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4권 3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3) 사리불이 부처님께 계(戒) 제정하실 것을 청하다
부처님께서 사위성(舍衛城)에 머무실 제, 사리불이 부처님께 계율을 제정해 주실 것을 청하였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말하였다.
“어째서 아직 무슨 허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계율 제정하기를 구할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 아직 허물이 없는데도 계율 제정하기를 청한 것이 지금뿐만이 아니니라.
옛날 어떤 한 마을의 백성들과 거사들이 아직 허물이 없었는데도 역시 일찍이 나에게 모든 계율과 형벌을 제정해 줄 것을 청하였느니라. 그 때에 나라 이름은 가시(迦尸)였고, 성의 이름은 바라내(波羅捺)였으며, 국왕의 이름은 정칭(淨稱)이었느니라. 정칭은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였으니, 보시하고 계를 지키면서 도(道)로써 널리 사랑하였느니라. 그러므로 백성들은 모두 지극히 풍성하고 부유하여 즐거웠느니라. 시골과 읍의 가옥에는 닭들이 잇달아 날아다니고 온 나라가 서로 공경하면서 언제나 갖가지 음악을 울리면서 함께 서로 재미있게 즐겼느니라.
그 때에 한 대신이 있었는데 이름은 도리(陶利)였다. 여러 가지 모책(謨策)이 많은 사람이라 왕에게 아뢰었다.
‘오늘날 나라 경내(境內)가 자연히 부유하고 즐거워서 백성들은 서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왕은 지금 형벌을 제정하시어 즐김이 지나쳐서 허물이 나지 않게 하소서.’
왕은 말하였다.
‘경(卿)과 모든 대신들이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며, 붕당(朋黨)이 많이 있는데 갑자기 형벌을 제정할 수는 없소. 만약 꾸짖고 책망하였다가 혹시라도 재앙을 일으킬지도 모르지 않소.’
왕은 가볍게 그를 깨우치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힘을 제멋대로 쓰며 성을 낸다면
가엾더라도 반드시 다스릴 것이다.
백성을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서
그 마음에 원한이 없도록 하리라.
대신들은 모두가 기뻐하면서 역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훌륭하신 인간 안의 존자시여,
조복하며 오랫동안 세간에 머무소서.
도로써 창생(蒼生)을 다스리시니
자애로운 음덕이 끝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칭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대신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니라.”『승기율(僧祈律)』 제1권에 나온다.
(4) 동산에 물 주는 사람이 사리불을 목욕시키고 천상에 나다
사리불이 한창 더운 여름날 암라원(菴羅園)을 노닐고 있자니, 한 품팔이꾼이 우물물을 길어다 동산 나무에 부어 주고 있었다. 부처님께 큰 신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도, 사리불을 보고는 조그마한 신심을 내어서 사리불을 부르며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시여, 이리 오시오. 옷을 벗고 나무 아래 앉으시오. 내가 물을 뿌리면 물대는 것도 되어서 일석이조로 겸하여 모두가 이롭습니다.”
사리불이 옷을 벗고 그 사람이 씻어 주는 대로 받았더니 몸이 시원하고 즐거워졌으므로 마음대로 노닐며 다녔다. 이 품팔이꾼은 그날 밤에 죽었는데 이내 도리천(忉利天)에 가서 태어나 큰 위력을 갖게 되었다. 다음에는 석제환인이 되어서 생각하였다.
‘내가 어떤 인연으로 여기에 나게 되었을까?’
그리고 나서 스스로가 전생 일을 자세히 살폈더니, 신심도 아주 얕았는데 품팔이로 물을 대다가 물을 길어서 사리불의 몸을 목욕시켜 준 것으로 인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신심이 좀더 순수하고 두터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응보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목욕 도구를 마련해 놓고 제대로 공양하였으리라.’
스스로가 생각하여도 공덕이 비록 적기는 하였으나 다행히 좋은 밭을 만났기 때문에 지금 되돌려 받는 것이 심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곧 사리불에게 나아가 꽃을 흩뿌리며 공양을 하니, 사리불은 그의 깨끗이 믿는 마음 때문에 그를 위해 법요(法要)를 말하여 주었다. 그는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잡장경(雜藏經)』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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