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상권 4편
현의(玄嶷) 지음
이한정 번역
도가(道家)의 가르침의 자취와 의지(義旨)가 몹시 많은 데다 법문(法門)의 명수(名數)나 사리(事理)가 적지 않습니다. 경전에도 36부의 명자가 있어서 모두 삼통(三洞)에 포함되는 데다, 옥자(玉字)ㆍ금서(金書)ㆍ은함(銀函)ㆍ요격(瑤格)ㆍ자필(紫筆)ㆍ주도(朱韜)마다 모두 나타내어 밝혔으니, 어찌 이 모두가 헛된 것이겠습니까?”
선생이 말했다.
“그대가 근본에 현혹되더니, 이제는 또 말단에 현혹되는구나. 그대가 논한 것에서 약간만 보충하면 깨달을 수 있으리라.
도가의 경전은 모두 천존의 말씀이라 하나, 이는 주체가 본래 허망한 것임을 실토하는 것으로 가르침의 자취라는 것이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가죽은 털을 남기지 않는데, 어찌 이를 다시 붙이려 하는가? 비록 36부가 남아 있어도 모두 위서(僞書)이며, 그 무리가 삼통(三洞)이라 칭하더라도 모두 실다운 기록이 아니다. ‘옥자’와 ‘금서’는 날조된 가운데서 생겨난 허위이고, ‘은함’과 ‘요격’은 허구 속에서 꾸며진 허구이며, ‘자필’이란 명칭도 말을 왜곡시켜 망령되게 세운 것이다. ‘주도’의 설도 억지로 치장하여 헛되이 이름붙인 것으로, 그 같은 일을 말하여 비루한 백성을 현혹시키되 진실을 은폐하니, 이것도 허망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도가에서 경전과 그 가르침을 천존의 계시라 주장하나 교주가 궁극적으로 있지 않으므로 경에 주체가 없이 설해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경을 설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 허위의 단서임을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이다. 반드시 근원을 캐고 원천을 따져야지, 어찌 번잡한 언사에 매여 애를 쓰는가?
그대가 아직도 미처 깨닫지 못하니, 끝내 분석하여 논하여야 하겠구나. 36부라 칭하는 것도 그 이치가 이러하다. 이 같은 이름은 불경에서 나온 것인데, 도사가 이를 근거로 창작하였다. 비루하고 우매한 무리들이 많으면 좋다고 여겨서 불경에는 12부가 있는데, 이에 24부를 더하여 모두 36부를 만들었다. 불법에서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 따위의 6근(根)의 염진(染塵)을 설하고, 이에 기인해서 죄명을 제정한다. 이어 6근의 매 근마다 6종(種) 법문(法門)을 열어서, 6곱하기 6은 36인 까닭에 36이라 표시하는 것을 보고는, 이같이 따라 호칭하더라도 그 이름만이 있을 뿐이지 끝내 그 이치는 없다. 매 부(部)의 내용마다 사리에 어긋나는 것도, 이것은 성인의 풀이가 아니라 망령되게 날조하였으니, 어찌 면밀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36부가 거짓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삼통이란 명칭도 불경의 삼장(三藏)을 모방하였으니, 삼통이란, 첫째를 ‘통진(洞眞)’이라 이르고, 둘째를 통현(洞玄)이라 이르고, 셋째를 통신(洞神)이라 이른다. 이 같은 것을 삼통이라 하는데, 여기서 통(洞)이란 통찰하여 밝게 깨닫는다는 이치이기에, 이 같은 세 부류의 경전을 익히면 도리를 밝게 깨닫게 되는 것을 말하고자 삼통이라 부른 것이다. 통진이란 불법의 대승경전을 배워서 법체(法體)의 실상(實相)을 풀어내는 것이고, 통현이란 이치를 설명하여 진실에 계합하는 것이고, 통신이란 부적ㆍ금방(禁方)ㆍ장표(章標)ㆍ초의(醮儀)의 부류이다. 지금 삼통의 경문을 조사해 보면, 오직 『노자』의 두 권이 통현의 목차에 약간 섭수(攝受)되었는데, 그 통진부(洞眞部)란 바로 영보(靈寶)이다. 경전의 숫자도 근대의 오(吳)ㆍ송(宋)ㆍ제(齊)ㆍ양(梁) 4대조(代朝)의 도사, 갈현(葛玄)이나 송문명(宋文明)ㆍ육수정(陸修靜) 및 고환(顧歡) 따위가 날조한 것으로, 모두가 실다운 근거가 없다. 그 통신의 1부는 후한말 촉나라 사람 장도릉(張道陵)이 스스로 설한 것이라 하는데, 저이가 아미산(峨嵋山)에서 도를 닦아 증과(證果)하자, 노자가 자미궁(紫微宮)에서 하강하여 장도릉에게 천사(天師)의 직임과 부적ㆍ금방(禁方)ㆍ장표(章標)ㆍ초의(醮儀)의 일과 귀신을 부르는 술법을 수여하였다고 이르면서, 도릉이 몸소 도경(道經)이라 날조한 경이 수백 권이나 된다. 장도릉이 천존과 마주보고 설법하였다는 경전도 그 경문은 대부분 천사 장도릉이 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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