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상권 6편
현의(玄嶷) 지음
이한정 번역
공자가 선생의 이 같은 말을 듣고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마음이 동요되어 어쩔 줄을 모르다가 마침내 선생에게 이같이 말했다.
“듣건대 중구(衆口)는 쇠도 녹인다 하고, 참언(讒言)을 자꾸 하면 뼈도 녹아난다고 했습니다. 선생께서 이같이 논의하셔도 반박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의심나는 것을 아직도 풀지 못하였으니, 다시 풀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전에서 채운(彩雲)과 하광(霞光)이 허공에 맺혀 글자를 이루고, 연휘(烟輝)와 무액(霧液)의 뭉쳐진 기(氣)가 글이 되었다 합니다. 빛줄기가 8각형의 글자를 사방 1장으로 드리우자 마침내 『영보』가 모두 시현되었다 하는데 이는 참으로 그럴 듯합니다.”
선생이 말했다.
“생각을 고루한 데 집착하는 이는 바꾸기 힘드나, 성품이 밝아서 살피는 이는 쉽게 깨달을 진데, 그대는 깊이 빠져 들어 정신을 잃고서도 되돌리지 못하며, 미혹이라 생각하고도 보는 것에 휘말려 다시 의심을 내는구나. 그대는 자세히 들어보라. 내가 그대에게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이 같은 경전의 뜻을 일러주겠다. 대체로 진문(眞文)이라 서술하는 것은 근원을 속여서 『영보』의 허망한 자취를 현시하려는 것임을 이미 말했다. 천존이 일기(一氣)의 단서를 머금고 양의(兩儀)를 포괄하는 시초부터 물상(物象)과 군형(群形)을 낳아 기른다고 말하는데, 저 경전의 말씀이 헛된 소문에 의하지 않았더라도 글씨의 성립이 어떻게 기(氣)의 맺힘이라고 추리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송문명 등이 진문(眞文)의 인(因)을 위조하여 그 연기(緣起)의 상(狀)을 망령되이 세운 것이다. 그리하여 천존이 운하(雲霞)의 기가 맺히고 뭉친 것에 감응하여 글을 이뤘기에 글자가 바로 사방 l장이나 되었다는 것은 세속의 책과 달리하려는 의도이고, 빛줄기가 8각으로 내렸다는 것은 전예체(篆隷體)를 달리 쓰려는 것이다. 만약 진문을 이 하방(下方)에 드러내어 범속에서 모두 알리려면 반드시 신령한 형상도 시현해야 하나, 진문이 만약 상방(上方)의 천존이 모두 통솔하는 곳에 있다면 글이 번잡해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괴이한 자취를 나타내어 해조(海棗)의 논을 펴고자 해도 궁리하는 것이 달팽이 뿔처럼 허무한지라 이 또한 거짓이다.”
공자가 말했다.
“‘옥자’가 기가 허공에 맺힌 것임을 거짓이라 말씀하시니, 진실로 말씀하신 바와 같더라도 대라천(大羅天)이나 현도(玄都)의 경계 및 옥경(玉京)ㆍ선우(仙宇)ㆍ금궐(金闕)ㆍ천궁(天宮) 또는 허공의 청보림(靑寶林)이나 채목(寨木)의 영수(靈樹)나 삼청상계(三淸上界) 및 구선(九仙)의 영부(靈府)에 도속(道俗)을 함께 말씀하신 것이 어찌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선생이 마침내 팔장을 풀고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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