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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11 불교(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 9권 / 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by Kay/케이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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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 9

 

 

근본설일설체유부목득가 제9권


대당 삼장법사 의정 한역
백명성 번역


4) 네 번째 자섭송(子攝頌)

필추는 가죽신에 다섯 가지 동물 기름을 바르지 말 것이며
신심이 깊은 왕과 대신들에게는 계율을 설명해 주도록 하라.
설롱나이십억 필추로 인해 필추들에게 죽을 먹는 것이 허용되었으며
왕이 보시한 밭을 받아서 쓰도록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세존께서는 다섯 종류의 청정치 못한 가죽신은 가지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다섯 종류의 청정치 못한 기름을 가죽신에 발랐었다. 그런데 마침 승광왕의 코끼리가 기름기를 맡고는 놀라 날뛰며 달아나는 일이 있었다.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그 코끼리를 붙잡지 않았는가?”
이에 대답하기를 “우리들은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필추들이 말하기를 “나는 잡을 수가 있노라” 하였다.
“당신들이 만일 우리를 위해 붙잡아 주신다면, 저희들이 떡과 과일값을 드리겠습니다.”
이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그 코끼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코끼리를 진정시켰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어 보았다.
“성자여, 당신들께서는 주문을 외울 줄 아시는 것입니까? 코끼리들이 놀라 달아나는 것을 우리들은 막지 못하였는데, 당신들께서는 어떻게 진정시키신 것입니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대답하였다.
“사실 우리들도 주문을 외울 줄은 모릅니다. 우리들은 단지 제일 좋은 코끼리의 기름을 가죽신에 발랐을 뿐입니다.”
이에 사람들이 “성자여, 왕이 코끼리를 불쌍한 사람처럼 좋아하니, 어찌 당신들에게 이익 되는 일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빈정대며 그들을 천하게 여겼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은 제일 좋은 코끼리의 기름을 가죽신에 발라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바르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제일 좋은 코끼리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제일 좋은 말, 사자, 호랑이, 표범의 기름도 모두 발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捨城)에 계셨다.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이 아난타 존자의 처소에 와서 두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말하였다.
“아난타 존자여, 지금이 바로 설법을 듣고 포쇄타할 때가 아닙니까? 저는 그러한 것들을 들을 수가 있겠지요?”
아난타가 대왕에게 대답하였다.
“포쇄타라고 하는 것은 필추들끼리만 함께 하는 것이요, 속인은 들을 수가 없음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이에 왕이 곧 일어나 가버렸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다 아시면서도 일부러 아난타에게 물어 보셨다.
“어찌하여 왕이 왔다가 법을 듣지도 않고 그대로 가버렸는가?”
아난타가 그 일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큰 실수를 하였구나. 아까 왕이 이 계율[波羅底木叉]을 들었더라면 왕은 반드시 곱으로 깊은 믿음과 공경심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요, 청정한 믿음이 생겨났다면 최상의 불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부터 왕과 대신들 가운데 청정한 믿음을 지니고 진심으로 불법 듣기를 원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설명해 주라고 허락하겠노라.”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존귀하기는 하나 공경스러운 믿음이 없을 경우, 그러한 사람에게도 설명해 주도록 하고 가난한 사람이라도 그에게 설명해 주도록 하여라.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공경스러운 믿음이 없고 진심으로 계율에 대해 듣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설명해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존자인 설롱나이십억(說籠拏二十億) 필추는 어려서부터 죽을 먹고 자랐는데, 출가한 후로는 죽을 먹지 못해 몸이 야위고 누렇게 떠 기력이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일을 아시면서도 일부러 아난타에게 물어 보셨다.
“무슨 이유로 설롱나이십억의 몸이 야위고 누렇게 뜨며 기력이 없는 것이냐?”
아난타 존자가 부처님께 그 이유를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설롱나이십억 필추가 마음대로 죽을 먹도록 허락하노라.”
이에 아난타가 곧 부처님의 말씀을 그 필추에게 다음과 같이 전해 주었다.
“세존께서 그대에게 마음대로 죽을 먹도록 하셨소.”

그가 물어 보았다.
“모든 대중에게 허락하신 것입니까? 저 한 사람에게만 허락하신 것입니까?”
아난타가 대답하였다.
“오직 그대 한 사람에게만 허락하셨소.”
그러자 설롱나이십억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일로 해서 함께 수행하는 여러 사람들이 저를 비웃어 말하기를 ‘너 설롱나이십억이여, 그대는 출가해서 오늘 매우 커다란 소득을 얻었구려. 과거에는 비할 수 없을 만한 거부이더니, 일곱 마리의 코끼리를 버리고 출가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저 묽은 죽이나 구하게 되었으니 말이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세존께서 나로 인해 대중들에게도 죽을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저도 따라 먹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설롱나이십억으로 인해서 모든 대중이 다 죽을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노라.”
그때 청정한 믿음이 있는 바라문과 거사들 대부분이 좋은 죽을 가지고 와서 필추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리고 영승왕은 부처님이 필추들에게 마음대로 죽을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좋은 밭 천 이랑을 대중에게 보시하였다.
이에 필추들은 감히 밭을 받지 않고 이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 대중을 위해서이니 밭을 받고, 거기서 수확한 과실은 대중들이 먹도록 하여라.”

5) 다섯 번째 자섭송

속인이나 사미 등과는
필추가 합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합석하더라도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우바리 존자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필추들이 속인들과 함께 합석할 수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할 수 없다. 그러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합석해도 죄가 되지는 않는다.”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미와는 함께 합석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할 수 없다. 사미와 반택가(半擇迦)1), 계율을 어긴 필추니, 오역외도(五逆外道), 취외도(趣外道), 적주(賊住)2), 별주(別住)3),
불공주(不共住)인 사람과는 합석할 수 없으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합석해도 죄가 되지는 않는다.”
우바리 존자가 또 여쭈어 보았다.
“수학인(授學人)과 함께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 된다. 그러나 부득이한 경우라면 임의로 합석할 수는 있다.”
“속인과 함께 같은 평상에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 된다. 부득이한 경우라면 임의로 합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여러 불공주(不共住)의 사람들과도 모두 합석할 수는 없으나, 부득이한 경우라면 합석하더라도 죄가 되지는 않는다. 또 같은 평상에 앉는 경우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말한 바와 같다. 그리고 자리가 반듯하지 못해 불편한 경우에는 앉더라도 죄가 되지는 않는다.”

6) 여섯 번째 자섭송

공양 때에는 상좌라도 그를 일어나게 할 수 없으며 나이에 따라 앉고
공동 소유의 염색 그릇은 앞 사람의 일이 끝난 다음 사용한다.
필추들은 함께 정원을 보호하여야 하며
염색약을 삶느라 영작인의 나무를 때서는 안 된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여러 필추들이 작은 평상 위에 앉아 세탁, 바느질, 발우를 씻는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그들을 밀쳐 내고 자신이 앉아 그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탁 등의 일을 필추들이 하고 있을 때에, 그들을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일을 못하게 한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가는 곳마다 자신들이 상좌임을 빙자해 다른 필추들을 일어나게 하였는데, 필추들이 일어나지 않으려 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와 지위에 따라 앉아야 할 것이다.”
세존께서 나이 순서로 앉아야 한다는 말씀이 있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은 다른 필추들이 식사할 때 늦게 도착해서도 그들을 일어나게 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필추가 식사하고 있을 때라면, 상좌라도 늦게 와서는 그를 일어나라고 할 수 없다. 일어나게 하는 자는 악작죄를 짓게 되는 것이니,
도착 순서대로 앉아 식사해야 할 것이다.”
우바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식사하고 있을 때에는 상좌라도 그를 일어나게 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식사할 때’라는 한계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소금을 받았거나 식권[食葉]을 받았을 때에는, 모두 일어나게 할 수 없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필추가 식권을 받았을 때에는 그를 일어나게 할 수 없다고 하시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고의로 상좌의 자리로 가서 먼저 식권을 받았다. 그러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의로 상좌의 자리로 가서 먼저 식권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자는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러니 여러 필추들은 자리의 순서를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스님 공동 소유의 염색약을 담는 항아리와 여러 그릇들을 어떤 스님이 먼저 가져다 옷을 물들이고 있었는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존자여 내 나이가 그대보다 많으니 마땅히 먼저 사용하여야 할 것이요”라고 말하며, 염색약을 쏟아 버리고 강제로 항아리를 빼앗아 사용하여, 그 필추가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 공동 소유의 염색약을 삶는 항아리와 그릇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을 때에는 강제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 그가 일을 마치기를 기다려 가져가야 할 것이다. 일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빼앗아 간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염색 그릇을 사용하고 있을 때에는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하시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는 고의로 옷 조각을 물들이며 다른 필추들이 염색 그릇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옷을 염색하는 것을 염오(染汚)라고 하는데, 고의로 작은 조각을 물들이며 염색 그릇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같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 급고독 장자가 나무 울타리를 만들어 서다림을 둘러싸게 하였는데, 여러 속인들이 나무 울타리를 부서뜨리고 나무들을 도둑질해 갔다. 이에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시켜 나무 울타리를 보호하게 하여라.”
사람을 시켜 나무 울타리를 보호하자 속인들이 나무를 버리고 도망갔는데, 그 나무를 아무도 주워 가지 않아 모두 못 쓰게 되어 버렸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서져 못 쓰게 된 나무는 절의 주방에서 땔나무로 쓰도록 하고, 남은 것은 절일을 맡아 보는 사람[付作人]이 가지도록 하여라.”
그때 여섯 명의 나쁜 필추가 절일을 맡아 보는 사람이 쓰려는 나무를 쪼개어 염색약을 삶는 데 사용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들은 절일을 맡아 보는 사람의 잡목을 염색약을 삶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니, 그리하는 자가 있다면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7) 일곱 번째 자섭송

장자가 보시한 물건은
그에게 물어 보고 보관 사용하도록 한다.
선당(禪堂)에서는 다른 필추를 일어나게 하지 말고
절에 들어갈 때에는 먼저 몸을 씻도록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저는 지금 서다림을 꾸미어 다시 스님 대중에게 보시하고자 합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시오.”
이에 장자는 서다림 안에 있는 나무 가운데 남성수(男聲樹)에는 남자의 의복을 만들어 꾸미고, 여성수(女聲樹)에는 여인의 복장을 만들어 꾸미었으며, 심지어 절 뜰 안의 산보하는 곳과 욕실 안, 중식당(衆食堂), 공병당(供病堂), 상식당(常食堂) 등을 모두 그에 맞게 꾸며 스님 대중에게 보시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의복들을 받고 어찌할지 몰라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에게 물어 보도록 하여라.”
필추들이 장자에게 가서 물어 보니, 장자가 대답하였다.
“보시한 장소의 물건들은 그곳에 소속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남ㆍ여성수로부터 절 안에 두루 퍼져 있는 의복들은 장소에 따라 각각 상자 속에 보관하였다가 사용하도록 하여라. 뒤에 서다림 안의 사람들이 대회를 열면 각각의 장소에 있는 것으로 전처럼
엄숙하게 꾸미어야 할 것이니, 담벽에 있는 것으로는 벽을 꾸미고, 온난당(溫煖堂)에 있는 것으로는 땔나무를 마련해 연료를 충당하여야 할 것이며, 욕실에 있는 것으로는 세욕(洗浴)하는 데 공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저수당(貯水堂)에 있는 것으로는 대중들이 일정한 때와 수시[時非時]로 먹는 물을 공급하고, 공병당(供病堂)에 있는 것으로는 좋은 음식을 공급하여야 할 것이다. 가까운 사원이나 누각의 처마 앞, 산책하는 곳이나 【문】주변에 있는 것은 그 곳의 스님[現前僧]들이 나누어 갖고 절의 뜰 안에 있는 것은 사방승용(四方僧用)4)으로 삼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의혹을 끊고 고요히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선당(禪堂)을 만들어 여러 선한 수행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그 선당에 와서 ‘우리들은 나이가 많은 필추들이다’라고 하며, 필추들을 일어나게 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당에서 나이가 많다고 하여 다른 필추들을 일으켜 움직이게 하여서는 안 된다. 만일 일어나게 하는 자가 있다면 월법죄를 짓게 되는 것이니라.”
그리고 필추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산책을 하러 가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그 사이를 틈타 그 자리에 앉아 다른 필추들이 참선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필추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거기에 앉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필추들은 산책을 하려 하거든 먼저 띠나 옷을 앉았던 자리에 놔두고 떠나도록 하여라.”
어떤 필추가 절의 복도 기둥에 가죽신을 털었다. 여러 필추들이 이를 보고 부끄러운 짓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길을 가며 지켜야 할 법도를 내 지금 정해 주겠노라. 필추들이 길을 가다가 절에 들어가려 할 때에는 먼저 물이 있는 곳에 가서 옷과 발우를 내려놓고 옷을 턴 다음 몸과 손발을 씻어 먼지를 없앤다. 그리고 물병을 깨끗이 씻은 다음 해진 천으로 가죽신을 닦고 옷을 펼쳐 자세히 살펴본 후에 천천히 절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여라.”


8) 여덟 번째 자섭송

공동 소유의 머리 깎는 칼과 족집게는
사용한 후 제 것처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소변이나 대변을 다 본 후에는
화장실에 오래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머리 깎는 칼과 족집게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고 하시자,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스님 공동 소유의 머리 깎는 칼과 족집게를 가져다가 머리를 깎은 다음 그것들을 반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뒤에 내가 다시 쓰려고 한다” 고 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이여, 공동의 칼을 사용한 후, 제 것처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칼뿐만 아니라 족집게, 손칼, 승족물(承足物)도 역시 그리하여야 할 것이니라.”
여섯 명의 나쁜 필추들이 소변실에 들어가 볼 일을 다 본 다음에도 그대로 거기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려 하면, “들어오지 마라. 내가 조금 있다 다시 소변을 볼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다른 사람을 괴롭히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소변을 다 보았으면 오래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오래 머물러 있는 자는 악작죄를 짓는 것이다. 대변을 보는 곳에서도 그렇게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역시 같은 죄를 짓는 것이니라.”

9) 아홉 번째 자섭송

여래의 머리털과 손톱을 모신 탑 주변을
성스러운 자취로써 장엄하게 하고
흐린 물은 정도에 맞춰 마시고
짠물은 구별해서 마시도록 할 것이다.

그때 급고독 장자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저는 여래의 머리털과 손톱을 모시는 탑 주변을 장엄하게 했으면 합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도록 하시오.”
장자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처음 도사다천(覩史多天)5)에서 내려와 섬부(贍部)에 태어나시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열반에 드시기까지 부처님의 전생(前生)과 성스러운 자취를 마음대로 만들어 놓도록 하시오.”
당시 여러 필추들이 길을 따라 가다가
흐린 물을 보고는 의심이 나 먹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에 얼굴이 비쳐질 정도면 먹어도 된다. 다른 사람이 먹으라고 준 물이 매우 탁해서 얼굴이 비쳐지지 않을 정도라면, 갈득가(羯得迦)의 열매나 포도를 넣어 맑게 하거나 보릿가루를 넣어 맑게 하도록 하여라.”
그러자 필추들이 보릿가루를 뿌려 넣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릿가루를 물과 섞어 둥글게 뭉쳐 넣도록 하여라.”
필추들이 짠물을 의심스러워하며 마시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을 만한 짠맛이면 받아먹도록 하고, 먹지 못할 정도면 걸러 내고 먹으면 될 것이니,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의심하지 말라.”

10) 열 번째 자섭송

밥알과 낙(酪) 등에 의해 물이 오염되는 것은 아니니
병을 깨끗이 씻는다면 물을 받아도 된다.
발을 씻고 필추가 알고 있어야 할 다섯 종류의 항아리
그리고 입을 깨끗이 했다는 말뜻을 설명하였네.

물이 부족하면 나뭇잎으로 받아 마시고, 병에 입을 대고 마시지 말 것이며
다의(多疑)라는 존자는 발우에 물을 붓는 것을 의심하였다.
식량을 들고 강물을 건너는 방법을 얘기하고
발우를 겹쳐 놓아도 허물이 되지 않음을 말하였네.

발우를 씻을 적에는 온 마음을 쏟아야 하며
타인이 발우를 겹쳐 놓았을 때는 이유를 물어 보아야 할 것이네.
음식을 교환하고 식량을 가지고 다니는 일 등은
모두 어려운 처지가 아니면 해서는 안 될 것이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에 계셨다.
당시 바라문과 거사들이 서다림에서 멀지 않은 방원(芳園)에서 함께 잔치를 하고 남은 음식을 우물 속에 버렸었다. 여러 필추들이 물을 길어 비단으로 물을 걸러 보니 비단에 밥알들이 있었다. 필추들이 의심스러워 사용하지 못하고 물 항아리에 담아 두려고 하여도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이를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 때문에 깨끗하지 않다고 할 수 없고 걸렀다면 깨끗한 것이니, 물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여러 필추들이 못에서 물을 긷다 보니 어떤 사람이 소와 유를 담았던 항아리[酥油瓨]와 낙병(酪甁)을 씻고 있었고, 어떤 필추가 기름기 묻은 발우를 손으로 닦아 기름기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고, 낙병 속의 찌꺼기 조각들이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이에 필추들이 의심스러워 그 물을 쓰지 못하고,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들이 물을 깨끗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 거른다면 깨끗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용하도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필추들이 길을 가다가 물을 얻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두레박으로 물을 긷는 곳에 이르러 물을 길으려 하다가 깨끗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긷지 않아서 매우 고생을 하였다. 그 후 절에 들어가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물은 길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먼저 잘 살펴보고 입으로 헹군 다음에는 마음대로 마실 수가 있는 것이다.”
혹 정해진 때가 아닌지라 마시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해진 때가 아니어도 마실 수 있느니라.”
항아리에 저장하지 않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장해도 되느니라.”
당시 여러 필추들이 길을 가다가 물을 얻을 수가 없었는데, 벼랑 사이의 샘물을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마시지 않았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살펴보고 마셔야 할 것이니라.”
혹 정해진 때가 아니라 의심스러워하며 마시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해진 때가 아니라도 마셔야 할 것이니라.”
물 항아리에 담지 않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담아도 되느니라.”
당시 여러 필추들이 황톳물을 보고서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마시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이 흐리다 하더라도 살펴보고 마음대로 마시도록 하여라.”
혹 정해진 때가 아니라고 마시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해진 때건 아니건 마시더라도 죄가 되지 않으며, 항아리에 담아 두더라도 죄가 되진 않는다.”
필추들이 길을 가다가 물주머니 속의 물에 낙(酪) 찌꺼기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마시지 아니하였다. 그리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해진 때건 아니건 마음대로 마시도록 하여라.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급하고 어려운 때에 한하여 내가 허락한 것은 어려운 때가 지나면 모두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당시 많은 필추들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소를 기르는 곳에 이르러 물을 찾아보았으나 얻을 수가 없었다. 이에 낙장(酪漿)으로 발을 씻으려 하다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이 없는 곳에서 낙장을 주거든 그것으로 발을 씻어야 할 것이니라.”

그때 필추들이 다시 소를 치는 사람에게 가서 항아리나 물그릇을 빌려 물을 담으려 하였는데, 빌린 병이 소(酥)와 유(油)를 담았던 병이라 의심스러워 그만두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은 응당 다섯 종류의 항아리나 그릇을 알고 있어야 하느니라. 첫째는 대변기(大便器)요, 둘째는 소변기요, 셋째는 주기(酒器)요, 넷째는 유강(油瓨)이요, 다섯째는 소강(酥瓨)이다. 앞의 세 그릇에는 물건을 담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니, 설사 오랜만에 담았다 하더라도 버려야 할 것이다. 뒤의 두 항아리는 불에 그슬리거나 소금기 있는 흙이나 소의 똥으로 깨끗이 닦아야 할 것이니, 항아리를 깨끗이 닦은 다음에는 물을 담아 둘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해진 때건 아니건 마음대로 마시도록 하여라.”
그때 어떤 필추가 수시로 마시는 음료수를 마시다가 목구멍 속의 기름기가 섞여 나오자 악작죄를 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입술과 입 안을 헹구도록 하여라. 입 안을 헹군 다음에는 음료수를 마실 수가 있느니라.”
세존께 입 안을 깨끗이 씻으라고 하신지라, 여러 필추들이 소금기 있는 흙으로 입술을 문지르다가 살갗이 찢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소의 똥6)으로 입술과 입을 깨끗이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우바리가 세존께 여쭈어 보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입을 깨끗이 하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여야 깨끗하게 했다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더러운 입을 어떻게 깨끗이 하는가 하면, 말린 깨끗한 소의 똥을 비벼 으깬 것이나 조두(澡豆)7)에 물을 타서 입술을 닦아 음식의 기름기를 없앤 다음에, 손으로 물을 받아 두세 번 입을 헹구도록 하여라. 그러면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느니라. 여러 필추들이여, 먹거나 마실 적에는 언제나 이렇게 하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먹거나 마실 때에 모두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어떤 필추가 수시로 손으로 병을 쥐어 입에 대고 물을 마시다가 병에 들어 있던 개미에게 물리는 일이 있었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을 입에 대고 물을 마시지 말라.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입을 헹군 다음 병의 물을 부어 손으로 받아 마시도록 하여라. 그리고 필추들은 성군지롱(盛君持籠)을 만들도록 하여라.”
그때 필추들이 성군지롱을 어떤 것으로 만들어야 할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무판자나 벽돌로 물병 입구를 막아 벌레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라.”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손과 입을 씻은 다음 물을 마시라고 하셨는데, 길을 가다보니 물이 부족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뭇잎으로 받아 마시도록 하여라.”
그러나 푸른 잎을 보면서도 아무도 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누렇게 말라 버린 낙엽을 가져다 물을 마시도록 하여라.”
혹 낙엽도 구하지 못하게 되자 가지에 붙은 잎으로 물을 받아먹기도 하였는데, 가지와 잎이 붙어 있어 잎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용한 곳에 가서 입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병을 입에 대고 마음껏 마시도록 하여라.”
그리고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사항을 허락해 주었다.
힐리발저(頡離跋底) 존자는 어느 곳에서든지 의심스러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그래서 당시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런 힐리발저가 병의 물을 아래로 붓는 것을 보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다른 사람이 물을 계속 발우 속으로 붓는다면, 어찌 죄에 저촉되지 않으리요?’
이에 물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릇 흐르는 물건은 모두 아래로 향하게 마련이며 위로 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물을 받아 써야 할 것이니 의심하지 말라. 죄가 되지 않느니라. 우유와 낙(酪) 등도 모두 이에 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니 의심하지 말라.”
당시 필추들이 여러 상인들과 함께 길을 가고 있었는데 사미들로 하여금 길 양식을 가지고 따라오게 하였다. 잠시 쉬었다가 떠나려 할 때 사미가 필추들에게 말하기를 “우리를 위해 짐을 들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필추들이 들어 주지 않았다.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사미가 필추들에게 “우리를 위해 짐을 내려 주십시오”라고 하자, 필추들이 의심스러워하며 내려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내려 주어야 할 것이다.”
그 뒤 사미가 식량을 갖고 길을 가다가 짐이 무거워 피곤한지라 다시 필추에게 말하기를 “식량을 좀 들고 가시지요, 제가 잠시 쉬어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였으나, 필추들이 그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짐을 끈으로 묶어 사미로 하여금 끈을 잡게 한다면 짐을 지고서도 쉬게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다가 필추가 마침내 의심하기를 ‘내가 손을 놓는다면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먹더라도 모두 죄가 되지는 않느니라.”
당시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도적들이 상인을 기습하자 사미는 가지고 있던 식량을 버리고 도망갔고, 필추 역시 식량을 버려두고 달아났다. 뒤에 필추가 시미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가서 그 식량을 갖고 오도록 하여라.”
사미가 대답하였다.
“지금 도적들이 저를 죽이게끔 하시려는 것입니까? 저는 갈 수 없으니 당신 스스로 가져오십시오.”
그러자 필추 역시 가서 가져오지 못하였다.
그때 식량이 부족해 돌아다니기를 그만두고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스스로 가져와야 할 것이니라.”
필추가 스스로 가져와서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먹지 못하였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먹어도 될 것이니, 죄가 되지는 않느니라.”
당시 어떤 필추가 사미에게 식량을 지우고 강물을 건너려고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사미에게 ‘네가 나를 위해 식량을 지고 스스로 건널 수 있겠느냐?’고 물어 보아라. 사미가 대답하기를 ‘저 혼자나 건너지 식량을 가지고 갈 힘은 없습니다’라고 하면, 필추가 드는 것을 도와 강을 건너게 하여라. 그러나 사미가 만일 ‘힘이 없어 저 혼자도 건너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식량을 가지고 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할 경우라면, 필추가 사미와 길 식량을 함께 들고 갈 수 있으면 좋을 것이요, 그렇지 못한다면 먼저 식량을 건네 놓고 사미를 건네주도록 하여라.”
당시 여러 필추들이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먹지 않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먹어야 할 것이니, 죄가 되지는 않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필추는 발우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한 필추가 발우를 닦다가 깨진 곳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죄를 짓지 않았나 두려워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성을 들여 두 번 세 번 깨끗이 닦는다면, 설사 깨진 곳이 있더라도 죄가 되지 않느니라.”
또 어떤 필추가 발우를 닦다가 깨진 틈새에 밥알이 끼어 있는 것을 보고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먹지 않고,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풀로 끄집어내어 물로 세 번 헹군 다음에 마음대로 먹도록 하여라.”
또 어떤 필추가 과거에 불에 그슬렸던 발우에 뜨거운 즙을 담자 기름기가 위에 뜬 채 엉켜 있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먹지 않고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위의 기름기를 떠내고 먹도록 하여라.”
또 어떤 필추가 닦은 발우를 한 곳에 놓아두었는데, 3일째 되던 날 다시 닦다가 그만 깨뜨리고 말았다. 그는 문득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발우를 태우려다가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닦은 다음에 그것으로 먹도록 하여라.”
또 어떤 필추가 걸식을 하고 돌아와 발우를 두고 나갔는데, 다른 필추가 역시 걸식을 하고 돌아와 자신의 발우를 앞의 필추 발우 위에 두었다. 그러자 앞의 필추가 의심스러워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음식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받아서 먹을 것이요, 아무도 없다면 위의 음식을 들어내고 먹으면 죄가 되지는 않는다.
또 어떤 필추가 걸식을 하고 돌아와 발우를 두고 나갔는데 속인이 와서 발우의 음식에 손을 대었을 때는, 그에게 ‘너는 이 음식에 대해 바라는 마음이 있느냐?’라고 물어 보아, 그가 ‘파리나 풀잎을 떼어 내려고 하였다’고 하면 음식을 받아먹을 것이요, ‘바라는 마음이 있어 손을 대었다’고 한다면 그에게 나누어 주고 먹어야 할 것이다.”
당시 어떤 필추가 걸식을 하고 돌아와 발우를 한 곳에 두었는데,
어떤 사미가 걸식을 하고 돌아와 발우의 밥을 덜어 필추의 발우에다 넣어 두었다. 이에 필추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음식을 먹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우에 넣은 밥은 많으면 덜어내고 마음대로 먹도록 하여라.”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필추들이 길을 갈 적에는 식량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속인이나 사미가 없을 때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시주에게 가지고 가라고 권해야 할 것이나, 시주도 없을 경우에는 스스로 가지고 갈 것이다.”
그 후 속인을 만나서는 서로 바꾸어 먹었는데, 바꿀 적에는 꼭 양분하지는 않고 속인에게 말하기를 “너는 일부분을 가지라”고 하였다. 그가 받고서는 필추에게 말하기를 “너는 나의 음식을 갖고 나는 너의 부분을 가져 서로 바꾸어 먹으니, 이것은 또한 얻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 번째 날에는 음식을 끊고 다음 날 주는 사람이 있거든 받아먹도록 하고, 주는 자가 없거든 스스로 한 주먹 정도를 먹도록 하며, 셋째 날에도 주는 사람이 없거든 두 주먹 정도를 먹도록 한다. 넷째 날이 되어서도 주는 사람이 없거든 스스로 마음대로 배불리 먹어도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후 길 양식이 모두 떨어졌는데, 길가에 떨어진 과일을 보게 되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집어서 깨끗이 씻은 다음 먹어야 할 것이다. 만일 정인(淨人)8)이 없거든, 깨끗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받아서 먹어야 할 것이다.”
주는 자도 없을 경우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스로 집어 먹되 가장 깨끗한 세계를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먹어야 할 것이다.”
또 나무의 과일이 익었으나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였을 경우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스스로 나무 위로 올라가 가지를 흔들어 떨어뜨려서 먹어야 할 것이니라.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위에서 허락한 일들은 모두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허락된 것이니,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서는 모두 그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모두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4. 별문(別門) 네 번째 총섭송

왕이 보시한 밭은 소작을 주어 돌보게 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은 모임에서 대중의 화합을 깨뜨리지 못한다.
스님 공동의 침구에서 알몸으로 자서는 안 되며
한 곳에 보시한 물건을 다른 곳의 필추가 거저먹어서는 안 된다.
스님 공동 소유의 옷에는 시주의 이름을 적어 두고
죽은 사람의 옷을 보시하면 받아야 할 것이며
사탕수수는 필추니ㆍ사미의 몫을 똑같이 할 것이며
약차(藥叉)가 바친 과일은 불로 청정케 해서 먹고

내의[裙]가 더럽혀졌을 경우를 대비해 보조 내의를 가지고 다니도록 할 것이다.
1) 첫 번째 자섭송①

왕이 보시한 밭은 속인에게 경작시켜 돌보게 하고
수레나 배로 소출을 운반할 때는 서로 도와야 할 것이다.
소락이나 약을 달일 때 정인이 없으면 필추가 살펴야 할 것이며
까마귀나 파리가 더럽힌 음식은 먹어도 될 것이다.
네 곳의 큰 탑에 바치라고 한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며
두 필추 사이에 다툼이 있으면 욕심이 적은 쪽을 믿어야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원에 계셨다.
당시 영승대왕이 천 이랑의 밭을 스님 대중에게 보시하였는데, 필추들이 곡식을 거둬 먹기만 하고 밭을 돌보지 않아 좋은 밭에 온통 잡초만 무성하였다. 영승대왕이 성을 나와 돌아다니다가 그 곳을 둘러보고 물어 보았다.
“이곳은 누구의 밭인데 잡초만 무성한가?”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이곳은 대왕께서 스님들에게 보시한 천 이랑의 밭입니다. 그런데 저들이 밭의 곡식만 거두어 먹고 돌보지 않아 이렇게 황폐해졌습니다.”
왕이 물었다.
“스님 대중들은 속인들에게 나누어 주어 돌보게 하지 않았단 말인가?”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나누어 주어 돌보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속인에게 나눠 주어 소출이 있게 하여라.”
그러자 필추들이 밭에서 나오는 곡식을 모두 경작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자신은 조금도 갖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법(王法)에 따라 소작료를 받도록 하여라.”
이에 필추들이 소작료를 받게 되었는데, 소작인들이 자신의 몫만 챙기고 나머지 곡식은 그대로 버려두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절의 몫을 가져다주고 자신들의 몫을 갖도록 하여라.”
그 뒤 곡식을 운반하다가 도적들에게 빼앗기는 일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잘 호위하여 도적들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여라.”
스님들의 몫을 실은 수레가 절에 들어서려다 그만 기우뚱거리며 넘어지게 되어 스님들을 불러 도와 달라고 하였다. 그때 필추들이 그것이 승거(僧車)임을 알고는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
병든 필추가 길을 따라 가고 있었는데,
수레를 몰던 사람이 그 필추에게 말하였다.
“스님, 이 수레를 타고 가시지요.”
그러나 그 필추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레의 앞턱 가로나무[軾] 자리만 피한다면 수레를 타고 가더라도 죄가 되지는 않는다.”
또 배에 물건을 싣고 운반하다가 배가 낮은 곳에 부딪히게 되자 선장이 말하였다.
“스님들, 우리를 도와 배를 밀어 주십시오.”
그때 여러 필추들은 그것이 승선(僧船)인지라 서로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당연히 도와서 밀어 주어야 할 것이다.”
당시 필추들은 육로로 가고 있었는데 매우 피곤하였다. 이에 선주가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함께 배를 타고 가시지요.”
그러나 필추들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의 키가 있는 곳에만 제외하곤 마음대로 배를 탈 수가 있느니라.”
언젠가 짐꾼이 짐을 지고 가다가 잠깐 멈춰 쉬고자 하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제가 잠시 쉬고자 하니 잠시 짐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나 필추들이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내려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내려 주어야 할 것이다.”
또 어떤 짐꾼이 도중에 피곤하여 잠시 멈춰 쉬고자 하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저를 위해 짐을 들어 주시어 잠시 피로를 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필추들이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그 말을 들어 주지 않고,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끈으로 짐을 묶고 그 끈을 잡는 방법으로 짐을 들고 있도록 하여라.”
당시 도적이 습격하자 필추와 짐꾼들이 짐을 버리고 달아났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가서 짐을 가지고 와야 할 것이다.”
필추들이 누가 가서 가져와야 좋을지 모르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속인을 보내야 할 것이나, 속인이 없으면 사미를 보내도록 하여라. 사미도 없으면 필추가 가서 가져오도록 하여라.”
필추들이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먹지 못하고,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먹어도 죄가 되지 않느니라.”9)
스님 공동 소유의 솥에 불을 때다가 그 속에 있는 소(酥)ㆍ낙(酪)이 부글부글 끊어 흘러넘치는데 정인(淨人)이 없어 다 쏟아지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럴 때에는 정인을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부득이한 일이 있어 나갔다면,
필추가 곧 땔나무를 아궁이에서 빼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계속 끊으면 국자로 저어 가라앉혀야 할 것이다. 약을 달일 때 약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그것 역시 이와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내가 어려운 일을 당해 부득이해서 허락한 것들은 어려운 일이 없을 때에는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는 자가 있다면 모두 악작죄를 짓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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