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하권 4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제가 오랫동안 속세의 그물에 빠져서 참다운 통발[網罕]을 깨치지 못하고, 그 이후로 귀는 황화(黃花:道家를 지칭)의 소리에 체하였고 뜻은 백설(白雪:옛날의 曲名)의 연주에 어지러웠기에, 비록 누차 묘하게 풀어주셨어도 아직도 깊은 의심이 맺혀 있습니다. 형지(形智)가 눈멀고 귀먹어 단번에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나, 다행히도 남쪽을 가리키심에 지금 북원(北轅)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영보나 천존이 만약 허망하기가 이와 같다면 그 경의 가르침도 날조되어 편술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체로 거짓되고 망령된 것이나 다시 한 번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바라건대 고황(膏肓)에 든 병을 낫게 하시어, 고질이 되는 것을 막아 주십시오.”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대가 지금에서야 깨달았구나. 아침에 깨달았어도 저녁에 다시 의문이 남아 있다면, 곧 이를 질문하라, 내가 지금 낱낱이 논해 주겠다.”
공자가 말했다.
“불교에는 비구와 비구니의 2부 대중이 있는데 도법 내에도 도사(道士)와 여관(女官)의 두 부류가 있습니다. 피차간에 위의(威儀)를 살펴보면 구족하게 갖추는 것이 부처님의 계율과 같다 하겠으나, 스님들이 2백50계를 받고 비구니는 5백계를 받는데, 지금 도사와 여관이 수지하는 법록(法籙)은 일률적으로 동등하여 증감없이 모두 10계(戒)ㆍ진문(眞文)ㆍ상청(上淸)의 법을 받고 아울러 부록(符籙)의 법을 받으니, 이 같은 법이 어떠한 사람에 의해 전해졌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생이 말했다.
“도사와 여관에게는 원래 계율이 없었으나, 다시 불가의 10계를 표절하고서 저들의 법인 진문과 상청을 보탰으며, 모두 흰 비단천 가운데에다 부도(符圖)를 그리고 옥자(玉字)를 쓴 것이다. 그 진문에는 모두 세 법이 있는데, 첫 번째가 8경(景)으로 일월과 성신의 형상(形象)을 그려 넣은 것이다. 두 번 째가 오로(五老)로서 오로의 신을 그려 넣은 것이다. 세 번째는 5악(岳)이니, 5악의 산 형태를 그려 넣은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원래가 각각 따로 받아쓰는 것이라, 한꺼번에 수지할 필요가 없다. 상청(上淸)은 그 가운데에다 상청천 가운데의 관위(官位)와 부도(符圖) 따위를 적어 놓은 것이다. 처음에 10계를 받고 다음에 진문을 받고 뒤에 상청을 받으면 그 법이 갖춰진다. 녹(籙)이란 그 수가 아주 많아서 어떻게 모두 말할 수 있겠는가마는, 간략하게 따져 보면 천 5백 장군과 35대장군 따위의 녹이 있어서, 이 같은 녹을 받게 되면 부적ㆍ금방(禁方)의 술법과 장표(章表)ㆍ초의(醮儀)의 법을 행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비구니는 여자인지라 그 성품이 애욕에 많이 물들기에 근기에 따라 법을 제정하셨다. 그러므로 스님들보다 갑절이나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도가의 법록은 대체로 사람이 망령되게 조작한 것이기에 그 근성(根性)을 가리지 못하였는데, 그 때문에 도사와 여관에는 다시 어떠한 차이도 없게 되었다. 이 같은 법이란 것도 장도릉이 그 같은 일을 날조하여 지어낸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노자도 이와 같은 것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날조가 분명한지라 어찌 현혹되겠습니까마는, 도법에는 예전에 계율이 없었는데 도사가 혼인하지 않게 되었으니, 어떠한 전(典)과 기(記)에 근거합니까?”
선생이 말했다.
“도가에는 원래 음욕을 금지하는 계율이 없다. 지금의 도사들이 혼인하지 않은 것은 스님들을 흉내 내어 그리한 것이기에, 하나같이 근거할 게 없다. 그러므로 수나라 때 숭양관(嵩陽觀)의 도사 이파(李播)가 표장(表章)을 올려, ‘도법의 도사에게는 결혼을 금하는 조항이 없으니, 도사들이 처첩(妻妾)을 얻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청하였으며, 그 표(表)는 『이파집(李播集)』에서 보여진다.”
공자가 말했다.
“가르침에는 금욕(禁欲)에 대한 과(科)가 없는데, 혼인하는 것이 어찌 그 가르침에 어긋난다 할 수 있겠습니까? 이파가 이와 같이 주청(奏請)한 것은 참으로 타당합니다. 도교에서 종지로 삼는 것은 노자에 뿌리하며, 노자가 주나라에 봉직하다가 나중에 서역으로 갔으므로, 종당에는 출가하여 혼인을 끊었다는 자취가 없습니다. 도사들이 오늘날 출가하는 것은 누구의 가르침에 의한 것입니까?”
선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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