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3권 5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노도차가 다시 주문으로 한 못을 만들었는데, 그 못의 사방 변두리는 모두가 7보요 못물에는 갖가지 꽃이 피었다. 사리불은 또 큰 여섯 어금니가 있는 한 마리의 흰 코끼리를 변화로 만들었는데, 그 낱낱 어금니 위에는 일곱 송이 연꽃이 피었고, 낱낱의 연꽃 위에는 일곱의 옥녀(玉女)가 있었다. 그 코끼리가 천천히 못가로 다가가 그 물을 들이마시니, 못은 이내 바짝 말라 버렸다. 노도차가 다시 하나의 산을 만들었는데, 7보로 장엄되고 뭇 못과 나무, 꽃 열매가 아름답고 소담스러웠다. 사리불도 금강역사(金剛力士)를 변화로 만들어 금강저(金剛杵)로 멀리서 그를 가리키자 산이 와르르 무너지며 흔적조차 없어졌다. 노도차가 다시 머리 열 개 있는 한 마리의 용을 만들어 공중에서 갖가지 보배를 비처럼 내리며 우레와 번개로 땅을 진동시켜 대중들을 놀라게 하자, 사리불은 한 마리 금시조(金翅鳥)를 변화로 만들어 용을 갈가리 찢어 씹어 먹게 하였다.
노도차가 다시 한 마리 소를 만들자 몸뚱이가 우람하고 살찌고 힘이 센데, 굵은 다리와 날카로운 뿔로 땅을 후벼 파면서 크게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돌진해 왔다. 사리불은 또 사자를 변화로 만들어 찢어 갈라 먹게 하였다. 노도차가 다시 그 몸을 야차귀(夜叉鬼)로 변화시켰는데, 형체가 장대하고 머리 위에는 불이 이글거렸으며 눈은 피처럼 붉고 네 어금니는 길고 날카로우며, 입과 눈으로 불을 뿜어내면서 뛰어올라 내달아 왔다. 그 때 사리불이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비사문왕(毘沙門王)이 되자, 야차는 질겁하며 도망가려 했지만, 사면에서 불이 일어나 갈 데가 없었는데, 사리불 곁에만 시원하고
불이 없는지라 이내 굴복하며 온몸을 땅에 던져 살려 줄 것을 애걸하여 수치스런 마음을 내자, 불은 절로 꺼져 버리니, 대중은 다 함께 부르짖었다.
“사리불이 이겼다. 노도차는 졌다.”
이때 사리불은 몸을 솟구쳐 허공에서 네 가지 위의를 나타내며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리고, 변화를 부린 뒤에는 도로 신족(神足)을 거두고 그의 본래 자리에 와 앉자, 이 때에 모인 대중들은 그의 신통력을 보고 모두 기뻐하였다. 그 때 사리불이 바로 그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자 그 복과 행을 따라 저마다 도의 자취[道迹]를 얻었고, 육사의 무리 3억 제자들도 사리불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장자 수달은 사리불과 함께 가서 정사를 설계하여 손으로 새끼 끝을 잡는데, 이 때에 사리불이 빙그레 웃으므로 수달은 물었다.
“스님, 왜 웃으십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당신이 여기에 땅을 경영하기 시작하자, 여섯의 욕계 하늘에 궁전이 벌써 이룩되었습니다.”
즉시 도의 눈[道眼]을 빌어 수달이 다 보고 나서 사리불에게 물었다.
“이 여섯 욕계 하늘에서 어디가 가장 즐거운 곳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제4천(天)에는 욕심이 적고 족한 줄 알며, 항상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이 그 안에 와 나시므로 법의 가르침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수달이 말하였다.
“저는 장차 제4천 안에 가서 나겠습니다.”
그러자 다른 궁전은 모두 다 사라졌다.
수달이 다시 새끼를 잡자 이 때에 사리불이 참연(慘然)히 근심하는 빛을 띠므로 수달이 곧 물었다.
“존자께서는 무엇 때문에 근심하는 빛을 띠십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당신은 지금 이 땅 속의 개미들이 보이십니까? 당신은 과거 비바시불(毘婆尸佛) 때에도 이 땅에 그 세존을 위하여 정사를 세우셨는데, 이 개미들이 아직도 이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가섭불(迦葉佛) 때까지 그러하여 91겁 동안 한 가지 몸을 받았습니다.”
정사를 세우는데, 부처님을 위하여 만든 굴은 묘한 전단(栴檀)을 이용하여 향을 만들어 발랐고,
별방(別房)으로 머무를 곳도 1천2백 처소였다. 무릇 120처소에서 따로 건추(健椎)를 치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사신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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