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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1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29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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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29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29권

의정 한역


14) 불거부구학처(不擧敷具學處) ②
어느 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집으로 청하여 공양을 베풀고자 하였다. 그때 몸과 마음을 채찍질해서 여러 선품(善品)을 닦고 있던 나이 어린 필추하나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공양을 청한 것을 받아들이시더라도 나는 성에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지 않고 마땅히 염송(念誦)하면서 임중(臨中)1)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그 공양을 청한 곳에 가리라.’
그는 곧 좌구(座具)를 가지고 절 밖으로 나가서 어떤 고요한 곳에 나아가 뜻대로 업을 닦았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일찍 출발하여 문을 닫고 나서 시주의 집에 나아갔다.
염송을 하는 필추는 때를 맞추어 들어왔다가 절 문이 이미 닫힌 것을 보고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차라리 먹기를 그만둘지언정 마땅히 승가의 좌물(座物)을 버려서 스스로 허물을 초래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는 청한 곳에 나아가지 않고 곧 단식을 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공양을 마치고 절에 되돌아올 때 이 필추도 따라서 절에 들어왔는데, 밥을 먹은 힘이 아직 남아 있을 때에는 선품(善品)을 닦는데 마음을 두었으나 밥을 먹은 힘이 다하자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웠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서 물었다.
“구수여, 먹은 것이 이상한 음식인가? 배가 어찌 이상한가? 그대는 어찌하여 음식을 탐하여 배가 불러서 고민하다 선품(善品) 닦기를 그만두는가?”
그가 대답했다.
“밥 먹는 곳에 가지도 않았는데, 어찌 배가 불러 고민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때 여러 필추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그가 사정을 모두 다 말하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는 청한 곳에 일찍 나아가느라고 다른 이로 하여금 단식(斷食)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마땅히
시간을 잘 살펴 건치를 울리고, 대중들이 빠짐없이 다 모이면 서로를 돌아보고 떠나도록 하여라. 사주(師主)는 자기의 문도들이 모두 가는지 가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 만약 문을 닫은 이후에 필추가 이르렀으면 작은 상과 좌구는 나무 아래에 두거나 담장 곁에 두고서 공양하는 곳에 나아가야 한다. 마땅한 이유 없이 단식을 하지 말라. 만약 이유 없이 단식을 하면 월법죄를 얻느니라.”[단식이란 하루 동안 먹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 때에 어떤 바라문 거사가 절 안에 와서 승가의 좌물(臺物)을 사용한 뒤에 떠날 때가 되자 땅에 버려두었는데, 아무도 거두어들이는 사람이 없어서 상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처음에 본 사람이 곧 거두어들여야 한다.”
그때 어떤 나이 많고 약한 필추가 승가의 좌상(座來)이 땅에 버려진 것을 보았지만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이 많은 사람은 일을 시키는 사람[授事人]에게 알려야 한다. 그 일을 시키는 사람은 마땅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좌상을 거두어 두어야 하며, 거두어들이지 아니하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어느 때 어떤 필추가 승가의 깔개를 맨땅에 버려두고 걸식하러 나갔다. 그 뒤 깔개는 비바람을 맞아서 절 안에 있던 필추가 마땅히 거두어들였다. 그 때 앞서의 필추는 걸식한 것을 다 먹고 나서야 생각이 나서 급히 돌아왔다.
한편, 어떤 시주가 공경하고 믿는 마음으로 산림 가운데에 한 머물 곳을 만들었다. 그때 어떤 사냥꾼이 날짐승과 사슴을 잡으려고 들판에 마구 불을 질렀는데, 그 불길이 치성하여 마을을 에워싸더니 마침내 절까지 태웠다. 여러 필추들은 절에 불이 난 것을 보자 앞을 다투어 들어가서 자신의 의발을 가지고 나왔다. 하지만 승가의 물건은 아무도 거두는 사람이 없어서 모두 불에 타버렸다. 시주가 소식을 듣고 와서 필추에게 물었다.
“스님의 물건은 불에 탔습니까?”
필추가 대답했다.
“하나도 불에 타지 않았습니다.”
다른 필추들이 그에게 말했다.
“다만 승가의 물건이 불에 타서 남은 것이 없습니다.”
시주가 말했다.
“승가의 물건이 다 없어졌는데
어찌하여 ‘불에 타지 않았다’고 합니까?”
필추가 말했다.
“나의 물건은 불에 타지 않았습니다.”
시주가 말했다.
“만약 승가의 물건도 다 꺼냈더라면 어찌 좋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육신을 갈라내는 듯한 오랜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처자식의 몫을 나누어 승가의 밭에 공양하여 뛰어난 복을 바랐는데, 어찌하여 스님들은 자기의 물건만 거두고 승가의 물건은 돌아보지 아니하였습니까?”
이와 같이 혐오하고 그 곳을 떠나갔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즉시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불에 타게 되었을 때라도 승가의 물건을 거두어야 한다.”
뒷날 또 다른 때에 절에 불이 났을 때, 필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음을 듣고 각자 자기 옷과 물건을 버려두고 승가의 물건을 꺼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들의 물건은 모두 불에 타버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기의 것이 없어지면 번뇌가 무거워 승가와 함께 할 수 없으니, 만약 화재를 당하거든 먼저 자신의 물건을 꺼내고 나중에 승가의 물건을 꺼내도록 하여라.”
다시 화재가 있었을 때 여러 필추들은 자신의 물건을 꺼내어 바깥의 가장자리에 놓아둔 뒤 다시 들어가서 승가의 물건을 꺼내느라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즈음에 도둑들이 와서 옷과 물건을 가지고 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건을 꺼내 놓은 다음에는 사람을 시켜 지켜보게 하라.”
그때 여러 필추들은 힘센 사람을 보내어 지켜보게 하였는데, 힘이 약한 사람들은 물건을 꺼내는데 능히 높이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약한 사람을 시켜 지키게 하고 힘센 사람이 물건을 들어내도록 하여라.”
그때 여러 필추들은 비록 불길이 치성한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승가의 물건이 상할까 두려워서 곧 들어가 물건을 가져오다가 불에 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불길이 치성하거든 곧바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여라. 물건이 설사 불에 타더라도 이것은 참으로 허물이 없는 것이다.”
어느 때 어떤 시주가 골짜기 안에 한 머물 곳을 조성하였는데, 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절이 물에 잠겨서 물건들이 모두 떠내려갔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각자 자기 물건을 꺼내느라고 승가의 물건은 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일은 앞에서와 같고 다만 불과 물이 다를 뿐이다. 자세한 말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제정한 것과 같이
따라서 행하지 않는 자는 월법죄(越法罪)를 얻느니라,”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15) 볼거초부구학처(不擧草敷具學處)
총체적인 게송으로 말한다.

남방(南方)의 두 필추
두 마을의 두 거주처에
우물가를 풀로 더럽히고
경행(經行)하는 곳에 풀을 쌓아 두었네.

이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남방에 두 필추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나이가 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젊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실라벌성을 향하던 중 날이 저물어 절에 들어가 머물게 되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멀리서 나이 많은 필추를 보자 “잘 오셨습니다. 대덕이시여” 하고는 곧 이어 방과 이부자리 등을 주었지만, 그 젊은 필추에게는 방만 주고 이부자리는 주지 않았다. 이 젊은 필추는 성격이 부지런하였는지라 마른 풀이 있는 것을 보고는 무릎 높이까지 쌓아서 이부자리로 대신하였다. 그 늙은 필추는 이렇게 생각했다.
‘젊은이가 이부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 살펴보자.’
그리하여 늙은 필추는 그 풀로 만든 두통하고 따스한 이부자리를 보고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내일 아침에 승가에게 이부자리를 되돌려 주느라고 가던 길을 못 가게 될지도 모르니 마땅히 이부자리를 되돌려 주고 이곳에 와서 같이 자야겠구나.’
그는 곧 이부자리를 돌려주고는 한 곳에서 밤을 지내고 새벽이 되자 곧 길을 떠났다. 그런데 여러 마리의 개미가 이 풀에 묻혀 있다가 방 안을 구멍 내고 허물어뜨렸다.
그때 어떤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집에 오셔서 공양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초분(初分)에 의발을 챙겨서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는 장자의 집에 가지 않으시고 필추를 시켜서 음식을 가져오도록 하셨다. 이것은 다섯 가지 인연이 있는 것이니, 앞의 노지계(露地戒)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승가의 이부자리를 살펴보시고, 아울러 계율을 제정하시려는 인연으로 절 안에 머물러 계시면서 필추를 시켜 음식을 가져오도록 하신 것이다.
세존께서는 대중들이 떠나간 후에 곧 방의 열쇠를 가지고 절 안에 있는 방과 절 밖 근처에 있는 원림(園林)을 두루 살펴보셨으며, 그 다음 어느 방에 이르자 그 방안에 풀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벌레와 개미들이 방 안팎에 구멍을 낸 것을 보셨다. 그것을 보시고는 곧 생각하셨다.
‘이 방들은 모두 신심이 있는 바라문 거사들이 몸소 자신들의 고생도 마다 않고 처자의 몫을 덜어서 뛰어난 복을 구하고자 승전(僧田)에 받들어 보시한 것이다. 여러 필추들이 이것을 받아서 쓸 때 이를 헤아릴 줄 모르고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 탓에 이렇게 벌레와 개미로 하여금 분수에 맞지 않게 손상하게 하는구나.’
세존께서 곧 신통력으로 흙과 개미를 각각 한편에 있게 하신 뒤에 망륜(網輪)이 구족(具足)2)된 온갖 복으로 장엄하신, 뛰어나게 묘한 두 손으로 개미를 받쳐 들고 천천히 방 밖의 그늘지고 시원한 곳에다 내놓아서 여러 개미들을 다치지 않게 하셨다. 그런 뒤에 방에 물을 뿌리고 쓸어 내신 후에 그 흙더미를 거두어 방밖으로 버리신 후 손과 발을 닦으시고 방에 들어가시어 조용히 앉아 계셨다.
그때 부처님의 음식을 가져오기로 한 필추가 음식을 가지고 왔다. 앞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세존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곧 방 밖으로 나가시어 양치를 하시고 손과 발을 씻으신 후에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오시어 조용히 앉아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일포만시(日晡晩時:해가 팔분의 일 정도 남아 있는 시간)에 늘 앉으시는 자리에 나아가 앉으신 뒤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좀 전에 승가가 공양하려고 나간 후에 내가 방문의 열쇠를 가지고 방을 두루 살펴보았느니라(하신 일을 모두 갖추어 말씀하셨다). 너희들 필추는 여러 시주들이 고생도 마다 않고 복을 구하고자 승가에 시주하였는데, 너희들은 법답게 받아쓰지 못하고 헛되이 신심 있는 시주물을 손상시켰느니라.”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의 신심 있는 시물(施物)을
헤아려서 받아 쓸 줄을 알면
스스로는 안온함을 얻고

다른 사람의 복덕을 증장시키리.

그때에 세존께서는 만족할 줄 알아서 신도의 시주물을 법답게 수용함을 찬탄하신 뒤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내가 이제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거기에 마땅한 계율을 제정하노니, 이와 같이 말하여라.
만약 다시 필추가 승방(僧房) 안에 풀이나 나뭇잎을 스스로 펴거나 남을 시켜 펴게 하고 떠나갈 때에 스스로 거두지도 않고, 남에게 거두게 하지도 않고, 필추가 있는데도 부탁해 맡기지도 아니하면, 나머지 인연을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여 마치셨다.
어느 때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과 함께 세상을 유행하다가 한 마을에 도착하였다. 날이 어두워지려 하자 머물 곳을 구하려고 어떤 장자에게 물었다.
“숙소에서 머물 수 있겠습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먼저 중요한 것을 약속하면 용납할 수 있습니다.”
필추가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장자가 말했다.
“내일 우리 집에서 먹고서 떠나는 것입니다.”
장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상인들에게 의지하고 있어서 일이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길동무들이 머무르면 먹기를 청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만약 그들이 떠나가면 우리는 곧 따라가야 합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것 또한 좋습니다.”
장자는 곧 머물 곳을 주었다. 필추가 물었다.
“당신의 집 안에는 이부자리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때 필추들은 많은 속인과 사미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마른 풀을 찾아서 깔개로 충당하여 무릎 높이까지 쌓아 두고 한 곳에 같이 누웠다. 다음날 상인들은 아직도 별이 떠 있는 이른 시각에 출발하였다. 필추들도 그것을 보고 풀을 버려두고 떠나갔다. 이튿날 아침 장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필추들을 살펴보고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으면 먹을 것을 갖추어 주려했다. 그런데 필추들은 보이지 않고 풀만 어지러이 흩어져 있구나.’
그때 그 장자 부부 두 사람은
어지럽게 널린 풀을 치우느라 거의 한나절을 보냈다.
이 연기는 아직 계율을 제정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어떤 여러 명의 필추가 상인들을 따라서 이 마을에 이르자 그 장자에게 가서 잠잘 곳을 구하였다. 장자가 그들에게 대답했다.
“함께 중요한 약속을 하시면 재워드릴 수 있습니다.”
필추가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장자가 말했다.
“마른 풀을 가져다가 이부자리로 삼지 않으신다면 뜻대로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필추가 물었다.
“장자의 집에는 덮을 이부자리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대답했다.
“없습니다.”
필추가 말했다.
“딱딱한 땅에서 어떻게 편히 잘 수가 있겠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성자여, 지난번에 여러분과 같은 범행자(梵行者)들이 저의 집에 와서 머물렀는데 많은 건초를 모아다가 흩어 놓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 어지러이 널린 풀을 거두고 치우느라 한나절이나 고생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함께 약속을 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 필추들은 밤새 고생하다가 날이 밝은 즉시 길을 나섰다. 차츰 나아가다 마침내 실라벌성에 도착하니 그곳의 필추들이 그들에게 편안한지 위로하여 물었다. 그들이 대답했다.
“어떻게 편안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필추들이 그 까닭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마을에서 풀 위에 눕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고 오직 딱딱한 땅에서 자게 하여 밤새도록 고생하였습니다.”
필추가 물었다.
“당신들은 어떤 마을에서 그런 고생을 하였습니까?”
“아무 곳에 있는 마을입니다.”
“누구의 집에서 잠을 갔습니까?”
“아무개 장자의 집입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말했다.
“내가 예전에 그곳에서 잠을 잤는데 풀을 깔고 편안하였습니다. 당신은 어떤 허물이 있었기에 유독 딱딱한 땅에서 잠을 잤습니까?”
필추가 물었다.
“전에 잠을 자고 난 풀을 누가 거두어 치웠습니까?”
“우리는 꼭두새벽에 길을 떠나야했기 때문에 그 풀을 그냥 버려두었습니다.”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장자가 나무라고 미워하였군요.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밤새도록 딱딱한 땅에서 잠을 자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세존께 낱낱이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속가의 집에서 풀을 깔아서 사용했을 때라도
치워야만 한다.”
그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었다.
어느 때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을 따라서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한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에 사는 어떤 장자가 사문과 바라문 등을 위하여 여관을 하나 짓고 멀리서 부드러운 풀을 구해다 이부자리로 충당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그 곳에서 잠을 자고 난 뒤에 다 같이 그 풀을 가져다가 더러운 곳에 버리고 각자 길을 떠났다. 장자는 새벽이 되자 그곳에 가서 필추들을 문안하려다가 그 풀이 깨끗하지 못한 곳에 버려져서 다시 거둘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이로 인하여 미워하고 비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다시 그 후에 다른 필추들이 상인들을 따라서 돌아다니다가 이 마을에 이르렀다. 그 장자에게 가서 머물 곳을 찾으니, 장자가 대답했다.
“저에게 복 짓는 집이 있으니 뜻대로 머무르십시오.”
필추가 물었다.
“그곳에서 잠을 잘 이부자리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어떻게 딱딱한 땅에 눕겠습니까?”
장자가 비구들에게 대답했다.
“스님, 저는 이곳을 지나는 사문과 바라문들을 위하여 이 집을 짓고 먼 곳에서 부드러운 풀을 구하여 여러 머무는 손님들에게 공양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여러분과 같은 범행자들이 와서 기숙을 하고는 새벽이 되자 부드러운 풀을 모두 가져다가 깨끗하지 않은 곳에 내버린 바람에 다시 구하려고 해도 급하게 구할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여러 필추들은 딱딱한 땅에서 고생하며 밤을 지새웠다. 이 필추들은 점차로 유행하여 실라벌성에 이르렀다.
실라벌성의 필추들이 물었다.
“다니는 길이 편안하였습니까, 편안치 못하였습니까?”
“딱딱한 땅에 누워 잤는데 어찌 편안하였겠습니까?”
“어느 곳에서 잠을 잤기에 그런 고생을 하셨습니까?”
“아무 마을의 집에서 잤습니다.”
그러자 한 필추가 그들에게 말했다.
“제가 일찍이 그 집에서 잠을 잤는데, 그 집에 있는 부드러운 풀을 아침에 다 내다 버렸습니다.”
그들이 대답했다.
“당신이 풀을 버렸기 때문에 그 장자가 미워하고 비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어서 우리로 하여금
딱딱한 땅에서 잠을 자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곧 이 인연을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깔고 누웠던 풀을 시주에게 물어서 그가 버리라고 하거든 내다 버리고 그냥 두라고 하거든 시주의 말대로 버리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 만약 말을 어기는 자는 월법죄를 얻느니라.”
어느 마을에 승가의 머무는 곳이 있었는데, 그 절 안에는 이부자리가 넉넉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여러 필추들은 손님들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먼 곳에서 이부자리로 쓸 풀을 구해다가 방 한가운데에 놓아두었다. 그때 여러 명의 필추들이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이 절에 이르러서 절의 주인에게 물었다.
“저희가 머물러 잘까 하는데 이부자리로 쓸 것이 있습니까?”
필추가 대답했다.
“이 절은 일찍부터 가난해서 좋은 이부자리가 없으므로 우리가 손님을 위하여 멀리서 부드러운 풀을 구해다 놓았습니다. 혐오스럽지 않으시면 마음대로 머무르십시오.”
그들은 잠을 자고 나서 풀로 된 깔개를 버리려고 하였다. 주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손님을 위하여 먼 곳에서 이 풀을 구하였습니다. 실로 구하기 어려운 풀이니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손님으로 온 필추들이 말했다.
“당신들은 무지하여 스스로 죄를 범하고, 게다가 우리들로 하여금 또한 죄를 범하게 하려는 것입니까?”
이렇게 꾸짖고 나서 곧 풀을 가져다 밖에 버리고 떠나갔다. 그 때문에 풀은 문드러지고 상했다. 뒤에 여러 필추들이 세상을 널리 돌아다니다가 이 절에 이르러 기숙하려고 하면서 이부자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물었다. 주인이 대답했다.
“이곳에는 이부자리가 없습니다. 저희는 일찍이 손님을 위하여 멀리서 부드러운 풀을 구해온 적이 있는데, 어떤 필추들이 이곳에 와서 자고 난 뒤에 있던 풀을 모두 버리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버리지 말라고 했더니 말을 따르지 않고서 오히려 우리를 꾸짖고는 모두 버리고 띠나갔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다시 풀을 구하려 해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땅에서 자고 새벽이 되자 즉시 길을 떠나 서다림에 이르렀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 서로 인사하였다(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내가 그곳에서 잠을 자면서 억지로 그 풀을 버렸습니다.”

그러자 필추들이 말했다.
“그런 연유로 와서 기숙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그때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필추가 부탁하여 맡기고 띠나가며 버리라고 하거든 버려야 한다(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월법죄를 얻느니라.”
다시 여러 명의 필추들이 상인들과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우물가에 이르자 즉시 그곳에 머물며 잠을 잤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다른 마른 풀을 가지고 깔개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어떤 바라문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상인들은 새벽이 되자 곧 출발하였다. 필추와 바라문은 다 풀로 만든 깔개를 그대로 두고서 상인들을 따라갔는데, 길을 가다 먼 곳으로부터 오는 상인들을 만났다. 그때 바라문은 그 상인들을 만나자 구하는 일들이 모두 마음에 맞아서 즉시 그들과 함께 오던 길을 되돌아가다가 전에 머물던 우물가에 도착해서 다시 숙박하게 되었다.
그때 여러 명의 벌거벗은 외도들이 필추가 숙박하던 곳에서 편히 머물게 되었다.
벌거벗은 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몸을 깨무는 것이 무엇인지 혹시 아십니까?”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제 술지게미를 많이 먹었소? 어찌하여 깨문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불을 가져와 살펴보니 많은 개미들이 보였다. 문득 이렇게 말했다.
“어떤 지혜 없는 자가 이곳에 숙박한 적이 있구나. 어쩌자고 떠날 때에 이 풀로 만든 깔개를 헤쳐 놓지 않았는가?”
그때 바라문이 듣고서 그들에게 말했다.
“전에 어떤 석자(釋子)가 이곳에서 잠을 자고 떠나갔습니다.”
벌거벗은 외도가 말했다.
“사문 석자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지혜가 있다고 스스로 말을 하면서 머물러 잠을 잔 곳에서는 풀로 만든 깔개를 헤쳐 놓지도 아니하는구나.”
바라문이 말했다.
“사문 석자는 끊임없이 살생을 하고 곳곳에서 잠을 자면서도 살펴보지 아니합니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오파색가(鄔波索迦)가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 없이 기억하고 있다가 뒤에 필추들이
머무는 곳에 이르러 이 일을 낱낱이 말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넓은 들판에서 잠을 자더라도 풀 깔개를 헤쳐 놓도록 하여라.”
여러 필추들은 이 가르침을 받들었다.
다시 어떤 필추가 상인들을 따라가다가 아란야가 있는 마을에 도착해서 숙박하게 되자 마른 풀을 많이 가지고 이부자리를 만들었다. 상인들이 밤에 길을 떠나자 필추는 풀을 버리느라 시간이 늦어져서 상인들을 따라잡지 못했고, 그 바람에 뒤에 쳐져서 따라가다가 도적을 만나 물건을 빼앗겼다. 겨우겨우 서다원림에 이르니, 필추들이 보고서 서로 위로하며 물었다.
“다니는 길이 편안하였습니까, 편안치 못하였습니까?”
“저희는 도적을 만나 물건을 빼앗겼으니 어찌 편안함이 있었겠습니까?”
그것이 어떤 연고인가 하고 물으니, 일을 갖추어서 말해 주었다. 여러 필추들이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아란야에 있더라도 그 풀은 마땅히 흩어 버리지 말고 한쪽 구석에 모아 두고서 뜻에 따라 떠나도록 하여라. 너희 여러 필추들이 내가 제정한 대로 따라서 행하지 아니하면 모두 월법죄를 얻느니라.”
그때에 필추들이 옷을 물들이느라고 햇볕이 있는 곳에다 마른 풀을 펼쳐놓고 옷을 볕에 쬐었는데, 풀을 거두어들이지 않아 벌레와 개미들이 많이 살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옷을 모두 물들인 후에는 그 풀을 버리도록 하여라.”
다시 어떤 필추가 옷을 물들이려고 그 풀을 그대로 두라고 권하였다. 하지만 그 필추는 그 말을 들어주지 않고 모두 던져 버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버리지 말고 그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한편, 옷을 볕에 쪼이고 나서도 그 필추는 기꺼이 풀을 거두어 버리려 하지 않았다. 그가 말하였다.
“나의 풀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에게 주기 전에 마땅히 ‘풀을 다 쓰고 난 뒤에 당신이 그것을 버릴 수 있는가?’라고 물어라. 만약 버릴 수 있다고 말하거든 그에게 주고, 버릴 수 없다고 하면 그에게 주지 말도록 하여라.”
어느 때에 경행을 하던 곳이 있었는데, 그 땅이 딱딱해서 발을 다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드러운 풀을 깔아서 발을 다치지 않도록 하여라.”
풀을 잘 깔고 나자 벌레와 개미들이 곧 생겨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내버리도록 하여라.”
필추들이 날마다 내다 버리느라고 바른 수행을 할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주 버리지 말고 때를 잘 살펴서 내다 버릴 만하거든 한꺼번에 모두 버리도록 하여라.”
또 경행하는 곳에서 공양을 베푸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풀을 깔고 앉았는데 앞에서와 같이 개미들이 모여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새끼줄로 매어서 나뭇가지에 걸어 두도록 하여라.”
또 경행하는 곳에 쇠똥을 땅 위에 놓아두었는데, 그로 인하여 벌레와 개미가 생겨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깨진 항아리 안에 놓아두고 그것을 젖지 않게 하여라.”
그때에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고 계율을 존중하는 것과 욕심이 적어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 것은 그에 따라 열었으니, 만약 어려운 인연이 있거든 모름지기 부탁해 맡기지 말라. 이러한 까닭에 내가 이제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승방(僧房)에 풀이나 나뭇잎을 스스로 깔거나 남을 시켜 편 뒤에 떠날 때 스스로 거두지도 않고 남을 시켜 거두지도 않는다면, 그리하여 만약 필추가 있는데도 치우도록 부탁하여 맡기지 아니하면, 다른 까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이 법 안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머지 뜻은 앞에서와 같다. ‘승방’이란 여래의 제자가 머무르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그 안에서는 4위의행(威儀行), 즉 걷거나 서거나 앉거나 누울 수 있다. ‘깔개’란 풀이나 나뭇잎으로 자기 스스로 깔거나 남을 시켜 깔아 놓은 것을 말한다. ‘스스로 거두지 않고 떠나간다’는 것은 세분(勢分)을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때에 구수 오파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잘 모르겠나이다. 무엇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 깔개의 세분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생문 바라문이 나무를 심는 방법과 같으니라.(이하 자세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49심(尋)이 있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깔개의 세분이라 하고(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더 나아가 다섯 가지의 촉수(囑授)라 하느니라.”
나아가 사방을 두루 살피시고 그 방문의 열쇠를 가지신 것과 아울러 자세히 말씀하신 것은 앞에서와 같다.
“‘필추가 있는데도 맡기지 않았다’는 것은 필추가 있는데도 그에게 알려서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다’라는 것도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서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승가의 거주처에서 풀이나 나뭇잎으로 스스로 깔개를 만들거나 남을 시켜 깔개를 만들고도 치우지 않고 떠나가는 것, 또한 사람이 있는데도 그에게 부탁하여 맡기지 않는 것, 더 나아가 세분을 벗어나지 않는 것은 악작죄를 얻는다. 만약 세분을 벗어나면 곧 타죄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길을 막 떠날 때에는 그 맡기는 일을 잊어 버렸다가 길을 가는 중에 생각해내어 도중에 필추를 만나거나, 혹은 전에 머물던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생각이 나거나, 혹은 머무는 곳에 이르러 필추가 있는 것을 볼 경우 그 일을 부탁하여 맡기되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해야 하니, 자세한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풀로 만든 깔개에 두 가지 손상됨이 있으니, 바람에 의한 것과 개미에 의한 것을 말한다. 바람에 의해 손상됨이란 바람이 불어 풀을 말아 버리는 것을 말하고, 개미에 의해 손상됨이란 개미가 풀을 뚫어 구멍을 내는 것을 말한다.
만약 필추가 해가 저물녘에 승방 안에 풀로 만든 깔개를 놓아두거나 밤낮으로 때때로 관찰하면, 손상되든 손상되지 아니하든 죄의 가볍고 무거움을 얻는 것에 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설한 것과 같다. 만약 벽돌과 같이 딱딱한 땅에 두거나 혹은 모래나 돌 가운데라도 벌레와 개미가 없는 곳에 풀로 만든 깔개를 펼쳐 놓으면, 설사 자주 들여다보지 아니하더라도 이것은 모두 범하는 것이 아니다. 또 범하는 것이 아닌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매우 고통스러움에 얽매인 경우이다.”

16) 강견필추출승방학처(强牽苾葛出僧房學處)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오타이(鄔陀夷)가 그곳의 나이 어린 필추들에게 와서 권유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종교의 논리를 굴복시키고 스스로 명예를 얻도록 하자. 너희들이 하려고 하는 독송(讀誦)ㆍ선사(禪思) 및 입고 먹는 것의 이로움은 모두 부족하지 않게 해 주겠다.”
그때에 여러 나이 어린 필추들은
이 권유를 듣고 나서 각자 자신들의 아차리야(阿遮利耶)인 오파타야(鄔波馱耶)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저희는 이제 두 스승님께 청하오니 세상에 나아가서 마음대로 돌아다닐까 합니다.”
그 스승이 물었다.
“너희는 누구와 함께 길을 가려느냐?”
그들이 대답했다.
“대덕 오타이께서 저희와 함께 길동무가 되어 주신답니다.”
그 스승이 그들에게 말했다.
“구수여, 그 사람은 성질이 고약하여 너희를 괴롭힐 것이다.”
다시 스승께 아뢰었다.
“대덕 오타이께서 좋은 말로 권유해서 부모처럼 섬길 터인데, 어찌하여 괴롭게 하겠습니까?”
마침내 그 나이 어린 필추들은 스승의 말을 듣지 않고 오타이와 함께 뜻을 결정한 대로 길을 떠났다. 오타이는 여러 젊은이들을 데리고 지역의 경계 밖으로 나아가자 그들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너희들은 어찌하여 의지해 머묾[依止]이 없이 세상을 널리 돌아다닐 수 있겠느냐?”
곧 필추들을 모두 불러 모아 그들을 무릎 꿇게 하고는 의지해 머묾의 방법을 가르친 뒤에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삼의(三衣) 주머니를 그에게 주어서 짊어지게 하기도 하고, 혹은 발우를 주기도 하고, 혹은 여러 가지 물건을 담은 주머니를 주기도 하고, 혹은 필추가 물을 넣어 항상 휴대하는 물병을 주기도 하고, 혹은 편리할 때에 쓰는 물병을 주기도 하고, 혹은 석장(錫杖)을 주기도 하고, 혹은 가죽신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모두 높이 들고 가게 한 뒤에 자기는 두 손을 빈손으로 드리운 채 위ㆍ아래 두 가지 옷만을 입고 여러 사람들을 조롱하며 길을 따라 갔다. 그리하여 어떤 마을의 큰 우물가에 이르자 여러 문도들과 함께 휴식을 하였다.
이 마을 안에는 비하라(毘訶羅:절)가 있었는데 일포시(日晡時)에 문득 건치를 울렸다. 여러 필추들이 이 소리를 듣고 오타이에게 아뢰었다.
“아차리야시여, 절에서 건치를 울리니 저희들이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오타이가 그들에게 말했다.
“구수여, 이것은 아마도 많은 흑발(黑鉢)의 무리들이 선품(善品) 닦기를 게을리 하자 건치를 울려 승려들을 모아서 일을 시키려는 것인가 보다. 우리들은 이미 길을 오느라 피곤하니 누가 능히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문도가 대답했다.
“아차리야시여, 이것은 아마도 물건을 나누어 주는 건치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계(界)와 함께
그 몫을 얻을 수 있습니다. 궤범사(軌範師)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신 분은 큰 복덕이 있어서 제물과 이익을 쉽게 구할 수 있으나, 저희같이 나이 어린 필추들은 누가 시주를 받아 보겠습니까? 이제 절에 들어가서 어떤 연유로 건치를 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스승이 곧 그에게 말했다.
“네 뜻대로 가도록 하여라. 만약 좋은 것이 있거든 내 몫도 가져오너라.”
젊은 필추가 들어가서 물으니, 절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이것은 이부자리를 나누어 주는 건치입니다.”
주지가 보고 와서는 곧 그에게 말했다.
“구수여, 당신들도 이부자리를 청하시오.”
그가 대답했다.
“저에게 존경하는 스승이 계십니다. 그분의 것도 받도록 해 주십시오.”
“그는 또 누구인가?”
“아차리야이신 오타이입니다.”
주지가 말했다.
“그의 것도 받아 가지도록 하시오.”
곧 모두 그에게 주었다.
그때 오타이는 그 우물가에서 여러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곳은 누구의 마을이며, 이것은 누구의 절이며, 이것은 누구의 탑이며, 이것은 누구의 숲인지 물으면서 산림ㆍ우물ㆍ목욕하는 연못ㆍ소ㆍ양 등등에 대해서도 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물어 보았다. 그들은 즉시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그때에 여러 젊은 필추들은 함께 논의하였다.
“아차리야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늦게 오시는가?”
이윽고 서로 말했다.
“언제나 하는 일을 하시나보다.”
그래서 모두들 스승이 누워 있던 곳에 깔개를 펼쳐놓고 발 닦는 물과 발에 바르는 기름을 한쪽 가에 놓아 둔 뒤에 각자 발을 씻고 따뜻한 집안에 들어가서 가지고 있던 경을 외고 여기저기에 누워서 잤다. 그때 오타이는 날이 저무는 것을 보고서야 절 안에 들어왔는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었다. 드디어 큰 소리로 “구수여, 구수여” 하고 불러댔다.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보고는 말했다.
“대덕 오타이께서 어찌하여 마땅한 때가 아닌 때에 절 안에 들어와서 마치 소 먹이는 사람처럼 큰 소리로 부르시는 것입니까?”
주지에게 대답했다.
“나에게 젊은 필추들이 있는데 앞서서 절에 들어왔습니다. 병이라도 났는지 걱정이 되는 까닭에 큰 소리로 부른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듣고 와서는 말했다.
“아차리야시여, 어찌하여 큰 소리로 부르셨습니까. 그 방 안에 이부자리를 깔아놓고 발을 씻을 물과 발에 바르는 기름도
갖추어 놓았습니다. 그곳에 가서 주무시면 됩니다.”
오타이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누구한테 말을 하고서 발 닦을 물 같은 것을 가져다 놓는 일을 하였느냐?”
“궤범사께서 오시는 것이 늦어지기에 저희들이 서로 상의해 알리고서 곧 저희들도 발을 씻었습니다.”
“너희들은 절 밖으로 나가거라. 누가 너희와 같이 공경할 줄도 모르고 두려워할 줄도 모르는 게을러빠진 녀석들에게 의지해 머무는 스승이 된단 말이냐?”
그리고는 이내 그들을 억지로 절 밖으로 내몰았다. 그들은 밖에서 밤새도록 추위에 떨며 고생하였다. 새벽이 되자 함께 말을 해서 공경히 아뢰었다.
“아차리야여, 저희들은 하직하고 떠나겠습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구수여,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가?”
“실라벌성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잠시 머물러 있어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에게 병을 간호하는데 필요한 것을 주어야겠다.”
“스승이시여, 저희는 본래 병이 없었는데 당신께서 병이 나게 하였습니다. 하물며 또 어떤 병이 있다고 능히 간호할 수 있단 말입니까?”
드디어 오타이를 버리고 떠나서 서다림으로 되돌아왔다. 오타이도 뒤쫓아 와서 점차 급고독원에 이르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젊은 필추들이 오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잘 왔네. 구수여. 여행길은 편안하였는가, 불편하였는가?”
“같은 범행자(梵行者)가 어찌 안락함이 있겠습니까? 성자 오타이가 우리를 절 밖으로 내몰아서 밤새도록 추위에 고생을 하다가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여러 젊은 필추들이 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일을 듣고 나서 다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떻게 필추가 다른 필추를 승방 밖으로 내몰아서 일부러 고통을 준단 말인가?”
이 인연을 세존께 모두 아뢰자, 세존께서는 대중을 모아 놓으시고 오타이에게 물으셨다.
“참으로 이와 같이 필추들을 내몰아서 밤에 방 밖으로 내쫓았느냐?”
“참으로 그러하였나이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오타이를 꾸짖으시고 말씀하셨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계율을 제정해서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성을 내고 기뻐하지 않으면서 승가가 머무는 곳에서 필추를 밖으로 끌어내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 끌어내게 하면 다른 까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마땅한 계율을 제정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어떤 필추가 토굴에 기거하였는데, 마침 그가 병이 났을 때 날씨는 비가 오려고 오색구름이 일어났다. 여러 필추들이 그 모습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급히 나가셔야겠습니다. 큰 비가 내리려 하니 흙으로 된 방이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는 병이 심해져서 스스로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 필추들은 계율을 범할까 두려워 감히 밖으로 부축하지 못하였다. 큰 비가 내리자 토굴이 무너지면서 그 병든 필추를 덮쳤다. 비구는 그로 인하여 숨을 거두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어려운 연고가 있으면 마땅히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것은 그에 따라 여는 것이다. 거듭하여 계율을 제정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성을 내고 기뻐하지 않으면서 승가의 머무는 곳에서 필추를 밖으로 끌어내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 끌어내게 한다면 다른 까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앞에서와 같다. ‘승가의 머무는 곳’이란 불제자가 머무는 곳을 말한다. ‘밖으로 끌어낸다’는 말로 몰아내거나 혹은 손으로 끌어당기되 스스로 하거나 남을 시켜서 하는 것이다. ‘다른 까닭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인연을 제외한다는 말이다. ‘타(墮)’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성내는 마음을 가지고 절 안에서 스스로 내보내거나 혹은 남을 시켜서 이 법 가운데의 필추를 몰아낸다면 모두가 타죄를 얻는다.
여덟 가지 어려운 인연을 만나는 경우는 모두가 범하는 것이 아니다. 죄를 범함이 아닌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아주 고통스러움에 얽매인 경우이다.”


17) 강뇌촉타학처(强惱觸他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오타이는 나이 어린 필추들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을 권유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다른 종교를 항복시키고 스스로 명예를 얻도록 하자.”
젊은 필추들은 각자 스승에게 가서 아뢰었다.
“유행을 떠나려 합니다.”(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더 나아가 밤에 절 안에 들어가 큰 소리로 불러서 문을 열게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잠이 들어서 문을 열어주지 못하였다. 그러자 오타이는 즉시 발로 문을 걷어차서 끝내 온당(溫堂)을 진동시켰다.
그때 여러 젊은 필추들은 함께 상의하였다.
“함께 문을 여는 것이 좋겠다. 그는 힘이 세니 승가의 집들을 다 무너뜨릴까 두렵다.”
드디어 함께 문을 열었다. 오타이가 즉시 들어와 젊은 필추들의 상(床)위에 몸을 넘어뜨리니, 어떤 사람은 배를 다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허리를 다치기도 하였으며, 어떤 사람은 발을 다치기도 하였다.
그들이 오타이에게 말했다.
“아차리야여, 제가 다쳤습니다. 몹시 아픕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아픈 것이 싫거든 스스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젊은 필추들은 상의하였다.
“그는 힘이 아주 세어서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목숨을 끊어 놓을 것이다.”
곧 모두 밖으로 나가서 누웠다. 그리하여 하룻밤 동안 모두 추위로 고생하였다. 새벽이 되자 그들은 오타이에게 말했다.
“아차리야여, 저희는 이제 떠나렵니다.”
“어디로 가려느냐?”
“실라벌성으로 갑니다.”
“잠시 머물러 있어라. 내가 너희의 병을 간호하는데 필요한 것을 주어야겠다.(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실라벌성에 도착하여 필추에게 갖추어 말하였다.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꾸짖으시고 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계율을 제정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필추가 승가의 거주처에서 여러 필추들이 먼저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나중에 그 안에 들어와서 일부러 고통을 주기 위해 이부자리에 앉거나 누워서 생각하기를, ≺저 사람이 고통스럽게 여기면 스스로 나를 피해 떠나갈 것이다≻라고 생각을 한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앞에서와 같다. ‘안다’는 것은 그 일을 분명히 안다는 말이다. ‘여러 비구들이 먼저 이곳에 머물렀다’는 것은 불제자들이 먼저 이 가운데에서 머물러 잠을 잤다는 말이다. ‘나중에 그 안에 들어왔다’는 것 등은 몸을 제멋대로 하여 앉고 눕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저 사람이 고통스러운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고통 받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스스로 나를 피해서 떠나갈 것이다’는 이것으로 인연하여 다른 일은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바일저가’는 뜻이 위에서와 같다.
이 가운데에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그 일을 분명히 알면서도 앞에 말한 것처럼 하고 나아가 나를 피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두 바일저가를 얻는다.”
총체적인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거친 음식과 좋은 음식
추위와 더위, 항아리와 쓰임새
선(禪)과 송(誦)과 공포의 있고 없음
이러한 것들이 원인이 되어 다 함께 고통스럽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구수 오타이가 그곳의 여러 나이 어린 필추가 있는 곳에 와서 권유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도록 하자.”(자세히 말한 것은 위에서와 같다).
그리하여 나이 어린 필추들을 데리고 절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각자는 스스로 발을 씻고 온당(溫堂)에 들어가서 서로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거칠고 나쁜 음식을 먹는 바람에 기력이 떨어졌다. 마땅히 선사(禪思)3)를 하는 것이 좋겠다.”
곧 가부좌하고 생각을 묶어서 머물렀다. 오타이는 밤늦게 절에 들어와 큰소리로 구수를 불러댔다. 그때 나이 어린 필추들은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그에게 말했다.
“아차리야여, 저희들은 온당에 있으면서 마음을 단정히 하여 선정을 닦고 있습니다.”
곧 방에 들어와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구수여, 부처님께서 일찍이 ‘여러 무지(無知)한 자들은 마땅히 정(定)을 닦아서는 아니된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더냐? 마땅히 일어나서 존귀한 경전을 외우고 익히는 것이 좋다.”
드디어 밤이 새도록 차가운 땅에 앉아서 억지로 경을 외우게 하였다. 그때 여러 나이 어린 필추들은 고생을 겪고 나서 새벽이 되자 말하였다.
“아차리야여, 우리는 돌아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려느냐?”
“실라벌성으로 가겠습니다.”
“잠깐 머물러라. 내가 너희들에게 병을 간호하는데 필요한 것을 주겠다.”
“스승이시여, 우리는 본래 병이 없었는데 당신께서 병이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어떤 병이 있기에 능히 병을 간호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그래서 비구들은 그를 버리고 떠나갔다. 나아가 급고독원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필추들이 듣고 나서 세존께 갖추어 아뢰자,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필추가 일부러 다른 필추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모두 타죄를 얻느니라.”
또 연기(緣起)는 앞에서와 같고 그 가운데에 다른 것은……(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그때 여러 나이 어린 필추들이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오늘 아주 좋은 음식을 먹었더니 기력이 풍족하다. 마땅히 방 밖에서 자신의 뜻대로 경전을 외는 것이 좋겠다.”
곧 경 외우는 것을 익혔다(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오타이가 보고서 말했다.
“구수여, 부처님께서 일찍이 ‘만약에 정(定)을 익히지 아니하면 지혜가 생겨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시더냐? 마땅히 온당에 들어가 좌선을 하며 생각을 묶어 두도록 하여라.”
드디어 밤새도록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게 하는 바람에 몸이 피곤하고 싫증이 나서 새벽이 되자 서다림으로 돌아갔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더 나아가 부처님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필추가 일부러 다른 필추를 괴롭게 한다면 모두 타죄를 얻느니라.”
또 연기(緣起)는 앞에서와 같고 그 중에서 다른 것은……(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그때 여러 나이 어린 필추들이 함께 말하였다.
“구수여, 지금은 조금 추우니 다함께 따뜻한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 것이 좋겠다.”
드디어 들어가서 잠을 잤다.
오타이가 그 모습을 보고서 말했다.

“구수여, 어찌하여 방 안으로 들어갔느냐?”
“날씨가 추워서 방에 들어가 따뜻하게 하였습니다.”
“구수여, 너희들이 더운 곳에서 잠을 자면 누렇게 뜨는 병에 걸릴까 걱정이다. 너희 여러 사람이 병에 걸리게 된다면 나 혼자서 어떻게 간호할 수 있겠느냐? 너희들은 급히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
드디어 맨 땅에 머무르게 한 뒤 차가운 물을 두루 뿌리고 부채로 부쳐서 날이 밝을 때까지 잠을 자지 못하게 하였다. 새벽이 되자 서다림으로 되돌아갔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나아가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일부러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면 모두가 타죄를 얻느니라.”
또 연기는 앞에서와 같고 그 가운데에서 다른 것은……(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나이 어린 필추들이 함께 말하였다.
“지금은 날씨가 너무 더우니 함께 서늘한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 것이 좋겠다.”
곧 들어가서 잠을 잤다.
오타이가 보고 말하였다.
“구수여, 어찌하여 서늘한 방에서 누워 있는가?”
“날씨가 더운데 이곳은 아주 서늘합니다.”
“너희들은 시원한 곳에 누우면 바람을 받아서 병을 얻기도 하고, 혹은 담이 들고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어떻게 너희들을 시중들 수 있겠느냐?”
즉시 방 안으로 들어가서 모든 창문을 다 닫은 뒤에 그들을 위해 탄과 불을 땠다. 그리고 방문을 급히 닫고 털로 된 담요로 모두를 덮어서 몸을 세우고 무릎을 꿇리고는 밤새도록 잠을 잘 수 없게 하였다. 새벽이 되자 서다림으로 되돌아갔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일부러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모두가 타죄를 얻느니라.”
또 연기는 앞에서와 같다. 그때 오타이는 나이 어린 여러 필추들에게 세상을 널리 돌아다니도록 권하였는데, 그를 따라 길을 나서면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되니 한 사람도 그와 함께 길동무가 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오타이는 혼자서 세상을 널리 돌아다니다가 어느 절에 이르렀다. 이 절에는 대소변을 보는 곳이 없어서 여러 필추들은 밤에 대소변을 보게 되면 각자 단지를 놓아두었다가 새벽이 되면 내다 버렸다. 절 안에 있는 필추들이 오타이가
못된 행위를 하는 줄 다 아는지라 끝내 방에 들어와서 같이 자자고 부르는 필추가 없었다.
오타이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여러 흑발(黑鉢)들은 나에게 말도 하려 하지 않으니, 오늘 밤중에 변을 보는 사람들을 넘어지게 만들어야겠다.’
즉시 길을 빙빙 밟아 올라가 삼층에 이르자 항아리가 놓여 있는 곳이 보였다. 그가 생각하였다.
‘어찌 단지들을 깨뜨릴 것이냐?’
드디어 발가락에다 끼워서 밖에 내다 버렸다.
필추가 밤에 일어나 대소변을 보려고 그 단지를 찾았으나 하나도 찾을 수가 없자, 결국 위층에 물이 통하는 곳에다 변을 보았다. 아침이 되자 여러 신심 있는 범지(梵志)ㆍ거사(居士)들이 와서 절 안에 들어와 경건하게 예배하고 돌아다니며 방사를 살펴보았다.
그때 오타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흑발의 무리들이 항상 못된 짓을 하고 승전(僧田)을 더럽히느라 절 위층에 더러운 것을 버린 것을 보아야 하오.”
여러 속인들은 이 말을 듣고서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생각을 내었다.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이 일을 낱낱이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여러 필추들이 일부러 마음을 먹고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면 모두가 타죄를 얻느니라.”
또한 연기는 앞에서와 같다.
어느 때 오타이는 짝이 되는 길동무가 없자 혼자서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절에 이르렀다. 그때 여러 필추들은 오타이의 못된 소행을 아는지라 끝내 한 사람도 들어와서 쉬자고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오타이는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제 뭔가 다른 방편을 써서 이 절의 중들을 골탕 먹여야겠다. 그래서 여러 혹발들로 하여금 나 오타이가 속이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즉시 옷에 약을 쏟아 붓고는 따뜻한 방 안에 있다가 곳곳마다 알렸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듯이 병이 있는 사람들은 마땅히 간호를 받아야 합니다.”
절 안에 있는 나이 많은 필추들이 모두 병문안을 와서 오타이에게 물었다.
“사대(四大)는 어떠합니까?”
그가 대답했다.
“기운이 없고 약합니다.”
그때 나이 많은 필추가 잠깐 묻고 나서
이내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
그러자 오타이가 그에게 말했다.
“노숙(老宿)께서는 잠시 머물러 주십시오.”
그는 잠시 머물러 있다가 곧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하기를 세 번을 하였다.
나이 많은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오타이, 당신은 일부러 마음을 먹고 나를 괴롭히려 하는가?”
오타이가 대답했다.
“내가 절 안에 들어오니 당신들은 나와 말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잠시 동안 서 있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필추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여러 필추가 일부러 마음을 먹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모두가 타죄를 얻느니라.”
또한 연기는 앞에서와 같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오타이가 절 안에 들어가니, 많은 필추들이 정려(靜慮)를 익히고 있었다. 여러 필추들은 오타이가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인 것을 알고 아무도 함께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타이는 그들을 괴롭히고 해칠 마음을 내었다. 그런데 이 사원(寺院)은 막 짓기 시작한지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타이는 곧 저 절을 짓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에게 말했다.
“장자께서 신심이 있어서 절을 짓는데, 어찌하여 일찍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도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시지 않으셨겠습니까?”

부지런히 선(善)을 닦을 때에는
죄짓는 마음과 나쁜 마음이 일어나지 않지만,
복(福)을 부지런히 짓지 아니하는 자는
마음으로 곧 여러 악(惡)을 짓는다.

장자가 듣고 나서 필추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저에게 지금 많은 재물이 있습니다만, 이곳에서는 장인들을 끝내 구할 수가 없습니다.”
오타이가 그에게 말했다.
“장자여, 세존께서 가르치시기를, ‘짓고 만드는 곳에서는 필추가 일을 이루는 것을 돕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만약 일을 도와주신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내가 마땅히 도와 드리겠습니다.”
곧 절에 돌아와서 건치를 치고 나서 스스로 작업을 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만약 건치 소리를 들으면 대중들은 마땅히 모이도록 되어 있었다. 대중들은 모두 모여서 오타이가 스스로 벽돌을 높이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하여 여러 필추들도 함께 일을 하였는데 모두가 온종일 일하느라 조금도 쉬지 못하였다.

서로가 말하였다.
“구수여, 이제까지 이 절에서는 모두 부지런히 정(定)을 익혀 왔는데, 어찌하여 오늘은 모두가 집을 짓느라고 수고를 하게 되었습니까? 우리들은 이곳을 버리고 실라벌성으로 가겠습니다.”
실라벌성에 있던 여러 필추들은 객(客) 필추들이 오는 것을 보자 각자가 큰 소리로 “어서 오시라”고 하고는 말하였다.
“구수여, 우리가 들으니 그 절에서는 모두가 함께 선정을 닦는다고 하더군요. 오랫동안 그곳에 가서 기쁜 마음으로 만나 보기를 원하였는데, 당신들은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정려 닦기를 그만두고 이곳으로 오셨습니까?”
객 필추들이 대답했다.
“예전에는 그 절에서 모두가 부지런히 선정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모두가 함께 집 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나요?”
“오타이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었습니다.”
일을 갖추어 알리자, 그때에 여러 필추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여러 필추가 일부러 마음을 먹고 다른 필추들을 괴롭히면 모두 타죄를 얻느니라.”
또한 연기는 앞에서와 같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오타이가 어떤 절에 이르렀는데, 그곳의 많은 필추들은 경 외우기를 익히는 것으로 업을 삼고 있었다. 그들은 오타이를 보고도 모두가 이야기를 건네지 않았다. 절을 짓는 것이 아직 성취되지 아니하였는데……(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더 나아가 오타이는 그 절의 주지에게 말하여 여러 필추들에게 일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두가 절을 버리고 떠나가서 급고독원에 이르렀다.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얻는 죄는 앞에서와 같으니라.”
또한 연기는 앞에서와 같다.
오타이가 한 절에 이르렀는데, 그때 당시 절에는 도둑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여러 필추들은 오타이가 온 것을 보고 그의 못된 소행을 알아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타이는 이 일을 보고 나서 그 비구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려는 생각으로 일모시(日暮時)가 되자 절의 문을 활짝 열고 문지방에 서 있었다. 그때 문 닫는 일을 맡은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대덕께서는 문에 서 있지 마십시오. 제가 문을 닫아야겠습니다.”
오타이가 대답했다.
“너의 방문이야 스스로 닫을 수 있겠지만, 대중의 문이 어찌 너의 일에 간섭을 하겠느냐?”
그때 여러 필추들은 밤새도록 크게 두려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필추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부러 마음을 먹고 남을 괴롭히면 모두 타죄를 얻느니라.”
또한 연기는 앞에서와 같다.
오타이가 어느 절에 이르렀는데 이 절에서는 도둑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밤에도 문들을 열어 놓고 필추들이 절 밖에 나가서 대소변을 보았다. 오타이는 이 절의 비구들이 자기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이내 성을 내면서 드디어 그 문을 굳게 닫고 문지방에 누웠다. 그때 여러 필추가 밤에 대소변을 보려고 그에게 말했다.
“대덕이여, 다시 문지방에 눕지 마십시오. 내가 나가서 용변을 좀 보아야겠습니다.”
오타이가 대답했다.
“구수여, 당신의 방에서 담장에 구멍을 뚫고 나가시오. 나는 먼 길을 왔더니 몹시 피곤하오. 누가 능히 일으킬 수 있겠소?”
이때 여러 필추들은 나갈 곳이 없게 되자 더러는 처마 앞에서 용변을 보기도 하고, 더러는 지붕 아래에서, 더러는 물 구멍이 있는 곳에서, 더러는 뜰에서 깨끗하지 않은 것을 버렸다. 아침이 되자 여러 신심 있는 사람들이 절에 와서 예배를 드렸는데, 오타이가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이 흑발의 무리들이 매양 똥오줌을 여기저기 흩뜨려 놓은 것을 보시오. 선인(仙人)의 거처로서 어찌 이런 것이 합당하겠소.”
이렇게 말을 해서 여러 속인들로 하여금 다 함께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도록 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필추가 일부러 마음을 먹고 다른 필추를 괴롭히면 모두가 바일저가죄를 얻느니라.
또 범하는 것이 아닌 경우는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어리석거나 미쳤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매우 고통스러움에 얽매인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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