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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66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44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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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44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44권


의정 한역


82) 입왕궁문학처(入王宮門學處)①
첫머리에 총체적 게송으로 총괄해서 말했다.

첫머리에는 두 난타용왕(難陀龍王)이 있고
칠 일 동안 공양한 일과 선여 장자(善與長者)와
다섯 사람과 네 가지 희유한 일과
승만 부인(勝鬘夫人)이 대왕을 가르친 일이요

두 성(城)에 흥성함과 쇠퇴함이 있었던 일과
월광 부인(月光夫人)이 밤에 알린 일과
선도왕(仙道王)이 출가한 일이과
영승왕(影勝王)이 게송으로 물은 일이며,

정계왕(頂髻王)이 부왕(父王)을 죽이고
마땅히 무간지옥(無間地獄)에 태어난 일과
아첨하는 두 신하의 말을 받아들여
두 아라한(阿羅漢)이 실제로는 없다고 비방한 일이요

두 충신은 보배를 거두어 떠나고
흙먼지가 성안에 가득 찬 일과
대신이 아들과 딸을
각각 스승에게 맡긴 일이며,

감안동자(紺顔童子)가 스승을 따라간 일과
선도(仙道) 등의 인연과
선재장자(善財長者)가 사찰을 조성한 인연과
준타필추(准陀苾蒭)가 일곱 가지 복(福)을 논한 일이요

힘센 장사와 광야수동자(曠野手童子)와
감용동녀(紺容童女)가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한 일과
무비여인(無比女人)과 침(針)을 놓는 사람과
사자(師子)의 일을 자세히 말한 것이며,

두 사람이 선악을 설한 것과
감용(紺容)이 모두 불에 태워진 일과
곡척(曲脊)과 승가를 공양한 사람과
왕궁에 들어가는 일이 마지막이네.

(1) 난타(難陀)와 오파난타(鄔波難陀)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아란야의 나무 아래에서, 혹은 빈 방 안에서, 혹은 산에 있는 절벽의 움푹 파인 굴에서, 혹은 풀 더미 속에서, 혹은 노지(路地)에서 머물거나, 혹은 시체를 버리는 숲에 있거나, 혹은 다른 숲 속에 있거나, 혹은 구석진 방에 머물면서 거칠고 다 떨어진 와구(臥具)를 수용해야 하니, 이와 같은 곳을 향해 바깥의 반연을 쉬고 단정한 마음으로 정려(靜慮)해서 번뇌를 끊기를 구하되 방일하다가 훗날 근심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이것이 나의 진실한 가르침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사유(思惟)하는 일을 말씀하시면서 마음이 산란하고 시끄러운 것을 버리도록 하셨다.
그때 어떤 필추는 세속통(世俗通)을 얻었는데 문득 수미산으로 가서 정려(靜慮)를 닦았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미산왕(須漏山王)은 아래로 금륜(金輪)으로부터 바다 가운데까지가 팔만유순(由句)이며, 물 위로 높이 솟은 것이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 형상은 사방이 날카롭게 모가 나 있어서 각각 이천 유순이니, 인천(人天)이 즐겨 관해서 그 형상이 단정하느니라.
위에 있는 삼십삼천(三十三天)은 사보(四寶)로 이루어져 있으니, 동쪽은 수정이고 남쪽은 폐유리(吹琉璃)이고 서쪽은 백은(白銀)이며 북쪽은 황금이니라. 이 산 아래에 있는 대해(大海) 가운데에는 용왕의 궁전이 있는데, 이 또한 사보로 이루어졌으며 수용하는데 부족한 것이 없다. 이름을 난타(難陀)와 오파난타(鄔波難陀)라고 하는 두 용왕(龍王)이 이곳에 살면서 각각 팔만 사천의 여러 용들을 권속으로 삼고 있느니라. 이 두 용왕은 설사 금시조왕(金翅烏王)이라 하더라도 손상시키고 해칠 수가 없으며, 먹는 음식은 모두 천(天)들의 훌륭한 공양과도 같으니라.”
두 용왕은 탐애(貪愛)로 말미암아 각자 그 몸으로 산을 일곱 번을 둘러서 머리를 세우고는 함께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내가 수용하는 것들은 모두가 복업(福業)으로 있게 된 것들이다.’
용왕은 질투하는 마음으로 매일 세 때에 독 기운을 토해냈는데, 그 결과 이백오십 유순 안에 있는 새와 짐승들 중에 독 기운을 맡은 것들은 모두 죽었다. 용왕은 독 기운을 토해내고 나면 문득 졸았다. 여러 필추들은 정려를 닦다가 용의 독 기운으로 말미암아 살갗과 살이 변색되고 초췌하고 누렇게 되었다.
세존께서 ‘너희 필추들이 계율이 청정하기를 바란다면 반달에 한 번씩 포살을 하여 죄가 소멸되기를 구하여 자자(自恣)를 행할지니라’라고 하신 말씀에 따라 필추들은 포살하는 날이 되자 모두 와서
물었다.
“무슨 까닭에 당신들은 안색이 평상시와 달리 이렇듯 아픈 기색이 있습니까?”
그 숲에서 정려하던 필추들이 그 인연을 자세히 말하니, 여러 필추들이 말했다.
“용이 해롭게 하는데 어찌하여 조복시키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오직 세존이나 큰 성문(聲聞)이라야 능히 조복을 시킬 수가 있습니다. 제가 감당할 바가 아닙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나의 제자들 중에서 누가 그 두 큰 용왕을 항복시킬 수 있는가?’
부처님께서는 대목건련이 결정코 굴복시킬 수 있음을 아시고 곧바로 대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마땅히 난타와 오파난타 두 큰 용왕을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여라.”
대목건련은 “예”하는 대답으로 가르침을 받들고 나서 방편으로 정(定)에 들었다. 그는 실라벌성에서 사라져서 수미산 위로 나와 용의 몸 위에서 경행(經行)을 하였지만 용은 자느라고 깨닫지 못하였다. 다시 머리 위로 올라갔으나 마찬가지로 알지 못하였다. 목건련은 곧 용왕의 뱃속으로 들어가 크게 벼락을 쳤지만 여전히 자느라고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때 존자는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용에게는 두 가지 인연이 있어야만 항복시킬 수 있겠구나.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용을 성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공포심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내가 용으로 하여금 성나게 한다면 섬부주를 모두 진동시킬 것이니, 나는 이제 마땅히 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도록 해야겠다.’
그리고는 신통변화로 용으로 변했는데, 그 크기가 두 용왕보다 세 배나 컸다. 몸으로 두 용을 일곱 번을 감은 다음 머리를 세우고 있었다. 용왕은 자기 몸이 눌리는 것을 느끼자 곧 잠에서 깨어나 그 큰 몸을 보고는 매우 두려운 마음으로 근심하고 당황하면서 어쩔 줄을 모르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사는 곳을 이제 저것에게 빼앗기겠구나.’
용완은 즉시 작은 몸으로 변화하여 용궁을 버리고 도망하였다. 존자 대목건련은 곧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용의 앞을 막고는 용모를 단정하게 하고 머물면서 물었다.
“너희 두 용왕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
“어떤 대덕(大德) 용이
와서 저희들의 목숨을 해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용궁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곤란한 사연이 있어서 다른 곳으로 도망을 하는 길입니다.”
“내가 지난번에 너의 궁전에 갔을 때에는 그런 일을 보지 못하였다.”
“저희들이 직접 보았습니다.”
“너희는 궁으로 돌아가서 나에게 그 대덕 용의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대덕께서는 어찌하여 다시 저희를 죽이려고 하십니까?”
“나와 함께 가서 보도록 하자. 누가 감히 살상을 하겠느냐? 마땅히 되돌아가서 그 형상을 보도록 하자.”
용과 존자는 다시 머물던 곳으로 되돌아갔으나 다만 텅 빈 궁전만이 보일 뿐 다른 것은 없었다.
두 용이 물었다.
“성자께서 저희의 교만함과 포악성을 보시고 놀랍고 두려운 모양으로 나투신 것이 아닌지요?”
존자는 말했다.
“아마 그럴 수도 있느니라.”
그 용이 말했다.
“성자시여 , 무슨 연고로 이곳에 오셨나이까?”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라. 너희들은 과거에 비루하고 못된 업을 지어 축생 가운데 떨어져서 이러한 나쁜 과보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사납고 독한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살해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니, 그 몸이 죽고 나면 지옥이 아니고는 달리 태어날 곳이 없느니라.”
두 용왕은 함께 와서 발에 예배드리며 말했다.
“저희들로 하여금 무슨 일을 하게 하시렵니까?”
“너희들은 이제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을 하지 말며 나아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수미산을 의지하여 살고 있는 짐승들에게 살생하는 마음을 갖지 않아야 하며, 그들을 공포에서 구하고 제도하려는 마음을 베풀어야 하지 놀라고 두렵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용이 말했다.
“저희들은 우매하고 어리석어 스스로는 깨달음의 지혜가 없나이다. 다행히 성자께서 고통의 나루로부터 구제하여 주신 은혜를 입어 스스로 마음에 맹세하고 가르침에 삼가 의지해서 지금으로부터 목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고뇌를 끼치지 아니하고 자신의 자식처럼 사랑하면서 성내고 독한 마음을 없애겠나이다.”
대목건련은 두 용을 굴복시키고 나서 본래의 처소로 돌아오려고 하였다.
그러자 두 용왕은 존자의 발에 예배드리고 말했다.
“대덕이시여, 저희가 미혹의 나루에 떨어져 있다가 구제하여 주신 은혜를 입었으니,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시거든 저희들의 말을 대신해서 ‘세존께서는 병과 고뇌가 없으시고 일상생활의 기거가 가볍고 편안하시며 기력은 편안하신지요’라고 안부를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원하옵건대 대사(大師)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불쌍히 여기셔서 필추와 필추니 등이 식사를 마치고 복송가타(福頌伽他)1)를 할 적에는 저희 이름을 일컬어 복으로써 구제를 드리우시어 이 악업을 버리고 선취(善趣) 가운데에 태어나게 하소서’ 하는 말을 전해주신 다음 세존의 두 발에 정례(頂禮)하여 주십시요.”
목련이 말했다.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말씀드리겠노라.”
대목련은 할 일을 마치고 마치 힘센 장사가 폈던 팔을 굽히는 잠깐 사이에 수미산에서 사라져 서다림에 나타났다. 그리고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두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두 난타(難陀) 용을 항복시키고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게 해서 수미산에 살고 있는 유정(有情)들에게 모두 자비심을 일으키도록 하였나이다. 두 용왕은 덧붙여서 세존의 발 아래에 예배 공경하옵고 ‘대사께서는 병과 고뇌가 없으시고 일상생활의 기거가 가볍고 편안하시며 기력이 괜찮으신지요? 저희가 악업(惡業)으로 인해 축생에 떨어져 여러 고난을 받고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구제하여 주소서’라고 말했습니다.”
용왕이 청한 뜻을 갖추어 말씀드렸더니, 세존께서는 들으시고 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그 두 용왕은 능히 염리심(厥離心)을 내었구나.”
그리고는 모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으로부터 나의 모든 제자 필추ㆍ필추니들은 매번 식사를 마칠 때마다 탁의나가타(鐸欹拏伽他)2)를 설하되, 그 두 용왕의 이름을 일컬어서 축원을 하여 악도를 버리고 선취(善趣) 가운데에 태어나게 하여라. 마땅히 이와 같이 해야 하며, 만약 나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는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느니라.”
두 용왕은 이후로 매월 8일ㆍ15일ㆍ23일ㆍ30일마다 밤에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낮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세존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함께 예배드려 공경하고 팔지학(八支學)3)을 받았다. 또 매번 올 때마다 수미산에서 실라벌성에 이르기까지 길의 좌우에 용병(龍兵)을 늘어세워서 허공에 가득 차게 하여 시위(侍衛)하게 하였다.
그 후 어느 날, 용은 장자의 모습으로 변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묘법을 듣고 있었다. 승광대왕도 그 시간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는데 문 밖에 이르자 신하에게 명하였다.
“네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어떤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보아라.”
그 신하는 명을 받들고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린 후에 두 장자가 세존이 계신 곳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왕이 있는 곳으로 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두 장자가 세존이 계신 곳에 있습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그 두 장자는 나의 백성이니 내가 오는 것을 보면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승광왕이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하려 하자, 두 용왕은 나라의 왕이 오는 것을 보고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이미 국왕을 보았으니 위의를 고치는 것이 합당하겠나이다. 저희는 이제 법을 존중하여 그냥 앉아서 들어야 되나이까? 아니면 왕을 공경하여 일어서야 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불세존(佛世尊)과 아라한 등은 모두가 법을 공경하였느니라.”
이 인연으로 세 구절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현재의 모든 세존께서는
능히 일체의 근심을 단절하셨네.

모두가 함께 법을 존중하나니
말할 때나 움직이고 머무를 때나
언제 어느 때에나
바른 법을 존중하시네.

이러한 까닭에
부유하고 풍성한 즐거움을 바라거든
마땅히 법을 존중하고 공경하여
언제나 모든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 두 용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자 비록 왕이 오는 것을 보았으나 공경하는 위의를 갖추지 아니하였다.
왕은 그것을 보자 곧 생각하였다.
‘이 두 장자는 나의 백성인데, 내가 오는 것을 보고도 공경하여 존중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구나.’

왕은 성 내고 한스러워 하면서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두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은 왕의 성내는 마음을 알고는 다른 말씀만 하고 설법은 하지 않으셨다.
승광왕이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원하옵건대 대사(大師)께서는 저를 위하여 법을 설하여주소서.”
부처님은 이 인연으로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약 청정한 마음이 없이
성내는 마음을 품는다면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미묘법을 알아들을 수 없나니

다투는 마음과
청정하지 못한 마음을 항복시켜서
능히 성내는 마음을 제거할 수 있어야만
모든 부처님의 법을 알 수 있다네.

승광왕은 게송을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두 장자로 말미암아 드디어 세존께서 때 아니게 나를 위하여 법요를 자세히 설법하시게 되었구나.’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드린 뒤 신하에게 말했다.
“너는 부처님 곁에 있던 장자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문 밖에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두 사람 다 목을 베어라.”
이때 두 용왕이 데리고 있던 종자들이 왕이 분한 마음을 품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 모두 경악하여 의논하였다.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은 능히 높은 산을 부숴버리고 큰 바다를 고갈시킬 수 있는데, 왕이 무슨 세력이 있기에 감히 이런 말을 하는가?”
그러고는 즉시 갑자기 겹겹의 구름을 일으키고 벼락을 때리면서 허공 속에서 칼날이 선 장대와 칼로 된 수레바퀴와 화살과 창을 모두 내려 보냈으나 아직은 땅에 이르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무망념(無忘念)을 얻으시고 대목건련에게 알리셨다.
“너는 빨리 숭광왕과 이 성 안에 있는 모든 유정(有情)의 무리들을 생각하도록 하여라.”
대목건련은 대답을 하고 나서 가르침을 받들어 즉시 자정(慈定)4)에 들었다. 정(定)에 들자마자 허공 속에서 천화(天花)5)와 구물두(俱勿頭)6) 등이 비 오듯 땅에 떨어졌다. 이때 승광왕이 궁 안으로 들어가다가 천화가 두루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왕은 기이하게 여기면서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고 드디어 궁 안의 왕비와 후궁과 왕자와 대신과 바라문과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서 모두 모이게 한 뒤 명을 내렸다.
“내가 얼마 전에 서다림으로부터 궁 안으로 돌아오다가 천화(天花)가 떨어지는 걸 보았는데 일찍이 보지 못하던 일이다. 이 일이 누구의 위력(威力)인지를 알지 못하겠구나.”
왕의 가까이에 있는 신하로서 말을 듣기 좋게 하는 자가 말했다.
“이것은 대왕께서 법답게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크게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셨기에 여러 천(天)이 기뻐하여 미묘한 꽃을 떨어뜨리는 것이옵니다.”
왕이 말했다.
“내가 항상 법으로써 사람을 편안하게 하였으니 응당 복력(福力)이 그러한 것이다.”
궁 안의 여인들이 말했다.
“저희들이 정숙하게 살면서 오직 임금님만을 섬기고 다른 남자들에게는 삿된 마음을 영원히 단절하였더니, 천신(天神)이 훌륭히 여겨서 상서로운 일로 경하하는 것입니다.”
태자는 말했다.
“제가 부모님께 마음을 다하여 효도로써 봉양하였더니 신령이 감응하여 이러한 상서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대신은 말했다.
“대왕께서 명령을 내리신 것을 저희들이 받들어 행하여서 백성들을 교화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므로 하늘 꽃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바라문은 말했다.
“저희들이 4계절에 순응하여 하늘과 땅에 공경히 제사하고 청정한 행을 빠뜨리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러한 꽃이 내리는 것입니다.”
용맹스런 장수는 말했다.
“나라에 반역하는 자가 있으면 우리가 먼저 군대를 일으켜서 사람들을 편안하게 위무하였으므로 이런 가상한 일이 감응하게 된 것입니다.”
백성들이 말했다.
“우리들이 몸소 논밭을 갈아 임금님과 나라에 세금을 바쳐서 한 시절도 어기는 일이 없었으므로 신명(神明)이 함께 아시고 공경하고 부지런함을 나타내어 상서로운 꽃을 널리 흩뜨리는 것입니다.”
왕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저마다 자기의 훌륭함을 말하는 것을 듣고서 생각하였다.
‘이 신묘하고 기이함은 세상에서 아직 볼 수 없었다. 누구의 복력(福力)인 줄을 알지 못하겠다. 나는 이제 마땅히 세존께 가서 청하여 여쭈어 보는 것이 좋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나는 마땅히 믿고 받아들여야겠다.’
그때 승광왕은 하늘 꽃을 옷자락에 가득 담은 채 큰 코끼리를 타고 급고독원 밖에 이르러서 발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세존께 예배드린 후에 한 쪽에 앉아서 위의 일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이 천화(天花)는 대왕의 힘도 아니며 또한
내궁(內宮)과 왕자ㆍ신하ㆍ뭇사람들의 위덕(威德)에 의해 내리게 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대목건련의 위신력(威神力)입니다. 대왕이여, 전에 목건련으로 하여금 관찰케 하지 아니하고 자비심으로 불쌍히 여기게 하지 않았다면 잠깐 사이에 실라벌성의 왕과 백성들이 모두 티끌이 되었을 터인데, 그의 자비와 깊은 정력(定力)으로 말미암아 드디어 천화(天花)가 곳곳에 가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왕과 신하와 백성들은 대목련에게 마땅히 공양을 해야 합니다.”
승광왕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오직 성자 목련만이 저 자신과 궁 안의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티끌이 되지 않고 목숨을 보존할 수 있게 한 것이며, 어째서 이 은혜의 힘은 세존도 아니옵고 다른 제자도 아니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나의 힘도 아니며 또한 다른 성문제자(聲聞弟子)의 힘도 아니며 다만 목련의 힘입니다. 왕께서 마땅히 의심하신다면 옷자락에 있는 천화(天花)를 땅에 떨어뜨려 보십시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꽃을 땅에 버리자 모두 칼과 검륜(劍輪)과 창으로 변했다. 왕은 그것을 보자 크게 두렵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놀라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병장기들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대왕이여, 왕은 어찌하여 생각하지 못하십니까? 전에 신하에게 명하여 난타와 오파난타 두 용왕이 있는 곳에서 성나고 독한 마음으로 포악한 말을 하여 그 목숨을 끊게 하지 않았습니까? 용왕이 있던 곳의 권속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성을 내면서 검은 구름을 일으켜 허공 속에 여러 칼날과 검과 화살과 창을 내리게 하였습니다. 대목련이 이 일을 보고는 곧 자정(慈定)에 들어서 왕과 궁 안의 사람들과 백성들이 모두 마멸되지 않도록 드디어 병장기들을 모두 천화(天花)로 변화시켜서 모든 사람들을 안락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이 그 두 용왕을 보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사람을 시켜서
목숨을 끊게 할 수 있었겠나이까?”
“왕께서 기억하지 못하신다면 제가 기억이 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왕께서 전에 저의 처소에 있던 두 장자가 왕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자 왕께서 분노해서 시종들에게 그 목숨을 끊게 하도록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저는 기억합니다.”
“그 두 장자가 용왕이었습니다. 법을 듣기 위하여 사람의 형상이 되어서 저의 처소에 왔던 것입니다.”
“저의 육안(肉眼)으로 말미암아 신룡(神龍)을 알아보지 못하였나이다. 이미 허물이 있게 되었으니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그 두 용왕의 처소에 가서 참회를 하십시오.”
“그들은 수미산에 있고 저는 마갈타국에 있어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어떻게 사죄를 하겠습니까?”
“두 용왕이 매월 8일과 포살을 하는 날에 법을 듣기 위하여 반드시 저의 처소로 올 것이니, 왕께서 오신다면 제가 마땅히 두 용왕의 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왕께서는 사죄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그 용에게 사죄하기를 구할 때에 그 발에 예배드려야 합니까?”
“대왕께서는 발에 예배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오른 손을 펼치고 그 용 앞에 가서 말씀하시기를 ‘두 용왕이여, 내가 거친 말을 하였으니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시면, 두 용왕은 함께 용인해줄 것입니다.”
“삼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마땅히 그와 같이 하겠나이다.”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왕궁을 되돌아갔다. 뒤에 포살날이 되자 용은 사람의 몸으로 변하여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왔고, 왕도 마찬가지로 다시 와서 세존을 우러러 뵈었다. 부처님은 모양을 나투시어 용왕을 가리켜 보여주었다. 승광왕은 부처님께서 나투신 모양을 보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가다듬고 두 용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오른 손을 펴고 이렇게 말했다.
“두 용왕께서 용서해주신다면 다행이겠습니다.”
두 용왕이 대답했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그 둘이 함께 용서해주었다.

(2) 칠일(七日)
그때 승광왕이 생각했다.
‘나의 거친 말로 말미암아
용왕의 병사들을 고뇌하게 하고 구름과 벼락과 갖가지 칼날과 칼이 쏟아지게 하였지만, 성자 대목건련의 자정력(慈定力)으로 천화(天花)로 변화시켜서 우리들을 살게 하였다. 이제 내가 성자께 은혜를 보답해야겠으니,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7일 동안 공양을 드려야겠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부처님과 스님들께서는 7일 동안 저희 집에 오셔서 보잘 것 없는 공양이나마 불쌍히 여기시어 받아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왕이 청하는 것을 보시고 잠자코 받아들이셨다. 왕은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자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왕이 밖에 나와서 대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성자 대목건련으로 인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칠일 동안 집에 오시어 공양을 드시도록 청하였으니, 경들은 마땅히 큰 길을 소제하여 꾸미고 성곽을 장엄하고 훌륭한 음식을 마련해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기다리도록 하라.”
대신은 명을 받들어 모든 것을 준비하였다. 왕궁 안에서부터 서다림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는 보배로 장식한 당번(幢幡)을 덮고 향과 꽃 등을 가득 채워서 장엄하게 치장하기를 마쳤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말씀드리게 하였다.
“부처님과 스님이시여,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나이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과 대중께서는 끼니 때에 가십시요.”
그때 세존께서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의발을 챙기고 대중들을 뒤따르게 하여 왕의 집에 이르렀다. 음식이 마련된 곳으로 가셔서 먼저 설치된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이때 승광왕은 대중이 다 자리에 앉은 것을 보자 스스로 갖가지 청정하고 훌륭한 음식을 가져다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봉양하였다.
식사를 마치자 세수와 양치를 끝낸 다음 대왕을 위하여 시송가타(施頌伽他)와 아울러 묘법을 자세히 설하시고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 오셨다.
첫날에 이미 그러하였고 또한 7일 동안 모두 그렇게 해서 성중(聖衆)이 식사를 마치면 대왕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고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 오셨다.
뒷날 승광왕은 밤중에 잘못하여 불을 내어서 큰 코끼리를 불태워 죽였다. 왕은 북을 두드려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였다.

“지금부터 밤중에는 함부로 등불을 켤 수 없다. 만약에 어기는 자는 벌금으로 육십 금전을 물리겠다. 그 돈이 없는 자는 오랫동안 옥에 가둔다.”
여러 필추들은 다 같이 의심을 하여 세존께 청하였다.
“대덕이시여, 난타와 오파난타 두 용왕은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축생으로 떨어졌으며, 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살고 있는 집이 두루 사보(四寶)로 이루어지고 수용하는 음식이 여러 천(天)들과 같으며, 팔만 사천의 용들을 권속으로 삼아서 설사 금시조왕이라도 손상시킬 수 없게 되었습니까?”
부처님은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용왕이 지은 업은 스스로 그 보(報)를 받은 것이지 달리 대신 받은 것이 아니니라…(나아가 자세히 설하셨다)…”
또한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가령 백겁을 지내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이 모여 만날 때,
과보는 스스로 받는 것이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라.
지나간 옛날의 현겁(賢劫) 중에 사람의 수명이 이만세(二萬歲)였을 때 가섭파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십호(十號)를 구족하셨다.
그때 바라니사성에 이름을 흘률지(訖栗枳)라고 하는 왕이 세상을 교화하여서 국토는 풍요롭고 안락하였으며 백성들은 편안하였다. 그때 어떤 형제가 두 사람 모두 대신이 되었는데, 한 사람은 이름을 난타(難陀)라 하였고 한 사람은 이름을 오파난타(鄔波難陀)라고 하였다. 두 대신은 왕이 법(法) 혹은 비법(非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도왔다. 대신에게는 무우(無憂)라고 하는 생질이 있었는데 가섭파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 출가하였다. 그는 세속을 싫어하여 버리고 부지런히 정성을 드렸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일체의 의혹을 단절하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그는 매일 같이 세 때에 두 외삼촌의 처소로 가서 그들을 위하여
이렇게 설법하였다.
‘원하옵건대 두 외삼촌께서는 임금이 법답지 못한 것으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도왔으니,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악한 과보를 받지 않도록 하십시오.’
두 외삼촌이 대답했다.
‘성자여, 나라를 다스리는 법이란 순수하게 착한 일로써만 사람을 교화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라한이 말했다.
‘만약 그러하시다면 마땅히 내세의 자량(資糧)을 닦고 쌓아야 합니다.’
두 외삼촌이 대답했다.
‘우린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하오.’
‘숭가를 위하여 절을 세우십시오.’
‘우리가 마땅히 조성하겠습니다.’
그리고는 큰 절을 조성하여 사방의 스님들에게 보시하니, 사사(四事)가 빠짐이 없었으며 베풀어 공양하는 음식과 비시장(非時漿)은 색과 향이 아름답고 맛이 있어서 모든 것을 구족하였다. 나라 안의 필추들은 왕과 태자와 같이 장애 받는 것이 없었으며, 모든 필추니들을 왕비(王妃)처럼 모셨으므로 감히 침범을 받는 일이 없었느니라.
그 두 대신은 왕이 법과 비법(非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도운 악업으로 축생 가운데에 떨어졌고, 절을 지어 사방의 스님들에게 보시했던 까닭에 살고 있는 집이 모두 사보(四寶)로 이루어진 것이며, 훌륭한 음식으로 승가를 공양한 까닭에 수용하는 음식이 모두 천(天)과 같은 맛이 있으며, 필추와 필추니들에게 번뇌가 없게 한 까닭에 팔만 사천의 여러 용들로 권속을 삼게 되어서 설령 금시조왕이라 하더라도 손해를 끼칠 수 없었던 것이니라.
너희들 여러 필추야, 만약에 악업을 지으면 고통스러운 과보를 초래하게 되며, 선인(善因)은 마땅히 선과(善果)를 얻게 되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배울지니라.”

(3) 선여(善與)
실라벌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을 선여(善與)라 하였다. 그는 큰 부자로서 재산이 많았고 수용하는 것이 풍족하였는데, 가진 자산을 북방의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7) 과 짝이 될 수 있을 만큼 어질게 베풀었고 또 인색함이 없이 가난한 자들을 급양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선여라고 불렸다.
그 장자는
어느 때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아서 묘법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내일은 저의 집에 오셔서 보잘 것 없으나마 공양을 받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받아들이셨다. 장자는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자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그날 밤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심부름하는 사람을 시켜 끼니 때가 되었음을 알리게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옷과 발우를 챙기시고 성중(聖衆)들은 부처님의 뒤를 따라서 장자의 집에 도착한 뒤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장자는 대중 스님들이 자리에 앉은 것을 보자 손수 갖가지 음식을 요량하여 처리하였다. 대중들이 배불리 먹은 뒤 세수하고 양치하기를 끝마치자, 장자 부부는 곧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부부의 근성(根性)의 차별을 관찰하시고 근기에 따라 설법을 하시니, 바로 앉은 자리에서 함께 진제(眞諦)를 깨닫고 예류과(預流果)를 얻었으며…(나아가 자세히 설하셨다) …삼보께 귀의하고 오계를 받았다. 부처님과 성중(聖衆)은 거처로 되돌아갔다.
그때 장자 부부는 예류과를 얻은 날 바로 그 밤에 임신이 된 것을 알고서 때때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아홉 달이 지나자 부처님과 스님들이 집에 오셔서 공양하실 것을 청하였다. 부처님은 설법을 하셨고 부부 두 사람은 불환과(不還果)를 얻었다. 바로 그날에 아들이 탄생하였는데, 얼굴 모습이 드물게 기이하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마는 넓고 눈썹은 길었으며 코는 높고 오똑했고, 정수리는 둥글어서 마치 덮개와 같았고, 얼굴빛은 아름다워 금빛과 같았으며, 손을 드리우면 무릎을 지나서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스무하루가 지나자 종친들이 기뻐하며 모였는데, 그 아버지는 아이를 안고 여러 친척들에게 말했다.
“이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주면 좋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말했다.
“이 아이는 부모가 초과(初果)를 얻은 날에 어머니의 태(胎)에 의탁하였고, 그 아이가 태어나는 때에
다시 더욱 훌륭한 과(果)를 얻었으니, 이러한 운수는 세상에 듣지 못한 일이오. 신통(神通)이 있는 것과 같으니, 이치로 보아 마땅히 이 아이에게 이름을 신통(神通)이라 지어야겠소.”
장자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여덟 명의 유모를 두었다. 둘은 함께 젖을 먹이고, 둘은 포대기를 만들고, 둘은 목욕을 시켰으며, 둘은 함께 놀아주고 함께 젖을 먹이면서 양육을 하여 부족함이 없게 하였다.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이때 신통동자(神通童子)는 이미 크게 자랐는데 용모가 기이하였다. 어느 날 왕성(王城) 아래의 길을 따라 가고 있었는데, 어떤 궁녀가 누각 위에서 그의 용모를 멀리서 바라보고는 청정하지 못한 생각을 일으켰다. 궁녀는 곧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멀리서 동자에게 던져 그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이때 감찰하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보고 즉시 왕에서 가서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신통동자가 대왕의 궁녀에게 삿된 욕심을 가졌으므로 성 아래로 지나갈 때에 궁녀가 꽃목걸이를 던져주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자세히 살피지도 않은 채 성을 내면서 법관에게 명하였다.
“이 동자가 궁녀와 서로 통하여 형법을 범하였으니 마땅히 그의 목숨을 끊도록 하여라.”
법관은 명을 받들어 동자를 포박하여 처형장으로 가서 그의 머리를 베었다. 성 안의 사람들은 이 동자가 그릇된 법으로 잘못 죽은 것을 보자 모두가 큰 소리를 내어 이렇게 말했다.
“이 법답지 못한 왕이 자세히 살피지 않은 탓에 신통 동자는 죄가 없는데도 참형을 받아 억울하게 죽었다.”
왕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리를 말하는 것을 보자 스스로 생각해서 헤아렸다.
“이것은 내가 잠깐의 실수로 형벌의 조항을 살피지 못해서이니, 경(卿) 등을 비롯한 사람들은 한 번의 허물은 잊어버려라.”
그때 선여(善與) 장자는 아들이 죽은 것을 보고서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재산은 온갖 고생을 다하여 모은 것이다. 모두 신통에게 주어서 가업을 융성하게 할까 하였는데, 이미 죽었으니 재산을 어디에 쓸 것인가? 나는 이제 마땅히 나의 재산을 사문ㆍ바라문과 가난한 자들에게
모두 베풀어 주고 다만 금전 한 푼만 남겨서 입고 먹는 밑천으로 삼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실라벌성에서 사람을 시켜 북을 쳐서 널리 알리게 하였다.
“여러분께서는 아십시오. 선여 장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을 누구에게나 베풀어 드립니다. 노비와 그 가족들도 아울러 인연에 따라 놓아 줄 터이니, 만약 필요한 사람은 마음대로 와서 가져가십시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멀고 가까운 데에서 모두 모여들었다. 장자가 물건을 내어서 모두 베풀어 주자, 다들 그 마음을 칭찬하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이때 장자는 한 푼의 금전으로 거지들의 물건을 산 뒤에 다른 날에 다른 곳에서 도로 팔면 늘 너 푼의 금전으로 불어났다. 매일 정오에 한 푼의 금전으로 구입한 향기가 나는 물건을 갈아서 반죽을 만들어 불전(佛殿)에 발랐다. 또 한 푼의 금전으로는 매일 승가에 차례로 공양을 하였고, 또 한 푼의 금전으로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입고 먹을 것을 충당했으며, 한 푼의 금전으로는 밑천을 삼았다.
선여 장자는 이미 가산이 다 없어져서 먹을 것이 없었지만 찾아오는 걸인들에게는 때에 따라 베풀어 주었다. 이로 인하여 추악선여(麤惡善與)라고 불리게 되었다. 추악 장자는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항상 베풀 수가 있는가?”
장자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요즘 집에서 매일 음식을 베풀고 있습니다만, 가난하기 때문에 좋은 것은 베풀지 못하고 나쁜 것이 많습니다.”
부처님이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베푸는 물건이란 좋은 것이거든 나쁜 것이거든 모두 이숙과(異熟果)8)를 얻는다. 장자여, 만약 남이 베풀 때에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신심(信心)으로 하지 않거나,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거나, 스스로의 손으로 하지 않거나, 때에 맞지 않게 하거나, 청정하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은 과보를 받을 때 마치 큰 부자 장자처럼 그의 집에 노비와 수레와 말과 음식과
의복과 앉고 눕는 여러 가구와 이부자리와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을 마음대로 수용할 수 있는 과보가 아니라서 마음이 인색하여 수용할 수가 없느니라. 장자여, 믿지 않는 마음 등으로 행하는 보시의 과보는 이와 같으니라.”
장자여, 또한 베푸는 물건이 좋거나 나쁘거나 깊은 신심으로 하며,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을 내며, 스스로의 손으로 하며, 때에 맞게 하며, 청정한 물건을 가지고 앞에 있는 사람에게 베푼다면, 이와 같이 보시하는 사람은 과보를 받을 때에 마치 큰 장자(長者)처럼 그 집에 노비와 수레와 말과 음식과 의복과 앉고 눕는 여러 가구와 이부자리와 색성향미촉을 마음대로 수용할 수 있는 과보와 같아서 마음이 넓고 즐거워 많이 수용할 수 있느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장자여, 마땅히 들어라, 지나간 옛날에 훌륭한 귀족의 큰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을 벽라마(薜羅摩)라 하였다. 그 바라문은 팔만 사천의 큰 코끼리에게 금으로 만든 안장을 얹고, 방울과 깃발을 모두 금으로 만들고, 코끼리 위에는 금으로 만든 그물을 씌워서 그것을 가지고 베풀었느니라. 또한 팔만 사천의 말에 안장과 고삐와 장식한 재갈을 모두 금으로 만들고, 또한 팔만사천의 수레에다 금ㆍ은ㆍ유리ㆍ파리(頗梨) 등의 네 가지 보배로 만든 그물로 수레휘장을 쳤는데, 모두 사자와 호랑이와 표범의 무늬를 그려 넣어 만들고 가죽으로 된 깔개에 모포를 덮어서 그 안에 설치하였다. 또 팔만 사천의 묘한 누각이 있는데 이 또한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고, 또 팔만 사천의 상탑(牀榻)과 와구(臥具) 역시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는데, 그것들을 놓아 둔 상자와 자리와 모포 등도 모두 여러 곳의 진기한 것들로서 상(牀)의 양 끝에는 붉은 베개를 놓아두었다. 또 금으로 된 팔만 사천 개의 그릇에는 은전(銀錢)과 곡식이 가득 차 있었고, 또 은으로 된 팔만 사천 개의 그릇에는 금전(金錢)과 곡식이 가득 차 있었고, 또 팔만 사천의 쌍으로 된 훌륭한 모직 옷이 네 종류가 있으니, 이를테면 가시세첩(加尸細疊)9)
추마세첩(芻摩細疊)ㆍ저마세첩(紵癩細疊)ㆍ고첩박가세첩(孤呫薄迦細疊) 등이다. 또 팔만 사천의 암소 뿔을 모두 황금 뿔로 채웠는데, 다 송아지가 있어서 둘 다 모직으로 덮었다. 또 팔만 사천의 동자에게 모두 금과 은의 보물로 영락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물건들을 모든 바라문에게 나누어 주었으니, 나머지 훌륭한 음식과 갖가지의 의복 등이야 말해 무엇하랴?
장자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대조바라문(大潮婆羅門)이 이와 같은 팔만 사천의 기묘한 물건으로 바라문에게 보시할 때에 얻는 복덕은 어떤 사람이 음식만으로 탐욕을 여읜 오신통(五神通)10)을 갖춘 백 명의 외도 선인(仙人)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느니라. 이런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교하면 그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저 대조바라문처럼 그와 같은 팔만 사천의 기묘한 물건으로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외도 일백 명의 은인(隱人)11)에게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음식만을 가지고 섬부나무 아래에 있는, 아직 탐욕을 여의지 못한 한 이생보살(異生菩薩)에게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교하면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 저 대조바라문이 그와 같은 팔만 사천의 기묘한 물건으로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외도의 일백 은인에게 보시하고 아울러 섬부나무 아래의 이생보살에게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음식만으로 예류향(預流向)12)
에게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교하면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 저 대조바라문이 그와 같이 팔만 사천의 기묘한 물건으로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일백 은인에게 보시하고 아울러 섬부나무 아래의 이생보살과
예류향에게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음식만으로 예류과(預流果)를 얻은 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교하면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이와 같이 자세히 일래향(一來向)ㆍ일래과(一來果)와 불환향(不還向)ㆍ불환과(不還果)에 이르기까지 설하셨다. 아라한향에게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다만 음식만으로 아라한과를 얻은 한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범본(梵本)에는 모두 있으나 번거로울 것 같아서 생략함].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에 저 대조바라문이 그와 같이 뛰어난 즐거움을 바라문에게 갖추어 보시하고 또 일백 은인ㆍ이생보살과 아울러 사향사과(四向四果)에게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묘원포(妙園圃)를 가지고 사방의 스님들에게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에 저 대조가 그와 같이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갖추어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또 일백 은인과 이생보살과 아울러 사향사과에게 보시하고, 묘원포를 가지고 사방의 스님들에게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이 동산 가운데에 절을 지어서 승가에게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에 저 대조가 그와 같이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갖추어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나아가 동산 가운데에 절을 세우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이 절 안에서 상탑, 와구, 이부자리 및 여러 방석과 이불 같은 것을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에 저 대조가 그와 같이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갖추어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나아가 그 절 안에서 상탑, 와구, 이부자리 및 여러 방석과 이불 같은 것을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이 절 안에서 스님들에게
항상 음식을 보시하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에 저 대조가 그와 같이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갖추어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나아가 절 안의 스님들에게 항상 음식을 보시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목숨이 다하도록 불타(佛陀)께 귀의하고 달마(達磨)에 귀의하고 승가(僧伽)에 귀의해서 계행(戒行)을 받아 지키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에 저 대조가 그와 같이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갖추어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나아가 삼보(三寶)께 귀의해서 계율을 받아 지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일체의 유정(有情)을 위해 짧은 시간 동안 자관(慈觀)13)을 익히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과보가 뛰어난 것이니라.
다음으로 장자여, 만약에 저 대조가 그와 같이 뛰어나고 묘한 즐거움을 갖추어 바라문에게 보시하고…(생략)…일체의 유정에게 짧은 시간 동안에 자관을 익히는 것은,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제행(諸行)은 무상(無常)하여 모든 것은 괴멸되므로 응당 싫어해야 한다는 것을 명료하게 알아서 벗어나려는 생각을 닦는 것만 못하나니, 이 복덕은 앞의 복덕에 비하여 그 과보가 뛰어나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모든 행(行)을 벗어나 여의기를 구하는 것이 교법(敎法)의 중요한 의의를 간명하게 보인 문(門)이며 빨리 해탈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배우고 이와 같이 배워서 방일(放逸)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때 선여 장자와 여러 대중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부처님 두 발에 정례(頂禮)드리고 마음 깊이 기뻐하였다. 그리고는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받들어 행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때 장자는 집에 온 그날 밤에 밝은 등을 켜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읽었다. 당시 왕의 사자가 매일 밤마다
인가를 돌아다녔는데, 장자의 방에 불이 밝게 비치는 것을 살피다가 등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장자에게 말했다.
“장자께서는 대왕께서 북을 쳐서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어두운 밤에는 등을 밝히지 말라. 만약 명을 어기는 자는 벌금으로 육십 금전을 물리고, 만약 돈이 없으면 종신토록 감옥에 가둔다’ 하신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나는 오래 전에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야경을 도는 사람이 말했다.
“그러시다면 어찌하여 등을 켰습니까?”
“나는 밤중에 부처님의 말씀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비록 부처님의 가르침을 읽는다 하더라도 어찌 벌금 내는 것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빨리 가져 오십시오.”
“나는 지금 가난한데 어디서 돈을 구하겠습니까?”
“그렇다면 가서 영원히 감옥살이를 해야 합니다.”
“나는 별다른 대책이 없으니 곧 따라가겠습니다.”
사자는 즉시 데려다가 감옥 안에 넣었다. 왕궁 안의 감옥은 삼중으로 된 누각이었는데, 지위가 높은 사람이면 위의 누각에 가두고, 그 다음의 무리는 가운데에 두고, 비천한 서민들은 아래의 옥에 가두었다. 추악선여 장자는 신분이 뛰어났으므로 위의 누각에 있게 되었다.
사천왕(四天王)은 이 장자의 지위가 무학(無學)14)에 올라서 정성스럽게 애쓰고 마음을 부지런히 닦는 것을 알고서 초야분(初夜分)에 그곳에 와서 물었다.
“장자께서 옥중에 있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대선(大仙)이여, 국가의 형법을 범하였기 때문이지 제가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슨 일을 어기고 범하였습니까?”
“밤에 등불을 켰으므로 육십 금전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제가 가난하여 돈이 없는 탓에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사천왕이 말했다.
“어느 곳에 돈과 보물을 두시겠습니까? 우리들이 가지고 올 테니 마음대로 쓰십시오.”
장자가 말했다.
“바라건대 대선(大仙)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께서 안다면 혹시 풀어줄 수도 있습니다. 대선께서는 잠시 틈을 내어 묘법을 들으십시오.”
사천왕은 정례(頂禮)하고 듣기를 청하였다.
장자는 불쌍히 여겨서 그를 위하여 법요를 널리 펴니, 사천왕의 몸에서 나는 광명이 마치 사방의 불이 모여 있는 것과 같았다. 왕이 멀리서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어떤 사람이 옥중에서 횃불을 켰을까?’
중야시(中夜時)가 되자 제석천이 와서 내는 광명이 사천중(四天衆)을 비쳤다. 그와의 문답은 사천왕과 한 것과 같다. 또한 묘법을 듣기를 청하였다.
후야시(後夜時)가 되자 범왕(梵王)이 오니, 몸에서 나는 광명이 밝게 비쳐서 천(天)들이 내는 것보다 배나 더하였다. 앞에서와 같이 문답을 하고 듣기를 청하였다. 그리고 법을 듣고는 기뻐하면서 모두가 본궁(本宮)으로 돌아갔다.
그때 대왕은 하룻밤 동안에 기이하고 특이한 광명을 멀리서 보고 새벽이 되자 옥관에게 물었다.
“누가 지난밤에 옥중에서 불을 켰는가?”
옥관이 말하셨다.
“감옥 안에서 불을 밝힌 자는 없습니다.”
왕은 대신에게 명하여 직접 가서 검사하고 살펴보게 하였다. 옥중에서 두루 물어보니 불을 피운 곳은 없었다. 돌아와서 왕에게 보고했다.
“불을 피운 사람이 없습니다.”
왕이 말했다.
“세 번째의 누각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누구냐?”
옥관이 대답했다.
“추악선여 장자가 위의 누각에 갇혀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데려 오너라. 내가 친히 물어보겠다.”
사자가 불러서 장자가 오자, 왕이 장자에게 물었다.
“전에 등불을 켜서 옥에 갇혔는데, 지금 무슨 까닭에 다시 불을 피웠는가?”
장자가 대답했다.
“저는 지난밤에 불을 피운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왕이 말했다.
“초경시(初更時)에 네 개의 불이 모인 것을 보았고, 반야(半夜)에 다섯 개를 보았고 후야(後夜)에 여섯 개가 있었는데, 무슨 까닭에 장자는 그런 일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가?”
장자는 곧 사천왕과 제석천과 대범천왕이 와서 법을 듣고 몸에서 광명이 난 것이지 등불이 아님을 갖추어 말했다.
왕은 장자의 말을 듣고 나자 깊이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기이함을 찬탄하며 우러렀다.
왕이 장자에게 말했다.
“당신께서는 큰 힘이 있으십니다. 지금 무엇을 원하십니까? 하고자 하시는 대로 제가 마땅히 베풀어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제 감히 대왕께 소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다 말하십시오.”
“저는 밤에 불경(佛經)을 읽기를 원합니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서는 등불을 켜는 것을 금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왕이 말했다.
“장자의 뜻대로 밤에 등불을 켜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마음대로 밤중에 불을 켜서 불경을 읽어도 그 죄를 면죄하겠소.”
그때 추악선여 장자와 백성들은 불을 켜게 해준 왕의 은혜를 입고 모두가 크게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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