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7권 16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그러나 도둑은 말했다.
‘그깟 아이 때문에 나를 위태롭게 만든단 말이냐? 자식이 있으면 뭐에 쓸려고 그러는 거냐?’
그리고 나서 칼을 뽑아 나의 손발을 잘라 버렸다. 그러고는 내게 그것을 먹으라고 했는데, 나는 두려움 때문에 먹을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남편은 계속 도둑질을 하다가 끝내 벼슬아치에게 잡히게 되었다. 그는 허리를 잘려 숨이 끊어졌는데, 나까지 함께 산 채로 매장되었다. 어떤 사람이 나의 몸에 지닌 아름다운 옥구슬을 탐내어 무덤을 파고 꺼내 가면서 나까지 한꺼번에 데리고 갔다. 다시 얼마간 시간이 흐른 다음 나는 다시 벼슬아치에게 붙잡히게 되었는데, 도둑의 아내도 목숨을 끊어야 한다고 다시 함께 매장을 하였다. 그런데 매장이 견고하지 않았든지 밤에 범이 먹이를 찾아 무덤을 파는 바람에 다시 나오게 되었다. 방향을 분간 못하고 이리저리 헤메이며 길을 따라 도망가다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여러분, 어디에 이런 우환을 없애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때 장자와 바라문들이 있다가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말하였다.
‘일찍이 듣자 하니, 석가모니부처님 법에는 여러 가지 안온함이 많고 모든 쇠하여 떨어지는 고뇌가 없다 하더라.’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대애도교담미(大愛道橋曇彌) 비구니에게 나아가 차례로 닦아 익히다가 비로소 도의 과위를 얻었도다.”
석씨 여인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깨끗한 법안(法眼)을 얻게 되었다. 이때 교담미가 말하였다.
“여래의 법 바다[法海]에서 일체 중생이 모두 다 맡은 몫이 있는데도, 여래께서는 우리들 여인들을 받아 주시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의혹과 집착이 많아서 버리기가 어렵고 어리석은 사랑이 마음을 덮어 애욕의 물에 빠져서 빠져나올 수 없으며, 게을러서 현재 몸으로는 보리(菩提)를 장엄하거나 3승(乘)을 획득할 수 없다.’
아난이 나를 위하여 청하여 주었다.
‘교담미가 여래의 육신[色身]을 젖을 먹여 기르셨기에 여래께서는 성불을 하게 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여인에게 출가를 허락한다면 법은 장차 점점 소멸되고 말 것이다.’
아난이 또 청하였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4부 대중[四部衆]을 두루 다 갖추셨었습니다. 왜 지금 홀로 갖추지 않으시려 하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교담미가 부처님 법을 좋아하고 큰 정진을 일으키어 청정하게 여덟 가지 공경의 법[八敬之法]을 닦아 익힌다면 불법에 들기를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나는 출가하여 대비(大悲)를 닦게 되었다. 그리고 널리 미래의 온갖 여인들을 위하여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미래의 착한 여인[善女]들이 여래의 법을 믿고 좋아하고 공경하면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여인이 부처님 법을 보호하여 지니어 점차로 닦아 배우면, 계율ㆍ보시ㆍ다문(多聞)ㆍ3귀(歸)ㆍ5계(戒)에서 구족계[具戒]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도를 돕는 법을 다 허락하리라.’
나는 언제나 지극한 마음으로 아난의 은혜를 생각하여 공양하고 공경하며 밤낮 6시(時)에 마음으로 잊지 못하노라.”『보은경(報恩經)』 제5권에 나온다.
14) 부처님의 종 차닉(車匿)과 말 건척(揵陟)의 전세(前世) 인연과 서원
사리불(舍利弗)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차닉(車匿)은 전세에 어떠한 공덕이 있었기에
보살을 데리고 산에 들어가 부처님이 되게 하였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차닉은 이 세상에서만 이런 공덕이 있은 것이 아니니라. 내가 옛날 보살로서 시하변리국(尸訶遍羸國)에 있을 때였다. 수단마제왕(須檀摩提王)이, 세간 사람은 혹은 도를 닦아서 하늘에 오르기도 하고 혹은 제사를 지내서 하늘에 오르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왕은 항상 하늘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그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그 나라에는 자그마치 4만 명이 넘는 바라문의 도[婆羅門道]가 있었다. 그 중에는 대존자(大尊者) 바라문이 있었으므로 왕이 그를 초청하여 하늘에 오르는 방법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살아 있는 몸으로 하늘에 오르려고 하십니까, 죽어서 하늘에 오르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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