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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68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46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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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46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46권


의정 한역


82) 입왕궁문학처 ③
그때 승음성의 정계왕은 부친으로부터 왕위를 선양받은 후에 처음에는 바른 법으로 백성들을 교화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법답지 못함[非法]을 행하였다.
두 대신인 이익(利益)과 제환(除患)이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바른 법으로 백성을 교화할지언정 비법을 행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왕의 백성은 꽃과 열매가 달리는 나무와 같아서 쇠퇴하고 손상되지 않도록 때때로 물을 주면 곧 가지와 줄기와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튼실한 것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왕의 백성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법으로 은혜롭게 부양한다면 세금을 거두는 것에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거듭해서 바르게 간하였으나, 그는 비법을 행하기를 고치려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말하였지만 끝내 말을 듣지 않고 성을 내면서 다른 신하에게 말했다.
“만약 사람이 일부러 관정왕의 명을 어긴다면 마땅히 무슨 죄를 주어야 하는가?”
그때 아첨하는 신하가 있다가 앞으로 나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말할 나위가 있나이까? 도리에 따르자면 죽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신하가 왕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만약 어금니가 흔들린다면
만약 음식에 독이 섞여 있다면
없애버려야만 비로소 즐거울 수 있으리.

대신이 만약 지혜가 많은데다
모든 법률에 아주 익숙하며
부유하고 강성하여 군사까지 있다면,
제거하지 않을 경우 마땅히 스스로 해를 입으리.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신하에게 말했다.
“그렇기는 하나 두 늙은 대신은 선왕께서 부촉하신 분이라서 내가 차마 함부로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는 그들이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하게 하여라.”
왕은 문지기에게 명하여 두 대신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뒤에 두 사람의 아첨하는 신하를 재상으로 삼았다.
아첨하는 신하는 총애를 얻자 매일같이 왕의 처소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참깨는 볶지 아니하거나
갈고 찧지 아니하거나
힘들여 눌러대지 아니하면
기름을 얻을 인연이 없다네.

“나라의 백성들도 이와 같아서 엄하게 고통을 주어야만 나라 일에 힘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왕은 말했다.
“이제 나라의 정사를 경들 두 사람에게 맡기니 모든 일은 알아서 하도록 하시오.”
두 아첨하는 신하는 혹독한 법으로 백성들을 내몰았다. 이때 어떤 상인이 승음성으로부터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마갈타국의 선도(仙道)필추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선도가 그를 알아보고는 물었다.

승음성의 정계왕과
대신들과 군사들은
아픈 데가 없으며 두려워함이 없이
법에 따라 백성을 다스리던가요?

상인이 대답했다.

왕과 여러 대신들과
병사들은 모두 안온하여
비록 다른 두려움은 없으나
법답지 못한 비법으로 백성을 다스린다오.

선도 필추는 이 말을 듣고 차례로 다시 물었다.
“누가 으뜸가는 대신이던가요? 왕은 누구의 말을 듣고 고통스럽게 백성들을 핍박하던가요?”
“성자여, 예전의 두 대신은 문을 막고 들여보내지 아니하면서 다른 두 명의 아첨하는 대신들을 들어오게 하였는데, 왕은 그들의 말을 듣고 항상 못되고 잔혹하게 행해서 백성으로 하여금 안온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선도가 듣고 나서 상인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 나라로 가서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내가 석 달의 여름 안거가 끝나면 그곳에 가서 그 왕을 깨우쳐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시오.”
그 상인은 필추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난 뒤에 승음성에 이르러서 사람들에게 알렸다.
“노왕(老王)께서 머지않아 몸소
이곳에 오셔서 왕을 깨우쳐서 비법으로 사람들을 괴롭게 하지 못하게 하실 것이오.”
아첨하는 신하가 그 말을 듣고 나서 정계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지금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예전의 노왕께서 이곳에 올 마음을 먹고 왕위를 탐내고 있습니다.”
“부친께서는 이미 출가를 하셨는데 어찌하여 왕위를 구하시겠소?”
대신이 말했다.
“탐애심으로 말미암아 지난 일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신하가 말했다.
“마땅히 그의 목숨을 끊어야 합니다.”
“그 분은 나의 아버지신데 어떻게 해칠 수가 있겠소?”
대신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부모 형제거나
혹은 아들과 딸이라 하더라도
나쁜 마음으로 원수가 된다면
마땅히 그 목을 베어야 하나니

가령 천 명의 아들이 있어서
함께 한 배에 탔는데
한 사람의 아들이 원수가 되면
모든 아들들이 물에 빠져 죽게 되나니라.

집안을 지키려면 한 목숨을 죽여야 하며
마을에 위해서도 한 집안을 없애야 하며
한 성(城)을 위해서는 마을을 제거해야 하며
자신을 위해서는 한 나라도 버리는 것이라오.

그 아첨하는 신하는 이런 종류의 말을 하면서 갖가지로 권유하였다. 왕이 그들의 말을 옳다고 여기니, 아첨하는 신하는 곧 사람을 죽이는 도살자들에게 명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가서 저 노왕(老王)을 죽여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에게 상을 주겠다.”
이때 도살자들은 노왕을 연모하는 정이 깊은지라 비록 명을 받았지만 마음속으로 기꺼이 떠나려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말하면서 금ㆍ은 보배 나아가 마을까지도 상으로 준다고 했지만 역시 기꺼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첨하는 신하는 분노하여 옥관(獄官)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 가서 저 도살자들과 그 권속들을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어라.”
명을 들은 옥관은 깜짝 놀라서 달려가 도살자들과 권속들까지 포박하여 데려오려고 하였다.
도살자가 두려워서 아뢰었다.
“잡아가지 마십시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옥관이 말했다.
“네가 노왕을 죽이겠다면 지금 너를 풀어 주겠다.”
도살하는 사람이 말했다.
“가겠습니다.”
그래서 모두 손에 예리한 칼을 쥐고 노왕을 찾아서 길을 따라 마갈타국으로 떠나갔다.
구수 선도는 하안거가 끝나자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머리를 땅에 대고 발에 예배드린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승음성으로 가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뜻대로 떠나가되 마땅히 깊이 생각토록 하여라. 업력(業力)을 거슬리기가 어려우니라.”
이때 선도는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하직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와 와구(臥具)를 부탁하고 옷과 발우를 챙겨 승음성으로 갔다. 길을 반 이상 갔을 때 도살자들을 만나자 서로 알아보고는 물었다.
“그대들은 승음성에서 오는 거요?”
“그렇습니다.”
“그곳의 국왕과 백성들은 모두 편안한가요?”
구체적인 문답 내용은 앞에서 자세히 설한 바와 같다.
“나아가 비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서 대왕과는 서로 만나보기를 원치 않고 있습니다.”
선도는 듣고 나서 그들에게 말했다.
“장부여, 만약 그러하다면 나도 마땅히 되돌아가겠소.”
이때 도살자들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용맹스런 대왕이시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정계왕은 왕께서 살아계신 것을 원치 않아서
일부러 저희들을 보내어 죽이라 하였으니
왕께서는 이제 목숨이 다하여 피할 곳이 없나이다.

선도는 듣고 나서 그들에게 말했다.
“장부여, 정계왕이 일부러 당신들을 보내어 나를 죽이게 한 것인가요?”
“그러합니다.”
선도는 곧 생각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깊이 생각해야 한다. 업력(業力)은 거스르기 어려우니라≻고 말씀하신 것이 이 일 때문이었구나.’
선도가 도살자에게 말했다
“현수(賢首)여, 당신들은 잠시 머물러 쉬시오. 나는 본래 할 일이 있어서 출가를 한 것이오. 비록 삭발ㆍ염의를 하였으나 아직 그 일을 끝내지 못하였으니, 당신들은 잠시 내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시오.”
그들이 대답했다.
“대왕의 마음대로 하십시오.”
구수 선도가 한 나무 아래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니 용왕의 모습 같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은 다섯 가지 이익이 있다.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오온(五蘊)을 잘 다스리고,
둘째는 십이처(十二處)를 잘 다스리고, 셋째는 십팔계(十八界)를 잘 다스리고, 넷째는 십이연기(十二緣起)를 잘 다스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필요한 가르침과 훈계를 남에게서 구하지 않는 것이다.
선도 필추는 위의 다섯 가지 일에 대하여 모두 밝게 알았다. 오취(五趣)와 윤회에 대해서는 정해진 모습이 없어서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한 줄을 알았으니, 이렇게 잘 관찰해 마치고는 모든 번뇌를 끊어서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황금을 보는 것이나 흙을 보는 것이나, 칼로 몸을 갈기갈기 찢거나 다시 향으로 발라 낫게 해주는 등의 두 가지에 대해서는 그것이 둘이라는 생각이 없었다. 마음에 가리는 바가 없어서 양 극단[兩邊]에 속박되지 않는 것이 마치 손으로 허공을 긋는 것과 같으니, 능히 큰 지혜로 무명(無明)의 껍질을 깨뜨리고 삼명육통(三明六通)과 사무애변(四無礙辯)을 빠짐없이 구족해서 삼계(三界) 가운데에 모든 애착과 이양공경(利養恭敬)을 버리지 않음이 없었다. 그는 해탈의 즐거움을 증득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모든 속박을 끊고
여러 독화살을 잘 뽑았으나
나 선도 필추는
여전히 왕법(王法)을 면하지 못했네.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포살하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내가 할 일은 이제 마쳤으니, 당신들의 임무를 수행하시오.”
도살하는 사람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나라로 돌아가면 정계왕이 묻기를 ‘대왕이 죽을 때 무슨 말을 하더냐?’라고 물을 터인데, 어떻게 대답하리까?”
“당신들은 이렇게 대답하시오.”

네가 많은 악업(惡業)을 짓더니
왕의 자리를 탐내 아버지를 죽이는구나.
나는 열반의 즐거움을 얻겠지만
너는 무간지옥에 떨어지리라.

“그리고 다시 ‘너는 두 가지 무간업(無間業)을 지었다. 첫째는 아버지를 죽임이요, 둘째는 모든 번뇌가 다한 아라한을 죽인 것이니, 응당 지극한 고통을 받으면서 무간지옥에 떨어지리라. 너는 지극한 정성으로 간절히 죄를 뉘우쳐서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기대하라’고 하시오.”
선도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신통력으로 허공을 타고 가서 이로 말미암아 지극히 무거운 재앙을 받지 않게 해야겠다.’
그는 즉시 정념(正念)을 내어서 신통을 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고 마음이 곧 어지러워졌다. 게다가 신통이라는 문자가 기억나지 않았으니, 어떻게 허공에 올라 멀리 갈 수 있겠는가?
다시 고쳐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나로 하여금 마땅히 ‘업력(業力)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시는구나.”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령 백 겁(劫)을 지내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因緣)이 만날 때에
과보(果報)는 받아야 하리.

이때 도살하는 사람은 날카로운 칼을 꺼내서 왕의 머리를 베었다.
머리가 땅에 떨어지자 허공에서 게송이 설해졌다.

부사의(不思議)한 업력(業力)이여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서로 끌어당겼네.
과보(果報)가 성숙한 때에는
피하려 해도 끝내 벗어나기 어려워라.

이때 세존께서는 죽림원에 계셨는데 홀연히 미소를 지으셨다. 세존의 법에서 그러하듯이, 만약 미소를 지으실 때에는 입 안에서 다섯 가지 빛깔의 광명이 나와서 아래로 잠기기도 하고 혹은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빛이 아래로 내려가면 아래의 무간지옥과 다른 지옥들까지 도달해서 불과 열의 고통을 받는 것들은 모두 시원함을 얻고, 추위와 얼음의 고통을 받는 것들은 곧 따뜻함을 얻는다. 그래서 모든 유정(有情)들은 각각 안락함을 얻고 이렇게 생각한다.
‘나와 너희들은 이 지옥에서 죽어서 다른 곳에 태어날 것인가?’
이렇게 저 유정들로 하여금 신심이 생기게 한다. 그리고 다시 나머지의 모양이 나타나는데, 그들은 그 모양을 보고서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죽어서 다른 곳으로 태어나지 못하는구나. 이것은 반드시 드물고 기이한 큰 성인의 위덕의 힘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 하여금 지금 이대로 안락함을 받게 하시는구나.’
그 결과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일어나면서 지옥의 모든 고통이 소멸되고
인취(人趣)와 천취(天趣)에서 뛰어나고 묘한 법기(法器)의 몸을 받아서 능히 사제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광명 중에 위로 올라간 것은 위로 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러서 그 광명 속에서 고(苦)ㆍ공(空)ㆍ무상(無常)ㆍ무아(無我) 등의 법을 자세히 설하고 아울러 다시 두 구절의 게송을 설하였다.

너희는 마땅히 해탈하기를 구하여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닦아서
생사(生死)의 마군을 항복시키기를
코끼리가 초막집을 무너뜨리듯 하여라.

이 법률 안에서
항상 닦아서 게을리 하지 않으면
번뇌의 바다를 마르게 할 수 있나니,
마땅히 고통의 변제(邊際)를 다하게 되리라.

이렇게 말씀하고 나면 그 광명은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두루 비추고 나서 다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만약 부처님이 과거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등으로 들어가며, 만약 미래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가슴으로 들어가며, 만약 지옥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발아래로 들어가며 , 만약 축생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발끝으로 들어가며, 만약 아귀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발가락으로 들어가며, 만약 인간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무릎으로 들어가며, 만약 역륜왕(力輪王)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왼손바닥으로 들어가며, 만약 전륜왕(轉輪王)의 일을 설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오른손바닥으로 들어가며, 만약 천(天)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배꼽으로 들어가며, 만약 성문(聲聞)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입으로 들어가며, 만약 독각(獨覺)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미간(眉間)으로 들어가며,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일을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빛은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광명은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발 아래로 들어갔다.
구수 아난타가 합장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ㆍ여래ㆍ응ㆍ정등각(世尊如來應正等覺)께서 기뻐하시며 미소 짓는 것은 반드시 인연이 있는 일이옵니다.”
곧 가타(伽他)를 설하여 부처님께 청하였다.

입에서 갖가지 묘한 광명을 내시어
대천세계(大千世界)에 가득 흘러도 한 모습이 아니오니
시방(十方)의 모든 국토에 두루 미치는 것이
햇빛이 허공을 비추는 것과 같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가장 훌륭하신 인연이시니
능히 교만함과 근심걱정을 제거하시어
인연 없이는 금구(金口)를 열지 않으시는데
미소를 지으심은 응당 희귀한 일을 말씀하시려는 것입니다.

자상하게 사제의 이치를 살피시는 모니존(牟尼尊)이시여
즐거이 듣고자 하는 자에게 설하시는 것이
마치 사자왕이 묘한 사자후를 하는 것과 같사오니
원하옵건대 저희를 위하여 의심을 깨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대해(大海)의 묘산왕(妙山王)이
인연이 없으면 요동치지 않으시는 것과 같으신데
자재롭게 자비를 베푸시어서 미소를 나투셨으니
불법(佛法)에 목말라하는 자를 위해 인연을 설해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도다, 그러하도다. 인연이 없이는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鷺)은 함부로 미소 짓지 않느니라. 너는 이제 마땅히 들으라.”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미 모든 속박을 끊어서
여러 독화살을 훌륭하게 뽑아냈건만
저 선도 필추는
여전히 왕법(王法)을 면하지 못하는구나.

“아난타야, 저 승음성의 정계왕은 악지식(惡知識)인 까닭에 부친인 선왕(先王)이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허물이 없는데도 제멋대로 거스르고 위해를 가했으니, 결정코 무간지옥에 떨어지리라.”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선도 필추는 아라한과를 얻었는데도 지금 피살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피살되었느니라.”
이때 아난타는 이 말을 듣자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하였다.
한편 도살자들은 왕의 머리와 의발을 가지고 승음성에 이르자 아첨하는 신하들의 처소에 가서 말했다.
“저희들은 명을 받들어 그를 찾아 죽였습니다. 이것이 그의 머리와 의발입니다.”
두 아첨하는 신하는 이 일을 보자 크게 기뻐하면서 정계왕의 처소로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왕께서는 기뻐하고 경사스러워하소서. 왕의 나라 안에서는 다시는 원수가 없게 되었나이다.”
왕이 말했다.
“누가 나의 원수이더냐?”
“노왕(老王)입니다.”
왕이 말했다.
“선왕(先王)은 지금 죽었느냐?”

“지금 죽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아첨하는 신하는 도살자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사람들이 직접 왕의 목숨을 끊었습니다.”
왕이 물었다.
“나의 부친인 선왕(先王)은 얼마나 되는 병력으로 이곳에 오려고 하였느냐?”
도살자가 대답했다.
“그 분은 출가하여 필추가 되셨는데 어찌 병력이 있었겠습니까? 혼자 몸으로 길을 따라 걸어서 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는 의발과 왕의 머리를 받들어 정계왕에게 보여 주었다. 정계왕은 그것을 보자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가 찬물을 온 몸에 뿌려서 한참 만에 소생하였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큰 소리로 울면서 도살자에게 물었다.
“부왕(父王)께서 돌아가실 때에 무슨 말씀을 남기셨느냐?”
“대왕이시여, 선왕께서는 돌아가실 때 친히 게송으로 말씀하시어 왕께 알리게 하셨습니다.”

너는 많은 죄업을 짓더니
임금의 자리를 탐내어 아비를 죽이는구나.
나는 뛰어난 열반(涅槃)을 얻겠지만
너는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리라.

또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두 가지 역죄(逆罪)를 지었다. 첫째는 아버지를 죽인 것이요, 둘째는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한 아라한을 죽였으니,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너는 지극한 정성으로 간절히 뉘우쳐서 그 죄가 가벼워지기를 기대하라’고 하셨습니다.”
정계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근심의 화살이 마음을 쏘아서 용모와 안색이 초췌해졌다. 마치 칼로 베어낸 가지의 줄기와 잎이 마르고 시들은 것과 같았다. 그는 즉시 사신을 보내서 두 명의 옛 대신을 불렀다.
그들이 오자 말했다.
“어찌하여 두 경들은 내가 이렇게 무거운 악업을 짓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소?”
두 신하가 대답했다.
“왕께서 저회들로 하여금 만날 수 없도록 하셨으니, 어떤 방법으로 간하고 말릴 수 있었겠습니까?”
정계는 곧 아첨하는 두 신하들에게 칙령을 내려 왕을 만날 수 없게 하고 오래된 옛 신하를 다시 중용하여 재상을 삼으니, 이로부터 점차로 정계왕을 권하여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게 하였다.
아첨하는 두 신하는 왕의 총애를 잃자 별도로 방편을 써서 왕의 미움을 예전처럼 돌려놓으려 하였다.
이 무렵 두 명의 아라한이 있었는데,
하나는 이름을 저쇄(底灑)라고 하였고, 다른 하나는 이름을 포쇄(布灑)라고 하였다.
두 개의 탑 한 쪽에다 각각 작은 굴을 만들어 놓고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굴 안에서 길렀다. 매일 잘게 저민 고기를 먹여 키우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게 가르쳤다. 매양 고기를 가지고 굴 옆으로 가서 큰 소리로 부르며 말했다.
“저쇄ㆍ포쇄야, 너희들은 어서 나오너라.”
고양이 새끼가 나오면 또 말했다.
“너희들은 실제로 사악한 아첨을 일삼아서 세간을 미혹시키고 속였을 뿐 아니라 신심 있는 이의 옷과 음식을 받아먹고 살았으니, 그러한 악업으로 말미암아 고양이 새끼로 태어났다. 만약 이 일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 고기를 가지고 탑을 돌아서 굴 안으로 들어가거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비로소 고기를 던져 주었다.
새끼 고양이는 고기를 갖고 각자 탑을 돌아서 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매일 탑이 있는 곳에서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가르쳤으므로 사람의 말을 아주 잘 알아듣게 되었다.
이런 일을 꾸며 놓은 뒤 아첨하는 두 신하는 정계왕의 모친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태비(太妃)시여, 왕께서는 지금 초췌해지셔서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습니다. 어찌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왕의 모친이 말했다.
“난들 어찌하겠소? 당신 두 사람으로 말미암아 그와 같은 극중한 악업을 짓게 된 것을.”
두 신하가 말하였다.
“두레박이 우물 속으로 떨어지면 두레박줄도 함께 버려지지 않겠습니까?”
왕의 모친이 말했다.
“그런 줄은 알지만 내가 어떻게 하겠소?”
아첨하는 신하가 말했다.
“부친을 죽인 근심을 태비(太妃)께서 풀어주십시오. 아라한을 죽여서 마음에 후회나 번뇌가 생긴 것을 저희들이 없애드리겠습니다.”
왕의 모친이 말했다.
“어떻게 없애려는가?”
신하가 말했다.
“저쇄와 포쇄는 스스로 아라한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 일입니다. 이는 곧 다른 사람을 속여서 후세가 없다고 설하는 것이니, 어찌 죽고 난 뒤에 고양이로 태어날 줄 알았겠습니까? 이것으로써 아라한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알 수 있습니다.”
왕의 모친이 말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내가 직접 확인한다면 근심을 없앨 수 있을 것이오.”
모친은 곧
정계왕의 처소로 가서 물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어찌하여 너의 몸은 극도로 쇠약해져서 누렇게 뜨고 피곤해 보이느냐?”
왕이 모친께 말하였다.
“제가 지금 어떻게 몸과 마음이 괴롭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첨하는 두 신하가 저로 하여금 두 가지 무간업(無間業)을 짓게 했고, 이로 말미암아 선왕께서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선왕께서는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를 다해 마치신 분이시니, 저는 반드시 곧바로 무간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모친이 말했다.
“너는 근심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말해주마.”
왕이 말했다.
“원컨대 저에게 말씀하여서 저의 깊은 근심을 없애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모친이 말했다.
“이 나라의 선왕(先王)은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 내가 목욕을 하다가 다른 사람과 정을 통하여 너를 낳은 것이다. 비록 그의 목숨을 죽이기는 하였으나 역죄가 되지는 않는다.”
왕이 말했다.
“아버지가 아닌 것은 알겠지만 무거운 역죄(逆罪)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아라한을 죽였으니 그 죄가 어찌 없겠습니까?”
모친이 말했다.
“그 일은 네가 지혜 있는 사람에게 물어서 허실을 자세히 아는 것이 좋겠다.”
이때 태비(太妃)는 아들 방에서 나와 아첨하는 신하에게 명하였다.
“나의 아들이 부친을 죽인데 대한 근심은 이미 없애주었으니 아라한을 죽인 죄는 네가 알아서 하라.”
그때 정계왕은 모든 신하에게 한곳으로 모이도록 명령하고 모든 지혜 있는 자들도 불러서 모이게 했다. 이때 아첨하는 두 신하도 다른 신하들을 따라서 그곳에 왔다.
왕이 물었다.
“짐이 들으니 아라한을 죽이면 대역죄(大逆罪)를 얻는다고 하는데,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중 가운데서 왕에게 아뢰는 사람이 있었다.
“대왕이시여, 누가 그 사람이 아라한과를 얻었는지를 알겠습니까?”
또 어떤 사람이 말했다.
“아라한이란 허공을 타고서 오고 가며 도안(道眼)이 두루 밝아서 자신을 해칠 줄을 아니, 어찌 멀리 피하지 않겠습니까?”
아첨하는 두 신하가 말했다.
“왕께서는 왜 근심하십니까? 이 세간에는 아라한이란 없는데, 어찌하여 그를 죽였다고 역죄를 얻겠습니까?”
“나와 모든 사람들은 저쇄와 포쇄가 아라한을 얻어서 허공 위로 날아오르고 몸을
물과 불로 변화시키면서 갖가지 신통을 일으켜 무여의열반계(無餘依涅槃界)에 이른 것을 직접 목격하였는데, 경들은 어찌하여 그것이 참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가?”
아첨하는 신하가 말했다.
“원컨대 왕께서는 죄를 용서하셔서 그 일을 끝낼 수 있게 하소서.”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가?”
“그들은 모두가 허위로 세상을 속이고 미혹시킨 것입니다. 실제로 다시 생(生)을 받았으면서도 후유(後有)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후유가 없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고양이 새끼로 태어나 각각 탑 아래에서 살고 있겠습니까?”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왕께서는 마땅히 직접 증험하십시오.”
왕이 곧 여러 신하들에게 명했다.
“내가 그곳에 가서 허실을 보아야겠다.”
왕은 드디어 수레를 마련해서 백천만 명의 대중과 함께 탑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첨하는 신하는 즉시 잘게 저민 고기를 가지고 탑의 주변으로 가서 큰소리로 불렀다.
“저쇄ㆍ포쇄야, 너희들은 각각 나오너라.”
고양이 새끼가 나오자 다시 말했다.
“너희들은 삿되게 아첨하는 일로 세상을 속이고 미혹시켰으며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옷과 음식을 받아먹고 살았으니, 그러한 악업으로 말미암아 고양이 새끼로 태어났다.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각각 고기를 가져가서 탑을 돌아 굴 안으로 들어가거라.”
이렇게 말한 뒤 고기를 던져 주자, 고양이 새끼들은 고기를 물고 각자 그 탑을 돌아서 굴 안으로 들어갔다.
아첨하는 신하가 말했다.
“왕께서는 지금 보셨습니까, 보지 못하셨습니까?”
“나는 보았다.”
아첨하는 신하가 말했다.
“지금 이 세상에는 아라한이란 없습니다. 다만 헛된 말일 뿐입니다.”
왕은 곧 아라한에 대한 바른 견해를 버렸다. 그리고 삿된 마음을 일으켜서 필추와 필추니 등에게 보시하고 있던 음식공양을 모두 단절시켰다. 오중(五衆)1)은 음식이 없게 되자 사방으로 흩어졌고 오직 대가다연나와 세라 필추니만이 이 성에 머물렀다. 가다연나 필추는 이른 아침에 의발을 챙겨서 승음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러 가다가 정계왕이 밖에 나와서 사냥하는 것을 만났다.
존자는 왕을 보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혹시 왕이 나를 보면 즐겁지 않은 마음을 일으킬 것이니 피해서 가야겠다.’
왕은 그를 보자 아첨하는 신하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멀리 피해서 가는 것이냐?”
아첨하는 신하가 대답했다.
“저 필추는 ‘아버지를 죽이고 역죄(逆罪)를 지은 더러운 사람이다. 나의 몸에 닿지 못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멀리 피해가는 것입니다.”
왕이 듣고는 크게 노하면서 병사들에게 각각 흙을 한 줌씩 쥐고 필추 위에 뿌리라고 명했다. 이때 존자는 이 일을 알자 신통변화로 작은 집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좌선하였다.
병사들이 각자 흙을 가지고 존자의 머리 위에 버리자 이내 큰 흙더미가 되었다. 그러나 이익(利益)과 제환(除患) 두 큰 충신(忠臣)은 그릇된 일을 보자 즉시 흙을 제거하고 물었다.
“대덕이시여, 지금 이 성의 사람들은 이익이 없는 일을 하였으니 마땅히 어떤 과보를 받겠습니까?”
필추가 대답했다.
“앞으로 이레째가 되는 날에 흙먼지가 비 오듯이 내려서 모든 성곽들을 덮쳐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겁니다.”
이때 감안(紺顔)이라고 하는 이익 대신의 아들은 존자 대가다연나의 시자가 되었고, 감용(紺容)이라는 제환 대신의 딸은 세라 필추니에게 출가하여 시자가 되었는데, 바로 그날부터 하늘에서 6일 동안 보배가 쏟아져 내려왔다 그러자 이익과 제환 두 큰 충신은 각각 보배를 거두어서 두 배에 가득 싣고 밤중에 성을 탈출하였다. 강을 따라 가다가 어느 경치 좋은 곳에 이르자 각자 성을 쌓고 살았는데, 하나는 이름을 이익성(利益城)이라 하였고, 하나는 이름을 제환성(除業城)이라 하였다.
일곱째 날이 되었다. 이때 세라 필추니는 시녀를 데리고 신통력으로 교섬비성으로 가서 그 시녀를 구사라 장자(瞿師羅長者)에게
양육하게 하였다. 존자 대가다연나는 이레째가 되는 날에 흙먼지 비가 성 안에 쏟아지는 것을 보았지만 업력에 의한 것이라 구제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는 승음성에 오래 머물러 있던 천녀(天女)와 시자와 함께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이 흙에 깔려 죽는 것을 보면서 허공에 올라 떠나갔다. 큰 마을에 이르자 곡식을 타작하는 마당에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한 뒤에 의발을 정리하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는데, 하늘의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마당 안에 벼와 곡식이 자연히 가득 찼다. 이때 그 주인은 이 일을 보고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마당 안에 벼와 곡식이 가득 찼으니, 이는 모두가 천녀(天女)의 위신력 때문이다.”
그리고 집의 자물쇠를 가져다가 천녀에게 주면서 말했다.
“내가 다시 올 때까지는 청컨대 떠나가지 마십시오.”
그는 마을 안에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서 널리 알렸다.
“나의 마당 안에 천녀가 왔습니다. 그녀의 위신력으로 마당의 곡식들이 늘어났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나의 아들을 세워서 마을 주인으로 삼는다면, 나는 그 천녀를 머물게 해서 우리를 옹호하며 항상 안락함을 누리게 해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모두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마침내 그의 아들을 세워서 마을의 주인으로 삼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곧 가려진 곳으로 가서 예리한 칼로 스스로 목을 베어 죽었다. 이때 가다연나는 음식을 구걸하여 마당 안으로 돌아와서 천녀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다 먹고 난 뒤 의발을 거두고 천녀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떠나겠지만 당신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았으니 따라갈 수가 없겠습니다.”
천녀가 말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있기에 따라갈 수가 없습니까?”
존자가 알려주었다.
“다른 사람의 자물쇠를 받았는데 그 주인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버리고 떠나간다면 이는 신의를 손상시키는 것입니다.”
잠깐 사이에 마을 사람들이 각자 향과 꽃을 가지고 와서 공양을 베풀며 천녀에게 청하였다.
“저희들이 복이 있어서 다행히도 성자께서 오셨으니, 엎드려 원하옵건대 자비롭게
저희들을 생각하여 머무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것은 저희가 모두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굳이 머물게 한다면, 대덕이신 가다연나를 위하여 절을 세워주시고 아울러 나를 위하여 별도로 신묘(神廟)를 세워서 사사(四事)의 공양을 부족함이 없이 해주신다면 나는 마땅히 이곳에 머무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말했다.
“그것을 모두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즉시 절을 짓는 한편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당(神堂)을 세운 뒤에 공양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하였다. 천녀는 매일 한밤중에 등불을 들고 존자의 처소로 가서 묘한 법문을 들었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 중에 어떤 이가 곧 헐뜯는 말을 하였다.
“어찌하여 천녀가 밤에 필추에게 가서 법답지 못한 일을 한단 말인가?”
신녀(神女)가 이를 듣고는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서 마을 사람들에게 주술을 걸어 모두 병에 걸리게 하였다.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다함께 신이 있는 곳으로 가서 참회하니 병고가 드디어 없어졌다. 존자가 그것을 알고 신녀와 작별인사를 한 뒤 구리로 만든 작은 잔을 기념으로 남겨두고는 감안동자에게 법의(法衣) 자락을 잡게 한 채 허공으로 올라가 떠나갔다. 이때 신녀는 마을 사람들을 권해서 탑을 조성하게 한 뒤에 구리로 만든 잔을 그 안에다 안치하고는 이름하여 동잔탑(銅盞塔)이라고 하였는데 지금도 그것이 남아 있다.
감안동자는 스승의 법의 자락을 잡고 매달려 떠나갔는데, 사람들이 멀리서 보고는 모두 큰 소리로 말했다.
“람파저(濫波底), 람파저여.”[이것은 옷자락에 매달렸다는 뜻이다].
그가 지나간 나라의 처소는 그로 인해 람파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의 북인도에 현재 그 나라가 있다].
존자는 점차 떠나가서 한 작은 나라에 이르렀다. 마침 그 나라의 왕이 죽었는데 왕의 자리를 이을 사람이 없었다. 그곳 사람들은 존자의 신덕(神德)이 높고 원대함을 알고서 드디어 동자를 세워 군주로 정하였다. 존자가 그것을 허락하자 곧 칙서를 써서 감안왕(紺顔王)이 되어 나라 일을 맡아보게 되었다.
이곳에서 존자는 다시 보가나국(步迦拏國)으로 갔다. 존자의 모친은 이 나라 안에서 태어났는데 이름을 현선동녀(賢善童女)라고 하였다.
존자는 그 집으로 가서 모친을 위하여 법을 설해 이치를 깨닫게 하였고 석장(錫杖)을 주어서 기념으로 삼았는데, 그 석장을 안치하려고 만든 탑에 지금도 사람들이 공양하고 있다.
존자는 이곳에서 중국(中國)으로 가고자 했는데 눈 덮인 고갯길을 지나가게 되었다. 북방의 여러 천신들이 모두 와서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자비를 베푸셔서 저희가 머무는 곳에 자그마한 것을 남겨 두어 기념이 되게 하소서.”
존자는 곧 생각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중국에서는 포라(布羅)2)를 신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는 곧 신발을 천신(天神)에게 주었다. 천신들은 신발을 얻고 나서 앞이 트여 밝은 땅에다가 하나의 탑을 세우고 이름하기를 포라탑(布羅塔)이라 하였다.
이때 존자는 박차(縛叉)강을 건너 포쇄성(布灑城)에 이르러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걸식을 하였으며, 먹기를 마치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손톱과 발톱을 깎았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머리카락과 손톱을 모아서 발조탑(髮爪塔)을 만들어서 오래도록 공양을 드렸다.
존자는 다음에는 남쪽으로 가서 실라벌성에 이르렀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대덕 가다연나시여, 다니시는 길은 편안하셨습니까, 그렇지 못하셨습니까?”
“구수여, 괴로움도 있었고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여러 필추들은 그 까닭을 자세히 물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교화하였으니 바로 이것이 즐거움이었고, 승음성에 있을 때에는 흙먼지에 눌렀으니 이것은 괴로움이 되었습니다.”
여러 필추들은 그 까닭을 자세히 물었다. 존자는 그 일을 자세히 대답하였다.
필추들은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비를 죽인 사람은 지극히 삿된 견해를 내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현세의 과보를 받았는데, 미래세의 고통은 누가 다시 대신해줄 것인가?”
가다연나는 손과 발을 씻고 나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드리고는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짐짓 물으셨다.
“가다연나여, 네가 다니는 길은 편안하였느냐, 그렇지 못하였느냐?”
가다연나는
지내온 일들을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들으시고 나서 잠자코 계셨다. 여러 필추들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다 같이 의심을 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자비를 베풀어서 저희들에게 널리 설법하여 주소서. 선도 필추는 무슨 인연 때문에 몸이 국왕이 되어 큰 쾌락을 받으면서도 그 뛰어난 지위를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하였으며,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얻었는데도 칼에 맞아 죽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라. 선도 필추가 지은 업은 그 인연이 성숙한 때에는 반드시 받게 되어서 피할 곳이 없느니라.”
위에서와 같이 자세히 설하시고 게송을 설하셨다.

가령 백 겁(劫)을 머물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因緣)이 만날 때에는
과보를 반드시 받게 되느니라.

“너희 필추들아, 지나간 옛날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을 때이다. 이때 어떤 독각(獨覺)이 세간에 출현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가난한 자들을 구제했으며, 자족(自足)해서 공양을 받되 많이 구하는 것을 즐거워하지 아니하였다. 유일한 복전(福田)인 것이 비유하자면 기린의 뿔과 같았는데, 숲에 의탁하면서 구하는 바 없이 머무니 많은 노루와 사슴들이 먼저 의지하게 되었다.
어떤 사냥꾼이 이곳에 그물을 설치하여 늘 많은 사슴을 잡았는데, 갑자기 소득이 없어지자 그 까닭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사람의 자취를 보고 독각이 있는 곳에 이르자 성내는 마음을 갖고서 화살로 그를 쏘았다. 성자는 그를 불쌍히 여기며 허공으로 올라갔다. 사냥꾼이 내려오기를 바라자 성자는 곧 숨을 거두었다. 드디어 시신을 불사르며 여덟 마리 소의 젖을 붓고, 남은 뼈를 수습하여 탑을 조성하고, 갖가지 공양을 올리며 정례(頂禮)하고 슬퍼하였으니, 이로 인해 삼악도(三惡道)의 과보를 받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공양한 공덕으로 대왕가(大王家)에 태어나서 재물이 풍족했으니, 이렇듯 드물고 기이한 공덕으로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고 마음에 싫어하고 게으름이 없이 공양하기를 원하였느니라.
너희 필추들아, 과거의 사냥꾼이 바로 선도 필추였느니라. 옛날에 화살로 독각존(獨覺尊)을 쏘았던 까닭에 많은 생(生) 동안에 지옥의 고통을 받았으며, 뒤에 사람 몸을 받고서도 오백생(五百生)동안 항상 남에게 칼과 화살로 죽게 되었느니라. 또 그때 세운 원력으로 말미암아 나를 바로 만나서 아라한과를 얻었으나, 여전히 칼로 피해를 입고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던 것이니라.”
여러 필추들은 다시 의심이 있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왕자인 정계와 승음성의 백성들과 가다연나는 흙먼지에 덮이게 되었으며, 이익과 제환은 보배를 가지고 성을 벗어나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사람들의 인연이 모여서 업과(業果)가 지금 나타난 것이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고 또한 과보(果報)는 스스로 받았느니라.
너희 필추들이여, 마땅히 들어라, 과거세(過去世)의 어떤 마을에 장자가 살았는데, 아내를 얻은 지 오래지 않아서 아들을 낳고 또 딸을 낳았다. 차차 자라서 아들은 결혼하였으나 딸은 시집을 가지 못했다. 다른 여자 친구들은 모두 결혼하였는데, 이 딸만은 아무도 혼인을 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에 독각존자가 세상에 출현하였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한 독각이 세상을 두루 다니며 교화하다가 이 마을에 이르러 걸식을 하였다. 그때 시집가지 못한 동녀(童女)는 성자가 오는 것을 보고서 쓰레기를 그의 몸 위에 버렸다. 바로 그날 어떤 사람이 혼인을 청했다. 오라버니가 이상하게 여겨서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오늘 아침에는 너에게 청혼하는 사람이 있느냐?’
‘내가 얼마 전에 더러운 쓰레기를 필추의 몸에 버린 탓인가 봅니다.’
오라버니는 듣고 웃었다. 동녀는 곧 이 일을 여러 친구들에게 말하였다. 여인들이 듣고는 모두가 시집가기를 바라면서 앞다투어 쓰레기를 필추에게 던졌다.
이런 말이 돌아서 온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이런 삿된 견해를 좋은 일로 여기게 되었다. 그때 성자는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지을까 걱정해서 드디어 그 마을을 떠났다.
다시 오통선자(五通仙者)가 그곳에 오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다시 쓰레기를 그에게 던졌다. 선자(仙者)는 이 일을 보고 나서 마찬가지로 마을을 떠났다.
사람들은 모두 존자(尊者)의 처소에 쓰레기를 버리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드디어 부모에게도 더러운 쓰레기를 던졌다. 이 마을에는 두 장자가 있었는데 법답지 못한 일을 행하는 것을 보고서 널리 사람들에게 알렸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참으로 바른 법과는 어긋난 것이니, 이 악업으로 인하여 반드시 고통스런 과보를 초래할 것이오.’
마을 사람들은 비록 이 말을 듣기는 하였으나 삿된 견해는 더욱 늘어나고 나쁜 마음은 그치지 않았다.
너희 필추들이여, 과거 장자의 딸이 바로 정계이니라. 그 마을 안의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바로 승음성의 백성들이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그만두기를 충고한 두 장자는 바로 이익과 제환 두 대신이니, 과거에 삿된 견해를 갖지 않도록 그치기를 권했던 까닭에 지금 곤란을 면하고 흙먼지에 눌려 죽지 않게 된 것이니라. 동녀의 오라버니로 즐거이 웃었던 사람이 바로 가다연나이니라. 그는 과거에 즐거이 웃었던 일로 말미암아 흙에 눌리는 일을 만난 것이니라.
너희 필추들이여, 가다연나가 만약 무학과(無學果)를 증득하치 못하였더라면 지금 흙에 눌려서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여러 필추들이여, 만약 순흑(純黑)의 업을 지으면 순흑의 이숙(異熟)을 얻게 되나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또한 마땅히 닦아 배울지니라.”
그때 교섬비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선재(善財)였다. 그의 말소리는 금성(金聲)을 내었고 집에는 1억의 금전이 있었다. 매일 아침이면 큰 음성으로 일꾼들에게 명령하였다.
“현수여, 너희들은 일어나서 생업에 힘쓰라.”
이 장자의 집은 왕궁에서 가까웠는데, 사람들은 이 말소리를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 목소리의 상(相)은 1억의
금전에 걸맞구나.’
아침 조회에 신하들이 모이자, 왕이 신하에게 명하였다.
“내가 선재 장자의 음성을 듣고 관상을 보니 1억의 금전이 있을 것이다.”
왕은 곧 선재장자를 불러서 물었다.
“장자여, 그대의 집에는 얼마의 재산이 있는가?”
“대왕이시여, 1억의 금전이 있나이다.”
이 말을 들은 신하들은 왕이 상을 잘 보는 줄을 알자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왕이 그가 묘한 음향을 가진 것을 알았던 까닭에 당시 사람들은 그를 묘음 장자(妙音長者)라 부르게 되었다. 그 장자는 목숨을 잃게 될 때까지 끝내 일부러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이 보고 놀라고 감탄하여 그를 재상으로 삼았다. 장자는 법으로써 나라의 정사(政事)를 보좌하고 가려진 것을 밝게 비추니, 여러 신하들이 그를 질투하여 드디어 왕에게 아뢰었다.
“묘음 대신은 속이는 것이 많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시험을 해보기로 하고서 드디어 반억(半億)의 금전을 빌려 쓰고 백성들에게서 마음대로 거두어들이게 하였다. 장자는 수에 따라 거두어들여서 한 푼도 어긋나지 않았다. 왕은 그것을 알고 깊이 희유하다는 생각을 해서 그의 지위를 더욱 올려 주었다.
묘음 대신은 재물과 먹을 것이 모두 무상(無常)함을 체득해 깨닫고는 드디어 의당(義堂)3)을 지어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베풀어 주면서 사람을 시켜 관장하게 하였다. 그가 관리하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용모와 태도가 별다르면 반드시 나에게 알리도록 하여라.”
이때 남방에는 속세를 떠나 숨어 사는 오백 명의 손님들이 있었다. 일부러 헤진 옷을 입고 구함이 없는 것을 일로 삼았는데, 멀리 험난한 길을 건너 교섬비국으로 가고 있었다. 도중에 물을 구할 수가 없어서 함께 큰 나무 아래로 가서 말했다.
“우리에게 물을 좀 주십시오.”
나뭇가지 사이에서 갑자기 팔찌로 장엄된 하나의 손을 펼쳐서 병을 잡고 물을 부어주었다. 오백 명의 사람들은 모두가 실컷 마시고 나서 물었다.

“당신은 어떤 신(神)인가요?”
“나는 전생에 급고독 장자의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바느질을 하며 살던 사람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장자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면, 내가 손으로 그곳을 가르쳐 주었고 다시 팔지계(八支戒)를 받아 지녔던 까닭에 지금은 이곳에 태어나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에 속해 있습니다.”
오백 명의 사람들은 이 일을 보고 나서 서로 말했다.
“계율을 지녔던 까닭에 천(天)에 태어날 수 있었으니, 우리들도 마땅히 급고독 장자의 처소로 가서 정계(淨戒)의 포살(布薩)을 받도록 하자.”
그들은 길을 걸어서 묘음 장자가 설치한 의당(義堂)에 가서 공양을 받았다. 그러자 그 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와서 장자에게 아뢰었다.
“오백 명의 사람이 남쪽나라에서 왔다고 하는데, 형상과 태도가 세속사람과 같지 않습니다. 불러서 물어보십시오.”
장자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느 곳에서 왔습니까?”
또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려고 합니까?”
“우리는 실라벌성의 급고독 장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팔지계(八支戒)를 받으려고 합니다.”
묘음이 말했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머물면서 3개월의 여름 안거가 끝나기를 기다리도록 하십시오. 우리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안거가 끝나자 묘음 장자는 오백 명의 사람들과 더불어 급고독 장자의 처소로 가서 위문하기를 마치고 그 일을 갖추어 말했다. 급고독 장자는 그 사람들을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함께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들의 근기와 성품을 관찰하시고 기틀에 따라 법을 설해서 출가하게 하시니, 그들은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묘음 장자는 예류과를 얻었으며, 이미 진리를 보고나서는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불쌍히 여기사 교섬비국으로 가소서. 저희가 마땅히 부처님과 모든 성중(聖衆)들을 위하여 비하라(毘訶羅)를 조성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자비심으로 청을 받아들이시고 곧 대준타(大准陀)에게 알리셨다.
“너는 지금 묘음 장자와 함께 교섬비국으로 가서 비하라를 짓도록 하여라.”
대준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서 의발을 챙겨 묘음 장자와 함께 교섬비국으로 갔다. 그리고 한 채의 머물 곳을 짓고 난 뒤에 사람을 보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절을 짓는 일이 다 되었사오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필추대중과 함께 자비를 베풀어서 이곳으로 오소서.”
세존께서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공양을 끝내고 의발을 챙긴 뒤에 대중들을 데리고 교섬비국의 묘음원(妙音園)에 이르셨다. 절 밖에 있는 못에서 손을 씻고 발에 물을 부운 후에 절 안으로 들어가셨다. 묘음 장자는 곧 금으로 된 병으로 물을 부어 드리니 부처님께서 그것을 받으셨다.
장자는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이 절을 받으실 것을 청하고서 이튿날 성대하게 공양을 베풀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발우와 그릇을 씻고 양치를 마치자, 대준타와 묘음 장자와 여러 권속들은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한 쪽에 앉았다. 법을 듣기 위하여 준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들을 위하여 법을 열어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어떤 복업(福業)을 지어야 대과(大果)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항상 증장되어 길이 이어져서 끊어지지 않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준타에게 말씀하셨다.
“준타야, 그것에는 일곱 가지 유루복을 짓는 업과 일곱 가지 무루복을 짓는 업이 있느니라. 내가 너를 위하여 말하리니 마땅히 한마음으로 들어라.
만약 어떤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복업을 성취한다면, 행주좌와(行住坐臥)와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일체시(一切時)에서 이 복업은 대과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며 복이 항상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무엇을 일곱 가지라고 하는가? 준타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좋은 동산을 가지고 사방의 스님들에게 보시한다면, 이것이 첫 번째의 유루복(有漏福)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는 것은 이 복업 때문이니라. 행주좌와(行主坐臥)와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일체시(一切時)에서 이와 같은 복업과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동산 가운데에 절을 지어서 사방의 스님들에게 보시한다면, 이것이 두 번째의 유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이 절 안에서 갖가지 앉는 상(床)과 이부자리와 필요한 도구들을 갖추어 보시한다면, 이것이 세 번째의 유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이 절 안에서 항상 훌륭한 음식을 때에 따라 보시하여 여러 스님에게 공양을 올린다면, 이것이 네 번째의 유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새로 손님으로 온 필추와 장차 길을 떠나려는 필추에게 공양을 공급하여 드리면, 이것이 다섯 번째의 유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병이 난 사람에게 간병인으로서 공양을 공급하여 드리면, 이것이 여섯 번째의 유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바람 불고 춥고 비오고 눈 내릴 때에나 더울 때에 시기적절하게 갖가지 음식 나아가 보릿가루 죽을 가지고 절 안에 와서 여러 손님께 공양함으로서 고생하지 않게 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게 한다면, 이것이 일곱 번째의 복업이니, 대과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준타여, 마땅히 알지니라. 이 일곱 가지 일을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원을 세우고 기약하여 계속해서 짓는다면, 이 복의 양은 헤아려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복을 얻고 이런 과보를 얻어서 이런 승묘(勝妙)한 몸을 감응할 수 있다면, 단지 그 이름을 대복취(大福聚)라고 부를 수 있을 따름이니라.
준타야, 마치 다섯 개의 큰 강이 한 곳에 화합해서 똑같이 큰 바다로 흘러가는데, 그 강의 이름은 강가하(弶伽河)ㆍ염모하(琰母河)ㆍ살라유하(薩羅喩河)ㆍ아시라벌지하(阿市羅伐底河)ㆍ막희하(莫熙河)라 하며, 이 물의 양이 몇 곡(斛)이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열 말의 용량이 백천만억이 있다 해도 능히 헤아려 알 수 없으므로 다만 이것을 대수취(大水聚)라고 부르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준타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유루복을 짓는 업에 대하여는 가르침을 들었사오니 무루복을 짓는 업을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준타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아라. 일곱 가지 무루복을 짓는 업이 있나니,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복업을 성취한다면 행주좌와(行住坐臥)와 잠잘 때나 깨어있을 때나 일체시(一切時)에 대과(大果)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은 끝없이 드러나고 복은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끊이지 않느니라.
무엇을 일곱 가지라 하는가? 준타야,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나 여래의 제자가 어느 마을에 의지하여 머물러 있다는 말을 듣고서
기꺼이 세속을 벗어나고 여읠 생각을 내면, 이것이 첫 번째의 무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로움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는 것은 이 복업으로 인한 것이니라. 행주좌와(行住坐臥)나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일체시(一切時)에 이와 같은 복업은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고 복이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저 여래나 여래의 제자가 이곳에 오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꺼이 세속을 벗어나 여의려는 마음을 내게 되면, 이것이 두 번째의 무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며 복이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저 여래나 여래의 제자가 길을 걸어서 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꺼이 세속을 벗어나 여의려는 마음을 내게 되면, 이것이 세 번째의 무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며 복이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저 여래나 여래의 제자가 아무 마을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꺼이 세속을 벗어나 여의려는 마음을 내게 되면, 이것이 네 번째의 무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며 복이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저 여래나 여래의 제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공경하여 예배를 드리고자 하여 뵙고 난 뒤에 기꺼이 세속을 여의고 벗어날 생각을 내게 되면, 이것이 다섯 번째의 무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며 복이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끊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저 여래나 여래의 제자를 뵙고 한마음으로 묘법을 청해 받으며, 법을 듣고 나서는
큰 환희심을 내어 세속을 벗어나 여읠 마음을 낸다면, 이것이 여섯 번째의 무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며 복이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끓이지 않느니라.
다음으로 준타여, 만약에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저 여래나 여래의 제자에게서 법을 듣고 나서 불법승(佛法僧)에 귀의하여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니면, 이것이 일곱 번째의 무루복을 짓는 업이니, 대과(大果)의 이익을 얻어서 빛이 끝없이 드러나며 복이 언제나 증장되고 상속되어서 끊이지 않느니라.
준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일곱 가지 무루 복업을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원을 세우고 기약해서 계속 이어나가며 짓는다면, 이 복의 양은 헤아려 알 수가 없다. 이런 복을 얻고 이런 과보를 얻어서 이런 승묘한 몸을 받게 되는 것을 다만 이름하여 대복취(大福聚)라고 부를 따름이니라.
준타야, 마치 다섯 개의 큰 강이 한 곳에 화합해서 똑같이 큰 바다로 흘러가는데, 그 강의 이름은 강가하(弶伽河)ㆍ염모하(琰母河)ㆍ살라유하(薩羅喩河)ㆍ아시라벌지하(阿市羅伐底河)ㆍ막희하(莫熙河)라 하며, 이 물의 양이 몇 곡(斛)이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열 말들이 곡의 용량이 백천만억이 있다 해도 능히 헤아려 알 수 없으므로 다만 이것을 대수취(大水聚)라고 부르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법을 설하시고 나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다섯 개의 청정한 강은 모든 물건을 맑게 하고
묘한 나루터는 보배를 잉태하여 뭇 흐름을 인도하나니
능히 사람과 짐승 등으로 하여금 귀의하게 하여
각자 다투어 흘러들면서 쉼이 없게 하네.

만약 사람이 능히 유루복의 업을 닦고
무루복의 업을 닦아서 기뻐하는 마음을 낸다면
뛰어난 복이 항상 흘러서 이 사람에게 돌아가나니
마치 여러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과 같도다.

그때 대준타와 묘음 장자와 인천(人天)의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는 각각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하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다 같이 의심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이 묘음 장자는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대왕이 그의 음성을 듣고 그 일을 드러나게 알아서 묘음(妙音)이라고 부르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에 바라니사성에는 20년 동안 큰 가뭄이 들어서 비가 오지 않았다.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선합(善合)이라 하였다. 그는 한 사람에게 창고를 맡기고 늘 재물을 내어서 매일 정오에는 훌륭한 음식으로 일천 명의 독각성자(獨覺聖者)를 공양하였다. 그런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매일 아침 한 마리의 개를 데리고 가서 공양 때가 되었음을 알리곤 하였는데, 어느 날 그만 잊어버리고 공양 때를 알리지 못했다. 이때 그 개는 정오가 되었음을 알고 즉시 천 명의 성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끙끙거리며 소리를 내었다. 성자들은 개가 이상하게 소리를 내자 공양을 청하러 온 것임을 알고 함께 그 장자의 집으로 갔다. 개는 또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소리를 내었다. 그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개가 성자들을 오시게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평상시와 같이 여러 성자들께 공양을 드렸다.
너희들 필추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과거의 선합 장자는 바로 나였느니라. 창고를 맡았던 사람은 바로 급고독원 장자이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사람은 바로 오타연나왕(鄔陀演那王)이니라. 개는 바로 묘음 장자이니라. 그가 가서 소리를 내어 성자들에게 알렸던 까닭에 지금은 좋은 음성을 얻었느니라.
이와 같이 모든 것은 선세(先世)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금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여러 필추들은 기뻐하여 믿고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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