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상권 3편
현의(玄嶷) 지음
이한정 번역
『영보경』에 실린 사적은 너무도 분명하기에 제가 다시 말해 보겠습니다. 경전에는 천존은 대라천(大羅天) 현도(玄都) 옥경산(玉京山)에 머물면서 허공의 청림(靑林) 가운데로 노닐거나, 채목(寨木)의 아래에 앉기도 하면서 삼청(三淸)의 상청(上淸)에 처하니, 9선(仙)을 총괄하는 우두머리이고, 조회(朝會) 때마다 백령(百靈)이 모이되, 그 품계가 만 가지나 되기에 그 신변(神變)의 기이함이 모두 경문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만약 아무런 영향(影響)도 없었다면, 어떻게 이같이 하였겠습니까? 고견을 듣고 싶사오니, 잠시나마 의심을 풀어주십시오.”
선생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가 미신에 빠져 든 것이, 어찌 이다지도 심한가? 그대에게 대략을 논하겠으니, 그대는 잘 듣도록 하거라.
대체로 거짓되게 말하면 안 되므로 말은 반드시 『예경(禮經)』에 의거해야 하고, 붓은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되므로 일마다 전적에 근거해야 한다. 『예경』에 실리지 않았다면 바르지 못한 얘기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전적에 기록된 바도 없다면 실로 허무맹랑한 말이 된다. 겸상(縑緗:서적)은 징험할 수 있고 치소(緇素:승려와 속인)는 속이기 어렵기에, 마침내 가르침을 달리하여 외방(外方)에 두고 기이한 자취를 이 가운데 붙여서 사책(史策:기록)을 강구하여 명감(明鑑)의 임형(臨形)4)을 같게 하고자 제력(帝歷)을 구하였다.5) 만약 경중을 저울질하여 사물을 가늠해보면 무회씨(無懷氏)6) 이전에는 문자가 조합되지 못하다가 염황(炎皇) 이래로 서(書)와 기(紀)가 늘어났으니, 황제와 소호(少昊)의 대(代)와 전욱(顓頊)과 제곡(帝嚳)의 조(朝)와, 당요(唐堯)와 우순(虞舜)의 군(君)과, 하우(夏禹)와 은탕(殷湯)의 후(后)에 이르기까지, 그리고주무(周武)와 진양(秦襄)이래로 한(漢)ㆍ위(魏)ㆍ진(晉)ㆍ송(宋)의 이전까지 위로는 『상서(尙書)』와 좌전(左傳)이 있고,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황보밀(皇甫謐)의 『제왕기(帝王紀)』가 있고, 위요(韋耀)의 『통기(洞紀)』가 있고, 양엽(楊曄)과 배개(裴玠)의 서(書)가 있다. 역대로 서로 계승하여 연기(年紀)를 뚜렷이 하되, 큰 일은 기록하지 않은 것이 없고, 소소한 일마저도 실리지 않은 바가 없다. 선양(禪讓)과 전쟁(戰爭)의 제(帝)와, 순요(純澆)와 보취(步驟)의 황(皇)과, 신기(神祇)와 변현(變現)의 징표와, 재이(災異)와 상서(祥瑞)의 감응과, 용봉(龍鳳)과 구사(龜蛇)의 통감(通感)과, 어별(魚鱉)과 현시(贙兕)의 정령(精靈)에서 심지어 수목의 기괴(奇怪)함과 귀요이매(鬼妖魑魅)까지도 모두 기록하여 빠트린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천존만은 그 일이 상세하지 않은가?
천황(天皇)이 운(運)을 열어 제업(帝業)을 권여(權輿:사물의 시초)하는 것은 인황(人皇)의 연대로 아득하게 이어지되, 5성(姓)을 본종[宗本]으로 하였으니, 이에 72성이 파생되어 번창하되, 유소(有巢)와 수인(燧人)에 이르기까지 6기(紀) 96대 1백80만 2천7백60여 년을 거쳤다. 당시는 문자가 생겨나지도 않았고 풍속도 질박하였으며, 태호(太昊)에서 무회씨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16대이니, 합산하면 1만 7천7백83년간의 햇수이다. 3기(紀) 72선(禪)을 거쳐서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로부터 황제의 자손에 이르기까지, 서로 18세(世)를 이어왔기에, 합산하면 1천5백30년간이다. 문자가 생겨나자 점차로 기록이 상세해지고, 이때부터 사관(史官)이 확립되어 겪은 대로 볼 수 있어서 여러 가지 방책(方策)이 구비되었으나, 천존의 이치는 아무리 열독하여도 들리는 바가 없다. 따라서 이로 미루어 보면 그 허망함을 밝히기 충분하다 하리니 다시 무엇을 의심내겠는가?”
이에 공자가 말했다.
“선생께서 현하(懸河:폭포)처럼 변재에 능하시고, 끊이지 않고 말씀을 토하시니, 마음이 정갈하게 씻어지고 이목이 참신해집니다. 스스로 소리를 죽이고 숨을 삼킨 채 이치를 살피고 유현(幽玄)에 형통하더라도, 미신에 막힌 것이 너무 깊어서, 약간의 의혹이 없지 않습니다. 다시금 고견을 청하자니 부끄러운 마음만 앞섭니다. 재차 상세한 말씀을 청하고자 그동안 쌓인 우매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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