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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0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28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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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28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28권

의정 한역


12) 혐훼경천학처(嫌毁輕賤學處)
어느 때 박가범께서는 왕사성의 갈란탁가 연못의 죽림원 안에 계셨다.
그때 실력자 필추가 대중에서 선발되어 승가의 와구를 나누어 주는 일과 식차(食次)를 맡고 있었는데, 우지이(友地二) 필추와는 여러 대에 걸친 원수의 업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우지이 필추가 오파난타(鄔波難陀) 필추와 함께 어느 한 곳에서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때 실력자는 곁으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 우지이 필추가 오파난타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당신께서 만약 대중에서 선발되어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는다면 당신께서도 마찬가지로 저를 고민하게 하고 실력자와 같이 저를 속이겠습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구수여, 이 필추가 화합 승단에서 뽑혀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은 것은 당신들이 다 아는 것인데, 어찌하여 마주 보고서 서로를 헐뜯는 것인가?”
그 우지이 필추가 대답했다.
“상좌여, 제가 스스로 원통해서 소리 내어 통곡해도 시원치 않습니다.”
그때 욕심이 적은 여러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싫어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로서 다른 필추가 대중에게 선발되어 와구를 나누어 주며 식차를 맡은 것을 알면서도 마주 보고서 미워하며 헐뜯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은 작법(作法)을 행해서 우지이 필추가 얼굴을 마주하여 헐뜯은 것을 꾸짖어야 하나니, 만약 다시 이러한 부류가 있다면 마땅히 작법을 행하여 꾸짖되, 건치 등을 울려서 평상시와 같이 대중을 모아야 한다. 대중이 다 모이면 말로써 알리고
필추 한 사람으로 하여금 백갈마(白羯磨)를 하게 하되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라.
‘대중 스님께서는 들으십시오. 이 우지이 필추는 화합 승가에서 이 필추를 뽑아서 승가의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게 한 것을 알면서도 구수 실력자의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었습니다. 만약 승가에서 때가 이르러 들으셨다면, 승가는 이제 우지이 필추가 면전에서 헐뜯은 것을 꾸짖음을 마땅히 허락하셔야겠습니다. 이와 같이 알립니다.’
다음으로 갈마(羯磨)하여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우지이 필추는 화합 승가에서 그 필추에게 승가의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긴 것을 알면서도 구수 실력자의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었습니다. 승가는 이제 우지이 필추가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은 것을 꾸짖되, 만약 여러 구수께서 우지이 필추를 꾸짖는 것을 허락하시거든 잠자코 계시고, 허락하지 않으시거든 말씀을 하십시오. 이것이 첫 번째 갈마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갈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이 말하여라.
‘승가는 이제 우지이 필추가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은 것을 꾸짖어 마쳤습니다. 승가는 듣고 허락하셨으니, 잠자코 말없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이와 같이 유지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승가는 우지이 필추가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은 것을 꾸짖어 마쳤다.
그 후 어느 때에 우지이는 오파난타와 함께 한 처소에서 말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마침 그 때 실력자가 곁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우지이는 곧 오파난타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당신께서 만약 대중의 명을 받아서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는다면 당신께서도 그 어떤 사람처럼 나를 괴롭게 만드시겠습니까?”
오파난타가 그에게 말했다.
“우지이 당신은 화합 승가가 이 필추를 선발하여서 스님네에게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게 한 줄을 알고 있을 터인데, 지금 당신은
다른 일을 핑계로 그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미워하고 헐뜯고 있구려.”
우지이가 대답했다.
“제가 어찌 이름과 씨족을 적어가면서까지 미워하고 헐뜯겠습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만약 당신이 그 이름과 씨족을 말하지 아니하고도 미워하고 헐뜯을 수 있다면, 나도 마찬가지로 그와 같이 그 이름을 말하지 아니하고 모든 스님들을 욕할 것이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함께 미워하고 부끄러이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필추로서 화합 승가가 선발하여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게 한 줄 알 터인데, 어찌하여 다른 일을 핑계로 그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는단 말인가?”
곧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필추들은 마땅히 작법(作法)해서 우지이 필추가 다른 일을 핑계로 그 이름을 말하지는 않으면서도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은 것을 꾸짖되 앞의 일에 따라서 마땅히 이와 같이 하도록 하여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우지이 필추는 화합 승가가 저 필추를 선발하여서 스님들께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긴 줄 알면서도 구수 실력자 앞에서 다른 일을 핑계로 그 이름을 말하지 않은 채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었습니다. 만약 승가에서 때가 이르러 들어주신다면 승가는 마땅히 허락하여 주십시오. 승가는 이제 우지이 필추가 다른 일을 핑계로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는 것을 꾸짖기로 합니다. 이와 같이 알립니다.’
다음으로 갈마하여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우지이 필추는 승가가 뽑은 저 필추가 스님들께 와구를 나누어주고 식차를 맡게 한 줄을 알면서도 구수 실력자의 면전에서 다른 일을 핑계로 그 이름을 말하지 않은 채 미워하고 헐뜯었습니다. 승가는 이제 우지이 필추가 다른 일을 핑계로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은 것을 꾸짖기로 합니다. 만약 여러 구수께서 우지이 필추를 꾸짖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말없이 잠자코 계시고,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말씀하십시오. 이것이 첫 번째 갈마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갈마에서도 또한 이와 같이 말하여라.
‘승가는 이제 우지이 필추가 다른 일을 핑계로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은 것을 꾸짖어 마칩니다. 승가가 이미 듣고 허락하셨으니 잠자코 말없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와 같이 유지하겠습니다.’”
그 후 또 다른 어느 날, 우지이 필추는 면전에서 헐뜯고 또 승가를 핑계로 헐뜯었던 까닭에 두 가지 꾸짖는 갈마를 받았다. 이 우지이 필추는 예전의 업력(業力)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실력자를 면전에서 헐뜯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욕심이 적은 여러 필추들은 이 일을 듣고 나서 함께 미워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면전에서 미워하고 헐뜯으며 핑계를 대고 헐뜯는가?”
그리고 나서 곧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니,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평상시처럼 비구들을 모으고 나서 우지이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너 우지이는 참으로 면전에서 스님네에게 와구를 나누어 주고 식차를 맡은 것을 헐뜯고 다른 인연을 핑계로 헐뜯었느냐?”
우지이 비구가 대답하였다.
“참으로 그러하였나이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로 꾸짖으셨으며(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아가 그에 맞는 계율을 제정하시면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를 미워하여 헐뜯고 업신여기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우지이 같은 사람을 이르는 것이며, 나머지 뜻은 앞에서와 같다. ‘미워하여 헐뜯고 업신여긴다’는 것은 면전에서 바로 말을 하는 것과 다른 일을 핑계로 말로써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바일저가’의 뜻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승가의 작법에 의해서 꾸짖음을 받고 나서 열두 종류의 사람으로 대중에서 선발된 자가 일을
아직 그만두지 아니했는데도 미워하고 헐뜯으면 바일저가이며, 업신여겨도 바일저가이며, 미워하고 헐뜯으며 업신여겨도 바일저가이다.
만약 다시 필추가 승가의 작법에 의해 꾸짖음을 받고 열두 종류의 사람으로 대중에서 선발된 자가 일은 비록 그만두었지만 미워하고 헐뜯으면 바일저가이며, 업신여겨도 바일저가이며, 미워하고 헐뜯으며 업신여겨도 바일저가이다.
만약 필추가 승가의 작법에 의해 꾸지람을 받지 아니하고 열두 종류의 사람으로 승가에서 선발된 자가 일을 아직 그만두지 아니했는데도 미워하고 헐뜯으면 악작죄를 얻으며, 업신여겨도 악작죄를 얻으며, 미워하고 헐뜯으며 업신여겨도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승가의 작법에 의해 꾸지람을 받지 아니하고 열두 종류의 사람으로 승가에서 선발된 사람이 일은 비록 그만두었지만 미워하고 헐뜯으면 악작죄를 얻으며, 업신여겨도 악작죄를 얻으며, 미워하고 헐뜯으며 업신여겨도 악작죄를 얻는다.
경(境)과 상(想)과 구(句)의 수(數)는 일에 준하는 것이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죄를 범하지 않는 경우는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아주 아프거나 고통에 얽매인 상태를 말한다.”

13) 위뇌언교학처(違惱言敎學處)
부처님께서 교섬비국(憍閃毘國)의 구사라원(瞿師羅園)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때 천타(闡陀) 필추가 여러 가지 죄를 범하고도 법답게 참회하는 말을 하지 않자, 여러 필추들은 필추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머물게 하고 싶어서 말하였다.
“구수 천타여, 당신은 스스로 죄를 범하였으니, 마땅히 법답게 참회하여 말해야 합니다.”
그가 곧 대답했다.
“모든 구수여, 죄를 범한 자는 스스로 마땅히 참회하는 말을 해야 합니다.”
여러 필추들이 말했다.
“바로 당신이 죄를 범하였는데 누구로 하여금 참회하는 말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했다.
“만약 후회한다면 그 스스로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여러 필추들이 말했다.

“바로 당신 자신이 죄를 범하였는데 누구로 하여금 후회하게 한다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했다.
“여러 구수여, 여러분께서는 죄를 범하였으니, 제 앞에서 참회하는 말을 하지 마시고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참회하는 말씀을 하십시오. 왜냐하면 여러분은 모두 여러 종성(種姓)과 여러 가문에 태어나서 출가하였습니다. 비유하자면 여러 나무의 줄기와 잎이 각각 다르게 바람에 날리어도 한곳에 모이는 것처럼 여러 구수께서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종성과 가문에 태어나 출가하였더라도 우리 세존께서 대각(大覺)을 증득하셨기 때문에 여러분 모두가 와서 함께 의지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며 가르침을 어겼다. 그러자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함께 미워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다른 이의 법다운 가르침을 받고서 거칠고 비루한 말을 하여 함께 어기고 괴로워한단 말인가?’
곧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필추들은 마땅히 갈마를 하여 천타 필추를 꾸짖도록 하여라. 가령 이와 비슷한 다른 부류가 있다면 또한 이와 같이 갈마를 하도록 하되, 평상시처럼 대중을 모으고 한 필추로 하여금 백갈마를 짓게 해서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천타 필추는 스스로 죄를 범하고도 법답게 참회하여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러 필추들이 필추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머물게 하고 싶어서 법답게 알려주었을 때에도 대중의 가르침을 어겼습니다. 만약 승가가 때가 되어 들어주신다면 승가는 마땅히 허락하셔야 합니다. 승가는 이제 천타 필추를 꾸짖기로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알립니다.’
다음으로 갈마(羯磨)를 하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필추 천타는 스스로 죄를 범하고도 법답게 뉘우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러 필추들이 필추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머물게 하고 싶어서 법답게 알려 주었는데도 대중의 가르침을 어겨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여러 구수께서
천타 필추가 승가의 가르침을 어긴 것을 꾸짖기로 허락하신다면 말없이 잠자코 계시고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말씀하십시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이 말하라.
‘승가는 이제 천타 필추가 대중의 가르침을 어긴 것을 꾸짖어 마쳤습니다. 승가가 이미 허락하셨으니 모두가 잠자코 말없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제 이와 같이 유지하겠습니다.’”
그러자 천타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나의 허물이니, 여러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지혜 있는 사람은
네 가지 말을 잘 보호하나니
저 숲 속의 새를 보라
능히 말을 하다가 새장에 잡혀 있구나.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는 것 같으니, 나는 이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그가 다시 죄를 범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롭고 안락하게 머물게 하고 싶어서 그에게 말했다.
“천타여, 당신은 이제 죄를 범하였으니, 마땅히 법답게 뉘우쳐야 한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두 번 세 번 말할 때까지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를 보자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스스로 죄를 범하고도 다른 사람이 그것을 말할 때에 잠자코 있는가?”
곧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필추들이 마땅히 작법을 해서 천타 필추가 말없이 있는 걸 꾸짖어야 하며, 다시 이런 부류가 있거든 응당 작법해서 평상시처럼 대중을 모으고 한 필추로 하여금 백갈마를 짓게 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라.
‘대덕 승가는 들어주십시오. 이 천타 필추는 스스로 여러 가지 죄를 범하고도 법답게 뉘우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필추들이 이롭고 안락하게 머물게 하고 싶어서 ≺구수 천타여, 당신은 스스로 죄를 범하였으니, 마땅히
법답게 뉘우침을 말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으나, 그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기만 하였습니다. 만약 승가에서 때가 되어 들어 주신다면 승가는 승가에 걸맞도록 이제 천타 필추가 아무 말 없이 있기만 한 것을 꾸짖도록 허락하셔야 합니다. 이와 같이 알립니다.’
다음으로는 갈마하여라.
‘대덕 승가는 들어주십시오. 이 천타 필추는 스스로 여러 가지 죄를 범하고서도 법답게 뉘우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필추들이 이롭고 안락하게 머물게 하고 싶어서 ≺구수 천타여, 당신은 스스로 죄를 범하였으니, 마땅히 법답게 뉘우침을 말해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여러 필추가 법답게 말을 해주었을 때에도 그는 곧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기만 하였으니, 이렇게 잠자코 있었던 것을 꾸짖기로 합니다. 만약 여러 구수께서 말 없이 잠자코 있었던 것을 꾸짖도록 허락하신다면 잠자코 계시고, 만약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말씀을 하십시오. 이것은 첫 번째 갈마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에도 이와 같이 말하여라.
‘승가는 이제 천타 필추가 잠자코 있는 것을 꾸짖어 마쳤습니다. 승가가 이미 허락하셨으니, 그것은 여러분께서 잠자코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천타가 잠자코 있었던 것을 꾸짖었다.
그런데 천타는 잠자코 있었던 것에 관해 대중의 작법으로 꾸짖음을 받은 뒤에 다시 다른 때에 거듭해서 스스로 죄를 지었다. 여러 필추들이 그 전과 같이 말로 가르쳐 주니, 그 천타는 말을 하기도 하고 잠자코 있기도 하면서 두 가지 번뇌를 나타내 보였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 일을 보자 곧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스스로 죄를 범하고도 법답게 뉘우치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이 가르쳐 줄 때에 말을 하기도 하고 말을 하지 않기도 하면서 두 가지로 번뇌를 일으키는가?”
곧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니,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대중을 모으시고 더 나아가 모든 필추를 위하여 그에 맞는 계율을 제정하시면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만약 다시 필추가 말로 가르쳐 주는 것을 어기고 고민하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천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앞에서와 같다. ‘말로 가르쳐 주는 것을 어기고 고민한다’라는 것은 다른 생각에 번뇌를 일으켜서 말로써 표시하는 것이다. 바일저가의 뜻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이 가운데 법의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어떤 필추가 필추의 처소에 가서 ‘구수여, 필추가 새로 머리와 수염을 깎고 붉은 색의 대의(大衣)를 입으며, 물건을 발우로 바꾸고 손에 석장(錫杖)을 집고, 혹은 소(酥)ㆍ밀(蜜)ㆍ사탕(沙糖)ㆍ석밀(石蜜)을 발우 안에 가득 채우고서 그것을 높이 들고 떠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필추가 ‘나는 참으로 그러한 모양을 한 필추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필추가 두 다리로 떠나가는 것은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필추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하여서 그를 고민하게 할 때에는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다른 이가 와서 ‘전에 말한 것과 같은 의발(衣鉢)과 형상을 한 필추니가 이곳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라고 묻는데 ‘나는 참으로 그러한 의발과 모양을 한 필추니가 이곳을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다만 필추니가 두 다리로 걸어가는 것만을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필추가 일부러 이런 대답을 하여 그를 고민하게 할 때에는 바일저가를 얻는다.
이와 같이 하여 정학녀(正學女)ㆍ구적(求寂)ㆍ구적녀(求寂女)에 이르기까지 앞에서와 같이 묻고 대답하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그가 와서, ‘어떤 속인이 감자ㆍ대나무ㆍ갈대ㆍ땔감으로 쓰는 마른 풀ㆍ소유병(酥油甁) 같은 것들을 짊어지고서 이곳을 지나갔습니까?’라고 묻는데, 그가 곧 ‘나는 참으로 그런 사람은 보지 못하였고 어떤 사람이 두 다리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함으로서 이 필추가 번뇌를 짓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또 어떤 이가, ‘어떤 속인 남자가 청ㆍ황ㆍ적ㆍ백 등의 색깔로 된 옷을 입고 소병(酥甁) 등을 지고 이곳을 지나갔습니까?’라고 묻는데, 그가 ‘다만 속인이 두 다리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하고, 다시 ‘남자는 이미 그러하거니와 여인이 그렇게 하고서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라고
자세히 묻는다면, 마땅히 알지니 마음을 고뇌하게 말을 할 때에는 모두가 타죄(墮罪)를 얻는다.
말하는 것은 이미 같거니와 말이 없음 또한 이와 같이 다 타죄를 얻느니라.
범하지 않음이란 다음과 같다. 즉 어떤 사냥꾼이 사슴 같은 것을 뒤쫓아서 사슴이 절 안에 들어온 것을 본 필추에게 사냥꾼이, ‘성자여, 도망치던 사슴 한 마리가 이곳을 지나간 것을 보셨습니까?’라고 묻거든, 필추는 마땅히 ‘내가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해서는 안 된다.
만약 추운 때라면 살기를 띤 사냥꾼에게 ‘당신은 잠시 따뜻한 방 안에 들어와 불을 쬐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만약 더운 때라면 ‘잠시 시원한 방 안에 들어와 시원한 냉수라도 마시고 잠깐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며, 만약 사냥꾼이 ‘저는 지치고 싫증나지 않습니다. 저는 도망치던 사슴에 대해서 여쭈었습니다.’라고 하면 곧 마땅히 먼저 자신의 지갑(指甲)을 보면서 그에게 ‘낙거발사미(諾佉鉢奢弭)’라고 하라. 만약 다시 묻거든, 마땅히 스스로 하늘을 보면서 그에게 대답하기를, ‘납파발사미(納婆鉢奢弭)’라고 하여라.
[범음(梵音)에 근거하면 ‘낙거(諾佉)’는 조갑(爪甲)이라는 뜻으로 ‘아니다[不]’라는 의미를 지닌다. ‘발사(鉢奢)’는 본다[見]는 뜻이다. ‘미(弭)’는 나[我]라는 뜻이다. 곧 이것은 ‘나는 조갑(爪甲)을 본다’는 말로 결국 ‘나는 보지 못하였다’는 뜻이다. 필추가 눈으로 조갑(爪甲:손발톱)을 보았다는 것은 곧 허망한 말이 아님을 표현함이니, 저 인간이 설한 도의 무(無)는 바로 사물을 보지 않음이 없음을 이르는 말로써 부처님께서 방편(方便)을 열어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신다는 뜻이다. 직역을 하면 ‘나는 지갑(指甲)을 보았다’는 것이니 , 이치로 말한다면 서로 보지 못함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래의 범음을 그대로 남겨 둔 채 말로 전하여줌으로써 자세히 해석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납바(納婆)’도 두 가지 뜻을 겸하고 있으니, 하나는 허공[太虛]의 의미와, 아님[不]의 의미이니, 또한 중국의 말에 들어맞게 번역할 수가 없다. 그 중에서 가부(可不)는 낙거(諾法)에 준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갖추어서 자세히 주(註)를 낸 것과 같다. 곧 중국에서의 ‘팔뚝 위의 털을 본다’는 말과 ‘나는 털을 본다’고 말하는 것이 또한 그 ‘없다’는 뜻을 일컫는 것과 같다].
만약 사냥꾼이 ‘나는 지갑과 태허(太虛)를 물은 것이 아니라 죽일 수 있는 유정(有情)이 이곳을 지나갔는지를 물은 것입니다’라고 하면 필추는 곧 마땅히 두루 사방을 살펴보고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승의제(勝義諦)에서 모든 행(行)의 근본은 유정이 없다.≻
그리고 나서 그에게 ‘나는 유정을 보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말을 하면 이는 모두가 범한 것이 아니다.
만약 필추가 그 외에 대해 물었을 때 진실과 다르게 말하면 모두가 타죄(墮罪)를 얻는다.
또 죄를 범한 것이 아닌 경우는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매우 고통스러움에 얽매인 경우이다.
어느 때 여러 필추들은 모두 다 의심이 있어서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 때문에 천타 필추는 같은 범행자(梵行者)가 법답게 권하는 것을 볼 때에도 서로 말을 하지 아니하고 말로써 괴롭히다가 드디어는 승가로 하여금 작법해 꾸짖게 함으로서 그 고뇌를 받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천타는 다만 오늘에만 여러 필추를 괴롭히고 착한 벗의 말을 어긴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말 때문에 착한 벗을 괴롭히고 스스로 고통을 받았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들으라.
멀고 먼 옛날, 한 방죽에 많은 거위 떼와 여러 자라가 함께 살았다. 그 중에 한 마리의 자라가 두 마리의 거위와 친한 벗이 되어 서로가 매우 사랑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큰 가뭄을 만나서 방죽의 물이 거의 다 말라 갔다. 그러자 그 두 마리 거위가 자라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친구여, 너는 이 진흙 속에서 편안히 머무를 수가 있겠지만, 우리는 못의 물을 구하러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한다.’
자라가 거위에게 말하였다.
‘너희와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서로 정이 들었는데 액운을 당하여 나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한다니 그럴 수는 없다.’
거위가 말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느냐?’
자라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를 데리고 떠나야 한다.’
거위가 말했다.
‘어떻게 해야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자라가 말했다.
‘너희들이 함께 막대기 하나를 입에 물고 내가 그 가운데를 이로 물어서 함께 깨끗한 연못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
거위가 말했다.
‘우리도 너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너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으니, 반드시 막대기를 버리고 공중에서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더욱 고통스러울 거다.’
자라가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고 막대기를 꽉 문 채 말하지 않을 것을 너희들에게 약속한다.’
거위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다.’
즉시 막대기를 찾아서 각자 한 끝을 물고 자라는 가운데를 물고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하여 어느 성(城)의 시장 위를 지나가는데, 여러 사람들이 허공에서 거위가 자라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는 저마다 두렵고 괴이하다는 생각에서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
저 거위 두 마리가 자라 한 마리를 훔쳐가는 것을 보십시오.’
자라는 이 소리를 듣고도 묵묵히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어느 성의 주위에 이르러 시장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여러 남녀들이 앞에서와 같은 소리로 감탄했다.
그러자 자라가 생각하였다.
≺내가 또 몇 번이나 이 고통을 참아야 할 것인가? 오랫동안 목을 매단 채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못하다니.≻
그리고는 곧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가고자 함이지, 이들이 나를 훔쳐온 것이 아니라오.’
이 말을 하는 순간 자라는 막대기를 놓치고 땅에 떨어졌다. 아이들이 몰려들어서 두들기자 자라는 곧 죽게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 본 두 마리 거위는 마음으로 더욱 한탄하면서 하늘을 날아갔다.
이때에 어떤 천신(天神)이 공중에서 이 일을 보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착한 벗의 이익 되는 말을
그대는 능히 의지하고 쓰지 못해서
땅에 떨어져 고통을 받음이
마치 막대기를 놓은 자라와 같구나.

너희들 필추여,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예전의 자라가 곧 천타이고, 예전의 거위는 곧 난타와 오파난타이니라. 지나간 과거에 착한 벗의 말을 듣고도 기꺼이 들으려 하지 않다가 마침내 죽게 되었었는데, 오늘날에도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범행자(梵行者)의 말에 기꺼이 의지하지 않으려 하면서 말을 하거나 혹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다가 결국 승가로 하여금 작법해서 꾸짖게 만들었다.”

14) 재로지안승부구학처(在露地安僧敷具學處) ①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선시 장자(善施長者)가 부처님과 승가에게 집에서 음식 받으시기를 청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하루의 초분(初分)에 의발을 챙겨들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세존께서는 절 안에 머물러 계시면서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음식을 가지고 오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서 절 안에 계시면서 공양을 드셨으니, 그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스스로 편안히 잠자코 있으시려 함이요, 둘째 제천(諸天)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심이요, 셋째 병든 이들을 살펴보려하심이요,
넷째 스님네의 부구(敷具)를 살펴보려 하심이요, 다섯째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계율을 제정하려 하심이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스님네의 가사를 살펴보시고 계율을 제정하려 했기 때문에 절 안에 머무르시어 다른 사람을 시켜 음식을 가지고 오게 하셨던 것이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스님네가 떠나간 후에 곧 열쇠를 가지고 절 안에 있는 방과 절 밖에 있는 가까운 정원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 살펴보신 후에 오래된 방에 이르셨다. 이 방 안에는 많은 이부자리가 있었는데 맨 땅에 펼쳐 있었다. 그때 갑자기 때 아닌 바람이 불더니 비바람이 닥칠 조짐이 보였다.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이 이부자리들은 모두 신심 있는 바라문의 여러 거사들이 고생도 마다 않고 처자식의 몫을 줄여서 승가에 보시해 훌륭한 복을 구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여러 필추들이 받아쓰면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잘 돌보지 않아서 이곳저곳에 던져졌구나.’
세존께서는 두루 살펴보신 후에 신통력으로 비바람을 물리치셨다. 그리고 짙은 구름을 모아 넓게 드리워서 흘어지지 않게 하신 뒤에 이부자리를 거두셨다. 세존께서는 몸소 이부자리를 가져다가 방 안에 두신 뒤에 비옷을 가지고 절 밖으로 나가셔서 몸을 씻고자 즉시 신통을 거두어들이니, 벼락이 치고 대낮에도 어두워지면서 드디어 큰 비가 내리니 높은 곳이나 낮은 곳이나 다 물에 젖었다. 세존께서는 몸을 씻으시고 난 뒤에 발을 씻으시고 방에 들어가시어 고요히 머무르셨다.
그때 세존의 심부름으로 공양을 가지고 온 필추가 이미 도착해서 한쪽에 잘 두고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두 발에 정례(頂禮)하였다. 세존께서는 늘 하시는 대로 공양을 가져온 사람과 함께 즐거이 말씀을 나누시다가 물으셨다.
“필추야, 승가가 받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느냐?”
“대덕이시여 , 모두가 배불리 먹었나이다.”
이렇게 대답하고 난 뒤 그 비구는 즉시 세존께 음식을 올렸다.
세존께서는 공양을 모두 드신 뒤에 방 밖으로 나가서 이를 닦으시고 발을 씻으셨다. 그리고 나서 곧 방 안으로 돌아오셔서 고요히 머무르셨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포시(晡時:申時, 오후 세 시부터 네 시까지의 사이)가 되자 평상시에 앉으시는 곳에 자리를 정하시고 나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좀 전에 승가가 공양을 하러 나간 후에 내가 열쇠를 가지고 방을 두루 살펴보다가 맨 땅에 많은 이부자리가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느니라. 마침 그때 비가 오려고 해서 내가 신통력으로 모두 물리치고 몸소 이부자리를 거두어들였느니라. 여러 필추들에게 알리노니, 여러 시주들이 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승가에 보시하여 복을 구하였거늘, 너희들은 능히 법답게 수용하지 못하고 헛되이 신심 있는 시주물을 손상시키는구나.”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다른 이의 신심 있는 시물(施物)을
헤아릴 줄 알아서 받아쓰면
자기 스스로는 편안함을 얻고
다른 사람의 복덕도 더욱 키워주노라.

세존께서는 만족할 줄 알아서 법답게 신도의 시주물을 받아쓰는 것을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더 나아가) 내가 이제 여러 필추를 위하여 마땅한 계율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여라.
만약 다시 필추가 맨 땅에 승가의 이부자리와 여러 침상ㆍ자리 등을 두고서 그곳을 떠나갈 때 스스로 거두어들이지 않거나 남을 시켜서라도 거두어들이지 않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필추를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어느 때 여러 필추들이 상인의 행렬을 따라서 세상을 유행(遊行)하다가 마침 어느 한 성(城)에 이르렀다. 필추들은 이 성 안에 있는 필추의 거주처에 머물고자 하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필추에게 물었다.
“성자여, 당신들께서는 어찌하여 절에 가서 주무시지 않습니까?”
필추들이 대답하였다.
“현수(賢首)여, 우리는 상인들을 따라 다니는지라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만약 절에 가서 머문다면 곧 길동무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성자여, 절에서 주무시면 상인들이 떠날 때에 제가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필추들은 곧 절이 있는 곳에 가서 승려의 이부자리를 펴고
이곳저곳에서 잠을 잤다.
이른 새벽이 되자 상인들이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났다. 그러자 오직 한 사람의 짐꾼이 이 사실을 깨닫고서 급히 일어나 다급하게 필추들은 불렀다.
“상인들은 벌써 떠났습니다. 당신들도 어서 떠나십시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부르는 소리를 듣자마자 급히 일어나서 먼저 손을 씻고 나서 이부자리를 나누어 맡기는데, 시간은 이미 한참이 지나갔고 상인들과는 더욱 멀어졌다. 마침내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을 뒤쫓아 갔으나 결국 도적을 만나서 의발을 빼앗기고 말았다.
곧 서다림에 이르자, 그 여러 필추들이 보고서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여행의 차림새가 편안하였습니까?”
그들이 대답했다.
“무엇이 편안했겠습니까, 저희는 도적을 만나 의발을 빼앗겼습니다.”
다시 물었다.
“어째서요?”
그때 손님 필추들이 그 일을 자세히 대답했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듣고서 즉시 이 인연을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머물러 있던 곳에 필추가 있으면 그에게 부탁하여 맡겨 두고 떠나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 어떤 인연이 있으면 모두 맡겨 두고 떠나갔다.
한편 실라벌 성에는 장자가 두 사람 있었는데, 서로 원수라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 사람은 신심이 있고, 한 사람은 신심이 없었다.
신심이 있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무슨 인연으로 원한의 간격을 키워 간단 말인가? 원한과 악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이 좋겠다.’
곧 서다림 안의 한 필추에게 나아가 의지하여 출가할 방법을 구하였다.
그때 신심이 없는 장자가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 아무개 장자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그가 대답했다.
“그는 이미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였습니다.”
신심 없는 장자가 다시 물었다.
“어느 곳이오?”
“사문 석자(沙門釋子) 가운데에 있습니다.”
이 대답을 들은 장자가 다시 그에게 말했다.
“그곳이 어찌 두려움 없음[無畏]을 베푸는 성(城)이겠느냐? 나는 마땅히 그를 법으로 죄를 다스려서 이로운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이 장자와 대화를 나누던 그 사람은 앞서 신심이 있어 출가한 필추의 친구였다. 그래서 이 말을 듣고 나서
친구인 필추에게 가서 알려 주었다.
“성자여,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그 신심 없는 장자가 깊이 이길 것을 기약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찌 서다림이 두려움 없음을 베푸는 성이겠느냐? 나는 마땅히 그를 법으로 죄를 다스려서 이로운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필추가 곧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를 두려워하여 출가를 하였는데 어찌 이곳에서 도리어 그 두려움을 만날 것인가? 이제 다른 곳으로 피해 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난 뒤에 즉시 스승이 있는 곳에 가서 아뢰었다.’
“오파타야(鄔波馱耶)시여, 저는 그가 두려워서 출가를 하였습니다. 이제 들으니 그가 와서 저를 해치려 한다고 합니다.”
스승이 물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냐?”
“오래된 원수입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어느 곳으로 가서 그 액난을 피하려느냐?”
“왕사성으로 갈까 합니다.”
“너의 뜻대로 떠나거라.”
곧 스승께 인사를 드리고 의발을 챙겨서 왕사성으로 떠나갔다.
신심이 없는 장자는 서다림으로 가서 필추에게 물었다.
“성자여, 아무개 장자가 출가를 하여 이곳에 왔다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이미 떠나갔습니다.”
“어디로 갔나요?”
“왕사성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신심이 없는 장자가 그 비구에게 말했다.
“그곳 또한 두려움 없음을 베푸는 성은 아니오. 내가 그곳에 가서 이로운 일이 없도록 해야겠소.”
장자는 곧 길 떠날 양식을 갖춘 뒤에 뒤를 쫓아갔다. 필추는 때에 의지하여 길을 가고 때가 아니면 길을 가지 않았지만, 속인은 때에 맞거나 맞지 않거나 쉬지 않고 걸어갔다. 도중에 절이 하나 있었다. 이때 장자가 뒤를 쫓아서 필추를 따라잡았는데, 그는 멀리서 필추가 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만약 절 안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 그 안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나를 해치려 할 것이다. 내일 길에서 만나더라도 내가 스스로 그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나서 따로 쉴 곳을 구하였다. 날이 밝자 그 필추가
여러 필추에게 알렸다.
“여러분께서는 이제 이부자리를 살펴보아 주십시오. 저는 앞서서 떠나가고자 합니다.”
필추들이 물었다.
“어느 곳으로 갈 생각입니까?”
“왕사성으로 갈까 합니다.”
그러자 필추가 그에게 일러 주었다.
“계속해서 이 길을 따라 곧바로 가야지 다른 길로 가서는 안 됩니다.”
“잘 떠나가겠습니다.”
비구는 일찌감치 길을 떠났다.
얼마쯤 지난 뒤에 그 장자는 절 안에 들어가서 필추에게 물었다.
“아무개 필추는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이미 왕사성으로 떠났습니다.”
“어느 길로 떠나갔습니까?”
“이 길입니다.”
그 장자는 비구들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서 급히 뒤쫓아 갔다. 마침내 그 필추를 따라잡고는 그에게 말했다.
“에잇, 까까머리 사문아, 지금 어디로 가려느냐?”
필추가 대답했다.
“현수여, 나는 이미 출가한 몸인지라 옛날에 그대에게 지녔던 원한을 없애려고 하였소.”
하지만 그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원한을 풀어야겠다.”
곧 막대기를 가지고 필추를 마구 때리니, 필추가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고 갖고 있던 의발도 다 깨어졌다. 겨우 목숨을 보존해서 엉금엉금 기어 절 안으로 다시 들어가니, 다른 필추가 보고 물었다.
“구수여, 어떤 이유로 이렇게 곤욕스런 몰골이 되었습니까?”
그러자 그가 필추에게 물었다.
“속인이 이곳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그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
그때 그 필추는 일을 자세하게 설명하고는 곧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만약 구수가 가는 곳을 말해 주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고뇌를 만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러 필추들이 드디어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때의 인연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맡겨두어라.”
그때에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것과 계율을 존중하는 것과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아는 것을 찬탄하시고 차례로 법을 말씀하신 뒤에 여러 필추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열 가지 이익을 관하니……(자세한 말은 앞에서와 같다) 앞의 것은 새로 제정한 것이고 이것은 그에 따라 연 것이다.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거기에 마땅한 계율을 제정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맨 땅에서 승가의 이부자리와 여러 물건들을 펴두고서 떠나갈 때에는 스스로 거두어들이지 않거나 혹은 남을 시켜서라도 거두어들이지 않거나 혹은 어떤 필추에게 부탁해 두지도 않는다면, 다른 연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이 법 가운데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머지 뜻은 앞에서와 같다. ‘승가‘란 여래의 성문 제자를 말하는 것이다. ‘이부자리’란 큰 침상을 덮는 모직물로 만들어진 요ㆍ이불ㆍ담요ㆍ베개 같은 것들을 말한다. ‘여러 물건’이란 작은 침상이나 앉는 나무와 생활의 바탕이 될 도구를 말한다. ‘맨 땅에서’란 지붕이 없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떠나갈 때’란 세분(勢分)을 떠날 때를 이르는 말이다.”
구수 우바리가 세존께 여쭈었다.
“대덕이시여, 이부자리를 떠날 때에 멀고 가까운 데에서 오는 것을 가지런히 함을 세분(勢分)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생문바라문(生聞婆羅門)이 암몰라수(菴沒羅樹)를 심는 법과 같으니, 7심(尋)1)의 거리를 두고 사방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줄기와 가지가 무성하고 꽃과 과일이 많이 피고 충실하며, 일곱 그루를 심어야 줄기와 가지가 무성하고 꽃과 과일이 많이 피고 충실하다. 일곱 그루를 심으려면 49심(尋)이 된다. 만약에 이부자리를 맨 땅에 둘 때에는 멀고 가까움을 가지런히 하고서야 맡겨서 주는 것이니, 이 세분(勢分)을 벗어나면 곧 거두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거두지 아니하거나 남을 시켜서라도 거두지 않는다’는 것은 거두어들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다섯 가지 촉수(囑授;맡겨둠)가 있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마땅히 주인에게 알려서 말하기를, ‘구수여, 이것이 머무르는 방이니 이 방을 살펴볼 만합니다. 이것은 이부자리이니 이것은 마땅히 쓸 만합니다. 이것은 방문의 자물쇠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만약 그 곳에 필추가 없으면 구적(求寂)에게 부탁해야 한다. 구적도 없으면 속인(俗人)에게 부탁해야 한다. 속인도 없으면 마땅히 시방을 살펴보아서 자물쇠를 잘 숨겨둔 연후에 떠나가야 한다.
만약 길을 가는 도중에 필추를 만나면 마땅히 그에게 알려 주되, ‘아무 곳에 내가 숨겨 둔 자물쇠가 있으니 당신이 가지셔도 좋습니다’고 해야 한다.

‘때의 인연을 제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인연을 제외한다는 말이다. ‘바일저가’의 뜻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승가의 이부자리를 놓아둔 채 일부러 맡겨두지 않고서 버리고 떠나간다면, 나아가 세분(勢分)을 여의지 아니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세분을 벗어나면 타죄를 얻는다.
만약 길을 막 떠날 때에는 그 일의 부탁을 잊었지만 길을 가다가 생각이 나면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내가 아무 곳에 승가의 이부자리를 놓아두었으니, 만약에 같은 범행자(梵行者)가 그것을 보게 될 때에는 마땅히 거두어 써도 좋다.≻
이 길을 가는 필추는 마땅히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을 하되, ‘나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아야겠다. 그 범한 죄는 마땅히 법답게 뉘우쳐야겠다’라고 해야 한다. 만약에 그가 길에서 필추를 만나거든 ‘구수여, 제가 아무 곳에 승가에서 수용하고 있던 이부자리를 두었으니 당신께서 마땅히 거두어 주시고 ≺이 필추는 결정코 거두어들였다≻라고 생각해 주십시오’라고 알려야 한다. 다시 마땅히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나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 범한 죄는 마땅히 법답게 뉘우쳐야 한다.’
만약 전에 머물던 곳에 이르러서야 생각이 나거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가 아무 곳에다가 승가의 이부자리를 놓아두었으니, 만약 같은 범행자가 그것을 볼 때에는 마땅히 거두어 쓰게 하리라.≻
이 필추는 마땅히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나는 다시는 마땅히 이러한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
만약 머무는 곳에 이르러 어떤 필추가 그곳으로 가려는 것을 보거든 ‘구수여, 제가 아무 절 아무 곳에서 승가의 소유인 이부자리를 사용하고 그대로 두었으니, 당신께서 마땅히 거두어 주시되, ≺이 필추는 결정코 거두어들였다≻라고 생각하여 주십시오’라고 일러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여라.
‘나는 다시 이와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
만약 필추가 맨 땅에 이부자리를 둔 채 돌아와서
방에 들면 편히 앉아 어지러운 마음을 안정시키려 해야 한다. 이미 고요하면 마음을 따라 밖에 나가되, 초경(初更)에 이르도록 이부자리가 손상되지 않았으면 악작죄를 얻고, 손상되었으면 타락죄(墮落罪)를 얻는다.”
구수 우바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 대덕이여, 이부자리에는 몇 가지 손상됨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우바리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손상됨이 있으니, 바람과 비를 말하느니라. 만약 바람이 불어서 말아 올려 주름지게 하면, 이를 풍괴(風壞)라 하느니라. 만약 비에 젖으면 이를 우괴(雨壞)라 하느니라. 만약 필추가 해가 질 때에 이부자리를 밖에 내놓고서 반경(半更)이 되도록 거두어들이지 아니하고 남을 시켜서라도 간수하지 아니하였을 때는 손상되지 않았을 경우엔 악작죄를 얻고 손상되었을 경우엔 타죄를 얻느니라.
이와 같이 하여 일경(一更)ㆍ일경 반(一更半)ㆍ이경(二更)ㆍ이경 반(仁更半)ㆍ삼경(三更)ㆍ삼경 반(三更半)ㆍ사경(四更)ㆍ사경 반(四更半)ㆍ평단(平旦)[서방(인도)에서는 밤에 세 때와 십초(十稍)가 있는데,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에 이곳(중국)의 오경(五更)에 의하여 헤아리기로 한다. 알려고 하는 이가 쉽게 알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ㆍ일출시(日 出時)ㆍ소식시(小貪時) 우중시(隅中時)ㆍ욕오시(欲午時)ㆍ정오시(正午時)ㆍ과오시(過午時)ㆍ일각시(日角時)ㆍ포시(晡時)ㆍ포후시(晡後時)ㆍ일모시(日暮時)에 이르기까지 필추가 밤낮을 가지런히 때에 맞게 승가의 이부자리를 놓아둔 것을 잘 살피지 않았을 때는 손상되지 않았을 경우엔 악작죄를 얻고 손상되었을 경우엔 타락죄를 얻느니라.”
게송으로 거두어 말씀하셨다.

경(經)을 외울 때는 소상(小牀)에 앉아서
그에 의지하여 사자좌(師子座)의 법문을 들어라
속인(俗人)이 앉을 것을 빌리러 오거든
때를 살펴서 마땅히 빌려 주어라.

만약 그에게 앉을 것을 주고서
쓰기를 마치고 되돌려 주거든
마땅히 시주의 이름을 적고
뜻에 따라 불상(佛像)을 조성하라.

아픈 사람은 자세히 살펴 모시며
다섯 종류의 사람에게는 부탁하지 말고
법을 받은 이는 스승 대신으로 여길지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 악작죄를 얻느니라.

나이 어린 사람은 그로 인하여 먹을 것을 끊고
속인이 앉는 것을 보거든 마땅히 거두어들이고
물이나 불에 손상되려 할 때에는
자기의 물건보다 먼저 거두어라.


그때 어떤 바라문 거사들이 필추들이 머무는 곳에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성자여, 저희들을 위하여 묘법(妙法)을 말씀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 필추들이 대답했다.
“현수여, 세존께서 계시는데 여러분들은 어찌하여 가서 법을 듣지 않습니까?”
그들이 대답했다.
“성자여, 오직 한 분뿐인 큰 스승께서는 와서 구하는 자가 많습니다.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 등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널리 펴시느라 저희들은 잠시 동안이라도 법을 들을 인연이 없으니, 당신들께서 저희를 위하여 법을 외어 주십시오.”
필추가 그들에게 말했다.
“세존께서는 아직 사람들을 위해 법을 외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들을 위하여 경(經)을 외어야 하느니라.”
필추가 말하였다.
“어떻게 그들을 위해 경을 외워야 할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소좌(小座)에 앉아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외어주도록 하여라.”
그때에 급고독 장자가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자리에 앉아서 경을 외어주도록 허락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곧 오백 개의 소좌(小座)를 승가에 받들어 보시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다 한곳에서 큰 소리로 경을 외우자 너무 시끄러워서 귀 기울여 듣고 볼 수가 없었다.
그러자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한 사람으로 하여금 대중을 위하여 경(經)을 외게 하고 다른 사람들은 듣기만 하여라.”
그때 그들은 누구로 하여금 외게 해야 할지, 나이 많은 이를 시켜야 할지, 나이 적은 사람을 시켜야 할지를 몰라서 곧 부처님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나이 많은 이부터 나이 적은 이에 이르기까지 차례대로 하여라.”
그때 나이가 적은 사람은 줄의 맨 끝에 있는지라 법요(法要)를 널리 말할 때에 여러 청중(聽衆)들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상좌(上座)의 자리에서 경을 외도록 하여라.”
여러 사람에게 법을 말할 때에 나이 많은 필추들이 공경하는 모습을 잃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두, 세 상좌(上座)를 제외하고는 마땅히 앉아서 경을 외도록 하여라.”
바로 그 때에 저 법사(法師)의 엄숙함이 결여되어서 위엄이 부족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상좌의 자리에 사자좌(師子座)를 설치한 뒤에 그로 하여금 경을 외게 하여라.”
높은 곳에 오를 때 오르고 내리는 일이 조금 어렵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사자좌가 고정되어 정해진 곳에서는 벽돌로 발 디딜 곳을 만들고, 고정된 장소가 아니거든 마땅히 나무 사다리를 만들도록 하여라.”
법사가 침을 뱉어서 여러 사람들이 혐오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침 뱉는 그릇을 놓아두도록 하여라.”
파리들이 많이 모여 들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에다가 풀을 놓아두거나 혹은 모래를 넣어 두어라.”
오래 되자 곧 냄새가 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때때로 씻되 햇볕을 쪼여서 말리도록 하여라.”
그때 법을 듣는 사람들이 한 줄로 앉아서 끝줄에 있는 사람은 설법을 듣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두 줄을 만들어서 그 자리를 펼쳐 놓도록 하되 혹은 반달의 모양을 만들거나 혹은 네모난 연못의 형세를 만들도록 하여라.”
그때 신심이 있고 승가를 공경하는 속인이 있어서 여러 필추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식사를 하도록 하였다. 필추가 허락하지 않자 바라문ㆍ거사 등이 아뢰었다.
“성자여, 만약 불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지 아니하셨으면 여러 외도의 무리들이 저희들의 복전(福田)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으니, 당신들께서는 저희들의 아주 훌륭하고 묘한 복전이십니다. 저희들이 오실 것을 청하여도 이분들이 허락하지 않으시니, 저희들이 어찌 좋은 길의 양식을 버리고서 다른 세상을 향하겠습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사람이 와서 청하거든 마땅히 받아들이도록 하여라.”
그가 공양을 베풀 때에 좌석이 부족해서 필추의 처소에 와서 잠깐 빌려다 쓰기를 청하였는데 필추가 주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주도록 하여라.”
필추가 모두 먹고 나서 스스로 가지고 돌아가려 하니, 속인이 말하였다.
“스님들은 마땅히 떠나십시오. 저희가 직접 가져다 돌려 드리겠습니다.”
필추는 걱정이 되어 기꺼이 머물러 있으려고 하지 않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머물러 있도록 하여라.”
시주가 대답했다.
“성자여, 이곳에 계시면 비시장(非時漿)을 먹게 됩니다.”
필추가 허락하지 아니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머물렀다가 먹기를 마치고 떠나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속인들은 어떤 일이 있어서 머물고 있었던 의자를 되돌려 주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가져오도록 하여라.”
여러 필추들은
누구를 보내서 가져오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건치를 울려서 나이 어린 자로 하여금 가져오게 하라.”
뒤에 다시 속인이 공양하는 일을 베풀면서 필추에게 앉을 것을 빌렸다. 필추가 주지 않자, 그가 말했다.
“저희는 스님들을 위하여 공양을 베풀었는데, 여러분께서는 여러분이 앉을 의자를 어찌하여 주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주도록 하여라.”
그때에 여러 필추들은 모두 먹고 나서 의자를 두고 떠나왔다가 모두 도둑맞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필추를 시켜서 그것을 지키는 사람으로 삼되, 그 지키는 사람은 속인들과 함께 머물도록 하여라.”
여러 속인들이 필추에게 물었다.
“성자여, 어찌하여 다시금 거듭해서 공양을 드시려 하십니까?”
필추가 그들에게 대답했다.
“나는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의자를 지키려는 것뿐입니다.”
속인이 말했다.
“저희가 어떻게 당신이 두고 간 의자를 훔치겠습니까? 만약 믿지 못하시겠거든 가지고 가셔도 좋습니다.”
그 필추는 지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한쪽 가장자리에 머물러서 속인들과 섞이지 않게 하여라.”
그때에 여러 속인들이 앞에서와 같이 먹을 것을 차려 놓고 불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경을 외우려거든 마땅히 한쪽 가장자리에서 경을 외우면서 머물도록 하고, 정(定)을 닦으려거든 마땅히 한쪽 가장자리에서 단정히 사유하고 정려(靜慮)하여 의자를 살펴보다가 속인들이 다 흩어지고 나면 마땅히 가지고 떠나도록 하여라.”
그때 남긴 음식 찌꺼기와 기름과 깨끗지 못한 것이 의자를 더럽혔다. 필추가 그것을 버리고 떠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음식 찌꺼기로 더렵혀졌거든 마땅히 물로 씻도록 하고, 기름으로 더럽혀졌거든 마땅히 조두(澡豆)2)를 써서 닦아 내도록 하며, 깨끗하지 않은 것으로 더럽혀졌거든 흙이나 쇠똥으로 지워서 닦은 뒤에 가지고 오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법을 외우는 자가 되었을 때에 여러 필추들은 지붕이 없는 땅에 앉아서 햇볕에 고생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 위에 장막을 치도록 하여라.”
그때 비바람을 만나서 천막을 버리고 돌아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것을 거두어들이도록 하여라.”
누가 거두어야 할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 모두 빠짐없이 함께 거두어들이도록 하여라.”
나이 많은 필추들이 앉아 있는 곳에 천막을 많이 설치하였는데, 나이가 많은 이들은 힘이 없어서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가 어린 자는
마땅히 윗자리의 것을 거두어들이고, 나이 많은 이는 아랫줄의 것을 거두어들이도록 하라.”
그때 한곳에 모아 두었다가 무너져 부서졌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흩어 놓아라.”
그때 여러 필추들은 다시 경전을 외우지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덮개가 없거나 덮개가 있거나 정황에 따라 경을 외우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속인들 가운데 공경하여 믿는 자는 모두 진주와 보물과 금은으로 훌륭한 옷을 치장해서 사자좌를 덮어씌우자, 여러 필추들은 감히 자리에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속된 물건이라는 생각과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앉을 때에 허물이 없느니라.”
그때에 비바람을 만났는데 필추들은 승가의 물건만을 안에 들여 놓고 속가의 의상(衣裳)은 버렸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손상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안으로 들여 놓도록 하여라.”
그때에 어떤 시주가 머물 곳 두 군데를 조성하였는데, 하나는 마을에 있었고 하나는 아란야에 두었다. 그 마을에 있는 절엔 이부자리가 넉넉하였고, 아란야에 있는 것은 이부자리가 부족했다. 뒷날 다른 때에 아란야에서 큰 모임을 베풀고자 하였을 때에 여러 필추들은 앉을 좌석이 없는 것을 보고 마을에 있는 절에 가서 그것을 잠시 빌리고자 하였다. 그들이 기꺼이 주려고 하지 않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주도록 하여라. 만약 비가 올 것 같거나 비가 막 내릴 때에는 마땅히 주지 말도록 하여라. 또는 길에서 비를 만날 것 같거든 마땅히 나무 아래에 두거나 혹은 담장 곁에 두고서 하나를 가지고 위에 덮도록 하여라.”
그가 좋은 것을 써서 덮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나쁜 것을 가지고 그 위에 덮도록 하여라.”
모임을 베푼 것이 끝났는데도 즉시 되돌려 주지 않고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이나 그것이나 다 한 시주의 물건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소속이 정해져 있으니 다른 곳에 써서는 안 된다.”
두 절의 물건이 서로 섞여서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물건 위에다가 마땅히 절의 이름을 써넣도록 하고, 아울러 그 시주자의 이름도 써서 ‘아무개의 시주물’이라고 하도록 하여라.”
그때 급고독 장자가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불세존께서 대중의 윗자리에 앉아 계실 때에는 곧 모두가 정숙하오나, 앉아 계시지 않을 때에는 대중이 위엄과 덕망이 없나이다. 불세존께서 허락하여 주신다면 섬부영상(膽部影像)을 조성하여 대중의 윗자리에 모셔둘까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뜻대로 만들어서 대중의 윗자리에 놓아두도록 하여라.”
그때에 대중들이 맨 땅에 있다가 비를 맞았다. 여러 필추들은 불상(佛像)을 버려두고 절 안으로 들어왔다. 그 때 바라문 거사들이 있다가 그것을 보고는 비웃었다.
“당신들은 어찌하여 대사(大師)를 내던져 버립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속인들과 구적(求寂)을 시켜서 불상을 옮겨서 들여 놓도록 하여라. 만약 아무도 시킬 사람이 없거든 너희 필추들이 대사(大師)라는 생각을 하여 들여 놓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필추들이 각자 병이 났는데 간호해 줄 사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아픈 사람이 있거든 마땅히 잘 살펴보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는 사람을 보내어 병을 간호하도록 하였는데, 필추들은 누구를 시켜서 간호해야 할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상좌(上座)로부터 하좌(下座)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병을 간호하도록 하여라.”
그때 나이 많은 필추들도 모두 와서 병을 문안하고 그곳에 머무르니, 그로 인하여 근심과 고통이 생겼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앉아서 그 병든 사람을 간호하도록 하라.”
그때 여러 필추들은 스스로 앉을 자리를 가지고 갔는데, 믿지 않는 속인들이 보고서는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성자는 지금 춤과 구경거리를 보려는 것인가요?”
필추가 세존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간병자(看病者)들은 스스로 좌구(座具)를 가지고 가지 말도록 하여라.”
병을 간호하는 사람이 환자의 곁에 앉을 것을 많이 갖다 놓았는데, 그때 육중필추들도 또한 와서 병을 문안하였다. 환자가 있는 곳에서 여러 가지로 말을 하였는데, 병을 간호하는 사람이 육중필추에게 말했다.
“구수여, 이제 나는 환자를 공양하는 일을 그만두고 가고자 합니다.”
육중필추는 대답했다.
“당신 마음대로 하라. 누가 막겠는가?”
그가 육중필추에게 말했다.
“스님들께서 환자를 살피십시오. 나는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육중필추가 대답했다.
“병든 사람이 죽으면 네가 육물(六物)을 거두어야 하는데, 어찌 나더러 병자를 간호하라고 하는가?”
이렇게 욕을 하고 나서 환자에게 여러 물건을 살피게 하고는 곧 나가버렸다. 아픈 사람은 그것을 능히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드디어 손상하게 되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그에게는 부탁해서 관찰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첫째 부끄러움이 없는 자요, 둘째 원한이 있는 자요, 셋째 나이가 많고 쇠약한 사람이요, 넷째 아파서 힘이 없는 자요, 다섯째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아니한 사람이니라.”
그때 구수 우바리가 세존께 여쭈었다.
“만약 두 사람의 필추가 한 자리에 함께 앉았다가 일어나서 떠날 때에는 누가 거두어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중에 일어나는 자가 자리를 거두어야 하느니라. 만약 동시에 일어나면 나이 어린 사람이 거두어야 하고, 두 사람이 나이가 같다면 함께 거두어야 하느니라.”
그때 친교사(親敎師)와 궤범사(軌範師) 두 사람이 바깥으로 경행(經行)하러 나갔고, 제자 문도들은 절 안에 머물러 있었는데 여러 선품(善品)들을 증장시키지 못하는 것이 마치 물이 부족한 곳에 피어있는 연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 사람의 스승이 나갈 때에는 제자들도 따라 나가도록 하여라.”
어느 때 두 스승은 스스로 침상과 좌구를 가지고 다니자, 제자들은 그 뒤를 따라 맨손을 드리우고 다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자 문인(弟子門人)들은 마땅히 침상과 좌구를 가지고서 뒤를 따라다니도록 하여라.”
어느 때 두 스승들은 경행처에서 스스로 쓸고 닦았는데, 제자들은 한가로이 머물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스승이 비를 들고 쓸고 있는 것을 보면 제자들이 대신해서 스승을 편안히 머물게 해야 한다. 만약 스승이 대중의 명을 받아서 쓸고 닦는 사람이 되었다면 대신하지 않아도 허물이 없다.”
또 두 스승이 바느질을 하였는데, 그때 제자들은 한가로이 머물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대신하여 스승을 고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스승이 대중의 명을 받아서 옷을 깁는 사람이 되었다면 대신하지 않아도 허물이 없다.”
어느 때에 여러 제자들은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면 곧
스승이 있는 데로 나아가서 외우고 익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업이 끝나거든 마땅히 들리는 곳을 떠나 보이는 곳에서 외우고 익히도록 하여라. 정(定)을 익히는 자는 법을 얻고 나면 다른 곳으로 가서 정려(靜慮)하여 마음을 편안히 하도록 하여라.”
만약 두 스승이 대중을 위하여 일을 할 때에는 또한 마땅히 때에 따라 서로 물어서 그 수고를 대신하고, 만약 두 스승이 함께 경행을 나갔을 때에는 좌구를 가지고 간 자는 마땅히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 어느 때 그 제자가 앞질러서 가고 스승은 곧 뒤처졌다가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함께 돌아오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자가 돌아올 때에는 마땅히 스승께 ‘스승님께서는 돌아가시렵니까, 돌아가지 않으시렵니까?’ 하고 여쭈어서 ‘돌아간다’고 하거든 좌구를 가져가고, ‘아직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거든 좌구는 가져가지 말도록 해야 한다. 너희들 필추가 만약 내가 제정한 것을 따라서 행하지 않으면 모두 월법죄(越法罪)를 얻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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