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4권 6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왜냐 하면 비구들아, 들어 보아라. 이 현겁(賢劫) 동안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구루손(拘樓孫)부처님이시니라. 그 부처님께는 두 큰 성문이 있었으니, 첫째 이름은 등수(等壽)였고, 둘째 이름은 대지(大智)였느니라.
등수는 신족이 제일이었고 대지는 지혜가 제일이었던 것이, 마치 나의 오늘의 사리불이 지혜가 제일이고 목건련은 신족이 제일인 것과 같았느니라. 그 때에 등수와 대지 두 비구는 다 함께 금강삼매를 얻었었다. 어느 날 등수가 조용한 곳에서 고요히 정(定)에 들어 있었는데, 마침 소와 양을 치는 사람과 나무꾼들이 등수를 보고 저마다 말하였다.
‘이 사문이 지금 죽어 있구나.’
곧 함께 풀과 나무를 모아다가 그 몸 위에 쌓고는 불을 붙여 놓고 내버려 두고 떠나 버렸다. 이때 등수는 이윽고 정에서 깨어나 의복을 단정하게 하고는 마을에 들어가 밥을 빌었다. 여러 나무꾼들은 도리어 비구를 보고는 저마다 말하였다.
‘저 비구는 어제 죽었기에 우리들이 불로 태웠는데, 오늘 도로 살아났구나. 이제 이름을 도로 살아난 사람[還活]이라고 해야겠다.’
만약 비구가 금강삼매를 얻으면 물이나 불에 들어가거나, 혹은 칼로 베더라도 상해할 수가 없다. 금강삼매의 위덕이 원래 이런 것이다. 이제 사리불도 이 삼매를 얻었느니라. 그리하여 공공(空空)삼매와 금강삼매 두 곳을 주로 노닐고 있는 것이니라.”『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30권에 나온다.
(7) 사리불의 성질 모진 것은 구하기 어려웠다
사리불 등이 육군비구니의 청을 받아 그들이 마련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받았는데, 하좌(下座)와 사미들에게는 60일 동안 쌀밥과 깨 찌끼를 채소와 합해 삶은 것을 주었다.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물으셨다.
“승가[僧]의 음식이 배가 부르더냐?”
라후라가 대답하였다.
“배가 부릅니다.”
또 물으셨다.
“어느 상좌(上座)가 있느냐?”
또 대답하였다.
“화상(和尙) 사리불이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도 깨끗하지 않은 밥을 먹었느냐?”
사리불은 먹은 것을 다 토해 버리면서 맹서하였다.
“이 몸이 다하고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다시는 바깥의 청을 받지는 않으리라. 언제나 걸식을 하리라.”
여러 큰 귀인들이 뒤에 스님들에게 공양을 마련해 베풀려고 하면서 사리불이 이 자리에 참석해 주기를 원하였기 때문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리불에게 도로 바깥 청 받기를 명하시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청하지 말라. 그 성질이 모지니라.
과거에 어느 한 국왕이 독사에게 깨물렸다. 독을 잘 다스리는 이가 사가라주(舍伽羅呪)를 지어서 독을 거두고 독사를 잡아와서 먼저 불 더미를 만들어 놓고 독사에게 말하였다.
‘네가 이 불 속으로 들어가겠느냐, 아니면 차라리 독을 도로 거두어 가겠느냐?’
독사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다 뱉어냈다.’
이에 몸을 불 속에 던지고 말았으니, 그 독사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다.”『십송률서(十誦律序)』 「하분(下分)」에 나오며, 또 『미사색률(彌沙塞律)』 제31권에도 나오며, 또 『승기율(僧祈律)』 제40권에도 나온다.
(8) 사리불이 부처님보다 먼저 열반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4신족(神足)을 얻으면 1겁 동안 더 살 수 있다. 여래는 이제 얼마나 더 살면 되겠느냐?”
이렇게 세 번이나 말씀 하셨는데도 아난이 악마에게 홀려서 잠자코 대답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어나 고요한 데로 가서 생각해 보아라.”
아난이 이내 일어나 숲 속으로 갔다.
때에 악마 파순(波旬)이 부처님께 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를 펼치시어 사람들을 두루 제도하여 끝마치셨기에 생사를 벗어나게 된 사람의 수가 항하 모래만큼이나 많습니다. 이제 나이도 늙으셨고 하니 그만 열반에 드셔야 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내 악마에게 말씀하셨다.
“이로부터 석 달 후에 열반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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