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2권 4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여인으로서 전륜왕이 된다는 말도 아직 듣지 못했거든, 하물며 부처가 되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느냐? 나한이 되기를 구하여 일찍 열반을 얻어 떠나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용시는 대답하였다.
“저도 여인으로서는 전륜왕도 될 수 없고
부처님도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진하여 이 여인 몸을 바꾸어 남자 몸이 되겠습니다. 대개 듣건대 이 세상에서 보살의 법을 행하면서 억 겁 동안을 게으르지 아니하면, 뒤에는 부처님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악마는 여인의 뜻이 바꾸어지지 않을 것을 보고 더욱더 몹시 근심하면서 다시 급하게 가르침을 말하였다.
“만약 보살의 행을 하려면 세상도 탐내지 아니하고 생명도 아끼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네가 정진하여 능히 누각 위에서 스스로 땅에 몸을 던진다고 하면, 후에 부처가 될 수도 있으리라.”
용시는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부처님을 뵈었고 보살의 도를 탐내게 되었으며, 아버지도 이렇게 정진할 것을 가르치신다. 이 몸이 부처가 될 수만 있다면야 이깟 위태롭고 취약한 생명 따위를 아까워할 까닭이 있겠는가?’
이내 난간 가에 서서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말하였다.
“이제 하늘 안의 하늘[天中天]께 귀의하옵니다. 일체지(一切智)로써 제가 구하는 바를 알아주옵소서. 생명 버리기를 청할지언정 보살의 뜻은 버리지 않겠나이다. 몸으로써 부처님께 보시하오니, 원컨대 꽃을 흩뿌리듯 하여지이다.”
바로 몸을 날려 누각 아래로 던졌는데 아직 땅에 닿기도 전에 남자로 변화되었다. 부처님께서 웃으시니, 5색의 광명이 입안으로부터 나와 한 부처님 세계를 비추었다. 그 빛은 도로 돌아가 부처님 몸을 세 바퀴 돌고 정수리 위로 들어갔다.
“너희들은 이 여인이 스스로 공중에서 몸을 던져 남자로 변화된 것을 보았느냐? 이 여인이야말로 전 세상 동안에 이미 만 분의 부처님을 섬겼고, 이후에는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미래의 부처님을 공양할 것이니라. 7억 6천만 겁에 이르러서 부처가 될 것이니, 명호는 명상(名上)부처님이라 할 것이며, 그 수명은 1겁 동안이니라. 열반하신 후에는 경전과 도가 흥성하여지다가 반 겁이 지나면 스러질 것이니라.”
이때 용시의 몸은 부처님 앞에 서 있었는데, 용시가 그의 부모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저를 놓아주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부모가 이내 허락하였으며, 안팎의 권속들이 모두 위없는 도의 뜻을 내었다.『용시녀경(龍施女經)』에 나온다.
(8) 여인이 태 안에 있으면서 법을 들었기에 몸을 바꾸어 장부가 되어서는
출가하여 도를 닦다
부처님께서 나열기(羅閱祇)에 계실 때의 일이었다. 보살과 4부(部)의 큰 모임에서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시고 계셨다. 어떤 가라(迦羅)의 아내가 임신을 하고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배 안에 있는 아이가 합장하고 경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모인 대중들에게 그것을 보게 하시려고 큰 광명을 나타내어 가라 아내의 자리를 비추시었다. 대중들이 모두 배 안의 여자 아이가 합장하고서 경 듣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거울을 비추는 것과 같이 선명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여덟 가지 소리[八種聲]를 가지고 배 안의 여자 아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무엇 때문에 합장을 하고 경을 듣느냐? 부처님의 거룩함 때문이더냐?”
태아가 이내 부처님 말씀에 대답하였다.
“세간 사람들이 모두 10악행[十惡]을 하므로 저는 이제 10선행[十善]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세간 사람들이 생사가 끊이지 아니하고, 또 세간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도로 순종하지 아니하고, 사문과 바라문의 도인에게 공양하지 아니하므로, 이 때문에 합장하고 경을 듣사옵니다.”
여자 아이는 이 말을 마치자마자 태어났는데, 마치 태자가 오른 쪽 겨드랑이로부터 태어나는 것과 같았다.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허공에서는 저절로 하늘의 음악을 울렸다. 하늘의 뭇 꽃이 비가 되어 내리고, 천 잎사귀의 연꽃은 크기가 수레바퀴만 하여 보배로 줄기가 되어 있는데, 모양은 마치 푸른 유리(琉璃)와 같았다. 여자 아이는 이내 연꽃 위에 앉았고, 제석이 하늘 옷을 가지고 와서 여자 아이에게 그것을 입도록 주었다. 여자 아이는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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