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3권 4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부처님께서 열반하시자 모든 법을 아는 제자들도 모두 따라 멸도하였습니다. 부처님 법이 이렇게 소멸하려 하니 미래의 중생들이 너무도 불쌍합니다. 지혜의 눈을 잃었으니 이제 어리석음으로 눈이 멀 것입니다. 우리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니 법장의 결집이 끝나기를 기다려 그 다음에 뜻하는 대로 멸도하도록 하십시오.”
가섭이 천 사람을 선정하였는데, 아난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아라한이었다.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이 도를 얻고는 언제나 궁중에 칙명을 내려 늘 천 사람씩 공양하게 하였었는데, 아사세왕(阿闍世王)도 이 법을 끊지 않고 있었다. 가섭은 생각하였다.
‘만약 늘 걸식을 해야 된다면 외도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며 따져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법의 일[法事]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가섭은 왕사성으로 가서 이 일을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날마다 밥을 보내 오기로 하였는데, 여름 석 달의 안거(安居) 동안을 쭉 대기로 하였다. 가섭이 누구에게 번뇌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아난만이 있는지라, 대가섭은 즉시 그를 책망하며 말하였다.
“여섯 가지 돌길라죄(突吉羅罪)를 범하였구나. 모두 스님들 앞에서 참회하여야 한다.”
아난은 이내 가르침을 따라서 길게 무릎을 꿇고 합장하였다.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가죽신을 벗고서 참회하는데, 가섭이 스님들 사이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끌어 밖으로 내보내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번뇌를 다 없애야 한다. 만약 번뇌가 남아서 다 없어지지 않았다면 그대는 돌아오지 말라.”
그리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여러 아라한들과 함께 의논하였다.
“누가 비니(毘尼) 법장을 결집할 수 있겠습니까?”
장로 아니로두(阿泥盧豆)가 말하였다.
“사리불(舍利弗)은 바로 두 번째의 부처님이십니다. 교범바제(憍梵波提)도 유연하고 온화하여 조용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비니장(毘尼藏)을 잘 아십니다. 지금 천상의 시리사수(尸利沙樹) 동산에 계시니 하좌(下座) 비구를 보내어 내려오시라는 전갈을 넣으십시오.”
가섭이 마음속으로 말하였다.
‘번뇌를 다한 아라한들이 지금 모두 염부제에 모였습니다. 승가에 큰 법 일[法事]이 있으니 지금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교범바제가 마음으로 의심하면서 물었다.
“싸움으로 승가가 파괴됩니까? 부처님 해[佛日]가 멸도하십니까?”
대답하였다.
“큰 스승께서는 열반하셨습니다.”
“그럼 우리 화상 사리불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먼저 열반에 드셨습니다.”
교범바제는 다시 물었다.
“목련과 아난과 라후라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목련은 이미 열반하였고, 아난은 번뇌가 있기 때문에 근심과 고통 속에서 슬피 울고 있으므로 타이를 수도 없습니다. 라후라는 이미 나한이 되었으므로 다시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교범바제가 말하였다.
“우리 화상 큰 스승께서 모두 이미 열반하셨다니, 저도 이제 다시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이내 열반에 들어갔다. 아난은 모든 법을 생각하면서 남은 번뇌를 다하고자 좌선하고 거닐었다. 그러나 선정의 힘이 적어서 이 때에는 도를 얻지 못하였었다. 그러다가 5경(更)이 되어 너무도 피곤하기에 누워서 쉬려고 하였더니, 머리가 아직 베개에 닿기도 전에 탁 트이어 깨치면서 큰 힘을 지닌 아라한이 되었다. 그 밤에 승당에 이르러서 문을 두드리며 대가섭을 부르자 대가섭은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왔는고?”
대답하였다.
“제가 오늘 밤에야 번뇌가 다하였습니다.”
가섭은 말하였다.
“나는 문을 열어 주지 않을 터이니, 그대가 문 자물쇠 구멍 안으로 해서 들어오라.”
아난은 이내 자물쇠 구멍을 통해 들어가 참회하였으니, 대가섭은 다시는 책망하지 않았다. 가섭이 손으로 아난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내가 일부러 그대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려고 한 것일 뿐이니, 그대는 원망하지 마시오.”
“저도 그러하였습니다.”
대가섭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전법륜경(轉法輪經)』에서부터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이르기까지를 네 가지 아함(阿含)인 증일(增一)ㆍ중(中)ㆍ장(長)ㆍ상응(相應)으로 모아 만들었나니, 이를 수투로(修妬路) 법장이라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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