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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70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48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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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48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48권


의정 한역


82) 입왕궁문학처 ⑤
“이때 상인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가 크게 두려워하였으나 빠져나갈 계책이 없었다. 15일에 포살을 하는 때가 되자 모두 성 북쪽의 천마(天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바다에서 나온 천마는 해안의 가장자리에서 자연의 향내 나는 벼를 먹고 있었다. 이때 한 지혜 없는 상인이 앞에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천마를 보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이는 바라하(婆羅訶) 천마왕(天馬王)으로 향내 나는 벼를 먹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마땅히 나아가서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는 ≺우리는 저쪽 언덕으로 가서 섬부주에 돌아가렵니다≻라고 말합시다.’
상주가 여러 상인들에게 말했다.
‘내가 쇠로 된 성에서 천마에게 고하라고 전해들은 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마왕(馬王)이 아직 말을 하기 전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합니다. 마왕이 향내 나는 벼를 배불리 먹어서 몸에 즐거움이 가득 찬 채 머리를 들고 사방을 돌아보며 ≺누가 저쪽 언덕으로 가서 섬부주로 돌아갈 것인가?≻라고 세 번 말하기를 기다려야 하고,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바다를 건너기를 구하여야 합니다.’
말이 먹기를 마치고 사방을 돌아보며 세 번 말하였다. 상인들은 그 말을 듣자 천마의 발 앞에 가서 예배드리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말했다.
‘우리는 저쪽 언덕으로 가서 섬부주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자 그 천마가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고했다.
‘당신들이 만약 편안하게 큰 바다를 건너서 섬부주로 돌아가고 싶다면, 마땅히 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사유하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나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바다를 건너갈 수가 없게 됩니다. 그 나찰녀들이 평소보다 두 배나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들과 딸들을 데리고 와서 유혹하고 속이면서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의지해 살아가고 귀의하였는데, 이제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입니까?≻
그리고 다시 위에서 말한 바의 집과 보배를 모두 갖추어 말한 뒤에 ≺만약 이곳에 머물지 않겠다면 아들과 딸이라도 데리고 가십시오≻라고 할 것이다. 여러분들이 만약 그런 말을 듣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처자식이라는 생각을 일으킨다면, 그리고 보배와 여러 동산 같은 것들이 아까워서 즐거이 되돌아가려는 생각을 낸다면, 비록 나의 등에 올라타고 있더라도 반드시 떨어지는 것이 마치 다 익은 과일이 나뭇가지에 붙어있지 못하는 모습과 같을 겁니다. 그때 그 여인들은 다시 나찰의 모양이 되어서 앞을 다투어 살가죽과 고기와 근육과 뼈와 창자와 위장과 피와 골수와 머리카락과 털과 손톱 발톱과 이빨을 남김없이 먹고…(생략)…,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또한 피가 땅에 흘러내리면 흙까지도 모두 먹어 버릴 것입니다.
만약 당신들이 나의 가르침을 받들어서 그런 애착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나의 털끝 하나를 붙잡고 있더라도 또한 떨어지지 않고 능히 큰 바다를 건너서 섬부주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마왕(馬王)은 상인들에게 잘 가르쳐주기를 마치자 곧 몸을 낮추어서 그들을 가까이 오게 했다. 그리고 말의 갈기나 꼬리, 그리고 몸의 털을 마음대로 붙잡게 하였다. 천마가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섬부주를 향하여 구름 속으로 열린 길로 뛰어오르자 두 개의 깃발 중에서 공외(恐畏) 깃발이 움직였다. 나찰들이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깃발이 움직이니 섬부주의 사람들이 우리를 버리고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여러 방사(房舍)를 두루 살펴보고 사람이 보이지 않자, 모두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변해서 아들과 딸들을 데리고 함께 큰 바다로 가서 상인들을 찾았다. 멀리서 상인들을 보자 그들의 뒤를 따라 소리 내어 울면서 고하였다.
‘현수여, 어찌하여 우리의 아들과 딸을 버리고 떠나갑니까? 당신들이 우리를 싫어하고 등진다면 당신의 어린 자식이라도 데리고 가십시오.’
상인들은 이 말을 듣자 각자
그들의 집과 정원과 못과 갖가지 보배들을 돌아보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내자 천마의 위에서 몸이 모두 떨어지니, 마치 다 익은 과일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나찰녀들이 그들을 잡아다가 먹으니 마왕이 말한 것과 같았다. 오직 상주 한 사람만은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천마를 붙잡고 해안을 벗어날 수 있어서 막힘없이 안온하게 섬부주에 도달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상인들을 살펴볼 때 애착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가르침을 따르지 아니한 까닭에 모두 떨어진 것임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너희들이 만약 스스로의 몸에 대하여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즉 ‘눈[眼]이 바로 나이니, 나는 눈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귀ㆍ코ㆍ혀ㆍ몸ㆍ뜻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생각하며, 또한 생각하기를, ‘색(色)이 곧 나이니, 나는 색(色)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생각하며, 또한 생각하기를 ‘지계(地界)가 바로 나이니 나는 땅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ㆍ식계(識界)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생각하며, 또한 생각하기를, ‘색온(色蘊)이 바로 나이니, 나는 색온(色蘊)이 있다’고 생각하고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에 대해서도 또한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너희 필추들이여, 만약 이와 같이 나라는 생각과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켜서 스스로에게나 남에게나 탐착하는 마음을 내어서 바른 가르침을 버리고 삿된 도를 즐거워하면, 곧 생사(生死)의 바다 속으로 떨어져서 온갖 고통을 받으며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지혜롭지 못한 상인이 천마(天馬)의 가르침을 버리고 나찰녀를 사랑해서 바다 가운데에 떨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너희 여러 필추들이여, 만약 스스로에게 ‘눈[眼]이 곧 바로 나이니, 나는 눈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귀ㆍ코ㆍ혀ㆍ몸ㆍ뜻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생각하며, 또한 ‘색(色)이 바로 나이니, 나는 색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생각하며, 또한 ‘지계(地界)가 바로 나이니, 나는 땅에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ㆍ식계(識界)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생각하며, 또한 ‘색온(色蘊)이 바로 나이니, 나는 색온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에 대해서도 또한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너희 필추들이여, 만약에 능히 이와 같이 나라는 생각과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짓지 아니하여 스스로에게나 남에게나 탐착하는 마음이 없어서 바른 가르침을 받아 행하고 삿된 도를 버려서 배척하면, 생사(生死)의 바다 가운데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안온하고 즐겁게 열반의 성(城)에 나아갈 수 있다. 비유하자면 지혜 있는 상주(商主)가 천마(天馬)의 가르침을 받아서 나찰녀를 버리고 능히 대해(大海)를 벗어나 섬부주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으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셨다.

지혜가 없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지 않고
윤회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치 나찰녀(羅刹女)를 사랑하는 것과 같으니라.

만약 지혜가 있는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높이 받들어서
생사의 바다를 벗어나는 것이
마치 천마(天馬)의 말을 따르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그 여러 상인들은 능히 천마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키지 못했던 까닭에 큰 바다 가운데에 모두 떨어져서 나찰녀에게 잡아먹히게 되었고, 오직 상주인 사자윤만은 천마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서 굳은 마음으로 한결같았기 때문에 안온하게 큰 바다를 벗어나 섬부주에 도달할 수 있었느니라.
이때 사자윤의 아내였던 대나찰녀(大羅刹女)는 남편을 찾지 못하고 성 안에 머물러 있었는데, 여러 나찰녀들이 함께 와서 말했다.
‘만약 우리가 도망간 남편을 찾는다면 잡아갖고 돌아와서 함께 먹겠다. 너는 남편이 떠나갔는데도 끝내 멀리 찾으러가지 않았으니, 정황으로 보건대 섬부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를 찾아서 잡아오면 좋겠지만, 만약 잡지 못한다면 우리가 너를 먹어버릴 터이니 원망하지 말라.”
그녀는 이 말을 듣자 극도로 근심하고 두려워하면서 다른 나찰녀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굳이 찾기를 원한다면, 내가 지금 섬부주 안으로 가서 잡아 오겠다.’
여러 나찰녀들이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좋겠다.’
상주의 아내였던 나찰녀는 스스로 허공에 올라서
팔을 구부렸다가 펴는 짧은 사이에 큰 바다를 건너 섬부주에 이르렀다. 그녀는 평소보다 두 배나 더 사납고 해를 끼치는 무서운 야차의 모습으로 변해서 사자윤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사자윤은 야차의 모습을 보자 즉시 예리한 칼을 빼어 들고 야차를 베려고 하였다. 그러자 야차는 깜짝 놀라 달아나다가 길을 피하여 멈추었다. 이렇게 되풀이하면서 서로 떨어지지 않다가 마침내 도중에서 상인의 무리를 만났다. 상인들의 우두머리인 상주(商主)는 사자윤과는 뜻이 맞고 절친한 오랜 친구였으므로 기쁜 기색으로 이야기를 하느라고 말이 그치질 않았다. 그 나찰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모하여 묘하게 장엄을 한 뒤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중국(中國)으로 가서 그 상주 앞으로 나아가 발에 예배드리고 이렇게 아뢰었다.
‘저는 적동주(赤鋼洲) 국왕의 딸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저를 사자윤 상주에게 시집보내어 그의 아내가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 모자를 데리고 섬부주로 돌아오다가 큰 바다에서 마갈어(摩竭魚)를 만나 배가 깨지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보배가 모두 흩어져서 하나도 남지 않게 되자, 그는 저를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겨서 드디어 저희 모자(母子)를 버리셨습니다. 제가 이제 다행히 서로 만나게 되었으니, 원하옵건대 저희 모자를 데리고 그에게 나아가서 사죄하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
상주는 부인의 은근하고 측은한 모습을 보고는 사자윤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친구여. 자네의 아내는 위의와 용모가 사랑스러운데다가 왕의 딸이라 하니, 그런 배필은 온 세상을 다 찾아보아도 찾기 어려울 걸세. 큰 허물이 없거든 버리지 말아야 하니, 마땅히 거두어서 그녀와 함께 살도록 하게나.’
사자윤이 대답했다.
‘그는 왕의 딸이 아니네. 적동주(赤銅洲)의 사나운 나찰의 무리 중에서도 큰 나찰로서 사람의 피와 살을 먹고 사네. 나의 아내가 아닐세.’
상주가 대답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어떠한 인연으로 이곳에 왔는가?’
사자윤은 인연을 갖추어서 말해주었다. 상주는 듣고 나서 아무 말 없이 길에서 필요한 양식과
갖가지 물건을 주고 나서 물러갔다. 사자윤은 가까스로 고향으로 돌아와 본래의 집에 이르렀다. 이때 나찰녀도 그의 뒤를 따라서 어린아이와 함께 사자윤의 집에 이르러 문 한 쪽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들은 아이를 보고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십시오. 이제 이 아이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이 아이는 사자윤의 아이가 틀림없습니다.’
나찰이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이 아이의 생김새를 보시고 옳게 아셨으니 거짓이 아닙니다. 숙세의 인연이 박복하여 아이의 아버지에게 버려진 것입니다.’
그녀에게 말했다.
‘자매여, 어느 곳에서 왔으며 당신은 누구의 아내입니까?’
나찰이 말했다.
‘저는 적동주 국왕의 딸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저를 사자윤 상주에게 시집을 보내서 그의 아내가 되게 하였습니다. 우리 모자를 데리고 섬부주로 돌아오다가 큰 바다에서 마갈어를 만나 배가 부서지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모든 보배가 다 흩어져서 하나도 남지 않게 되자, 그는 저를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겨서 끝내 버림을 받고 헤어졌습니다. 우리는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 원하건대 여러분께서 저와 저의 아들을 데리고 상주의 처소로 나아가서 참회할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사람들은 상주의 부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사실을 알렸다. 그때 부모는 사자윤에게 말했다.
‘그는 왕의 딸로서 종족이 존귀한데다 너를 따라서 멀리서 왔으니 참으로 슬퍼할만한 일이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서 더욱 고생을 하였으니, 너는 그녀를 불쌍히 여겨서 버리지 말도록 하여라. 마음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어진 사람은 행하지 않는 법이니라.’
사자윤은 머리를 조아려 세 번 절하고 부모님께 아뢰었다.
‘저 여자는 왕의 딸이 아니라 사나운 나찰입니다. 적동주에서 제멋대로 포악한 짓을 하면서 표류해 온 상인들을 모두 잡아다가 먹어버립니다. 저와 함께 갔던 사람들도 다 잡아먹혔는데, 저에게는 남은 복이 있어서 부모님을 만나 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부모가 말했다.
‘모든 여인들은 다 나찰인데,
무슨 까닭에 저 부인에게만 유독 나쁜 이름을 주겠느냐? 마땅히 거두어들여서 집안에 불러들이도록 하여라.’
사자윤이 거듭해서 부모께 아뢰었다.
‘저는 사람이 아닌 줄을 알면서 감히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꼭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시다면 뜻대로 받아들이십시오. 저는 다른 집으로 가서 별도로 살 곳을 구하겠습니다.’
부모가 말했다.
‘우리는 너를 위해서 집안에 불러들이려는 것인데, 네가 굳이 싫어한다면 우리에게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마땅히 너의 뜻에 따라서 그 모자(母子)를 내쫓아서 스스로 살게 하여라.’
그리고는 사람을 보내서 내쫓아 떠나가게 하였다. 모자는 쫓겨나자 곧 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신하들이 모두 모여서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고 있다가 함께 들어가서 대왕에게 아뢰었다.
‘문에 한 여인이 있는데 위의와 용모가 아주 뛰어났습니다. 홀연히 이곳에 왔으나 아무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합니다.’
왕이 말했다.
‘인도하여 들어오게 하여라. 내가 친히 물어 보겠다.’
신하가 불러서 들어오게 하였다. 왕은 그 여인의 자태와 용모가 매우 아름답고 뛰어나서 견줄 사람이 없자 즉시 청정하지 못한 마음을 일으켜서 지극히 애착하는 마음을 내며 말했다.
‘어서 오시오. 아름다운 여인이여, 어느 곳에서 왔으며 무슨 까닭으로 이곳에 왔는가?’
여인은 곧 머리를 조아리고 대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본래 큰 바다의 남쪽에 있는 적동주(赤銅洲)에서 살았고 그 나라 왕의 딸이었습니다. 사자윤이 바람에 표류해서 배와 노를 다 잃어버린 채 다른 상인들과 함께 저의 나라로 표류해 왔기 때문에 저의 부모님께서는 사자윤에게 시집보내서 그의 아내가 되게 하는 한편 저희를 위하여 새 집을 지어주시고 많은 보배들을 주셨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어린 아기가 태어났는데, 사자윤은 저희 모자(母子)를 데리고 멀리 바다를 건너다가 마갈어(摩竭魚)를 만나서 배가 부서지는 바람에 큰 고생을 하고 섬부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사자윤은 저를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겨서 저를 내버리고 지금은 본가로 돌아가서 다시는 저희를 용납해주지 않기 때문에 살 곳도 없어서 이렇게 와서 아룁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은혜와 자비를 베풀어서 상주를 불러다가 저에게 사죄하도록 해주시기 바라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자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서 말했다.
‘근심하지 마시오. 마땅히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도록 하오.’

그리고는 사자를 보내어 상주를 불러오게 하였다. 상주인 사자윤은 오자마자 왕에게 공경하게 인사를 드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왕이 사자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왕의 딸로서 당신에게 시집을 가서 아내가 되었소. 이미 자식을 낳았고 함께 이곳에까지 왔는데, 어찌하여 이치에 맞지 않게 함부로 내쫓았는가? 설사 허물이 있다 해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사자윤이 나아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여자는 적동주 대왕의 딸이 아니오라 사나운 나찰로서 살아있는 목숨을 해치고 죽입니다. …(생략)… 바다의 적동주가 있는 곳에서 겪은 일을 갖추어 자세히 모두 다 말씀드렸다. …(생략)… 저와 함께 갔던 상인들도 모두 다 잡아먹히고 오직 저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사온데, 이 나찰녀는 아직도 저를 놓아주지 아니하고 바다를 날아올라서 아름다운 용모로 변한 것이오니, 왕께서는 자세히 살피셔서 마땅히 내쫓아 함부로 포악한 짓을 못하게 하셔야 합니다.’
왕이 말했다.
‘여인들은 모두가 나찰인데, 어찌 다만 이 여인만을 미워할 수 있겠느냐? 네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나에게 주도록 하여라.’
대왕에게 말하였다.
‘제가 듣자오니 집에서는 효도를 다하고 나라에서는 충성을 다하라고 하였나이다. 걱정되는 점은 큰 화를 불러들여서 일이 가볍지 않게 될까 하는 것이오나, 대왕께서 마음이 있으셔서 사랑하는 생각을 내신다면 저로서는 감히 드릴 수도 없고 또한 감히 말릴 수도 없나이다. 반드시 재앙이 생길 것이오나 저의 허물은 아니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인이란 모든 남자를 얽어매어서 탐닉하게 만드니, 용모와 색(色)에 탐착하다가 충성스런 말을 믿지 아니하고 재앙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니라.
사자정왕(師子頂王)은 마음에 애착심이 생겨서 그 여인을 후궁에 들어가게 하였다. 그때 사자윤은 왕의 뜻을 바로 잡도록 간언을 드릴 길이 없자 드디어 궁전 앞에 있다가 재상들에게 알렸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왕이 나찰을 사랑하여 후궁으로 데리고 들어갔으니 반드시 큰 재앙을 일으킬 것입니다. 나의 허물이 아닌 줄을 아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눈물을 감추며 궁에서 나왔다.
결국 왕은 나찰녀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서 평소보다 배나 탐착하고 혼미함에 빠진 탓에 국정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나찰녀는 제멋대로 요염한 자태를 부리며 왕궁 전체를 다스려서 못하는 것이 없었다. 한밤중에 허공을 타고 돌아와서 적동주의 나찰녀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여러 나찰녀들이 그녀를 보고 모두 기뻐하면서 물었다.
‘상주는 지금 어디에 있던가요?’
여러 나찰녀들에게 알렸다.
‘자매여, 당신들은 어찌 그 상주만을 생각하는가요? 나는 당신들과 이별하고 섬부주에 이르러서 사자겁성(師子劫城)의 사자정왕(師子頂王)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가 나를 후궁으로 받아들여서 후비(后妃)로 책봉하였습니다. 나는 멋대로 요염함을 부려서 성 안의 사람들을 모두 내 뜻대로 하지 못함이 없고 왕도 마음이 혼미해서 정사를 다스리지 못하도록 했으니, 여러분은 모두 함께 그 성으로 가서 마음껏 먹고 마음대로 가져오도록 합시다.’
나찰들은 그녀의 말을 듣자 모두 기뻐 날뛰면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날 밤 사자겁성에 이르러서 성 안에 있는 사람과 동물들을 잡아먹었다. 새벽이 되어도 성문은 열리지 않았고, 왕궁 위에는 사람의 고기를 쪼아 먹는 독수리들이 허공에 가득 날았다. 재상과 대신들이 모두 성문에 모여서 오래도록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각자가 큰 소리로 성읍의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아침이 된 지 오래되었으나 왕궁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왕궁 안의 상공에서는 사람의 고기를 먹는 많은 새들이 날면서 어지럽게 오르내렸는데, 입에는 사람의 뼈와 살을 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당황하였으나 어떻게 손을 써볼 수가 없었다. 그때 사자윤은 이 소식을 듣자 예리한 검을 들고 성문으로 달려가서 사람들에게 알렸다.
‘여러분께서는 무엇을 의논하고 있는 것이오? 내가 지난번에 이미 알려드리기를, 왕께서 나찰을 받아들이셨으니 결정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성문이 열리지 않고 허공에는 새들이 가득 날고 있는 모양을 보건대, 재앙이 왕실에까지 미친 것입니다.’

여러 신하들이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주가 말했다.
‘높은 사닥다리를 설치하여 성 위에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사닥다리가 설치되자, 상주는 예리한 검을 들고 성의 모퉁이로 올라가서 멀리 궁 안을 살펴보았다. 죽은 시체가 낭자함을 보자 즉시 뛰어내려서 신주(神呪)를 외우며 날카로운 검으로 오백 나찰을 물리쳤다. 나차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는데, 사람의 손을 가지고 달아나기도 하였고, 혹은 사람의 다리를 높이 쳐들고 달아나기도 하였으며, 혹은 머리와 배를 가지고 날아가기도 했는데, 성 밖의 사람들은 모두가 멀리서 이 광경을 보았다. 그때 상주가 성문을 크게 열자 사람들이 다투어 안으로 들어가서 황폐한 잔해를 눈으로 보았다. 재상과 대신들은 성읍에서 소리 내어 울부짖고 궁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는데,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혼미하여 정신이 없었다.
뒷날에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의논하였다.
‘나라의 주인인 대왕이 스스로 이러한 잘못을 끼쳐서 나찰녀를 받아들였습니다. 충성스런 말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이제는 모두 멸망했으니, 여러분께서는 무슨 계책을 세우고자 하십니까?’
첫 번째의 대신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선왕은 이미 죽었습니다. 게다가 태자도 있지 아니하고 임금의 자리는 이미 비어서 백성들은 주인이 없게 되었습니다. 임금을 세우지 않을 수 없으니, 이제 마땅히 누구를 책봉하여야 하겠습니까?’
그에 버금가는 신하가 말했다.
‘나라의 주인이 되는 자는 지혜도 있고 용맹도 있어야만 비로소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알렸다.
‘상주인 사자윤은 오백 명의 상인들과 함께 바다에 보배를 취하러 갔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찰에게 피해를 보았지만 유독 혼자서만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나찰녀가 그를 찾아 성에 왔어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왕이 그녀를 받아들이자 굳은 말로 바르게 충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충성스런 말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음탕한 데에 빠져서 도를 잃어버리고 멸망하게 되자, 상주는 날카로운 검을 뽑아들고 홀로 성 안으로 들어가 우리 백성을 위하여 사나운 귀신들을 물리쳤습니다. 이것은 바로 크게 용맹스럽고 크게 지혜로운 것이니 다른 사람으로는 이보다 나은 이가 없습니다.’
대신들이 의논하였다.
‘진실로 말한 바와 같으니 마땅히 그 사람을 군주로 삼도록 합시다.’
그리고는
상주의 처소로 함께 가서 마음을 같이하여 청하였다.
‘상주께서는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대왕은 이미 죽었고 게다가 태자도 없어서 임금의 자리가 비었는데, 나라에는 주인이 없을 수 없습니다. 나라의 백성들이 이제 왕으로 받들고자 하오니 불쌍히 여겨서 받아주십시오.’
이때 상주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는 상인으로 돌아다니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니, 어찌 중요한 자리를 감당하여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을 찾아서 임금의 자리를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럿이 거듭하여 청하였다.
‘다른 사람은 감당할만한 이가 없습니다. 원컨대 자비를 베풀어서 많은 사람들의 청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상주는 이렇게 굳이 사양하였지만, 나라 사람들은 두 번, 세 번 거듭해서 청하면서 정례(頂禮)하였다. 상주는 아무리 사양해도 벗어나지 못하자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는 참으로 나라를 다스릴 만한 재목이 되지 못하고 임금의 자리를 맡을 마음도 없으나, 여러분의 뜻을 따르겠으니 함께 맹세를 합시다. 내가 왕이 된 후에 내리는 명령을 아무도 거역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제가 마땅히 왕으로 추대되는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사례하면서 말했다.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대신 등은 곧 성(城)과 성곽을 청소하고 궁전을 장엄하고, 묘한 향수로 관정(灌頂)을 해서 왕이라 일컬었다. 하루아침에 만기(萬機)의 업무를 맡아보게 되자, 왕은 생각하였다.
≺내가 예전에 상인으로서 바다에 보배를 구하러 갔을 때 함께 갔던 사람들은 모두가 나찰에게 먹혔다. 나는 그때에는 그 원한과 해로움을 없앨 힘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왕이 되어서 하고자 하는 바를 뜻대로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찰들을 물리쳐 없애서 나의 오래된 소원을 이루어야겠다.≻
그는 즉시 명령을 내려서 귀신을 부릴 줄 아는 주사(呪師)들을 널리 불렀고, 주사가 멀고 가까운 곳에서 모두 모이자 다시 명주(明呪)를 가지고 영험을 엄숙하게 이루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군대를 가려 뽑아서 활쏘기를 익히게 하고 대신에게 명하였다.
‘경들은 아는가? 나에게는 오래된 원수가 큰 바다 밖에 있으니 가서 없애려고 한다. 많은 배와 노가 필요하니 마땅히 준비하도록 하라. 머지않아서 출발하도록 하겠다.’
이때 신하들은 배를 많이 만든 뒤에 좋은 날을 점치고 때를 헤아려서 사병(四兵)을 엄정하게 정비하여
큰 바다의 입구에 이르렀다. 바람을 만나 배에 올라서 남쪽 바닷가에 도착하려 하는데, 이때 나찰의 성 안에 있는 흉번(凶幡)이 나부꼈다. 나찰녀들은 그것을 보자 서로 말하였다.
‘자매여, 마땅히 알라. 지금 흉번이 움직였으니, 반드시 섬부주의 사람들이 옛날의 원한을 생각해서 사나운 마음을 품고 우리를 죽이러 온 것이 틀림없다. 마땅히 바닷가로 가서 그들이 하는 일을 보도록 하자.’
그리고는 무리들에게 명하여 함께 바닷가로 갔다. 많은 선박들이 바다를 덮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자 저마다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항거해 싸우려고 하였다. 그때 사자윤왕은 배를 잡아매도록 명령하고 사병(四兵)을 내려 보낸 뒤에 팔을 휘두르며 크게 호령하였다.
‘나찰들과 함께 싸우라. 그리고 신주(神呪)를 놓아서 나찰이 모르는 사이에 잡아 묶도록 하라.’
병사들이 창으로 찌르고 화살을 쏘아서 반이나 넘게 죽었지만, 명주(明呪)의 힘 때문에 도망갈 수도 없게 되자 나머지 나찰들은 살려주기를 청하였다. 왕은 그들에게 말했다.
‘함께 맹세를 해야만 너희들을 살려주겠다. 너희들은 지금 이후로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되 다시 와서 죽이는 짓을 하지 말라. 명을 따르는 자는 남은 목숨을 보존할 수 있다.’
나찰녀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절을 하며 말했다.
‘저희들은 예전부터 널리 포악한 짓을 하였으나, 지금부터는 가르침을 받들어 멀리 옮겨가서 감히 죽이고 상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나찰녀들은 왕에게 절하고 물러나서 멀리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사자윤왕은 옛 성을 없애고 쇠로 된 감옥을 부수고는 거듭 영토를 열어서 새로운 성을 세웠다. 그리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 보배가 많은 섬에 살게 한 뒤에 널리 구슬과 옥을 거두어서 섬부주로 되돌아왔다. 그 나라는 왕으로 인하여 이름을 사자주(師子洲)라고 하게 되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지나간 때의 사자윤왕은 바로 나였으며, 저 사자정왕은 바로 늙은 필추였으며, 저 나찰녀는 바로
무비였느니라. 과거에 사자정은 나찰녀를 사랑하였던 까닭에 드디어 죽게 되었고, 지금도 무비를 탐했으므로 도리어 죽게 되었느니라.
너희 필추들이여, 나는 지나간 과거에 이미 나찰녀를 버렸는데, 어찌 오늘 그녀를 따라서 구하는 마음이 있겠느냐? 이러한 까닭에 너희들은 마땅히 잘 사유해서 모든 여인은 탐닉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부정(不淨)하다는 생각으로 깊이 싫어하고 여읠 생각을 내어라. 그리고 오로지 나의 가르침을 마음에 받들어서 지니도록 하라.”
여러 필추들과 나머지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고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났다.
그때 무우 바라문은 딸인 무비를 데리고 교섬비국으로 가서 오타연왕(鄔陀延王)에게 시집을 보내었다. 왕은 무비를 묘화루(妙花樓)에다 두고 5백 명의 시녀를 주고 매일 5백 금전을 주었다. …(생략)… 나아가 왕은 무우를 보국대신(輔國大臣)으로 삼았다.
그때 어떤 두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의 임무는 왕을 즐겁게 받들어 모시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즐거운 일을 잘 말하였으며, 한 사람은 슬픈 일을 말하였다. 한 때 왕은 두 부인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오타연왕이 재채기를 하자 감용 부인이 말했다.
“불타(佛陀)께 귀의하오니, 원하옵건대 왕께서 무병장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무비 부인이 말했다.
“대천(大天)께 귀의하오니, 원하옵건대 왕께서 무병장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 무비는 마음에 질투하는 생각을 품고 왕에게 아뢰었다.
“감용은 대왕께 의지하여 살면서 불타를 사모하고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또한 다른 날에 자주 왕이 있는 곳에서 부추기며 참소를 하였다. 왕은 순서를 매겨서 두 부인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음식을 받았는데, 감용 부인에게로 갈 차례가 되자 무비 부인은 은밀하게 이러한 계책을 세웠다. 새를 잡는 사람을 시켜서 살아있는 새를 갖고 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왕이 말했다.
“내가 오늘은
누구의 집으로 가서 먹을 차례인가?”
무비가 대답했다.
“감용에게 가실 차례입니다.”
왕이 말했다.
“이 새를 갖고 가서 먹을 것을 만들게 하여라.”
감용 부인은 살아있는 것을 보자 받으려고 하지 않고 새 잡는 사람에게 돌려보냈다. 왕이 보고는 이상히 여겨서 말했다.
“어찌하여 요리로 만들지 않았느냐?”
왕은 다시금 사유해서 감용 부인이 착한 마음을 간직해서 목숨을 살려주려 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무비가 말하였다.
“만약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즉시 새를 죽여서 그것으로 공양을 드릴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감용 부인에게 부처님을 위하여 음식을 준비하라고 알려라.”
무비는 곧 새잡는 사람에게 일렀다.
“당신이 새를 죽여서 부인에게 갖다 드리시오.”
곧 새를 죽여서 갖다 드리니, 감용 부인은 새가 죽은 것을 보고는 받아서 요리를 하였다.
새 잡는 사람이 돌아와서 부인이 그것을 받았노라고 알리니, 왕은 크게 노하였다.
“나를 위하여서는 받지도 않더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죽이기까지 하다니!”
왕은 활과 화살을 가지고 감용을 쏘러 갔다. 부인이 멀리서 보고 즉시 자정(慈定)에 들으니, 왕이 쏜 화살은 중간에서 땅에 떨어지고 화살촉은 왕에게 되돌아갔다. 왕이 거듭해서 쏘자 부인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스스로를 해치지 마소서.”
“어째서 이렇게 되는 것이오?”
부인이 말했다.
“저는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한지라 다시는 허물이 없습니다. 왕께서 나쁜 뜻을 일으키신다면 반드시 무거운 죄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왕은 물어보고 그 사실을 알자 즉시 예를 갖추어 공경을 하고는 이전의 죄를 참회하여 사죄하였다. 그리고 부인과 정이 돈독해져서 자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새로 거둔 곡식과 새로 따온 과일은 반드시 부인에게 먼저 주고 매일같이 몸소 안부를 물었다.
그때 변방에 있는 성에 반란이 일어나자 왕이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정벌에 나서면서 무우 대신에게 칙명을 내려 도성을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두 부인에게는 궁만을 다스리게 하면서 말했다.
“당신 두 사람은 서로 질투하지 말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태하지 말고 궁궐을 수호하도록 하시오.”
부인들이 말했다.
“좋습니다.”
이때 무비는 늘 아버지에게 권하여 감용을 해치게 하였다.
무우는 드디어 감용을 죽이는 방편을 만들었다. 감용 부인은 밤에 불경(佛經)을 읽고
거듭해서 베껴 쓰려고 대신에게 말했다.
“자작나무 껍질과 패엽(貝葉)과 붓과 먹과 등불이 필요하니, 이것들을 많이 들여다 놓으시오.”
대신은 명에 따라서 갖다 바쳤는데, 자작나무 껍질 안에다가 은밀하게 불붙은 숯을 넣어서 궁문(宮門)에 갖다 놓았다. 밤이 되자 바람에 불려서 불이 크게 일어나서 불길이 누각 위로 솟구쳤다. 성 안의 사람들이 모두 물을 가지고 와서 함께 불을 끄려고 하였다. 이때 무우 대신은 날카로운 칼을 빼어 들고 막아서서 사람들을 나아가지 못하게 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내궁(內官)을 겁탈하려 드느냐?”
사람들은 드디어 흩어졌다. 이때 감용 부인은 5백 명의 시녀들과 함께 누각위로 올라가서 여러 시녀들에게 말했다.
“나와 너희들이 함께 스스로의 업(業)으로 불러들인 것인지라 끝내 피할 수가 없구나.”
그리고 게송으로 설하였다.

내가 성의 벌어진 틈이 있는 곳에서
멀리 세존을 뵈옵고
가르침에 의지하여 수행을 갖추었더니
이미 진실한 이치를 얻었노라.

여인들 모두가 불더미에 몸을 던지니 마치 날아가는 나비와도 같았다. 동시에 모두 죽었는데 꼽추 시녀만은 도랑으로 나와서 불의 재앙을 면할 수 있었다. 무우 대신은 새벽이 되자 여인들의 뼈를 거두어서 시체를 버리는 숲에 버렸다. 필추가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이 일을 보고서 돌아와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로 인하여 자세히 설하시기를 『증오경(增五經)』처럼 하시고, 나아가 세존께서는 필추들을 데리고 시체를 버리는 숲이 있는 곳으로 가셔서 5백 명의 시체를 보시고 여러 필추에게 게송을 설하셨다.

어리석음에 속박된 세간 사람들은
나쁜 일을 가지고 착하다고 하며
애욕에 탐착되어 얽매인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흑암지옥(黑闇地獄)에 살면서

착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착하다고 하나니
모두가 공(空)하여 없는 것을 관찰하고
마땅히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말지니라.

그때 백성들과 남아서 지키던 신하들은 감용 부인이 죽은 것을 보고서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드디어 슬픈 일을 잘 이야기하는 사람을 불러다가 말했다.
“당신은 이제껏 임금의 녹봉을 받았으니 지금이야말로 그 대가를 치를 때입니다. 대왕께 가서 아뢰기를 ‘감용 부인께서 불에 뛰어들어 돌아가셨습니다’라고 하시오.”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그 사람은 곧 대신들과 의논하였다.
“한 폭의 그림을 그리되 감용 부인에게 있었던 인연과 불에 몸을 던져 죽는 모양을 그리시오. 아울러 코끼리와 말 각각 5백 마리와 진금(眞金) 1억을 주고서 별도로 사병(四兵)을 장엄하도록 하십시오. 이와 같이 준비가 된다면 제가 마땅히 가겠습니다.”
대신이 모든 것을 준비하자, 슬픈 일을 말하는 사람은 그 군대를 거느리고 왕의 병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왕의 병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신에게 편지를 주어 오타연왕에게 아뢰게 했다.
“나는 아무 나라의 대왕인데 하나 뿐인 아들이 살해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죽은 아들을 찾아서 이 나라에 와서 코끼리와 말 나아가 금을 갖고서 아들의 목숨과 바꾸고자 합니다. 만약 승낙을 하신다면 좋겠지만 들어주지 않으신다면 기필코 전쟁을 하겠으니, 원컨대 왕께서는 나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편지를 펴서 글을 읽은 왕은 웃으면서 사신을 보내 외국의 왕을 불러오게 하였다. 이윽고 외국의 왕이 도착하자, 오타연왕은 거듭 신문하고 나서 물었다.
“왕께서는 일찍이 죽은 사람을 찾아서 목숨을 살렸다는 것을 보셨습니까?”
“만약 죽은 사람을 찾아도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신다면, 이 그림을 열어서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왕이 드디어 열어서 살펴보고는 말했다.
“어찌하여 감용 부인이 불에 타 죽었는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원하옵건대 왕께서는 죄를 너그러이 용서하시어 저를 책망하지 마소서. 왕께서 근심할까 걱정이 되어 임시방편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설하였다.

저는 왕도 아니오며 아들이 죽은 것도 아닙니다.
저는 왕의 신하로서 왕의 녹을 먹고 있습니다.
사랑스럽지 못한 일이 있어서 왕께 알린 것이오니
원하옵건대 은혜를 베푸시어 이 죄를 용서하소서.

왕은 듣고 나자 곧 군대를 돌이켜 교섬비국으로 돌아가서
법관에게 명하였다.
“무우를 잡아다가 몸에 자광(紫礦)을 바르고 뜨거운 그릇 안에 넣어서 그의 목숨을 끊으라. 또 무비는 길들이지 않은 거친 말에 머리카락을 매어 발로 밟아서 죽게 하라.”
법관인 대신은 무우를 죽이고 무비 부인은 땅 속의 감옥에 가두었다. 왕은 7일이 지나도록 무비가 보이지 않자 몹시 걱정이 되어 초췌해졌다.
왕이 물었다.
“무비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대신이 말했다.
“왕께서 칙명으로 죽이라고 명하셨습니다.”
왕은 말했다.
“감용 부인은 이미 불에 타서 죽었고 무비도 이제 죽었으니, 경들은 나로 하여금 출가를 하게 하려는 것인가?”
여러 신하들은 모두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신하는 왕의 생각을 알자 드디어 무비를 감옥에서 나오게 해서 왕에게 뵈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그 까닭을 묻고 기이한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왕은 의심이 나서 드디어 부처님께 가서 여쭈었다........(자세한 것은 생략한다)......나아가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어떠한 인연 때문에 감용 부인은 불환도과(不遷道果)를 얻었으며, 5백 명의 시녀들을 몸종으로 삼았다가 모두가 동시에 불에 타서 죽게 되었으며, 다만 꼽추 여인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본래의 인연을 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지나간 옛날에 바라니사국에 왕이 있었는데 이름을 범마달다(梵摩達多)라 하였습니다. 그 왕의 최대부인(最大夫人)은 어느 때 5백 명의 시녀들과 함께 꽃동산을 구경하다가 향내 나는 못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는 못에서 나오자 추워서 불을 구하였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독각성자(獨覺聖者)가 초암(草庵) 하나를 짓고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부인이 한 시녀에게 명하였습니다.
‘네가 불로 저 초암을 태우도록 하여라.’
드디어 여인은 그곳에 갔다가 출가한 사람이 초암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자 차마 불을 지르지 못하였습니다. 부인은 스스로 가서 불을 놓았습니다. 여러 시녀들이 함께 웃으면서 다들 말하기를 ‘좋은 불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성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서 불 속으로부터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큰 신통을 나투어 고통을 제거해주려고 하였습니다. 여인들은 그 모습을 보자 내려오시길 청하면서 슬피 참회하기를 구하고 음식을 베풀어 공양을 드리면서 각자 발원을 하였는데, 그때의 부인이 바로 감용 부인이며 그 시녀들은 바로 5백 명의 궁녀들입니다.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비록 다시 아름다운 얼굴과 성도과(聖道果)를 얻기는 하였지만, 5백 생 동안을 5백 명의 시녀와 함께 불에 타서 죽게 된 것입니다. 심부름을 했던 그 시녀는 바로 꼽추 여인이니, 불을 지르려고 하지 않았던 까닭에 어려움을 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착하고 악한 과보는 분명한 것이니,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왕은 또 청하여 여쭈었다.
“무슨 인연으로 그 꼽추 여인은 꼽추의 과보를 받았으며, 경(經)을 한 번 듣고 깨닫기는 하였으나 어떻게 천한 지위에 있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바라니사국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을 선속(善續)이라 하였습니다. 그때 장자는 5백 명의 독각성인(獨覺聖人)을 청해서 집에 오시어 공양을 드시게 하였습니다. 그 대중 가운데 한 독각은 몸에 풍질(風疾)이 있어서 음식을 먹을 때 손이 떨려서 발우가 떨어지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선속 장자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독각이 손을 떠는 것을 보자 팔목에 끼는 팔찌를 벗어서 그의 발우를 지탱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발우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자 곧 발원하였습니다.
‘마치 이 발우가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제가 내생에 들은 바의 묘법(妙法)을 마음에 흔들림 없이 깨달아서 잊지 않게 하소서.’
다시 한 성인이 몸이 굽어지는 병을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공양하는 때 보이지 아니하였습니다.
딸이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한 분의 성자께서는 어찌하여 공양하러 오지 않으셨습니까?”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성자께서는 어떻게 생기신 분이냐?”
딸은 곧 장난스런 마음으로 성자의 형상을 흉내 내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생기신 성자께서 대중 가운데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 늘 친척을 머슴이라고 불렀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발우를 받치고서 발원한 힘 때문에 이제
듣고 지니는 것이 총명하여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며, 업신여기는 마음을 내어 성인을 흉내 낸 까닭으로 이제 꼽추의 과보를 받은 것이며, 예전에 남을 불러서 머슴이라고 하였던 까닭에 또한 천한 무리에 있게 된 것입니다.“
왕은 다시 부처님께 청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무비는 7일 동안을 땅 속 감옥에 갇혀서 음식을 먹지 못하였는데도 용모가 변하지 않았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세에 어떤 바라문족의 여인이 찰제리족의 여인과 친구사이였는데, 그 찰제리족의 여인은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서 늘 필추에게 때에 알맞게 음식을 보시하였습니다. 뒤에 바라문족의 여인은 찰제리족의 여인에게 명하여 집에 와서 밥을 먹게 하였는데, 그녀가 집에 와보니 어떤 독각(獨覺) 성자가 걸식을 하려고 그 집에 와 있었습니다.
찰제리족의 여인이 바라문족의 여인에게 말했습니다.
‘성자께 먹을 것을 드리십시오.’
바라문 여인이 말했습니다.
‘나는 줄 수가 없소.’
찰제리 여인이 말했습니다.
“만약 드릴 수가 없다면 내가 집으로 돌아갈 테니 내 몫을 받들어 보시하십시오.”
그러자 바라문족의 여인은 친구의 뜻에 따라 음식을 가져다가 보시하였습니다. 찰제리족의 여인은 음식을 보시하는 것을 보자 그녀에게 발원을 하라고 했고, 그녀는 즉시 발원을 하였습니다.
‘원컨대 제가 이 복으로 금생이나 후생에 다른 뛰어난 복을 받을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당해서 굶주림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소서.’
그 원력으로 말미암아 이제 굶주림을 당하지 않고 얼굴과 용모도 변하지 아니한 것입니다.”
훗날 다른 때에 묘음 장자(妙音長者)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하였는데, 어떤 심부름하는 여인에게 항상 공급을 하게 하였습니다. 이 여인이 병을 앓게 되어 죽게 되었는데, 그녀는 임종할 때 이렇게 발원을 하였습니다.
“제가 요즈음 힘을 들여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드린 복된 인연으로 이 몸을 버리고 나면 마땅히 묘음 장자의 최대부인에게 의탁하여 새로 태어나되, 얼굴과 용모가 매우 아름다워서 묘용(妙容)과 서로 비슷하게 닮아서 오타연왕이 저를 후궁으로 맞아들이게 하소서.”
이러한 발원을 하고 나자 곧 부인에게 의탁하여 모태(母胎)에 머물렀다. 아홉 달이 지나서 막 태어날 즈음에
분만실에 광명이 가득하였다. 이로 인하여 이름을 길상혜(吉祥慧)라 하였고 전생의 일을 기억하였다. 나이가 들어 점차 자라자, 전생에 심겨진 신심으로 구수 아난타가 차례로 걸식을 다니다 그의 집에 이르렀다. 길상혜 여인은 발에 정례(頂禮)하고 나서 아뢰었다.
“성자시여. 원하옵건대 저의 말씀을 갖고 가셔서 세존님과 성중(聖衆)들에게 공경히 예배드리면서 ‘병과 근심이 없으셔서 기거하시는데 편안하시고 다니시는데 편안하신지요?’라고 안부를 여쭈어 주시기 바라나이다.”
아난타는 머무는 곳으로 돌아오자 길상혜가 부탁한 말씀을 갖고서 세존과 대중께 예배드리고 안부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 길상혜 여인을 아느냐?”
아난타가 아뢰었다.
“알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녀는 묘음 장자의 동산 가운데에서 공양을 드릴 때에 심부름을 하던 여인이니라. 승가에 공양을 드린 것으로 말미암아 원력을 발하였던 까닭에 묘음 장자의 집에 다시 태어난 것이니라.…(생략)…”
나아가 이미 장성하고 나자, 높은 누각 위에 올라가 오타연왕을 바라보았다. 왕이 멀리서 그녀를 보고는 ‘이는 무비(無比)이다’라고 하고는 드디어 장자를 불러서 물었다.
“무슨 까닭에 집 안에다가 오랫동안 무기를 숨겨두었소?”
“그렇지 않습니다.”
왕은 믿지 아니하고 말을 거듭해서 누구냐고 물었다.
“저의 딸입니다.”
왕이 말했다.
“딸이든 아니든 나에게 시집을 보내도록 하시오.”
드디어 성대하게 예를 갖추어 후궁으로 맞아들이고 5백 명의 시녀를 주어서 시중을 들게 하였다. 그때 길상혜는 세존과 스님들을 뵙고자 하여 곧 왕에게 알렸다. 왕은 그녀의 뜻에 따라 공양을 준비한 뒤에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해서 7일 동안 궁중에서 공양을 드리고자 하였다. 왕은 친히 부처님이 계신 곳에 가서 위의를 갖춘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길상혜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궁중에서 음식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받아들이셨다. 왕은 예배드리고 물러난 뒤 돌아와서 부인에게 알렸다. 그리고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마련하고는 시종을 보내서 때가 되었음을 아뢰게 하였다.
세존께서는 가지 않으시고 사리자로 하여금 대중들과 함께 가게 하셨다.
그러나 왕궁의 문 앞에 도착하자 문득 들어서지를 못하였다. 왕이 명하여 들어오게 하자 사리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해서 함부로 대궐의 문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는데, 지금은 왕의 명을 받았으니 다시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인연을 용납해서 허락하실 것이다.’
그리고는 궁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길상혜 부인과 왕은 자신의 손으로 훌륭한 음식을 가져다 바쳤다. 먹기를 마치고 나서 법문을 들으니, 부인은 앉은 자리에서 예류과(預流果)를 얻었다.
7일이 지나자 승중(僧衆)은 인사하고 물러나왔다.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오자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지난 일들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내가 아직 허락해 열지 아니했는데도 너는 이미 때를 알았구나.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 것은 인연에 따른 것이니라. 모든 필추를 위하여 거듭해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찰제리관정왕(刹帝利灌頂王)이 아직 보배와 보배 종류를 갈무리하지 않았는데도 궁문(宮門)의 문지방을 지난다면, 다른 인연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해가 아직 뜨지 않았다’는 하늘이 아직 밝지 않은 것으로 세 가지 상(相)이 있다. ‘왕’과 ‘보배’ 등은 모두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궁문(官門)의 문지방’에는 세 가지 구별이 있으니, 성문(城門)과 왕문(王門)과 궁문(宮門)을 말한다. ‘지난다’는 것은 발이 넘어서는 것을 말한다. ‘다른 인연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것은 수승한 법을 얻은 사리자와 같은 경우는 제외한다는 말이다.
죄를 해석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필추가 아직 해가 뜨지 아니하였는데도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는 생각과 의심을 하면서 성문을 넘어 들어간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이미 해가 떴는데도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는 생각과 의심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악작죄를 얻는다. 왕문(王門)인 경우에도 또한 그러하다. 만약 궁문(官門)을 넘어서면서 생각하고 의심하는 것은 본죄(本罪)이고, 다음 두 구(句)는 악작죄이고 다음의 두 구는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왕과 왕비, 그리고 태자와 대신을 부르는 것은 또한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거나, 혹은 미치고 마음이 어지러워서 매우 고통스러운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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