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3권 2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마가타왕이 먼저 살던 성에 잘못하여 불이 나서 한 번 타서 한 번 지었는데도 이와 같이 하기를 일곱 번이나 하여 백성들이 사역에 고달파하였다. 왕이 여러 지혜 있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의 뜻을 묻자 ≺마땅히 처소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므로 왕은 이 5산의 둘레가 성과 같음을 보고 곧 궁전을 지어 그 안에 머무르게 되었기 때문에 왕사성이라 한다.’
또 옛날 이 나라에는 바수(婆數)라는 왕이 있었는데, 세간을 싫어하고 출가하여 선인(仙人)이 되었습니다.
이 때에 집에 있는 바라문과 출가한 선인들이 함께 논의하다가 집에 있는 바라문이 ‘하늘에 제사할 적에는 살생하여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하였고, 출가한 신선들은 ‘안 된다’고 하며 서로가 다투었습니다. 여러 출가한 바라문들이 ‘여기에 대왕으로서 출가하여 선인이 되신 분이 계신데 그대들은 믿겠는가?’ 하자, 집에 있는 바라문은 ‘믿겠다’고 하였습니다. 출가한 신선은 ‘나는 이 사람으로써 증명을 삼으리라. 뒷날 가서 묻자’고 하였는데, 집에 있는 바라문은 먼저 바수 선인이 있는 곳에 가서 바수 선인에게 ‘내일 논의할 적에 당신은 우리들을 도와주셔야겠습니다’고 하여두었습니다. 여러 출가한 선인들이 묻기를 ‘하늘에 제사할 적에 살생하여 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고 하자, 바수 선인은 ‘살생하여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이것은 살고 있다가 하늘에게 제사할 적에 죽기 때문에 천상에 나게 됩니다’고 하므로 출가한 선인은 ‘그대는 크게 옳지 못하도다. 그대는 큰 거짓말을 하는구나’고 하면서 침을 뱉으며 ‘죄인아, 사라져 버려라’ 하였는데, 그 때 바수 선인은 바로 땅에 빠져들며 복사뼈까지 묻혔습니다. 이것이 큰 죄의 문이 열리게 된 시초입니다.
여러 출가한 선인들이 말하기를 ‘그대는 참말을 하여야 합니다. 만약 일부러 거짓말을 하면 그대의 몸은 장차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입니다’ 하였는데도, 바수가 ‘내가 알기로는 하늘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을 죽여서 고기를 먹어도 죄가 없습니다’고 하자 무릎까지 빠져 들어갔으며, 이렇게 하여 점차로 허리와 목까지 빠져 들어갔습니다. 출가한 선인은 말하기를 ‘그대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지라 현재 세상에서 과보를 받는 것이니, 다시금 참말을 한다면 비록 땅 아래로 들어갔기는 하나 우리들이 그대를 빼내어 죄를 면하게 할 수 있습니다’고 하였습니다. 바수는 생각하기를 ‘나는 귀중한 사람이다. 두 가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또 4위타법(韋陀法)에도 하늘에 제사하는 법을 찬탄하였으니, 나 한 사람이 죽은들 무엇이 아깝겠는가?’ 하고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말을 하되 ‘하늘에 제사하는 동안에는 살생하여 고기를 먹는 것은 죄가 없다’고 하자, 이에 온몸이 땅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로부터는 언제나 바수 선인의 법을 쓰면서 하늘에
제사지낼 적에는 양을 죽였는데, 칼을 내려칠 때에 말하기를 ‘바수가 너를 죽인다’고 하게 되었습니다.
바수의 아들 이름은 광차(廣車)인데, 왕위를 이어받아 왕이 되었으나 역시 세간의 법을 싫어하면서도 출가하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나의 아버지는 출가하였는데도 산 채로 땅 속으로 들어갔다. 만약 천하를 다스리면 다시 큰 죄를 지을 터인데,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하였는데, 이 때에 공중에서 소리가 나기를 ‘그대가 만약 다니다가 만나기 어렵고 있기 드문 처소를 보게 되면, 그곳에 집을 짓고 머물러야 하리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이 사냥을 나갔는데 질풍같이 달아나는 사슴이 있음을 보고 왕이 그를 쫓았고, 백관 시종도 따랐으나 미치는 이가 없더니, 그 앞에 보이는 5산(山)의 둘레가 준엄하고 견고하여 그 땅이 장엄하였고 하늘꽃의 향기가 일며 하늘의 풍악이 들리므로 ‘이곳이야말로 있기 드물고 전에 보지 못한 데로다. 이제 나는 여기에 집을 짓고 머물러야겠구나’ 하고 즉시 본래의 성을 버리고 이 산에 머물렀으며, 이후부터 차례로 머물러 살았기 때문에 왕사성이라 하였습니다.”『대지론』 제3권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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