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4권 4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이는 어떠한 사람이냐?”
마부가 말하였다.
“이는 노인이라 하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인명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두 번 얻기 어렵도다. 유독 사람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천하가 다 그러하니라.”
수레를 돌려 궁중에 돌아가서는 안타깝고 언짢아하였다.
그 후에 성의 남쪽 문으로 나오다가 병든 사람을 만났다. 배가 부풀어 오르고 바짝 마른 사람이 길가에 누워 있으므로 마부에게 묻자, 대답하였다.
“병든 사람이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만물은 무상하여 몸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구나. 나도 으레 그러하리라.”
이내 도로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 후에 성의 서쪽 문으로 나오다가 죽은 사람을 보았는데, 집안 사람들이 슬피 울부짖고 있었다. 마부가 말하였다.
“죽은 사람이옵니다. 사람이 나면 죽음이 있으니, 봄이 있으면 또 겨울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나 만물이 똑같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대저 죽음은 고통스러운 쓰라린 것이요, 정신은 모진 것이라. 내가 죽은 이를 보건대, 형상은 망가지고 몸은 변화하지만 정신은 사라지지 아니한다. 나는 다시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남을 받는 5도(道)6)를 오가면서 나의 정신을 수고롭게 할 수 없다.”
수레를 돌려서 돌아왔다.
다시 다른 날에 성의 북쪽 문을 나오다가 한 사문을 보았다. 의복이 가지런하고 손에는 법기(法器)를 가졌는데, 마부가 말하였다.
“이를 비구라 하옵니다.
정욕(精慾)을 버리고 마음에 온갖 것을 기뻐하면서 시방(十方)을 제도하려 하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장하도다. 이것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내가 왕위를 사양하고 출가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마땅하지 않다.”
즉시 고요한 밤에 왕의 궁전에 들어가 광명으로 원근을 비추자 부왕이 깨어 일어나므로 부왕에게 여쭈었다.
“모든 천인이 권하고 도우므로 이제 출가하여야겠습니다.”
부왕은 슬피 울면서 물었다.
“네가 바라고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 언제나 돌아오겠느냐?”
태자는 대답하였다.
“네 가지의 원을 얻고자 하옵니다. 첫째는 늙지 아니하고, 둘째는 병이 없고, 셋째는 죽지 아니하며, 넷째는 이별하지 않는 것이옵니다. 만일 부왕께서 이 네 가지 원을 주신다면, 다시는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것을 얻었다는 이는 없다.”
더욱 크게 근심하면서 이내 용맹하고 힘센 5백 명의 석씨 자제에게 칙명을 내려 4대문을 숙직하며 지키게 하였다. 성문을 여닫는 소리가 40리 밖까지 들렸다. 구이도 의심하여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태자가 생각하였다.
‘도가 청정하려면 집에 있음은 옳지 않다. 마땅히 산림에 처하면서 연마하고 참선을 행하여야 하리라.’
이때 태자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4월 7일 한밤중에 구이는 다섯 가지의 꿈을 꾸고서 놀라 깨어났다. 태자가 연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하였다.
“꿈에 수미산이 무너지고, 명월이 땅에 떨어지고, 구슬 빛이 갑자기 스러지고,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며, 사람들이 나의 일산을 빼앗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살은 그 꿈이 자신을 위한 것인 줄을 알면서도 말하였다.
“수미산은 무너지지 않았고, 명월은 계속 비추고 있으며, 구슬 빛도 스러지지 않았고, 머리카락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일산도 그대로 존재하니, 편안하게 주무시고 근심하지 마십시오.”
밤에 기녀들을 살펴보니 뼈마디가 모두 비어서 마치 파초와 같았고, 콧물 눈물을 흘리며 악기는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 그의 아내를 돌아보며 자세히 형체를 살펴보았더니, 뇌수와 해골이며 심장, 간장, 창자와 위장이 겉으로 보기에도 가죽 주머니 안에 더럽고 냄새나는 것을 담은 것 같았다. 마치 빌려 쓴 물건을 마땅히 돌려주어야 하듯 또한 오래 가지 못할 것이어서 삼계에 믿을 것이 없고 오직 도(道)만이 바로 믿을 것이었다. 욕계(欲界)의 여러 천인들이
공중에 멈추어 서 있는데 법행(法行) 천자가 멀리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때가 이미 이르렀습니다.”
불성(佛星)도 때 맞춰 나타났다. 차닉(車匿)을 불러 일으키고 건척(揵陟)에게 안장을 채우게 하였는데, 사천왕과 무수한 야차며 용신들이 모두 갑옷을 입고 사방으로부터 와서는 머리 조아리며 공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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