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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2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40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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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40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40권


의정 한역


59) 촉보학처(捉寶學處)
그때 박가범께서 왕사성의 취봉산(鷲峯山)에 계셨다.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과 발우를 챙기셔서 취봉산을 내려와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는데, 존자 아난타를 시자로 데리고 다니셨다. 마침 큰 비가 내려서 물이 낭떠러지로 흘러내리자, 겁초(劫初)의 사람들이 묻어 놓은 보물들이 드러나서 황홀하게 빛났다.
세존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것을 보도록 하여라. 이것은 커다란 검은 뱀이니 큰 해독(害毒)이 되는 것이다.”
아난타가 아뢰었다.
“이것은 참으로 무서운 독입니다.”
이렇게 말을 할 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항상 풀뿌리와 나무 열매를 채취하여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한 가난한 사람이 독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이렇게 생각됐다.
‘내가 시험 삼아 저들이 해독(害毒)이라 말하는 것이 어떻게 생긴 모양인지 보아서 밤에 우리를 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그곳에 가 보았더니, 바로 묻어 놓았던 보물들이 드러나서 밤에 광채를 내고 있는 것임을 알았다.
가난한 사람은 그 광경을 보고 기뻐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원컨대 이 독사가 영원히 나를 물어주기를 바라노라. 처자와 모든 권속들도 또한 이러한 고통은 사양치 않으리라.’
드디어 그것을 나뭇잎으로 덮어 놓고 자잘한 것들은 집으로 갖고 왔다. 점차로 집안을 일으키면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공급하였고, 아울러 모든 친족들도 마음대로 받아써서 큰 부자가 되었다.
이때 미생원(未生怨)1)은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뒤에 사신을 시켜 나라의 성읍을 두루 살펴서 누가 재산이 많은지 알아보게 하였다. 그 사신은 묻혔던 보물을 얻은 자의 집이 창성하고 입을 것과 먹을 것이 풍족한데다 노비와 소ㆍ양들이 평상시와 다른 점이 있음을 보고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예전에는 가난하여 입을 것과 먹을 것이 없었는데,
어떻게 지금 갑자기 부자가 되었소? 왕가(王家)에서 묻어둔 보물을 훔친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즉시 잡아서 왕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왕이 물었다.
“네가 지금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은 나의 묻어둔 보물을 훔친 것이 아니냐?”
그가 말하기를 꺼려하자 왕이 말했다.
“이것은 나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니 법에 따라 죽여야 한다. 데리고 있는 권속들도 모두 감옥에 잡아넣고 이 자는 마땅히 목숨을 끊도록 하라.”
그때 옥사(獄事)를 맡은 관리가 즉시 그 사람을 데리고 형장에 가서 죽이려고 하였다.
그는 형장으로 가는 도중에 이렇게 말했다.
“아난타여, 이는 커다란 검은 뱀이고 큰 해독(害毒)이구나. 아난타는 이것을 참으로 무서운 독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왕국의 법에서는 처형되려는 사람이 한 말은 반드시 왕에게 알리게 되어 있었다. 관리가 그의 말을 왕에게 알렸더니, 왕이 말했다.
“불러서 데려오라.”
그가 왕이 있는 곳에 오자, 왕이 물었다.
“네가 한 말에는 어떤 뜻이 들어 있느냐?”
그 사람이 예전의 일을 자세히 진술하였다. 왕은 그때 세존이 계신 곳에서 처음으로 신심을 내서 그 사람에게 물었다.
“남자여, 당신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는구나.”
“대왕이시여 , 저는 참으로 깊이 믿나이다.”
왕은 다 듣고 나서 눈물로 옷을 적시며 그 사람에게 말했다.
“이 물건을 너에게 주고 너의 권속들도 다 풀어주겠다.”
그 남자는 풀려나게 되자 기쁨을 스스로 이길 수가 없어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가진 부유함과 가업(家業)은 모두가 세존으로 말미암아 이룩된 것이다. 나는 이제 마땅히 세존의 발에 예배드리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우리 집에 오셔서 공양하시도록 청해야겠다……(생략)……’
나아가 공양을 마치고 설법을 들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사제법(四諦法)을 알고 예류과(豫流果)를 얻었다. 자세한 것은 다른 곳에서 설한 것과 같다. 이 연기는 아직 계율로 제정되지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취봉산에 계셨다.
오파난타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과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는데, 가는 도중에
활쏘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예배하여 공경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걸식을 하다가 점차 활쏘기를 가르치는 집에 이르렀는데, 스승은 없고 다만 여러 학도들만 있는 것이 보였다.
오파난타가 사람들에게 알려서 말했다.
“당신들은 활쏘기를 배우느라고 헛되이 돈만 낭비하고 나날이 공만 들였지 아직 성취한 것이 없구나.”
그리고는 스스로 활을 잡고 화살을 오른쪽에 먹여서 쏘니, 시위를 떠난 화살이 모두 적중하였다.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마땅히 더 훌륭한 스승을 찾아서 기능을 배워야 할 것이오.”
오파난타는 말하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활쏘기를 가르치는 스승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배우는 사람들은 그를 보고도 공경하지 아니하였다.
스승이 물었다.
“너희들은 무슨 까닭에 오만하여 평상시와 같지 않으냐?”
“우리는 생업을 그만두고 활 쏘는 기능을 배우려고 하는데, 형세를 보아하니 헛되이 시일만 낭비하는 것 같습니다.”
스승이 그 까닭을 물으니 그들은 그간의 일을 자세히 대답했다. 스승은 그 말을 듣자 즉시 절 안으로 가서 오파난타를 찾았다.
오파난타를 보자 발에 예배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차리야여, 이것은 제가 먹고 살아가는 길입니다. 원컨대 자비를 베푸시어 파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파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활을 쏘는 기술은 나의 기능일세. 당신은 그것을 가지고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내게 스승으로 예우하는 최소한의 예의도 차리지 않았네.”
그 사람은 예배드리고 사죄하며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책망하지 마소서. 지금부터는 삼가 어른의 명령을 따르겠나이다.”
그리고는 활쏘기를 가르치는 도구를 팔아서 얻은 재물을 오파난타에게 주고 활쏘기를 가르치는 집에 돌아와 근심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무슨 까닭에 근심을 하는가?”
그가 사실을 말하자, 친구는 듣고 나서 나무라는 말을 하였다.
“사문석자(沙門釋子)가 법답지 못한 일을 하는구나. 어찌하여 다른 활쏘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핍하게 하는가?”
또한 이 연기(緣起)는 아직 계율로 제정되지 않았다.
연기(緣起)는 앞에서와 같고…(생략)…,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이때에 오파난타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다가 음악을 가르치는 집 안에 이르러서 스승이 없는 것을 보고
스스로 악기를 가져다가 팔음(八音)을 갖추어 연주하였다.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또한 그 사람은 악기들을 팔아서 궁핍하게 되었다.
이것도 또한 연기(緣起)이지만 아직 계율로 제정되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인연을 따라 교화를 베풀면서 왕사성으로부터 광엄성(廣嚴城)에 이르러 높은 누각으로 된 집에 머무셨다.
그 때 오파난타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과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도중에 율고비(栗姑毘)의 여러 동자들이 영락을 가져다가 한 쪽 가에 놓고서 함께 노는 것을 보았다. 오파난타는 그 영락을 보자 야차의 물건이라고 말을 하면서 그대로 가지고 갔다. 동자들은 영락을 가져가는 것을 보자 각자 달려와서 오파난타의 팔과 다리를 잡아당기고 모두가 흙을 뿌리고 던져서 끝내 영락을 되찾아갔다.
오파난타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절에 돌아오자 필추들이 보고서 물었다.
“어찌하여 아이들과 함께 놀았습니까?”
오파난타는 그 일을 자세히 대답했다.
이 연기(緣起)도 아직 계율이 제정되지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광엄성에 계셨다. 육중필추가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는데 길이 율고비 동산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들은 동산 안으로 들어가서 여러 놀이기구를 보고는 북과 악기를 가져다가 법답게 연주를 했다. 마치 정반왕(淨飯王)이 연주하게 하는 음악과도 같았으며, 미생원왕(未生怨王)이 전쟁을 일으킬 때 나는 북소리와도 같았다. 성 안의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자 크게 놀라서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이것은 미생원앙이 와서 우리나라를 습격하는 것이다.”
즉시 군대를 정비하여 큰 성문 밖으로 나가서 함께 적에게 대항하려 했다. 이때 육중필추는 북으로 연주하던 것을 버리고 모두 동산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육중필추가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성자여, 미생원왕의 군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육중필추가 말했다.
“미생원왕이 무슨 까닭으로 이곳에 왔단 말입니까?”
사람들이 물었다.
“그들이 오지 않았다면, 그들이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무엇 때문에 울렸겠습니까?”
육중필추가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그저 놀아본 것입니다. 왕의 군대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했다.
“당신은 급히 떠나 이곳에 머물지 마십시오. 율고비가 오면 반드시 설욕할 것입니다.”
육중필추가 절로 돌아오자 여러 필추들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빈 발우로 돌아왔습니까?”
그간의 일을 갖추어 대답하니,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서 함께 천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생각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그와 같이 단정하고 근엄하지 못한 일을 한단 말인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하여 마땅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보배와 보배 비슷한 것들을 스스로 손에 쥐거나 남을 시켜서 쥐게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광엄성으로부터 교살라국의 실라벌성에 도착해서 서다림의 급고독원에 머무셨다.
이때 비사구녹자(毘舍倨鹿子)는 부처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공경하여 예배드리고자 하여 갖가지 영락을 온몸에 둘러 치장하였다가 참회하는 생각을 품었다. 그래서 부처님을 뵈려고 할 때는 결국 영락들을 벗어서 그 하인에게 맡기고 흰 옷을 입고서 들어가 세존을 뵈었다.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묘한 법을 듣고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이때 그 하인은 영락을 꽃나무 아래다 놓아둔 채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난타가 그 영락들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제정하신 학처를 이것으로 인하여 마땅히 개시해야겠구나.’
그는 영락들을 거두어 가지고 스스로 부처님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아난타여. 내가 아직 허락하지 아니하였지만 너는 이미 때를 아는구나. 계율을 설할 때에 마땅히 ‘때의 인연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 후 다른 때에 비사거가 하인에게 물었다.
“영락을 가져 왔느냐?”

“절 안의 나무 아래에 둔 채 잊어버리고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비사거가 말했다.
“가서 가져오너라.”
아들이 그 말을 듣고 나서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어찌 창고 안에 있는 것처럼 그에게 가서 가져오라고 하십니까? 절 안에 사람이 많으니 그 물건은 분명히 잃어버리신 것입니다.”
어머니가 말했다.
“내가 태어난 뒤로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너는 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반드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하인은 명을 받들어서 드디어 절 안으로 갔다. 아난타가 그를 보고 영락을 내주자, 하인이 그것을 갖고 집에 도착하였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재물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나의 말이 틀리지 아니하였구나.”
아들이 생각했다.
‘내가 마땅히 그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그리고는 금으로 된 자기 어머니의 도장을 새겨놓은 반지를 가져다가 우물 속에 던졌으나 물을 길을 때에 물을 따라 나와서 찾을 수 있었다. 아들은 다시 그것을 가져다가 강물 속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삼킨 것을 어부가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때 집안의 하인들이 사가지고 돌아와서 배를 가른 후에 반지를 찾을 수 있었다. 다시 금주머니를 길에다 버렸더니, 그때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뱀이라고 하면서 피해 갔으므로 아들이 다시 가져왔다. 이와 같이 여러 번을 시험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의 어머니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어떤 필추가 절 밖에 나갔다가 금주머니가 버려진 것을 보고서 가지고 갔는데, 뒤에 어떤 사람이 오자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이것은 당신 주머니인가요?”
그 사람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필추가 곧 그에게 주었다. 그가 가지고 떠났는데, 잠시 뒤에 어떤 사람이 급히 달려 와서 필추에게 물었다.
“저의 금주머니를 보셨습니까?”
그에게 말했다.
“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주어서 가지고 갔습니다.”
그 사람은 그 말을 듣자 고뇌하다가 죽었다.
세존께서 아시고는 모든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마음대로 남에게 주지 말도록 하여라. 마땅히 묻고 시험을 해서 틀림없으면 주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지 않도록 하여라.”
또 어떤 필추가 금이 가득 든 주머니를 보고도 그것을 버리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버리고 떠나가지 말도록 하여라. 마땅히 나뭇잎으로 덮어두도록 하여라.”
그는 나뭇잎으로 덮어 놓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버리고 떠나가지 말도록 하여라. 물건으로 덮어두고 그곳에서 7ㆍ8일 동안 지키고 있다가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을 알아보거든 물어보아서 합당한 사람이면 그에게 주도록 하여라. 만약 합당치 않거든 그것을 가지고 절에 돌아와서 절의 창고에 5ㆍ6개월 동안 두었다가 주인이 찾아오면 틀림없는지 물어보고서 주도록 하여라. 주인이 찾아오지 않거든 그 물건으로 굳고 단단한 그릇을 사서 쓰다가 뒤에 주인이 알아보거든 기록한 것처럼 해서 마땅히 그 물건을 가져다 보여주면서, ‘이것은 당신의 물건으로 산 것이니 마음대로 가져가시오’라고 하고, 만약 이익을 요구하거든 그에게 ‘당신은 물건을 잃어버렸다가 본래의 것을 얻었으면 마땅히 기뻐할 일이지 어찌 은의(恩義)를 모르고 다시 이익을 바라는가?’라고 하여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대중들을 모으시고 계율을 지키는 것을 찬탄해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창시한 것이고, 이것은 인연에 따라 개시(開示)하는 것이다. 나아가 내가 몇 가지 이로움을 관하여 모든 필추들을 위해 적절한 학처를 제정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보배와 보배 비슷한 것들을 스스로 손에 쥐거나 남을 시켜서 쥐게 한다면 절 안에 있을 경우와 속가에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절 안에서와 속가에서 보배나 보배 비슷한 것들을 보거든 마땅히 이렇게 생각한 연후에 취하도록 하여라.
‘만약 알아보는 자가 있으면 내가 마땅히 그에게 주리라.’
바로 이때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보배’란 칠보(七寶)를 말한다. ‘보배 비슷한 것들’이란 여러 병장기와 활이나 칼 같은 것과 북이나 피리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들을 이르는 말이다. 스스로 쥐거나 남을 시켜서 쥐게 하는 것과 죄를 맺는 것은 위에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필추가 절 안이나 속가에서 만약 보배 등을 보면, 이러한 생각을 한 연후에 가지는 것을 허락한다.
‘만약 주인이 오면 나는 마땅히 그에게 주리라.’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스스로의 손으로 쥐거나 남을 시켜서 보물들을 쥐게 하고 나서 갈고 닦았다면 타죄(墮罪)를 얻고, 갈고 닦지 않았다면 다만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또한 가짜 유리를 가지더라도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손에 쥐고 영락 등을 맞추어 몸에 치장을 하면 모두 타죄를 얻는다.
또한 보리 줄거리를 엮어서 만든 머리꾸미개를 손에 쥐더라도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비파 등의 갖가지 음악을 연주하는 기구로서 줄과 기둥이 있는 것을 손에 쥔다면 곧 타죄를 얻고, 줄이 없는 것인 경우에는 악작죄를 얻는다. 또한 대나무 통으로 만든 한 줄로 된 거문고를 집더라도 또한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소라나 고동 등으로 불 수 있게 만든 것을 손에 쥐면 타죄를 얻고, 그것이 불 수 없는 것이라면 악작죄를 얻는다. 북을 쳐서 연주하는 여러 악기는 연주할 수 있는 것이거나 얻는 죄의 경중은 또한 여기서 말한 것과 같다. 만약 활을 잡을 때에는 현이 있는 경우에는 곧 타죄를 얻고, 없는 경우에는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칼에 칼날이 있는 경우와 화살에 화살촉이 있는 경우에는 모두 본죄(本罪)를 얻는다. 이것과 다른 경우에는 악작죄를 얻고, 또한 털을 타는 활[彈毛弓]과 풀 줄기로 만든 화살의 경우도 또한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성상(聖像)에 사리(舍利)가 있는 것을 잡으면 타죄를 얻고, 사리가 없는 경우에는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에 대사(大師)라는 생각을 하여 받들어 가지는 경우에는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이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모두가 의심하는 마음이 있었다. 즉 무슨 까닭으로 비사거모(黑舍佉母)는 돈과 재물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라. 지나간 옛날에 가섭파불(迦攝波佛)께서 열반하신 후에 한 늙은 어머니가 계행을 받들어 지니고 있었다. 그때 흘률지왕(訖栗枳王)2)이 궁인(官人)들과 놀다가 동산 가운데에서 영락으로 만든 장신구를 잃어버렸는데, 그 노모가 영락을 손에 넣고 대나무 끝을 두드려서 본래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였다. 한편 왕은 사람을 보내 이 영락을 찾았는데, 그 사람은 노모가 있는 곳에서 영락을 찾아 왕에게 바쳤다.
왕은 기뻐하면서도 그 기이한 일을 이상하게 여겨서 노모를 찬탄하며 물었다.
‘좋은 마음씨를 가졌으니 이치에 맞게 상을 주어야겠소.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노모가 왕에게 말하였다.
‘별달리 하고 싶은 것은 없습니다. 이익을 구한 것이 아닙니다. 원하옵건대 이 인연으로 미래세에 태어나는 곳마다 재물을 잃지 않기 바랄 뿐입니다.’
과거의 청정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이제 이러한 과보를 받는 것이니, 과거의 노모가 곧 비사거모이니라. 과거에 남의 물건을 숨기지 아니하고 원력을 발하였던 까닭에 태어날 때마다 비록 재물을 잃어버리더라도 끝내 다시 얻게 된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필추여, 다른 사람의 물건을 손에 넣게 되었을 때에는 훔치거나 감추지 말라. 이와 같이 마땅히 배워야 한다.”

60) 비시세욕학처(非時洗浴學處)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이 성의 옆에는 세 개의 온천이 있었다. 하나는 왕이 몸소 목욕을 하는 곳이었고, 다음은 왕의 궁인(官人)들이 썼고, 그 다음은 일반인들이 쓰는 것이었다. 왕이 목욕하는 곳에서는 필추들도 목욕을 하였으며, 궁인들이 목욕하는 곳에서는 필추니들이 또한 목욕을 하였다.
육중필추들은 목욕을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가 이제 왕의 신심이 두터운지 엷은지를 시험해보자’
왕을 괴롭히려고 물을 입 안에 오랫동안 머금었다가 갑자기 내뿜었다. 마침내 왕은 사람을 시켜서 물을 가져다가 다른 곳에서 목욕을 하고 온천에 들어가지 않았다.
목욕을 마치고 나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두 발에 머리를 숙여 예배드리고 묘법을 들은 후에는 부처님을 하직하고 물러났다. 구수 아난타는 이 일을 듣자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필추들이 목욕을 하는 까닭에 이러한 허물이 생겨나는 것이다.”
모든 필추들이 몸을 씻지 않아서 때가 많게 되자, 걸식할 때에 바라문거사 등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성자여, 어찌하여 당신들은 몸에
더러운 때를 가지고 있으면서 청정하게 되려고 하십니까, 어찌하여 씻지를 않습니까?”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15일에 한 번씩 목욕을 하도록 하여라.”
날이 더운 때에는 필추들이 자주 씻지 않는 까닭에 몸이 쇠약해졌다.
사람들이 보고서 물었다.
“성자여, 무슨 까닭에 병이 생겼습니까?”
“우리 세존께서 자주 몸을 씻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몸에 열이 나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했다.
“세존께서는 크게 자비로우시니 이 일을 가지고 인연을 삼으면 반드시 학처를 다시 개시해서 허락해주실 것입니다.”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더울 때에는 마땅히 씻도록 하여라.”
어떤 필추가 병이 났는데, 의사가 목욕을 하게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세존께서 허락하시지 않습니다.”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이 났을 때에는 마땅히 씻도록 하여라.”
필추가 갖가지 일을 하거나 탑을 쌓을 때에 몸에 때가 껴서 깨끗하지 못하자, 사람들이 보고 나무라면서 싫어하였다.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할 때는 마땅히 씻도록 하여라.”
여러 필추들이 길을 가고 올 때에 극히 피로하자 몸을 내던져 누웠다.
사람들이 보고는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당신들은 어찌하여 부지런히 선품(善品)을 닦지 아니하고 낮에 잠을 자는 것입니까?”
필추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길을 갈 때에는 마땅히 씻도록 하여라.”
필추가 바람을 쐬어서 몸에 먼지가 많이 끼어 깨끗하지 못하자,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헐뜯고 비웃었다. 앞에서와 같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람이 불 때에는 마땅히 씻도록 하여라.”
또 비를 맞았을 때와 비바람이 쳤을 때 진흙으로 몸이 더러워졌다. 앞에서와 같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가 올 때에나 비바람이 불 때에는 마음대로 씻도록 하여라.”
그때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것을 찬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해서 모든 필추를 위하여 마땅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반달에 한 번씩 목욕을 하되 일부러 어겨서 목욕을 한다면, 다른 때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다른 때란 더울 때와 병이 났을 때와
일을 할 때와 길을 갈 때와 바람이 불 때와 비가 올 때와 비바람이 불 때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반달에 목욕해야 한다’는 보름마다 한 번씩 목욕하는 것을 허락하는 말이다. ‘일부러 어긴다’는 가르침에 의지하여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다른 때엔 제외한다’는 만약 다른 때라면 이는 범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울 때’란 봄이 끝난 한 달 반을 말하는데, 이 한 달 반에는 마땅히 안거(安居)를 하고(4월 1일부터 5월 15일 까지를 말한다), 그리고 초여름 한 달을 여름에 들어서는 한 달이라고 하니(5월 16일 부터 6월 15일 까지를 말한다), 이 두 달 반 동안을 극열시(極熱時)라고 이름한다. ‘병이 났을 때’란 만약 필추가 병이 나서 자주 목욕을 하지 않으면 편안하지 못할 경우를 말한다. ‘일을 할 때’란 삼보(三寶)의 모든 작업을 이르는 것이니, 아래로는 자리를 위해 땅을 쓰는 일이나 혹은 때로 소가 누워 있는 곳을 바르고 털어내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말한다. ‘길을 갈 때’란 1유순(由旬)을 가거나 반 유순을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바람이 불 때’란 바람이 불어서 옷 끝을 펄럭이게 할 때이다. ‘비가 내릴 때’란 두ㆍ세 방울의 비가 몸 위에 떨어질 때이다. ‘비바람이 불 때’란 위의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그때이다’라고 한 것은 이를 허락해주는 경우에 상응하는 법이라는 말이다. 죄를 맺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매번 허락된 범위 내에서 목욕을 할 때는 항상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을 하면서 지켜 가져야만 한다. 마땅히 말하기를, ‘아무 때3)에 해당되니, 나는 지금 목욕을 한다’고 말을 해야 한다. 만약 이것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물로 몸을 씻을 때에 물이 배꼽에 이르기도 전에 악작죄를 얻는다. 물이 배꼽에 이르는 경우에는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물에 들어가서 씻는 경우에는 이에 준하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먼저는 따뜻한 물로 하고 나중에는 찬물로 해서 위에서와 같이 목욕을 할 경우에는 죄를 얻는 것이 앞에서와 같다. 혹은 먼저는 물에서 하고 뒤에는 강 등에서 하더라도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필추가 강의
저 쪽 언덕에서 초청받은 일이 있었지만, 감히 물에 들어가지 못해서 그 청에 응하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가도록 하여라. 의심을 내지 말라.”
필추가 일이 있어서 강을 건너다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마음에 의심하고 후회하는 생각을 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한 것이 없느니라.”
필추가 다리를 건너가다가 떨어져서 기절하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곧 물을 뿌렸다. 필추가 깨어나자 문득 의심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한 것이 없느니라.”
또한 범하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것을 말한다.”

일곱 번째 총체적인 게송으로 말하였다.

방생(傍生)을 죽이는 일과 일부러 고민케 하는 일과
간지럽게 하는 일과 물놀이 하는 일, 여인과 한 방에서 잠을 자는 일,
무섭게 만드는 일과 필요한 용구(用具)를 감추는 일과 옷을 찾는 일,
근거 없이 비방하는 일과 여인과 함께 길을 가는 일이 있네.

61) 살방생학처(殺傍生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에 계셨다.
그때 구수 오타이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마침내 활쏘기를 가르치는 사람의 집안에 이르니, 그는 밖에 나가고 학생들만 있었다. 활쏘기를 가르치는 곳에 놓인 살받이[堋垜]를 보니 과녁이 없었다. 오타이는 다섯 개의 화살을 가지고 허공을 우러러 응시하였다. 이때 한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오르자, 오타이는 곧 네 개의 화살을 쏘아서 까마귀의 네 가장자리를 막았다. 이에 까마귀가 위로 날아오르자 드디어 화살로 입을 관통시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소년들아, 너희들은 스승에게 이와 같은 기술을 전수받기를 구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뒤에 활쏘기를 가르치는 스승이 집에 돌아오니, 제자들은 갖추어 그 일을 이야기했다.
스승은 이렇게 생각했다.
‘필추로 하여금 자주 이곳에 와서 번뇌를 일으키게 하지 못하게 해야겠구나.’
그리고는 계책을 세워서 학생들로 하여금 죽은 새를 대나무 장대 위에 묶고서 오타이의 뒤를 따라가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쁜 소문을 시방(十方)에 퍼트리도록 이렇게 말하도록 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십시오. 대덕 오타이께서는 이러한 기술이 있습니다. 공중에 나는 새의 날개를 떨어뜨리고 화살은 까마귀의 창자로 들어갑니다.”
여러 바라문ㆍ거사 등은 이 일을 보고 나서 각각 나무라고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어찌하여 필추가 스스로 활과 화살을 잡고 새들을 잡는단 말인가? 이것들은 고기도 먹을 만한 것이 없고 힘줄과 가죽도 쓰일 데가 없으니 정당치 않은 곳에서 악업을 짓는구나.’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를 듣고는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자세히 말씀하신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일부러 축생의 목숨을 끊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일부러’란 분명히 실수가 아닌 것이다. ‘축생‘이란 나는 새를 말하거나 혹은 다른 여러 날짐승을 말한다.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그 생명을 죽인다는 말이다. 죄를 설명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축생의 산 목숨을 끊는다고 말한 것은 세 가지 일, 즉 안과 밖과 안팎을 갖추어서 방편을 일으켜 그의 목숨을 끊는 것이다. 만약 필추가 죽이고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켜서 한 발가락이라도 축생을 손상시키고 해를 입혀 죽게 된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혹은 당시에는 죽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이로 인해 죽는다면 또한 타죄를 얻는다. 만약 나중에 죽지는 않았다면 악작죄를 얻는다. 이와 같이 자세히 말한 것은 앞의 ‘단인명학처(斷人命學處)’에서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또한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앞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과 같다.”

62) 고뇌필추학처(故惱苾蒭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대목건련이 열일곱 명의 대중에게 출가와 아울러 구족계를 받는 것을 허락하자,
그 열일곱 명은 곧 육중필추를 가까이 하게 되었다.
오타이는 열일곱 명의 대중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구수여 , 너희들은 나를 위하여 이러이러한 일을 하여라.”
“저희는 능히 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하여 당신께서는 우리의 궤범사(軌範師)와 친교사(親敎師)이시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일을 시키십니까?”
오타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자 즉시 그들을 내쫓고 함께 거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열일곱 명의 대중들은 드디어 다른 곳으로 가서 독송을 하였다.
오타이는 곧 아파난타의 처소에 가서 말했다.
“상좌여, 아십니까? 이 제자들이 나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당신은 이제 그 제자들로 하여금 각각 번뇌와 후회가 일어나 독송을 익히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으니, 마땅히 이렇게 말을 하십시오.”
그리고는 마음을 괴롭게 하는 인연을 자세히 말했다. 오타이는 그 가르침을 듣고 나서 말한 대로 시행하였다.
열일곱의 대중들에게 말했다.
“구수여, 너희들이 어떻게 능히 누진(漏盡)4)을 얻어 정정취(正定聚)5)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너희들은 나이가 차지 않았는데도 구족계를 받았기 때문에 계족(戒足)6)이 없어서 모든 선(善)이 나지도 않았으며….”
이와 같이 자세히 말하고, 나아가 작법(作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열일곱 대중은 곧 이 일을 가지고 대목건련에게 알렸다. 대목건련은 의심과 후회를 없애주기 위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은 범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으며 더구나 너희들은 허물이 없지 않느냐? 그런데 누가 너회들에게 그런 말을 하여 후회하는 마음을 내게 하였느냐?”
“존자 오타이입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나자 곧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일부러 필추들로 하여금 마음에 후회와 번뇌를 일으키게 한단 말인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생략)… 나아가 그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일부러 다른 필추를 고뇌하게 하여 잠시라도
즐겁지 못하게 하고 이로써 인연을 삼게 한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일부러 고뇌하게 한다’는 것은 후회하는 마음을 내게 해서 뒤에 다시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잠시라도 즐겁지 못하게 한다’는 잠깐 사이라도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으로써 인연을 삼는다’는 다른 일을 인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죄를 맺는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이를테면 별도의 일을 묻고 또 율교(律敎)에 마땅한 지를 묻는 것이다. 무엇이 별도의 일을 묻는 것인가? 만약 필추가 다른 필추의 처소에서 마음을 괴롭히고 어지럽게 하는 일을 하고, 그곳에 가서 말하기를 ‘구수여, 당신은 아무개 왕과 아무개 장자를 기억하십니까?’라고 하여 ‘그 일은 이미 오래되어 내가 기억하지를 못합니다.’ 할 때, ‘구수여, 그 일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태어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서 구족계를 받아서이니, 새로 구족계를 받는 것이 좋겠소.’라고 말할 때에 설사 그 필추가 마음에 고뇌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이 필추는 또한 타죄(墮罪)를 얻는다.
또 묻기를, ‘당신은 아무 때에 일식ㆍ월식이 일어나고 흉년과 풍년이 들었던 일을 기억합니까? …(위에서와 같이 자세히 설함)’라고 물을 경우도 앞에서와 같다.
무엇이 율교(律敎)에 마땅한지를 묻는 것인가? 이를테면 번거로운 마음을 일으켜서 묻는 것인데, ‘구수여, 당신은 먼저 어느 곳에서 구족계를 받았습니까?’라고 해서 ‘아무 곳입니다.’할 경우, 그에게 말하기를 ‘그곳은 먼저 번에는 대계(大界)7)에 없었고 계장(戒場)8)을 맺지 않았으며 대중이 모이지도 않으니, 곧 엉뚱한 곳에 있으면서 작법을 한 것이므로 제대로 구족계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마땅히 다시 받아야 합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또 묻기를 ‘구수여, 누가 당신의 교수사(敎授師)이며 친교사(親敎師)입니까?’하자 ‘아무가 나의 두 스승이십니다.’라고 할 때 그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은 계를 깨뜨렸으니 스승으로 합당치 못합니다. 당신은 제대로 구족계를 받았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또 묻기를 ‘당신은 아무 곳에 가보았습니까?’해서 ‘갔었습니다’라고 할 때 ‘만약 그 곳에 갔었다면 모두가 어리석고 파계한 사람이거나 혹은 비루하고 못된 무리들이니
착한 도반이 아닌 당신은 결정코 계율을 깨뜨린 것입니다.’라고 말을 해서 남을 괴롭힌다면, 그 앞에 사람을 따라 고민을 하였든 하지 않았든 다만 들어서 알게만 하더라도 모두 타죄(墮罪)를 얻는다.
또 필주가 묻기를 ‘구수여, 당신은 두 스승의 옷을 가지고 있습니까?’라고 해서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할 때 ‘당신이 만약 가지고 있다면 도둑질할 마음을 가진 까닭에 타승죄(他勝罪)를 범한 것이다’라고 하거나, ‘구수여, 당신은 제행무상(諸行無常)ㆍ제법무아(諸法無我)ㆍ열반적멸(涅槃寂滅)을 설한 일이 있습니다’라고 할 때 ‘당신이 만약 이 상인(上人)이 법을 설하였다면 타승죄(墮勝罪)를 범한 것입니다.’라고 말해서 고민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면 모두가 타죄(墮罪)를 얻는다.
여기서 죄를 범한 것이 없는 경우는 가령 어떤 필추가 필추의 처소에 가서 묻기를 ‘구수여, 당신은 아무개 왕과 아무개 장자를 기억합니까?’라고 했을 때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라고 하자 ‘구수여, 그들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당신이 비록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또한 나이가 20세가 되었으니 구족계를 잘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 일식ㆍ월식ㆍ흉년ㆍ풍년에 관한 것도 위와 같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일러 별도의 일을 묻는다고 한다.
또 범한 것이 없는 경우는 만약 어떤 필추가 필추의 처소에 가서 묻기를 ‘구수여, 당신은 먼저 어느 곳에서 구족계를 받았습니까?’라고 했을 때 ‘아무 곳에서입니다’라고 하니, ‘내가 아무 곳을 압니다. 먼저 번에 대계(大界)에 있었고 계장(戒場)을 맺었으니 당신은 제대로 구족계를 받는 것입니다’라고 하는 경우이다.
또 이와 같이 두 스승에 대해서 묻고 그가 갔었던 곳에 관하여 묻기를 ‘스승의 옷을 가졌느냐?’라고 할 때 ‘이것은 모두 허물이 없습니다’하고, 또 묻기를 ‘구수여, 당신은 제행무상(諸行無常) 내지 열반적멸(涅槃寂滅)을 설하였습니까?’ 라고 묻자 대답하기를, ‘나는 설하였습니다’ 하고, 그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스스로 이 상인법(上人法)을 얻었노라’할 때 대답하기를 ‘말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에도 허물이 없다. 이것을 일러 율교(律敎)에 상응한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자세하게 설명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63) 이지격력학처(以指擊攊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득원에 계셨다.
대목건련은 열일곱 명의 대중에게 출가할 것을 허락하셨으니, 자세히 설명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또한 일을 하게 되면 열일곱 사람이 함께 검사하고 서로 도와서 일을 해놓은 것은 이미 살생계(殺生戒)의 조항에서 말한 바와 같다.
열여섯 사람이 한 사람에게 참회하기를 청했을 때 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곧 모두가 손가락으로 간지럽게 해서 크게 웃게 만들었는데, 그로 인하여 그가 죽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듣고는 싫어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손가락으로 간지럽게 해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끊게 한단 말인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생략)…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그 마땅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간지럽게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열일곱 명의 대중을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손가락으로 간지럽게 한다’는 것은 신업(身業)을 이르는 말이다. 죄를 맺는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한 손가락 끝으로 다른 사람을 간지럽힌다면 하나의 타죄(墮罪)를 얻고 내지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면 다섯 가지 죄를 얻는다. 만약 주먹을 쥐고 간질이면 하나의 타죄를 얻는다. 만약 발가락으로 간지럽힌다면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는 것에 준하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손가락 끝으로 보조개가 진 곳을 가르쳐 보이거나, 혹은 부스럼이 난 곳을 가리키거나, 혹은 모기가 앉은 곳을 가리키거나, 혹은 머리에 난 가마 등을 보여주는 것은 모두 범하는 것이 없다. 또한 범하는 것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64) 수중회학처(水中戱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열일곱 명의 대중 가운데에서 가장 큰 필추는 이름을 오파리 (鄔波離)라고 하였는데,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얻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온 같은 범행자(梵行者) 중에서 누가 선근(善根)이 있으며 누가 선근이 없는지를 관찰해 보아야겠다.’
관하고 나서 선근이 있음을 알자, 다시 누구에게 달려 있는가를 관하여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파리는 그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방편으로 서로 따르며 함께 아시라발저하(阿市羅跋底訶)에 가서 물을 걸러 병에 넣었다. 그리고 물을 관찰하기를 마친 뒤 정념(正念)의 마음으로 목욕을 하고 나서 한 가장자리에 머물렀다.
열여섯 사람 또한 모두 목욕을 하고 강 속으로 들어가서 물 위로 떠올랐다가는 물속으로 잠기기도 하며, 혹은 저쪽 강가로 가기도 하고 혹은 다시 이쪽 강가로 되돌아오기도 하며, 혹은 물결을 따라 내려가기도 하고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혹은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물을 손바닥으로 치기도 하며, 혹은 물을 헤치기도 하고 물을 담아 쏟기도 하는 등 갖가지 재주를 부리며 몸과 손을 흔들어대면서 함께 웃고 떠들었다.
승광대왕(勝光大王)이 높은 누각 위에서 그들이 노는 것을 멀리서 보고 승만 부인(勝鬘夫人)에게 말했다.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복전(福田)들을 좀 보시구려.”
부인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저들은 나이가 어리고 얼굴의 생김새가 준수하고 능히 범행(梵行)을 닦을 수 있는데도 왕께서는 기특함을 칭찬하지 않으시는군요. 왕께서는 연세가 연로하신데도 능히 고요히 쉬시지를 못하시니, 저들이 물속에서 노는 것을 어찌 책망하시겠습니까?”
구수 오파리(鄔波離)는 왕이 업신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관해서 알고는 그의 신심을 일으키고자 필추들에게 말했다.
“자네들, 각자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물병을 갖고서 함께 절로 돌아가도록 하자.”
오파리는 신통력으로 같은 범행자(梵行者)들과 함께 각각 허공에 올라서 왕이 있는 누각 위를 지나갔다.
승만 부인은 그 그림자를 굽어 살펴보고 그 기이한 모습을 우러러본 뒤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는 이 훌륭한 복전들께서 허공에 올라가 떠나가시는 것을 보십시오.”
왕이 부인에게 말했다.
“어찌 아라한을 증득한 자가 물속에서 논단 말이오?”
부인이 대답했다.
“이것은 왕께서
들어 아시는 것이고, 아직 듣지 못하신 일은 왕께서 알지 못하시는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무엇을 일컫는 말이요?”
부인이 말했다.
“마음이란 번갯불과도 같아서 잠깐 사이에 쉽게 변하는 것이니, 금강과 같은 견고한 선정(禪定)으로 찰나지간에 무명(無明)의 미혹을 깨뜨리는 겁니다. 왕께서는 괴이하게 여기지 마소서.”
왕은 말을 듣고 나서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승만 부인은 이 일을 보고 나서 심부름하는 사람을 시켜 세존께 예배드리고 아울러 이렇게 청하였다.
“여러 성자들은 뵈오니 물속에서 놀고 있었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여러 성자들에게 유념하게 하시어 물속에서 놀지 못하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일을 들으시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생략)…,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적절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물속에서 놀이를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열일곱의 필추들을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만약 필추가 물속에서 노는데, 위에서 설한 바처럼 물 위로 뜨고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몸과 손을 흔들어대는 등의 일을 한다면 모두가 타죄(墮罪)를 얻는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죄를 범하는 아홉 가지 인연이 되는 일이 있으니, 무엇이 아홉 가지인가? 스스로 기뻐하는 것과 남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는 것과 스스로 놀이를 하는 것과 남으로 하여금 놀게 하는 것과 스스로 뛰는 것과 남으로 하여금 뛰게 하는 것과 위ㆍ아래로 흔드는 것과 그림자를 희롱하는 것과 몸을 서로 때리는 것을 말한다.
만약 필추가 물속에서 놀이를 할 생각으로 평상으로부터 일어나 의복을 입은 채 강이나 못으로 가서 웃옷을 벗고 목욕 치마를 입고 몸을 물속에 담그는 것이나 물속에 잠기지 아니하는 것까지 모두가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몸이 만약 물에 잠길 경우에는 타죄(墮罪)를 얻는다. 물 위로 나올 경우에도 또한 그러하다. 시원함을 얻으려는 생각에서 물속에 잠기고 물 위로 나오는 것은 범함이 없다.
혹은 이 물가의 언덕에서 저 물가의 언덕으로 가거나, 저쪽 언덕에서 이쪽 언덕으로 오거나, 혹은 물결을 따라 내려가거나 거슬러 올라가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타죄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물에 뜨는 것을 배우려는 생각에서 하는 것이라면 범함은 없다.
만약 물장구를 치거나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나아가 손가락으로 물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것은 모두 타죄를 얻는 것이다.
만약 병이나 항아리ㆍ단지 같은 그릇에 물을 채워 놓고 장난을 친다면 바일저가이고, 또한 손가락으로 튕기면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국그릇 안쪽을 쳐서 북소리를 내거나 또한 손가락으로 금을 그어 자국을 내면서 재미있게 여기는 마음을 내면 악작죄를 얻는다. 국을 식히려고 하는 것이라면 범함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65) 여여인동실숙학처(與女人同室宿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구수 아니로타(阿尼盧陀)9)는 갖가지 맺힌 미혹을 끊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그는 이미 스스로 해탈의 뛰어난 즐거움을 받고 나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나에게 이미 큰 은혜를 베푸셨으니, 나는 세존께 어떤 일을 하여야 능히 은덕을 갚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이제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한다면 은혜를 갚음 중에서 뛰어난 것이라고 이름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옷과 발우를 가지고 세속을 두루 돌아다니며 교화를 하다가 어느 마을에 도착하였다. 이 마을에 있는 한 장자는 두 아들과 한 딸을 두었는데, 그 딸이 장성하자 행실이 정숙하지 못하였다. 두 형제가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 다투었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너의 누이는 아직 시집도 가지 않았는데 외간남자와 사통(私通)을 하였다.”
형제는 듣고 나서 누이에게 그 허실을 물었다. 누이가 대답했다.
“저는 참으로 청정하게 근신하고 있어요. 세상 사람들이 함부로 말하는 거예요.”
뒤에 오래지 않아 임신을 하였다. 형제가 물었다.
“너는 청정하게 근신한다고 말하였는데, 어디에서 이렇게 되었느냐?”
누이가 대답했다.
“얼마 전에 대머리인 사람이 억지로 저를 범했는데, 그로 인하여 임신이 되었어요.”
훗날 드디어 아들을 낳으니, 당시 사람들은 그를 독자(禿子:대머리의 아들)라 이름하고 어머니를 독자모(禿子母)라고 불렀다.
구수 아니로타가
그 마을에 도착해서 날이 저물려고 하자 잠잘 곳을 찾았다.
여러 아이들이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저 곳에 독자모의 집이 있습니다. 반드시 잠을 잘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구수 아니로타는 아이들의 말대로 그곳으로 가서 그 집에서 잤다. 독자모는 머물 것을 허락하고 나서 곧 삿된 생각을 일으켰다. 한밤중에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끌어안으려고 하자, 존자는 그녀의 그릇된 생각을 알고 신통력으로 허공에 올라갔다. 여인은 그것을 보자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슬피 참회하고 사죄하기를 구하며 우러러 고하였다.
“원하옵건대 성자께서는 저를 자비롭고 불쌍하게 여기셔서 아래로 내려오소서.”
이때 성자는 그녀를 이롭게 하기 위해 몸을 놓아서 아래로 내려와 설법을 하였다. 그녀는 법을 듣고 나자 마음이 곧 깨달음에 통하여 초과(初果)를 증득하였다.
이튿날이 되자 그 여인의 형제는 다시 비난을 받았다.
“당신의 누이는 속인 뿐 아니라 사문까지도 끌어들였다.”
두 형제는 이 말을 듣자 다 같이 분노해서 그 집으로 가 필추를 죽이려고 하였다. 이때 존자는 두 사람과 여러 중생들의 근기가 성숙된 것을 관하고는 즉시 허공으로 올라가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투며 보기 드문 기적을 행하였다. 그러자 마을의 사방에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다함께 그 기이한 모양을 보았다. 존자는 다시 앉아서 여러 사람들을 위하여 법요를 널리 설해서 그 형제와 만 이천의 사람들이 모두 진리를 볼 수 있게 하였다‥‥(생략)‥‥ 나아가 아니로타는 이 허물을 보고 나서 다시는 속가에서 머물러 잠을 자지 아니하였다.
훗날 다른 때에 아니로타는 어느 마을의 구석에 있는 동산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날 밤에 도적의 무리가 이 마을을 약탈하려고 동산을 지나가다가 필추가 잠을 자는 것을 보고 의논하였다.
“우리가
재물을 훔치려고 하는데, 이 필추가 상서롭지 못한 모양을 보았으니 죽이는 것이 좋겠다.”
도적의 우두머리는 예전에 존자의 절에서 일꾼으로 있었기 때문에 멀리서 존자를 알아보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라. 예전에 상인들이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갔다가 갖가지 액난을 만났지만, 그의 이름을 부른 사람들은 편안하게 돌아왔으니 이런 사람은 당분간 죽여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그대로 떠나서 마을로 들어가자. 만약 재물을 얻지 못하면 돌아오다가 죽인다 해도 늦지 않다.”
도적들은 그 말을 따라서 마을로 들어가 도둑질을 한 뒤 많은 재물을 얻어서 돌아오다가 동산에 이르렀다. 이때 존자는 도둑들을 위하여 법도를 널리 설하고 이롭고 기쁜 가르침으로 진리를 보아 예류과(豫流果)를 얻게 하였다. 그들은 도둑질한 물건을 마을 사람들에게 도로 되돌려 주었다. 그날 밤에 천(天)이 마을 사람들에게 고하였다.
“당신들은 모두 도적들에게 물건을 도둑맞았지만, 존자 아니로타의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도둑들이 재물들을 모두 마을 밖의 동산에 두고 갔으니, 당신들은 새벽이 되면 각자 가서 가져오시오.”
마을 사람들은 천(天)이 알려주는 말을 듣고는 새벽이 되자 동산으로 가서 존자의 처소에 이르러 각자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한쪽에 앉았다. 존자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해서 만 이천의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진리를 보게 하였다.
당시 그 도적의 무리는 오백 명이었는데, 그들은 존자에게 법을 구하여 출가를 하였다. 아니로타가 오백 명을 거느리고 세존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니, 세존께서는 그들이 오는 것을 보시고 명하셨다.
“잘 왔구나, 필추여.”
모두 출가를 이루고 아울러 구족계를 받은 뒤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입어서 오래지 않아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아니로타에게 말했다.
“존자시여, 안락하게 다니셨습니까?”
“안락하게 다니기도 하였고 힘들게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어째서입니까?”
“내가 중생들을 이롭게 하였으니 이것은 안락하였던 것이고, 몇 번은 죽을 뻔했으니 이것은 힘들었던 것입니다.”
“무슨 까닭이십니까?”
아니로타가 여인의 집에서 있어던 일을 자세히 대답하니, 여러 필추들이 말했다.
“여인과 함께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 합당한 것입니까?”
“합당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런 허물이 있었던 겁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듣고는 싫어하고 천하게 여겼다.
“어찌하여 필추가 여인과 더불어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단 말인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여인과 함께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구수 아니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함께’란 그녀와 함께하는 것이다. ‘여인’이란 남편이 있는 아낙이거나 처녀이니 음행을 감당할 수 있는 여인을 이르는 말이다.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방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위에서와 같다. 죄를 품은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여인과 함께 잠을 자게 되었을 때 필추는 중각(中閣)에 있고 여인은 누각 아래에 있다면, 마땅히 사다리를 거두어 위에 올려놓거나, 혹은 빗장이나 자물쇠를 걸어두거나, 혹은 사람을 보내어 지키게 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고 동이 트는 새벽까지 있게 되면 악작죄를 얻고, 만약 새벽이 지나면 곧 타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누각 아래에 있고 여인이 중각(中閣)에 있거나, 혹은 필추가 중각에 있고 여인이 상각(上間)에 있거나, 혹은 이와 반대의 경우에도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혹은 필추가 방에 있고 여인이 처마 앞에 있다면 오직 사다리를 올려놓는 한 가지 일 만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앞에서와 같다. 만약 여인이 방에 있고 필추가 처마 아래에 있는 경우에는 마땅히 그 지게문을 걸어 두는 것 이외에 나머지는 앞에 설명한 것과 같다.
만약 문옥(門屋) 아래에 있는 경우에 필추는 문 안에 있고 여인은 문 앞에 있다면 마땅히 안에다가 문빗장을 걸어두고, 이와 반대의 경우에는 밖에 나가 걸어두고 나머지는 모두 앞에서와 같다.
가령 같은 방에 있더라도 남편이 있어서
지키는 경우에는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러 필추들은 모두가 의혹하는 마음을 내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구수 아니로타는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부귀한 가문에 태어났으며, 출가하여 미혹을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한 뒤에는 중생들을 널리 교화하여 크게 이익이 되게 하나이까? 원하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라. 지나간 과거에 가섭불(迦葉佛)이 계실 때에 한 필추가 마을 안에 살면서 큰 절을 지었다. 그리고 몸소 검사해서 훌륭한 공양을 베풀고 해탈을 구하기를 원하여 제자 오백 명과 함께 살았다. 마을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필추의 처소에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깊고 무거웠다. …(생략)… 예전에 몸소 검사하여 승가에 공양을 올린 까닭에 부귀한 가문에 태어났고 발원력(發願力)으로 말미암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느니라. 그 오백 명의 제자들이 지금의 오백 아라한들이며, 예전에 마을 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바로 교화된 사람들이 그들이니라.”
또 여쭈었다.
“무슨 인연으로 묘한 천안(天眼)을 얻어서 부처님 제자 가운데 천안제일(天眼第一)이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예전에 가라촌타불(迦羅村馱佛)10)의 불탑[制底]이 있는 곳에서 큰 공양을 일으켰느니라. 이때 도적떼들이 도둑질을 하려고 불탑 안으로 들어갔다가 등불이 밝지 않은 것을 보고서 바로 등의 심지를 돋아 올렸다. 그리고 부처님의 준엄한 용모를 보자 환희심을 내면서 곧 이렇게 큰 원(願)을 발하였다. ‘원하옵건대 저희가 내세에는 부처님을 만나 받들어 모시는데 게으르지 아니하고 묘한 천안(天眼)을 얻어서 사람 가운데에 제일이 되게 하소서.’
그 원력(願力)으로 말미암아 이제 천안(天眼)을 얻어서 제일이 되었느니라. 너의 여러 필추들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울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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