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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802 불교(경률이상 11권 11편 / 經律異相)

by Kay/케이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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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111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11) 아홉 가지 색을 지닌 사슴 몸이 되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다

 

옛날 보살의 몸이 아홉 가지 색을 지닌 사슴이었을 적에 그 털은 아홉 가지 빛깔이요, 그 뿔은 희기가 마치 눈과 같았다. 항하 물가에서 살면서 물과 풀을 마시고 먹으며 늘 까마귀 한 마리와 벗을 삼아 지냈었느니라. 그 때에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서 물살을 따라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물 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머리를 우러러 하늘을 보고 부르짖었다.

산신(山神)이여, 수신(樹神)이여, 그리고 천인(天人)들과 용신, 귀신들이시여! 왜 저를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나이까?’

사슴은 그 소리를 듣고 물에 내려가 말하였다.

당신은 나의 등에 올라타서 나의 뿔을 붙잡으시오.’

사슴은 그 사람을 등에 업고 나와 언덕으로 올라와서 물에 빠진 사람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 사람은 사슴을 세 바퀴 돌고는 사슴을 향하여 머리 숙이고 말하였다.

바라옵니다. 당신의 종으로 만들어 심부름을 시키면서 물과 풀을 대드리게 하옵소서.’

사슴은 말하였다.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만 떠나가십시오. 꼭 은혜를 갚고자 하신다면 내가 여기에 있다는 말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사람들이 나의 가죽과 뿔을 탐내는지라 반드시 찾아와서 나를 죽이려 할 것입니다.’

그 때에 국왕 부인이 밤에 꿈속에서 아홉 가지 빛깔을 지닌 사슴을 보고는, 곧 꾀병을 부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왕이 그 까닭을 물었더니, 부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어젯밤 꿈에 범상치 않은 특별한 사슴을 보았습니다. 그 털 색깔은 아홉 가지 빛깔이었고, 그 뿔은 희기가 눈과 같았나이다. 저는 그 가죽을 구해서 앉을 깔개를 만들고, 그 뿔로는 총채 자루를 만들고 싶사옵니다. 왕께서는 저를 위하여 그것을 구해 주셔야 하옵니다. 왕께서 만약 얻어 주시지 않으시면, 저는 죽어 버리겠나이다.’

왕은 나라 안에 널리 사람을 모집하였다.

만약 능히 이 사슴을 얻어 오는 사람이 있으면 내 그와 함께 나라를 나누어 다스리겠노라. 그리고 금으로 만든 발우에다 은으로 만든 조[]를 가득 담아 하사하겠노라.”

물에 빠졌던 사람이 금으로 만든 발우에 은으로 만든 조를 하사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만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생각하였다.

사슴이야 어차피 축생일 뿐인데, 제까짓 것이 무슨 죽고 살고 차이가 있겠느냐?’

그 사람은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제가 사슴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네가 만약 그 가죽과 뿔을 얻어 온다면, 이 나라의 반을 주어 보답하겠다.’

그러자 물에 빠졌던 사람의 얼굴 위에는 이내 나병의 부스럼이 생겼느니라. 물에 빠졌던 사람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사슴이 비록 축생이라 하더라도 큰 위엄과 신통력을 지녔사옵니다. 왕께서는 많은 사람과 병력을 내셔야만 겨우 잡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왕은 곧 크게 사람들을 차출시켜 항하 물가에 이르렀다.

 

까마귀가 나무 위에 있다가 사람과 병사들이 오는 것을 보고 이내 사슴을 부르며 말하였다.

친구, 일어나시오! 왕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슴은 짐짓 깊은 잠을 자는 척하면서 깨나지 않는지라 까마귀는 내려가 그의 귀를 쪼아댔다. 그제야 사슴은 비로소 놀라 깨어나면서 사방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도망을 치지도 않고 오히려 왕의 수레 곁으로 나아갔다. 옆에 있던 신하가 쏘려 하였는데 왕이 말하였다.

쏘지 말라, 이 사슴은 보통 사슴이 아니로구나. 이는 천신(天神)일까?’

그러자 사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나를 쏘지 마옵소서. 저는 전에 왕국 안의 한 사람을 살렸었나이다.’

사슴은 다시 길게 무릎을 꿇고 왕에게 물었다.

누가 제가 여기 있다고 일러 주었습니까?’

왕은 수레 곁을 가리키며 알려 주었다.

바로 저 문둥병 얼굴을 한 사람이 가르쳐 주었느니라.’

사슴은 곧 머리를 들어 이 사람을 쳐다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모르며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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