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2권 2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야간이 말하였다.
“옛날 바라내 파두마성(波頭摩城)의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났으나 찰제리의 종성이었으며, 어릴 적부터 총명하여 특히 배우고 익히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열두 살이 되자 밝은 스승을 따라 깊숙한 산에 살면서 고생하며 받들어 섬기고 몹시 부지런하며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스승 역시 밤낮으로 절차탁마 가르쳐 주어 때를 놓치지 않았는지라, 50년이 지나자 아흔여섯 가지 경서(經書)ㆍ참기론(讖記論)ㆍ의방(醫方)ㆍ주술(呪術)ㆍ점상(占相)ㆍ길흉(吉兇)ㆍ재이(災異)ㆍ화복(禍福)에 통달하지 않은 데가 없었으므로 높은 재주와 지혜는 사방에 멀리 소문이 났습니다. 이에 혼자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처럼 뛰어나게 되었음은 모두가 화상(和上)께서 교화하신 은혜 때문이니, 그 공이야말로 갚기조차 어렵다. 집이 가난하여 공양할 수 없으니 몸을 팔아서 스승의 은혜를 갚아야겠구나.’
그랬더니 스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산에 사는 도사(道士)는 걸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모자라는 바가 없거늘, 무엇 때문에 귀중한 몸을 팔아서 나에게 공양하겠다는 것이냐? 너는 이제 지혜와 변재를 성취하였으니, 천하 인민들을 교화해야 하리라. 법등(法燈)을 밝히는 교화의 공이 어찌 나의 은혜를 갚는 것보다 부족하겠느냐?’
그러므로 드디어 산중에 있으면서 걸식으로 살아갔습니다.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국왕이 죽었는데,
뭇 신하들이 나라 안의 학사(學士) 5백여 인을 모아 7일 동안 강론을 시켜 거기서 뛰어난 이를 왕으로 삼아서 이 가난한 사람이 왕위를 받게 되었고, 나라의 재력을 다하여 스승과 부모를 공양하였습니다. 뒤에 안타라국(安陀羅國)과 마라바야국(摩羅婆耶國)은 서로가 여러 해 동안 싸움을 하였으나 이긴 데가 없었습니다. 안타라왕이 그의 신하들을 소집하여 물었습니다.
‘무슨 방도를 써야 마라바야국을 얻겠느냐?’
여러 신하들은 대답하였습니다.
‘바라내 파두마 국왕이 있을 뿐이옵니다. 하천한 태생이오나 열 가지 계율을 받들어 지니며 외욕(外慾)을 범하지 않습니다. 비록 궁녀가 있사오나 모두 나이가 들었으니, 나라 안을 다 조사하여 귀천을 불문하고 뛰어난 여인을 가려 뽑아 백 명을 채우고 나이가 어리고 단정하며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이에게 귀중한 보배를 지니게 하여 그 채녀들과 함께 바치되, 그가 만약 받아들인다면 그로부터 병사를 빌려 힘껏 공격하여 싸운다면 가는 데마다 항복 받지 않음이 없으리다.’
곧 신하들의 계교를 따라 이 때에 모두를 바쳤습니다. 그러자 왕은 크게 기뻐하여 강한 병사 백만을 가려 보내 그들을 도왔었는데, 백 일 동안 고전하면서 죽은 이가 반을 넘었고, 마라바야왕의 군사는 모두 형륙(刑戮)을 당하였으며 그리하여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이 미녀로 말미암아서 본래 뜻을 잊어버리고 호사하고 음탕하여 오락에만 집착하여 나라 정사를 다스리지 않았는지라, 모든 벼슬아치들이 서로 난을 일으켜서 양민의 아들을 빼앗아 종을 삼았고, 바람과 비가 때에 맞지 않아 굶주린 이가 길을 채웠으며, 다른 지방의 도둑이 드디어 와 침략하였으므로 이로부터 그 나라는 끝내 망하였습니다. 그는 지옥으로 가서 났는데 여러 가지 모진 고통을 받았으나 먼저 배웠던 지혜의 힘을 빌어서 스스로가 전생 일을 알고서는 마음으로 뉘우치고 자책하며 지난 일을 고치고 앞일을 닦다가 잠깐 만에 목숨을 버리고 아귀계에 가 났으며, 다시 더 참회하며 열 가지 선행을 닦고 생각하다가 잠깐 만에 목숨을 버리고 야간의 몸을 받았거니와, 여전히 먼저 일들을 알고서
다시 열 가지 선행을 행하다가 근간에 사자를 만나 이 우물 속에 빠져서 죽을 것을 마음으로 깨닫고, 하늘에 가 나서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 받기를 바랐는데, 당신이 나를 영접함으로 말미암아 본래 서원을 잃었으니, 이제는 심한 고통을 겪을 것이거늘 언제 면하게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나는 ‘당신이 나의 생명을 구제하였지만 공은 없습니다’고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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