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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8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36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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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36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36권


의정 한역


34) 족식학처(足食學處)

그대 박가범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실 때에 여러 필추들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일좌식(一坐食)을 할 때 늘 욕심이 적을 수 있어서 병 없이 기거하고 기력도 충분한지라 건강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느니라. 너희들도 역시 이같이 일좌식을 할지니, 일좌식을 하기 때문에 욕심을 적게 할 수 있어서 병 없이 기거하고 기력도 충분한지라 건강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처럼 일좌식을 하게 되면 이와 같은 공덕이 있었다. 당시 여러 필추들은 모두 일좌식을 하였다. 그러나 공양을 하려는 때에 아차리야(阿遮利耶)ㆍ오파타야(鄔波馱耶) 및 다른 나이 많은 필추들이 그곳에 오는 것을 보면, 곧바로 자리를 비켜줘야 했기 때문에 자리를 뜨고 난 뒤에는 충분히 먹으려 해도 다시는 먹을 수가 없었다. 이런 까닭에 음식을 적게 먹어서 얼굴빛이 누렇게 되고 몸이 수척해졌다.
세존께서 이를 보시고는 아시면서도 짐짓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내가 하루 일좌식을 하여 …(이하 생략)…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여러 필추들로 하여금 또한 일좌식을 하여 안락하게 지내도록 하였는데, 무슨 까닭에 여러 필추들이 얼굴빛이 누렇고 몸이 야위게 되었느냐?”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나는 일좌식을 하여 안락하게 지낼 수 있으니 너희도 또한 마땅히 일좌식을 하여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느니라’고 하시자, 그때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일좌식을 하였는데, 막 음식을 먹으려 할 때에 궤범사(軌範師)ㆍ친교사(親敎師)의 두 스승과 여러 장로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비켜주었습니다. 이미 자리를 뜨게 되면 음식을 충분히 먹으려 해도 다시는 먹지 못하게 되니, 이처럼 음식을 적게 먹은 까닭에
얼굴빛이 누렇게 되고 몸이 야위게 되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필추가 음식을 먹을 때 주어진 공양을 미처 먹지 못했다면 장로가 오더라도 마음껏 양을 채우도록 하고, 음식을 받고 난 뒤라면 마땅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 가르친 바대로 주어진 음식을 미처 먹지 않았을 때는 장로가 오더라도 마음껏 배불리 먹고, 만약 음식을 받고 난 뒤라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약간의 국과 나물류와 익힌 콩을 먹으면 곧 만족한 식사라고 말하면서 일어난 뒤에는 다시 먹지 못하였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그 몸이 모두들 수척해졌다.
세존께서 보시고는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내가 여러 필추들로 하여금 무릇 먹으려고 할 때에는 소금을 치고 나서도 그 주어진 음식을 뜻대로 먹지 못했을 경우에는 장로가 오더라도 마음대로 배불리 먹고, 만약 음식을 받고 난 후라면 다시 일어나지 말도록 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여러 필추들의 몸이 수척해서 즐겁지 못하냐?”
아난타는 곧 위의 인연을 갖추어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생략)…, 몸이 수척해서 즐겁지가 못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아난타에게 고하였다.
“다섯 가지 가단니식(珂但尼食)1)이 있으니, 그것을 먹으면 충분한 식사[足食]가 되지 못하느니라.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뿌리이며, 둘째는 줄기이며, 셋째는 잎이며, 넷째는 꽃이며, 다섯째는 열매를 말하나니, 이 다섯 가지를 먹으면 충분한 식사가 되지 못하느니라.
다섯 가지 포선니식(蒲繕尼食)2)이 있으니, 그것을 먹으면 충분한 식사[足食]가 되느니라. 무엇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밥[飯]이며, 둘째는 맥두반(麥豆飯)이며, 셋째는 보릿가루[麨]이며, 넷째는 고기[肉]이며, 다섯째는 떡[餠]을 말하나니, 이 다섯 가지를 먹는 것을 이름하여 충분한 식사[足食]라고 하느니라.
만약 필추가 먼저 씹어서 먹을 수 있는 다섯 가지 딱딱한 음식을 먹었다면, 나중에 다섯 가지를 끊어서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만약 필추가 먼저 다섯 가지의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다면, 다시는 마땅히 다섯 가지 딱딱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다시 먹는다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처럼 다섯 가지 씹어 먹는 음식을 충분한 식사[足食]라고 이름하지 않고, 다섯 가지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것을 충분한 식사라고 하게 된다.
당시 여러 필추들은
음식을 받아서 겨우 조금 먹다가 어떤 인연으로 일어난 뒤에는 만족하게 먹었다고 말을 하고서 다시 먹지를 못한 탓에 몸이 모두 수척해졌다.
세존께서 이를 보시고는 아시면서도 짐짓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내가 말하기를 다섯 가지 딱딱한 음식으로는 만족한 식사가 되지 못하고 다섯 가지 부드러운 음식이라야 비로소 충분한 식사가 된다고 해서 모두 배불리 먹도록 하였거늘, 어찌하여 필추들의 몸이 수척하냐?”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처럼 다섯 가지 딱딱한 음식을 만족한 식사라 부르지 아니하고 다섯 가지 부드러운 음식을 충분한 식사라고 하였나이다. 여러 필추들이 받은 음식을 겨우 조금 먹자마자 어떤 인연으로 일어난 뒤에는 만족한 식사를 하였다고 하고서 다시 먹지를 못하였나이다. 이런 인연으로 몸이 수척해졌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인연이 있고 나서야 바야흐로 충분한 식사가 되며, 또 다섯 가지의 인연이 있으면 충분한 식사가 되지 못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서 만족한 식사가 되는가? 첫째는 그 공양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고, 둘째는 이같은 공양을 누가 시여하는지 아는 것이고, 셋째는 받아서 먹을 줄을 아는 것이며, 넷째는 음식을 가릴 줄 아는 것이고, 다섯째는 그 위의를 거둘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그 공양이 무엇인지 아는 것인가 하면, 바로 다섯 가지 부드러운 음식과 다섯 가지 딱딱한 음식을 아는 것을 말하느니라.
누가 이같은 공양을 시여하는지 아는 것이란 남자인지, 여자인지, 반택가인지3) 아는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이 받아서 먹을 줄을 아는 것이냐 하면, 열 가지 음식을 남에게서 얻어 먹는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이 음식을 가릴 줄 안다는 것인가 하면, 열 가지 음식을 가리는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이 위의(威儀)를 거둘 줄 아는 것이냐 하면, 앉은 자리에서 그 음식 먹는 위의를 거두고 일어나는 것을 말하느니라.
이 다섯 가지 인연을 갖추어야 만족한 식사라고 이름하게 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 만족한 식사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인가? 음식이 아닌 것을 아는 것, 누가 주는지를 모르는 것, 얻어먹어서는 안 될 것을 아는 것, 음식을 그만 받아야 함을 아는 것, 아직 자리에서 떠나지 말아야 하는 때를 아는 것을 말하느니라.
이것을 다섯 가지 만족한 식사가 아니라고 부르느니라.
또 다섯 가지 만족한 식사가 있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청정(淸淨)한 음식이며, 둘째는 약간의 청정하지 못한 것이 섞인 음식이며, 셋째는 작정하고 먼저 손대지 않은 음식이며, 넷째는 약간
손을 대어서 섞인 음식이며, 다섯째는 그 본래의 공양하던 자리를 떠나간 것이니라.
이것을 이름하여 다섯 가지 만족한 식사[五種足食]라고 부르느니라.
또 다섯 가지 만족한 식사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있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청정하지 못한 음식이며, 둘째는 청정하지 못한 음식이 많이 섞인 것이며, 셋째는 작정하지 않고 먼저 손댄 음식이며, 넷째는 작정하지 않고 먼저 손댄 음식이 많이 섞인 것이며, 다섯째는 아직 본래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니, 이것을 일러서 다섯 가지 만족한 식사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 다섯 가지 만족한 식사가 있으니,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걸식하러 다니는 자를 보고 그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데, 필추가 대답하기를 ‘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하거나, 혹은 ‘공양을 받아 떠나간다’라고 하거나, 혹은 ‘쉬는 중’이라고 하거나, 혹은 ‘이미 충분히 먹었습니다’라고 하거나, 혹은 ‘이미 식사를 마쳤습니다’라고 한다면 이 다섯 가지는 모두가 결단코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말이니, 이 말을 할 때는 곧 만족한 식사라고 이름하느니라.
또 다섯 가지 만족하지 못한 식사가 있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걸식하러 다니는 필추를 보고 그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데, 필추가 대답하기를, ‘나는 공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하거나, 혹은 ‘공양을 받고 떠나간다’라고 하거나, 혹은 ‘쉬는 중’이라고 하거나, 혹은 ‘끼니 때를 기다린다’라고 하거나, 혹은 ‘끼니 때가 되었다’라고 한다면, 이 다섯 가지의 경우는 모두가 아직 결단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말이니, 이 말을 할 때에는 충분한 식사라고 이름하지 않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필추들은 양껏 먹고 나서는 거듭해서 음식을 받지 않아야 했다. 그때 육중필추는 음식이 충분했든 충분히 먹지 못했든 먹고 나서는 또 음식을 먹었다. 그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를 듣고는 부끄러이 여겨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게 그 음식이 충분하였든 충분하지 못하였든 간에 다시 음식을 받아먹는단 말인가?”
그리고는 이 인연을 갖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들을 모아놓고 묻고 대답하여 사실을 아셨다. 그래서 위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씀하시고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생략)…, 열 가지의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충분한 식사를 하고 난 뒤에 다시 먹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가 되느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여 마치셨다. 그때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집에 오시어 공양 드시기를 청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몸에 병이 났는데, 그 병든 필추를 간호하는 필추도 그 집에 가서 식사를 하였다. 그는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 아픈 필추를 위하여 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아픈 필추들은 그 음식을 다 먹을 수가 없었고, 간호하는 필추 역시 이미 충분한 식사를 하였으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또 구적(求寂)이나 정인(淨人)도 없어서 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남은 음식을 모두 한 쪽에 버리니 이내 큰 무더기가 되었다. 여러 마리의 까마귀들이 다투어 날아와서 그것을 먹자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그때 세존께서 이 소리를 들으시고는 이미 다 아시면서도 일부러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저 까마귀들이 무엇 때문에 소리를 내느냐?”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늘 어느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집에서 공양을 받으시도록 청을 하였사온데, 이 절에는 병든 필추들이 많아서 간병하는 필추가 음식을 가져왔나이다. 그 병든 필추들이 다 먹지를 못하고 간병인도 스스로 충분한 식사를 하였는지라 다시 먹을 수가 없었사오며, 구적(求寂)과 정인(淨人)도 없어서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음식을 절 밖에다 버렸더니 이내 큰 무더기가 되었나이다. 드디어 까마귀들이 다투어 날아와서 먹어대니, 그로 인하여 시끄러운 소리가 나게 되었나이다.”
세존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이제 마땅히 필추들을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게 하고, 그 시주는 복을 수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여식법(餘食法)을 만들어 다시 먹는 것을 허락하여야겠다.’
세존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여러 필추들에게 여식법을 만들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노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처럼 여식법을 만들어 식사하도록 허락하셨지만, 열 필추들은 어떻게 여식법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필추가 이미 충분한 식사를 마쳤는데도 다시 어떤 시주가
오작(五嚼)ㆍ오감(五噉)이나 맛있는 사식(似食)을 주고 그때 필추들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필추는 마땅히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그 음식을 받은 뒤에 그 음식을 갖고 아직 자리에서 떠나가지 않은 필추에게 음식을 보이면서 그 앞에 서서 이와 같이 말을 해야 한다.
‘구수여, 생각하소서. 저 필추 아무개는 이미 양껏 충분한 식사를 마쳤는데도 다시 가단니식(珂但尼食)과 포선니식(蒲繕尼食)을 얻게 되어서 다시 먹고자 하오니, 구수께서는 마땅히 저에게 여식법을 행하여 주십시오.’
그 필추는 마땅히 여식법을 행하되 두, 세 입을 먹고 나서는 ‘가져가도 좋습니다. 이 음식은 당신이 받은 물건이니 마음대로 먹도록 하십시오.’라고 한다.
그 필추는 작법(作法)을 마치고 나면 그 음식을 갖고 한 쪽에 가서 마음대로 양껏 먹으면 되느니라.
만약 이미 충분한 식사를 했는데도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여식법(餘食法)을 행하지 아니하고서 먹는다면 월법죄(越法罪)를 얻느니라.
다섯 가지 인연이 있으면 여식법을 행하지 않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경계 밖에 머무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니, 멀리 떨어진 곳이나, 막혀 있는 곳이거나, 배후에 있거나, 변방에 있거나,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이 이미 본래의 자리를 떠난 경우에는 모두가 여식법을 행하지 않느니라.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야만 여식법을 행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동일한 경계 안에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니, 가까이에 있거나, 막히는 것이 없는 곳이거나, 배후가 아니거나, 변방이 아니거나,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이 본래의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경우에는 여식법을 행하느니라.
다섯 가지 인연이 있는 경우에는 여식법을 행하지 않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경계 밖에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거나, 막혀 있는 곳이거나, 그곳에 담을 수 없거나, 손으로 받들어 가질 수 없거나, 마주 대한 사람이 이미 본래의 자리를 떠난 경우에는 여식법을 행하지 않느니라.
다섯 가지 인연이 있는 경우에는 여식법을 행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동일한 경계 안에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니, 가까이에 있거나, 막히는 것이 없는 곳이거나, 그릇으로 담거나,
손으로 물건을 받들어 가지거나, 마주 대한 사람이 아직 그 본래의 자리를 떠나지 않은 경우에는 이것을 이름하여 여식법을 행한다고 하느니라.
만약 그 한 사람이 여식법을 행하고 나면, 여러 필추들이 와서 함께 먹는 경우는 모두 죄를 범함이 없나니, 이것이 죄가 되는지 의심하지 말거라.”
그때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것과 계율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것을 찬탄하시고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수순법(隨順法)을 설해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의 것은 인연에 따라 개시(開示)하는 것이니라.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學處)를 다시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만족한 식사를 마치고 나서 여식법(餘食法)을 행하지 아니하고 또다시 먹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만족한 식사를 마쳤다’는 배불리 먹고 나서 그 본래의 자리를 떠난 것을 말한다. ‘여식법을 행하지 않는다’는 열 가지 등의 음식을 가지고 다른 필추에게 작법(作法)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거듭해서 먹는다’는 음식을 삼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만족한 식사[足食]를 하고서 만족한 식사라는 생각을 내다가 이를 의심하면 모두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족하지 못한 식사[不足食]를 하고서 만족하지 못한 식사라는 생각을 내다가 이를 의심하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족하지 못한 식사를 하고서 만족하지 못한 식사라는 생각을 내거나, 만족한 식사를 하고서 만족하지 못한 식사라는 생각을 내는 것은 범하는 것이 없다.”
그때 오파리(鄔波離)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죽을 먹는 것을 만족한 식사라고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오파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에 죽을 새로 익혔을 때에 숟가락을 세워서 넘어지지 않거나 혹은 손가락이나 국자로 떠올려도 그 자취가 없어지지 않을 정도의 죽을 먹는다면 만족한 식사라고 하느니라.”
“대덕이여, 어떤 보릿가루를 먹는 것을 이름하여 만족한 식사라고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막 물에 타서 저을 적에 숟가락을 세워도 넘어지지 않거나 혹은 다섯 손가락으로 떠올려서 그 자국이 없어지지 않을 경우에 이 보릿가루를 먹은 것을 만족한 식사를 한다고 하느니라. 또 오파리여, 무릇 이 묽은 죽과 묽은 보릿가루는 모두가 만족한 식사가 아니니라.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 미쳐서 그 마음이 고통에 휩싸인 경우를 말하느니라.”

35) 권타족식학처(勸他足食學處)
그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 안에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아내를 얻은 지가 오래 되었으나 끝내 자식이 없었다. 친척들도 모두 죽었으며 가세는 날로 가난해져서 해가 갈수록 빈궁해졌다.
남편이 그 아내에게 말했다.
“현수여, 내가 이제는 늙어서 다시는 생업을 꾸려나갈 수가 없으니 세속 일을 버리고 출가를 하고자 하오.”
그 아내가 대답했다.
“필경 신심이 있으시다면 마음대로 떠나셔도 좋습니다.”
장자는 드디어 길을 떠나 서다림에 이르러서는 나이 어린 필추를 보고 나아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제가 출가를 하고자 하니, 원하옵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제가 하고자 하는 바를 들어주십시오.”
필추가 대답했다.
“저는 지금 나이가 어려서 남을 위하여 출가하는 의식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저는 이곳에 처음 와서 대덕이 계신 곳에 이르렀으니, 저를 인도하여 다른 분을 가르쳐줌으로서 본래의 뜻을 이루어 출가하는 의식을 할 수 있게 해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나이 어린 필추에게는 친교사(親敎師)가 있었는데 항상 적정(寂定)을 닦느라 빈숲에 머물렀다. 그는 즉시 장자를 데리고 스승의 처소로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아뢰었다.
“오파타야(鄔波駄耶)여, 이 선남자가 훌륭하게 법률을 설하는 곳으로 출가를 하고자 합니다. 원하옵건대 친교사께 자비로운 마음으로 불쌍히 여겨서 그의 출가를 허락하여 주시고 아울러 구족계를 주십시오.”
친교사가 제자에게 말했다.
“구수여, 나는 틈이 없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차라리 백정이 되어서 늘 죽이고 해칠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출가를 허락해 구족계를 주고 나서도 가르치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느니라.”
제자가 말하였다.
“원컨대 친교사께서 그의 출가를 허락해 구족계를 주신다면, 제가 마땅히 독송하고 갈마하는 것을 가르치겠나이다.”
스승은 이 말을 듣자 이내 허락하고는
난법(難法)을 물어서 그의 청정함을 알았다. 드디어 출가를 허락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주면서 말하였다.
“현수여, 이 필추가 당신의 아차리야(阿遮利耶:軌節師)이니, 당신은 마땅히 그에게 갖가지 학업을 배우면서 나아가고 머무르는 것을 모두 물어보도록 하라.”
나이 어린 아차리야는 그에게 독송하는 것과 여러 가지 갈마를 가르쳤다. 늙은 제자는 이미 늙고 쇠약해서 기억할 수가 없자 자주 범하는 것이 있었다. 그러자 그 스승은 그에게 자주 무릎을 꿇게 하고 잘못을 말하게 하니, 늙은 제자는 생각하기를 ‘이 아차리야는 매일 나로 하여금 무릎을 꿇고 죄와 잘못을 말하게 하니, 나도 무슨 방편을 써서 그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말하도록 만들어야겠다’라고 하였다.
그때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집으로 와서 공양을 하시도록 청하였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옷을 입고 발우를 챙기셔서 모든 대중들을 거느리고 그 장자의 집으로 가셔서 공양을 마친 뒤에 그 장자를 위하여 묘법을 설하시고 여러 대중들과 함께 자리에서 떠나가셨다. 그때 나이 어린 스승과 늙은 제자도 따라서 나갔다가 잘 아는 이의 집에 이르렀다. 주인이 아뢰었다.
“성자여, 음식을 드십시오.”
필추가 말했다.
“저는 이미 식사를 마쳤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러시다면 ‘끼니 때’가 아직 지나지 아니하였으니 마음대로 가지고 가셔서 여식법(餘食法)을 하시고 저를 불쌍히 여겨 드시도록 하십시오.”
스승이 늙은 제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하고 싶습니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몫을 가지고 절 밖의 연못가에 이르렀다.
스승이 늙은 제자에게 말했다.
“당신이 물을 길러오면 여식법을 하겠습니까?”
늙은 제자가 말했다.
“내가 여식법을 하겠습니다.”
스승은 곧 물을 뜨러 갔다. 늙은 제자는 절에 들어가자 아직 만족한 식사를 하지 못한 필추에게 가서 자기 몫을 가지고 여식법(餘食法)을 하고 스승의 몫은 여식법을 하지 않았다. 스승은 물을 가지고 절 안에 들어오자 물었다.
“구수여, 여식법을 행하였습니까, 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했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음식을 먹었다. 스승이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늙은 제자가 말하였다.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범한 일을 꾸짖고자 합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늙은 제자가 말했다.
“스승께서는 지금 죄가 있으니 마땅히 법답게 뉘우쳐야 합니다.”
“나는 그러한 죄를 인정하지 못합니다.”
“여식법을 행하지 않고 음식을 먹었습니다.”
“구수여, 내가 당신이 여식법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묻지 않았던가요? 당신은 이미 했다고 말을 해놓고 어찌하여 음식을 다 먹고 나자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하는 것입니까?”
“저의 몫에 대하여는 했지만 스승의 몫에 대해서는 하지 않았습니다.”
스승이 말했다.
“구수여, 나는 그러한 죄를 인정하지 못합니다. 이 도리대로라면 당신에게 마땅히 허물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가지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필추들은 이 일을 듣는 즉시 비루하게 여기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여식법을 행하지 않은 음식인 줄을 알면서도 일부러 남으로 하여금 먹게 할 수 있는가?”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여러 필추들을 모으시고, ……문답한 인연의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와 같다. …… 또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필추가 아직 여식법(餘食法)을 행하지 않은 음식인줄 알면서도 일부러 남으로 하여금 먹게 할 수 있는가?”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이하 생략)…, 열 가지의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그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어떤 필추가 다른 필추가 만족한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여식법을 행하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를 권하여 다시 먹게 하되, ‘구수여, 마땅히 이 음식을 드십시오’라고 말을 함으로써 그를 범하게 만들고 고뇌를 일으키게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늙은 필추를 말하는 것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안다’고 함은 스스로 헤아려 알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말해주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필추’라는 것은 이 여식법에 머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충분한 식사를 마쳤다’는 것은 배불리 먹기를 마쳤다는 말이다.
‘여식법을 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마주 대하지 아니하고 그가 음식을 먹지 않은 것을 말한다. ‘권한다’는 거듭 먹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범하게 하려는 것을 말한다.
죄가 되는 뜻풀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다른 사람이 만족하게 식사를 한 후에 여식법을 행하지 않은 줄을 알면서도 그를 권하여 먹게 하되, ‘이것은 씹어 먹고, 끊어먹을 만합니다’라고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36) 별중식학처(別衆食學處)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갈란탁가 연못의 죽림원(竹林園) 안에 계셨다.
그때 제바달다(提婆達多)는 많은 필추들과 함께 절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별도의 무리가 되어 식사를 하니, 그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모두 언짢은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절 가까운 곳에 머무르면서 별도의 무리가 되어 식사를 한단 말인가?”
이 인연을 갖추어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는 필추들을 모으셨다.
“……문답한 인연을 자세히 말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나아가 어떻게 필추가 별도의 무리를 만들어 식사를 하는가?”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몇 가지 이익이 있는 까닭에 여러 필추들에게 그 학처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별도의 무리가 되어서 식사를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여 마치셨다.
그때 많은 필추들이 몸에 병이 나서 한 의사가 절 안에 왔다.
여러 필추들이 물었다.
“구수여, 이 필추가 몸에 병이 났으니 처방을 해주십시오.”
“성자여, 마땅히 이러이러한 약을 복용하고 아울러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합니다.”
병이 난 필추가 말했다.
“누가 능히 베풀어 줄 수 있습니까?”
의사가 말했다.
“제가 해드릴 수 있습니다.”
필추가 말했다.
“모든 스님네들에게 모두 베풀어 줄 수는 없습니까?”
“모든 스님네가 아니라 당신이 병이 났으니 당신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셔서 별도의 무리가 되어 먹는 것을 허락지 않으십니다.”
의사가 말했다.
“당신의 스승께서는 자비로우시니 이 일로 인한다면 반드시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갖추어 아뢰니,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병으로 인한 경우에는 제외한다.”
또 여러 필추들이 탑을 쌓는 일과 대중의 일을 처리하느라 몸이 극히 피곤해지자 아무데나 쓰러져 누워서 선품(善品) 닦기를 그만 두었다. 그때 신심이 있는 장자들이 절에 들어왔다가 보고서 물었다.
“성자여, 부처님의 교법(敎法)은 정근(精勤)에 힘쓰는 것인데, 어찌하여 낮에 누워 자면서 선업(善業)을 닦지 않으십니까?”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현수여, 나는 몹시 배가 고픕니다.”
“어찌하여 조금 드시지 않습니까?”
“누가 마땅히 나에게 주겠습니까?”
“제가 드리겠습니다.”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일체의 모든 스님들에게 베풀 수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모든 스님네들이 아니라 스님이 괴로우시니 스님께 드리겠습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셔서 별도의 무리가 되어 음식을 먹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자비롭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계시니, 이 일로 인한다면 반드시 허락하여 주실 것입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갖고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일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또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의 무리와 함께 길을 가다가
한 마을에 이르러 걸식할 때가 되자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잠시 동안만 머물러 주십시오. 우리가 마을에 들어가 약간의 음식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상인이 말했다.
“성자여, 이곳은 길이 험하고 도적들이 많으니 저희를 따라 오도록 하십시오. 저희가 마땅히 음식을 드리겠습니다.”
필추가 말했다.
“모든 스님들에게 베풀 수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할 수 없습니다. 힘에 따라 두서너 분께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필추가 말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셔서 별도의 무리가 되어 먹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그때에 여러 필추들이 모두 먹지를 못하였다.
……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나아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길을 갈 때에는 제외한다.”
또 여러 필추들이 배를 타고서 세상을 널리 돌아다니다가 한 마을에 이르렀다. 필추들이 뱃사람들에게 말했다.
“잠시 머물러 주십시오. 우리가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려고 합니다.”
“이곳은 강물이 험하고 도적들이 많으니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희가 여러분께 음식을 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에게 주겠습니까, 모두에게 주겠습니까?”
“저희들이 많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네다섯 분이라면 드릴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 계율을 정하셔서 대중들과 다르게 먹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모두가 하루 동안 먹지를 못하였다.
이 인연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배를 타고 다닐 때는 제외한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5년이나 6년의 정계(頂髻)를 기념하는 무차대회가 열렸다. 그때 수많은 필추들이 모두 모였는데, 청정하고 신심이 있는 거사들이 별도로 필추를 청하여 말하였다.
“성자여, 오셔서 공양을 드십시오.”
“한 사람에게 하는 것입니까, 모두에게 하는 것입니까?”
“저희는 모든 분들을 모실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삼십 여 분께 힘닿는 대로 공양을 드릴 수 있습니다.”
“현수여,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셔서 대중과 별도로 먹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회를 여는 때에는 제외한다.”
그때 영승왕(影勝王)은 사제법을 깨닫지 못했을 때는 죽림원(竹林園)을 맨몸의 외도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청정한 믿음이 생기면서 진리를 알고 나서는 드디어 외도들을 물리치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받들어 보시하고 수용(受用)하게 되었다. 이때 영승왕의 외삼촌은 외도로 출가하였다. 왕이 스님네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나의 외삼촌입니다. 원컨대 잠시 머무르게 하였다가 과실을 범하지 않을 때까지는 이곳에 머물러 있게 하시고, 과실을 일으키거든 마땅히 내보내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왕은 스스로 먹을 것을 공급하였다. 모든 필추들은 초후야(初後夜)에 마음의 혼침을 경계하면서 각성하고 사유했는데, 외도가 그것을 보고 나서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일으켜 필추에게 말하였다.
“제가 필추께 먹을 것을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한 사람에게 공양을 베풀겠습니까, 모두에게 하겠습니까?”
“저는 많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의 음식은 왕이 계시는 곳에서 오는 것이니 열 분이나 혹은 스무 분이라면 일이 가능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대중들과 별도로 음식을 먹는 것을 허락지 않으십니다.”
필추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문이 음식을 베풀 때에는 제외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욕심이 적은 두타행과 계율을 존중하는 것을 찬탄하면서 설법을 하신 뒤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비로소 제정한 것이고, 이번 것은 인연에 따라 개시하는 것이니라. 내가 이제 학처를 제정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대중과 별도로 음식을 먹는다면 나머지 때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나머지의 때란 병이 났을 때와 일을 할 때와 길을 갈 때와 배를 타고 갈 때와 대중들이 먹을 때와 사문이 먹을 것을 베푸는 때가 그것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제바달다(提婆達多)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대중과 별도로 먹는다’는 대중이 따로따로 해서 먹는 것을 말한다. ‘나머지의 때를 제외한다’는 별도로 정해놓은 때를 이르는 말이다. ‘병이 난 때’란 밥을 먹을 동안에 편히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일을 할 때’란 탑이나 대중의 일로서 자리를 깔아 놓거나 땅을 쓰는 일, 혹은 소가 누워 있는 곳을 바르고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길을 갈 때’란 길을 나서서 반역(半驛) 혹은 1역(驛)을 왕래하는 것을 말한다. ‘배를 타고 간다’는 다른 배를 얻어 타고 반역(半驛)이나 1역(驛)을 가는 것을 말한다. ‘큰 모임’이란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말한다. ‘사문(沙門)’이란 불법(佛法) 이외의 여러 외도의 무리들도 또한 사문이라고 이름한 것이니, 그가 몸을 수고롭게 하여 도를 구한 까닭이다. 이것은 인연에 따라 개시하는 것이니 죄가 되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동일한 경계 내에서 동일한 경계라는 생각을 짓고 의심하면서 대중들과 별도로 음식을 먹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를 얻는다. 만약 경계 밖에 있으면서 경계 안이라는 생각을 짓고 의심하면서 대중과 별도로 음식을 먹는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경계 밖에 있으면서 경계 밖이라는 생각을 짓는 것과 경계 안에 있으면서 경계 밖이라는 생각을 짓는다면 범하는 것은 없다.

무릇 주처(住處)라고 말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근본주처(根本住處)이며 둘째는 원외주처(阮外住處)이다. 만약 본처(本處)에서 필추가 식사를 할 때에는 마땅히 원외의 필추에게 함께 와서 먹을 것인지 여부를 물어야 한다. 만약 묻지도 아니하고 먹는다면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원외의 필추가 식사를 할 때에는 마땅히 본처의 필추에게 와서 같이 먹을 것인지 여부를 물어야 한다. 만약 물어서 알아보지 아니하고 네 사람이 함께 먹는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세 사람은 먹고 한 사람은 먹지 않거나, 세 사람은 구족계를 받고 한 사람은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고 먹는다면 모두가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먹을 것을 그에게 보내되, 소금 한 숟가락이나 혹은 풀잎 한 움큼까지라도 그 대중의 처소에 주어서 먹게 한다면 모두가 범하는 것이 없다. 혹은 때에 시주(施主)가 ‘이곳에 들어오기만 하면 내가 모두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라고 말을 한다면, 혹은 시주가 별도의 방을 만들고 베풀면서 ‘나의 이 방 안에 머무는 자에게는 내가 모두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라고 말을 한다면, 이 또한 허물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니, 나머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다.”

37) 비시식학처(非時食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대목건련(大目犍連)은 열일곱 명의 대중에게 출가를 허락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주면서 연소한 오파리(鄔波離)를 상수(上首)로 삼았는데 모두가 어려서 혈기가 왕성하였다. 아침을 먹을 때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이때 탐애(貪愛)로 가득 찬 나이 어린 여인들이 열일곱 명의 어린 필추가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하는 것을 보자, 모두가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필추들은 어려서부터 자랄 때까지 어머니의 수고로 양육되었다. 그런데도 일찍이 그 덕을 갚은 일도 없이 그냥 버리고 출가를 하였으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생(生)을 마칠 때에 입속에 흙이 채워져서 구덩이에 버려지지 않는다는 것인가?”

열일곱 명의 대중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모두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함께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 차라리 곡식을 먹지 아니하고 굶주림을 참을지언정 다시는 집을 돌아다니면서 남에게 나쁜 말을 듣지는 말아야겠다.”
각자 절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먹지 아니하고 머물렀다. 밥을 먹은 힘이 아직 다 없어지지 않은 때까지는 여러 선품(善品)을 닦았으나, 밥을 먹은 힘이 다 없어지고 나자 모두가 쓰러져 누웠다.
그때에 오파난타가 보고서 물었다.
“너희들 열일곱 대중이 남이 시주한 물건을 먹었으니 배[腹]야 어찌 다르겠느냐? 어찌하여 배불리 먹고서 누워 선품(善品)을 닦지 않는가?”
그들이 말했다.
“대덕이시여, 누가 배불리 먹었단 말씀입니까?”
“너희들 말이다.”
열일곱의 대중은 곧 위의 일을 가지고 말하여 주었다.
오파난타는 말을 듣고 나자 묵묵히 가버렸다. 이때 속인의 무리들이 원림(園林) 가운데에서 놀다가 해가 이미 정오를 지났다. 열일곱의 대중들도 그들의 배를 어루만지며 가타(伽他)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아름답고 묘한 가르침이
온 세상에 가득 차 있도다.
괴로움 가운데에 배고픔보다 더한 것 없으니
이 말이 가장 실답도다.

사람들이 보고서 물었다.
“성자께서는 음식을 드시고 싶으십니까?”
“먹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갖자 드리자 그들은 모두 양껏 먹었다. 이미 배가 부르고 나자 각자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서 두 사람씩 서로 따르면서 높은 소리로 송(誦)을 익혔다.
그때 오파난타가 송을 익히는 소리를 듣고서 그곳에 와서 물었다.
“너희들 열일곱 대중은 어떤 연고로 이번에는 정진을 일으켜서 높은 소리로 송을 익히는가? 평상시보다 두 배나 다르구나.”
열일곱의 대중이 대답하였다.
“어찌 일찍이 듣지 못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마음이 기쁘고 즐거우면 능히 법의(法義)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 좋은 음식을 얻었느냐?”
“저 원림(園林) 안에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조금 전에 내가 너희에게 물을 때는 모두 배가 고프다고 하더니, 무슨 까닭으로 배가 부르다고 하느냐? 어떻게 너희들이 한낮이 지난 때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
“오전에는 음식을 얻지 못하였고 정오가 지나서는 미음조차 먹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저희가 배고픔을 참고 죽기를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언짢게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다들 이렇게 말하였다.
“어떻게 필추가 한낮이 지난 때에 음식을 먹는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세존께서는 곧 대중들을 모으시고…… 문답한 연기(緣起)의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와 같다…… 나아가 “어떻게 필추가 한낮이 지난 때에 음식을 먹느냐?” 하셨다. 이렇게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한낮이 지나서 때 아닌 때에 음식을 먹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열일곱의 대중을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때 아닌 때’라고 말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정오를 지난 것을 이르는 말이고, 다음은 하늘이 훤하게 동이 트는 첫 새벽 이전을 말하는 것이다. 죄를 맺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때 아닌 때에 때 아니라는 생각을 내고 의심하면서 음식을 먹는다면 바일저가이다. 만약 제때에 때 아닌 때라는 생각을 내고 의심하면서 음식을 먹는다면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제때에 제때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때 아닌 때에 제때라는 생각을 일으켜서 먹는다면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니, 나머지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38) 식증촉식학처(食曾觸食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가라(哥羅)의 평상시 법에서는 매번 마을에 머물며 아침을 먹을 때는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차례로 걸식을 하며 위의(威儀)를 자세히 살펴서 여러 근(根)을 막고 보호하며 염주(念住)4)를 잘 닦았다. 만약 음식을 얻게 되었을 때 습기가 있는 밥이면 발우에 받고, 마른 밥이면
발우 수건 안에 넣어 둔다. 이미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가지고 있는 젖은 밥은 그날로 먹고, 마른 밥은 볕에 말려서 항아리 안에 두었다가 바람이 불고 춥고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에 따뜻한 물에 불려서 음식으로 충당하였으며, 이미 그것을 배불리 먹고 나면 곧 정려(精慮)ㆍ해탈(解脫)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5)의 미묘한 즐거움을 받았다.
제불(諸佛)의 상법(常法)은 세간(世間)에 안주하면서 가끔 이 세간내의 날락가(捺洛迦)ㆍ방생(傍生)ㆍ아귀(餓鬼)ㆍ인(人)ㆍ천(天)의 모든 취(趣)와 산림(山林)ㆍ하간(河㵎)의 시체를 두는 곳에 가거나 혹은 필추의 머무는 곳에 가서 관찰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연은 필추의 주처(住處)를 관하는 것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구수 가라(哥羅)가 머물고 있는 방에 가서 마른 밥을 볕에 말리는 것을 보고는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여기서 볕에 말리는 것은 누구의 마른 밥이냐?”
아난타는 가라가 걸식하는 일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앞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씀드렸다. ……나아가 미묘한 즐거움을 받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필추로서 증촉식(曾觸食)6)을 먹는 자가 있느냐?”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대중을 모으시고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적정(寂靜)치 못함을 나무라시고 지족행(知足行)을 찬탄하시면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히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일찍이 손을 댄 음식을 먹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가라(哥羅) 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일찍이 손을 댔다’고 하는 것에는 두 가지 촉(觸)이 있으니, 하나는 정오가 지나서 받았다가 다시 손을 대는 것을 말하고, 다음은 정오가 지나서 받았다가 다시 손을 대는 것을 말한다. 만약 필추가 그것이 증촉식(曾觸食)인 줄을 알면서도 작법(作法)을 행하지 아니하고 거듭해서 그것을 먹는다면 죄가 되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일찍이 먹으려고 손댄 음식에 대하여 먼저 손을 댔다고 생각을 내서 의심하며 먹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다.
만약 증촉식이 아닌 것에 대하여 일찍이 손을 댔다는 생각을 내서 의심하며 먹는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손을 대지 않은 것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혹은 손을 댄 것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은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필추들이 한 번 사용한 발우를 깨끗하게 잘 닦지 아니하고 작은 발우든 숟가락이든 구리로 만든 잔이든 소금 그릇이든 그것으로 먹고 마시는 경우에는 모두가 바일저가(波逸底迦) 죄를 얻느니라. 만약 손으로 발우 주머니나 행주나 석장(錫杖)이나 문의 자물쇠나 열쇠와 같은 물건들을 만지거나, 그것들을 손에 쥐고 나서 손을 깨끗이 씻지 아니하고 다른 음식이나 과일 같은 것을 손에 쥔다면, 그것을 삼키는 때에는 모두가 바일저가 죄를 얻느니라.
만약 필추가 물을 마시려 할 때에 입을 깨끗이 씻지 아니하면 물을 삼킬 때에 악작죄를 얻느니라. 만약 녹두ㆍ팥 따위를 갈아서 만든 가루비누나 흙 같은 것으로 청정하게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할 경우에는 범하는 것이 없느니라.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니, 나머지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39) 불수식학처(不受食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대가라(大哥羅) 필추는 어느 때에나 항상 심마사나처(深摩舍那處)7)의 발우를 쓰며, 심마사나처의 옷을 입으며, 심마사나처의 음식을 먹으며, 심마사나처를 이부자리로 삼아 사용하였다.
무엇을 심마사나 발우라고 하느냐 하면, 만약 어떤 사람이 죽어서 들이나 밭에 버려지면 그때 필추들이 단지를 가지고 제기(祭器)로 삼아 쓰는데, 대가라는 그것을 가져다가 발우로 충당하여 쓴 것이다.
무엇을 죽은 사람의 옷이라 하느냐 하면, 여러 친족들이 옷을 시신에게 입혀서 들에다 버리면, 그때 대가라는 그것을 가져다가 물을 들이고 바느질을 하여 옷을 만들었던 것이다.
무엇을 죽은 사람의 음식이라고 하느냐 하면, 여러 친족들이 다섯 가지 단식(團食)8)으로
죽은 이의 영혼에 제사지내는데, 대가라는 그것을 가져다가 먹을 것으로 충당하였던 것이다.
무엇을 죽은 사람의 이부자리라고 하느냐 하면, 이 대가라 필추는 항상 시체가 있는 곳에 있으면서 누워 잠을 잤던 것이다.
이것을 시체를 버리는 곳의 발우ㆍ옷ㆍ음식ㆍ이부자리라고 이르는 것이다.
만약 죽은 사람이 많을 때에는 대가라의 몸도 살이 쪄서 자주 성 안으로 가서 걸식하지도 않았으며, 만약 죽은 사람이 없을 때에는 대가라의 몸도 야위고 수척해서 자주 성 안으로 가서 집집마다 걸식을 하였다.
이때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마음속으로 추측하기를, ‘대가라 필추는 만약 죽은 사람이 많으면 살찌고 죽은 사람이 적으면 몸이 수척해지니, 혹시 성자 대가라는 죽은 사람의 살을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이 성안에 있는 한 바라문이 아내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딸을 하나 낳았다. 딸이 크게 자랐을 때 아버지가 죽었는데, 그때 친족들을 엄숙하게 장례를 갖추어 시체를 버리는 숲으로 가서 화장을 한 뒤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아내와 딸은 한 쪽에서 곡을 하고 있었다. 대가라는 시신이 불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딸이 보고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지금 이 성자 대가라는 마치 눈이 하나 뿐인 까마귀처럼 죽은 시신을 지키면서 머물러 있군요.”
어떤 사람이 그 말을 듣고 필추에게 말해주었다. 필추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바라문의 딸은 스스로를 해친 것이니라. 우리 성문제자(聲聞弟子)의 덕은 수미산과 같거늘 거칠고 악한 말로 업신여기고 헐뜯었으니, 이 악업으로 인해 오백생(五百生) 동안에 항상 눈이 먼 까마귀가 될 것이다.”
원근(遠近)의 사람과 대중들이 세존께서 그 바라문의 딸에게 오백생 동안 항상 눈먼 까마귀가 되리라고 수기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 어머니는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우리 딸이 오백생 동안을 항상 눈먼 까마귀가 되리라고 수기하시니, 어찌하여 심한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까?”
어머니는 곧 딸을 데리고 세존이 계시는 곳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悲이 어린 딸을 용서하소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 독하게 해칠 마음으로 함부로 그 말을 한 것은 아니니, 원컨대 용서하여 주시기 바라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찌 내가 나쁜 주문을 하여 딸에게 업보를 받게 하겠느냐? 이 딸 아이는 경솔한 마음과 거친 말 때문에 축생 가운데에 떨어지는 것이다. 만약 나쁜 마음을 거듭하면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여인은 듣고 나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때 성 안의 문지기가 ‘구수 대가라가 죽은 사람의 살을 먹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또 그 소녀가 말한 나쁜 말을 들었다.
여러 사람들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시체를 버리는 숲에 가서 ‘구수 대가라가 죽은 사람의 살을 먹는다’고 하는 그 사실의 허실(虛實)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러면서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그 허실을 알 수 있을 것인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죽은 사람의 모양을 하게 한 뒤에 여럿이 그를 싣고 시체를 버리는 숲으로 가도록 하자.”
드디어 한 사람을 시켜서 죽은 사람의 형상을 하게 하였다.
그 사람이 말했다.
“어떻게 그로 하여금 내 살을 먹게 하겠는가?”
사람들이 말했다.
“당신은 걱정할 것이 없다. 우리가 마땅히 보호해주겠다.”
그는 곧 죽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서 황강(黃薑)9)과 기름을 온 몸에 바른 뒤에 상(床) 위에 누웠다. 사람들은 제식오단(祭食五團)을 설치하고 함께 상여를 메고 시체를 버리는 곳으로 갔다. 대가라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시신을 메고 나가는 것을 보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되돌아가서 이 오단(五團)을 먹어야겠다. 어느 겨를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고생을 하며 구걸을 할 것이냐?’
거짓으로 죽은 체하고 있던 사람은 필추가 되돌아오는 것을 보자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대가라가 와서 반드시 나를 먹으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가 함께 보호해줄 테니 당신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상여가 시체를 버리는 숲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그를 땅에다 두고 각자 수풀 속으로 들어가 그 필추를 엿보았다. 그때 한 마리의 들짐승이 시체가 있는 곳에 와서 그 오단(五團)을 먹으려 하였다.
대가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느닷없이 이 들짐승이 제사지내는 음식을 먹어버리면
내가 하루 동안 굶주리게 되겠구나.’
그는 곧바로 달려가서 들짐승을 내몰았다. 죽은 체하고 있던 사람은 필추가 오는 것을 보자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나를 먹는다, 나를 먹어.”
사람들은 각기 몽둥이를 쥐고 그곳에 와서 필추에게 말했다.
“성자여, 당신은 대선(大仙)의 옷을 입고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였는데, 다시 이제 무거운 악업을 짓고 있군요.”
필추가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였나요?”
“당신은 사람의 살을 먹었습니다.”
“당신들은 내가 칼을 잡고 살을 베어 먹는 것을 보았나요?”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시 물었다.
“만약 그러하시다면 어찌하여 죽은 사람의 곁으로 빠르게 달려갔습니까?”
가라(哥羅)가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야간(野干)이 제사 음식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야간이 그것을 먹어 버리면 내가 굶주리기 때문에 빨리 그것을 쫓으려고 하였던 것이지 나쁜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다고 말하든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은 당신이 사람을 먹는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함께 떠나가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했다. 필추들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 들으시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무릇 모든 필추들이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탓에 이런 허물이 생긴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내가 이제 모든 필추들에게 법도에 맞는 음식을 받으라고 명해야겠으니, 이는 그들로 하여금 도를 증득케 하려는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바와 같이 받아서 먹게 되었는데, 여러 필추들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받음이 있다. 첫째는 몸으로 주고 몸으로 받는 것이며, 둘째는 몸으로 주고 물건을 받는 것이며, 셋째는 물건으로 주고 몸으로 받는 것이며, 넷째는 물건으로 주고 물건으로 받는 것이며, 다섯째는 땅에다 두고서 받는 것이니라.
무엇이 몸으로 주고 몸으로 받는 것이냐 하면, 남이 손으로 주고 손으로 그것을 받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무엇이 몸으로 주고 물건으로 받는 것이냐 하면, 남이 손으로 주고 그것을 발우로 받는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이 물건으로 주고 몸으로 받는 것이냐 하면, 남이 발우로 주고 그것을 손으로 받는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을 물건으로 주고 물건으로 받는 것이냐 하면,
남이 발우로 주고 그것을 발우로 받는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이 땅에다 두고서 받는 것이냐 하면, 너희들 필추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어느 변방의 나라는 사람들이 그 근기가 천박하여 부모ㆍ형제ㆍ자매에 이르기까지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많아서 서로 보살피지 않는다. 만약 필추가 그 나라에 갔을 때에는 거리의 걸식하는 곳에서 작은 만다라(曼茶羅)의 단(壇)을 만들고 그 위에 발우를 놓고 한 쪽 가장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이때 발우를 인연하여 먹을 것을 베푸는 자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발우 안에 넣도록 하는 것이니, 이를 이름하여 받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 다섯 가지 받음이 있나니, 혹은 상(床)이나, 혹은 자리[座]나, 혹은 마른 나무[桔]나, 혹은 옷이나, 혹은 발우가 그것이니라. 필추가 조심스럽게 손으로 그 한 가장자리를 받들어서 그로 하여금 쉽게 놓게 하는 것을 모두 받는 것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다섯 가지 음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있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경계 밖에 있거나, 혹은 먼 곳이나 막힌 곳에 있거나, 혹은 변방에 있거나, 혹은 배후(背後)에 머무르거나, 혹은 때로 합수(合手)를 한 것을 말하니, 이것을 다섯 가지 베푸는 음식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다섯 가지 음식을 받게 되는 것이 있나니, 위의 것과 상반됨을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라.”
청정한 믿음을 가진 바라문 거사가 갖가지 좋은 과실을 가지고 필추에게 공양을 올렸는데, 필추가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사람들이 필추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직 세간에 나오지 아니하셨더라면, 저희들은 모두 외도들을 복전(福田)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미 세간에 출현하셔서 저희들은 당신들을 복전처(福田處)로 여기고 있는데, 저희들이 베푸는 바를 당신들께서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이 어찌 이 훌륭한 자량(資糧)을 버리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갈 수 있겠습니까? 원하옵건대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저희를 위하여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받아 가져서 작정(作淨)10)을 하고서 먹도록 하여라.”
필추들은 어떻게 작정을 하는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작정이 있느니라.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느냐 하면, 화정(火淨)ㆍ도정(刀淨)ㆍ조정(爪淨)ㆍ언건정(蔫乾淨)ㆍ조탁정(鳥啄淨)이니,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라고 하느니라.
다시 다섯 가지 작정이 있나니, 발근정(拔根淨)ㆍ수절정(手折淨)ㆍ절단정(截斷淨)ㆍ벽파정(劈破淨)ㆍ
무자정(無子淨)을 말하느니라.
무엇을 화정(火淨)이라 하느냐 하면, 불에 닿은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을 도정(刀淨)이라 하느냐 하면, 칼로 손상된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을 조정(爪淨)이라 하느냐 하면, 손톱으로 손상시킨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을 언건정(蔫乾淨)이라 하느냐 하면, 저절로 시들고 말라서 씨앗으로 쓸 수 없게 된 것을 말하느니라.
무엇을 조탁정(鳥啄淨)이라 하느냐 하면, 새가 부리로 쪼아서 못쓰게 된 것을 말하느니라. 이 다섯 가지는 쉽게 알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작정(作淨)을 하고 먹도록 하였다. 필추는 곧 하나하나 작정을 하느라고 드디어 정오가 지나도록 먹지를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갖고 있는 과일 등을 한 데 모아서 불과 칼을 가지고 서너 군데 불에 대고 손상시키면, 이것을 정(淨)했다고 이름하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과일을 받아서 적법하게 먹었다. 여러 필추들은 하나하나 따로 받느라고 정오를 넘겼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것마다 모두 취하되 따로 받지 말도록 하여라.”
또 승가의 정인(淨人)이 과일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나누어 줄 때에 고르게 하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구적(求寂)을 시켜서 차례로 돌아가면서 나누어 주게 하여라.”
이번에도 또한 고르게 하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대필추(大苾芻)가 받아서 스스로 나누어 주도록 하여라.”
여전히 고르게 하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상ㆍ중ㆍ하의 세 가지로 나누어서 좋고 나쁜 것을 살펴 고르게 주도록 하여라.”
나누어 주는 사람이 그 과일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마땅하게 얻은 몫을 나누어 주려고 하니, 나쁜 것을 얻은 사람도 있었고 혹은 하나도 없는 사람도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먼저 몫을 나누도록 하여라.”
그래서 좋은 것을 나누게 되자 필추가 미움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의 두 스승은 마땅히 몫을 받게 하여라.”
여전히 좋은 것을 얻은 자는 곧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상좌가 되는 순서대로 받도록 하여라.”
자리에서 가까이 있는 필추가 일어나서 받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일어나서 받지 않도록 하고 앉은 자리에서 손을 뻗어서 받도록 하여라.”
발우 안에 놓을 때에 과일이 굴러 떨어지자 필추가 다시 받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다시 받지 말도록 하여라. 손이 미치는 대로 취하여 먹도록 하고,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거든 마땅히 다시 받도록 하여라.”
필추가 과일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나누어 줄 때에 그릇이
무겁고 커서 혼자서는 들 수가 없었다. 속인이 와서 보고는 그에게 말했다.
“대덕이시여,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필추가 허락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함께 하도록 하여라.”
필추가 속인과 함께 각각 한 쪽 끝을 잡았는데, 속인이 앞쪽을 잡고 필추가 뒤쪽에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여라. 필추가 마땅히 앞쪽을 받아서 한 쪽 끝을 잡고 난 뒤에 속인으로 하여금 잡게 하여 함께 하도록 하여라.”
속인이 먼저 내려놓고 필추가 나중에 내려놓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여라. 필추가 먼저 놓고 속인이 나중에 놓도록 하여라.”
필추가 차례로 돌아가면서 나누어 줄 때에 여러 필추들은 다시 받아서 먹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필추 쪽에서 받게 된다면 예전에 받은 것이 되고, 만약 속인 쪽에서 받게 된다면 새로 받은 것이 되느니라.”
어떤 청정한 신심이 있는 시주(施主)가 항아리에 소(酥)와 꿀과 기름, 그리고 사탕을 가득 가지고 와서 그 자리에 계신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는데, 모든 필추들이 받으려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받아서 필추가 돌아가며 나누어 주도록 하여라.”
나누어 줄 때에 옷을 더럽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풀을 가지고 지우도록 하여라.”
땅에 두게 되면 항아리가 기울어졌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래에다가 받치는 물건을 두도록 하여라.”
소와 꿀을 나누어 주고 나서 항아리는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니, 그가 말했다.
“성자여, 우유와 꿀을 보시하였는데, 어찌 항아리는 보시하지 않겠나이까? 이것도 또한 당신들께서 필요한 대로 쓰십시오.”
필추들은 깨끗하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가져다가 깊은 물속에 넣고 칠팔일 동안 담가두어라. 여러 고기와 자라들이 기름때를 먹기를 기다렸다가 승가에게 주어 부엌에서 쓰게 하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법도에 맞는 음식만 받도록 하였다. 육중필추는 받은 것이든 받지 않은 것이든 그것을 가져다가 먹었다. 욕심이 적은 필추가 그것을 보고는 언짢게 여겼다.
“어찌하여 필추가 일부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겨가면서 받지 않은 것을 먹는단 말인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모으시고는 그 사실 여부를 물으셨다.
“……자세히 말씀하신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나아가 모든 필추들을 위하여 열 가지 이로움이 있는 까닭에 그 마땅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시주받지 않은 것을 집어서 입 안에다가 넣고 삼킨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셨다.
당시 어떤 절의 필추가 물과 양치하는 나무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어서 곧 아란야처를 떠나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세존께서 그를 보시고는 아시면서도 짐짓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어느 절에 있는 필추이기에 그가 머물던 곳을 버리고 마을에 들어왔느냐?”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바처럼 받지 아니한 물건을 입 안에 넣고 삼키지 않는 것이오니, 이 때문에 아란야처에 있는 필추들이 물과 양치할 나무를 갖다 주는 사람이 없어서 모두가 마을로 와서 그것을 가져다 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물과 양치할 나무는 제외한다.”
여러 명의 필추들이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험한 길을 지나게 되자 음식을 베풀어 줄 사람이 없었다. 어떤 보살이 유정(有情)을 조복시키려고 지마(智馬)ㆍ원숭이ㆍ곰ㆍ말곰으로 변하여 여러 필추들을 위해 과일과 먹을 것을 주었는데, 필추들은 받지 아니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돌아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유정(有情)들이 주어야 할 것과 주지 말아야 하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면, 모두가 먹을 것을 줄 수 있으니 의심하지 말라.”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여러 필추들에게 알리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 것은 인연에 따라 개시한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시주받지 않은 물건을 입 안에 넣고 삼킨다면, 물과 양치하는 나무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대가라(大哥羅)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받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받아 얻지 않는다는 말이다. ‘먹을 것’이란 두 종류의 다섯 가지 음식 등을 말하는 것이다. ‘삼킨다’는 것은목구멍으로 넘긴다는 말이다. ‘물과 양치하는 나무를 제외한다’는 것은
이 물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남에게서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죄가 되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에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남에게서 음식을 받지 아니하고 받지 않았다는 생각을 내면서 의심한다면 등에서 두 가지는 무거운 죄이고 두 가지는 가벼운 죄이며, 뒤의 두 가지는 범하는 것이 없다.
그리고 범함이 없는 일은 위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그때에 여러 필추들은 모두가 의심을 하여서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구수 대가라는 일찍이 어떤 업을 지었기에 항상 즐거이 심마사나(深摩舍那)에 머물러 사는 것이오며, 부처님께 귀의해 출가하고 모든 미혹을 끊어서 아라한을 성취하고도 ‘당신은 사람을 먹는다’는 비방을 받게 되었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대가라는 스스로 지은 업이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해서 인연이 회합(會合)하여 과보가 이숙(異熟)할 때가 되자 자신의 온(溫)ㆍ계(界)ㆍ처(處)에서 받은 것이지 외계(外界)의 지수화풍(地水火風)에서 성숙된 것이 아니니라.”
그리고는 곧 송(頌)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백겁을 지내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이 만나게 되는 때에
과보는 스스로가 받는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과거세(過去世)의 어느 때에 바라니사성(婆羅泥斯成)에 이름을 희상(希尙)이라고 하는 독각이 있었는데, 이 성 밖에 있는 옛 선인(仙人)의 주처(住處)에서 의지하여 살고 있었다. 항상 무량백천만억(無量百千萬億)의 하늘 사람의 대중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매일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해야 할 때는 항상 시체를 버리는 숲가에 있었으므로 이 시체를 버리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한 야차(夜叉)가 있어서 죽은 사람의 살을 먹고 살았다. 만약 희상(希尙) 독각이 숲에서 나와 그 곳을 지나가면, 여러 하늘 사람들의 위세로 말미암아 이 야차신은 즉각 달아나 피하였다. 그리하여 죽은 시체들이 여우와 이리에게 먹히자 야차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출가한 사람이 항상 나를 괴롭히니, 내가 이제 좋고 상서롭지 못한 일을 만들어서 그를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죽은 사람의 손을 그의 발우 안에 넣어서 여러 사람들이 보게 만들었다. 그때 그 성의 사람들은 모두가 나쁜 소문을 퍼뜨려서 ‘이 출가한 사람이 늘 사람의 살을 먹는다’고 전하였다.
독각은 알고 나서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무식한 야차를 불쌍히 여겨서 고통스런 과보를 받지 않도록 해야겠구나.≻
그리고는 그의 앞에서 허공에 뛰어 올라 큰 신통을 나투었다. 위로는 연기와 불꽃을 내고 아래로는 맑은 물을 뿜으면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신통을 나투어 바른 신심을 내게 하였다. 모든 이생(異生)11)의 무리들은 신통을 보자 빨리 뉘우치면서 몸을 땅에 던지는 것이 마치 큰 나무가 쓰러지는 것처럼 했다. 그들은 멀리 성인의 발에 예배드리고 참회하기를 구하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원컨대 대복전(大福田)께서는 몸을 내려놓으소서. 저희가 무식하여 악행의 진흙에 빠졌사오니 자비로 손을 뻗어 구제하여 주소서.’
그 성인이 몸을 내려놓자 야차는 즉시 발우 안에서 죽은 사람의 손을 집어 밖으로 내던지면서 성 안의 사람들에게 알렸다.
‘출가하신 분께서 실제로 사람의 살을 먹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나쁜 마음으로 이렇게 만들어서 비방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발에 예배드리고 사죄하였다.
‘제가 악업을 지어서 수승하신 복전(福田)을 괴롭게 해드렸사오니, 내생에 크게 고통스런 과보를 받게 하지 마소서. 깊은 마음으로 예배드리고 공경하며 참회한 모든 공덕으로 내생에는 이보다 뛰어난 가장 높으신 무상(無上)의 대사(大師)를 만나서 받들어 모시고 공양하여 성과(聖果)를 얻게 하소서.’
너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과거의 야차가 곧 대가라(大哥羅)이니라. 못된 마음으로 독각을 비방하고 나쁜 소문을 퍼뜨렸다가 다시 뉘우치는 마음으로 참회하며 사죄하기를 구하였으니, 그 악업으로 말미암아 오백생 동안 나쁜 소리로 비방하는 말을 들었고 항상 서원(誓願)을 발하였던 까닭에 나를 만나 출가를 해서 온갖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던 것이니라. 나는 나한보다 백천 만억이나 뛰어나므로
나를 만나서 공경하고 공양하는데 마음에 싫어함이 없느니라. 너희들 필추가 만약 순흑(純黑)의 업을 지으면 순흑의 이숙(異熟)을 얻으며, 만약 흑백이 섞인 업을 지으면 섞인 이숙을 얻으며, 만약 순백(純白)의 업을 지으면 순백의 이숙을 얻나니, 이러한 까닭에 너희들은 마땅히 나머지 두 업을 버리고 순백의 업을 닦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마땅히 닦아야 한다.”
뒤에 송으로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항상 시체를 버리는 숲에 살더니
문을 지키는 사람에게 이르러
여러 사람들이 죽은 시늉을 하여
함께 일의 허실(虛實)을 살피게 되었구나.

받는 음식에는 다섯 가지가 있나니
필추는 스스로 행을 열어서
악도(惡道)의 축생이 되었으니
가라(哥羅)의 인연은 맨 나중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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