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1권 13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사냥꾼이 왕궁의 문에 이르러 기러기를 땅에다 놓아두자, 기러기 왕은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범덕 왕에게 치국이라는 기러기 왕이 지금 문 밖에 있다고 아뢰시오.’
문지기가 곧 가서 왕에게 아뢰자 왕은 이내 안으로 들기를 허락하였다. 왕은 기러기 왕에게 금으로 만든 평상을 마련하여 주었다. 소마 대신은 예도를 따라 서로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 뒤에야 자리에 나아가서 게송으로써 범덕왕에게 문안하였다.
왕의 육체 안온하시옵니까.
국토는 풍요하시옵니까.
법대로 백성을 교화하시옵니까.
평등한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옵니까.
그 때 범덕왕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 안온하고
법으로써 국민을 교화합니다.
국토는 한결같이 풍족하고 편안하며
평등한 마음으로 치우침이 없습니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5백의 게송을 말하였는데 소마 대신은 그 동안에 잠자코 있었으므로 범덕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하여 잠자코 있는가?’
대신은 대답하였다.
‘당신께서는 바로 사람 왕국의 임금이시고, 이 기러기 왕은 피택국(陂澤國)의 임금이십니다. 두 왕께서 말씀하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끼어들 수 있겠나이까?’
왕은 말하였다.
‘나에게 아름다운 동산이 하나 있는데, 그대가 그곳에서 사시겠는가?’
대답하였다.
‘그럴 수 없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무엇 때문인가?’
기러기는 말하였다.
‘왕께서 혹시 잠에서 깨나시어 이 모든 일을 잊어버리실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제외하라는 말씀을 따로 하지 않으시고 그냥 칙명으로 기러기 고기를 잡수겠다고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만약 요리사가 다른 기러기를 잡지 못하면 혹 저희들을 죽여서 왕의 진지 상에 올릴까 해서이옵니다.’
치국 기러기 왕이 왕궁 안에 들어오자 모든 기러기들은 우성 못으로부터 나와서 왕궁 위를 배회하며 슬피 지저귀었다. 날개에 묻은 물을 궁전에 뿌리며 더럽히므로 왕은 물었다.
‘이것들이 무엇들입니까?
기러기 왕은 대답하였다.
‘이는 저의 권속들이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떠나려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가고자 하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저희가 사냥꾼에게 붙잡혔었는데 그 사람이 우리들에게 세상에 드문 일을 해 주어서 우리들의 수명을 살려 주었습니다. 만약 먼저 하나를 죽이고 뒤에 다시 하나를 차례로 죽였던들 누가 말릴 수가 있었겠나이까?’
왕은 말하였다.
‘무엇으로써 그에게 보답해야 하겠습니까?’
두 기러기는 대답하였다.
‘금과 은과 차거(車渠)16), 마노(馬瑙)와 의복이며 음식을 주옵소서.’
이 말을 마치자마자 기러기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기러기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5백의 기러기는 바로 지금의 5백 비구이다.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재산을 지키는 코끼리이며, 범덕 왕은 바로 지금의 정반왕(淨飯王)이다. 소마 대신은 바로 아난이니라.”『십송률잡송(十誦律雜誦)』 제1권에 나온다.
(13) 앵무새의 몸이었을 때 산불을 구함으로써 은혜를 갚다
“옛날 보살이 앵무새가 되어서 나무에 깃들어 살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하루는 바람이 그 나무에 불어오더니 다시 나무를 서로 비벼대어 결국 불이 일어나고 말았다. 불은 점차 훨훨 타오르면서 마침내 온 산을 태우고 말았다. 앵무새는 생각하였다.
‘날아다니는 새 같은 것들도 어떤 나무에 잠시 몸을 머물렀으면 마땅히 두고두고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마음을 먹곤 하거든, 하물며 나처럼 오랜 세월 동안 이 나무에 살고 있었던 몸이 어찌 불을 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앵무새는 이내 바다로 나아가 그 두 날개에다 큰 바다의 물을 담았다. 불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불에다 물을 직접 뿌리기도 하고, 혹은 입에 담아서 뿌리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때에 어떤 착한 신이 그 수고로움에 감동하여 이내 그를 대신하여 불을 꺼 주었다.“『승가라찰경(僧伽羅刹經)』 상권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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