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2권 6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어머니는 딸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처음 너를 배었을 때에 꿈속에서 늘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스님들을 뵈었기에 3독(毒)의 마음이 없어지고 몸이 안온하였다. 나의 배 안의 아이가 바로 보살마하살이라는 것을 알았었기에 편안하고 고요하였더니라.”
이때 보살의 마음을 내어 어머니가 얻은 꽃 일산을 가져다 부처님께 올리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4천하의 별은 오히려 그 수를 알 수 있으나, 이 여자 아이가 전후에 제도했던 부모는 그 수를 알 수 없으리라.”『태중녀청경(胎中女聽經)』에 나온다.
(9) 사문이 사랑했던 개가 몸을 바꾸어 사람이 되어서는 다시는 물러남이
없는 자리[不退地]에 서다
옛날 한 나라가 있었는데 곡식과 쌀이 아주 귀해서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었다. 그 때에 어떤 사문이 성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는데 도무지 얻지를 못하고 있었다. 집집마다 다니다가 어느 호화로운 장자의 집 문에 이르러서야 겨우 형편없는 밥을 좀 얻을 수 있었다. 성을 나오려 하다가 성문 안에서 마침 사냥으로 살생을 하는 한 백정이 개 한 마리를 안고 돌아가서 죽이려 하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백정이 사문을 보고 기뻐하면서 나와 예배하므로 사문은
주원(呪願)하였다.
“늙도록 오래오래 사십시오.”
그리고 사문은 그가 개를 죽여 잡아먹으려 하는 것을 아는지라 물었다.
“그것은 뭐 하려고 가지고 갑니까?”
대답하였다.
“허탕치고 가는 것입니다.”
사문은 또 물었다.
“나는 이미 살생으로 받게 되는 죄를 보았습니다. 매우 좋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이 밥과 그 개를 바꾸십시다. 그의 생명이 구제 받게 되면 당신의 복은 한량이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개를 내주지 않았으므로 사문은 간절히 타이르고 청하였다. 그러나 영 사문의 말을 따르려 하지 않는지라, 사문은 또 타일러 말하였다.
“만일 정 못 주시겠다면, 나에게 한 번 보여나 주십시오.”
그러자 그 사람은 이내 개를 내어서 사문에게 보여 주었다. 사문은 밥을 들어 올려 개에게 먹이며 손으로 만지면서 주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네가 지었던 죄업으로 이런 개 몸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잡아먹히게 되었구나. 너로 하여금 세상마다 죄는 없어지고 복은 생겨나서 개의 몸을 여의고 사람이 되어 태어나게 하여 그 사는 곳에서 법을 만나게 할지니라.”
개는 밥을 얻어먹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날뛰듯 기뻐하였다. 이렇게 일이 끝나자 백정은 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잡아먹고 말았다. 개는 목숨을 마치고 호화롭고 귀한 큰 장자의 집에 가서 태어났다. 태어나 땅에 떨어지면서부터 인자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 예전의 그 사문이 이 집 저 집 걸식을 하며 다니다가 장자의 문 안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때 장자의 아들이 그 사문을 보고는 본래의 인연을 기억해 내고는 이내 나와서 머리 조아려 사문의 발에 예배하였다. 사문을 안으로 청하여 온갖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고는 나아가 부모에게 아뢰었다.
“이제 저는 이 대화상(大和上)을 따라가겠습니다. 경과 계율을 받들어 받고 제자가 되고자 합니다.”
부모는 아들을 애지중지하던 터라 허락하지 않으려 하였다.
“지금 우리 일문(一門)에는 아들이라고는 너 하나뿐이다. 너는 가문의 후사를 이어야 하는 몸이다. 가문의 주인 된 사람이 무슨 인연으로 우리를 버리고 떠나려고 하느냐?”
어린아이는 울면서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제 청을 들어주지 않으신다면, 스스로 죽어 버리겠습니다.”
부모는 그것을 보고 마지못해 허락하여 떠나가게 하였다. 아이는 스승을 따라다니며 도를 배우면서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랐다. 3법의(法衣)를 입고 불경을 읽고 외우며, 깊이 그의 뜻을 이해하여서 문득 삼매(三昧)를 얻었다.
불퇴전(不退轉)에 서서 모두를 교화하며 큰 도의 뜻을 내었다.
사문이 이내 전생 일을 알아차림으로써 보살의 마음을 내어서 불퇴전에 설 수 있었다. 그러니 하물며 어떤 사람이 3보(寶)를 공양하고 섬기면서 『대승경(大乘經)』을 읽고 외운다면 더구나 어떠하겠는가?『도탈구자경(度脫狗子經)』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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