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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60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38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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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38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38권


의정 한역


49) 의수향필추학처(擬手向苾蒭學處)
그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머무르셨다. 구수 대목건련은 열일곱 명의 대중에게 출가할 것을 허락해서 모두가 구족계를 받았는데, …(생략)…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육중필추인 오타이가 그들에게 일을 하도록 시켰지만, 그들은 가르침을 따르지 아니하였다. 오타이가 곧 성을 내며 손을 들어 올리자, 그 열일곱 사람은 한꺼번에 땅에 엎어져서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울었다.
다른 필추들이 그 까닭을 물었다.
“어떤 연유로 한 사람에게 성을 내었는데 열일곱 사람이 모두 땅에 엎어졌나요?”
“우리가 만약 땅에 엎드리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얻어맞을까 두려웠습니다.”
필추들은 싫어하고 천하게 여겨서 이 일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꾸짖으시고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성이 난 까닭에 그 마음에 흡족치 않다고 손을 필추에게 향하는 흉내를 낸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앞에서와 같다. ‘손을 ……흉내낸다’고 말하는 것은 손을 들어서 남을 때리는 흉내를 내는 것이다. 죄를 해석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안의 것과 밖의 것과 안팎을 갖춘 것이 있다. 안이란 필추가 노하여 한 손가락을 가지고 필추를 때리는 흉내를 낼 때에 하나의 타죄(墮罪)를 얻으며, 나아가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하면 다섯의 타죄(墮罪)를 얻으며, 혹은 주먹이나 팔꿈치나 머리로부터 발에 이르기까지는 그 일에 준하여 앞과 같나니, 이것을 안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바깥의 것이란 풀줄기 등을 가지고 앞의 사람을 때리는 시늉을 하거나 위에서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안팎을 갖춘 것이란 손으로 막대기 같은 것을 잡고서 앞의 사람을 때리는 시늉을 하는 것이니, 모두가 타죄를 얻는다.
만약 이익을 위하여 두렵게 하거나
혹은 주술을 성취하려고 앞의 사람에게 화난 시늉을 하는 것은 모두가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러워 고통 받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50) 부장타죄학처(覆藏他罪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육중필추는 다른 사람에게 출가할 것을 허락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제수해서 함께 살게 하였다. 여러 제자들은 그가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인 줄을 몰랐을 때는 모두 받들어 모시고 섬기면서 공양을 하였지만, 나중에 알고 나서는 그들을 버리고 떠나서 착한 필추들과 함께 잘 지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경하는 까닭에 매일같이 세 번을 가까이에서 공경스럽게 예배하였다.
그 난타 필추에게는 친근한 제자가 있었는데 이름을 달마(達摩)라 하였다. 그는 아직 스승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인 줄 모르고 함께 거주하였는데, 뒤에 그것을 알고 나서는 스승을 버리고 떠나서 착한 필추와 함께 거주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경하는 까닭에 매일같이 세 번은 항상 와서 예배하고 뵈었다. 이로 인하여 달마가 스승에게 말하였다.
“오파타야(鄔波馱耶)시여, 잊지 마소서. 제가 이제 청하여 아뢰니, 사원의 한적한 곳에 가서 참선하고자 합니다.”
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너는 마땅히 삼가고 조심하여라.”
오파난타가 이 말을 듣고 나서 달마에게 말했다.
“너는 나의 앉을 자리를 갖고서 나와 함께 가자.”
달마가 말했다.
“스승께서 어떻게 한낮에 숲속에 가셔서 정려(靜慮)를 닦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오파난타는 말했다.
“어리석은 녀석아, 너는 나의 마음이 항상 산란하여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냐. 어떤 정려(靜慮)의 법문이라도 내가 모르는 것이 있겠는가?”
“저는 참으로 감히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궤범사(軌範師)께서 낮에 외출하는지 물어본 것입니다.”
이때 달마는 그의 방석을 갖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어느 나무 아래다 놓아두었다. 그리고 자신은 몸을 단정히 한 채 다른 조용한 곳으로 가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생각을 거두고 사유(思惟)하였다.
오파난타가 뒤이어 도착하자 달마가 아뢰었다.
“스승이시여, 저곳의 나무 아래다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곳으로 가셔서 편안하고 조용히 계시도록 하십시오.”
오파난타는 곧 그곳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옷으로 머리와 얼굴을 덮고 생각을 거두어서 사유하였으나 마음을 편안히 할 수가 없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한 여인이 울타리를 뜯고 들어가려는 것을 보았다.
오파난타가 멀리서 달마를 불렀다.
“달마야, 너는 지금 아느냐? 어떤 사람이 울타리를 뜯고 있다.”
달마가 그에게 말했다.
“스승님, 서다림경(逝多林經)을 생각하시도록 하십시오.”
오파난타가 말했다.
“어리석은 녀석아, 너는 지금 경(經)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어찌 ‘승가의 물건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세존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였느냐? 내가 이제 가서 그 여인을 막아야겠다.”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에 가서 물었다.
“소녀야, 어찌하여 울타리를 뜯느냐?”
여인이 살짝 미소 짓자 오파난타는 청정하지 못한 마음이 일어났다. 곧바로 여인의 어깨를 잡고 몸을 두루 껴안고서 소리 나게 입을 맞추고는 그녀를 그곳에 두고 떠나갔다.
달마가 있는 곳에 와서 물었다.
“너는 무엇을 보았느냐?”
“교회(交會)를 제외한 나머지 일은 다 보았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구수여, 네가 본 것은 비록 알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
“스승이시여, 보지 못한 것만큼은 착한 필추가 오더라도 제가 끝내 말하지 않겠습니다.”
“너의 친교사(親敎師)에게 더럽고 못된 일이 있는 것을 내가 항상 덮어주었으니, 너는 나의 허물을 본 것을 덮어주지 않겠느냐?”
달마는 말했다.
“스승이시여, 남에게 못된 죄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가 덮어서 감추어 주었으니, 이와 같은 일은 제가 먼저 말해야겠습니다.”
달마는 곧 가서 여러 필추에게 알려주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듣고 나서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이 일을 갖고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필추들을 모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다른 필추에게 추악죄(醜惡罪)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덮어주고 감추어 준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파난타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안다’고 하는 뜻도 또한 위에서와 같다. ‘필추’란 난타(難陀)를 이르는 말이다. 추악죄(醜惡罪)란 두 가지가 있으니, 바라시가죄(波羅市迦罪)와 승가벌시사죄(僧伽伐尸沙罪)가 있다. 무슨 까닭에 이 두 가지를 이름하여 추악(醜惡)이라고 하느냐 하면, 그 죄의 자성과 원인이 모두 거칠고 악한 까닭에 추악(醜惡)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덮어서 가린다’는 가려서 덮어준다는 말이다. 죄를 해석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로서 다른 필추가 타승죄(他勝罪)1)를 범한 것을 보았을 때 고의로 덮어서 감추어 주되 동이 트는 새벽을 넘기지 않았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고,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되면 곧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다른 이의 나머지 다른 죄를 덮어주면 그 인연사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다.
만약 필추로서 필추가 바일저가죄(波逸底迦罪)를 범하는 것을 보았을 때 고의로 덮어서 감추어 주되 새벽을 넘기지 않았을 때는 악작죄(惡作罪)를 얻고 새벽이 지나도 마찬가지로 악작죄를 얻는다. 이와 같이 별회법(別懷法)2) 내지 악작죄에 이르기까지 덮어주고 감추어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만약 그 죄를 적발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거나, 혹은 범행(梵行)을 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거나, 혹은 이것을 인하여 승가가 깨지게 될까 걱정해서 덮어주는 경우는 모두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처음으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여섯 번째 총체적 게송으로 말하노라.


번뇌를 수반하며 불과 접촉하는 욕망도
함께 잠들어 그릇된 장애를 본받는 것도
아직 버리지 않고 고요함을 구하는 물듦도
보배를 거두어 지극히 불타오르는 때이다.

51) 공지속가불여식학처(共至俗家不與食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난타 필추에게는 제자가 있었는데 이름을 달마(達摩)라고 하였다. 수치스러운 마음을 품고 이미 범한 죄상을 소급해 뉘우쳐서…… 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에 매일 세 번씩 스승에게 나아가 예배드렸다.
그때 오파난타가 난타에게 말했다.
“대덕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달마는 나에게 전에 원수진 일이 있으니, 나는 반드시 부처님과 여러 대중들 앞에서 그의 나쁜 점을 드러내고 이익 되지 않는 일을 만들거나, 혹은 하루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해서 굶주림에 시달리도록 해야겠습니다.”
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달마는 천성이 계율을 잘 지키는데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품고 마음속으로 뉘우침이 있어서 죄의 인연이 되는 일을 범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에게 이익 없는 일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나는 반드시 그로 하여금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리게 하고야 말겠습니다.”
난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먹을 것이 없게 할지언정 허물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게 할 수는 없다.’
그때 어떤 장자가 와서 난타와 오파난타에게 집으로 와서 공양을 드시도록 청하였다. 그러자 난타가 오파난타에게 말했다.
“오늘 나는 달마가 먹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달마는 때가 되자 걸식을 하려고 스승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예배드리고 합장하여 아뢰었다.
“스승께서는 생각하십시오. 제가 이제 걸식을 하러 가려고 합니다.”
스승이 그에게 말했다.
“오늘 시주(施主) 한 분이 나에게 먹을 것을 청하고 아울러 제자 한 사람도 청하였으니, 너는 나와 함께 그곳에 가서 먹도록 하자.”
달마가 스승에게 말하였다.
“제가 언제 공양 요청을 받아서 스승님을 따라간 일이 있었습니까?”

오파난타는 그 말을 듣자 그에게 말하였다.
“달마야, 전에 내가 들은 것과는 같지 않구나. 내 생각에 너는 천성이 계율을 지키는데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품어서 스승의 말씀을 거역함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스승이 어찌 청정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너에게 권하겠느냐? 무슨 까닭에 너는 지금 스승의 명령을 거스르느냐?”
이때 달마는 대덕의 꾸지람을 받자 아무 말 없이 머물러 있다가 다시 스승께 아뢰었다.
“저는 물을 거르는 주머니와 걸식하는 발우를 가지고 스승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오파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구수여, 물 거르는 주머니와 걸식하는 발우를 가지고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그의 집 안에는 깨끗한 그릇이 있고 그 물은 먼저 걸러서 벌레도 없으니 곧바로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좋겠다.”
이때 달마는 이윽고 스승의 뒤를 따라갔는데, 한 걸식하는 필추가 보고서 물었다.
“구수 달마여, 어느 곳으로 가려는 것입니까?”
“공양을 청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걸식하는 필추가 말했다.
“구수여, 먹는 양을 알아서 드십시오.”
달마가 말했다.
“대덕이여,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먹을 것을 얻을지 먹지 못하게 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걸식하는 필추는 그들을 따라 실라벌성으로 들어갔다. 그때 난타와 오파난타는 그 제자와 함께 가게가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난타와 달마는 그곳에 머무르고 오파난타는 곧장 시주의 집으로 가서 배불리 먹고 가게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 난타가 그 집에 가서 먹었다.
달마가 오파난타에게 말하였다.
“스승이시여, 끼니 때가 되려고 하니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오파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그 시주의 집에는 여러 가지가 다 준비되어서 가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느냐? 정오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나와 같이 가도록 하자.”
달마는 곧 일어나서 발[足]의 그림자로써 때를 헤아려보았다.
오파난타가 달마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녀석아, 너는 내가 시라(尸羅)3)를 지키지 아니하고 마음이 항상 게을러서 때 아닌 때에 먹는다고 말하는 것이냐? 너는 지금 가도록 하여라. 만약 이 곳에 있으면 내가 즐겁지 않을 것이다. 서로 말을 하든 앉아 있든 즐거운 마음이 없으니 혼자 있는 것만 못하다. 너는 이곳에 머물지 말라.”
달마가 생각했다.
‘내가 만약 물 거르는 그물과 발우를 가지고 이곳에 왔더라면 마땅히 걸식을 하러 갈 텐데, 지금 이미 그물과 발우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드디어 절로 돌아와서 아직 허기가 지지 않을 때까지는 선품(善品)을 전념으로 닦았으나 허기가 지자 옆구리를 대고 누웠다.
그때 걸식하는 필추가 절 안으로 돌아와서 달마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구수 달마여, 음식은 다른 사람의 것이지만 배야 어찌 다른 사람의 배이겠습니까? 함부로 배불리 먹고는 업을 닦지도 못하는구려.”
“대덕이여, 누가 배불리 먹었다는 것입니까?”
“오늘 다른 이의 공양 요청을 받지 않았습니까?”
“먹지 못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요?”
곧 위의 인연을 가지고 차례로 말해주었다. 걸식하는 필추가 여러 필추들에게 알리니, 필추들은 그 일을 듣고 각자 싫어하고 천히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필추가 고의적으로 다른 필추를 먹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모으시고 그 허와 실을 물으셨다. 문답한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와 같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적절한 학처(學處)를 제정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다른 필추에게 말하기를 ‘구수여, 당신과 함께 속가(俗家)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배불리 먹도록 합시다’ 라고 해놓고, 그 필추가 속가에 가서 끝내 함께 먹지 아니하자, ‘구수여, 당신은 가시오. 나는 당신과 함께 앉아서 함께 말하는 것이 즐겁지 않습니다. 나는 혼자 앉아서 혼자 말하는 것이 즐겁습니다’라고 말해서 번뇌를 일으키게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오파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다른 필추’란 이 법 안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함께 속가에 갔다’는 말은 사성(四姓)의 집을 말한다. ‘맛있는 음식’이란 오작식(五嚼食)과 오감식(五噉食)을 말한다. ‘배불리 먹게 한다’는 마음대로 먹는 것을 말한다. ‘당신은 가라’는 등의 말[言]은 내쫒는 말이요 ‘말[語]’이란 독송(讀誦)을 말한다. ‘앉는다’는 것은 선사(禪思)를 말한다. ‘혼자 있는 것 등을 즐긴다’는 말로써 분명히 번뇌를 일으키게 해서 그로 하여금 먹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하여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죄를 해석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일부러 마음을 먹고 다른 필추로 하여금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한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병으로 인하여 의사를 보내어 먹지 못하게 하고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은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처음으로 범한 사람이거나……, 앞에서와 같다.”

52) 촉화학처(觸火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 안에 있는 여러 상인들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두 발에 예배드리고 나자 다시 아난타의 처소로 가서 물었다.
“세존께서는 하안거를 마치시면 어디로 가시려고 합니까?”
아난타는 자세히 대답했다.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앞에서의 조짐을 보건대 왕사성으로 가실 것입니다.”
상인의 우두머리는 며칠이나 걸릴 것인지 물어서 알자 곧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여 필요한 것을 갖추어 두었다.
아난타는 매일 상인의 우두머리보다 앞서 가서 갈림길이 나타나면 세존을 기다렸다.
세존께서 보시고 물으셨다.
“너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머물러 있느냐?”
아난타가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지금 이곳에 두 길이 있나이다. 하나는 곧은길이지만 사자와 호랑이와 표범이 많은 무서운 곳이라서 가기가 어려우며, 하나는 굽은 길로서 안온하여 장애가 없나이다. 저는 지금 어떤 길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곧은길을 택하도록 하여라. 달타게다(怛他揭多)4)는 여러 가지 두려움을 여읜 까닭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곧은길로 가셔서 어느 마을에 이르셨다.
이때 마을에는 두 명의 동자가 마을 어귀에서 놀고 있었는데, 한 명은 북을 갖고 있었고 한 명은 활을 갖고 있었다. 두 동자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자 곧 발에 예배드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잘 오셨나이다, 잘 오셨나이다. 무엇 때문에 세존께서는 험한 길을 따라서 오셨나이까?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두려운 마음을 내지 마소서. 저희가 부처님을 위하여 길잡이가 되겠나이다.”
한 명은 앞에서 북을 울리면서 갔고, 한 명은 활과 화살을 쥔 채 뛰어서 따라갔다.
세존께서는 그들이 가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두 동자는 오랫동안 선근(善根)을 심어서 이제 나를 만났구나.’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은 돌아가도 좋으니라. 여래대사(如來大師)는 오래도록 두려움을 여의어서 사자와 호랑이와 표범이 어떻게 하지 못하느니라.”
그러자 한 사람은 부처님 앞에서 북을 울리고 한 사람은 부처님께 활을 당겨 소리를 내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갖가지 광명을 입에서 내시니, 이른바 청(靑)ㆍ황(黃)ㆍ적(赤)ㆍ백(白)ㆍ홍(紅)ㆍ파지(頗胝)5)의 색이었다. 이 광명은 혹은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고 혹은 위로 올라가기도 하였다. 그 빛이 내려간 것은 아래로 속활지옥(速活地獄)ㆍ흑승(黑繩)ㆍ중합(衆合)ㆍ소규(小叫)ㆍ대규(大叫)ㆍ소열(小熱)ㆍ대열(大熱)ㆍ아비(阿毘)지옥과 팔한지옥(八寒地獄)에 이르렀는데, 빛이 그곳에 다다랐을 때는 뜨거운 열을 받는 중생들은 모두가 시원함을 얻고, 춥고 얼음이 언 곳에 있는 자는 즉시 따뜻함을 얻게 되었다.
그 여러 중생들이 고통을 여의고 안락함을 얻자 각자 이렇게 말했다.
“나와 너희들이 지옥으로부터 죽어서 어느 곳에 태어날 것인가?”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신심과 기쁨을 일으키려 했기 때문에 화신(化身)을 지옥 안으로 보내셨으니, 그들은 화신을 보자 모두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죽어서 다른 지옥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이것은 반드시 드물고 기이한 대인(大人)의 위덕의 힘 때문이니,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 하여금 고통을 없애고 즐거움을 얻게 하신 것이다.”
이미 신심이 생기자 곧 지옥의 모든 고통을 소멸할 수 있어서 인취(人趣)와 천취(天趣)에서 항상 뛰어난 법기(法器)의 몸이 되어 진리의 이치를 능히 알 수 있었다.
그 위로 올라간 광명은 위로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야마천(夜摩天)ㆍ도사다천(覩史多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범중천(梵衆天)ㆍ범보천(梵補天)ㆍ대범천(大梵天)ㆍ소광천(少光天)ㆍ무량광천(無量光天)ㆍ광음천(光音天)ㆍ소정천(少淨天)ㆍ무량정천(無量淨天)ㆍ변정천(遍淨天)ㆍ무운천(無雲天)ㆍ복생천(福生天)ㆍ광과천(廣果天)ㆍ무번천(無煩天)ㆍ무열천(無熱天)ㆍ선견천(善見天)ㆍ선현천(善現天)ㆍ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렀다. 이르는 곳의 빛 속에서 고(苦)ㆍ공(空)ㆍ무상(無常)ㆍ무아(無我) 등의 법을 널리 설하고, 아울러 다시 두 구절의 가타(伽他)를 설하여 말하였다.

너희는 이곳에서 벗어나기를 구할지니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지런히 힘써서
생사(生死)의 군대를 항복시키기를
코끼리가 초막집을 무너뜨리듯이 하라.

이 법률 안에서
항상 닦아서 게으르지 않으면
능히 번뇌의 바다를 마르게 하고
고통의 변제(邊際)를 다하리라.

그때 그 광명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두루 다 비추고 나서 다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만약 불세존(佛世尊)께서 과거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등으로 들어가고, 만약 미래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가슴으로 들어가며, 지옥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다리 아래로 들어가며, 방생(傍生)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발뒤꿈치로 들어가며, 아귀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발가락으로 들어가며, 사람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무릎으로 들어가며, 역륜왕(力輪王)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오른쪽 손바닥으로 들어가며, 하늘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배꼽으로 들어가며, 성문(聲聞)의 일을 설하시게 되면 빛은 입으로 들어가며, 독각(獨覺)의 일을 ㆍ설하시게 되면 빛은 미간(眉間)으로 들어가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설하시게 되면 빛은
정수리로 들어간다. 이때 광명은 부처님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구수 아난타는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覺)께서는 인연이 없으시면 기뻐하여 미소 짓지 않으시나이다.”
그리고는 곧 가타(伽他)로 설하였다.

세존께서는 도거(掉擧)6)와 교만함을 멀리 여의시어
중생 가운데에 가장 존귀하시니
번뇌와 모든 원한을 항복시키셔서
인연이 없으면 미소 짓지 아니하시네.

여래께서는 스스로 진묘각(眞妙覺)을 증득하시어
들을 줄 아는 모든 것들이 즐겁게 듣나니
모니최승(牟尼最勝)이시여, 원하옵건대 널리 드러내시어
대중들의 의심을 끊어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옳고 옳다. 여래ㆍ응ㆍ정등각(如來應正等覺)은 인연 없이는 미소를 머금지 아니하느니라. 너는 두 동자가 나를 인도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 선근(善根)으로 이제부터 13겁(劫) 동안에는 악취(惡趣)에 태어나지 않고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며, 최후에 받는 몸으로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성취할 수 있게 되리니, 한 사람은 이름을 법고음여래(法鼓音如來)라 하고 한 사람은 이름을 시무외여래(施無畏如來)라 하게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길을 따라 가시다가 한 모퉁이에 이르러 숲 가운데서 주무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필추의 주처(住處)는 나무 아래서도 역시 차례에 따라 함께 나누도록 되어 있었다. 그때 육중필추는 한 마른 나무를 나누어 얻었는데, 밤에 추위가 밀어닥치자 불로 나무를 불살랐다. 이 나무 안에는 뱀이 살고 있었다. 뱀은 연기에 쫓겨서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려고 하였다. 육중필추는 뱀을 보자 큰 소리로 함께 말했다.
“떨어지려고 한다, 떨어지려고 해.”
여러 상인들이 이 소리를 듣고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다.
‘사자가 들어와서 펄떡 뛰었다가 떨어지는가 보다.’
그들은 크게 놀라고 두려워서 사방으로 달아났다.
세존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상인들이 사방으로 달아나느냐?”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바와 같이 모든 필추가 있는 곳에서는 마땅히 법랍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함께 자리를 나누었습니다. 육중필추는 오늘 밤 잠자는 곳에서 마른 나무를 나누어 받았는데 추위에 떨다가 나무를 불살랐습니다. 그 나무 안에는 뱀이 살았죠. 뱀은 연기를 쏘이자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갔다가 몸을 아래로 떨어뜨리려 했는데, 육중필추가 뱀을 보고서 큰 소리로 함께 말하기를 ‘떨어지려 한다, 떨어지려 해’라고 했습니다. 이때 여러 상인들이 이 소리를 듣고는 다 같이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사자가 들어와서 펄쩍 뛰었다가 떨어지는구나.’ 그래서 크게 놀라 사방으로 달아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급히 가서 상인들에게 ‘여래가 계신 곳에는 사자의 두려움이 없다’고 말해서 빨리 상인들에게 명하여 다시는 놀라고 당황하지 않게 하여라.”
아난타는 가르침을 받들고 모두에게 알려서 사람들이 다 그곳으로 왔다. 여러 필추들은 이 일을 보자 모두가 의심을 하면서 함께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어찌하여 육중필추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해서 여러 상인들을 놀라게 하였으며, 세존께서는 그로 인하여 거듭 위로하시고 안심시켜서 근심과 두려움을 여의게 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다만 오늘만 상인들을 놀라게 한 것이 아니라 지나간 옛날에도 그들을 놀라게 해서 사방으로 달아나게 하였고, 내가 위로하고 안심시켜서 근심과 번뇌를 여의게 하였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과거세(過去世)에 어느 물가에 빈라과(頻螺果)7) 나무숲이 있었다. 이 숲 속에는 여섯 마리 토끼가 함께 친구가 되어서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빈라과 열매가 익어서 물에 떨어져 소리를 내었는데, 이때 여섯 마리 토끼는 열매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자 몸이 움츠러들고 겁이 나서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며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때 야간(野干)이 있다가 토끼들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으니 토끼가 말했다.

“나는 물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맹수가 우리를 해치러 오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래서 우리들이 달아나는 것이다.”
야간도 또한 달렸다. 이렇게 해서 돼지ㆍ사슴ㆍ소ㆍ코끼리ㆍ승냥이ㆍ이리ㆍ호랑이ㆍ표범ㆍ작은 사자 등이 각각 서로에게 물어보았다가 똑같은 말을 듣고는 모두가 달아나 숨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계곡에는 한 사나운 사자왕(師子王)이 살았다. 이때 사자는 여러 짐승들이 놀라고 두려워서 내달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너희들은 모두가 발톱과 이빨과 용맹한 힘이 있는데 무엇을 두려워하고 놀라서 달아나느냐?”
모두가 사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데 범상치 않은 것이 두려워할 만했습니다. 정녕 사나운 맹수가 우리를 해치러 오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때문에 놀라고 두려워서 안전한 곳을 찾는 길입니다.”
사자가 말했다.
“어느 곳에서 나쁜 소리가 났느냐?”
여러 짐승들이 대답했다.
“우리도 어디에서 소리가 났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사자가 그들에게 말했다.
“자세히 알지 못했다면 너희들은 달아나지 말라. 내가 이것이 무슨 소리인지 자세히 알아보겠다.”
곧 호랑이에게 물었다.
“너는 어느 곳에서 들었느냐?”
“나는 표범에게서 들었습니다.”
이렇게 돌아가며 물어서 토끼까지 이르렀다.
토끼가 말했다.
“이 무서운 소리는 내가 직접 들은 것이지 전해들은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함께 소리 나는 곳으로 가 봅시다.”
여러 짐승들이 모두 함께 빈라과 숲이 있는 곳으로 갔다.
토끼가 말했다.
“여기가 두려움이 일어난 곳입니다.”
잠시 머물다보니 다시 과일이 물에 떨어져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사자가 말했다.
“이것은 먹는 과일이지 놀라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그때 허공에서 천(天)이 가타(伽他)로 설하였다.

다른 이의 말을 듣고 그냥 믿지 말지니
반드시 스스로 살피고 관찰하여라.
열매가 물에 떨어지는 것을 듣고
산림의 짐승들이 놀라 달아나는 것처럼 되지 말라.

“너희들 필추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그때 사자왕은
곧 나의 몸이었느니라. 그때 여섯 마리 토끼가 짐승들을 놀라게 한 것을 내가 그들을 위해 편안하게 해 주는 일을 하였느니라. 여섯 마리 토끼는 바로 육중필추이었느니라. 그때 그 인연으로 해서 지금 상인들을 놀라게 하였고, 내가 또한 그들을 위하여 편안하게 위로해주는 일을 하였던 것이니라.”
이때 세존께서는 옛날의 인연을 설해서 필추들로 하여금 의혹을 끊게 하시고 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가서 상인들에게 널리 알리기를 ‘당신들은 오늘은 앞서 가지 않도록 하십시오. 여래께서 앞서서 가실 것입니다’라고 말하여라.”
아난타는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상인들에게 갖추어 알렸다.
“당신들은 앞서서 가지 마십시오.”
그때 세존과 여러 대중들이 모두 앞서서 갔는데 험한 숲 속에 이르자 사자왕이 부처님을 해치려고 하였다. 세존께서 이를 보시고 오른 손을 펴시자 다섯 손가락 끝에서 다섯 마리의 사자가 나타났다. 그 사자는 이 기세를 보자 즉시 달아났다. 세존께서 사방에 사나운 불길을 화현시키시니, 붉은 불길이 하늘을 치솟고 날아가는 빛이 땅을 찢으면서 팔방(八方)이 두루 합쳐져 달아날 길이 없었으나 오직 부처님 주변만 시원하게 보였다. 이때 사자는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두 발에 정례(頂禮)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백복장엄(百福莊嚴)8)의 여러 가지 상호(相好)를 구족하신 두려움 없는 오른손으로 사자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씀하셨다.
“현수여, 너는 과거세에 이미 악업을 지어서 축생 세계에 떨어졌는데, 지금도 항상 해치는 마음을 가지고 다른 생명을 끊어서 너의 몸을 살리려고 하므로 그 목숨이 다하고 나면 다시 악취(惡趣)에 태어날 것이니라. 현수여,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고 제법(諸法)은 무아(無我)이며, 열반(涅槃)은 적멸(寂滅)하나니, 너는 내가 있는 곳에서 마땅히 신심을 내어 방생취(傍生趣)를 싫어하여 떠날 마음을 깊이 일으켜라.”
그때 여러 필추들도 마찬가지로 손을 사자에게 대니, 사자는 손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사자에게 손을 대지 말라.
왜냐하면 맹수의 사나운 성품은 가까이하기 어려워서 함부로 손을 대다간 다치게 되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너희들은 사자에게 손을 대지 말라. 만약 필추가 사자에게 손을 대게 되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느니라. 만약 돌로 만든 사자나 풀로 만든 사자나, 혹은 진흙으로 만든 것이거나 그림으로 그린 것에 손을 댄다면 모두 범하는 것이 없느니라.”
사자를 조복시키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필추들과 함께 길을 따라 가셨다. 사자왕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머물러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직접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삼구법(三句法)을 들었으니, 다른 생명을 끊어서 내 몸을 살리지는 말아야겠다. 나는 이제 마땅히 먹는 것을 끊어서 다시는 잡아먹지 말아야겠다.’
무릇 모든 축생의 무리들은 불의 힘[火力]이 더욱 강해지면 굶주림을 참아낼 수 없기 때문에 마침내 죽게 되면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천(天)에 태어나는 자는 그 심법(心法)에 따라 세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는 어디에서 죽었는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어떠한 업을 지어서 이러한 과보를 초래하였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곧 축생으로 죽었으며, 지금은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에 살고 있으며,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느냐 하면 부처님 곁에서 청정한 신심을 내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
천자(天子)는 다시 이렇게 생각을 했다.
‘나는 이때 마땅히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받들어 모시고 공양을 올려야겠다.’
이때 천자는 하늘의 영락(瓔珞)을 가지고 그 몸을 장엄하고, 하늘의 묘한 꽃을 옷자락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야분(夜分)이 지나자 큰 광명을 놓으면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그 꽃은 곧 하늘의 올발화(嗢鉢花)ㆍ구모타화(俱牟陀花)ㆍ발묘마화(鉢杳摩花)ㆍ분다리화(分陀利花) 등이었는데, 이를 부처님 앞에 벌려 놓아서 공양을 하고 부처님 발에 예배드린 뒤 한 쪽에 앉았다. 이 천신(天神)의 광명이 대단히 아름답게 빛나서 주변을 밝게 비추자 절의 숲 속이 모두 밝게 드러났다. 그때 세존께서 그 천자의 의요(意樂)ㆍ수면(隨眠)ㆍ근성(根性)의 차별에 따라 법을 설하셔서 능히 네 가지 진리의 이치를 깨닫게 하셨다.”

이때 천자는 설법을 듣자 앉은 자리에서 금강지저(金剛智杵)를 갖고서 스무 가지 살가야견(薩迦耶見)9)의 산을 무너뜨리고 예류과(預流果)를 얻었다. 그가 진리를 깨닫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세존으로 말미암아 제가 해탈의 과(果)를 증득하였사오니, 부모ㆍ고조ㆍ인왕(人王)ㆍ천중(天衆)ㆍ사문ㆍ바라문ㆍ친구ㆍ권속들로서는 능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제가 세존 선지식(世尊善知識)을 뵌 까닭에 지옥ㆍ축생ㆍ아귀의 악취(惡趣)에서 벗어나 인(人)ㆍ천(天)의 수승하고 묘한 곳에 놓이게 되니, 마땅히 나고 죽는 일이 다하면 열반의 길에 나아가게 되었나이다. 피의 바다를 마르게 하고 뼈의 산을 뛰어 넘어서 무시(無始) 이래로 쌓인 살가야견의 산(山)을 금강지저(金剛智杵)로 무너뜨리고 예류과(預流果)를 얻었나이다. 제가 이제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오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이임을 증명하여 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 있는 때까지 오계(五戒)를 받아 살생하지 아니하며 …(생략)…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는 그 천자는 일찍이 없던 것을 얻게 되었음을 마음 깊이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나 천궁(天宮)으로 되돌아갔다.
여러 필추들은 초후야(初後夜)에 마음의 혼침을 경계하면서 각성하고 조심스럽게 사유(思惟)하며 머물렀는데, 세존이 계신 곳에서 큰 빛이 나서 절의 숲 속을 두루 환하게 비추는 것을 보고는 곧 의심하는 생각을 내었다.
‘어떤 천중(天衆)이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그의 복력을 말미암아 빛이 숲 속에 두루 비치는가보다.’
필추들은 새벽이 되자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숙여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그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지난밤에 큰 광명이 숲 속에 두루 가득한 것을 보고 생각하였나이다. ‘범세제천(梵世諸天)과 천제석(天帝釋), 혹은 사천왕(四天王) 및 다른 수승한 대위덕천(大威德天)이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와서 친히 받들고
공양을 올리는 것이 아닐까? 그의 힘 때문에 빛이 숲 속에 두루 비치는가보다’라고 생각하였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난밤의 광명은 범왕제석(梵王帝釋)과 다른 천중위신(天衆威神)의 힘이 아니었느니라. 너희들은 이제 숲 속의 사자왕이 직접 나의 곁에서 삼구법(三句法)을 들은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미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자왕은 나에게 법을 듣고 이곳에서 죽은 뒤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에 태어났다. 이미 천신(天神)의 몸을 받자 은혜를 갚기 위해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하늘 꽃을 바쳤기 때문에 내가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였느니라. 법을 듣고 나자 즉각 이치를 보고 본래의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는데, 그의 힘으로 말미암아 빛이 숲 속에 두루 비친 것이니라.”
여러 필추들은 이 말씀을 듣자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알지 못하겠나이다. 그 사자천(師子天)은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업을 말미암아 과보를 초래해 사자 가운데로 떨어졌으며, 다시 어떤 업을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후에 사천왕천(四天王天)에 태어났으며, 다시 어떤 인연을 지었기에 부처님의 설법하심을 듣고 예류과(預流果)를 얻고 일찍이 없던 것을 얻어서 본래의 천궁(天宮)으로 되돌아갔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이 천자(天子)는 전세(前世)의 몸으로 업을 짓고 그 인연이 모여서 성숙한 때에 이른 것이지, 외계(外界)의 지수화풍(地水火風)이 성숙하게 만든 것이 아니니라. 도리어 자신의 온(蘊)ㆍ계(界)ㆍ처(處) 안에서 선악의 업을 받아들여서 그 보(報)를 받는 것이니라.

가령 백겁을 지내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이 만나는 때에
과보는 스스로 받느니라.

너희들 필추는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들어라. 과거세에 인간의 수명이 이만세(二萬歲)였을 때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이름을 가섭파(迦攝波)라 하시고 십호(十號)를 구족하셨으며, 2만 명의 제자를 권속으로 삼으시고
바라니사국(婆羅泥斯國)에 머무르셨다. 그 가섭파 부처님께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아니하셨을 때 이 성안에 있는 바라문이 사명(四明)을 잘 배우고 갖가지 논(論)에 박식하였으므로 당시 사람들은 그를 지극히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스승으로 삼았었다. 그런데 가섭파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신 뒤로는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을 공경하고 다시는 그를 받들어 모시지 아니하였다. 가섭파 응ㆍ정등각(應正等覺)께서는 무량백천(無量百千)의 대중 가운데에서 묘법(妙法)을 널리 드날리고 계셨다. 이때 바라문들은 대중들 곁을 지나다가 그 세존(가섭파 부처님)께서 백천의 대중들 속에서 설법하시는 것을 보자 질투심이 생겨서 입으로 야비한 말을 내뱉었다.
‘이 사문은 마치 사자처럼 두려워할 줄을 모르면서 대중 가운데서 설법을 하고, 듣는 대중들은 마치 작은 짐승처럼 그를 공경하면서 법을 받아들이는구나.’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당신은 천인사(天人師:如來)의 처소에서 거칠고 악한 말을 하였으니, 마땅히 지옥에서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당신은 이제 마땅히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지극한 마음으로 죄를 말해야 그 죄가 가벼워져서 없앨 수 있느니라.’
바라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자 마음속으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세존 앞에서 자기의 죄를 스스로 말씀드렸다. 죄를 말씀드리고 나서는 부처님 곁에서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오계(五戒)를 받아 우바이가 되었느니라.
너희 필추들이여, 이상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과거의 그 바라문은 나쁜 말로 부처님을 업신여기고 경솔한 말을 하였던 까닭에 그 악업으로 인하여 비록 죄를 고백했으나 남은 과보가 있어서 오백생(五百生) 동안 항상 사자가 되었고 그 남은 과보를 지금도 다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에서 바른 신심을 내어서 삼구법(三句法)을 들었던 까닭에 천상(天上)에 태어날 수 있었느니라. 가섭파 부처님 앞에서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았기 때문에 그 업력으로 인하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진리의 이치를 증득하고 예류과를 얻었으며 본래의 천궁(天宮)으로 돌아간 것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필추여,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순흑(純黑)의 업을 지으면 순흑(純黑)의 이숙(異熟)을 얻으며, 순백의 업을 지으면 순백의 이숙을 얻으며, 만약 섞인 업을 지으면 섞인 과(果)를 얻게 되느니라. 너희들은 지금부터 마땅히 흑업(黑業)과 잡업(雜業)을 버리고 게으름 없이 순백의 업을 닦아야 한다.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여러 필추들과 인천(人天)의 중생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점차로 유행(遊行)을 하시다가 마갈타국(摩竭陀國)의 왕사성에 이르러서 갈란탁가 연못의 죽림원에 머무셨다. 육중필추는 불을 피우는 곳에서 각각 불 끝을 가지고 서로 희롱하며 놀면서 해와 달의 모양을 만들기도 하였다. 외도가 보고는 저마다 업신여기고 천하게 여기는 생각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아는가, 모르는가? 사문석자(沙門釋子)가 불을 가지고 놀고 있으니 아이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무엇 때문에 아내와 자식의 몫을 덜어서 저런 대머리에게 공급해서 발우를 채운단 말인가?”
여러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는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모으시고 …(생략)… 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스스로 불을 놓거나 남을 시켜서 불을 놓게 하면 바일저가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필추들에게 계율을 제정하셔서 불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시니, 여러 필추들이 여래의 탑이 있는 곳에서 다시는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서 공양하지도 않았고, 또한
친교사(親敎師)와 교수사(敎授師)께 데운 물로 받들어 모시지도 않았으며, 발우에 연기를 쏘이고 옷에 물을 들이는 일까지도 다시는 하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짐짓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아난타야, 무슨 까닭에 필추들이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서 여래의 탑이 있는 곳에서 공양을 하지 않고 두 스승께 물을 끓여 섬기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냐?”
아난타가 말씀드렸다.
“불세존(佛世尊)께서 불에 손을 대지 말도록 계율을 제정하신 까닭에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필추들이 드디어 공양하는 일 등을 하지 않는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불에 손을 대더라도 때를 지켜서 한다면, 비록 불에 손을 대더라도 범하는 것이 없느니라.”
여러 필추들은 무엇이 때를 지켜서 불에 손을 대는 것인 줄을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릇 불에 손을 댈 때는 이와 같이 생각한다. ‘나는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기 위해 이제 불에 손을 대야만 한다.’ 혹은 ‘법을 위하여, 승가를 위하여, 오파타야와 아차리야를 위하여, 그리고 자신이 수용하는 것과 여러 범행자(梵行者)를 위하여, 어떤 일을 위하여 지금 불에 손을 대야만 한다’라고.”
여러 필추들은 옷에 물을 들이거나 발우에 연기를 쏘이는 등의 일로 자주 불에 손을 대었는데, 불에 손을 댈 때는 그 생각을 잊어버리고 마음에 지니지를 못했다. 그래서 뉘우치고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나는 지금 어찌하여 이 죄를 범하는가?’
이 인연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말하되 ‘일이 끝날 때까지 오랜 시간을 지킨다’라고 하도록 하여라.”
그때 한 필추가 풍병(風病)으로 고통스러워서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현수여, 나에게 이러이러한 병이 있으니 약을 처방해주시오.”
“무릇 풍병에는 불을 얻는 것이 좋습니다. 마땅히 불을 가까이 하셔야 합니다.”
“현수여, 세존께서 계율을 정해서 불을 가까이하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성자여, 세존께서는 크게 자비로우시니, 이런 일이라면 반드시 허락해주실 것입니다.”
이 인연으로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 제정한 것이고, 이번 것은 인연에 따라 개시한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몸에 병이 없는데 스스로 불을 사르거나 남을 시켜 불을 사른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병이 없다’는 것은 그 병을 제외한다는 말이다. ‘스스로’와 ‘남’ 등의 뜻은 앞에서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불 끝을 가지고 희롱하거나 혹은 해와 달이나 바퀴 모양을 만든다면 모두 타죄(墮罪)를 얻는다.
무릇 필추가 불을 사를 때에는 마땅히 그 일을 살펴서 잘 지켜야 한다. 만약 지키지 못하고 함부로 불을 사르고 함부로 손을 댄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불을 꺼뜨린다면 또한 타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불 끝을 잡고서 앞으로 내밀거나, 혹은 불 끝을 끌어당기거나, 혹은 불의 재를 뒤적거리거나, 혹은 겨나 보리껍질을 태운 불을 뒤적거리거나, 불을 따라서 어떤 일을 하면--이를테면 밥을 짓거나 물을 끓이거나 등불을 켜거나 향을 사르는 등의 일을 하면서 불에 손을 댈 때는 모두가 악작죄(惡作罪)이다.
만약 털ㆍ머리카락ㆍ손톱ㆍ침 같은 것을 불 속에 버리면 또한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이런 일을 할 때라도 지켜 가지면[守持]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53) 여욕이갱차학처(與欲已更遮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오타이는 번뇌를 끊어 없애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때에 천타(賤陀)필추는 교섬비국(橋閃毘國)에 가서 반연을 고요히 하면서 머물렀고, 아설가와 보나벌소는 둘이 함께 죽었고 난타와 오파난타는 서다림에 있었는데 둘 다 나이가 많고 쇠약해졌다.

그 열일곱 명의 필추들은 점차 나이가 들면서 용감하고 굳건해져서 힘이 있었다. 그들은 삼장(三藏)을 잘 가르쳤는데 함께 자세히 의논하고는 다 같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자랄 때에는 항상 육중필추에게 속고 업신여김을 받았다. 그들 중에서 난타와 오파난타는 항상 해독을 끼쳤고, 그 두 사람 중에서 오파난타는 더욱 고통을 주었다. 우리들이 마땅히 사치갈마(捨置羯磨)10)를 하는 것이 좋겠다.”
한 사람이 대중에게 말했다.
“상좌 난타는 그의 형이고 법에 관한 일에 아주 밝으니, 우리가 어떻게 능히 갈마를 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이 의논하여 말했다.
“내가 이제 마땅한 임시방편으로 꾀어서 대중에게 들어가지 못하게 할 테니, 우리들이 함께 갈마를 하도록 하자.”
이렇게 의논을 하고 나서 그의 처소에 이르러 말했다.
“아차리야(阿遮利耶)께 공경하여 예배드립니다.”
“원컨대 구수는 병이 없기를 바라오.”
“상좌께서 입고 계신 법의(法衣)는 너무 때가 묻었습니다. 왜 빨지 않으십니까?”
“구수여, 나는 지금 늙었습니다. 제자와 문인들이 늙고 미약한 것을 보고는 각자가 소홀히 여기는 마음을 내니, 누가 기꺼이 옷을 빨아주겠습니까?”
그가 대답했다.
“대덕이시여, 저에게 옷을 주십시오. 마땅히 빨아드리겠습니다.”
난타는 즉시 한 벌의 옷을 주어서 빨게 하였다.
그가 다시 말했다.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이니 있는 옷을 다 주시면 한꺼번에 빨겠습니다.”
그래서 한 벌의 해진 옷을 합쳐서 모두 세 벌의 옷을 주었다. 그는 옷을 가지고 가서 모두 잿물에 담아 놓았다.
그리고 대중이 모이는 장소로 가서 좌석을 펼쳐놓고 즉시 건추(健椎)를 울린 뒤에 함께 난타의 처소로 가서 알렸다.
“대덕이시여, 대중들이 일이 있어서 건추를 이미 울렸습니다. 잠시 대중 사이에 들어가 그 일을 함께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난타가 말했다.
“구수여, 나는 지금 모양과 위의가 이와 같으니 어떻게 대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소? 만약 대중 속에서 여법(如法)한 일이 있으면, 나는 마땅히 여욕(與欲)11)을 하겠소.”
그리고는 곧 욕(欲)을 주었다.
그는 위탁받은 욕을 가지고 대중 가운데로 가서 그 일을 설명하였다.
한 사람이 일어나서 상좌 오파난타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덕께서는 죄가 있으시니 제가 힐문(詰問)하고자 합니다.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대덕께서는 아무 때 아무 곳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십니까? ‘내가 마땅히 너희들의 배를 터뜨리고 그 안의 창자를 꺼내서 서다림에 두르겠다’고 하신 것이 사실입니까?”
오파난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그에게 말했다.
“구수여, 어찌 이미 나은 부스럼을 긁어서 다시 손상시키려 하오? 이 일은 지난 일인데 어찌 수고롭게 입에 올리는가?”
“대덕이시여, 여래대사(如來大師)께서도 또한 과거의 일에 의거해서 제자들을 위해 계율을 제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데려다가 사치갈마(捨置羯磨)를 하였다. 대중이 흩어지고 나자 오파난타는 난타의 처소로 가서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난타가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이 있기에 갑자기 슬피 웁니까?”
“여러 흑발(黑鉢)들이 나를 참여시켜 놓고서 사치갈마를 했습니다.”
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그들이 나의 동생에게 갈마를 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마을과 성읍과 삼계(三界) 안에서 그 몸을 내쫓는 것과 같다. 아우에게 무슨 허물이 있는가? 그러나 나는 지금 거듭 거절해야겠다. 또 저 승가는 별중갈마(別衆羯磨)를 하여 작법(作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나는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말했다.
“대덕께서는 전에 욕(欲)을 주지 않으셨던가요?”
난타가 말했다.
“이같이 즐겁지 못한 일을 한다면 나는 욕(欲)을 주지 않겠다. 욕을 갖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나쁜 여욕(與欲)이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각자 싫어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먼저 번에는 욕(欲)을 주어 놓고서 뒤에 다시 후회하면서 ‘나에게 욕(欲)을 돌려다오. 너에게 욕을 주지 않겠다’라고 말한단 말인가?”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인연으로
모든 필추에게 알리셨다. …(생략)… 그 사실 여부를 물으시고 자세히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열 가지 이로움을 관(觀)해서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그 마땅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다른 필추에게 욕(欲)을 주어놓고 나서 뒤에 다시 후회하여 말하기를, ‘나에게 욕을 돌려 주시오. 당신에게 주지 않겠스니다’라고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또 ‘필추’란 이 법 가운데의 사람을 말한다. ‘욕을 주고 나서’란 먼저 이미 준다고 말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뒤에 다시’ 등은 욕(欲)을 찾는 말이다.
죄의 인연을 해석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먼저 욕(欲)을 주고 나서 뒤에 다시 후회하면서 대중들에게 말하기를 ‘나에게 욕을 돌려주시오. 나는 기꺼이 주지 않겠습니다’라고 한다면 곧 타죄(墮罪)를 얻는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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