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하권 7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다 하나 작은 어짊이기에, 삼세의 인과에 매여서 일생의 화복만을 밝히느라, 여타의 재앙이나 경사를 자손에게 남긴다. 악을 지으면서 선을 닦더라도 도리어 명보(冥報)를 끊기에, 살아 있어도 목숨은 기한이 정해져 있는지라, 끝내는 귀신이 되고 만다. 장수한다 해도 변천(變遷)한다는 기약이 없는데, ‘살리기를 즐기고 죽이기를 싫어한다’고 이르면서 ‘목숨 중하기가 사람이나 축생이 같은데,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어찌 살상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한다. 그러므로 자공(子貢)이 고삭(告朔)의 양을 죽일 때에 그 울음소리를 듣고 고기를 먹지 않은 것도 자기 마음에 빌미해서, 남의 목숨이라도 생을 아끼는 마음이야 나와 남이 모두 같음을 체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구(孔丘)가 산등성이의 까치를 맛보지 않았고, 우정국(于定國)이 형벌을 늦추고, 손숙오(孫叔傲)가 음덕(陰德)을 쌓아 초나라 장왕(莊王) 때에 그 후대가 창성하였으므로, 고문(高門)에서 그 봉작(封爵)을 기다렸다. 항우가 진나라 군대를 전멸시키고, 백기(白起)가 조나라 군병 40만을 구덩이에 묻었으나 두우(杜郵)에게 주살되고 지체[支分]가 오강(吳江) 위에 흩어졌다. 또 화복을 당대에 입기도 하고, 또는 그 영욕이 자손의 몸에도 미치기에 몸으로 짓고 후사가 받는 것이 아비의 보를 받는 것과 동일하다. 업(業)이 그 자손에게 전해지므로 갚은 것은 자기가 아니기에 선왕(宣王)을 쏘아 그 원수를 갚고, 항두(抗杜)가 목숨을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수레를 돌격하였고, 유약(劉約)은 원해(元海)를 따라 수레를 함께 탔었다. 이처럼 유명(幽明)의 교접(交接)을 논하더라도 사람과 귀신이 서로 척지게 되고[讎], 죄와 복의 업연에서 보응(報應)의 윤전(輪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유가와 불가의 현격한 차이도 이로써 명확해진다.
대체로 도가의 가르침은 유가의 이류(異流)로써, 황제(黃帝)가 그 연원을 이루고, 노담(老聃)이 그 옷고름을 풀어서 근본을 궁리하였다. 정(精)을 보하여 기(氣)를 기르고 광채를 감추고 빛을 숨겨서 생을 온전히 하여 해침을 멀리하고 무위(無爲)로 청허(淸虛)를 즐기며 사사로움을 줄이고 욕심을 없애는, 이러한 것이 그 종지이다. 이후로 순박함이 변하여 말대에 이르자 재갈을 나눠매고 각자 달려갔다. 한 가지 무(無)의 이치에서 파생되었으나 3등(等)의 차별을 세웠는데, 상등(上等)은 곡기를 끊고 수명을 늘려 신선이 우화(羽化)하는 것으로 이를 널리 이룬 이가 광성(廣成)의 황제(黃帝)이다. 다음은 부드러움을 지켜서 강함을 경계하여 분별을 잊고 알음알이를 그치는 것으로 백양(伯陽)과 자휴(子休)가 이들이다. 하등(下等)으로는 시대를 멀리하고 영예를 버리고 바위틈에 살면서 계곡물을 마시는 것으로, 허유(許由)와 소보(巢父)가 이들이다. 신선의 자취를 추구해 보면 일마다 헛된 것에 근거한다.
황제의 『본기(本紀)』에 따르면, 황제가 방중술(房中術)을 행하여 도양법(導養法)을 닦고자 72궁녀를 거느렸으며, 91개의 금단(金丹)을 먹고 승정호(昇鼎湖)에서 용을 채찍질하여 날아오르면서 백일등천(白日登天)하였기에, 신하들이 사모하며 의관과 장검과 신발을 거두어 교산(橋山)의 양지에 장사지냈다 한다. 이 같은 말을 징험해보면, 어찌 그런 일이 있으리오. 장례[葬]란 감춘다는 것으로, 옛사람은 죽으면 자손이 이를 애절하게 여겨 그 안택(安宅)의 조짐을 점쳐서 분묘를 좋게 세우고 혼령을 안치하고자 해골을 깊숙이 감추는 것도 겉으로 드러나는 우환을 면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황제가 청룡을 타고 하늘로 솟구쳐 자색 구름을 밟고 위로 올라가면서 만기(萬機)를 사직하고 사해(四海)를 이탈하였으니, 원래 죽지도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장사지낼 필요가 있었겠는가? 소백(邵伯)과 사목(司牧)에게 땅을 나눠 주어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며, 하물며 우거진 감당(甘棠)이라도 그 덕을 기려 나무를 남겨놓는데5), 더구나 황제는 구오(九五)의 자리에 올랐고 만승(萬乘)의 지존(至尊)에 처하면서 용의 수레를 타고 신선이 되어 올라갔는데, 이는 자리에서 앓다 죽은 것보다 훌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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