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8권 7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7) 선신(善信)이 반 게송을 구하기 위하여 동쪽으로 가니 진흙을 밟아도 빠 지지 아니하다
선신(善信)보살이 법 없는 세상에서 바른 법을 찾아 구하였더니 공중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곳으로부터 동쪽으로 1만 유순 되는 곳에 한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의 왕의 이름은 선주(善住)입니다. 옛날 여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어 오랜 시간이 지나 멸도하셨으니, 이제 상법(像法)8)조차 쇠미하였습니다. 어떤 한 여인이 있는데 비천한 집안에 태어난 데다 생긴 것도 못나고 누추하기가 세상에 다시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게송 반 구절[半句]을 비슷하게나마 알고 있으니 전해 보여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서 한 번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가는 길에 진흙 밭이 하나 있습니다. 가로세로가 만 리가 되는데 밟기만 하면 빠집니다. 심지어 나는 새도 그곳은 통과할 수 없고, 터럭 하나의 무게도 견뎌 내지 못합니다. 그대는 지금 피로하고 병들어 있으며, 손과 발이 잘리고 찢어질 것 같을 터인데, 어떻게 다시 더 걸어갈 수 있겠습니까?”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뛰쳐나가 동쪽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진흙 밭이 있는 곳에 닿자 나는 몸과 목숨을 버리기로 하고 스스로 몸을 던지면서 아예 빠지기로 작정하였다. 그런데 내가 몸을 던지니 몸에 닿는 것이 있더니, 작은 길 하나가 나타났다. 그 길은 깨끗하고 길고 곧았으므로 내가 그 위를 밟아 나아갔더니 더 이상 어떤 어려움도 없었다.
곧장 그 나라에 닿아 선주성(善住城)에 들어가서는 슬피 부르짖으며 세존을 뵙지 못함을 자책하였다. 그 여인을 찾아가 보았더니 비천하고 누추한 곳에 살고 있었는데 집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사람의 형상은 평범하다 못해 천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는 공경하여 부처님을 뵈옵듯이 우러러 받들어 예배하였고, 그 주위를 돌며 찬탄하며 우러러 여인에게 청하였다.
“큰 스승으로 삼겠사옵니다. 원컨대 가르침을 내려 주시어 깊은 믿음에 이를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여인은 대답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법은 한량없고 그지없거니와, 내가 들은 것은 그저 반쪽의 게송일 뿐입니다. 만약 들으시겠다면 지금 말해 드리겠습니다.
모든 악(惡)은 짓지를 말고
모든 선(善)을 받들어 행하라.”
나는 이 말을 듣자 몸과 마음이 시원하여지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지면서 저절로 조복되었다. 외우고 익혀서 마음에 두고 그 뜻을 생각하였더니, 뜻이 통달되면서 이내 신통을 얻게 되었으므로 내 나라로 날아서 돌아가서는 이 게송을 두루 펼치었다. 이 공덕으로 나는 부처님의 법에 견고한 신심을 얻어서 무너뜨릴 수 없게 되었고, 모든 악마를 항복 받고 일체를 귀화시킬 수 있었다. 이 믿음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마땅히 생사의 고통에 있었을 것이므로, 나는 중생들을 위하여 이 믿음을 열어 보여 받들어 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보살결정요행(菩薩決定要行)』 제1권에 나온다.
(8)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이 스승의 아내가 사랑을 요구하는 명을 어겨 괴로움을 당하다
사위성(舍衛城)의 북쪽으로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나(薩那)라고 하는 마을이 있었고, 발타라(跋陀羅)라는 한 가난한 바라문의 여인이 있었다. 아들 하나를 낳았으며 이름은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이었고, 어릴 적에 그의 부친을 잃었다. 그의 나이 열두 살이 되자 생김새와 힘과 사람의 모습이 완벽하게 최고로 갖추어졌다. 또 총명하며 지혜로워서 좋은 말을 잘하였다.
다시 파라하사(頗羅訶私)라고 하는 다른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그곳에서 오래 살고 있는 마니발타라(摩尼跋陀羅)라는 바라문 스승이 있었다. 그 스승은 4비타경(毘陀經)에 아주 능하게 통달하였으므로, 일체세간현은 그를 따라다니며 수학하였다. 겸손하게 따르고 공경하여 극진한 마음으로 공양하였으니, 모든 감관이 순수하여 배운 것은 반드시 지켰다.
스승은 왕의 청을 받았으므로 일체세간현에게 집을 지키도록 하고서 떠나갔다. 바라문의 아내는 젊고 용모가 단정하였는데 세간현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갑자기 위엄과 부끄러움을 잊고 앞으로 다가왔다. 바라문의 아내가 그의 옷을 붙잡았으므로 세간현은 말하였다.
“당신은 저의 사모님이십니다. 어떻게 그릇된 법을 행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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