 마음속으로 할 것이며
도적들에게 풀[草]로 묶였을 때라도 필추 스스로 풀을 손상시키지 말 것 등
승교죄(僧敎罪)에 해당되는 여섯 가지 경우를 보여 주셨네.

한 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포쇄타(褒灑陀) 날이 되었다. 그들은 부드러운 풀이 있는 한적한 공간을 찾고서 말하기를 “여러 대덕들이여, 부드럽고 좋은 풀밭이 있으니 우리들은 이곳에서 포쇄타를 행하겠습니다”라고 하고는 곧 함께 앉아 장정사(長淨事)를 행하였다. 일을 마치고 나니 용감하고 건장한 상인들이 모두 가버리고 없었다. 필추들은 상인들을 뒤따라갔으나 오전 내내 따라잡지 못하고, 모두 도적들에게 잡혀서 가진 것을 빼앗겼다.
절에 들어오자 그 절에 있던 필추가 이 나그네 필추들을 보고 물었다.
“잘 오셨습니다. 대덕들이여, 여행은 편안하고 즐거웠습니까?”
필추들이 대답하기를 “어찌 편안하고 즐거웠겠습니까? 저희들은 도적들에게 잡혔다가, 겨우 목숨만 건졌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드러운 풀이 있는 평지가 좋다고 그 곳에서 장정(長淨)을 하여서는 안 된다. 반드시 같이 가는 자들을 따라 마을에 도착한 뒤에야 장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마을 근처에서 장정을 하여야 할 것인데, 여러 필추들 가운데 반은 마을로 들어가고 반은 마을 밖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러자 마을 밖에 있는 필추들이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따로 있으니 장정을 하여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을에 들어간 자들은 응당 한 장소에 모여 장정을 행해야 할 것이요, 마을 밖에 있는 자들은 마을 근처에 한 장소에 모여 장정을 행해야 할 것이다. 필추들이 모이지 않으면 장정을 할 수 없으니 모으지 않고 한다면 월법죄를 짓게 되느니라.”
또,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장정일(長淨日)이 되었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에게 말하기를 “어진이들이여,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들은 지금 장정사를 행하려고 합니다”라고 하였다. 상인들이 이르기를 “이곳은 도적들을 만날 위험이 있으니 당신들은 서둘러 오십시오. 저희들은 머무를 겨를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그들을 뒤따라가면서 “이곳에 잠시 머무르십시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십시다” 하다가 마침내 새벽이 되고 말았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날이 되었는데도 장정을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마땅히 길을 가면서도 함께 장정을 했어야 하느니라.”
필추들이 길을 가면서 장정을 행하였다.
그때 상인들이 타박하며 말하기를 “성자시여, 우리들은 도적이 두려워 모두 조용히 하고 있는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크게 소리를 내십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크게 얘기하지 말고 장정을 간략하게 하여라.”
그러나 그 상인들은 여전히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마음속으로 읽고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니, 마음속으로 읽고 지켜 가야 할 것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부정하게 얻은 3의(衣)를 스님 대중들에게 내놓을 적에는 3의를 나누어 하고 ,장의(長衣)를 내놓을 적에는 따로 청해야 할 것이다. 장정과 수의(隨意)7)를 할 적에는 이렇게 말하도록 하여라.
‘14일인 지금 스님 대중들이 장정을 하니 필추인 저 아무개는 14일에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진술하여 청정하게 하나이다. 저는 지금부터 청정함을 지키겠거니와, 만일 훗날 화합중(和合衆)8)을 만나더라도 저는 응당 화합중과 함께 장정을 하겠으니, 계율들이 다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하도록 하여라. 그 날이 되어서는 응당 장정을 해야 하니 하지 않는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여러 필추들이 인간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도적들에게 잡혔다. 도적들이 서로 말하기를 “그대들은 지금 여러 필추들을 깨끗하게 하여야 되겠소”9) 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도적들이 자신들을 살해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서 도적들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그대들은 우리들을 해치려 하는 것인가?”
도적들이 대답하였다.
“너희 필추들은 왕, 대신, 장자,
상인들과 모두 서로 알고 지내고 있다. 그들은 너희에게 깊은 믿음과 공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너희가 그들에게 고발하면 그들은 우리에게 불리한 일을 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너희들은 깨끗이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때 무리 가운데 고망어(故妄語)10)를 저지른 필추가 있어서 가만히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죽으면 죄를 짓고 죽는 것이라 지옥[惡趣]에 태어나겠구나’라고 하였다. 이에 조용한 곳으로 다른 필추들을 불러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하려고 하였다. 그때 도적이 그 광경을 보고 묻기를 “그대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라고 하자, 필추가 “나는 몇 명의 필추들과 법사(法事)를 하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도적이 다시 말하였다.
“너희들은 도망하려는 것이냐? 이곳에 머물러 있고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
그러자 두 필추는 곧 도적과 마주 보고 그 앞에서 지은 죄를 얘기하였다.
“대덕이시여, 명심해 주십시오. 필추인 저 아무개는 이와 같은 죄를 지었다고 고백합니다. 제가 범한 그러한 죄를 지금 대덕 앞에서 깨끗이 씻어 내고자 하여 죄를 드러내어 말합니다. 저는 숨기지 아니하겠습니다. 죄를 드러내어 말하면 안락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나, 죄를 드러내 말하지 않으면 안락하지 못할 것입니다.”
두 번, 세 번 이렇게 얘기하자 도적들이 죄를 고백하는 것을 보고 물어 보았다.
“그대들은 고망어(故妄語)를 하지 않겠습니까?”
필추들이 대답하였다.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떠나도록 하시오. 그리고 남들에게 행여 우리를 만났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 후 필추가 ‘내가 속인을 상대로 지은 죄를 고백하였구나’ 생각하고 후회하였다.
이에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이여, 도적들이란 험한 곳에서 사는 귀인(貴人)같은 분들이시니, 네가 그들에게 죄를 고백하였다면 그것은 고백하기를 잘 하였다고 할 수 있느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어떤 필추가 인간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도적들에게 잡혔다. 도적들이 서로 말하기를 “그대들은 지금 여러 필추들을 깨끗하게 하여야 되겠소”라고 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즉시 도적들이 자신들을 해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서 도적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그대들은 우리를 해치려 하는 것인가?”
도적들이 앞에서와 똑같이 말하고,
그러한 이유로 깨끗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에 필추들이 대답하기를 “우리를 놓아만 준다면 끝까지 당신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약속을 받은 다음에 풀어 주겠다. 그대들은 매달 15일마다 대중들이 모두 모여 설법하는 것이 있을 것이오. 그 설법을 우리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그대들을 풀어 주겠소.”
이에 그 대중 가운데 계율을 외우고 내용을 예리하게 꿰뚫고 있는 필추가 즉시 바라저목차(波羅底木叉)11)에 대해 널리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도적의 우두머리가 말했다.
“존자시여, 가도록 하시오. 어디를 가든 우리들에 대해 말하지 마시오.”
여러 필추들은 벗어난 후에 “우리들이 도적들에게 『별해탈경(別解脫經)』12)을 설명해 주었구나” 하며 의심스러워하였다. 그래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적들이란 숲이나 들에 사는 귀인[林野貴人] 같은 자들이니, 너희들이 그들을 상대로 설명하였다면 그것은 좋은 설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발차국(跋蹉國)에 있으면서 사람들 사이를 두루 돌아다니다 도적들에게 붙잡혔다. 도적들이 서로 말하기를 “그대들은 지금 여러 필추들을 깨끗이 하여야 되겠소”라고 하였다. 그때 이전에 필추의 처소 근처 가까운 곳에서 살던 도적 중의 한 사람이 동료에게 말하였다.
“이들을 죽이느라 애쓸 필요가 뭐 있겠소. 뿌리와 연결되어 있는 띠풀로 꽁꽁 묶어 굶주림과 목마름 속에서 절로 죽게 합시다.”
이에 도적들이 곧 띠풀로 필추들을 묶고서는 그냥 가버렸다.
이때 발차국의 왕인 오타연(烏陀延)이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그 장소에 이르러 따르던 신하에게 물어 보았다.
“저것들은 사슴인가? 곰인가?”
그리곤 말을 달려가서 살펴보니, 필추들인지라 그들에게 물어 보았다.
“그대들은 무슨 일을 하는 자들인가?”
팔추들이 대답하였다.
“출가자들입니다.”
“어떤 부류에 속하는 자들인가?”
“석가모니의 제자들입니다.”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가?”
“저희들이 도적들에게 붙잡혔기 때문입니다.”
“무엇으로 묶여져 있는가?”
“생풀[生草]입니다.”
왕이 묻기를 “어찌하여 빠져 나오지 않는가?”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세존께서 저희들에게 계율을 정해 주셨는데, 만일 다시 필추들이 생풀이나 나무를 손상시키면 바일저가(波逸底迦)13)를 짓는 짓이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왕이 즉시 말에서 내려 손수 풀어 준 후 각각 3의(衣)를 주고 떠나갔다. 그때 필추들이 생각하기를 “우리들이 왕에게 우리들의 죄상(罪相)을 얘기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어 이 일을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이여, 만일 왕족 가운데 관정(灌頂)의 의식을 거쳐 왕이 된 사람에게 죄상을 이야기하였다면, 그것은 잘한 것이니라.”
다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얘기하여도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그 죄를 얘기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부득이한 경우라면 얘기해도 잘못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같이 죄를 지은 자에게는 허물을 얘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부끄러워할 줄 알고 금계(禁戒)를 굳게 지키며 계율을 좋아하는 어떤 필추가 한 때 처음으로 중교(衆敎)를 범하고서 뉘우치고 후회하며 깊이 부끄러워하던 끝에 몸이 야위고 누렇게 뜨더니 마침내는 병이 들고 말았다. 다른 필추들이 찾아와 “대덕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몸이 야위고 누렇게 뜨신 것입니까? 무슨 괴로운 일이 있으십니까?”라고 물어 보았으나,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후 마음이 맞는 필추가 찾아와 묻자 그는 곧 사실을 얘기해 주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말하기를 “존자여 만약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위해 여러 필추들에게 고백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 필추가 대답하기를 “당신이 만약 말하신다면 저는 자살하겠습니다. 차라리 다른 나라에 가서 죄를 진술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 두 필추는 함께 길을 떠났는데 죄를 진 필추가 길에서 그만 죽고 말았다. 이에 동료 필추는 ‘죄를 지은 사람이 이미 죽었으니 나는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고 곧 본래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본 여러 필추들이 묻기를 “잘 오셨습니다. 대덕이시여, 돌아다니시는 일이 안락하셨습니까? 전날 함께 가셨던 필추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하자,
그 동료 필추는 눈물을 흘리고 곡을 하며 탄식해 말하였다.
“그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비록 세상의 모든 현상이 항상치 않음을 알고 있다고는 하나, 그 필추가 죄를 짓고 죽었으니 지옥에 떨어져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벗어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몹시 애달파 하는 것입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불제자는 죄에서 벗어났다. 여러 필추들에게 이르노니 모든 죄는 내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죄 그 자체가 능동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면 그것을 다스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처럼 부끄러워할 줄 아는 품성의 사람이라면 한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을 얘기하여도 된다고 허락하노라.”
그때 여러 필추들 가운데 경을 해득한 자, 율을 해득한 자, 논을 해득한 자가 중교(衆敎)를 어기는 죄를 지었다. 그들은 대중들에게 그 일을 진술하였는데, 그것을 본 다른 필추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분들은 오묘한 도리를 깨달은 단계에 이르신 대덕들이시다. 그런데 이분들이 이러한 죄를 지었으니, 다른 필추들은 다시 어떻게 하여야 하겠는가?”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다른 곳으로 가서 자신의 죄를 진술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필추들이 전처럼 다른 곳으로 가다가 죽어 버리는 일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한 사람에게라도 실토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 무리의 우두머리인 상좌와 같이 대복덕인(大福德人)이 있으면 역시 그 사람에게 잘못을 얘기하여야 할 것이다.”

3) 세 번째 자섭송

절의 일을 면제 받기 합당한 자는 면제해 준다.
도랑 파는 일로 인해 대중이 왕에게 갔을 경우라면
40일까지 경계 밖에 머물 수가 있네.
피부가 청정치 못함은 피부와 육신 근골까지 청정치 못함이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아난타 존자가 당직 차례가 되었을 때, 교살라국의 승광대왕이 그에게 와서 두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이에 아난타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간략하게 설법을 해 주었다. 왕이 말하기를 “대덕이시여, 저는 다른 일이 없으니 저를 위해 자세하게 설법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난타는 다시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왕이 다시 말하기를 “성자(聖者)여,
저는 다른 일이 없으니 원컨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세 번 반복하자 아난타가 대답하기를, “대왕이시여 왕께서는 비록 일이 없지만, 저에게는 다른 일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무슨 할 일이 있으십니까?
아난타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저는 당직이라 절을 단속해야 합니다.”
이에 왕이 ‘그러한 일은 나의 일이로다’라고 생각하고, 곧 공경스럽게 예의를 표하여 하직하고는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갔다.
왕이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말씀드렸다.
“저는 왕족으로서 관정(灌頂)의 의식을 거쳐 왕이 되었으니 제가 하여야 할 일은 마땅히 해야 할 것입니다. 황후일 경우에는 황후의 일을 해야 할 것이며, 태자나 대신, 장군, 여러 신하,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각기 자기 직위에 따라 모두 자신의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바로 최고의 법왕[無上法王]이시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면제 받기에 합당한 자에게는 그 일을 면제해 주십시오.”
이때 세존께서는 묵묵히 승낙하셨고 승광왕은 자리를 떠나갔다.
이에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고 있으라. 나는 지금 면제 받기에 합당한 사람은 절의 일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선택되지 않아도 좋다고 허락하노라.”
그때 여러 필추들이 어떠한 사람이 면제 받기에 합당한 자인지 알지 못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경(經)을 해득하거나 율(律)을 해득하거나 논(論)을 해득하는 사람들은 면제 받을 수 있느니라.”
그러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두세 권의 경을 읽고 외우고서는 곧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경을 알고 있으니 의당 절일을 면제 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경부(經部)를 두루 알고 있어야 절의 일을 면제 받을 수 있느니라.”
또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단지 한둘의 계율에 대해 알고서는 곧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율을 알고 있으니 역시 면제 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율부(律部)를 두루 알고 있어야 절일을 면제 받을 수 있느니라.”

또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그저 한두 가지 짧은 논을 읽고 나서는 곧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논을 알고 있으니 역시 면제해 줘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논부(論部)를 모두 알고 있어야 일에서 면제되느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 승광왕의 교살라국 변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왕이 한 장군을 시켜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토벌하게끔 하였는데, 그는 적에게 패한 후 겨우 군사를 수습해 돌아오고 말았다. 적에게 패하는 일이 세 번이나 거듭되자 마침내 집정 대신(執政大臣)이 왕에게 말하기를 “적병이 강성하여 장군들이 공을 세우지 못하니, 대왕께서 친히 토벌하시지 아니하시면 항복시킬 수가 없겠나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왕이 친히 사병(四兵)14)을 엄숙하게 정비하여 저 신하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자들을 벌주려 하였는데, 그들은 지세가 험한 것을 믿고 성을 굳게 지키고만 있는지라 항복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때 대신이 다시 왕에게 말씀드렸다.
“급고독 장자는 큰 복덕을 지니고 있어 천신(天神)들도 보호해 줍니다. 그가 만일 여기에 온다면 저들이 혹 항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왕이 사신을 보내 장자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자그마한 일이 생겨 그대를 만나 보고자 하노라.”
장자가 왕의 명령을 받들어 곧 왕의 진지에 나아갔는데, 그 때까지 그 반역자들은 여전히 항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왕이 장자에게 묻기를 “그대는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라고 하자 장자가 대답하였다.
“제가 집에 연연해하는 마음은 없으나, 단지 스님들은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승광왕이 유수(留守)에게 명령하였다.
“스님들에게 명령을 내리지 말고 이리로 오게 하라. 내 만나 보고자 하노라.”
유수 대신이 왕의 교지를 보고는 곧 ‘우리들을 어떻게 왕의 명령을 내리지 않고서 아리야(阿離耶)15)를 왕이 계신 곳에 가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였다. 그때 어떤 노신(老臣)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스님들에게 명령을 내리지 아니하고도
그들 스스로 왕의 진지로 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옛날의 임금이셨던 범수(梵授)의 오래된 정원[苑園]이 있는데, 그 곳은 모두 황폐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거짓으로 수리하느라 도랑을 판다고 절에 구멍을 내십시다. 그러면 그들이 스스로 왕의 진지에 가게 될 것입니다.”
이에 유수 대신이 여러 부하들을 거느리고 서다림에 들어가 곧 절 안에서 도구로 도랑을 뚫어 물이 통하게 하였다. 그러자 여러 필추들이 묻기를 “대신이시여, 당신께서는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대신이 대답하기를 “성자시여, 천자께서 명령을 내리시어 우리들로 하여금 옛 정원을 수리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서다림 안으로 도랑을 연결해 물을 끌어가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필추들이 말하기를 “그대들은 어찌하여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봉안한 탑을 무너뜨리는 것입니까?”라고 하자, “이것은 바로 왕의 명령이니 어찌하겠습니까? 저희들의 목이 두 개가 아니니 누가 감히 명령을 어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대중들이 말하기를 “잠시 중지해 주시오. 우리들이 스스로 왕에게 가서 함께 상의하리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필추들이 묻기를 “지금 왕에게 가려고 하는데 당일로 돌아올 수 있습니까?”라고 하자, 대신이 대답하였다.
“올 수 없습니다. 7일이 지나도 돌아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필추에게 대중과 관련된 일[大衆事]이 있어서 그가 40일 동안 경계 밖에 있을 수 있는 동의를 받았다면 떠날 것을 허락하노라.”
여러 필추들이 어떻게 갈마를 받는지 몰라 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자리를 깔고 목탁을 울리며 하고자 하는 일의 내용을 고지하여 대중들이 알게 한다. 대중들이 다 모이면 원하는 필추에게 권하기를 ‘너는 스님 대중을 위해 40일 동안 경계 밖에 나가 있겠느냐?’라고 한다.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한 필추가 그를 위해 고지하고 그런 다음 갈마를 행하여 동의를 얻어 떠나가느니라.”
그때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동의를 얻었다면 하룻밤을 경계 밖에서 지낼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럴 수 있다.”
다시 여쭈어 보았다.
“동의를 받았다면 이틀,
사흘에서 심지어 10일, 20일, 30일, 40일까지도 경계 밖에서 지낼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럴 수 있다.”
다시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동의를 받았다면 40일이 넘어도 경계 밖에서 지낼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럴 수 없다. 40일이 지나서는 경계 안에서 지내야 하느니라.”
“세존의 말씀대로라면 하룻밤 경계 밖에 나가 있을 경우 누구에게 동의를 받아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사람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느니라. 7일까지는 모두 한 사람에게 받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의 경우에는 스님 대중들로부터 받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에 의하면, 피부가 청정치 못한 자는 그 육신이 청정치 못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피부가 청정치 못한 자라고 하는 것은, 육신이 청정치 못할 뿐만 아니라 근골까지 모두 청정치 못한 것이니라.”

4) 네 번째 자섭송

영승왕(影勝王)이 쓰던 침상을 보시하거나
왕이 어머니를 위해 보시한 경우 글로 써 놓아야 하며
까마귀, 가마우지, 학, 수리 등을
필추가 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때 왕사성이 수도인 마갈타국 영승왕의 아들인 미생원왕(未生怨王)이 제바달다(提婆達多)의 나쁜 꾀에 속아 넘어가 부왕인 영승왕을 죽이는 일이 있었다.
그 후 미생원왕이 진심으로 후회하여 부왕의 침상과 의자를 보며 눈물을 흘리자 대신이 말하였다.
“지난날 선왕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믿었으니, 침상과 의자를 스님 대중에게 보시하도록 하십시오.”
이에 곧 사자(使者)를 보내 부왕의 침상을 절에다 보시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그 침상을 받아서는 문 아래에다 방치해 두었는데, 한번은 왕이 절에 왔다가 문 아래에 방치된 부왕의 침상을 보고는 더욱 슬퍼져 눈물을 흘렸다. 이에 대신이 말하였다.
“성자여, 대왕의 본뜻은 침상을 차마 보지 못해서 절에다 보시한 것인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문 아래에다 두어 왕으로 하여금 보고 슬피 울게 하는 것입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의 와구(臥具)를 문 아래에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자 필추들이 마루 아래에 두어 이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루 아래에다 두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필추들이 이번에는 침상을 방 안에다 두었다. 그러자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비방하기를 “선왕의 침상은 필추들이 이미 팔아 음식을 샀다.” 고 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매월 8일이나 보름에 처마 밑 마루에다 침상을 내놓도록 하여라.”
그러나 이를 믿지 않는 자들이 다시 비방해 말하기를 “그것은 선왕이 쓰셨던 침상이 아니다. 왕이 쓰셨던 침상은 필추들이 이미 팔아서 음식을 샀다” 고 하였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침상 위에다 분명하게 ‘이것은 영승왕이 쓰셨던 침상이다’라고 써 놓아라. 그 침상뿐만 아니라 승광왕이 어머니를 위해 보시한 물건에도 그리하도록 하여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우박이 내려 짐승들이 크게 다쳤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모두 뛰쳐나와 먹을 수 있는 짐승들은 다 가지고 돌아갔다. 많이 먹기를 좋아하고 잠이 많은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 역시 새벽에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다가 인가에 연기가 오르는 것과 들과 밭에 새들이 빙빙 돌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곧 그 곳으로 가서 음식을 구하였다. 또 독수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서로 상의해 그 곳으로 가서 죽은 까마귀, 가마우지, 백로, 독수리 등을 거두어 등에 지고 돌아왔다.
그때 바라문의 거사가 그들을 보고 묻기를 “필추[阿遮利耶]들이여, 이것들을 어디에 쓰려고 하십니까?”라고 하였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우리들의 음식으로 쓰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가 다시 묻기를 “식용이 아닌데 어찌하여 그것들을 먹으려고 합니까?”라고 하였다.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대답하였다.

“식용에 합당한 것은 구하여도 얻을 수가 없으니, 이것들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로 인해 거사들이 필추들을 비난하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들은 까마귀, 가마우지, 흰 학, 독수리 같은 부류를 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먹는다면 월법죄를 짓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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