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1권 9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그대는 사람인데 사람끼리 서로 친하게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무엇 때문에 곰을 더 아껴 주려는 것입니까? 이제 한 번 이 길을 버리고 떠나면 언제 다시 여기에 올 일이 있겠습니까?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 주면 나는 당신에게 많은 몫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은 그만 마음이 변하여 이내 사냥꾼을 데리고 가서 곰이 사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사냥꾼은 곰을 죽이어 곧 많은 몫을 떼어 그에게 주었다. 그 사람이 손을 내밀어 고기를 잡자마자 두 팔이 함께 떨어지므로 사냥꾼은 말하였다.
“대체 당신에게는 어떤 죄가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 곰이 나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 돌보듯이 보살펴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 은혜를 저버렸기에 이런 죄의 업보를 가져오게 된 모양입니다.”
사냥꾼도 두려워하면서 감히 그 고기를 먹지 못하고 가지고 가서 뭇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상좌(上座)가 바로 6통(通) 아라한이었는지라, 여러 하좌(下座)들에게 말하였다.
“이 분은 보살이시라 오는 세상에서 부처님이 되실 분이시다. 이 고기는 먹지 말지니라.”
즉시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다. 왕이 이 일을 듣고 국내에 조칙을 내렸다.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은 여기에서 살지 못하게 하라.”
이리하여 사람들은 갖가지
인연으로써 은혜 아는 이를 찬탄하였다.『제경중요사(諸經中要事)』에 나온다.
(9) 사슴 왕이 되어서 새끼 밴 사슴을 대신하여 죽음을 받다
옛날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奈國) 선인(仙人) 녹야원(鹿野園)에 계셨었다. 모든 5통(通) 신선들이 모두가 이 동산에서 노닐며 배웠으니 범부들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어떤 왕이 나가서 사냥을 하다가 천 마리의 사슴 무리가 그물 속으로 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왕이 보병(步兵)을 깔아 둘레를 한 바퀴 에워싸자 사슴 떼들은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어떤 놈은 언덕에 가 부딪치기도 하였고, 또 어떤 놈은 땅에 엎드려 제 형상을 숨기기도 하였다.
석가모니불께서 보살이셨을 적에 이 사슴 무리의 왕이셨다. 부처님께서는 친히 사슴 무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뜻을 편안히 하여 다시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방편을 베풀어서 왕을 향하여 애걸하면 반드시 목숨을 구제하게 될 것이다. 저마다 딴마음을 갖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사슴 왕이 사람 왕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가엾이 여겨 주기를 하소연하자, 사람 왕이 멀리서 보고 여러 좌우들에게 사슴을 해치지 못하도록 명을 내렸다. 사슴은 말하였다.
“지금 왕의 뜻을 살피건대, 천 마리의 사슴을 한꺼번에 죽여서 주방에 보내려 하십니다. 지금 다 삶아 놓으시면 고기가 오래 보존될 수 없습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하루에 한 마리씩의 사슴을 죽여서 주방장에게 보내옵소서. 왕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 저희 사슴들이 스스로 주방으로 나아가 죽음을 받겠사옵니다. 그리하면 고기 공양은 끊어지지 않고 사슴 수는 갈수록 더욱 불어나게 될 것입니다.”
왕은 사슴에게 물었다.
“네가 사슴들 가운데서 최고 어른이더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왕은 다시 사슴에게 물었다.
“너는 참으로 그리하겠느냐?”
대답하였다.
“참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왕은 이내 사슴을 내버려 두고 진을 거두어 성으로 들어갔다. 그 때 보살이 거느리고 있는 사슴이 5백 마리였고, 조달(調達)이 거느린 것 또한 5백 마리의 사슴이었다. 날마다 한 마리씩의 사슴이 차출되어 왕에게 나아가 주방에 보내졌다. 이때 마침 조달의 사슴을 왕에게 보낼 차례가 되었다. 새끼를 밴 지가 여러 개월이 된 어미 사슴 한 마리가 주방에 보내져야 할 차례였으므로 어미 사슴은 왕에게 말하였다.
“이제 저는 해산할 시기가 닥쳐왔습니다. 나의 차례로는 응당 가야 하나 뱃속의 새끼의 차례는 아직 이르지 않았으니, 원컨대 차출 당하는 차례를 조금 뒤로 미루어 주소서.”
조달은 성을 내어 말하였다.
“어째서 빨리 가지 않느냐? 누가 너를 대신하여 먼저 죽겠느냐?”
어미 사슴은 슬피 울부짖으면서 이내 보살에게 나아가 이런 일을 진술하였다.
“원컨대 왕께서는 용서를 베푸시어 차례를 뒤로 미루어 주소서.”
보살은 사슴에게 물었다.
“너의 주인은 네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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