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보자] #856 불교(경률이상 15권 13편 / 經律異相)

 

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5권 13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여인이 아난의 뒤를 바짝 따르며 잠시 동안도 떠나려 하지 않았으므로, 아난이 자세히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모든 법 가운데에서 이렇게까지 허깨비 같은 미혹은 본 적이 없도다. 이 여인은 음욕으로 생각이 완전히 묶여 있다.”

아난이 새벽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는데, 이 여인은 역시나 그의 뒤를 따르면서 여러 장자들에게 말하였다.

“아난은 나의 남편입니다. 아난은 바로 나의 남편입니다.”

아난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와서 또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같이 말을 나누되 자매(姉妹) 대하듯이 하라. 왜냐 하면 이 여인은 마땅히 비구니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니라.”

여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저의 남편을 돌려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약 아난이 필요하다면 나의 법 중에서 비구니가 되어라. 그러면 주리라.”

여인이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말하니, 그의 부모는 기뻐하였다.

“본래 선근(善根)을 심었었기에 저마다 마땅히 도를 얻을 것이다.”

그 부모와 딸이 같이 부처님께로 오자 세존은 널리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었다. 수없이 많은 방편으로 모든 법의 이치를 보여 주시었으니, 부드럽게 도를 따르는[柔軟] 이치와 단나(檀那:施主)의 이치와 시라(尸羅:戒)의 이치와 음욕이 부정하다는 이치와 모든 번뇌[結]의 뿌리는 계속해서

 

더욱 자라난다는 이치와 출가의 이치와 모든 도품(道品)21)의 이치를 나타내셨다.

또 4성제(聖諦)를 말씀하시자 그 때 이 딸은 자리 위에 있다가 거룩한 진리를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부모는 아나함(阿那含)의 도를 얻었고, 딸은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으니, 마치 순수한 흰 무명옷이 쉽게 염색이 되는 것과 같았다. 그 때에 부모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하고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 받았다. 그리고 부처님과 아난에게 그의 어리석은 죄를 뉘우치고 비구니가 되어서 세존에게 의지하여 범행(梵行) 수행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두 비구니와 이 여인을 데리고 파사파제[鉢拓鉢提] 구담미(瞿曇彌)22)에게 가서 이 여인이 도를 닦도록 구족계(具足戒)를 주게 하라.”

여인들을 데리고 가자 대애도(大愛道)가 아난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아난이시여. 세존께서 전다라 여인도 도를 닦도록 허락하셨습니까?”

아난은 구담미에게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대애도는 이내 머리를 깎아 주고 계를 주었으니, 아라한의 도를 얻을 수 있었다.『계인연경(戒因緣經)』 제3권에 나오며, 또 『마등가녀경(摩鄧伽女經)』에도 나온다.

 

(12) 아난이 우유를 구걸해 오자 부처님께서 바야흐로 다가올 미래를 수기

하시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에 중풍(中風)을 앓으셨는데, 아난을 불러 말씀하셨다.

“바라문의 집에 가서 우유를 얻어 오너라.”

아난은 이내 부처님의 말씀대로 그 집으로 가서 우유를 달라고 하였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소가 저기 있으니 직접 짜 가시오.”

아난은 바로 소 있는 데로 갔지만 소는 늘 사람을 찌르거나 밟기를 잘 하기 때문에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아난은 생각하였다.

‘내가 섬기는 스승의 법으로선 내가 직접 우유를 짜서 가져갈 수는 없다.’

그러자 도리천왕(忉利天王) 제석이 이내 내려와서 변화로 바라문의 옷을 입고 소 곁에 서 있었다. 아난이 우유 짜 주기를 청하자 바라문이 승낙을 하였다. 바라문은 곧 오른손으로 소젖을 더듬어 찾으며 소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 중풍 기운이 조금 있단다. 네가 나에게 젖을 주어서 부처님께서 마시고 나으시게 한다면, 너는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소가 말하였다.

“그 손으로

 

나의 젖을 더듬어 찾으시니 어찌 그리 상쾌할까? 저의 두 젖의 우유를 가져가시고 두 젖의 것은 놓아두시면 저의 새끼에게 주겠습니다. 저의 새끼가 아침부터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송아지가 어미 소 곁에 있다가 부처님이라는 그 소리를 듣고 이내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