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9권 6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내가 정광불(錠光佛) 앞에서 ≺도력(道力)으로 여러 바다를 뒤엎고 손가락으로 수미산을 뽑으며 천지를 진동시키고 모든 세계를 옮길 수 있게 하소서≻라고 원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나의 뜻대로 해 주셨는지라 지금 나는 그 힘을 얻었노라. 이제 너 귀신 따위가 그 터럭같이 약한 힘으로 어찌 나의 바르고 참된 세력을 막을 수 있겠느냐?’
그러고는 이내 두 발을 나란히 하여 바닷물을 툭 쳐서 철위산(鐵圍山) 바깥으로 던져 버렸다. 변정천(遍淨天)이 말하였다.
‘나는 옛날 정광불 앞에서 그 소원을 들었는데, 틀림없이 세존이 되시어 우리들 중생을 제도해 주실 분이다.’
이내 내려와 보시를 도와서 그 발로 찼던 물의 10분의 8을 없애 버렸다. 해신이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이 물이 다 말라 버리겠구나. 우리가 살 곳이 무너져 버리겠다.’
해신이 즉시 그 구슬을 반환하므로 보시는 길을 따라가면서 보시를 하였다. 그리하여 보시가 통과해 지나간 나라에는 다시는 가난한 사람이 없게 되었고, 모든 나라의 모든 왕들은 행실을 고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5계(戒)와 10선(善)으로 나라의 정법을 삼아 다스리고 옥문을 열어 크게 사면을 베풀었으므로, 윤택한 덕이 중생에게 미치어 마침내는 부처가 되기에 이르렀다.
보시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 되었고, 아버지는 바로 백정왕이며,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나의 어머님 사묘(舍妙)이다. 그 때 도사의 여인은 바로 지금의 구이(裘夷)이며, 그 때 은성 안에 있던 천인은 바로 지금의 아난이요, 금성의 천인은
바로 목련이며, 유리성의 천인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니라.『도무극집(度無極集)』 제1권에 나오며, 또 『현우경(賢愚經)』에도 나온다.
(7) 중승왕(重勝王)이 여인과 한 처소에서 있다가 아난의 비방을 받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억하건대 제가 옛날 사위성(舍衛城)에 들어갔을 때 중승왕 보살이 여인과 함께 침대에 같이 있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저는 더러운 것을 범하였으니 마음으로 근심하는 것이 범인(凡人)과 다름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였나이다. 범행(梵行)을 배운 사람이 여래의 가르침에서 보고 듣고 생각함에 나아감이 없겠습니까?”
이 말을 할 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 때 중승왕 보살이 이내 스스로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 땅에서 네 길 아홉 자 떨어진 곳에 서서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계율 범한 더러운 자가 어찌 몸을 솟아서 공중에 서 있을까?”
여래 앞에 있던 아난은 몸을 던지며 이내 자신의 허물을 뉘우쳤다.
“내 어찌하여 편견을 갖고 큰 용[大龍]의 단점을 찾았던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여인은 옛날 과거 세상에서 중승왕과는 백 번의 생애[百生] 동안의 짝이었느니라. 옛날 정을 뽑아내지 못하여서 중승의 얼굴을 탐내며 입으로 서원을 세웠느니라.
‘중승왕이 만약 나와 함께 내가 놀자는 대로 따라 준다면 그의 가르침을 따르리라.’
때에 중승왕은 그 생각을 알고 새벽에 정복(正服)을 차려입고 그의 방으로 들어가 즉시 게송을 말하였느니라.
내가 어리석게 욕심에 무너진다면
모든 부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리라.
은혜와 사랑을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은
부처가 되어서 사람 안에 으뜸 가리라.
때에 여인은 기뻐 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땅에 엎드려 귀명(歸命)하며 자책하고, 죄를 조복하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중승왕을 찬탄하며 게송을 읊었느니라.
내가 이미 모든 욕심 여의었으니
세존께서도 찬탄하시는 바로다.
은혜와 애착을 절제하여 그쳤으니
부처님의 위없는 도를 원합니다.
앞서 마음에 생각했던 바를
이제는 자수하여 허물을 뉘우치니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며
마침내 도의 뜻을 내었습니다.
그 때 중승왕이 그 여인에게 수결하였라.
‘이 여인은 몸을 바꾼 후 99겁 만에 부처가 될 것이니, 명호는 이무수백천소수여래(離無數百天所受如來)라 하리라.’”『혜상보살경(慧上菩薩經)』 상권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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