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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1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39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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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39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39권


의정 한역


54) 여미근원인동실숙과이야학처(與未近圓人同室宿過二夜學處)
그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공경하여 믿는 여러 명의 시주(施主)들이 절 안에 와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저희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널리 펴주십시오. 즐거이 듣고자 합니다.”
필추가 그들에게 말했다.
“현수여, 여러분들께서 즐거이 듣고자 하신다면 마땅히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십시오. 부처님께서 설법을 해주실 것입니다.”
그들이 말했다.
“성자여, 오직 한 분이신 부처님만을 우러러 뵙는 자들이 많아서 천(天)ㆍ용(龍)ㆍ인(人)ㆍ귀(鬼)가 모두 설법하시는 것을 듣고자 원합니다. 누구에게라도 법요(法要)를 설명해 주시는 것을 압니다만, 당신들께서도 마찬가지로 저희를 위하여 경을 외워 주십시오.”
필추가 말했다.
“세존께서 아직 허락하시지 않았습니다.”
속인들은 이 말을 듣고 다 같이 욕하고 싫어하면서 그들을 버리고 떠나갔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여러 필추들이 수시로 경을 외우는 것을 허락하노라.”
세존께서 필추들이 경을 외우는 것을 허락하시자, 그들은 매일같이 쉬지 않고 경을 외웠다.
복덕이 많은 한가한 사람들은 항상 낮에 와서 들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밤마다 복이 없어 일만 하는 많은 일꾼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여러 성중(聖衆)들은 매일같이 한낮에 항상 바른 법을 읽고 외우고 있다. 말씀이 아름답고 묘하여 여러 사람들이 즐겨 들을 수 있으니, 듣는 사람은 마치 벌이 꿀을 먹는 것과 같아서 피곤함을 잊어버리게 된다.”
일꾼들은 이 말을 듣고 그 사람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복이 있는 탓에 불세존(佛世尊)을 뵙고 법요(法要)를 들어서 큰 이익을 얻고 매일같이 미증유(未曾有)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꾼들에게 말했다.
“당신은
왜 듣지 못하는가?”
“당신은 복과 덕이 있어서 한낮에 경을 듣더라도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지만, 우리는 박복하여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만약 매일 가서 법을 듣는다면 마침내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성자들께서 밤에 외운다면 우리도 즐거이 들을 것입니다.”
여러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밤중이라도 경을 외우라.”
그들은 곧 밤새도록 경을 외우느라고 피곤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밤낮으로 경을 외우는 것은 피하도록 하여라.”
이때 필추들이 때에 따라서 조금씩 그 법을 펴자, 와서 듣는 사람들은 다 같이 싫어하는 생각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편리한 대로만 하지 말고 원만하게 설하도록 하여라.”
여러 필추들은 밤마다 항상 경을 외웠는데, 일꾼들은 계속해서 올 겨를이 없었다. 그때 복이 있는 사람이 그 집에 가서 그전과 같이 말했더니, 일꾼들은 스스로 탄식했다.
“우리들은 박복해서 경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성자들께서 매월 8일ㆍ15일ㆍ23일ㆍ30일에 밤을 새워서 경을 외운다면, 우리들도 항상 듣고 복과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필추들은 이 인연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8일ㆍ15일ㆍ23일ㆍ30일에 밤을 새워서 경을 외우도록 하여라.”
그때 걸식하는 필추가 아란야(阿蘭若)에 머물러 있다가 함께 사는 필추들에게 말했다.
“오늘이 15일이니, 나는 절에 가서 함께 장정(長淨)1)을 하는 한편 경을 외우는 것을 들어야겠다.”
그는 즉시 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은근히 법을 듣느라 한밤중이 되었다.
걸식하는 필추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은 이미 때가 아니니 까닭 없이 난야가 있는 곳으로 갈 수가 없구나.’
그리고는 잠시 그곳에 머물면서 한 쪽에 앉아 있었는데, 법을 듣는 여러 속인들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머물렀다. 그때 사찰의 운영을 맡고 있는 필추가 등불과 촛불을 끄려고 하자 속인들이 말했다.
“성자여, 등불을 끄지 마십시오. 우리가 기름을 보태드리겠습니다.”
이때 어떤 늙은 필추가 함께
그곳에 누워 있었다. 그는 조심하지 않고 졸다가 문득 꿈속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는 잠꼬대를 해서 법답지 못한 일을 말하였다. 속인들이 말소리를 듣고 두루 살펴보다가 나이 많은 필추가 누워 자면서 법답지 못한 일을 잠꼬대로 말하는 것을 보았다. 여러 속인들은 이 일을 보고 나서 함께 의논하였다.
“여러분, 이 나이 많은 늙은 필추도 이런 일을 하는 걸 보니, 다른 젊은 필추들이야 어떻겠습니까?”
이때 걸식하는 필추는 속인들이 욕하는 것을 듣고서 이른 아침에 아란야(阿蘭若)가 있는 숲 속으로 갔다. 난야 안에서 정(定)을 익히고 있던 사람들이 보고서 물었다.
“구수여, 그 절에 있는 범행자(梵行者)들이 밤에 경을 읽을 때에 속인들로 하여금 청정한 신심을 내게 하던가요?”
“미묘한 법을 듣고 모두가 환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한 늙은 필추는 속인들이 싫어하고 비난하도록 하였습니다.”
그가 물었다.
“무슨 까닭인가요?”
그래서 이 일을 자세히 대답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이를 듣고서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들이 아직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자와 한 방에서 함께 자고 등불과 촛불을 켰기 때문에 이러한 허물이 생긴 것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내가 이제 필추가 아직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사람과 한 방에서 함께 자는 것과 등불이나 촛불을 켜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이 연기(緣起)는 아직은 계율로 제정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교섬비국의 묘음원(妙音園) 안에 계셨다.
이때 존자 사리자(舍利子)에게는 두 명의 사미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준타(准陀)였고 한 사람은 나호라(羅怙羅)였다. 마침 나호라는 일이 있어서 주일유처(晝日遊處)2)에 가게 되었다. 이때 객(客)으로 온 필추가 절 안에 들어와서 유나(維那)에게 머물 곳을 청하였다. 그 유나는 나호라가 외출하여 부재중인 것을 알고서 그 객에게 나호라의 방에서 머물게 하였다. 그 필추는 나호라의 방에 있는 옷과 발우를 방 밖에다가 내놓았다. 이때
나호라가 밖의 고요한 처소에서 자기 방으로 돌아왔을 때 자기 옷과 발우가 방문밖에 놓인 것을 보고 원망스럽게 서 있었다.
준타가 그곳에 와서 물었다.
“구수여, 무슨 까닭으로 근심스러운 얼굴빛을 하고 있습니까?”
“내가 잠깐 밖에 나갔더니, 어떤 객이 와서 나의 옷과 발우를 방 앞에다 버렸군요. 날은 저물고 비가 오려고 하는데, 나는 오늘 밤 어디에서 누워야 되겠습니까?”
준타가 그에게 말했다.
“아무 때나 어디서든 되는대로 잠시 몸을 누일 수 있는데, 어찌하여 근심을 하며 방 앞에서 배회하는 겁니까?”
“당신은 복덕을 갖추고 큰 위신력이 있어서 아무데나 초막집을 짓고 잘 수 있겠지만, 나야 위신력도 없고 하니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준타는 이 말을 듣고 잠자코 물러갔다. 청정한 신심이 있는 시주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묘한 향내가 나는 진흙으로 변소를 발랐다.
나호라는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때가 아닌데 부처님을 뵙고 여쭈려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나는 이제 이곳에서 잠을 자면서 오늘 밤을 넘기는 것이 좋겠다.”
드디어 변소에 들어가서 임시로 누웠다. 그날 밤 큰 비가 내렸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의 땅 구멍 안에 커다란 독사가 살고 있었는데, 빗물이 구멍 안에 가득 차자 그 뱀은 구멍을 나와 변소 위로 올라갔다.
이때 여래대사(如來大師)께서는 불망념(不忘念)을 얻으셨는지라 이렇게 생각하셨다.
‘만약 저 독사가 나호라를 문다면 그는 반드시 죽게 되어서 이름만 남을 것이다. 또 석가 종족들은 스스로를 과신하여 믿지 않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약 나호라가 출가를 하지 않았다면 전륜왕의 자리를 계승하였을 터인데, 지금 이미 출가를 해서 믿고 의지할 데 없이 변소에 누웠다가 뱀에게 물려 괴로움을 받고 몸까지 죽었구나.”’
이렇게 생각하시고는 오른손을 코끼리왕의 코처럼 펼쳐서 나호라가 있는 곳까지 이르게 한 뒤에 그의 몸을 들어서
당신의 방 안에 있는 상(床) 위에 내려 놓으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그날 밤부터 새벽이 될 때까지 때로는 돌아다니시고 때로는 앉으시곤 하셨다. 다른 필추들이 이른 아침에 양치하는 나무를 씹어서 양치를 하고 씻고 난 뒤에 세존이 계신 곳에 가서 예배 공경하려고 하였다. 세존의 평상시 법에서는 만약 성문(聲聞)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려고 하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필추는 다 모이기를 기다리고 도착한 필추는 떠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이때 사미 준타는 나호라가 있는 곳에 가서 손가락을 튕겨 깨우고서 말했다.
“나호라여, 너는 지금 어디에 누워 있는가?”
그는 잠에서 깨자 자기가 부처님 상 위에 있음을 알았다. 깜짝 놀라 일어나서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서 있었다.
준타가 그에게 말했다.
“나호라여, 조금 전에 세존께서 너를 생각하지 않으셨더라면 독사에게 물리는 큰일이 나서 이름만 남을 뻔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미들은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다만 너희 범행인(梵行人)만 있을 뿐이니 서로 자애롭게 대하라. 이들은 대부분 아라한이 될 사람으로서 끝내는 삼계를 벗어날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불쌍히 여겨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근심해주겠느냐? 이런 까닭에 내가 이제 허락하노니, 여러 필추들이 아직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사람과 이틀 밤을 함께 자더라도 범하는 것은 없느니라.”
그때 어떤 필추가 갑자기 설사를 하여 발을 더럽혔다. 그러나 방에 등불도 없고 촛불도 없어서 씻으려 해도 씻지를 못하고 드디어 발을 상 앞에다가 늘어뜨린 채 누워서 밤을 지냈다. 날이 밝으려 하자, 제자와 문인들이 방에 들어와 안부를 여쭈었다.
“오파타야께서 사대(四大)가 편안하신지 살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편안치 못하구나.”
“무슨 까닭이십니까?”
그 필추는 아픈 상태를 자세히 말해서 그들로 하여금 알게 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등불을 갖다 두도록 하여라.”
여러 필추들이 등불을 갖다 두었는데, 병이 있는 자는 잠을 자지 못하여 병이 더욱 중해졌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가 병이 나서 등불을 켜야 할 경우에는 누워 있어도 범하는 것이 없으니
의심하지 말라.”
그때 병을 간호하는 사람도 감히 누울 수가 없어서 그로 인하여 병이 심해졌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병을 간호하는 사람은 비록 등불을 켜고 눕더라도 범하는 것이 없다.”
그 병자는 약과 음식을 받아야만 했지만 가져다줄 사람이 없어서 필요한 것을 받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아니한 사람으로 하여금 마땅히 함께 자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필추들은 이틀 밤을 잠을 자지 않고 지낸 탓에 이로 인해 다시 병이 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이 난 사람은 비록 이틀 밤을 넘게 함께 자더라도 범하는 것이 없다.”
어떤 병든 필추가 스스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구족계를 받은 사람은 씹어서 먹일 수가 있었다. 이때 구족계를 받은 사람이 밖으로 나가고 없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람도 씹어서 먹이는 것을 허락한다. 만약 이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비록 대필추라도 스스로 가져다가 씹어야 한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해와 달빛 아래에서 감히 눕지를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의 빛은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눕더라도 범하는 것이 없다.”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바와 같이 필추는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람과는 이틀 밤 이상을 함께 잘 수가 없었다. 여러 필추들은 이틀 밤이 지나자 절 밖으로 내쫓겨서 도적들과 나쁜 짐승들과 모기 등에 손상을 입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들을 절 밖으로 나가게 하지 말지니라.”
여러 필추들은 처마 밖으로 내쫓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처마 밖으로 내쫓지 말고 방만 벗어나게 해서 자게 하여라.”
어떤 필추가 한 사미를 데리고 있다가 밤에 나가서 자게 하였다. 죄를 지은 필추가 밖에서 와서 사미에게 물었다.
“너는 오늘밤 어디에서 자려고 하느냐?”
“문의 지붕 아래서 자려고 합니다.”
그의 스승이 그 말소리를 듣고 물었다.
“그가 무슨 일을 말하더냐?”
제자가 자세히 대답하자, 스승은 듣고 나서 방 안으로 불러 들여 한곳에서 자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새벽이 될 때까지 걸어 다니거나 혹은 앉아 있거나 하였다. 이때 제자와 문인들이 함께 와서 안부를 여쭈었다.

“오파타야께서 밤새껏 편안히 주무셨으며 기력도 안녕하셨는지 살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편안치 못하구나.”
“무슨 까닭이십니까?”
이때 스승은 일을 자세히 대답해 주었다. 제자들은 듣고 나서 스승께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두 가지 일을 갖추어야 비로소 대인(大人)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 이미 그 일을 시작하였으면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스승께서는 이미 그 사미를 불쌍히 여겨서 거두어 주셨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하셨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수고로웠다고 하십니까?”
스승은 곧 아무 말도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여러 필추들이 듣고 이 인연을 갖추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이러한 죄를 저지른 사람이 왔을 때 능히 내쫓을 수 있으면 함께 쫓아버려야 하고, 만약 내쫓을 수가 없으면 사미를 데리고 다른 절로 가도록 하여라. 만약 여름 동안 안거를 한 이후에 못된 필추가 절 안에 오면, 그때 그 스승은 마땅히 사미와 함께 같은 방에서 자면서 여름이 끝날 때까지 의혹을 내지 말라. 하안거가 끝나고 나서 능히 내쫓을 수가 있으면 물리치고, 만약 내쫓을 수가 없거든 마땅히 사미를 데리고 다른 절로 갈 것이니라.”
많은 필추들이 길을 따라 갔는데 사미를 데리고 갔다. 이틀 밤이 지나서는 나가서 자게 하였는데 드디어 나쁜 짐승들에게 다치게 되었다.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보내지 말도록 하여라. 마땅히 필추를 나누어 두 곳에 있게 하고, 새벽이 되기 전까지 함께 자더라도 범하는 것이 없느니라.”
그때 여러 사미들은 밤이 되자 길에서 졸았는데, 필추가 그들을 버리고 떠났으므로 마찬가지로 다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버리고 떠나가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들을 앞에 있게 하여라.”
그 사미가 아침을 먹을 때가 되자 음식을 찾았는데 필추가 주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주도록 하여라.”
정오가 되어 다시 먹을 것을 찾자,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이미 아침에 먹을 것을 주었는데, 어찌하여 다시 찾느냐?”
그리고는 음식을 주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혈기가 왕성하니 다시 음식을 주도록 하여라.”
또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람과 같이 길을 갔는데, 필추들이 서로 말했다.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바와 같이 이틀 밤 이상은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자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들은 깨어있는 채로 밤새도록 자지 않아서 마침내 지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새벽까지 지키되 밤을 새우지는 말라.”
그러자 여러 필추들은 오히려 피곤하고 힘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길을 갈 때는 밤에 마땅히 잠을 자야하니 의혹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오파난타에게는 두 명의 사미가 있었다. 하나는 이름이 이자(利刺)였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장대(長大)였는데, 이 두 제자와 함께 이틀 밤 이상을 함께 잠을 잤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 말했다.
“구수여, 부처님께서 이틀 밤을 함께 자지 못하게 제정하셨는데, 당신은 지금 어찌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어기는 것입니까? 마땅히 고치도록 하십시오.”
오파난타는 말했다.
“둘째 날 밤이나 셋째날 밤이나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또 셋째날 밤이라고 어찌 술을 마시고 파와 마늘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욕심이 적은 필추가 있다가 이 말을 듣고는 곧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생각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는가? 세존께서 아직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사람과 이틀 밤 이상을 함께 자지 못하도록 하셨는데도 일부러 성인의 가르침을 어기고 그와 함께 잠을 자다니.’
즉시 이 인연을 갖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자, 세존께서 대중을 모아놓고 진실 여부를 묻고 대답한 뒤에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적절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람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되 이틀 밤을 넘긴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파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구족계를 받은 사람에는 두 부류가 있으니 필추와 필추니를 말한다. 나머지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람은
사미 등을 말한다. 나머지의 뜻은 가히 알 수 있다. ‘방’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모두 지붕으로 덮이고 벽으로 막힌 것이다. 이를테면 여러 방사와 객이 머무는 집과 누관(樓觀) 등처럼 위는 모두 덮이고 사방의 벽이 모두 막힌 것이다. 둘째는 모두 덮이고 많이 막혀 있으나 사방의 벽에 작은 창문이 있다. 셋째는 많이 덮이고 모두 막힌 것이다. 네모난 집으로 네 가장자리에 벽이 있고 중간에 기둥을 세우고 네 개의 처마가 안으로 들어와서 낮기도 하고 평평하기도 하다. 넷째는 많이 덮이고 많이 막힌 것이다. 삼면(三面)으로 된 집으로 네모난 집에서 그 한쪽이 없는 것을 말한다.
만약 반은 막히고 반은 덮인 것이거나, 혹은 많이 덮이고 조금 막힌 것이거나, 혹은 처마 끝 등에서는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경우를 말한다.”

55) 불사악견위간학처(不捨惡見違諫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어떤 필추가 이름을 무상(無相)이라 하였는데 스스로 그릇된 견해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장애가 되는 법은 마땅히 되풀이 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으나, 내가 이 장애법을 알고 보니 되풀이 행하는 때도 장애가 되지 않더라.”
여러 필추들이 있다가 이 말을 듣고는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은 저 무상 필추에게 달리 충고하지 말라. 만약 다시 이러한 일이 있다면 그의 처소에 가서 이렇게 말해라.
‘당신 무상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장애법은 마땅히 되풀이 하지 말라고 하셨으나, 내가 이 법을 알고 보니 되풀이 행하는 때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마시오. 당신은 세존을 비방하지 마시오.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 무상이여, 세존께서는 장애가 되는 법을 장애가 되지 않는 법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니, 여러 가지 방편으로 이 장애법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만약 되풀이 행한다면 정녕 이것이 장애법입니다.
무상이여, 당신은 이제 마땅히 이러한 그릇된 견해를 버리십시오.’
이렇게 충고하도록 하여라.”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물러났다. 그리고 무상의 처소로 가서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충고하여 가르쳐 주었는데, 그는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아니하고 굳게 집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한 것이 참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허망한 것이다.”
여러 필추들은 그가 충고에 따르지 않자 즉시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저희가 이미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무상에게 충고를 하였사옵니다. 그러나 충고하고 가르쳐 주는데도 그는 그릇된 견해를 굳게 고집하고 버리지 아니하였습니다. …(생략)…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필추들은 마땅히 백사갈마(白四羯磨)3)를 하여 그 필추를 충고하되 이와 같이 하여라. 추(搥)를 쳐서 대중들을 모으고, 대중들이 다 모이고 나면 한 필추로 하여금 백갈마(白羯磨)를 이렇게 하게 하라.
‘대덕승가(大德僧伽)는 들으십시오. 이 무상필추는 스스로 그릇된 소견을 내어 ≺부처님께서 장애법은 마땅히 되풀이 행하지 말라 하셨으나, 내가 이 법을 깨닫고 보니 되풀이 행하는 때에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그를 위하여 따로 충고를 하였는데, 따로 충고를 할 때도 그릇된 견해를 굳게 고집하고 기꺼이 버리지 않으면서 ≺내가 말한 것이 참된 것이며 나머지의 것은 모두 허망하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음을 승인하시면 승가는 마땅히 허락해주소서. 승가는 이제 당신 무상필추(無相苾芻)에게 백사갈마를 하여 그 일을 깨우쳐 주는 것이니, 당신 무상은 이렇게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장애가 되는 법은 마땅히 거듭해서 되풀이 말아야 할 것이나, 내가 이 법을 알고 보니 되풀이할 때에는 장애가 되는 법이 아니다≻라고. 당신은 세존을 비방하지 마시오.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당신 무상이여,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욕심은 장애법이라고 설하셨으며, 만약 되풀이 행한다면 결정코 장애가 된다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당신 무상은 그런 그릇된 견해를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이와 같이 알립니다.’
그 다음에 갈마를 하되 마땅히 백갈마에 준하여 하도록 하라.”

여러 필추들은 백갈마를 해서 그에게 충고를 했지만, 그때에도 무상필추는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아니하고 굳게 고집하면서 말하였다.
“이 일이 참된 것이고 다른 모든 것은 허망한 것이다.”
여러 필추들은 그가 고치지 않는 것을 보자 그 충고를 따르지 않는 일을 가지고 세존께 갖추어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필추들이 무상필추와 함께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않는 것을 버리는 갈마, 즉 사치갈마(捨置羯磨)를 하되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라. 나머지도 또한 이와 같으니 추를 쳐서 대중들을 모으고, 한 필추로 하여금 이렇게 백갈마를 하게 하라.
‘대덕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무상필추가 스스로 그릇된 견해를 지어서 …(생략)… 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만약에 승가가 때에 이르렀음을 승인하시면 승가는 마땅히 허락해주소서. 승가는 이제 무상필추에게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않는 것에 대한 사치갈마를 하겠습니다. 나아가 이 무상필추가 이와 같이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않는다면, 대중들은 그와 함께 말하거나 법을 설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극악한 전다라(旃陀羅)와 같습니다. 이와 같이 아룁니다.’
그 다음에 갈마를 하되 백갈마에 준하여 하여라.”
모든 필추들이 비록 무상필추에게 사치갈마(捨置羯磨)4)를 하였지만, 그는 그릇된 견해를 고집하여 버리지 아니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모으시고 무상에게 물으셨다.
“네가 참으로 그런 말을 하였느냐? ‘부처님께서 욕심이 장애법이라고 설하셨지만, 내가 그 장애법을 알고 보니 되풀이 행하는 때에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로 꾸짖으셨다.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음.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關)해서 모든 필추를 위하여 적절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이렇게 ‘내가 부처님께서 욕심이 장애가 된다고 설법하신 것을 알고 보니 그걸 되풀이 행해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을 해서 여러 필추가 그 필추에게
‘≺당신은 내가 부처님께서 욕심이 장애라고 설하신 것을 알고 보니 그걸 되풀이 행해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마시오. 당신은 세존을 비방해서는 안 됩니다.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방편문으로 갖가지 욕법(欲法)이 장애라고 설하셨습니다. 당신은 그러한 그릇된 견해를 버려야 합니다’라고 했다면, 이처럼 여러 필추들이 충고할 때에 그릇된 견해를 버린다면 좋지만 만약 버리지 않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무상을 가리킨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이렇게 말했다’는 것은 그 일을 설명했다는 말이다. ‘내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안다’는 것은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覺)을 말한다. ‘법’이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나 혹은 성문(聲聞)이 설한 것을 말한다. ‘설한다’는 것은 나타내어 밝힌다는 뜻이다. ‘장애법’이란 사타승(四他勝)5)과 중교(衆敎)6)ㆍ이부정(二不定)ㆍ삼십사타(三十捨墮)ㆍ구십일타(九十一墮)ㆍ사별회(四別悔)ㆍ중학법(衆學法)이다. ‘되풀이할 때에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는 것은 사문의 성과(聖果)를 장애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비방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착하지 못하다’는 나쁜 과보를 초래한다는 것을 말한다.
모든 필추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마땅히 따로 충고해야 하고, 만약 버리지 아니하면 갈마하여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가령 필추가 ‘나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 등을 안다’고 말을 했을 때, 여러 필추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마땅히 따로 충고를 해서 그릇된 견해를 버리면 착하거니와 버리지 아니하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갈마하여 충고할 때에 백갈마(白羯磨)나 첫 번째, 두 번째의 갈마에서 버리지 아니하면 모두 악작죄(惡作罪)를 얻고, 만약 세 번째의 갈마에서 끝나면 곧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비법(非法) 등의 갈마를 할 때에는 그는 범하는 것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56) 수사치인학처(隨捨置人學處)
무상필추(無相苾芻)는 사치갈마(捨置羯磨)를 얻고서 오파난타의 처소로 가서 슬피 울면서 머물렀다.
오파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구수 무상이여, 무슨 까닭에 소리 내어 우는가요?”
“여러 흑발(黑鉢)들이 나에게 사치갈마를 하였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설령 성읍이나 마을의 삼계유정(三界有情)들이 함께 사치갈마를 했다 한들 어찌 다른 성읍 등이 없겠는가? 근심하지 말고 참회하여 사죄하기를 구하도록 하시오.”
이와 같이 가르치고 나서 곧 함께 이야기하고 옷과 먹을 것을 수용하며 같은 방을 쓰면서 잤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일을 보고 나서 다 같이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생각을 하였다.
‘어찌하여 필추는 그 필추가 그릇된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서 대중들이 더불어 갈마를 하고 아직 수법(隨法)7)을 행하지 않은 줄을 알면서도 더불어 말을 하고 함께 머물 수 있는가?’
즉시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대중들을 모으시고 그 진실 여부를 물으신 후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이렇게 말하는 그 사람이 아직 수법(隨法)을 행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도 않은 줄 알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살면서 음식을 수용하며 같은 방을 쓰면서 잠을 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파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이렇게 말하는 그 사람’이란 무상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아직 수순법(隨順法)을 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아직 다른 이의 가르침을 믿고 다른 이의 뜻을 따라서 다른 이에게 용서를 비는 법을 행하지 아니하고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않은 것이다. ‘함께 이야기하는 것 등’은 교수(敎授)와 의지(依止) 등의 일을 하여 네 방에서 함께 자면서 새벽이 될 때까지 이르는 것을 말한다.
죄를 맺는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직 수법(隨法)을 행하지 아니한 줄을 알면서도 그와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머무르는 등의 일을 하면 곧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그의 몸에 병이 나서 간호할 때에는 범하는 것이 없다. 혹은 함께 동거하면서 그릇된 견해를 버리게 한다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57) 섭수악견불사구적학처(攝受惡見不捨求寂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오파난타에게는 두 명의 사미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름을 이자(利刺)라 하였고 다른 하나는 이름을 장대(長大)라고 하였다. 그때 다른 곳에 있던 여러 필추들이 그곳에 와서 두 명의 사미와 함께 머물렀는데, 마음을 들뜨고 소란스럽게 하는 말로 희롱하고 몸을 서로 가까이하며 어루만졌다. 여러 필추들은 나중에 후회하고는 그가 지은 죄를 스스로 준엄하게 꾸짖었다. 마음을 꾸짖을 것은 마음을 꾸짖어서 후회하고, 말로 갚아야 할 것은 말로 갚아서 없애고, 용맹심을 내고 결정의 뜻을 일으켜서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증득하였고 대신통(大神通)을 얻었다.
나중의 다른 때에 그 두 명의 사미는 숲 속에서 꽃을 따고 있었는데, 멀리서 그 필추들이 허공을 타고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이십니까?”
“우리는 아무개입니다.”
그 두 명의 사미가 말했다.
“당신들은 예전에 우리들과 함께 머물면서 마음을 들뜨고 소란스럽게 하는 말로 희롱하고 몸을 서로 가까이 하며 어루만져서 여러 죄업을 짓지 않으셨습니까? 어떻게 지금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셨습니까?”
그들이 대답했다.
“실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뒤에 마음으로 후회하면서 스스로 준엄하게 지은 죄를 매우 책망하여, …(생략)… 또한, 도과(道果)를 획득하였습니다.”
사미는 그 말을 듣고 나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필추들은 예전에 우리와 함께 이러이러한 법답지 못한 일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지금은 증상과(增上果)8)를 얻었을까? 이 인연을 통해 우리는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 중에 여러 욕심을 되풀이 하면 장애법이 된다고 말씀하신 것이 장애가 안 된다는 걸 알겠다.’
이 일을 자세히 여러 필추에게 말했다. 욕심이 적은 필추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싫어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으면서 그 일을 자세히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그때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명의 사미가 말한 것은 이치에 어긋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별간법(別諫法)을 행하여 그들을 깨우쳐 주도록 하여라.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러한 일을 한다면 또한 이렇게 충고하라.
‘너희들 이자와 장대는 ≺나는 부처님께서 욕심이 장애라고 설하셨어도 장애가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 하면서 세존을 비방하지 말라.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느니라.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방편을 통해 여러 가지 욕심을 행하는 것이 장애가 되는 법임을 설하셨으니, 너희 두 사람은 이제 마땅히 그릇된 견해를 버려야 한다.’”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나서 두 사미의 처소로 가서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그 일을 알아듣게 타일렀다. 이와 같이 충고를 하였는데도 두 사미는 갖고 있는 그릇된 견해를 굳게 집착하고 버리지 아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이 참된 것이고 다른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여러 필추들은 곧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저희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서 그 두 사미에게 따로 말했는데, 그들은 그릇된 견해를 굳게 집착하고 버리지 않으면서 ‘우리가 말한 것이 참된 것이고 다른 것은 모두가 허망이다’고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은 마땅히 백사갈마(白四羯磨)를 하여 두 사미를 충고하되 이와 같이 하여라. 추(搥)를 울려서 대중들을 모으고, 대중들이 다 모였거든 두 사미로 하여금 들리지는 않고 보이기만 하는 곳에 있게 하라. 그리고 한 사람의 필추로 하여금
백갈마(白羯磨)를 하게 하되 이와 같이 하여라.
‘대덕승가는 들으십시오. 이자와 장대 두 사미는 그릇된 견해를 일으켜서 ≺나는 부처님께서 욕심이 장애라고 설법하셨어도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필추들이 그에게 따로 충고할 때에도 저 두 사람은 그릇된 견해를 굳게 집착해서 ≺이 일이 참되고 다른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대중께서 그 일을 들으셨다면 저 두 사람으로 하여금 백사갈마를 허락하셔서 그 일을 깨닫게 하십시오. 당신들 두 사람은 ≺부처님께서 장애가 되는 법을 익혀서 행하지 말라고 하셨어도 나는 이 법을 익혀서 행해도 장애가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세존을 비방하지 마십시오.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존께서는 갖가지 방편으로 욕심은 장애법이라서 익혀 행한다면 결정코 장애가 된다고 설하셨으니, 당신들 두 사람은 마땅히 그와 같은 그릇된 견해를 버리시오. 이것은 한 번 아뢰는 것[白]입니다.’
한 사람의 필추가 두 사미에게 말하기를, ‘대중들이 당신에게 백사갈마를 하여 이미 한 번 말해서 마쳤으니, 당신은 이제 마땅히 그릇된 견해를 버리시오’라고 하라. 만약 버린다면 착하거니와 만약 버리지 않는다면 그 필추는 마땅히 다시 대중에게 돌아와서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아니합니다’라고 알린 다음에 ‘대덕승가께서는 들으십시오. …(생략)….’
앞에서 아뢴 것에 준하여 이렇게 마땅히 갈마를 하라.
이렇게 첫 번째 갈마를 하고 이전과 같이 묻게 하라. 만약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아니하거든 돌아와서 대중에게 알리고, 다음에 두 번째 갈마와 세 번째 갈마를 마치면 마찬가지로 앞에서와 같이 물어야 하니, 이와 같이 마땅히 작법을 시행할지니라.”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그 두 사람을 불러서 백사갈마를 해서 알아듣게 깨우쳐 주었지만, 그는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아니하고 굳이 집착하여 말하기를, “이것만이 참된 것이고 다른 것은 모두가 허망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갖추어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이미 백사갈마를 해서 두 사람에게 충고를 하였으나, 그들은 그릇된 견해에 굳게 집착하고 버리지 아니하면서 ‘이것만이 참된 것이고 다른 것들은 모두 허망하다’고 말하고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필추는 마땅히 그 두 사미에게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않는 것을 물리치는 갈마9)’를 하되 이와 같이 하여라. 추를 쳐서 대중들을 모으고 대중들이 다 모이고 나면, 한 필추로 하여금 이렇게 백갈마(白羯磨)를 하게 하라. ‘대덕승가께서는 들으십시오. 저 이자와 장대 두 사미는 스스로 그릇된 견해를 일으켜 …(생략)… 대중들이 그를 위하여 따로 충고를 하고 백사갈마를 해서 알아듣게 타일렀지만, 굳게 집착하여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아니하면서 ‘이 일이 참되고 나머지는 모두가 허망하다’고 합니다. 만약 승가에서 지금 들으셨다면 대중께서는 허락하소서. 대중께서는 이제 이 두 사람에게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않는 것을 물리치는 갈마를 해서 마땅히 이와 같이 말씀하십시오.
≺당신들 두 사람은 지금부터 다시는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覺)께서는 나의 큰 스승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또한 다시 필추를 따라서 같은 길을 갈 수도 없고 다른 사미들처럼 대필추(大苾芻)와 함께 이틀 밤을 자는 일도 할 수 없다. 당신들 어리석은 사람은 이제 아주 떠나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알려야 합니다.
마땅히 한 사람의 필추가 두 사미에게 말하기를 ‘대중들이 이제 당신 두 사람에게 백사빈갈마(白四擯羯磨)를 하여 이미 한 번 알리기[白]를 마쳤으니, 당신들은 마땅히 그러한 그릇된 견해를 버려야 합니다’라고 하라. 그리하여 그릇된 견해를 버리면 착한 것이지만 만약 버리지 아니하면 대중에게 돌아와서 그 일을 갖추어 알리기를, …(생략)… 위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와 같다. 다음으로는 마땅히 함께 갈마를 하되 한번 알린 것에 준하여 하도록 하고, 한 번의 갈마가 끝나면 다시 필추를 시켜서 그에게 ‘대중들이 이미 당신과 함께 첫 번째의 갈마를 마쳤으니 마땅히 그릇된 견해를 버리시오’ 하고 말하도록 하여…… 위에서와 같이 자세히 설명하고, 나아가 세 번째 갈마를 마치면 끝맺는
문구(文句)도 이에 준하여 행하여라.”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마땅히 그와 같아 하겠나이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서 두 사람의 사미를 불러다가 구빈갈마(驅擯羯磨)를 하였지만, 두 사미는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 아니하고 오파난타의 처소로 가서 소리 내어 울면서 머물렀다.
오파난타가 물었다.
“너희 두 구수는 어찌하여 소리 내어 우느냐?”
“여러 흑발(黑鉢)들이 우리에게 구빈(驅擯)갈마를 하였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파난타는 말했다.
“만약 저들이 모든 마을과 성읍 나아가 삼계(三界)에 구빈갈마를 하였더라도 어찌 마을 따위가 있지 않겠느냐?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고 마땅히 가서 참회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받아들여서 공급과 공양을 해주고 이야기하며 같이 잠을 잤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일을 보고 나서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필추가 이렇듯 그릇된 견해를 갖고서 대중들이 구빈갈마를 한 사미인 줄을 알면서도 그들을 받아들여 공양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잘 수 있는가?”
즉시 이 인연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는 대중들을 모으시고 오파난타에게 물으신 후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설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를 위하여 마땅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어떤 사미가, ‘나는 부처님께서 욕심은 장애법이라고 설하셨지만 되풀이 행하여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라고 말한다면, 여러 필추들이 그 사미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가 부처님께서 욕심이 장애법이라 설하셨지만 되풀이 행하더라도 장애가 안 된다는 것을 안다는 말을 하지 말라. 너는 세존을 비방하지 말라.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착하지 못하다.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법문을 통해 여러 가지 욕법(欲法)을 장애라고 설하셨으니, 너는
그러한 그릇된 견해를 버리라’고 말하라. 이때 그 일을 버린다면 착한 것이지만 버리지 않는다면 두 번, 세 번에 이르기까지 바로 가르쳐서 이 일을 버리게 해야 한다. 버린다면 착한 것이지만 만약 버리지 않는다면, 여러 필추들은 그 사미에게 말하기를, ‘너는 지금 이후로는 마땅히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覺)께서는 나의 스승이라고 말을 해서는 안 되며, 존숙과 같은 범행자와 함께 수행해서도 안 되며, 다른 사미들은 필추와 함께 이틀 밤을 잘 수 있으나 너는 이제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속히 아주 떠나거라’라고 말을 해야 하느니라.
만약 필추로서 그가 구빈갈마(驅擯羯磨)를 당한 사미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받아들이고 이롭게 하며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오파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어떤 사미’란 이자와 장대를 이르는 말이다. ‘부처님’이란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覺)을 이르는 말이다. ‘설한다’는 것은 깨달아 인도한다는 말이다. ‘법’이란 부처님께서 설한 것이거나 성문(聲聞)이 설한 것을 말한다. ‘욕심이 장애이다’라는 것은 오욕(五欲)을 말한다. ‘되풀이 행한다’는 것은 그 일을 한다는 말이다. ‘장애가 안 된다’는 것은 사문의 성과(聖果)를 장애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필추’란 이 법 안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 사미에게 말하는 것 등’은 그의 그릇된 견해를 말해주면서 따로 충고를 하고 대중과 함께 충고를 했는데도 만약 버리지 아니한다면, 마땅히 구빈갈마를 하되, ‘너는 지금부터는 …(생략)… 마땅히 함께 동숙(同宿)을 해서는 안 된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니 빨리 아주 떠나라’라고 하는 것이다. ‘만약에 필추’란 오파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안다’는 것은 혹은 스스로 알거나 혹은 남에게서 들은 것을 말한다. ‘받아들인다’는 더불어 의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롭게 한다’는 옷과 먹을 것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방을 함께 한다’는 네 가지 종류의 방 중에서 그와 함께 잠을 자는 것을 말한다. 죄가 되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구빈갈마를 당한 사미인 줄을 알면서…… 또한,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다. 만약 친족이나 혹은 그때 병이 있거나, 혹은 그릇된 견해를 버리길 기대해서 방편으로 섭수해 주는 것은 모두 범하는 것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58) 착불괴색의학처(著不壞色衣學處)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시면서 죽림원(竹林園)에 머무르셨다.
이 성 안에는 두 용왕(龍王)이 있는데, 하나는 이름을 기리(祇利)라고 하였고 하나는 이름을 발루(跋寠)라고 하였다. 이 두 용의 위신력(威神力)으로 말미암아 왕사성에 있는 오백 개의 온천과 못들이 항상 흘러서 끊이지 않았고 단비가 내려서 오곡이 풍성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난타와 오파난타 두 용왕을 조복시키셨는데, 이 두 용왕은 매월 8일ㆍ15일ㆍ23일ㆍ그믐날에 큰 바다에서 나와 수미산 꼭대기에 오른 뒤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공양을 하고 법을 듣고자 하였다.
기리와 발루 두 용왕은 난타와 오파난타 두 용왕이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공양을 드리는 것을 보고서 서로 말하였다.
“이 두 용왕은 매월 사재일(四齋日)이면 먼 곳으로부터 이 성에 와서 세존을 받들어 모시고 아울러 묘한 법문을 듣는데, 우리들은 어찌하여 이 성 안에 있으면서도 예경(禮敬)을 드리지 못한단 말인가? 우리도 이제 마땅히 가서 세존께 공양을 드리도록 하자.”
이때 두 용왕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두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왕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널리 설법하시면서 삼보에 귀의케 하시고 오계를 받게 하셨다.
그 이후로 몸과 재물이 더욱 풍성하였다. 이미 더욱 풍성해지자 함께 상의하였다.
“우리들은 큰 바다로 가서 넓은 곳에서 살도록 하자.”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공경히 예배드리고 난 뒤 한 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희는 세존을 따라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고 나서는 몸과 재물이 더욱 풍성해졌나이다. 만약 대비세존(大悲世尊)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허락해 주신다면, 저희들은 이제 큰 바다로 가서 넓은 곳에서 살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청하는 것을 보시고 나서 두 용에게 말씀하셨다.
“영승대왕(影勝大王)은 이 나라의 주인이니, 너희들이 떠나려거든 마땅히 알리도록 하여라.”
두 용왕은 부처님께 하직하고 물러나서 서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허락해 줄 것 같지 않다.”
그들은 곧 전에 살던 곳에서 살았다. 그런데 두 용왕은 밤중에 와서 부처님을 뵐 경우에는 본래의 형상대로였으나 낮에는 장자의 모습을 하였다. 그 뒤 어느 날 용왕은 낮에 세존이 계신 곳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는데, 영승대왕도 그때 죽림원으로 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 측근 신하에게 명하였다.
“너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어떤 사람이 있는지를 살피도록 하여라.”
그 신하는 명을 받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자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장자가 세존의 처소에 있는 것을 보고는 곧 왕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두 사람의 장자가 세존이 계신 곳에 있나이다.”
왕은 생각하였다.
‘그 두 장자는 이 나라 사람일 것이니, 내가 오는 것을 보면 감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때 영승대왕이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하려 하자, 그 두 용왕은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는 이제 법을 공양해야 합니까, 왕을 공경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불세존(佛世尊)과 아라한 등이 모두 법을 공경하느니라.”
이 인연으로
세 개의 가타(伽他)를 설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미래의 부처님과
현재의 모든 세존께서는
능히 일체의 근심을 끊으셨네.

모두가 법을 존경하시나니
말하거나 다니거나 머물 때나
모든 때에
바른 법을 존중하신다.

이런 까닭에 이로움을 구하고
부유하고 즐거움을 바라거든
마땅히 법을 존경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여라.

그 두 용왕은 불세존께서 법을 공경하라고 설법하시는 것을 듣자 비록 왕이 오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공경히 대하지 않았다.
왕은 이것을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두 장자는 나의 백성인데 내가 오는 것을 보고도 공경히 대하지 않는구나.’
그는 성내는 생각을 내면서 세존이 계신 곳에 이르러 두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왕의 성내는 마음을 아시고 별도로 다른 말씀을 하고 설법은 하지 않으셨다.
이때 영승대왕이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원하옵건대 대사께서는 저를 위하여 설법을 해주시기 바라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인연을 가지고 가타(伽他)를 설하셨다.

청정한 마음이 없이
성내는 마음을 품는다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미묘법을 알 수 없나니

다투는 마음을 항복시키고
청정하지 못한 마음을 없애서
능히 분하고 해치려는 마음을 제거해야
비로소 미묘한 법을 안다네.

영승대왕은 가타를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두 장자 때문에 세존께서 때에 맞게 나를 위하여 법요를 연설하여 주지 않으시는구나.’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측근의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부처님 곁에 있는 장자를 살피다가 그가 부처님께 하직하고 떠나거든 ‘두 사람은 마땅히 빨리 떠나서 나의 나라에 머물지 마시오’라고 하여라.”
심부름하는 사람은 명을 받들고 갔다. 두 용왕은 묘법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죽림원을 나가려고 하였다.
심부름하는 사람이 말했다.

“대왕께서 명령을 하셨소. ‘당신들 두 사람은 마땅히 빨리 떠나서 나의 나라에 머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두 용왕은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가 요즈음 밤새도록 마음이 즐겁지 못하였더니, 이제 고생을 하지 않고도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짙은 구름을 일으켜 큰 비를 내려서 여러 도랑과 시내를 따라 강으로 들어가고, 강물을 따라 큰 바다에 이르니 몸과 재물이 더욱 풍성하게 되었다. 용이 떠나간 후에 왕사성 옆에 있는 오백 개의 온천은 모두 고갈되고 때때로 단비가 내리지 아니하여서 오곡이 익지 않아 사람들은 근심하게 되었다.
영승대왕은 이러한 일을 보고 생각하였다.
‘왕사성 안에는 두 용왕이 있는데, 하나는 이름이 산(山)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승(勝)이다. 항상 이 성에 살면서 그 위신력으로 능히 오백 개의 온천과 못들을 항상 흘러서 끊이지 않게 하였으며, 때때로 단비를 내려 오곡이 잘 익고 부족하지 않게 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지금 온천과 못들이 다 마르고 비가 내리지 않는 때가 많아서 오곡이 익지 아니하니, 두 용왕은 죽은 것인가? 혹은 다른 나라로 달아난 것인가? 혹은 용을 저주하는 사람에게 잡힌 것인가? 혹은 금시조왕(金翅鳥王)에게 잡아먹힌 것인가? 그런데 불세존(佛世尊)께서는 일체의 지혜를 갖추시어 관찰하지 못함이 없으니, 내가 이제 가서 그 까닭을 여쭈어 보는 것이 좋겠구나.’
영승대왕은 죽림원 안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두 용왕이 이 성에 살고 있는데, 위력이 성대하고 쇠약하게 된 까닭을 …(생략)…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영승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그 두 용은 죽은 것이 아니며 ……나아가 금시조에게 먹힌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대왕께서 스스로
내쫓은 것입니다.”
왕이 말씀드렸다.
“저는 일찍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서로 보지도 않았는데, 하물며 내쫓는 일이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대왕을 위하여 내쫓은 일을 생각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왕께서는 어찌 생각하지 못하십니까? 어느 때에 내가 있는 곳으로 오셔서 두 장자가 나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신 적이 있는데, 대왕께서는 그때 함께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영승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함께 말을 하지 않았나이다. 심부름하는 사람을 보내서 두 장자에게 ‘나의 나라에 머물지 말라’고 말을 전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두 장자가 바로 용왕입니다. 사람의 몸으로 변화해서 법요를 들은 것입니다.”
왕이 아뢰었다.
“그 두 용왕은 지금 어디로 갔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바다 속으로 갔습니다.”
왕은 이 말씀을 듣자 근심스런 얼굴빛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의 나라 영토는 장차 쇠미해지겠나이까?”
“왕의 영토는 아직 쇠미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두 용왕에게 사죄를 하여야겠습니다.”
“그는 바다 가운데에 있고 저는 성읍에 있어서 만날 수가 없으니 사죄하려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매월 사재일(四齋日)에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예배하고 있으니, 왕께서 그 날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가 그를 가리켜 보여드리겠으니 마땅히 뉘우쳐 사죄하도록 하십시오.”
“제가 사죄할 때에 그의 발에 예배를 드려야 합니까?”
“발에 예배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른 손을 펴서 용왕에게 말하기를, ‘원컨대 나를 용서하여 지난번에 한 말에 한을 품지 말기 바랍니다’라고 하시면, 그 두 용왕은 스스로 용서하고 참을 것입니다.”
뒷날에 포살을 하는 날이 되자, 두 용왕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고, 영승대왕도 마찬가지로 이날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모양을 나투시어 그의 처소를 보여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들이 두 대용왕(大龍王)입니다.”
영승왕은 곧 오른손을 펴고 두 용에게 말했다.
“용왕이여, 원컨대 나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용왕이 그에게 말했다.
“용서합니다. 대왕이시여.”
왕이 말했다.
“만약 용서를 한다면 원컨대 다시 이곳에 돌아와서 나의 나라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두 용이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큰 바다로 가서 몸과 재물이 비상하게 넓고 커졌으니, 이곳에 돌아온다면 우리를 받아들일 만한 곳이 없습니다.”
왕이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나의 나라를 잃겠군요.”
용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나라를 잃을까 근심하지 마십시오. 성 밖에 두 개의 신당(神堂)을 조성하시되, 하나는 기리용신당(祇利龍神堂)이라 이름을 짓고 하나는 발루용신당(跋寠龍神堂)이라 이름을 지으십시오. 제가 권속들로 하여금 이 당 안에 머무르도록 하겠으니, 여섯 달에 한 번씩 성대하게 큰 모임을 일으키시면 우리들이 스스로 와서 왕의 국토가 궁핍하지 않도록 살펴드리겠습니다.”
왕이 말했다.
“좋습니다. 마땅히 그와 같이 하겠습니다.”
영승왕은 곧 성 밖의 숲과 샘이 있는 곳에다가 두 개의 신당을 지었다. 매년 두 번 모이는 날이 되면 여섯 개의 큰 성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운집하였는데, 첫 번째 모임이 있는 날에 남방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왕성에 이르렀다. 그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자기네끼리 말을 하였다.
“우리가 무슨 방편을 써야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운 생각을 내게 해서 많은 이익을 얻어 몸을 공양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이렇게 의견을 내었다.
“만약 대인(大人)의 훌륭한 행적을 얘기한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운 생각을 내게 하여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세상에 뛰어나기로는 부처님보다 뛰어난 어른이 안계시고 모든 중생에게 흠모와 공경을 받으시니, 우리가 찬탄하면서 사람들을 섭수하고 인도한다면 이로 인해 재물을 얻는 것이 길이 결핍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함께 육중필추의 처소로 가서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성자께서는 저희를 위하여 널리 설법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과거 보살로 계실 때 도솔천궁(兜率天宮)에 계시면서 장차 하계(下界)인 섬부주(贍浮州) 안에 태어나시고자 해서
네 가지 관찰[四種觀察]을 하신 연기(緣起), 욕계육천(欲界六天)의 수응작사(隨應作事)를 모두 해서 마치신 연기, 신모(神母)의 태(胎) 안으로 들어가신 연기, 탄생하신 때의 연기, 점차 자라서 동자의 나이가 되어 성문 밖으로 나가셔서 늙고 병들고 죽는 등의 괴로움을 보시고 마침내 숲 속으로 가셔서 6년을 고행하신 후에 이로움이 없다고 말씀하신 후에 정각(正覺)을 이루어 널리 중생의 미혹을 구제하신 연기(緣起) 등을 원하옵건대 모두 말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육중필추가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그것을 듣고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말했다.
“저희가 관현악기로 연주할 수 있게 가곡을 만들려고 합니다.”
오타이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당신들이 우리 불법(佛法)의 훌륭한 일을 가지고 연주하는 음악을 만들다니, 당장 물러가시오. 당신들을 위하여 말해줄 수 없소.”
그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물러난 뒤에 필추니의 사찰로 가서 토라난타 필추니의 처소로 가서 예배하고 말했다.
“원하옵건대 성자께서는 저희를 위하여 자세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과거에 도솔천상에 계시면서 이 인간세계로 하생(下生)하시고 …(생략)… 나아가 널리 중생의 미혹을 구제하신 연기를 원컨대 저희를 위하여 설해주시기 바랍니다.”
토라난타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당신들은 이 일을 즐겨 듣고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합니까?”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말했다.
“저희가 이제 그 일을 취하여 관현악기로 연주하여 음악을 만들려고 합니다.”
필추니가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와 약속을 해야만 말해줄 수 있습니다. 당신들이 나에게 떡값과 과일값을 준다면 마땅히 당신들을 위하여 말해주겠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말했다.
“그것은 사소한 일입니다. 반드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토라난타 필추니는 다문(多聞)을 구족하였고 삼장(三藏)에 아주 익숙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처음에 태어나신 때로부터 마지막으로 보리(菩提)를 이룰 때까지 자세히 말해주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듣고 나서 그 일을 모두 취하여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만들었다.
그들은 때로 서로 말하였다.
“이 훌륭한 일은 신심 있고 공경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겁고 기쁜 마음을 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한꺼번에 두 가지 재주를 드러내 보여서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 훌륭함을 노래하게 해야겠다.”
그들은 곧 드물고 기이한 일을 두루 찾아서 다시 절에 들어갔다. 이때 천타 필추가 배불리 먹고는 위의를 잃어버렸는데, 어떤 시주가 묘한 음식을 가지고 와서 천타에게 주는 것을 보았다. 천타는 마음속으로 다시 먹기를 원해서 손을 씻고 그것을 받아가지고 오타이의 처소로 갔다. 오타이는 공양을 하느라고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천타는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이렇게 말했다.
“대덕 오타이께서는 생각하여 주십시오. 저 필추 천타는 이미 만족한 식사를 마쳤는데, 다시 이와 같은 훌륭한 음식을 얻어서 다시 먹고자 합니다. 원컨대 저에게 여식법(餘食法)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타이는 두, 세 입을 먹어 보고 말했다.
“가시오. 이것은 당신의 음식이니 마음대로 먹으시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이 일을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좋은 소재이다. 우리가 음악으로 만든다면 능히 믿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일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즉시 음악을 만드는 처소로 가서 손으로 땡땡이 북을 쳐 널리 사람들을 모두 모았다. 그리고 갖가지 가무를 하는 음악을 만들었는데, 처음에 보살이 도솔천으로부터 하생(下生)한 것에서부터 널리 중생의 미혹을 제도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관현악기로 연주할 수 있게 해서 춤추는 음악을 만들었다.
공경하고 신심이 있는 사람들은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말했다.
“기이하구나,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아주 잘 만들었다.”
그리고는 많은 돈과 재물을 주는 것이 보통 때와는 달랐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였다.
‘믿지 않는 사람들을 끝까지 끌어들여야겠다.’
드디어 한 사람을 시켜서 천타의 형상을 하게 하고, 다시 한 사람을 시켜서 오타이의 모양을 하게 하여 앉아서 먹게 하였다. 천타의 형상을 한 사람은 기와로 만든 그릇에 재를 가득 채우고 그 위에다 설탕을 얹어서 오타이의 처소로 가서 쭈그리고 말했다.
“대덕 오타이께서는 생각하십시오. 저 천타 필추는 이미 배부르게
만족한 식사를 하였는데, 다시 이와 같이 맛좋은 음식을 얻어서 더 먹고자 합니다. 원하옵건대 저에게 여식법(餘食法)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타이의 모습을 한 악인(惡人)은 사탕가루를 가져다 먹고 곧 재가 들어있는 그릇을 그의 머리 위에 덮어씌우면서 말했다.
“이것은 당신의 물건이니 마음대로 먹으시오.”
신심이 없는 사람도 그 희유한 모습을 보고는 모두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훌륭한 음악이다.”
그리고는 많은 보배와 재물을 주었다.
구경꾼들은 놀이가 끝난 후에 가는 곳마다 앞에서 본 것을 차례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육중필추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서로 의논하였다.
“무식한 광대들이 우리의 형상을 기이한 모습으로 만들어서 놀고 있다 하는데, 우리가 이제 그 광대들에게 이익이 없는 일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서로 말했다.
“우리는 마땅히 자매 곁으로 가서 함께 놀이하는 일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육중필추가 그곳에 가서 말했다.
“자매여, 우리 세존께서 보살로 계실 때 행적에 대해 당시 고랍바(高臘婆)라고 하는 음악하는 사람이 보살행을 취하여 관현악으로 연주하는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보기는 하였지만 기억이 나기도 하고 나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함께 노래를 해서 그 일이 빠짐이 없게 되었다. 드디어 두 신당(神堂)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놀이하는 장소를 펴서 설치하였다. 파란 천으로 옆을 가리고 붉은 홑 천으로 위를 덮어서 설치하고 나자 육중필추가 함께 왔다. 그때 오파난타는 속인의 옷을 입고 고운 빛깔의 무명을 머리에 감은 채 손으로 땡땡이 북을 치면서 자신과 나머지 다섯 명이 모두 춤을 추었는데, 북소리가 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그 놀이터를 버리고 구름처럼 이곳으로 모였다. 음악하는 사람들도 소리의 기이하고 절묘함을 듣고는 모두 와서 구경하면서 매우 뛰어났다고 서로 말하였다.
“이들은 천(天)인가? 용ㆍ야차ㆍ건달바 등이 이곳에 와서 노래하고 노는 것인가?”
각자 기이하다는 생각을 내면서
함께 재물을 내주었다. 육중필추는 놀이를 마치고 흩어지면서 갖고 있는 금전과 재물을 모두 거두어 떠나갔다. 음악하는 사람들도 그 뒤를 쫓아가 거처하는 곳을 살폈다. 육중필추가 죽림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 음악하는 사람들은 문간에서 엿보았다. 그때 오타이가 절의 문 밖으로 나왔는데, 그의 귓가에는 아직도 자황(雌黃)10)이 묻어 있었다.
음악하는 사람이 보고는 물었다.
“조금 전에 음악을 연주하던 분이 성자이신가요?”
“그렇소. 우리가 일부러 어리석은 당신들을 욕보이려고 한 것이오. 당신들이 우리의 위세를 빌려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도리어 우리의 모양을 만들어서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게 할 수 있는가? 오랫동안 한 푼도 벌지 못하게 할 것이다. 우리들은 놀이기구를 갖지 않고도 임시로 빌려서 충당할 수 있으니, 당신들은 일을 주선하는 것이 힘들 것이오.”
이 말이 끝나자 음악하는 사람이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성자께서는 우리의 잘못을 한 번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만약 당신들이 얻은 재물을 모두 우리에게 주고 함께 맹세를 한다면, 우리는 따라가지 않겠소.”
음악하는 사람들이 의논하였다.
“우리가 주지 않는다면 근심이 끊이지 않을 것이니, 이번에 얻은 것을 모두 줍시다.”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와서 모두가 근심하고 있는데, 그들을 아는 사람이 와서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무슨 까닭으로 모두가 근심스러운 얼굴빛을 띠고 있나요?”
“우리가 지금 벌을 받았으니,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소?”
그가 물었다.
“누구에게요?”
“석자(釋子)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그래서 위의 일을 가지고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때 그 친구는 함께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생각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속인의 흰 옷을 입고 몸소 재주를 부려 희롱할 수 있는가? 음악하는 사람들이라도 모두 세금을 면하지 못할 텐데.”
여러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그때 필추들을 모으시고 속인들이 헐뜯고 싫어하는 대로 물어서 그 허실을 아시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이제 막 새로 만든 옷을 얻는다면 마땅히 세 가지 물들인 색으로 만들되, 청색이나 진흙색이나 붉은 색의 한 가지를 택해서 원색을 깨뜨린 흐린 색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세 가지 괴색(壞色)11)으로 만들지 아니하고 받아쓴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새로 만든 옷’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옷 자체가 새 것인 것을 말하고 둘은 새 옷을 남에게서 얻은 것을 말한다. 여기서의 새 옷이란 새로 만든 옷을 말한다. 옷에는 일곱 가지가 있으니, 갖추어 말한 것은 위에 설한 것과 같다. ‘청(靑)’이란 푸른색을 말한다. ‘진흙’이란 붉은 돌을 말한다. ‘적(赤)’이란 나무의 붉은 껍질을 말한다. ‘색깔을 물들여 깨뜨린다’는 그 바탕색을 깨뜨린다는 말이다. 만약 물들여서 색을 흐리게 하지 않고 받아쓰면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새로 만든 옷을 얻고서 세 가지 색 가운데에서 하나를 택해서 흐리게 하지 않는다면 모두 타죄(墮罪)를 얻는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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