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64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42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3.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42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42권


의정 한역


77) 볼여욕묵연기거학처(不與欲默然起去學處)
그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오타이는 여러 의혹을 끊고 ……(생략)…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나아가 열일곱 대중들은 함께 상의를 하였다.
필추 대중들이 모이자, 그들은 상좌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아뢰었다.
“제가 이제 문책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아가 오파난타에게 사치갈마(捨置羯磨)를 하고자 합니다.”
상좌 난타가 말했다.
“오파난타는 노상좌(老上座)인데, 어떻게 함부로 그에게 사치갈마를 하겠는가?”
열일곱 대중이 대중들에게 아뢰었다.
“만약 악한 사람과 함께 어울린다면 그 대중들 또한 사치갈마를 받아야 합니다.”
난타는 이 말을 듣자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자신의 모포를 앉는 자리 위에다 사람과 비슷한 모양으로 해놓고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떠나갔다. 그러나 대중들은 알지 못하고 오파난타에게 사치갈마를 하였다.
오파난타는 곧 난타의 처소로 가서 울면서 말하였다.
“흑발(黑鉢)들이 문득 나에게 사치갈마를 할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조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중들이 다 모이지 않았으니 작법(作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누가 모이지 않았습니까?”
“내가 대중 가운데에 있지 않았습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자 함께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대중들이 모여 여법(如法)한 일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말없이 일어나 떠나간단 말인가?”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들에게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대중들이 여법(如法)하게 대중공사를 평론(評論)하는 때인 줄을 알면서도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간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여러 필추들이 오랫동안 대중 속에 있느라고 간병인(看病人)과 수사인(授事人)이 맡은 일에 결함이 생겼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부처님께서는 다시 허락하였다.
“만약 인연이 있는 경우에는 마땅히 부탁을 해놓고 떠나가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것을 찬탄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생략)…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것은 인연에 따라 허락하는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대중들이 여법(如法)하게 대중공사를 평론하는 때인 줄을 알면서도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되 필추에게 부탁하여 맡기지 않는다면, 다른 연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대중’이란 부처님의 제자를 이르는 말이다. ‘여법(如法)하게 평론한다’는 것은 여법(如法)한 단백(單白)ㆍ백이(白二)ㆍ백사갈마(白四羯磨)를 이르는 말이다.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나 띠나간다’는 것은 세분(勢分)의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부탁하지 않는다’는 필추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떠나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죄를 해석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대중들이 여법(如法)한 대중공사를 논평하고 결정하는 것을 알면서도 필추에게 신고하지 않고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간다면, 즉 말소리가 들리는 장소까지 간다면 악작죄를 얻고 그곳을 넘어서는 때에는 근본죄(根本罪)1)를 얻는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처음으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78) 불공경학처(不恭敬學處)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갈란탁가 연못에 있는 죽림원에 계셨다.
이때 두 필추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이름을 잡색(雜色)이라 하고 한 사람은 이름을 상사자(象師子)라 하였다. 모든 필추들이 식당 안에 모여서 세존의 가르침에 의거해 쟁사(諍事)를 끝내려고 하는 줄을 알면서도
이 두 사람은 한 번은 대중의 명에 따랐으나 한 번은 가르침을 어겨서 대중들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아니하였다. 즉 대중들이 평론을 끝내자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고 쟁사를 번잡스럽게 만들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함께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대중들이 쟁론을 끝마칠 때에 스스로 모임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평론이 끝난 것을 보고도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단 말인가?”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생략)…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해서 모든 필추들에게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에 다시 필추가 공경하지 않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잡색 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공경하지 않는다’는 것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대중을 이르는 말이고, 둘째는 별도의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이 두 곳에 대하여 공경하지 않을 때에는 모두 타죄(墮罪)를 얻는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대중들이 모여 쟁사(諍事)를 평론할 때에 모임에 나오라고 부른 줄 알면서도 모임에 오지 않는다면 곧 타죄를 얻는다.
불러서 있으라고 하여도 있지 아니하고, 떠나보내도 떠나가지 아니하며, 와구(臥具)를 갖게 하여도 갖지 아니하며, 갖지 못하게 할 때에는 억지로 가져가며, 방(房) 같은 것을 요청하게 하는 것은 일이 모두 마찬가지로서 대중의 가르침을 어길 때에는 모두 타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오파타야나 아차리야가 이렇게 “불러서 오라고 하여도 오지 아니하며, 나아가 방 같은 것을 요청하는 일 …(생략)…”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보고서 별도의 사람의 가르침을 어길 때에는 모두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도리에 따라서 아뢰어 알려준다면 공경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 이는 모두가 범하는 것이 아니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처음으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79) 음주학처(飮酒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교섬비국에는 실수마라산(失收摩羅山)이 있었는데, 이 산 아래에는 여러 마을이 있었다. 한 장자가 이름을 부도(浮圖)라 하였는데 큰 부자라서 재물이 많고 의식이 풍족하였다. 아내를 얻은 지 오래되지 않아 딸을 낳았는데, 얼굴과 용모가 단정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나이가 들고 성장하자 급고독 장자의 아들에게 시집을 가서 아내가 되었다.
부도 장자는 오래지 않아 다시 자식을 낳았는데, 용모와 위의가 사랑할만해서 처음 출생한 날에 부친이 보고 큰 소리로 기뻐하기를, “잘 왔구나, 잘 왔어”라고 하였다. 친족들은 그로 인하여 아이의 이름을 잘 왔다는 뜻으로 선래(善來)라고 지었다.
그런데 이 아이의 박복한 복력(福力)으로 말미암아 가지고 있는 가산(家産)이 날로 줄어들고 없어졌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자 갈 곳도 없게 되었다. 그때 사람들은 일이 이와 같이 되자 오히려 잘못 왔다는 뜻으로 악래(惡來)라고 불렀다. 그는 걸인들과 함께 한 무리가 되어서 구걸을 하며 연명하였다.
악래의 부친과 옛 친구가 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악래가 가난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금전 일문(一文)을 주어서 옷을 사 입고 허기진 배를 채우게 했다. 이에 악래는 그곳을 떠나 실라벌성에 이르렀는데, 그 누이의 계집종이 알아보고는 돌아와서 주인에게 알렸다.
“제가 우연히 밖에 나갔다가 악래를 만났는데 매우 빈궁하였습니다.”
그 누이가 듣고는 매우 측은한 생각을 내어서 심부름꾼에게 흰 모직물과 금전을 보내주어 결핍한 것을 임시로 충당하게 했는데, 그는 박복한 까닭에 금방 그것을 도둑맞았다.
누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탄식하였다.
“내가 이처럼 악업을 지어 박복한 사람을 이제 어디에 쓸 것인가?”
그리고는 버려두고 묻지 않았다.
급고독 장자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집으로 오셔서 공양을 하시도록 청한 뒤에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준비하고서 부처님과 스님들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악래도 다른 걸인들과 함께 장자가 공양을 베푼다는 말을 듣고는 남은 밥을 얻을까 하는 기대로 함께 무리를 지어서 공양 베푼 곳으로 왔다.

장자는 멀리서 그들을 보고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명하였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도착하실 때가 되었으니 가난뱅이들을 내쫓아라.”
여러 걸인들은 각자 이렇게 생각했다.
‘이 대장자(大長者)는 예전에는 자비심이 있어서 우리 고독한 사람들이 늘 믿고 의지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지금은 심하게 내쫓는 것일까? 이는 악래의 악업의 힘과 재앙이 우리들에게 미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함께 악래를 들어서 똥 무더기에 던져버렸다. 악래는 같은 거지들에게도 업신여김을 받자 드디어 똥 무더기 위에서 크게 소리 내어 울면서 누워 있었다.
장자는 심부름하는 사람을 보내서 때가 되었음을 아뢰게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과 발우를 갖추시고 대중에게 둘러싸여 장자의 집으로 가셔서 음식이 베풀어진 곳으로 나아가려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큰 자비심의 힘으로 악래가 있는 곳으로 가시면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온갖 유(有)에 유전(流轉)하는 끝없는 고통의 바다를 싫어할 것이며, 끊임없이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할지니라. 너희들은 이 마지막 생을 받은 사람을 보거라. 다시는 윤회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구제하지를 못하는구나.”
그리고는 곧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늘 선래(善來)를 위하여 마땅히 식사의 반을 남겨오도록 하여라.”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의 집에 들어가서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장자는 대중들이 자리에 다 앉은 것을 보자 갖가지 청정하고 훌륭한 음식들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여 모두가 만족하게 드시도록 해드렸다.
아난타는 선래의 악업력(惡業力)으로 말미암아 음식의 반을 남기는 것을 잊어버리고 남기지 않았다. 세존대사께서는 잊어버리지 않는 생각[不念知]을 얻었으므로 아난타가 잊어버리고 음식을 남기지 않은 것을 알자 당신의 발우에 음식의 반을 남기셨다.
아난타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생각을 하였다.
‘내가 오늘 마음에 어지러움이 있어서 세존의 가르침을 어겼구나.’
부처님께서는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섬부주의 사방에 이르는 큰 바다에 부처님이 가득하고, 이 모든 부처님들께서 각자 설하시는 깊은 법을 네가
모두 받아 지녀서 하나도 빠뜨리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하더라도 지금은 선래의 박복한 업력으로 말미암아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너는 지금 가서 저 선래를 불러 오너라.”
아난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떠나가서 그곳에 이르자 말했다.
“선래여 , 선래여.”
그러나 선래는 스스로 선래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묵묵히 대답이 없었다.
아난타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부도(浮圖)의 아들을 이전에 선래(善來)라고 불렀으니 다른 사람이 아니다.”
선래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이와 같이 생각하고 게송으로 설했다.

나는 선래라는 이름을 잃었는데
이제 어디에서 이르렀나.
어찌 악업의 과보가 다하여
선업이 이때에 생기는 것이 아니랴.

부처님께서는 모든 지혜를 다 갖추셨으니
일체의 모든 중생들이 그 분께 귀의하네.
그 분께서 착한 말을 사랑하시어
선래라고 부르시니 이치에 마땅함이네.

나는 복이 없는 사람이라
여러 친족들도 모두 나를 버렸네.
재앙이여, 여러 고난이 밀어 닥치니
어떻게 선래(善來)라고 부르랴.

아난타는 즉시 선래를 인도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난 뒤에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남은 밥을 주어라.”
아난타가 발우를 가져다가 그에게 주었다. 이때 선래는 반쯤 남은 밥을 보고는 드디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비록 불세존(佛世尊)께서 저를 위하여 몫을 남겨주셨더라도 다만 한 조각을 남겼을 뿐이니, 어찌 저의 굶주림을 만족시킬 수 있겠나이까?”
세존께서는 선래가 생각하는 것을 완전히 아시고서 그를 위로하며 비유의 말로 말씀하셨다.
“가령 네 배[腹]의 넓이가 큰 바다와 같고 하나하나의 입에 먹는 것이 수미산처럼 많이 먹되 네가 몇 번을 먹더라도 먹는 것은 끝이 없으리니, 너는 마땅히 이것을 먹고 근심을 일으키지 말라.”
선래는 즉시 먹었다. 그리고 먹고 나서 기뻐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옷에 삐져나온 것은 무엇이냐?”
그는 옷을 풀어 헤쳐서 한 개의 금전(金錢)이 나오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한 개의 금전은 부친의 친구 되시는 분이 저의 가난함을 보시고 주셨던 것인데, 제가 박복한 까닭으로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 금전을 가지고 청련화(靑蓮花)를 사 오너라.”
선래가 떠나간 후에 부처님과 대중스님들은 모두가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이때 선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서 드디어 꽃을 파는 사람인 남바(藍婆)의 처소로 가서 그의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의 주인이 보고서 그에게 말했다.
“악래여, 어서 가시오. 나의 정원에 들어오지 마시오. 당신 때문에 나무와 못이 마르게 하지 마시오.”
선래가 그에게 말했다.
“세존께서 나를 시켜서 청련화를 사오시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청련화에 대해서
실제로 아무 쓸모가 없다네
대사(大師)께서 일체의 지혜를 갖추셨는데
나를 보내시어 사오게 하셨네.

그때 남바는 부처님께서 시키셨다는 말을 듣자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곧 게송으로 말했다.

모니(牟尼) 대적정(大寂靜)께서는
천(天)과 인(人)이 모두가 공양을 하네.
당신은 부처님의 심부름하는 사람이니
필요한 꽃을 마음대로 가져가시오.

이때 선래는 금전을 주고 많은 청련화를 갖고 돌아와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세존께서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선래여, 네가 이 청련화를 갖고서 여러 스님들에게 차례로 돌아가며 드리도록 하여라.”
선래는 꽃을 가지고 부처님과 스님들께 윗자리로부터 차례로 돌아가면서 베풀어 드렸다. 여러 필추들은 모두 감히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시주(施主)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마땅히 수용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향내 나는 물건들은 모두 안근(限根)에 이익이 되며, 그 향내를 맡는 것은 허물이 없느니라.”
여러 필추들이 모두 꽃을 받자 꽃이 활짝 피었다. 선래는 청련화를 보자 옛날 전생의 몸이 일찍이 여러 부처님의 처소에서 청처관(淸處觀)2)을 닦던 일이 기억나면서 영상(影像)이 앞에 나타났다. 세존께서 다시 법요를 자세히 설하셔서 이롭고 기쁘게 하시자. 그는 곧 견제(見諦)를 증득하였다.
이때 선래는 초과(初果)를 얻고나서
곧 게송을 설하여 스스로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방편의 훌륭한 견삭(羂索)3)으로
나를 끌어내어 견제(見諦)에 머물게 하셨네
악취(惡趣) 가운데에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시니
마치 늙은 코끼리를 깊은 수렁에서 건져 올리듯이 하셨네.

나는 예전에 이름을 선래(善來)라 하였더니
나중에는 사람들이 악래(惡來)라 불렀다네
이제 선래라는 이름이 그릇되지 아니함은
석가모니의 성스러운 가르침으로 살기 때문이라오.

이 송(頌)을 설하여 마치고는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드리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여래께서 널리 설하시는 법률 가운데에 출가하여 세속을 떠나 범행(梵行)을 닦아 지켜나가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범음성(梵音聲)4)으로 말씀하셨다.
“선래 필추여, 너는 범행을 닦았느니라.”
이 말씀을 마치시자 곧 출가해서 머리를 깎고는 법복을 입고 구족계를 갖추어서 필추의 성품[性]을 이루었다.
이때부터 선래는 대용맹심을 발하고 견고한 마음을 지켜서 초후야(初後夜)에도 사유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침내 나머지 결혹(結惑)을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고는 게송으로 설하여 말했다.

예전에 여러 부처님의 처소에서는
다만 기와조각이나 쇠붙이 같은 몸뚱이만을 지켰더니
이제 세존의 가르침을 들으며
진금(眞金)의 몸이 되었네.

나는 나고 죽는 가운데에서
다시는 후유(後有)를 받지 않으리니
무루법(無漏法)을 받들어 지녀서
편안하게 열반의 성으로 나아가리.

만약에 사람이 보배를 즐기고
또 천계(天界)에 태어나고 해탈하기를 좋아한다면
마땅히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할지니
원하는 바를 모두 마음대로 이루리라.

불세존(佛世尊)께서 사리자(舍利子) 대목건련(大目乾連)ㆍ대가섭파(大迦攝波)ㆍ필린타벌차(畢隣陀伐蹉) 등을 제도하자, 세간 사람들 중에서 믿고 공경하지 않는 자들은 곧 싫어하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문 교답마(憍答摩)는 세간의 보배를 훔치는 도적이다. 대지(大地) 안에 가끔 이런 사람 중에 용상(龍象)이 있어서 세상에 태어나면, 모두 그를 꾀어내어
출가를 시켜서 자신을 공급하고 시중을 들게 한다.”
부처님께서 또한 일찍이 필추니ㆍ타천인(他賤人)ㆍ소로(小路)5)ㆍ우주(牛主)6)ㆍ승혜하(勝惠河) 곁의 오백 명의 어부들과 선래(善來) 등을 제도하시자, 믿고 공경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시 헐뜯는 마음을 내었다.
“교답마는 제자들을 찾아내느라고 쉬지를 않는다. 세상에 가난하고 천하며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도 승려를 만들고 출가시켜서 모두 부려먹는다.”
세존께서는 이런 말을 듣자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나의 대제자(大弟子)들은 덕의 높이가 수미산과도 같거늘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함부로 소홀히 해서 까닭 없이 죄를 초래해 스스로를 해롭게 하는구나. 이제 내가 마땅히 선래의 뛰어난 덕을 일으켜야겠다.’
세존의 법이 그러하듯이, 제자들 중에 참으로 뛰어난 덕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그것을 알지 못하면, 부처님께서는 곧 방편으로 그 덕을 드러내 주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선래의 덕을 일으키기 위하여 아난타에게 명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실수마라산(失收摩羅山)에 가고자 하니, 만약 필추들이 즐거이 따라가고 싶다면 옷과 발우를 가지고 …(생략)….”
실수마라산에 도착했을 때에 그들이 머무는 곳에는 한 독룡(毒龍)이 암바라(菴婆羅)7) 나무 숲 속에 의지하여 살고 있었다. 이 산에 사는 사람들은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자 모두 구름같이 모여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람들을 위하여 묘법을 자세히 설하셔서 이롭고 기쁘게 하시고는 잠자코 계셨다.
여러 사람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를 불쌍히 여기셔서 내일은 집에 오시어 저희의 보잘 것 없는 공양이나마 받으시기를 바라나이다.”
세존께서는 묵묵히 그 청을 받아들이셨다.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시는 것을 알자, 사람들은 자리에서 물러나
그날 밤 갖가지 훌륭한 공양을 준비하고 아울러 물그릇에 물을 채웠다. 이렇게 널리 설치하기를 마치고는 아침에 심부름하는 사람을 시켜서 공양 때가 되었음을 알리게 하였다.
세존께서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의발을 행기시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공양이 차려진 곳으로 가서 가장 먼저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산 아래에 사는 사람들과 바라문 등은 함께 공양을 베풀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각자가 만족하게 식사를 마치고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곳곳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법을 설하시어서 마음 깊이 기쁘게 하셨다.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어, 저희들이 항상 듣자오니 세존께서는 능히 극악한 야차들, 이를테면 광야(曠野)야차ㆍ전모(箭毛)야차ㆍ여상(驢像)야차와 또한 여성(女性)의 야차들을 훌륭하게 조복시키시며, 또한 소위 아력가(阿力迦)ㆍ하리지(阿利底) 등과 같은 독룡(毒龍)들을 모두 조복시키며, 또한 소위 난타(難陀)ㆍ오파난타(鄔波難陀)ㆍ아발라(阿鉢羅) 용왕 등을 모두 항복시키셨다고 들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산 아래에 있는 암바(菴婆) 독룡은 항상 저희들과 원수가 되어 많은 손해를 끼치고 있나이다. 매일 같이 세 때에 항상 나쁜 기운을 토해내는데 백 리 안에 있는 짐승들이 그 독 기운을 맡으면 모두 죽으며, 모든 남녀들은 형색이 까맣게 변해서 모두 광채가 없어집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 독룡을 항복시켜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제비뽑기를 하는 심지를 갖고 대중에게 가서 능히 독룡을 조복시킬 수 있는 자가 그것을 가지게 하여라.”
대중은 끝내 갖는 사람이 없었다.
세존께서는 곧 선래에게 명하셨다.
“네가 이 심지를 갖고서 대중을 위하여 저 암바 독룡을 항복시켜라.”
이때 부처님의 명을 들은 선래는 심지를 가지고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과 발우를 챙겨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 차례로 돌아다니며 걸식을 해서 먹기를 마치고는 암바 독룡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갔다. 용왕은 멀리서 자기가 살고 있는 곳으로 선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크게 성을 내면서 구름을 일으켰다. 한낮을 어둡게 하면서 천둥과 벼락을 치고 비와 우박을 내려 선래를 해치려고 하였다.
이때 선래는 자정(慈定)8)에 들어가서 일어난 비바람과 쏟아 붓는 것들을 모두 침수향(沈水香)가루와 전단향(栴檀香)가루와 탐마라향(耽摩羅香)가루로 변화시켜 허공에서 내려오게 하였다.
암바 용은 더욱 성을 내면서 다시 검륜(劍輪)과 모삭(矛槊) 같은 것들을 내려 보냈는데, 그러나 선래의 머리 위에 이르자 모두 하늘의 묘한 연꽃으로 변하여 허공에서 떨어졌다.
용이 다시 불을 내뿜자 선래는 즉시 화광정(火光定)9)에 들어서 신통력으로 용을 불덩이와 같게 하고 주변의 용궁과 다른 주처(住處)에 화염이 가득 차게 하였다. 독룡은 큰 불길을 보자 마음이 두려워지고 온몸의 털이 빳빳이 서서 달아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다른 방향은 사나운 불길이 가득 차고 오직 선래가 있는 곳만 고요하고 시원한 것을 보자, 독룡은 마침내 그리로 가서 선래의 발에 예배드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구제하여 보호해주소서. 원하옵건대 구제하여 보호해주소서.”
선래가 말하였다.
“네 전생의 몸은 더러운 업을 지었으므로 축생 가운데에 떨어졌다. 그런데 지금도 다시 고통과 피해를 주면서 착하지 못한 짓을 하고 있으니, 죽은 뒤에는 마땅히 어디에 떨어져 무엇을 의지하려하느냐?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니 이것은 의심할 것이 없느니라.”
이때 독룡이 선래에게 아뢰었다.
“대덕께서 가르침을 말하여 주소서.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되나이까?”
선래가 대답했다.
“마땅히 삼귀의(三歸依)와 오계(五戒)를 받아서 형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마음을 단속하여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이때 독룡은 곧 삼귀의와 오계를 받아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아니하며, 훔치지 아니하며, 삿된 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뒤 선래에게 정례(頂禮)하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때 선래는 독룡을 항복시키고 나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 독룡을 제가 이미 항복을 시켜서 삼귀의와 오계를 받게 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제자 성문들 중에서 독룡을 항복시키는 것은 선래가 제일이니라.”
그때 실수마라산의 멀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과 바라문 등이 독룡이 항복해서 사람들에게 고뇌와 해로움이 없게 된 것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미증유(未曾有)를 얻었다. 각자가 향과 꽃과 공양할 것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바치면서 기뻐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발에 예배드린 뒤 각각 한 쪽에 머물러 서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다행히 성인의 힘으로 그 독룡을 항복시키게 되었나이다. 이제 공양을 드리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받아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여러 바라문ㆍ거사ㆍ남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그 독룡은 부도의 아들인 선래 필추에 의해 악한 짓을 고치고 삼귀의와 오계를 받게 된 것이지 나의 힘이 아니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갖가지 물건을 가지고 선래 필추에게 공양하여 은덕을 갚도록 하여라.”
이때 여러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곧 공양물을 가지고 선래 필추의 처소로 가서 그 발에 정례(頂禮)하고 아뢰었다.
“성자여, 당신께서는 저희들에게 큰 자비를 내려서 무외(無畏)를 베푸시고 능히 여러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되살아날 수 있게 하셨나이다. 원하옵건대 가르침을 내리소서. 무엇을 해야 하리까?”
선래가 말하였다.
“각자 의지하는 바를 따라서 삼보(三寶)께 공양을 하십시오.”
바라문 등은 선래로 말미암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7일 동안 음식을 베풀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받아 들이셨다.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시는 것을 알자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그날 밤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준비하고 앉을 자리를 널리 설치하였다. 그리고 아침에는 심부름하는 사람을 시켜서 말씀드리게 하였다.
“때가 되었나이다.
공양이 준비되었사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여러 대중들을 데리고 시주의 집으로 가서 공양이 베풀어진 곳으로 나아가셨다. 여러 바라문과 거사 등은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자 갖가지 맛있는 음식들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다. 모두가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자, 그들은 부처님 앞에서 법요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첫 날에 그렇게 하고 나서 7일 동안 모두 그렇게 하였다.
마침 어떤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선래 부친의 옛 친구였다. 그는 능히 독룡을 저주할 수 있었으나 용을 두려워한 까닭에 드디어 실라벌성으로 가서 이름을 고치고 살았다. 승광 대왕은 그를 주상대신(主象大臣)으로 삼았는데, 이 사람이 어떤 일로 산 아래에 왔다가 선래가 독룡을 항복시켰다는 소식을 듣자 크게 기뻐하면서 선래의 처소로 가서 두 발에 예배드리고 말했다.
“성자여, 저희들은 두려움이 있어서 함께 달아나 피하였는데, 이제 대덕께서 자비심을 일으키시어 해로움을 제거하셨다고 하니 즐겁고 기쁜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공양을 드리고자 하니, 원컨대 불쌍히 여기시어 내일은 공양하러 오시기 바랍니다.”
선래가 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바라문은 거듭 청하여 말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다면, 원컨대 대덕께서 성으로 돌아오시는 날에 먼저 저의 공양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선래는 불쌍하게 여겨서 청을 받아들였다.
이때 산 아래의 여러 시주 등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만 7일 동안 공양하기를 마치고나서 함께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묘법을 설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법요를 설해서 이롭고 기쁘게 하시니, 곧 그 자리에서 무량(無量)의 중생들이 의혹을 제거하고 과(果)를 얻었다.
부처님과 대중스님들은 점차로 실라벌성에 이르셨다. 그때 급고독장자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시고 나서 묵묵히 계셨다.
장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어, 원하옵건대 부처님과 여러 스님들께서는 내일 저의 집에 오시어 보잘 것 없으나마 공양을 받으소서.”
세존께서는 묵묵히 그것을 받아들이셨다. 장자는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신 것을 알자 예배를 드리고 물러났다.
이때 바라문은 선래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성자여, 성에 돌아오시면 먼저 저의 공양을 받으실 것을 제가 이미 청하였었습니다.”
선래가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이미 먼저 받아들였으니 이제 마땅히 청한 곳으로 가도록 하여라.”
선래가 그 바라문의 집으로 가니, 바라문은 훌륭한 음식으로 정성을 다하여 공양하였다. 배불리 먹고 나자, 그는 선래가 먹은 음식을 빨리 소화시킬 수 있도록 음상(飮象)이란 술을 마실 것에 조금 탔는데, 선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그 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얼마 뒤에 세수하고 양치하는 나무를 씹어서 양치를 하고는 떠나갔다. 오는 도중에 햇볕을 받자 그만 취하여 땅에 드러누웠다.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는 일체시(一切時)에 생각[念]을 잊지 않으실 수 있으므로 즉시 선래가 누워 있는 곳에 초막을 만들어 그의 몸을 덮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의 집에서 공양을 마치고 설법을 하신 뒤 돌아오는 길에 선래가 있는 곳에 이르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선래가 지은 바를 보아라. 전에 강저산(江猪山)에서는 암바 독룡을 항복시켰지만, 지금은 작은 물고기라 한들 조복시킬 수가 있겠느냐? 너희 모든 필추들이 만약 술을 마신다면 이와 같은 큰 실수가 있게 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 무량백천(無量百千)의 망만륜상(綱輓輪相)을 갖추시고 복덕이 뛰어나고 장엄한 옥수(玉手)로 선래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선래야, 어찌하여 이러한 곤욕을 받을 것을 관찰하지 못하였느냐?”
이때 선래는 즉시 깨어나 부처님 뒤를 따라서 서다림에 이르렀다. 부처님은 발을 씻고 평상시처럼 자리에 나아가 앉으셔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살필지니라. 술을 마시는 모든 사람은 이러한 허물이 있느니라.”
그리고는 계율을 지키는 것을 찬탄하시면서
자세히 설하시고 말씀하셨다.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해서 모든 제자들에게 적절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에 다시 필추가 여러 가지의 술을 마신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선래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여러 가지 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쌀ㆍ누룩으로 만든 술이거나, 뿌리ㆍ줄기ㆍ껍질ㆍ잎ㆍ꽃ㆍ과실을 서로 섞어서 만든 술을 이르는 말이니, 이러한 여러 가지 술을 마시면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마신다’는 삼키는 것을 말한다.
죄를 해석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여러 가지 술을 마실 때 능히 남을 취하게 만든다면 바일저가이고, 만약 남을 취하게 하지 않고 마신다면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여러 가지 술을 보고 주색(酒色)ㆍ주기(酒氣)ㆍ주미(酒味)가 있어서 만약 취하게 되면 바일저가이고, 만약 취하지 않으면 세 가지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여러 술을 마실 때에 주색(酒色)ㆍ주기(酒氣)가 있어서 만약 취하면 바일저가이고, 만약 취하지 않으면 두 가지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여러 술을 마실 때에 단지 주색(酒色)만 있어서 만약 취하면 바일저가이고, 만약 취하지 않으면 한 가지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술지게미를 먹고 취하면 바일저가이고, 만약취하지 않으면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누룩덩이를 먹으면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뿌리ㆍ줄기ㆍ잎ㆍ꽃ㆍ과일주를 먹고 취하면 다 악작죄를 얻는다.
너희들이 만약 나를 스승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술은 먹지 말아야 하며 또한 남에게 주어서도 안 된다. 또한 풀끝에 맺힌 이슬만큼의 술도 입에 대어서 고의로 어긴다면 월법죄(越法罪)를 얻느니라. 만약 필추가 식초를 마셨을 때는 주색(酒色)이 있는 것을 마셔도 범(犯)하는 것이 없다. 만약 끓여서 먹는다면
이것 역시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의사가 술을 머금게 하거나 또는 몸에 바르게 하는 것은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처음으로 범하는 사람을 이른 것이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이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보고나서 다함께 의심이 생겨 물었다.
“세존이시여, 선래 필추는 어떤 업을 지었기에 부귀하고 안락한 집에 태어났다가 나중에 가난의 고통을 만나 항상 거렁뱅이 악래라 불리면서 동료들에 의해 똥 무더기에 버림을 받게 되었습니까? 그러다 무슨 업으로 세존을 만나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얻게 되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지나간 옛날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지 않으셨을 때 어떤 독각(獨覺)이 세간에 출현하였다. 그러나 그는 마음으로는 불쌍히 여기는 생각을 품었지만 입으로 설법을 하지는 않았다. 어떤 장자가 꽃핀 동산 가운데로 가서 즐겁게 놀려고 하다가 그 독각을 보았다. 몸은 병을 않아 수척했고 거칠고 떨어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는 걸식을 하기 위해 동산 안으로 들어왔다. 장자는 그를 보자 마음에 일어나는 화를 참지 못해서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말했다.
‘이 반갑지 않은 것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라.’
심부름하는 사람이 불쌍하게 생각해서 즉시 내쫓지를 못하자, 장자는 스스로 일어나 존자의 목을 눌러서 그를 똥 무더기로 밀치며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빌어먹는 사람들 가운데로 가서 같은 무리가 되지 않느냐?’
그때 존자는 그를 불쌍히 여긴 까닭에 기러기 왕처럼 몸을 허공에 오르게 하여 열여덟 가지 변화를 일으켰다. 범부의 무리들은 신통을 쓰는 자를 보자 곧바로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마치 큰 나무가 쓰러지는 것처럼 멀리서 존자의 발에 예배드리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잘 오셨나이다. 성자께서는 진실한 복전(福田)이십니다. 원하옵건대 몸을 놓아 내려오십시오. 저회 무식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참회와 사죄를 받으시어 영겁토록 고통에 빠지는 과보를 받지 않게 하소서.’
이때 존자는 그들의 지극한 마음을 보고 몸을 놓아 내려왔다. 장자는 예배하고 나서
갖가지 음식과 꽃과 향을 준비하여 공양을 올리고 악업을 참회해 없애는 한편 큰 서원(誓願)을 말하였다.
‘지금 제가 공양을 드리는 이 선근(善根)으로 미래세에 큰 부잣집에 태어나고 훌륭하신 도사(導師)를 받들어 모시는데 게으름이 없게 해서 저를 개오(開悟)시켜 해탈문(解脫門)에 나아가게 하소서.’
너희 필추들아, 과거시의 장자가 곧 선래이니라. 일찍이 독각존자에게 괴롭히는 일을 하여 악래(惡來)라고 부르며 똥 무더기에 밀쳤으니, 이 업으로 말미암아 오백생(五百生) 동안 항상 걸인이 되어서 남들에게 악래(惡來)라고 불렸으며, 같은 거지들에 의해 똥 무더기에 버려졌느니라.
그러나 옛날에 공양을 올리고 원력을 세웠던 까닭에 큰 부잣집에 태어나서 나의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미혹을 끊고 아라한을 이루었던 것이니라.
너희 여러 필추들아, 스스로 지은 업은 스스로 그 과보를 받게 되어서 없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너희들은 마땅히 선행(善行)을 닦고 악업(惡業)을 짓지 말지니, 이와 같이 마땅히 배울지니라.”

80) 비시입취락불촉수필추학처(非時入聚落不囑授苾蒭學處) ①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다른 곳의 한 바라문이 이 성 안으로 들어와 아내를 얻어가지고 함께 옛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오래지 않아 딸을 낳았다. 그 딸이 장성하게 되자, 아버지는 그 딸을 데리고 외갓집에 갔다. 그 소녀는 서다림에 가서 예배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문 밖으로 나갔다가 바라문ㆍ거사ㆍ부녀들이 예경하러 가는 것을 보자 즉시 들어와서 아버지에게 알렸다. 아버지는 무리지어 가는 것을 보자 딸을 뒤따라가게 해서 절의 문 앞에 이르렀다. 오타이는 여인들이 절 안으로 들어와 차례로 예배하다가 자기 방에 이르자 묘법을 위에서와 같이 자세히 설하였다. 오타이는 소녀의 용모가 예쁜 것을 보자 청정하지 못한 생각을 일으켜서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었다. 이때 소녀도 법답지 못한 일을 저지르려 했는데 오타이가 그렇게 하지 않자, 소녀는 성내는 마음을 품고 드디어 손톱으로 자기 몸과 얼굴을 할퀴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오타이 필추가 저를 상하게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즉시 오백 명의 바라문에게 알렸다. 그들은 이 일을 듣자마자 저마다 성내는 마음을 품고서 한곳에 모여 오타이를 때려주자고 하였다. 오백 명의 사람들은 그 곳에 이르자 모두 오타이를 끌어당기고 나아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세존께서는 이 일을 아시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것이 오타이를 훈계할 최후의 일이로구나.’
부처님께서는 오타이의 힘을 쇠약하게 해서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게 하셨다. 바라문들은 그의 힘이 약해진 것을 보자 마음껏 때려준 뒤에 거의 죽을 지경이 되자 왕성의 문으로 끌고 갔다.
이때 왕은 높은 누각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신통력으로 백 가지 복으로 장엄된 손을 왕이 자는 곳까지 펼쳐서 손가락을 튕겨 소리가 나게 하여 왕을 깨우고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판결하는 때에 잘 관찰하고 잘 관찰해서 조금이라도 어긋나지 않게 하십시오.”
이 말을 들은 왕은 깜짝 놀라 일어나서 부처님 음성인 줄을 알았다. 바라문들은 왕의 문 아래에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왕은 사자를 시켜 묻게 하였다.
“어떤 비리가 있느냐?”
사자는 문으로 가서 자세히 그 일을 묻고는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의 말을 듣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나로 하여금 잘 관찰하여 조금도 어긋남이 없게 하신 것은 이런 일이 있기 때문이었구나.’
왕은 소녀를 불러서 사실 여부를 물었다. 소녀가 대답했다.
“사실이옵니다.”
그때 왕은 소녀를 궁 안으로 들여보내서 승만 부인으로 하여금 소녀의 몸에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를 친히 살펴보게 하였다.
승만 부인은 소녀를 불러서 편안한 곳에 눕히고 사실을 물었다. 소녀는 다시 사실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부인은 나이가 많은 궁인에게 명하여 눈으로 사실여부를 조사하게 하였다.
궁인은 관찰하고 나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이 소녀는 원래 상처가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왕에게 아뢰자, 왕은 크게 노해서 바라문과 소녀를 모두 법관에게 보내어 극히 엄벌로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고 승광대왕은 세 번이나 거듭해서 오타이를 꾸짖고는 여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존중하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여 곧 풀어주었다.
승만 부인은 다시 사자에게 명하여 오타이를 불러서 말하였다.
“대덕이여, 무상세존대자비부(無上世尊大慈悲父)께서는 무수겁(無數劫)에 걸쳐 서원을 세우시고 기약하셨습니다. 즉 애를 써가며 부지런히 하실 마음을 내시어서 굳게 범행(梵行)을 닦으시고, 왕의 자리와 나라와 처자를 버리시고 욕심을 떠나서 그 뜻을 삼계의 우치한 중생들을 구제하시는데 두셨습니다.
저회들은 속인의 무리인데도 오히려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는데, 하물며 당신들께서는 법을 훌륭히 설하시는 곳으로 출가해서 머리를 깎고 염의(染衣)를 입고 나이가 들었는데도 죄를 저질러서 몸을 더럽히는 법을 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청정하지 못한 애착심으로 몸소 나쁜 일을 저질러서 속인들로 하여금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그치게 한단 말입니까?
괴롭고 애통할진저! 비루하고 악한 것이 극에 달했으니, 지금부터는 마땅히 고쳐서 뉘우치십시오.”
오타이는 이 책망을 듣자 극도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몸 둘 곳을 몰랐다. 드디어 구수 사리자의 처소로 가서 두 발에 정례(頂禮)하고 위의 일을 자세히 모두 말했다. 사리자는 그의 근성(根性)을 관하여 근기에 맞는 설법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는 이 가르침을 듣고 나서 마음 깊이 스스로를 준엄하게 꾸짖고 용맹스런 마음을 내었다. 오래지 않아 그는 온갖 의혹을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