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3권 4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그러므로 왕은 수달을 불러 물었다.
“지금 이 육사가 말하기를 ‘경이 동산을 사서 구담을 위하여 정사를 세운다 하니, 그 사문 제자와 함께 기술을 겨루게 하여 이기면 정사 세울 것을 허락하고, 그렇지 못하면 세울 수 없게 하라’고 합니다.”
수달이 집에 돌아가서 때묻은 옷을 입고 근심을 하고 있는데, 이때 사리불이 그 다음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수달의 집에 도착하여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계십니까?”
수달은 자세히 대답하였다.
“이 육사 외도의 무리들은 출가한 지 오래고 정성스럽게 배운 바가 있어서 기술은 미칠 이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스님을 압니다만, 기술을 겨루겠다고 허락하실 수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비록 이 육사 외도의 무리가 염부제에 가득 차서 그 수가 대숲과 같다 하더라도 내 발 위의 한 터럭도 움직일 수 없으리다. 무엇이든지 겨루려 하면 마음대로 허락하십시오.”
수달이 기뻐하며 다시 새 옷을 입고 목욕하고 향수 등을 바르고서 즉시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그에게 물었더니, 그들 뜻대로 하라 하셨습니다.”
왕은 육사에게 말하였다.
“이제 그대들에게 사문과 함께 기술 겨룸을 허락하노라.”
그러자 육사는 나라 인민들에게 널리 알렸다.
“이로부터 7일 후에 성 밖에서
사문과 기예를 겨룰 것이다.”
사위국에는 18억 인이 있었다. 이 때에 그 나라 법으로 북을 쳐서 대중을 모았는데, 동북[銅鼓]을 치면 7억 인이 모였고, 은북[銀鼓]을 치면 14억 인이 모였고, 금북[金鼓]을 치면 모두가 다 모였다. 7일의 기한이 차자 편편하고 넓은 처소에 가서 금북을 두드리니 모두가 다 모였는데, 육사의 도중(徒衆)만도 3억 인이 있었다. 이때 인민들은 모두가 국왕과 그 육사들을 위하여 높은 자리를 마련하였고, 이 때에 수달은 사리불을 위하여 높은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 때 사리불은 한 나무 아래에서 여러 선정에 들어 생각하였다.
‘이 모임의 대중들이 삿된 것을 익혀 온 지 오래라 뽐내면서 높은 체하니, 초개 같은 군생들을 무슨 덕으로써 항복시킬까?’
생각한 뒤에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만약 내가 수없는 겁 동안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였다면, 내가 처음 모임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대중들이 나에게 예배하게 되리라.”
육사는 대중이 이미 모였는데도 사리불만이 아직 와 있지 않음을 보고 바로 왕에게 아뢰었다.
“구담 제자는 스스로가 기술 없음을 아는지라, 많은 회중이 이미 다 모였는데도 두려워서 오지 않습니다.”
왕은 수달에게 말하였다.
“겨룰 때가 이미 되었으니, 부처님 제자는 마땅히 와서 담론해야 하리라.”
그 때 수달이 사리불에게 가서 무릎 꿇고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대중들은 이미 모였습니다. 원컨대 모임에 나오소서.”
이때 사리불이 선정에서 일어나 다시금 가사를 바로잡고 니사단(尼師檀)을 왼쪽 어깨에 메고 천천히 사자왕과 같은 걸음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자, 이때 대중들과 여러 육사들은 갑자기 일어나며 풀이 바람에 쏠리듯 모르는 결에 절을 하는데, 이 때에 사리불은 바로 수달이 마련한 자리로 올라갔다. 육사 무리 안에 노도차(勞度差)라는 한 제자는
요술을 잘 부렸다. 그가 대중 앞에서 주문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만들자, 저절로 자라고 넓어져 그늘이 대중의 모임을 덮으면서 가지와 잎은 울창해지며 꽃과 열매가 저마다 기이한지라, 대중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 변화야말로 바로 노도차가 한 일이로다.”
이때 사리불이 곧 신통의 힘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 나무의 뿌리를 뽑아 땅에 거꾸러뜨리면서 부수어 작은 티끌로 만들어 버리자, 대중들이 모두 말하였다.
“사리불이 이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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