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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69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47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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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47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47권


의정 한역


82) 입왕궁문학처 ④
그때 박가범께서는 왕사성의 죽림원 안에 계셨다.
남방의 힘센 장사가 있었는데, 그 힘이 천 명의 장부를 당할 만하였다. 그가 이 성(城)에 이르자 영승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스스로 말하기를 “날래고 굳세서 말 타고 활 쏘는 무예는 저를 당할 자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 많은 복록을 내리고 그에게 대장의 직위를 주었다. 그때 마갈타국과 교살라국의 중간에 있는 광야에는 5백 명의 도둑떼가 있어서 상인의 무리들을 죽이고 해쳤기 때문에 이 일로 인하여 두 나라의 국경에는 사람의 행로가 끊어졌다. 영승왕은 이 일을 듣고 나서 대장에게 명하였다.
“경이 두 나라 사이에 있는 광야로 가서 도둑떼를 없애고 그곳에서 임시로 직무를 대리하며 머물러 있으라.”
대장은 왕의 명을 받들고서 부하들을 거느리고 그 광야로 갔다. 그는 도적떼를 보자 홀로 나서서 화살을 쏘고 칼을 휘둘러 1백 명을 쓰러뜨렸다. 나머지 4백 명이 싸우려고 하자 대장이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나섰다가 함께 죽지 않도록 하라. 마땅히 갑옷과 무기를 풀고 다친 자들의 화살을 뽑아서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살펴보라.”
도적들이 듣고 나서 화살 맞은 자들을 살피고 그들에게서 화살을 뽑으니 잠깐 사이에 모두가 죽었다. 비로소 대장이 활을 쏘는 법에 대단히 익숙함을 알자, 나머지 4백 명은 다시는 감히 싸우지 못하고 살려주기를 애걸하였다. 대장은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였다. 즉 두 국경에다가 성을 새로 짓고 그들을 모두 모아서 그곳에서 함께 사니, 이로부터 이름을 광야성(曠野城)이라고 하게 되었다.
그때 이 성의 사람들은 함께 공적인 제도를 만들었는데, 만약 시집가고 장가드는 일이 있을 적에는 모두 대장을 모셔다가 먼저
드시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즐겁게 잔치를 하기로 하였다.
당시 집이 극도로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아내를 맞아들이려고 하였으나 음식을 마련하여 대장을 청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했다.
‘내가 가난하여 대장을 청할 수가 없다. 지금 새로 아내가 된 사람은 아직 몸을 서로 접촉하지는 않았으니 마땅히 대장께 바쳐서 나의 본마음을 드러내 보여야겠다.’
그는 곧 자신의 아내를 장군의 방에 들여보냈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그 이후로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본보기로 삼게 되었다.
어떤 여인이 결혼을 하려고 하였는데 이렇게 생각했다.
‘이 성의 모든 사람들은 오랫동안 법답지 못한 일을 행했다. 자기가 장가들려는 아내를 먼저 다른 사람에게 허락하니, 어떻게 해야 이 일을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낮에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벌거벗고 서서 오줌을 누었다. 여러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자 그녀를 꾸짖었다.
“너는 나이든 처녀로서 부끄러움을 알만한데, 무슨 까닭으로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예절에 맞지 않은 일을 행하느냐?”
여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만약 남자 앞에서라면 부끄러워하겠지만 여자들 앞인데 무엇이 부끄럽겠습니까?”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는 남자가 아니란 말인가?”
여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만약 당신들이 남자라면 어찌하여 스스로 결혼할 아내를 먼저 다른 사람에게 범하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듣고 나서는 모두 깊이 부끄러워하면서 함께 논의하였다.
“우리가 함께 대장을 죽이는 것이 좋겠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대장이 연못에 들어가 목욕하는 때를 엿보다가 그를 칼로 찔렀다. 그가 죽으려 할 때 말하였다.
“나의 본래 뜻이 아니라 너희들 스스로 즐거이 행한 일이었는데, 이제 참으로 아무 죄가 없는데도 나를 죽이는구나.”
드디어 삿된 발원을 하였다.
“원컨대 내가 죽은 뒤에는 포악한 야차로 태어나서 이 성안의 모든 남녀를 모두 잡아먹게 하소서.”
이렇게 발원을 한 그는 죽은 뒤 야차의 몸을 받아서 이 광야의 숲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전생에 원한을 맺은 업으로 말미암아 이 성안에 큰 재해를 일으켜서 많은 사람이 병으로 죽었다.
이 사실을 안 사람들이 모두 허물을 사죄하고 매일 한 사람씩 보내서 그에게 먹을 것을 충당하겠다고 청하였다. 다음에 죽을 사람은 집 문 위에 팻말을 달아서 알게 하였으니, 혹은 가장이 스스로 가기도 하였고 혹은 아들이나 딸을 보내서 야차의 먹을 것으로 충당하기도 하였다.
그때 어떤 장자가 신들의 처소에서 기원하여 아들 하나 얻기를 구하였는데, 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에 문 위에 팻말이 걸린 것을 보았다. 그의 아내가 근심하여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슬피 울고 있는데, 남편이 바깥에서 돌아오다가 그 팻말을 보고는 아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자 그녀에게 말했다.
“업이 이와 같으니 일을 어찌하겠소? 당신은 근심할 것이 없소. 너무 애착을 갖지 말고 아이를 데리고 가서 야차에게 주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한 뒤 그 갓난아기를 안고 숲속으로 가서 놓고 돌아왔다. 그리고 부부는 높은 누각 위에 올라가서 사방을 관찰하면서 은근하게 공경히 예배드리고 게송을 설하였다.

세상에 가득 차 있는 신령이시여
모든 감관을 항복시키고 능히 중생을 제도하시나이다.
저희가 갓난아기를 위하여 간절히 예배드리오니
원하옵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구호하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언제나 불안(佛眼)으로써 중생들을 관찰하시니 …(나머지는 앞에서 자세히 설했다)… 나아가 어미 소가 송아지를 보살피는 것과 같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장자와 그의 처자식과 광야성의 여러 남녀들을 불쌍히 여기신 까닭에 이 성 안의 사람들이 교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아시자 점차로 유행(遊行)을 하여 광야성이 있는 곳까지 이르셨다. 그리고 포악한 야차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설하셔서 청정한 믿음을 내게 하시고 삼귀의(三歸依)와 오계(五戒)를 받게 하셨다.
이에 야차는 게송으로 설하여 청하였다.

무엇이 장부의 가장 훌륭한 재산이오며
무엇을 수행해야만 이롭고 즐거울 수 있사오며
무엇이 맛 중에서 제일가는 맛이오며
무엇이 목숨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믿음이 장부의 가장 훌륭한 재산이며
선법(善法)을 닦아야만 이롭고 즐거울 수 있으며
모든 맛 중에 참다운 말이 가장 훌륭하며
모든 목숨 중에 지혜가 가장 뛰어난 것이니라.

야차가 청하여 말씀드렸다.

어떻게 해야 보배나 재물이 풍족하게 되오며
어떻게 해야 명예가 있게 되오며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공경을 받게 되오며
어떻게 해야 착한 친구가 늘어나게 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보시를 잘해야 보배와 재물이 풍족하게 되며
계율을 지켜야 명예가 있게 되며
참다운 말은 남의 존경을 받게 되며
인색함이 없어야 착한 벗이 늘게 되느니라.

야차가 청하여 말씀드렸다.

세상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겨났으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이름이 있게 되었으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성립될 수 있었으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쇠퇴하게 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은 여섯 가지로 말미암아 생겨났으며
여섯 가지로 말미암아 이름이 있게 되었으며
여섯 가지로 말미암아 성립될 수 있었으며
여섯 가지로 말미암아 쇠퇴하게 되느니라.

야차가 청하여 말씀드렸다.

어떻게 해야만 어리석음을 여의어서
밤낮으로 얽매이지 아니하고
능히 반연에 머물지 않을 수 있어서
깊은 구덩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정(定)과 혜(慧)는 어리석음을 여의고
집착을 버려야 얽매임이 없게 되며
경계의 반연에 머물지 않게 되며
계율을 지켜야 깊은 구덩이를 뛰어 넘을 수 있느니라.

야차가 청하여 말씀드렸다.

누가 포악한 무리들을 제도할 수 있사오며
누가 큰 바다를 뛰어 넘을 수 있사오며
누가 모든 고통을 여읠 수 있사오며
누가 청정함을 얻을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 고하여 말씀하셨다.

믿음이 포악한 무리들을 제도하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큰 바다를 건너고
부지런히 정진하는 것이 모든 고통을 여의며
지혜가 있으면 마음이 청정해지느니라.

너는 이제 모든 것을
사문ㆍ바라문에게 물어야 한다.
참다운 말과 보시를 여의고는
따로 어떤 뛰어난 법이 없느니라.

야차가 대답하여 말씀드렸다.

제가 이제 어찌
사문ㆍ바라문에게 물을 것이 있겠나이까?
세존의 큰 지혜의 바다는
능히 진실한 묘법(妙法)을 설하시나이다.

제가 오늘 이후로는
인간 세상을 두루 다니면서
항상 불세존께 예배드리옵고
바른 법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제가 머무는 곳에 깅림하소서.
제가 이제 결정된 지혜로
마땅히 생사(生死)를 다하겠나이다.

그때 야차는 갓난아기를 세존께 바쳤다. 세존께서는 아기를 받아 부모에게 주고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밀적(蜜跡)1)의 손으로 나에게 주었고
나의 손으로 부모에게 주었으니
손으로 전해 준 까닭에
마땅히 광야수(曠野手)라 이름할지니라.

갓난아기는 이로 말미암아 광야수(曠野手)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아이가 점차로 자랐는데, 당시 광야성에는 아직 군주가 없었다.
사람들이 함께 논의하였다.
“이 광야수 동자가 큰 복덕(福德)이 있어서 직접 세존께서 호념(護念)하시는 바를 입었으니, 우리들이 마땅히 직책을 주어서 왕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그때 세라 필추니는 승음성(勝音城)에서 제환(除患) 대신의 딸을 데리고 왔다. 딸의 이름은 감용(紺容)이라 하였는데, 세라 필추니는 그녀를 묘음(妙音)장자에게 맡기고 양육시키게 하였다. 딸은 점점 자라나면서 위의와 용모가 단정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공경을 받으니 나라 안에서 짝할 사람이 없었다. 마갈타국의 영승(影勝)대왕과 교살라국의 승광(勝光)대왕과 교설비국의 명승(明勝)대왕과 광엄성의 율고비(栗姑毘) 등이 귀족들과 함께 다 같이 신물(信物)을 지닌 사신을
묘음 장자에게 보내서 감용을 데려가려고 하였다.
묘음 장자는 근심이 되어 이렇게 생각했다.
‘딸을 데려가려고 하는 이들이 대부분 국왕들이니, 내가 만약 주지 않는다면 모두가 원망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나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감용에게 말하였다.
“이제 너의 뜻에 따라서 배필이 될 만한 사람을 스스로 고르는 것이 좋겠다.”
그때 여러 왕들이 보낸 사신들은 다른 귀족들과 함께 모여서 묘음 장자의 화원 안에 머물러 있었다. 장자는 곧 갖가지 훌륭한 의복에다가 값비싼 구슬과 영락으로 감용을 치장시킨 뒤에 손에는 화만(花鬘)을 쥐게 한 채 큰 코끼리에 태워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게 하면서 말하였다.
“네가 좋아해서 남편으로 삼을만한 자에게 이 꽃을 그의 몸 위에 던지도록 하여라.”
감용은 곧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물었다.
“광야수왕(曠野手王)께서는 어느 곳에 계신가요?”
사람들이 가리켜 주자, 그녀는 곧 꽃을 그에게 던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야차의 손 안에서 받으신 동자시여, 마땅히 저의 남편이 되소서.”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는 모두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묘음 장자는 딸의 뜻이 지극함을 알자 훌륭한 코끼리와 말과 비복과 수레를 엄정하게 정비해서 갖가지 의복을 구슬과 영락으로 치장한 뒤에 예법에 맞게 감용을 광야성으로 보냈다. 밤이 늦어서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자 임시로 문 아래에 거하면서 밤을 지냈다.
그때 세존께서는 광야수가 교화를 받아들일 수 있음을 관하여 보셨으니,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만약 광야수가 감용과 서로 만나게 된다면 정욕의 애착에 결박되어서 나고 죽는 가운데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성과(聖果)에 다다를 수가 없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일을 아시고는 왕사성에서 광야성으로 가셨다. 그 성의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해가 저물어서 그날 밤을 들판에서 주무셨다. 광야수가 불세존(佛世尊)께서
성 밖에 오셔서 들판에 누워 지내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새벽이 되었다. 이때 광야수는 세존께 예배드리려고 성문 아래를 나오다가 감용과 수레와 종복들을 보고 물었다.
“어느 여인이기에 이 성문에서 잠을 잤는가?”
감용은 이곳에 온 뜻을 갖추어 광야수에게 말했다. 왕은 이 일을 듣고 궁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왕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을 살펴드리지 못하옵고 들판에서 주무시게 하였나이다. 불편하지 않으셨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광야수여, 이 세간에서 편안히 잠잘 수 있기로는 내가 제일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능히 죄악을 제거하고
욕망에 사로잡히지 아니하며
더러움을 여의고 원적(圓寂)에 돌아가면
그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나니

능히 들끓는 번뇌의 병을 제거하고
일체의 바라는 마음을 끊어서
그 마음이 항상 적정(寂靜)하면
그는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광야수를 위하여 갖가지 설법으로 이롭고 기쁜 가르침을 보여주시니, 광야수는 앉은 자리에서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하였다. 자세한 것은 아급마경(阿笈摩經)에서와 같다. 광야수는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자리에서 물러나 궁 안에 들어오자 감용에게 말하였다.
“나는 모든 욕망을 버렸으니 다시는 즐거움에 탐착하지 않을 것이오. 당신은 비록 이곳에 왔으나 마음대로 떠나가더라도 아무도 막지 않을 것이오.”
“저는 즐거이 이곳에 머무르겠습니다. 원컨대 부처님의 제자와 더불어 공급하고 시중드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광야수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성 밖에다가 스님들이 머물 곳을 짓고 사사(四事)를 공양하여 부족함이 없게 하였다.…(생략)… 또한 광야수왕은 병이 들어 죽어서 무열천(無熱天)에 태어났는데 곧 세 가지 마음[三心]2)을 일으켜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발을 예배드리고 앉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 광야수는 무슨 업을 인하여 무열천에 태어났는가?”
광야수는 곧 게송으로 세존께 말씀드렸다.


저는 세존을 뵈었으며
바른 법을 들어서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데
일찍이 싫어하거나 충분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았고

승인법(勝人法)을 받아서 행하여
애욕에 탐착하는 것을 멀리 여의고
삼사(三事)3)를 항상 수행하였기에
제가 무열천에 태어났나이다.

광야수천자(曠野手天子)는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여러 필추들은 밤에 빛이 나는 것을 보고는 의심이 들어서 날이 밝자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저 광야수는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감용을 보자마자 그 이후로 불환과를 얻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였다.
“너희들은 들으라. 지나간 옛날, 어떤 대신에게 아들 두 형제가 있었는데, 형은 이름은 수족망만(手足網鞔)이라 하였고 아우의 이름은 무망만(無網鞔)이라 하였다. 형은 수행하여 오통(五通)을 얻었고 아우는 스승에게 나아가 수학하였다. 그 스승에게는 묘용(妙容)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얼굴과 용모가 단정하고 엄숙하였다. 나이가 들어 점차 성장하자 밖으로 나가고픈 심정에서 학생의 처소를 찾아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저에게 명하여 당신의 아내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그녀의 말을 듣고도 허락하지 않자 그녀는 드디어 성을 내었다. 학생이 두려워하면서 피하여 달아나자, 그녀는 뒤쫓아 가서 남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하였다. 학생이 굳게 지키면서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아니하자, 여인은 즉시 칼을 집어서 그의 머리를 베려고 하였다. 그때 학생은 액난을 면할 수 없음을 알고 합장을 하면서 말했다.
‘나모대선망만수족(南謨大仙網鞔手足).’
이렇게 귀명(歸命)하기를 마치자마자 선인(仙人)이 도래해 그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함께 산림으로 가서 거친 들판에서 그를 출가시킨 뒤에 수승한 법을 가르쳐서 오통(五通)을 증득하게 하였다.
너희들 필추여, 지나간 때에 큰형인 오통선자(五通仙者)는 바로 나의 전신이며, 아우는 바로 광야수이며 묘용(妙容)은 바로 감용(紺容)이니라. 산림으로 와서 오통(五通)을 얻게 해서
여인이 원수로 대하는 것을 벗어나게 하였고, 내가 오늘에는 다시 감용에게 핍박되는 것을 면하게 해서 나고 죽는 바다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게 하였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너희들은 유루(有漏) 가운데에서 벗어나기를 빨리 子하여야 하느니라.”
그때 필추들은 다시 의심되는 것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무슨 인연으로 말미암아 광야수는 태어나자마자 야차에게 데리고 가서 음식으로 충당될 뻔했다가 세존께서 그곳에 이르셔서 액난을 면하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들어야 한다.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말하리라. 지나간 과거에 어떤 성의 왕은 고기를 먹는 것을 좋아하였다. 어떤 사람이 왕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어서 닭을 바쳤다. 왕은 닭을 얻자 주방에 보내서 고깃국을 만들게 하였는데, 그 닭을 바친 사람은 평소에 자비심이 있었던지라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 닭을 바쳐서 닭을 죽게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그래서 주방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두 배의 값으로 닭을 사서 놓아주고는 마침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닭은 죄도 없이 나로 인하여 바쳐져서 거의 죽임을 당할 뻔했으니, 이러한 악업으로 원컨대 과보를 받지 않게 하소서. 내가 다시 그것을 사서 놓아준 복업(福業)으로 내세에 액난을 만나거든 훌륭하신 부처님께서 오시어 구제하게 하소서.’
너희들은 알지 못하겠느냐? 지나간 때에 닭을 바쳤던 자는 바로 광야수이니, 옛날의 원력으로 말미암아 이제 액난을 면하게 된 것이니라. 이와 같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광야수가 죽은 후에 감용은 다시 교섬비국의 묘음 장자의 집으로 갔다. 교섬비국의 오타연왕(鄔陀延王)은 감용 여인이 아직 남자와 접촉을 갖지 않은 채로 본가에 되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대신인 묘음 장자에게 문의해서 함께 예를 올리고 아내로 맞이하였다. 묘한 꽃으로 된 누각에 모셔둔 채 천 명의 시녀로 하여금 시중을 들게 해서 부족함이 없게 하고 매일 같이 금전 일천을 주었다.
시녀 중에는 꼽추 여인이 있었는데, 꼽추로 인하여 이름이 되었다. 곱추 여인은 매일같이 천전(千錢)의 돈으로 향을 사서 공양하였다. 그런데 향을 파는 가게의 남자와 은밀하게 사통하여 오백 전은 식비로 충당하고 나머지 오백 전으로 향을 사서 돌아오곤 하였다.
뒷날 어느 때에 향을 파는 남자와 함께 마음을 같이 하여 공양을 베풀기로 하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생략)… 나아가 식사를 마치고 법문을 들었는데, 듣기를 마치고 나자 앉은 자리에서 함께 초과(初果)를 얻었다. 이미 진리를 깨닫고 나자 실제로 천전(千錢)어치의 향을 사가지고 궁 안으로 돌아왔다. 감용 부인은 사가지고 온 향이 다른 날보다 많은 것을 보고서 그 까닭을 물었다. 꼽추 여인은 앞의 일을 갖추어서 사실대로 고하여 알렸다. 이때 감용은 그 희유함을 보고 시녀에게 말하였다.
“나 자신은 어려움이 있어서 함부로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우니, 네가 매일같이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묘법을 듣고 와서 나에게 말해주어라.”
그녀가 가서 설법을 듣고 궁 안으로 들어오면, 감용 부인은 스스로 좋은 자리에 앉아서 그녀로 하여금 법을 설하게 하였다.
꼽추 여인이 말했다.
“법을 듣는 위의는 이와 같아서는 안 됩니다.”
부인은 이유를 알고 나자 자신은 낮은 곳에 앉고 좋은 자리에 꼽추 여인을 앉혔다. 그리고 설법하기를 청하여 묘법을 듣고 나자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하였다.
어떤 외도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마사국(摩沙國) 사람으로서 이름을 무우(無憂)라 하였고, 아내의 이름은 사리(舍利)라고 하였다. 딸 하나를 낳았는데 생김새가 단정하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이름을 무비(無比)라고 하게 되었다. 무비가 점점 자라자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나와 더불어 생김새가 비슷한 자가 있으면 마땅히 그 사람의 아내가 되어야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교섬비국에 도착해서 차례로 걸식을 하시고는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 공양을 마치시고는 한가한 숲 속에 머무르셨다. 무우 외도는 부처님 계신 곳에 왔다가 부처님의
용모와 위의가 다른 사람과 비할 수 없음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사나이는 위의와 용모가 참으로 특출하니, 나의 딸과 혼인을 한다면 어찌 즐겁지 않으랴?’
외도는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딸에게 남편이 될 만한 사람으로 위의와 용모가 비슷한 사람이 있으니 영락을 갖추어서 함께 결혼을 시키도록 합시다.”
아내가 곧 물었다.
“그가 누구입니까?”
“사문 교답마(憍答摩)이오.”
아내는 그 말을 듣자 가타를 설하여 말했다.

내가 일찍이 나라 안에서
대선(大仙)이 걸식하는 것을 보았더니
평평하지 않은 땅을 밟아도
그의 발에 따라 높고 낮아지니
그와 같은 대인(大人)이
어찌 처자를 생각하리오.

무우 바라문은 이 말을 듣자 성을 내면서 말했다.

사리여, 좋은 조짐이 되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경사스러운 일에 나쁜 말을 하다니
가령 그가 마음으로 정진하여
큰 위신력(咸神力)이 있다 하더라도
무비와 같은 딸아이를 본다면
곧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낼 것이오.

이와 같이 말을 하고서 좋은 옷과 갖가지 영락을 갖추어 딸을 치장한 뒤에 부모가 그 뒤를 따라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부처님의 족적인 천폭륜상(千輻輪相)4)을 보았다. 무우는 그것을 보자 아내에게 말했다.
“이것은 우리 딸의 남편이 걸어간 곳이오.”
사리는 부처님의 족적이 단정하고 엄숙함을 보고는 게송으로 대답했다.

탐욕에 물든 사람의 발자국은 바르지 아니하며
성질이 급하여 성을 잘 내는 사람은 땅을 모질게 밟으며
어리석은 사람의 발자국은 분명하지 아니한 것인데
이것은 욕심을 여읜 사람의 걸음걸이입니다.

아내가 말했다.
“제가 이 상(相)을 보건대 정녕코 무비의 배필이 될 사람이 아닙니다.”
무우는 거듭해서 처음의 게송으로 딸에게 말했다.

사리여, 좋은 조짐이 되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경사스러운 일에 나쁜 말을 하다니
가령 그가 마음으로 정진하여
큰 위신력이 있다 하더라도
무비와 같은 딸아이를 본다면
곧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낼 것이오.

다음으로 길을 가다가 불세존(佛世尊)께서 풀에 누우셨던 자리를 보자
아내에게 말했다.
“이것은 우리 딸의 남편이 누웠던 자리라오.”
사리는 그 자리의 풀이 어지럽게 널려 있지 않은 것을 보고서 말했다.

탐욕에 물든 사람이 누웠던 곳에는 구멍이 많이 나 있고
성내는 사람이 누웠던 곳에는 풀이 딱딱해져 있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누웠던 곳에는 풀이 흩어져 있는 것인데,
이것은 욕심을 여읜 사람이 잠을 잔 곳입니다.

그리고 아내가 다시 말했다.
“제가 이 상(相)을 보건대 정녕 우리 딸의 남편이 잠을 잔 곳은 아닙니다. 마땅히 발길을 되돌려 함께 집으로 가도록 합시다.”
무우는 거듭 성을 내며 말했다.

사리여, 좋은 조짐이 되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경사스러운 일에 나쁜 말을 하다니
설령 그가 풀을 어지럽히지 않았고
큰 위신력이 있다 하더라도
무비와 같은 딸아이를 본다면
곧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낼 것이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딸을 데리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무우는 곧 게송을 설하여 말씀드렸다.

당신은 마땅히 이 딸아이를 보시오
미모에 예쁜 치장을 하였으니
아내가 필요하거든 내가 드리리다.
얼굴 모습이 묘하게도 서로 닮은 것이
마치 보름날 밤에
별과 달이 함께 빛나는 것 같구려.

세존께서는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만약 내가 이 무비 여인에게 자애로운 연민의 말을 한다면, 이 여인은 반드시 나를 떠나갈 때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다가 그로 인해 죽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마땅히 성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녀의 아버지와 말을 해야겠구나.’
이와 같이 생각하시고는 곧 무우를 향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마왕(魔王)이 세 명의 여인을 바치니
그 모습 단정하기가 세상에는 짝할 사람이 없었네.
영락으로 화려하게 치장하였으나
나는 욕심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하물며 이렇듯 비천한 몸으로
더러움이 가득 찬 사람이겠는가?
나의 발가락을 가까이 하게 하더라도
또한 이런 일은 없으리라.

무비 여인은 이 말씀을 듣자 분한 마음이 일어나서 아버지를 보고 머리를 숙였다. 이때 무우는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게송을 설하였다.

저의 딸은 얼굴이 매우 아름다우며
단정하게 장엄한 것이 세상에 견줄만한 사람이 없는데
당신은 지금 무슨 까닭으로

마음에 사랑하는 생각이 없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의 어리석은 사람은
대상에 애착하는 마음을 내어
만약 이런 미녀를 보게 되면
마침내 마음이 미혹되어 전도되나니

나는 제칠불(第七佛)로서
위없는 무상과(無上果)를 얻었으니
마치 연꽃이 물에서 솟아난 듯
욕망의 번뇌에 물들지 않느니라.

그때 무우 바라문과 무비 여인은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부처님 곁을 떠나갔다. 그때 외도에게 출가한 어떤 늙은 필추가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가 무비 여인을 보고는 곧 청정하지 못한 애착심을 일으켜서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부처님의 눈은 두루 밝으니
이 무비 여인을 받아들여
나의 아내가 되게 해서
마음대로 수용토록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늙은 필추는 청정치 못한 마음에 핍박되어 거듭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것은 부처님의 의발과
석장과 물병이니
계(戒)와 함께 되돌려 드리고
나는 이제 여인을 따라가렵니다.

그 늙은 필추는 의발과 계율을 버리고 무우의 아버지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 그에게 말했다.
“나에게 무비를 주어서 아내가 되게 하시오.”
무비의 아버지는 그를 욕하고 미워해서 함께 말도 하지 않았다. 늙은 필추는 뜻을 이루지 못하자 뜨거운 피를 토하고 이로 인하여 죽었다.
여러 필추들은 다 같이 의심을 하면서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무슨 인연으로 무비여인을 데리고 와서 세존께 바쳤으나 받아들이지 아니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니,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라. 지나간 옛날에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나이가 찼으나 스스로 재주가 있음을 믿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대장장이는 쇠로 만든 바늘 하나를 물 위에 놓아도 가라앉지 않게 하는 기술이 있었다. 이때 어떤 바라문의 동자가 이 기술에 아주 익숙하여 하나의 바늘구멍에 일곱 개의 바늘을 꿰어서 물 위로 띄워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 동자는 대장장이를 굴복시키려고 그 집 앞으로 나아가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에게 바늘이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사가시오.’
대장장이의 딸이 문 밖으로 나와서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혹은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군요.
지금 대장장이의 집 앞에 와서
바늘을 사라고 외치다니요.

동자도 또한 웃으면서 대답했다.

현수여, 나는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고
모르고 온 사람도 아니오.
그의 교만함을 바로 잡으려고
이곳에 와서 바늘을 판다고 한 것이오.

당신의 아버지께서 만약
나의 뛰어난 기술을 아신다면
반드시 당신을 나에게 시집보내고
가진 모든 재산을 주실 것이오.

대장장이는 이 말을 듣자 동자에게 물었다.
‘너의 기술은 사실이냐, 거짓이냐?’
그리고는 곧 스스로 바늘 한 개를 물에 띄웠다. 그러자 동자는 일곱 개의 바늘을 물에 띄웠다. 대장장이는 동자에 대해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어서 드디어 딸과 결혼하여 아내로 삼을 것을 허락했다. 동자가 말했다.
‘나는 바라문족으로 고귀한 신분인데 어떻게 대장장이의 종족과 짝이 될 수 있겠소?’
그리고는 곧 떠나가 버렸다.
너희 필추들이여, 옛날의 그 바라문은 바로 나이며, 대장장이는 바로 무우이며, 그의 딸은 바로 무비이니라.
너희 필추들이여, 나는 지나간 때에 번뇌를 구족하고서도 오히려 그의 딸을 버렸는데, 하물며 이제 욕심을 여의고 무상사(無上師)가 되었으니 어찌 탐착하고 물든 마음을 내겠느냐? 이와 같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러 필추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늙은 필추가 무비 여인으로 말미암아 죽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이 늙은 필추는 무비로 말미암아 죽게 된 것이 오늘 뿐만이 아니라 지나간 옛날에도 인연이 되어서 죽었느니라. 지나간 때에 이름을 사자겁(師子劫)이라 하는 성(城)이 있었다. 왕의 이름은 사자정(師子頂)이라 하였는데 대법왕(大法王)이었다. 당시 풍년이 들고 백성들은 번성하였으며, 모든 원한과 다툼이 없어서 전쟁도 없었고 죄인을 다스림도 없었으며, 아첨하고 거짓말하거나 서로 침해하는 일이 없었으며, 또한 재난과 갖가지 병으로 인한 고통도 없었으며, 곡식과 소와 양들도 어디에서든지 풍족하였으며, 왕은 백성 보기를 자식을 보는 것처럼 하였다.
이 성 안에는 상인의 우두머리가 있었는데 이름을 사자(師子)라 하였다. 그는 큰 부자로서 수용하는 것이 풍족하였으니, 가진 재물과 재산과 머슴과 일꾼 등이 부족한 것이 없었고, 창고는 가득차고 넘쳐서 비사문왕(毘沙門王)과 같았다. 그는 같은 종족의 여인과 결혼했지만 오래 동안 함께 살았어도 끝내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늘 자식을 얻기 위해 신령에게 기도하면서 모든 천(天)의 사당을 두루 찾아다녔고, 산림(山林)과 하소(河沼)와 동생천(同生天)5)에게 아들을 낳기를 기원하였다.
너희 필추들이여, 세상 사람들이 다들 ‘빌고 구하면 아들을 얻는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이것이 만약 진실이라면 사람들은 모두 전륜왕과 같이 천 명의 아들을 두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세 가지 일로 말미암아 비로소 자식을 두게 되나니, 첫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만나는 것이고, 둘째는 어머니의 몸이 청정하여 마땅히 임신할 수 있고, 셋째는 그 속에 현전(現前)함이 있어서이니라.
그런데 그 상인의 우두머리와 아들은 업연(業緣)이 서로 맞았다. 그래서 어떤 천(天)이 승묘천(勝妙天)에서 내려와 귀한 지위를 받아서 부인의 태중에 의탁하였다.
만약 총명하고 지혜가 있는 여인이라면 다섯 가지 특별한 지혜가 있는 법이다. 첫째는 남자에게 더러운 마음이 있는지 깨끗한 마음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고, 둘째는 시절(時節)을 아는 것이고, 셋째는 그 사람으로부터 얻었는지를 아는 것이고, 넷째는 아들인지를 아는 것이고, 다섯째는
딸인지를 아는 것이다. 만약 아들이라면 오른쪽 옆구리에 있으며, 딸이라면 왼쪽 옆구리에 있다.
그때에 상주(商主)의 아내는 타고난 의식(意識)이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태(胎)가 오른쪽에 있음을 알고는 기뻐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상주께서는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제가 임신한 아기는 반드시 우리 종족을 크게 빛내줄 것입니다. 태가 오른쪽 옆구리에 있으니, 이 아이는 사내아이가 틀림없어요.’
상주는 듣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항상 후사(後嗣)를 생각했소. 훌륭한 아들을 얻어서 나의 가업을 잇고 종문(宗門)을 퇴락시키지 않기를 원하였소. 내가 아이를 기르게 되면 끝내 조상의 은혜를 갚기를 생각해서 널리 은혜를 베풀고 친족을 복되고 이롭게 하여 내가 죽은 후에도 나의 이름을 생각하며 축원하기를,≺원하옵건대 저의 모든 조상님들과 부모님께서 태어나신 곳을 복으로써 장엄하기를 바라나이다≻라고 하도록 하겠소.’
그리고는 아내를 묘한 누각에 모셔 놓고 마음대로 머물게 하였다. 때에 따라 시원하고 따뜻하게 해주면서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었다. 항상 여자 의사로 하여금 음식을 조절하게 했으니, 시원하고 더운 것을 알맞게 하고 여섯 가지 맛을 어긋나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마땅치 않은 것은 모두 먹지 못하게 하고 기묘한 영락으로 꾸미게 하니, 비유하자면 천녀(天女)가 환희원(歡喜園)6)에서 노는 것과 같았다. 나아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부터 침상과 앉는 자리에 기거하면서 발로는 땅을 밟지 않았으며 눈으로는 나쁜 색을 보지 아니하며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아니하였다.
아홉 달이 지나자 아들 하나를 낳았다. 용모가 단정하여 보는 이를 기쁘게 하였으니, 몸의 금빛과 같은 색깔이고 정수리는 둥근 그릇과 같았으며, 손을 드리우면 무릎을 지났고 눈은 청련화(靑蓮花)와 같았으며, 이마는 넓고 눈썹은 길며 코는 높고 오뚝해서 갖가지 상(相)이 원만하여 사람들에게 칭찬과 찬탄을 받았다. 상주는 21일이 지나자 모든 친족들을 모으고는 아기를 보이면서 말했다.
‘이 아이의 이름을 무어라고 지을까요?’
모두가 의논하여 말하였다.
‘이 아이는 상주인 사자(師子)의 아이이니 사자윤(師子胤)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소.’
아버지는 아이에게 여덟 명의 유모를 딸리게 하였다. 두 사람은 함께 젖을 먹이며, 두 사람은 이부자리를 만들어 관리하고,
두 사람은 목욕을 시키며, 두 사람은 같이 놀아주게 하였다. 여덟 명의 유모가 함께 받들면서 부족함이 없게 하였고, 항상 우유와 타락[酪]과 생소(生酥)와 익힌 연유와 제호(醍醐)와 다른 갖가지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길렀으므로 아들은 마치 연꽃이 연못 위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빨리 자라났다.
차츰 자라서 어린이가 되자 갖가지 기예(技藝)와 산수(算數)와 서인(書印)을 배웠는데, 출납(出納)을 보게 하면 신묘할 정도로 빈틈이 없었으며, 변설이 뛰어나고 지혜와 아는 것이 총명하였으며, 여덟 가지 재주에 뛰어나서 상(相)을 잘 볼 줄 알았으니 이른바 남자ㆍ여자ㆍ코끼리ㆍ말ㆍ보배ㆍ의복ㆍ나무ㆍ집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봄ㆍ여름ㆍ겨울에 맞춰 세 채의 집과 세 개의 동산을 만들고서 상ㆍ중ㆍ하의 세 시녀로 하여금 묘루관(妙樓觀)에 올라 갖가지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는 그것을 즐기게 했다. 상주인 사자는 매일 집안일을 맡아 보느라 해가 저물어도 먹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아들이 아버지가 몸소 부지런히 일하시는 것을 보고서 아뢰었다.
‘날이 저물었는데 어찌하여 제 때에 잡수시지를 않으십니까?’
아버지가 말했다.
‘어떻게 늘 즐거움을 누리면서 집안일에 힘쓸 수 있겠느냐?’
아들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연세가 높으면서도 몸소 집안일을 맡아보시는데, 어떻게 한가로이 지내면서 즐거움을 탐할 수 있을 것인가? 마땅히 스스로 경영할 생업을 꾸려야했다.≻
그리고는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입고 먹는 것은 소중합니다. 모름지기 스스로 구하여야 하는데도 앉아서 아버님의 재물을 먹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이제 큰 바다로 가서 보배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 고생을 해가면서 구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나의 창고에는 많은 재물이 있으니 금은보화를 네 마음대로 쓰도록 하여라. 설령 매일 같이 쓰더라도 쌀과 보리는 다 쓰지 못할 것이다. 내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마음대로 쓰도록 하고, 내가 죽은 뒤에는 네 마음대로 생업을 구하도록 하여라.’
그러나 아들은 자주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제가 배를 타고 나가서 잠시 보주(寶洲)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이 은근함을 알자 아들이 원하는 대로 따르기로 하고서 말했다.

‘네 뜻대로 하여라. 고통스러운 일이 있거든 마땅히 참고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하여라.’
아버지는 곧 북을 쳐서 널리 알리게 하였다.
‘성읍의 멀고 가까운 상객(商客)들에게 널리 알립니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보배를 구하려는 자는 상주인 사자윤(師子胤)과 함께 큰 바다로 가십시다. 지나가는 곳에서는 세금을 내지 아니하고 바다로 가는 화물은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때 5백 명의 상인들이 알리는 말을 듣자 상주의 처소로 와서 함께 가기로 하였다. 이미 떠나기로 하자 저마다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친지들에게 고별을 하였다. 길일을 택하여 말에 화물을 싣기도 하고 사람이 짊어지기도 하면서 상주를 따라 떠났다. 여러 성읍을 거쳐서 바닷가에 도착하자, 상주는 5백의 금전으로 배를 빌리고 아울러 다섯 명의 사람을 찾았는데, 첫째는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이고, 둘째는 노를 저을 수 있는 사람이고, 셋째는 배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고, 넷째는 잠수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섯째는 키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키잡이가 돛을 들어올리기에 앞서 상인들에게 널리 알렸다.
‘바다에는 액난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나운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서 표류하기도 하고, 혹은 큰 고래가 톱 같은 어금니로 배를 뚫어서 침몰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러분께서는 급박하고 위험한 때에는 의지할 것이 없어서는 안 되니, 물에 뜨는 물건으로 스스로의 몸을 지키도록 하셔야 합니다.’
상인들은 이 알리는 말을 듣자 서로 말하였다.
‘큰 바다에서의 안전과 위태로움은 미리 알기 어려우니, 우리들은 마땅히 키잡이의 말을 따라 각자 물에 뜨는 물건을 구해서 스스로 몸을 지키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혹은 널빤지를 갖기도 하고 혹은 가죽주머니를 지니기도 하고 혹은 물에 뜨는 바가지를 갖추어서 배에 올랐다.
배는 큰 바다로 들어가자 마갈대어(摩竭大魚)를 만나서 부서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각자 물에 뜨는 물건을 의지하여 파도를 따라 물속에 잠겼다 떠올랐다 하였다. 다행히 숙업(宿業)의 인연으로 남은 목숨이 다하지 아니해서 북풍에 표류하다가 남쪽 바닷가의 적동주(赤銅洲)7)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많은 명학나찰녀(鳴鶴羅刹女)들이 살고 있었다.
그 나찰녀들은 파선으로 표류한 상인들을 보면 그들이 좋아하는 형상으로 변모하여 아름다운 말로 유혹하고 속였다. 그들의 성 위에는 두 개의 깃대를 세워놓았는데, 하나는 이름을 경희(慶喜)라 하고 하나는 이름을 공외(恐畏)라 하였으니, 이 깃발의 움직임에 따라 길흉의 상(相)을 나타내었다. 상인들이 섬에 도착하자 경희라는 이름의 깃발이 움직였다. 나찰녀들이 상의하였다.
‘지금 길한 상(相)을 나타내는 깃발이 움직였으니, 바닷가에 가면 분명히 섬부주의 사람들이 표류하여 이곳에 왔을 것이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여인의 용모와 위의로 변해서 함께 바닷가로 나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물에 뜨는 것에 의지하여 바닷가에 온 것을 보았다. 나찰녀들은 각자 변화하여 영락으로 몸을 치장하고 좋은 음식을 갖고서 상인들에게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현수여, 큰 파도에 표류하시느라 많은 고생을 하셨으니, 마땅히 저의 집에 오셔서 함께 피로를 푸시도록 하십시오.’
이때 성 안에는 먼저 표류해 온 상인들이 모두 쇠로 된 성에 갇혀서 하나하나 나찰녀들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상인들이 나찰녀의 집으로 가자, 나찰녀들이 말했다.
‘집과 의복은 여러분이 필요하신대로 마음껏 쓰십시오. 그리고 우리들은 남편이 없으니, 이제 당신에게 의지하여 살도록 하겠습니다. 원컨대 배필이 되시어 애정에 틈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여러 동산들도 모두 즐길만하실 것입니다.’
그리고는 창고를 가리키며 ‘이것들은 섬부주 안에서 필요한 보물들로서 금ㆍ은ㆍ유리ㆍ진주ㆍ마니ㆍ자거ㆍ마노ㆍ가구ㆍ백옥ㆍ적주(赤珠)ㆍ우선(右旋) 등이니, 이 물건들도 마음껏 쓰시되 저와 함께 즐겁게 살면서 의심하거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 성의 남쪽에는 함부로 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간에서 사랑하고 즐기는 한 가지 일에 미혹되고 탐착하고 얽매이는 것으로는 여색(女色)보다 더한 것을 보지 못하였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인은 일체의 남자를 빠뜨릴 수 있나니,
만약 남자들이 여인을 보게 되면 이내 미혹되고 탐착해서 뜻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모든 일에서 일의 차례와 실마리를 잃어버리고 뛰어나고 묘한 선품(善品)에는 다시는 마음을 두지 않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필추로서 해탈을 구하는 자는 마땅히 욕심을 여의는 행(行)을 부지런히 닦아 익혀서 온갖 청정하지 못한 경계에 부딪칠 때는 부정관(不淨觀)을 닦아야 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 상인들은 곧 나찰녀와 더불어 즐거움에 빠져서 세월을 보냈는데, 모두가 한 명의 아들을 낳고 다시 한 명의 딸을 낳았다.
그때 상주(商主)인 사자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찌하여 여인들은 성의 남쪽 길로 사람이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까? 나는 아내가 한밤중에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몸을 몰래 빼낸 후에 칼을 빼어들고 남쪽으로 가서 그 까닭을 살펴보아야겠다.≻
그리하여 뜻대로 밤에 일어나서 남쪽으로 갔다가 여러 사람들이 슬피 울부짖으면서, ‘괴롭도다 섬부주여, 고통스럽도다, 부모 형제여’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때 상주는 그 소리를 듣자 크게 놀라면서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높이 솟은 쇠로 된 큰 성을 보았는데, 두루 돌아보아도 쇠로 둘러쳐져 있을 뿐 끝내 문이라고는 없었고 또한 사람이나 짐승의 자취도 보이지 않았다. 이 성의 북쪽 모퉁이에 시리사수(尸利沙樹)8)가 솟아 있었다. 상주는 나무 위로 올라가 성 안의 사람들을 보고서 멀리서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곳에서 소리 내어 울면서 섬부주의 부모 형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그들이 모두 말했다.
‘우리들은 섬부주의 사람들로서 바다에 보물을 가지러 들어갔습니다. 배에 오르는 날에 해난 사고를 당할까 걱정해서 각자 널빤지나 물에 뜨는 주머니로 몸을 보호하여 액난을 면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바다에 들어오자 곧바로 마갈어(摩竭魚)에 부딪치면서 우리 배가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알릴 길도 없이 각자 주머니와 널빤지를 잡고 바람을 따라 표류하다가 업으로 받은 목숨이 아직 다하지 않았는지 바람에 불려서 남쪽 바닷가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위의와 용모가 아주 뛰어난 여인들이
음식을 가지고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현수여, 우리들은 돌아갈 곳이 없으니, 당신들을 남편으로 삼겠습니다. 가지고 있는 집과 의복과 음식과 칠보와 진기한 보물들은 모두 마음대로 쓰십시오. 자세히 말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생략)… 나아가 의심하거나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 성의 남쪽에는 함부로 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함께 살면서 즐겁게 세월을 보내다가 각자 자기 아내에게서 한 명의 아들을 낳고 다시 한 명의 딸을 낳았습니다. 그 여인들은 길조를 나타내는 깃발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 섬부주의 사람들이 배가 깨어져 이곳에 온 것을 알고는 즉시 우리를 잡아먹었습니다. 차례차례 잡아먹다가 나머지 아직 먹히지 않은 자들은 쇠로 된 성 안에다 가두었습니다. 먹을 때가 되면 나찰의 모양을 나타내는데, 그 위의와 용모가 참으로 두렵습니다. 긴 손톱에다 톱과 같이 생긴 어금니로 사람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피와 살을 먹고 머리카락과 뼈까지도 남김없이 먹어치우며, 또한 피가 흘러 땅에 떨어지면 손으로 그것을 파서 흙과 함께 삼켜버립니다. 우리들은 차례가 아직 오지 않아서 성 안에 갇혀 있는 채로 매일 한 사람씩 먹히고 있습니다. 그 여인들은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나찰이니, 당신들은 마땅히 스스로를 잘 방어해야 할 것입니다. 머지않아 이런 화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상주는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어떤 방편이 있어야 당신들과 우리가 그러한 고통스런 액난을 면하고 편안하게 섬부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방편으로는 섬부주로 돌아가서 다시 고향을 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업이 무거워서 벗어나기를 구하여도 벗어날 수가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함께 쇠로 된 성 아래를 뚫어서 그 구멍을 통해 도주하여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생각하면, 이 성은 즉시 몇 배로 두터워지고, 다시 성을 뛰어넘어 나가려고 하면 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벗어날 길이 없음을 알고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방편이 있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가 있습니다.’
상주가 물었다.
‘그 일은 무엇입니까?’
그가 알려주었다.
‘우리가 근자에 들으니 15일에 포쇄타(褒灑陀)9)를 할 적에 허공에 있는 천인(天人)들이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합니다.
≺섬부주의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지혜가 없고 어리석은 까닭에 15일에 포살을 할 때 북쪽으로 가면 벗어날 길이 있는데도 그걸 찾을 줄을 모른다.≻ 매월 15일마다 천마왕(天馬王)이 나타나는데 이름을 바라하(婆羅訶)10)라고 합니다. 바다에서 나와서 바닷가에서 놀다가 자연의 향내 나는 벼를 먹는데, 무병(無病)하고 즐거움이 가득차서 큰 힘이 생기면 머리를 들고 사방을 돌아보며 ≺누가 저쪽 언덕으로 가서 섬부주로 돌아가려고 하는가?≻라고 세 번 말합니다. 당신들은 마땅히 15일에 포살을 할 때 성 북쪽 바닷가의 천마(天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천마가 말할 때를 기다렸다가 ≺우리들이 저쪽 언덕으로 가서 섬부주에 되돌아가려고 하오니, 원컨대 편안히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십시오. 말[馬]이 진술하는 말을 당신들이 마땅히 받들어 행한다면, 그 방편에 의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자윤 상주는 그의 말을 마음 깊이 받아 지니고서 희유함을 찬탄했다. 그리고는 나무에서 내려와 길을 되돌아와서 그전과 같이 누웠다. 새벽이 되자 오백 명의 상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알렸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아무 동산에 모이십시오. 함께 논의할 일이 있으니 같이 사는 처자식은 데려오지 마십시오.’
상인들은 상주의 말을 듣고 한 동산에 모두 모였다. 상주는 앞서의 일을 갖추어 널리 알리고 다시 거듭해서 말했다.
‘이 여인들은 모두가 나찰이니,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조심해서 스스로를 지키도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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