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3권 3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2) 가섭이 가난한 할머니로부터 밥을 빌어 먹다
가섭(迦葉)이 부호한 집을 버려 두고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걸식을 할 때의 일이다. 왕사성(王舍城)에 들어가 한 외로운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그 노파는 가난이 너무도 극심하여 거리의 큰 똥 무더기 위에서 옆으로 똥더미를 파서 암굴(巖窟)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쇠약한 데다 병까지 들어 언제나 굴 안에만 누워 있었으므로 옷이나 밥도 없었으며, 조그마한 울타리 하나를 쳐서 겨우 몸[五形]만 가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수명이 이제 막 끝나가려는 때에 마침 장자의 하인이 길을 가다가 쌀뜨물을 버렸다. 그 악취가 말할 수조차 없었지만 할머니는 따라다니며 그것을 얻어 와서는 깨진 동이 여기저기에 담아 놓았다. 가섭은 그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에 그곳으로 가서는 조금 달라고 하였다. 할머니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것은 악취가 난다오.”
가섭은 오히려 자비로써 참으며 그것을 달라고 빌었다. 할머니는 기뻐하면서 이내 보시하였다. 가섭은 할머니가 ‘이 사람이 어떻게 이것을 먹겠는가?’ 의심할 것을 두려워하여 이내 할머니 앞에서 그 쌀뜨물을 다 마시고 발우를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신력(神力)을 나투어 보였더니, 할머니는 크게 기뻐하면서 일심으로 멀리 응시하였다. 가섭은 말하였다.
“할머니는 이제 원이 무엇입니까?”
그 때에 할머니는 세상의 괴로움이 싫었고 천상의 즐거움을 들었는지라 천상에 가 나기를 원하였다.
며칠이 지나 수명을 마치고는 바로 제2 도리천궁(忉利天宮)에 가 태어났다.
이내 옛 은혜를 생각하며 공양하기를 청하였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이 일을 듣고 나서 곧 천후(天后)와 함께 온갖 맛있는 음식을 작은 병 안에다 담았다. 누추한 집으로 내려가서는 노인같이 모습을 바꾸어서는 자리를 짜는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가섭이 걸식을 하다가 보고서 가서 빌자 부부는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빈곤하지만 우리 몫을 떼서 어진 이께 보시하겠습니다. 저희로 하여금 부처님 법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가섭이 발우를 내밀자 그들이 작은 병을 열었는데, 향기가 온 성에 자욱하였다. 가섭은 잠시 싫은 생각이 들었으나 문득 삼매에 들었다. 다시 몸이 떠서 날아가면서 손가락을 튀기며 기뻐하였다.『마하가섭도빈모경(摩訶迦葉度貧母經)』에 나온다.
(3) 가섭이 삼장(三藏)을 결집(結集)할 제, 아난을 물리쳐 쓰지 않고 남은 번
뇌를 다하게 하다
여러 천인들이 가섭의 발에 예배하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대덕께서는 아시옵니까?
법의 배는 깨지려 하고
법의 성은 무너지려 하며
법의 바다는 마르려 하고
법의 당기는 넘어지려 하며
법의 등불은 꺼지려 하고
설법하는 사람은 떠나려 하며
도를 행하는 사람은 점차로 적어지고
악한 사람들은 더욱더 성합니다.
마땅히 큰 사랑으로써
부처님의 법을 세우셔야 하시리다.
가섭의 마음은 마치 큰 바다가 맑고 잔잔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았다. 한참 만에야 대답하였다.
“세간은 오래지 않도다. 지혜가 없으니 깜깜하게 어둡구나.”
가섭은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여야 하나? 3승기겁(僧祇劫) 동안에 얻기 어려운 이 부처님 법을 어떻게 하면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 오직 3장(藏)을 결집하는 길만이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리라. 그리하면 미래의 세상 사람들이 받아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세상 세상마다 애써 수고하시면서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어 이 법을 배워 얻도록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을 위하여 드러내 말씀하신 것이리라. 우리들도 이를 이어받아서 교화하여야 할 것이다.’
가섭은 수미산 꼭대기에 올라가 종과 건추(揵搥)를 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이여
만약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부처님의 은혜를 갚아야 하니
열반에 들지 말지니라.
이 건추 소리와 가섭의 말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이르렀으므로 모두가 다 들을 수 있었다. 여러 신통력을 얻은 제자들이 다 가섭에게로 모였다.
가섭은 큰 소리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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