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7권 8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그리하여 모두 50명이 라후라를 시중들며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을 시켜 라후라의 머리와 50명의 공자(公子)들의 머리를 깎게 하여 모두 출가하게 하셨다. 사리불이 화상(和尙)이 되고 대목련이 아사리(阿闍梨)가 되어 그들에게 10계(戒)를 주도록 명하셨다.
부처님께서는 50명의 사미(沙彌)들을 위하여 선제라(扇提羅) 등의 전생의 죄와 과보를 말씀하셨다.글은 많으나 싣지 아니한다. 모두가 크게 근심하면서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화상께서는 크신 지혜와 덕망이 있으시기에 최상의 공양을 받으십니다. 하지만 저희 같은 어린아이들이 어리석고 덕도 없으면서 남의 훌륭한 보시를 받아 먹다가는 후세에 선제라와 같은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진실로 근심되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저희들이 도를 버리도록 허락하시어 그 허물을 면하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겠다. 두 사람이 굶주리고 있다가 갑자기 주인이 마련한 맛있는 음식을 한껏 너무 많이 먹었다고 하자. 마침 한 사람은 지혜가 있어서 토하는 약을 복용하고 알맞게 조절하여 화를 면하고 마침내 나이대로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지혜가 없었기에 산 것을 죽여 제사를 지내며 살아나기만을 빌다가, 결국 전날 먹은 것이 꽉 차서 심장의 통증으로 죽고 후에 지옥에 다시 나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이다. 죄를 두려워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로 지혜 없는 사람이니라. 너희는 착한 인연이 있어서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약을 먹고 고통에서 건져질 것이니, 반드시 죽지 않게 될 것이다.”
라후라는 이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렸다.
부처님께서 뒤에 궁중으로 돌아가시자, 사람들이 구이(拘夷)를 의심하며 말하였다.
“태자께서 나라를 버리신 지 벌써 12년이나 되었는데, 구이가 어떻게 아들을 낳았을까?”
부처님께서는 부왕에게 아뢰었다.
“구이는 절개를 지켜 정절이 깨끗하니 진실로 흠이 없사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변화시켜 모두가 부처님과 같게 하시고서, 일곱 살 된 라후라에게 묻게 하였다.
‘누가 너의 아버님이냐?’
그 때 라후라는 곧바로 나아가 부처님께 절하고 어머니의 도장인 고리를 세존께 드렸다.『미증유경(未曾有經)』 상권에 나온다. 『미사색률(彌沙塞律)』에서는 “부처님께서 궁중에 돌아가시자, 라후라가 누각 위에서 멀리 보고 있다가 내려와 부처님께 남는 재물을 구하므로,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을 시켜 사미를 만들게 하셨다”고 한다.
7) 라후라가 부처님의 계를 받고 도를 얻다
옛날 라후라가 아직 도를 얻지 못했을 적에는 심성이 거칠고 말에 진실과 신의가 적었다. 부처님께서는 라후라에게 명령하셨다.
“너는 현제정사(賢提精舍)에 가 머무르면서 입을 지키고 뜻을 꽉 잡아서 부지런히 경전과 계율을 닦으라.”
라후라는 명을 받들어 예배하고 떠나서 90일 동안 머무르는 동안에 점차 부끄러워져서 스스로가 뉘우치기를 밤낮으로 쉬지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서 보시자 라후라는 기뻐하면서 나와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침상[繩床]을 편안히 놓고 낭월(囊越)을 거두어들이므로 부처님께서는 승상(繩床)4)에 앉으시면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대야에 물을 떠 와서 나의 발을 씻어라.”
발을 다 씻고 나니, 부처님께서는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물을 마시거나 양치질을 할 수 있겠느냐?”
라후라는 아뢰었다.
“이 물은 본디는 아주 깨끗하였지만, 이제는 이미 발을 씻었기 때문에
더러워져서 다시는 쓸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으니라. 네가 비록 나의 아들이며 국왕의 손자로서 세상의 영화와 녹을 버리고 사문이 되었다 하더라도, 힘써 정진하여 마음을 껴잡고 입을 지킬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3독(毒)의 때가 가슴에 가득 찰 것이다. 그것 또한 이 물을 다시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물을 담았던 대야를 비운다면 음식을 담아 쓸 수 있겠느냐?”
라후라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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