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4권 10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2만의 부인 또한 몸을 땅에 던져 우러러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를 잊어버리거나 버리지 마옵시고 부디 덮어 가려 주옵소서. 만약 머리를 보시하신다면 저희들은 이제 누구를 믿사오리까?’
5백 명의 태자들도 울음을 터뜨리며 왕 앞에서 아뢰었다.
‘저희 어린아이들은 이제 어디에 의지하고 살라는 말씀이십니까? 원하옵나니 저희를 가엾이 여기시어 제발 머리를 보시하지 마옵소서. 저희들을 키우고 길러 주시어 인륜(人倫)에 미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이제 대왕은 여러 신민과 부인이며 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나온 근본을 헤아려 보건대, 이 몸뚱이를 받은 이래로 나고 죽음을 겪으면서 지내온 세월이 길고도 오래다. 만약 3도(塗)에 있을 때라면 그 머리를 잘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이러한 일을 수없이 되풀이하더라도 또한 복의 과보는 없었을 것이다. 설사 이제 사람 세상에는 태어났다 하더라도 재물과 여색을 다투고,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은 일을 위하여 언제나 많이도 이 몸을 죽여 왔노라. 그러면서도 아직 일찍이 한 번도 복을 짓기 위해서 이 목숨을 버리는 일은 해 보지 못하였다.
지금 나의 이 몸은 갖가지 깨끗하지 못한 것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이렇게 모였다가는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이니 오래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니라. 이 더러운 머리 하나를 버림으로 하여 큰 이익을 바꿀 수 있는데 어떻게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 머리를 바라문에게 보시하여 이 공덕으로써 부처님의 도를 구하기를 맹세하며, 너희들의 고통도 제도하려 한다. 이제야 나의 보시하는 마음이 만족스럽게 성취되려 하니, 부디 나의 위없는 도의 뜻[無上道意]을 막지 말지니라.’
모든 왕과 대신들과 백성들, 그리고 부인이며 태자들은 왕의 말을 듣고 나서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 때 대왕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 머리를 가져가려고 하면 지금이 바로 때이니라.’
바라문은 말하였다.
‘지금 왕께서는 대신이며 백성 등 여러 대중들에 에워싸여 있고, 저는 오직 제 한 몸뿐인 데다가 힘까지 약합니다. 이 사람들 가운데에 들어가 왕의 머리를 베어 낼 수가 없습니다. 정말 제게 머리를 내어 주시려거든 후원으로 가십시다.’
그래서 대왕은 여러 작은 왕과 태자와 신민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만약 정말로 나를 사랑하고 공경한다면 제발 이 바라문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왕은 이 말을 마치고 바라문과 함께 후원으로 들어갔다. 이 때에 바라문은 또 왕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한창 때이라 역사(力士) 같은 힘을 갖고 계십니다. 막상 머리를 베어 내는 고통을 당하게 되면,
행여 돌이켜 후회하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당신의 머리카락을 나무에다 바짝 매어 놓아야 안심하고 벨 수 있겠습니다.’
그 때에 왕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나의 머리를 베되 나의 손안으로 떨어진 다음에 가져가라. 나는 이제 머리를 보시함으로써 위없는 바르고 참된[正眞] 도를 구하여 중생을 제도하게 되기를 서원하노라.’
바라문이 칼을 들고 베려 하자, 수신(樹神)이 이를 보고 심히 크게 괴로워하였다.
‘이러한 분을 어떻게 죽일 수가 있는가?’
수신이 이내 바라문의 따귀를 후려치자 그 머리가 뒤로 돌아가고 손과 다리는 뒤틀려 버렸다. 칼을 놓쳐 땅에 떨어뜨렸지만 까딱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대왕은 우러르며 수신에게 말하였다.
‘나는 과거 이래로 이 나무 아래에서 일찍이 999개의 머리를 보시하였소. 이제 이 머리까지 버리면 꼭 천을 채우게 됩니다. 이 머리를 버리고 나면 나의 보시[檀]가 완전하게 갖추어지는 것입니다. 그대는 나의 위없는 도의 마음을 막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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