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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9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37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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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37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37권


의정 한역


40) 색미식학처(索美食學處)
그때 박가범께서는 석가주처(釋迦住處)1)에 계시면서 세상을 두루 교화하시다가 겁비라성(劫比羅成)의 다근수(多根樹)2) 동산에 이르셨다. 석자대명(釋子大名)은 불세존(佛世尊)께서 지금 이곳 다근수 동산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자 즉시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해서 이롭고 기쁜 가르침을 보이시고 말없이 머무셨다. 석자대명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놓고 합장한 채 공경스럽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자비를 원하오니, 부처님과 여러 스님들께서 내일 집에 오시어 저의 보잘 것 없는 공양을 받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말없이 그 청을 받아들이셨다. 석자대명은 부처님께서 말없이 그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났다. 집에 도착하자 집안사람들에게 알렸다.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이제 막 이곳에 오셨다. 오시는 길에 매우 힘드셨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훌륭한 음식을 갖추어 피곤함을 풀어드리도록 하라.”
가인(家人)들은 명을 받고 나서 그날 밤으로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때 육중필추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한곳에 함께 모였다.
상좌인 난타(難陀)가 여럿에게 말했다.
“여러 구수여, 우리들은 마땅히 친한 벗의 집에 가서 근황을 보도록 합시다.”
여럿이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이때 육중필추는 함께 속인의 집으로 갔다. 친한 벗이 그들을 보자 말했다.
“성자여, 이 음식을 드시도록 하십시오.”
육중필추가 말했다.
“우리는 이미 석자대명에게 음식을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했다.
“만약 그러하시다면
내일 오셔서 드시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하지요.”
석자대명은 심부름꾼을 보내어 말하였다.
“음식이 이미 다 준비되었사오니, 원하옵건대 성자께서는 끼니 때를 아시기 바라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대명(大名)의 집으로 가셔서 베풀어 놓은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대명은 부처님과 스님들이 자리에 앉은 것을 보자 곧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받들어 올렸다.
대중들이 식사를 마치고 …(이하 생략)…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시고 부처님과 스님들은 자리에서 떠나가셨다. 석자대명은 부처님의 뒤를 따라 집 밖까지 나와서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는 집 안으로 들어와 높은 누각 위에서 관법(觀法)을 익혔다. 가인(家人)들은 앉는 자리와 남은 음식들을 다 거두어들였다. 이때 육중필추는 서른 가구의 집에서 음식을 마련케 하고 나서 서로 말하였다.
“정오가 되려고 하니 우리를 청한 집에 가는 것이 좋겠다.”
석자대명의 집 안에 도착해서 앉을 곳도 음식도 없는 것을 보자 천타(闡陀)가 말했다.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을 드시도록 집으로 청해놓고서 앉을 자리도 음식도 보이지 아니하니, 부처님과 스님들을 하루 동안 굶게 하려는 것인가?”
가인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찌하여 낮잠을 자느라고 남들이 가는 것을 알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과 스님들께서는 이미 음식을 다 드시고 떠나가셨습니다.”
천타가 말했다.
“당신의 뜻을 보아하니 우리에게 음식을 줄 것 같지 않구나.”
가인이 그에게 말했다.
“성자께서는 잠시 기다리십시오. 주인께 말하겠습니다.”
그가 들어가서 말하였다.
“육중필추께서 지금 오셔서 음식을 찾고 계십니다.”
대명이 말했다.
“남은 음식을 그 분들에게 드려서 드시게 하라.”
그래서 편히 앉게 한 뒤에 음식을 드렸지만, 그들은 음식이 성긴 것을 보고서 서로 말하였다.
“석자대명은 허풍이 세구나. 부처님과 스님들을 집 안에서 공양하도록 청했지만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음식으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다니 말이다. 나(오타이)라도 매일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토록 빈궁하니 무엇을 먹을 수 있겠는가?”
가인에게 말했다.

“쯧쯧, 남자여 당신은 아무개의 집에 가서 좋은 우유를 가져오고, 아무개의 집에 가서 타락[酪]을 가져오고, 아무개의 집에 가서 소(酥)를 가져오고 아무개의 집에 가서 어육(魚肉)과 마른 포(脯)들을 가져오시오.”
가인이 가서 가져오자 배불리 먹고 나서 절로 돌아갔다.
여러 필추들이 물었다.
“당신들은 오늘 아침 어느 곳에서 음식을 받았습니까?”
“당신들과 같은 곳에서입니다.”
“우리들은 서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뒤에 그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었습니까?”
“우유ㆍ타락ㆍ어육ㆍ연유를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필추들이 말했다.
“우리들이 갔던 집에는 그런 음식이 없었습니다.”
아설가(阿說迦)가 말했다.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인데, 어찌 그런 음식이 있겠습니까? 우리들은 그 집에 있으면서 친구의 집에서 가져다가 배불리 먹은 것입니다.”
필추들이 말했다.
“당신들은 재가인(在家人)의 집에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 합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육중필추가 말했다.
“합당하든 합당하지 않든 우리는 이미 먹었습니다. 어찌하여 우리로 하여금 배를 주리고서 밤을 지내게 하려는 것입니까?”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 같이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재가인(在家人)의 집에서 그와 같이 맛있는 음식을 찾는단 말인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들을 모으시고 육중필추에게 물으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이 내가 이미 말한 아주 좋은 음식, 이른바 우유ㆍ타락ㆍ소ㆍ어육ㆍ마른 포와 같은 좋은 음식들을 속인의 집에서 걸식을 하였느냐?”
“실로 그러하나이다. 대덕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여러 가지로 꾸짖으셨으니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열 가지의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거기에 적당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우유ㆍ타락ㆍ생소ㆍ물고기, 그리고 고기와 같은 훌륭한 음식을 필추가 자기를 위하여 다른 이의 집에 가서 걸식을 하게 되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그때 어떤 필추가 몸이 수척하고 병으로 고통스러워서 의사에게 물었다.
“현수여, 저를 위하여 처방을 해서 이 병이 낫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의사가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마땅히 우유를 마셔야 합니다.”
“현수여, 누가 나에게 우유를 주겠습니까?”
“성자께서 신도의 집에서 얻어 드시도록 하십시오.”
“현수여,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셔서 찾아가 걸식하는 것을 금지하셨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병으로 인한 것이니, 부처님께서도 마땅히 허락할 것입니다.”
필추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으로 인하여 좋은 음식을 걸식하는 것은 범함이 없다.”
그때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고 계율을 존중함을 찬탄하시면서 설법을 하신 뒤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 것은 인연에 따라 개시한 것이다. 거듭하여 계율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세존께서 설하신 대로 훌륭한 음식인 우유ㆍ타락ㆍ생소ㆍ물고기와 고기를 필추가 병이 나지도 않았는데도 자기를 위하여 다른 이의 집에 가서 구걸하여 먹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세존께서 설하신 대로’는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覺)을 말하는 것이다. ‘훌륭한 음식’이란 우유와 타락 같은 것을 이르는 말이다. ‘병이 나지 않았다’는 것은 병의 고통이 없다는 말이다. ‘자기를 위한다’는 것은 스스로 얻고자 해서 남을 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구걸하여 얻는다’는 것은 구걸하여 요구하는 말이다. ‘먹는다’는 삼키는 것을 말한다. 죄가 되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병이 나지 않았는데도 좋은 음식을 구걸하거나 병이 나지 않았는데도 먹는다면 구걸할 때에 악작죄(惡作罪)가 되고, 이를 먹으면 곧 타죄(墮罪)가 된다.
필추가 병이 없을 때에 구걸하였다가 병이 나서 먹는다면, 구걸할 때에 악작죄가 되고 먹을 때에는 범하는 것이 없다.
필추가 병이 났을 때에 얻고 병이 없을 때에 먹는다면, 구걸할 때에는 범하는 것이 없고 먹을 때에는 타죄(墮罪)가 된다.
만약 병이 있을 때에 얻고 병이 있을 때에 먹는다면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필추가 걸식을 하러 마을에 들어가 그 문 앞에 이르자 여인이 보고서
밥을 가지고 나왔다면, 그때 필추가 다른 것이 필요할 경우엔 그 밥을 받지 말고 말없이 머물러 있거나, 여인이 묻기를 ‘성자께서는 어떤 필요한 것을 얻고자 하십니까?’ 라고 말하면 그 생각해둔 바를 말하라. 필추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면, 이는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만약 시주(施主)가 필추를 보았을 때에 ‘성자여, 필요한 것이 있으시거든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라고 필추에게 말한다면, 그래서 필추가 어떤 물건을 요구한다면 이는 모두 범하는 것이 아니다.
또 범함이 아닌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에 고통이 있는 경우이다.”
다섯 번째의 총체적인 게송으로 말하였다.

벌레가 있는 물은 두 종류, 유식가(侑食家)에 억지로 머무는 것,
나형외도(裸形外道)와 식사하지 않은 것, 군대를 구경하는 일,
이틀 밤을 군대의 병영에서 머무르는 일,
필추를 때리는 것과 때리는 시늉을 한 것,
필추의 허물을 덮어주는 것에 대한 학처가 있네.

41) 수용충수학처(受用蟲水學處)
부처님께서는 교섬비국(橋閃毘國)의 구사라(瞿師羅) 동산에 계셨다.
그때에 천타(闡陀) 필추는 벌레가 있는 물을 썼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서 말하였다.
“구수 천타여, 무슨 까닭에 일부러 벌레가 있는 물을 쓰는 가요?”
천타가 그들에게 말했다.
“이 물 안에 있는 벌레는 누가 나에게 운명을 맡긴 것이겠는가? 다른 여러 가지의 물동이ㆍ항아리ㆍ강ㆍ연못ㆍ늪ㆍ네 개의 큰 바다에 있는 물에 어찌 가지 않겠는가? 저절로 나고 저절로 죽는 것인데,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다 같이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말했다.
“어찌하여 필추가 물에 벌레가 있는 줄을 알면서 일부러 쓴단 말인가?”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들을 모으시고 그 사실 여부를 물으셨다. 자세히 말한 것은 위와 같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열 가지의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거기에 적절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물에 벌레가 있는 줄을 알면서 쓴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안다’고 함은 스스로 알거나 남이 알려주는 것이다. 물에 벌레가 있다는 것에서 벌레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보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을 말하고, 다음은 망으로 걸러야 비로소 보이는 것을 말한다. ‘물’이란 모든 물을 말한다. 쓰는 물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안에서 쓰는 것을 말하고, 다음은 밖에서 쓰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안에서 쓰는 물인가? 몸 안에 쓰이는 것이니, 말하자면 목욕하며 마시거나 혹은 양치를 하거나 손발을 씻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밖에서 쓰는 물인가? 몸 밖에서 쓰이는 것이니, 말하자면 옷과 발우를 세탁하거나 물들인 옷을 빨거나 땅에 뿌리거나 쇠똥을 바르거나 털어내는데 쓰이는 것을 말한다. ‘바일저가’의 뜻풀이는 위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필추가 벌레 있는 물을 쓰면서 벌레가 있다는 생각이나 의심을 일으키면 모두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물에 벌레가 없는데 벌레가 있다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의심을 하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나머지 둘은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필추가 보릿가루ㆍ꿀ㆍ사탕가루ㆍ기름ㆍ초ㆍ음료와 초ㆍ우유ㆍ타락ㆍ떡ㆍ과일 등에 벌레가 있는 줄을 알면서도 받아쓴다면 모두가 타죄(墮罪)를 얻는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에 고통이 있는 경우이다.”

42) 지유식가강좌학처(知有食家强坐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오타이는 세속의 법술(法術)을 할 줄 알아서 다른 일을 미리 알았다. 오타이는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이 성 안에는 향을 파는 청년이 하나 있었는데, 이제 막 결혼하여 아내를 얻었다.
그 청년은 향을 파는 가게에 도착해서 가게 문을 열자마자 이내 삿된 마음이 일어나서 아내와 즐기기 위해 곧장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때 오타이가 보고서는 생각하였다.
‘다른 가게들은 이제 막 문을 열려고 하는데, 이 청년은 무슨 까닭에 문을 닫는 것일까?’
오타이는 즉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술법으로 관찰해서 그가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즐기려고 하기 위함임을 알았다.
‘내가 이제 그의 욕정을 그치게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청년보다 앞장서서 그의 집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그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이리 와서 앉으시오. 내가 당신에게 설법을 하리다.”
부인은 공경히 예배드리고 법의(法義)를 들었다. 한참 설법을 하고 있는데, 청년이 도착해서 그의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은 성자 오타이에게 음식을 갖다 드려서 절로 돌아가게 하는 게 좋겠소.”
오타이가 그 청년에게 말했다.
“현수여, 내가 선품(善品) 닦기를 그만둔 채 당신 집에 와서 신심을 증장시키고자 당신에게 설법을 하는데, 당신은 듣기를 즐거워하지 아니하고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그리고는 억지로 불러 앉혀서 법을 듣게 하였다. 오랫동안 설법을 들어서 욕정이 가라앉자, 오타이는 그것을 알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그 청년은 지극히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다른 속인이 즐기려 하는 뜻을 알면서도 일부러 고통스럽게 하고 마음을 실망시키게 해서 자기 아내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이것이 어찌 사문의 법도인가?”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 말을 듣자 모두가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로써 부부가 함께 사는 집인 줄을 알면서도 억지로 머물러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인연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 대중들을 모으시고 오타이에게 자세히 물으셨다. 자세히 설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열 가지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그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음욕을 끊지 못한 집인 줄 알면서도 억지로 그 집에 눌러 앉으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안다’고 하는 뜻은 위에서와 같다. ‘식(食)이 있다’는 것은 남자는 여자로써 먹는 것을 삼고 여자는 남자로써 먹는 것을 삼아서 서로가 사랑하는 까닭에 이를 이름하여 식(食)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家)’란 사성(四姓) 등을 이르는 말이다. ‘억지로 한다’는 다른 사람이 허락하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앉는다’는 몸을 풀어놓고 앉는 것을 말한다. 죄가 되는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다른 남녀가 정욕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그 집에 앉아있으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정욕이 없는 것을 안다면 범하는 것은 없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이를 자세히 말한 것은 위에 설한 것과 같다.”

43) 지유식가강립학처(知有食家强立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오타이는 이른 아침에 걸식을 하다가 이제 막 결혼을 한 향 파는 청년이 향 가게를 열었다가 이내 다시 닫고는 욕정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오타이는 그것을 보자 그보다 앞서서 그의 집에 갔다. 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오타이는 집에 들어가자 문짝 뒤에 그의 몸을 숨겼다. 집에 있는 하인은 필추를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주인이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팔을 잡고 가려진 곳으로 끌고 가서 법답지 못한 일을 행하려 하였다.
하인이 말했다.
“주인어른이여, 이 문짝 뒤에 존자 오타이께서 계십니다.”
청년은 이 말을 듣자 불쾌한 얼굴빛을 드러내며 하인에게 말하였다.
“성자 오타이라면 자기 방에서 온갖 정(定)을 익히면서 삼매의 즐거움을 받을 것이지, 어찌하여 이곳에 왔단 말이냐?”
그리고는
문짝 뒤에 있는 오타이를 보자 욕정이 가라앉아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필추가 사문의 법도를 잃고 속가에 와서 은폐된 곳에 굳이 서 있으면서 다른 속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아내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자 다 같이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이 인연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모든 필추들을 모으셨다. 문답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나서 모든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열 가지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적절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음욕을 끊지 못한 집인 줄을 알면서도 은폐된 곳에서 억지로 서 있으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이 계상(戒相)3)을 해석하여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다만 은폐된 곳에 있는 것만이 다르다. 나머지는 모두 미루어서 알 수 있다.
나아가 고통에 얽매인 경우이다.”

44) 여무의외도남녀식학처(與無衣外道男女食學處)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갈란탁가 연못이 있는 죽림원(竹林園)에 계셨다.
이 성 안에 있는 상인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두 발에 정례(頂禮)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상인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설해서 이롭고 기쁘게 하시고 아무 말씀 없이 계셨다. 상인들은 설법을 듣고 나자 마음 깊이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떠나가서 다시 구수 아난타의 처소에 나아가 예배하고 앉았다. 존자는 법요(法要)를 설하고, 나아가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상인들은 이미 설법을 듣고 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이곳에서 하안거를 마치신 후 어디로 가실까요?”
아난타가 말했다.
“여러분들이 직접 세존께 가서 여쭈어 보는 게 좋을 겁니다.”
상인들이 대답했다.

“세존이신 큰 스승께서는 위덕(威德)이 엄중하신데, 저희들이 어찌 감히 함부로 여쭐 수 있겠습니까?”
아난타가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나 또한 부처님의 위덕이 엄중함을 뵈옵고 어찌 멋대로 여쭈어 볼 수 있겠습니까?”
상인이 말했다.
“대덕 아난타께서 여쭈어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여래이신 큰 스승께서 3개월의 여름 안거를 마치시고 어느 곳으로 가시려는지를 알 수 있겠습니까?”
아난타가 말했다.
“모습을 살피고 언설을 통해 세존께서 어느 곳을 향하실지 알 수 있습니다.”
상인들이 물었다.
“어떤 모습과 어떤 언설을 살펴야 여래께서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습니까?”
아난타가 대답했다.
“만약 그쪽을 바라보고 앉으셔서 양치하는 나무를 씹으시면 그것이 바로 그 모습이며, 만약 그쪽 사람을 찬탄하시면 이것이 바로 언설입니다.”
상인이 다시 물었다.
“요즈음에는 세존께서 어느 쪽을 바라보시고 양치하는 나무를 씹으시며, 다시 어느 곳의 사람들을 찬탄하셨습니까?”
아난타가 말했다.
“근자에 세존께서는 교살라국(憍薩羅國)4)을 바라보시면서 양치를 하셨고, 실라벌성에 있는 사람들을 찬탄하셨습니다.”
상인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세존께서 머지않아 실라벌성으로 가시리라는 것을 알고는 발에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상인들은 곧장 실라벌성으로 들어가서 가지고 있는 재물을 거두어 들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3개월의 하안거를 마치시고 아난타에게 명하셨다.
“너는 여러 필추들에게 ‘세존께서는 이제 교살라국에 가셔서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시며 교화를 하려 하시니, 만약 여래를 따라서 가려는 생각이 있는 자는 마땅히 의복을 차려 입도록 하라’고 알리도록 하여라.”
아난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나서 여러 필추들에게 알렸다.
“…생략… 앞에서와 같이 갖추어 말을 하노니, 또한 의복을 차려 입도록 하시오.”
여러 상인들은 아난타가 필추 대중에게 알리기를
‘세존께서 교살라국의 실라벌성으로 가시려고 하신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다. 그 상인들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두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상인들을 위하여 널리 묘법(妙法)을 설해서 이롭고 기쁘게 하시고는 말없이 계셨다. 상인들은 모두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가 듣자오니 세존께서는 실라벌성으로 가시려 한다 하오니 길을 가시는데 필요한 사사(四事)를 부처님과 스님 대중께 모두 공양해드리고자 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자비를 베푸셔서 저희를 위하여 받아주시기 바라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받아들이셨다. 상인들은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난 뒤 곧장 존자 아난타의 처소로 가서 예배드리고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하루에 얼마쯤을 가시나이까?”
아난타가 말했다.
“윤왕(輪王)5)과 같으십니다.”
다시 물었다.
“윤왕의 법에는 하루에 얼마를 가십니까?”
“2유선나(踰繕那)6)입니다.”
여러 상인들은 예정된 행로에 따라 매일 2유순(由旬)씩을 계산했다. 하루의 초분(初分)에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드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면, 상인들은 먼저 떠나갔다. 이와 같이 그 여정을 안배하여 마침내 실라벌성에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을 거느리시고 길을 떠나시는데 행차가 적정(寂靜)하신 까닭에 적정에 둘러싸였고, 아라한은 아라한에 둘러싸였다. 이와 같이 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그리하여 실라벌성으로 가셨다.
상인의 무리 안에는 맨몸의 외도가 있었는데, 그들도 또한 함께 뒤를 따랐다. 외도들은 늘 길을 가면서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려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어떤 방편을 써야 이 굶주림의 고통을 면할 수 있을까?’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마땅히 석자(釋子)에게 가서 함께 같은 무리가 되어 굶주림을 면해야만 먼 길을 가더라도 수고롭고 지치지 않겠다.’
그래서 곧장 필추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성자여, 당신의 스승께서는
아름다움과 훌륭함을 좋아해서 항상 금 쟁기를 써서 씨앗을 가시고, 당신의 제자들이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천금의 비싼 옷을 입는 것을 허락하셔서 훌륭한 집과 방이 그 값이 1억이나 됩니다. 이 때문에 당신들은 현세에 안락하게 살 수 있고 죽은 뒤에는 반드시 하늘에 태어나 해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스승은 거칠고 조악한 것을 좋아해서 삼베 찌꺼기의 쟁기로도 씨앗을 갈지 못하게 해서 우리 제자로 하여금 머리를 깎고 몸을 드러낸 채 세상 사람들에게 걸식을 하고 땅에서 누워 자게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들은 현세에 몸이 항상 고통을 받고 죽은 후에는 지옥에 태어나 오랫동안 고통의 바다에 빠집니다.”
여러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이 외도는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있구나.’
그에게 말하였다.
“외도여, 당신은 지금 필추가 가지고 있는 발우에 남은 밥을 기꺼이 먹을 수 있겠습니까?”
외도는 그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필추가 남긴 밥을 내가 먹지 않는다면 반드시 굶주리게 되어서 굶주림으로 죽게 될 것이다.’
필추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능히 그것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필추가 대답했다.
“여러 스님들이 공양할 때에 당신들은 스님네가 당신들을 볼 수 있는 곳에 자유롭게 머물러 있으시오. 필추들이 발우 안에 남긴 음식을 당신에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매우 좋습니다.”
그는 곧 큰 구리로 된 단지를 가지고서 가르쳐준 대로 머물러 있었다. 여러 필추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서 각자 남긴 음식을 맨몸의 외도에게 주자 떡과 과일 등이 그의 그릇에 가득 찼다. 그 외도는 그릇에 가득 얻고 나서 그것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 문 입구에서 상인의 우두머리가 보고는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누가 떡과 과일을 당신에게 베풀어 주었나요?”
외도가 상인의 우두머리에게 대답했다.
“당신이 복전(福田)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오. 내가 그들에게 복전이 되는지라, 그들이 떡과 과일을 내게 베풀어 주었소.”
“필추께서 당신에게
자비심을 일으켜 베풀어 주신 것을 당신이 지금 그들에게 복전이 된다고 말을 한다면 이는 착한 일이 아니오. 만약 세존께서 이 말을 들으신다면 반드시 이 일로 인해 모든 필추들에게 학처를 세우실 것이오.”
외도가 듣고 나서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상인의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아까 한 말은 농담 삼아 한 말이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그는 즉시 사죄하고 물러갔다. 그때 다른 상인의 무리가 실라벌성에서 오고 있었는데, 그 무리 속에는 맨몸의 외도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이 외도를 보자 물었다.
“당신은 오는 길에 먹을 음식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얻었습니까?”
“어떤 머리 깎은 대머리 거사가 나에게 주었습니다.”
그 외도는 성을 내며 말하였다.
“당신은 은혜를 모르는군요. 그가 공급해주는 은혜를 입어서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는데도 거친 말로 대머리거사라고 하다니 말이요. 그런데 내가 보건대 저 부처님의 제자 필추들은 수가 오백이나 되는 아라한과를 얻어서 반열반(般涅槃)7)에 들었습니다. 우리 외도의 무리들 중에 일찍이 열반에 든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본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어찌 너의 몸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어찌 혓바닥이 백 조각으로 갈라지지 않을 것이며
어찌 여러 신(神)들이 이 일을 보고
벼락을 쳐서 너의 몸을 깨뜨리지 않을 것인가?

여우는 늘 사자가 남긴 것을 먹으면서도
항상 사자를 해칠 마음을 품는 것처럼
십력(十力)8)을 갖춘 성중(聖衆)들에게 먹을 것을 얻고도
너는 지금 욕을 하고 은혜를 알지 못하누나.

그는 정녕 일체의 지혜를 증득하여
벗이거나 벗이 아니거나 마음이 평등하며
너희 외도가 사람을 악하게 만들더라도
오히려 서로 의지하여 구제하고 공급하여 주니,

만약 사람으로서 은의(恩義)를 알지 못하면
이러한 무리들은 개만도 못한 줄을 알아야 하리니
개는 사람 가까이에서 베풀어준 은혜를 알지만
너는 악한 뱀처럼 항상 독을 내뱉는구나.

그 맨몸의 외도는 가타를 설하고 나서 그를 버리고 떠나갔다.
이 연기(緣起)는 아직 계율로 제정되지는 아니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교살라국에서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교화를 하시면서 점차 실라벌성에 이르셨다.
이 성 안에는 한 동산이 있었고, 이 동산에서는 오백 명의 여인들이 겁패(劫貝)9) 솜과 실을 꼬아서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여인들은 불세존(佛世尊)의 32상(相) 80종호(種好)의 온갖 공덕법(功德法)이 모두 드러나서 그 몸이 불덩이처럼 대광명을 놓으시는 것이 마치 금륜(禁輪)이 비추어서 횃불을 밝히는 것과 같고, 진중하게 천천히 나아가시는 것이 마치 보산(寶山)을 옮기는 것과 같고, 또한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한 금당(金幢)과 같고, 밝게 빛나고 청정한 지혜가 두려울 바 없음을 보았다. 여인들은 부처님을 뵙고 나자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사람이 12년에 걸쳐 부지런히 묘정(妙定)을 닦다가 홀연히 깨달아서 마음에 열락(悅樂)이 일어나는 것과 같았으며, 마치 빈궁한 사람이 진귀한 보배 창고를 만난 것과 같았으며, 마치 자식이 없던 사람이 자식을 얻은 것과 같았으며, 왕이 되고자 원하던 사람이 관정위(灌頂位)를 얻은 것과 같았으니, 여인들의 기뻐함은 이보다 더하였다. 여러 여인들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하고 물러나서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여인들을 위하여 묘법(妙法)을 널리 설해서 이롭고 기쁘게 하시고는 설법을 마치자 잠자코 계셨다. 여인들이 서로 말하였다.
“만약 불세존께서 왕성(王城)에 들어가시고 나면 잠깐이라도 예배공경하려 해도 할 수가 없으리니, 우리들은 마땅히 지금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보잘 것 없으나마 공양을 받으시도록 청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의논을 하고 나서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과 여러 스님들께서는 내일 저희가 준비하는 공양을 받으시기를 바라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잠히 그것을 받아들이셨다. 여러 여인들은 부처님께서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고는 부처님께 감사드리고 물러났다. 여러 여인들은 곧 존자 아난타의 처소로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아뢰었다.
“왕자(王子)시여,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드리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겠습니까?”
아난타가 말했다.
“오백 금전은 써야 할 것입니다.”
그 여인들은 각각 일전(一錢)씩을 내어 공양 비용에 충당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왕자(王子)여, 저희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라 그릇과 앉을 방석이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왕자께서 공양을 베푸는 도구와 갖가지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때가 되면 손으로 음식을 나르겠습니다.”
아난타가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여인들은 돈을 두고 떠나갔다. 그때 급고독장자는 세존께서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시며 교화를 하시다 이곳에 이르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시고는 잠자코 계셨다. 이때 장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가지런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뒤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과 필추 대중께서는 내일 저희 집에 오셔서 저의 보잘 것 없는 공양을 받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여, 나는 이미 저 오백 명의 여인들이 내일 아침에 공양하기를 청하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장자는 듣고 나서 수희(隨喜)의 마음을 일으키면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났다. 급고독장자는 다음으로 구수 아난타의 처소에 가서 공경을 다하여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가 그 금전을 보고 물었다.
“존자시여, 이것은 누구의 물건입니까?”
“오백 명의 여인들이 이 금전을 두고 갔습니다. 내일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청하는데 쓰일 것이니, 당신이 금전에다가 조금 더 보태서 훌륭한 공양을 준비하여 내일 가지고 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자는 이내 금전을 가지고 떠나갔다. 집에 이르자 자기 것을 보태어 훌륭한 공양을 준비해서 급고독원에 보냈다. 아난타는 사람을 보내서 여인들에게 알렸다.
“음식이 준비되었으니 와서 나르면 되겠습니다.”
모든 여인들이 함께 와서 아난타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는 저희들의
참된 선지식이십니다. 자비롭고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드리는 것을 도와 주셨습니다.”
아난타는 곧 함께 음식을 윗자리로부터 차례로 돌렸다.
두 사람의 여인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나이가 많았고 한 사람은 젊었다. 젊은 사람은 맨몸의 외도였다. 그가 와서 음식을 구걸하자, 여인들이 그에게 말했다.
“이것은 왕자의 공양입니다.”
맨몸을 드러낸 여인이 아난타에게 가서 음식을 구걸하여 아뢰었다.
“왕자시여, 저희는 굶주렸습니다. 원컨대 남은 음식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난타는 말했다.
“앉으시오. 당신들에게 음식을 드리겠습니다.”
그 둘은 곧 앉았다. 아난타는 음식을 주면서 떡이 착 달라붙은 것을 잘못 보고서 늙은 여인에게는 하나를 주고 젊은 여인에게는 두 개를 주었다. 그때 늙은 여인은 음식과 떡을 다 먹고 나서 젊은 여인에게 물었다.
“너는 몇 개의 떡을 얻었는가?”
“두 개를 얻었습니다.”
늙은이가 말했다.
“왕자가 내게는 하나의 떡을 주었는데 너는 두 개를 얻었으니, 정녕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난 것임을 알겠다. 마땅히 스스로 조심해서 옷을 차려 입도록 하여라.”
젊은 여인이 말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왕자께서는 훌륭한 궁궐을 버리고 출가하였습니다. 세속을 싫어하고 번뇌를 벗어나기를 마치 눈물이나 침을 버리는 것처럼 하는데, 어찌 나의 더러운 자태를 보고 예쁜 것을 원하는 마음을 내었겠습니까?”
늙은 어미가 말했다.
“너는 어찌 모르느냐? 무릇 모든 남자들이란 여인을 사랑하는 것이 똑같지는 않다. 이 정황을 보건대 너를 좋아하는 것 같구나.”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각자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필추가 직접 맨몸의 외도와 다른 외도인 남녀에게 음식과 떡ㆍ과일 같은 것을 주었단 말인가?”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로 인하여 필추대중을 모으시고……(자세히 말씀하신 것은 앞에서와 같다) 문답하시고 질책하셨다. 여러 가지 방편으로 적정행(寂靜行)을 찬탄하시고 적정하지 못함을 나무라신 뒤에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옷을 입지 않는 외도와 다른 외도의 남녀에게 직접 음식을 준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아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스스로의 손으로’란 손으로 음식을 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음식’의 뜻은 앞에서와 같다.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은 몸을 드러낸 외도의 무리와 다른 여러 무리의 외도를 이르는 말이다. 모두가 바일저가를 얻는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스스로의 손으로 여러 외도 남녀에게 음식을 준다면 모두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친족이나 병든 사람이라면 주는 사람은 범하는 것이 없다. 혹은 음식의 인연으로 그의 나쁜 견해를 없애려고 주는 것도 범하는 것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고통 받는 경우이다.”

45) 관군학처(觀軍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교살라국의 변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승광대왕(勝光大王)은 한 대장에게 군대를 이끌고서 정벌하도록 명하였는데, 그 군대는 그곳에 도착하자 상대에게 항복하였다. 이렇게 하기를 두, 세 번을 했지만 모두가 패배하였다. 이때 대장이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반란군의 군대는 강력하고 대왕의 군대는 힘이 약합니다. 대왕께서 친히 군대를 이끌고 가시지 않으면 항복받을 길이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서 군대를 출동해서 그 신하답지 못한 무리를 없애시기 바라옵니다.”
승광대왕(勝光大王)은 북을 쳐서 모든 국민에게 널리 칙령을 내렸다.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모두 군대에 나가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만약 군대에 나가지 않는 사람은 오백 금전의 벌금을 물리겠다.”
육중필추는 군대가 출발하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서 서로 말했다.
“난타ㆍ오파난타여, 우리들은
마땅히 가서 승광대왕의 군사들이 어떻게 네 개의 부대를 일으켜서 능히 싸울 수 있는지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는 길이 있는 곳으로 가서 코끼리 군대가 오는 것을 보았다.
난타가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으로 가는 것이요?”
“성자여, 지금 변방에 신하답지 못한 무리가 있어서 왕께서 우리들에게 명하여 그 반역의 무리들을 없애도록 하셨습니다.”
난타가 그들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이러한 코끼리 군대가 어떻게 그들을 항복시킬 수 있겠는가? 내가 당신들의 코끼리를 보아하니 그 모양이 돼지와도 같지만, 변방의 큰 코끼리는 그 형상이 마치 큰 산과도 같네. 당신들의 형세를 보건대, 가기는 가지만 돌아올 사람이 없소. 당신은 잠시 가서 종친들에게 작별을 하고 깨로 짠 기름으로 함께 제사를 지내고 나서야 군대를 따라가는 것이 좋겠소.”
여러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즐겁지 아니하여 한 쪽에 머물러 있었다.
다음으로 기마부대가 오는 것을 보고 오파난타가 물었다.
“당신들은 어디로 가는 것이요?”
“성자여, 지금 변방에는 왕명을 받들지 않는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들이 가서 그 신하답지 못한 무리들을 정벌하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이여, 이 따위의 기마부대가 어찌 능히 그들을 항복시킬 수 있겠는가? 내가 당신들의 말을 보아하니 그 상태가 마치 둔한 소와 같지만, 변방에 있는 말들은 그 형상이 코끼리와 같소. 당신의 형세를 보건대 가는 사람은 돌아올 사람이 없으리니,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서…(생략)… 자세히 말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다음으로는 전차로 이루어진 군대가 오는 것을 보았다. 육중필추가 보고 나서 앞에서와 같이 문답을 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이 따위 전차 군대가 어떻게 그들을 항복시킬 수 있겠는가? 내가 당신들의 전차 모양을 보아하니 썩고 낡았지만, 저들의 전차는 굳고 단단하여 모양이 봉우리와 같고 높은 누각과도 같소.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서…(생략)…자세히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다음으로 보병군대가 오는 것을 보았다. 육중필추는 그들을 보자 앞에서와 같이 문답을 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내가 보아하니 당신들 병사들은 마치 풀을 묶어 만든 사람과도 같지만, 저들의 보병은 용감하고 굳센 야차와도 같다.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서 …(생략)… 자세히 말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승광대왕은 군대를 정비하고 뒤에서 오다가 병사들이 전진하지 않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 군사들은
어찌하여 나가지 않느냐?”
“대왕이시여, 저희들은 명을 받아 출정을 하였지만 불리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지금 대머리 사문이 찢어지고 퇴색한 옷을 걸치고서 되지도 않는 말을 늘어놓아 저희들을 고뇌하게 만들었습니다.”
왕이 “그가 누구냐?”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귀족출신의 사문으로서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을 한 것이니, 그대들은 어서 떠나도록 하고 신경 쓰지 말라.”
승광대왕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들이 자주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래서 사자(使者)에게 명하여 말했다.
“너는 지금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나의 말을 전하도록 하여라. 공경스럽게 세존의 안부를 여쭙되, ‘몸의 병과 마음의 고뇌가 적으시고 기거하시는데 편안하오며 기력을 적절히 해서 즐거이 유행하시나이까?’라고 하라. 그리고 다시 나의 말을 전하되 ‘원하옵건대 대덕께서는 모든 성중(聖衆)을 위하여 생각을 적게 가지도록 학처를 제정하시어 필추들이 나와서 군대의 진용을 보지 못하게 하소서’라고 하여라.”
사자는 왕의 명을 받들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한 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승광대왕께서 일부러 저를 보내서 세존의 발에 예배드리고 세존의 안부를 여쭙게 하셨나이다. 몸과 마음에 병과 고뇌가 없으시며, 기거하시는데 편안하시고 기력을 조절해서 즐거이 유행하시나이까?”
그때 세존께서는 사자에게 말씀하셨다.
“승광대왕께서도 안락하신가요? 당신도 건강합니까?”
사자가 말씀드렸다.
“왕께서 아뢰도록 하셨습니다. 지금 여러 성중께서 군대의 진용을 와서 보고는 매우 근심을 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생각을 적게 가지도록 학처를 제정하시어 필추들로 하여금 군대의 진용을 보러 가지 못하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사자의 말을 들으시고 나서 잠자코 그것을 허락하셨다. 그 사자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알자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났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대중을 모으시고 육중필추들에게 물으셨다.
“너희가 참으로 정돈된 군대를 가서 보았느냐?”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세존께서는 곧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말씀하셨다.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나아가 열 가지의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그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가서 무장한 군대를 본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무장한 군대’란 전쟁을 하려고 갑옷과 투구를 갖추고 군대의 위의를 갖춘 군대를 이르는 말인데, 일류군(一類軍)은 다만 코끼리 군대에만 있는 것을 말하고, 2류군은 1류군에다가 기마부대가 더 있는 것을 말하고, 3류군은 2류군에다가 전차부대가 더 있는 것을 말하고, 4류군은 3류군에다가 보병부대가 더 있는 것을 말한다. ‘가서 본다’는 그곳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죄가 되는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무장한 군대를 본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걸식을 하다가 길에서 군대가 오는 것을 본다거나, 혹은 절 근처에 큰 길이 있거나, 혹은 군대가 절 안으로 들어왔거나, 혹은 필추가 왕에게 불려갔거나, 혹은 부인ㆍ태자ㆍ대신과 여러 사람들에게 청을 받은 경우에는 설사 군대를 보았다 하더라도 모두 범한 것은 없다. 만약 군대를 보았을 때는 마땅히 그 좋고 나쁨을 말해서는 안 된다. 또한 팔난(八難)10)의 인연 가운데 어느 한 가지가 나타났을 때에 보는 것도 또한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이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고통 받는 경우이다.”

46) 군중과이숙학처(軍中過二宿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교살라국의 변방에 반란이 일어났는데, 왕이 토벌할 것을 명하였으나 앞에서와 같이 패배하였다.
대신이 왕에게 아뢰었다.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또한, 벌금 오백 금전을 물린다.”
그때 대왕은 친히 군대를 거느리고 스스로 변방으로 갔는데, 그곳에 이르러서 포위를 하였어도 항복시키지를 못하였다.
대신이 왕에게 아뢰었다.
“급고독 장자에게는 큰 복력(福力)이 있으니, 그가 온다면 항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그게 정말 좋겠소. 칙서를 내려 이곳으로 오게 하겠소.”
사자에게 칙서를 주어서 장자의 처소에 보내니, 장자는 칙서를 머리 위로 받아들인 뒤에 세존께 아뢰고 나서 왕이 있는 병영으로 찾아갔다. 그가 비록 군대 안에 있었지만 적들은 여전히 항복하지 아니하였다. 그때 급고독장자는 몸이 파리하게 수척해졌다. 왕이 보고서 물었다.
“장자여, 어찌하여 장자께서 남녀의 일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남녀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성중(聖衆)을 생각할 뿐입니다.”
승광대왕은 곧 글을 써서 스님들께 아뢰었다.
“지금 약간의 사연이 있어서 성중을 뵙고자 합니다.”
사자가 대중에게 와서 왕의 칙서를 널리 알렸다. 대중들은 듣고 나서 즉시 보낼 사람을 뽑았다. 여러 나이 많은 필추들이 말했다.
“나는 나이가 많고 늙어서 먼 길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나이 어린 필추들도 말했다.
“해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그곳에 가서 그들을 위하여 물병에 물을 넣어줄 수 있겠습니까. 왕을 위하여 설법하는 것도 우리는 할 수 없으니, 헛되이 가기만 하는 것이 무슨 이익이겠습니까?”
그때 육중필추가 서로 말하였다.
“난타ㆍ오파난타여, 지금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머물러 계시고 세상을 교화하고 있습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제자들도 그에 따라 세상을 떠나면 바른 가르침이 모두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들은 지금 다행히 남은 힘이 있고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있으니 마땅히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드디어 필추들을 모아서 왕의 군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왕을 위하여 설법을 하니, 왕은 크게 기뻐하였다. 왕비와 태자 그리고 대신들에게도 모두 설법을 해서 모두가 즐거워하였다.
왕은 여러 필추들에게 명하였다.
“군대를 잘 정비하여 함께 변방의 적을 무너뜨려라.”
육중필추가 듣고서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떻게 여러 날 동안 다른 위의를 갖출 수 있겠는가?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의식(儀式)을 지어 뜻대로 머물면서 함께 저 승광대왕의 정비된 군대가 그
형상이 어떠한지를 살펴보자.”
그들은 길에 갔다가 코끼리부대가 오는 것을 보고 군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싸우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의 코끼리는 그 상태가 돼지와도 같은데 어떻게 전쟁을 하겠다는 거요?”
그리고는 곧 코끼리의 어금니를 잡고 그것을 땅에다 찔렀다.
기마부대가 오는 것을 보고는 앞에서와 같이 문답을 하였다.
“이 말은 소와 같소.”
그리고는 꼬리를 잡고 한쪽 가에다 던졌다.
전차부대가 오는 것을 보고는 “이것은 깨진 수레로군” 하고는 바퀴 축을 뽑아서 길 왼쪽에 버렸다.
보병부대가 오는 것을 보고는 “풀로 만든 사람 같군” 하고는 그 목을 눌러 꼼짝 못하게 한 뒤에 대열 밖으로 밀쳤다.
그때 네 군사는 능욕을 당하고서도 어찌할 수가 없어서 각각 한쪽 가에서 근심어린 모습으로 머물러 있었다.
왕이 뒤에서 오다가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가지 아니하는가?”
군인이 대답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합니다. 저희가 어찌 능히 반역의 무리들을 굴복시킬 수 있겠나이까? 지금 대머리 사문이 못된 행위와 말로 우리 군대의 사기를 꺾고 욕을 보였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가 누구냐?”
“육중필추입니다.”
“그대들은 우선 싸우라. 그들은 귀족출신의 사문들이니 신경 쓸 것 없다.”
승광대왕은 곧 이렇게 생각했다.
‘그 성자가 자주 고통을 주지 못하게 해야겠다.’
사자에게 명하였다.
“너는 나의 말을 가지고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생략)… 앞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여러 성중들이 생각을 적게 하도록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시어 다시는 병영 안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게 하소서’라고 전해드려라.”
사자는 즉시 가서 앞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씀드리고서 안부를 여쭙고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떠나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대중을 모으시고 앞에서와 같이 문답을 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의 이로움을 관하여 모든 필추들에게 그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필추가 인연이 있어서 군대의 병영 안으로 가게 되면, 응당 이틀 밤은 머물 수 있지만 그 이상 머물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인연이 있다’는 것은 왕 내지 여럿에게 청을 받아서 불려간 것을 이르는 말이다. ‘군대의 병영 안’이란 군대의 병사가 전쟁을 하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네 군대’는 앞에서와 같다. ‘이틀 밤을 지낸다’는 것은 이틀 밤을 마땅히 머무르되 그 이상은 안 된다는 말이다. 그 이상으로 머물러 잠을 잔다면 바일저가이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여러 필추가 군대의 병영 안에서 이틀 밤 이상을 머물러 잠을 잔다면 모두가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왕 등의 청을 받아서 머무를 때에나 팔난(八難)의 일이 있을 때에는 이틀 이상을 자더라도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이니라.”

47) 요란군병학처(擾亂軍兵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앞에서와 같이 변방에 반란이 일어났는데, 왕의 군대는 이미 출정을 하면서 급고독장자에게 명을 하였으며, 사자를 보내어 대중에게 고해서 대중 속에서 같이 갈 사람을 모았다. 이때 육중필추가 함께 가게 되었다. 나아가 그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자 모두가 기뻐하였다. 왕은 군사를 정비해서 출전을 하려고 했는데, 육중필추도 함께 가서 병사들이 용감한지 겁내는지를 관찰하였다. 드디어 험한 숲이 있는 곳에 미리 가서 숨었다가 사병(四兵)이 이르자 즉시 소리를 질러대니, 군사들이 달아나면서 놀라고 두려워했다.
육중필추가 나아가 물었다.
“당신들은 왜 놀랐는가?”
“적의 성에서 군사들이 나와서 우리들이 달아나 숨은 것입니다.”
육중필추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건 적이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웃은 것일 뿐이요. 만약 적들이 당신들의 겁 많고 나약함을 안다면 매일 당신들의 목을 묶어서 성 안으로 끌고 갈 것이오. 우리가 당신들을 위하여 군진(軍陣)을 안정되게 펼쳐서 반드시 이길 수 있게 해드리겠소.”
사람들이 허락하자 육중필추는 곧바로 코끼리 군대와 함께 갔다가 작은 코끼리를 보자 말했다.
“이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
곧바로 때려서 한쪽에 밀쳤다.

다음으로는 기마부대와 함께 갔는데 다리에 병이 난 말을 보자, “이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고는 꼬리를 잡고 내버렸다. 다음으로는 전차부대와 함께 갔는데 낡은 수레가 있는 것을 보자 말했다.
“이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
그리고는 굴대를 잡고 한 쪽에 버렸다. 다음으로는 보병부대와 함께 갔는데 대머리 사람을 보자 말했다.
“이 대머리를 어디에 쓸 것인가?”
그리고는 그 사람의 목을 눌러서 한쪽으로 밀쳐버리고는 떠나갔다. 그때 사병(四兵)은 능욕을 당하고 나서 각각 한 쪽에서 근심스럽게 머물러 있었다.
왕이 호위부대와 함께 와서 그들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진을 치지 아니하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신 등이 어디에 마음을 붙이고 진을 쳐서 이기기를 바라겠습니까?”
왕이 물었다.
“무슨 까닭인가?”
앞에서와 같이 자세히 대답하였다.
“그들은 귀족출신의 필추들이니 그들의 말에 신경 쓸 것이 없다. 그대들은 마땅히 스스로 군진을 치도록 하라.”
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육중필추들이 다시는 근심을 일으키지 않게 해야겠다. 내가 이제 마땅히 세존께 아뢰어서 아시게 해드려야겠다.’
왕은 사자에게 명하여 공경스럽게 세존께 안부를 여쭙고 기거하는 일을 말씀드리고 나서 세존께 아뢰게 하였다.
“세존이시여, 육중필추가 군대의 병영 안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군사들을 어지럽힙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생각을 적게 하도록 학처를 제정하여서 성중(聖衆)으로 하여금 이틀 밤이 넘도록 군대의 병영 안에 머물러 있더라도 군사들을 살피거나 소란스럽게 하지 말도록 하소서.”
사자는 왕의 말을 받아서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사자가 떠난 후에 부처님께서는 필추대중을 모으시고 문답하시고 꾸짖으시기를 앞에서와 같이 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군대의 병영 안에서 이틀 밤을 지내더라도 정비된 군대를 살피고, 선봉의 깃발을 든 부대를 보며, 진을 펼친 것을 본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이틀 밤을 지낸다’는 것은 이틀 낮 이틀 밤을 넘어서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정비된 군대’란 장차 싸우려고 진을 친 곳에 가는 것을 말한다. ‘기(旗)’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사자기(師子旗)이고, 둘째는 대우기(大牛旗)이며, 셋째는 경어기(鯨魚旗)이며, 넷째는 시조기(翅鳥旗)이다. 군대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으로 이루어진 군대이다. 진(陣)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삭인세(槊刃勢)이고, 둘째는 거원세(車轅勢)이며, 셋째는 반월세(半月勢)이며, 넷째는 붕익세(鵬翼勢)이다. 만약 이러한 군진(軍陣)을 볼 때에는 필추는 곧 바일저가죄를 얻는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이틀 밤을 군대의 병영 안에 있으면서 사병(四兵)이 아직 갑옷과 투구를 입지 않았으며 아직 병장기를 갖추지 않은 것을 본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정비된 것을 본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왕 등이 청하여 머물러 있는 경우와 팔난(八難)의 일이 있을 경우에는 보더라도 또한 범하는 것은 없다. 또한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이니라.”

48) 타필추학처(打苾蒭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대목건련(大目犍連)은 열일곱 명의 대중에게 출가할 것을 허락하여 구족계(具足戒)를 제수했는데, 이 열일곱 명의 대중은 모두 육중필추와 친근하여 함께 허물없이 지냈다.
오타이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와서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들이 대답했다.
“당신들이 어찌 우리의 친교사(親敎師)이고 궤범사(軌範師)이겠는가? 분부한 것을 우리는 할 수가 없다.”
오타이는 한 사람을 때리며 말하였다.
“어리석은 것아, 너희들은 다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인가.”
열일곱 명은 모두가 누워서 눈물을 흘리고 소리 내어 울면서 ‘나를 때린다’고 말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오타이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그 소년들을 때렸습니까?”

“나는 다만 한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열일곱 명이 모두 엎어져서 큰 소리로 웁니다.”
필추가 물었다.
“그들은 한 사람만을 때렸는데 무슨 까닭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우는 것일까요?”
필추에게 말했다.
“상좌여, 만약 함께 울지 않는다면 모두가 얻어맞을 것입니다.”
욕심이 적은 필추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각자 싫어하여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필추가 성을 내는 마음으로 다른 필추를 때린단 말인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필추대중을 모으신 뒤에 묻고 대답하시면서 꾸짖으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를 위하여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성을 낸 까닭에 기뻐하지 아니하면서 다른 필추를 때린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성을 낸다’는 분노가 마음을 얽어서 성냄을 일으키는 것이다. ‘때린다’는 것은 치고 때린다는 말이다. ‘필추’란 이 법 가운데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미 구족계를 받은 사람을 말한다. 죄를 해석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라면 자기 몸 안의 것으로 하는 경우, 혹은 바깥의 물건을 가지고 하는 경우, 혹은 위의 두 가지를 겸한 경우가 있다. 무엇을 자기 몸 안의 것이라고 하는가? 필추가 성내는 마음으로 한 손가락을 가지고도 필추를 때리는 경우에는 하나의 타죄를 얻는다. 만약 두 손가락으로 때리면 두 타죄를 얻고, 나아가 다섯 손가락을 가지고 때리면 다섯의 타죄를 얻는다. 만약 주먹ㆍ팔꿈치ㆍ머리ㆍ어깨ㆍ사타구니ㆍ무릎 나아가 발과 손가락으로 때리면 모두 타죄를 얻는다. 이것을 몸 안에 있는 것이라고 이른다.
무엇을 바깥의 물건이라고 하는가? 필추가 성을 내는 마음으로 가는 풀줄기를 가지고, 혹은 화살대와 다른 그릇, 나아가 대추씨나 겨자의 씨앗을 움켜쥐고 멀리서 치고 던져서 하나라도 맞으면 모두 타죄를 얻는다. 이것을 바깥의 물건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엇을 두 가지를 겸한 것이라고 하는가? 만약 필추가 손으로 칼이나 막대기를 쥐고 앞의 사람을 때리거나, 다른 여러 가지 병장기
나아가 빗자루나 나뭇잎을 가지고 때린다면 맞는 대로 모두가 타죄를 얻는다. 이것을 일러서 두 가지를 겸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남을 두렵게 하려고 하거나 혹은 주술을 성취하려고 앞에 있는 사람을 치고 때리면, 이는 모두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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