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9권 5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곧 바다를 건너고 언덕을 올라 산 속으로 들어가서 사람 없는 곳에 이르니, 멀리 은으로 된 성[銀城]이 보였다. 그 궁전에는 독사가 있어서 성을 일곱 바퀴를 감고 있었으니
뱀의 몸의 크기가 백 아름쯤 되었다. 독사가 머리를 들고 보고 있으므로 보시는 생각하였다.
‘이 놈은 나를 해칠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자비심을 일으켜야겠다.’
그러자 뱀의 독기는 이내 사라져 버리고 머리를 드리워서 잠을 자는지라, 그 머리를 타고 성으로 들어갔더니 성안의 천신(天神)이 그를 보고 기뻐하여 말하였다.
‘오랫동안 성인의 덕망을 생각하였는데, 드디어 여기에 오셨군요. 진실한 저의 소원이오니 3순(旬) 동안만 머물러 주시옵소서.’
보시는 일을 가까운 신하들에게 맡기고 손수 공양을 받았다. 공양하기를 마치자 천신은 명월주(明月珠)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이 구슬은 4만 리를 밝히며 소원을 말하기만 하면 여러 가지 보배가 가득 차게 됩니다. 만약 나중에 부처님이 되시거든, 원컨대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시옵소서.’
보시는 허락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니 황금성(黃金城)이 보였다. 그곳도 독사가 성을 열네 바퀴를 감고 있었는데, 몸의 크기는 앞의 것의 갑절이며 머리를 두어 길[丈] 쯤 들고 있었다. 보시가 다시 자정(慈定)에 들었더니, 뱀은 이내 머리를 드리우고 잠이 들었다. 그것을 타고 성으로 들어갔더니, 그 안에 있던 천인(天人)이 보시를 맞으며 기뻐하였다.
‘오랫동안 신령스런 빛을 생각하였는데, 이곳에 오셨으니 아주 잘 되었습니다. 원컨대 180일 동안만 머물러 주옵소서. 제가 공양하겠습니다.’
이 날짜가 경과되어 하직을 하자 천인은 다시 신주(神珠)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이 구슬의 광명은 20만 리를 빛내며 뜻으로 소원만 하면 뭇 보배가 그 안에 가득 찰 것입니다. 만약 당신께서 도를 얻으시거든, 원컨대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시어 위없는 신통을 얻게 하소서.’
이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니 유리성(琉璃城)이 보였고, 또 독사가 있었으며 몸으로는 성을 스물한 바퀴를 감고 있으면서 머리를 들고 눈을 부릅뜨고서 그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다시 자정을 일으켜 중생 제도를 서원하였더니, 독사의 독이 사그라지면서 머리를 드리우는지라, 그것을 타고 성으로 들어갔다. 천인이 기뻐하며 앞에서와 같이 하면서 세 철[三時] 동안 머물기를 청하였다.
‘원컨대 뜻대로 공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기한이 다되어 하직을 하자 또 신주를 주며 말하였다.
‘광명은 160만 리를 빛내며, 이 신주가 있는 곳에는 뭇 보배들이 절로 따라오게 됩니다. 이 광명이 차 있는 곳 안에서는 뜻을 두어 하고자 하는 바 모든 일을 구하여 얻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바른 깨달음을 얻으시거든, 원컨대 제자가 되어 가장 밝은 지혜를 갖게 하소서.’
‘반드시 그대가 원하는 바를 얻게 되리라.’
보시가 구슬을 얻어서 그의 옛 처소로 돌아오는데, 바다의 여러 신(神)들이 모두 모여 의논을 하였다.
‘우리들의 이 큰 바다에서도 이 구슬 셋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영화를 누릴 수 있다. 도사가 이것들을 모두 얻어 갔다. 우리들이 차라리 다른 모든 보배를 다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구슬만은 잃지 않도록 하여야겠다.’
해신이 변화로 범인이 되어 보시 앞에 나타나서 말하였다.
‘나는 인자(仁者)께서 세상의 보배를 얻으셨다 들었습니다. 한 번 구경할 수 있겠습니까?’
보시가 곧 그에게 보여 주자 신이 손을 내리쳐 빼앗으므로 보시가 말하였다.
‘내가 험한 산을 지나고 바다를 넘어가서 겨우 이 보배를 얻어와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려고 하는데, 도리어 이 신에게 빼앗기고 마는구나.’
다시 말하였다.
‘너는 어서 나의 구슬을 돌려 달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너의 바다를 말려 버리겠다.’
그러자 신이 말하였다.
‘큰 바다는 깊고도 넓거늘 누가 이것을 다 말릴 수 있단 말인가? 하늘이 움직이면 바람은 일리라.’
보시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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