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중권 2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그대도 어떤 사람이 잠자면서 꿈을 꾸다가 꿈속에서 또 꿈을 풀이했다는 얘기를 들었을진대, 과연 지금이 그 꼴이구나. 아무리 말해도 그대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니, 어찌 꿈속에서 꿈을 풀이하는 것과 다르겠는가. 내가 그대에게 하늘 위와 하늘 아래의 경계가 뛰어나고 열악한 것이 같지 않다고 말했는데, 어찌 장님ㆍ귀머거리ㆍ벙어리ㆍ절름발이의 병이 있겠는가? 또한 묘지나 해골의 더러움도 없다. 비록 죽고 사는 일이 있다 하나, 모두 변화에서 일어나는지라 출산 없이 태어나고 시체 없이 죽는 것이다. 지금 이 경전에서는 천존이 시청천(始靑天)에서 설법하였다고 하면서, 한 나라의 남녀를 거론하는데, 천상에 어찌 나라가 있으며 또 장님ㆍ귀머거리 따위의 병이 있겠는가? 실로 천상에는 이러한 질병이 없다. 이 경문의 근거가 원래 천상에 의탁한 것이 아니라, 선하고 악한 것을 자신의 생각으로 꾸며서 이 같은 위경을 날조하였으므로, 이는 저자 거리에서나 떠드는 헛소리일 뿐이지 근거 있는 고상한 말이라 할 수 없어서, 그 날조된 경위가 또 한 번 드러나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선생께서 거짓 아닌 것이 없다 하시나 도가의 법은 전파되고서 세월이 오래되었기에 가르침의 자취가 한 가지 이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문으로 갈라졌습니다. 삼세의 인과와 육도(六道)의 업연(業緣)과 지옥ㆍ천당의 죄복(罪福)의 보응(報應)은 분명하여 어둡지 않으니, 이 어찌 헛된 말이겠습니까?”
선생이 말했다.
“이 또한 거짓이다. 천존의 일과 영보의 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되어 증거할 수 없는데, 본시 도가의 종지란 것이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에 불과하고, 그 다음이 장주(莊周)의 책인데 여기에 더하여 열어구(列禦寇)의 글을 보아도, 끝내 삼세에 대한 말이 없다. 또한 인과라는 글도 없는 데다 육도(六道)의 근본조차 밝히지 않았는데, 어찌 업연의 이치를 기술하였겠는가? 지옥과 천당도 언급하는 대목이 없고, 죄와 복의 보응도 연유를 밝힌 것이 없다. 여타의 잡스러운 경전은 모두가 육수정(陸修靜) 등이 불경을 표절하여 망령되게 안치한 것으로, 비록 명목은 있을지라도 지귀(指歸)가 없는 것이다. 내가 다시 다른 예를 들어 논해 보겠다. 도가에서는 천존이 경을 설한 것이 요순 이전의 상황(上皇)의 시대라는데, 그때에는 풍속이 질박하여 술 마시는 습관조차 없었고, 남을 망령되이 속인다는 마음도 없었으니, 바로 이때가 ‘무위(無爲)의 화(化)’이다. 노자가 경을 설하던 당시에는 이미 주나라가 쇠퇴하는 말엽이었고 제왕의 말세였으니, 위로는 임금이 우매하고 아래로는 신하가 어지럽혔다. 정벌(征伐)이 천자(天子)에 연유하지 않고 예악(禮樂)조차 제후(諸侯)에게서 나왔으며, 대국(大國)은 강한 것을 믿고 소국(小國)을 침범하였으니,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지고 풍속이 변하여 경박해졌다.
어떤 이유에서 천존은 순박한 시대에 임해서도 지옥ㆍ천당의 죄와 복의 인과와 삼세육도(三世六道)의 응보와 업연을 설했으며, 노자는 경박한 시대를 당해서도 단지 무위무사(無爲無事)하여 태평스럽게 마음 비워 유유자적하며 욕심없이 기회를 기다리는 이치만 설했으니, 어찌 상쾌하다 하겠는가? 이치로서 미루어 보면 이 또한 거짓이니, 어찌 기만이 아니겠는가?”
공자가 말했다.
“선대의 천존을 선생께서 거짓이라 말씀하셨으니 후대의 정신(靜信)도 어찌 망령되지 않겠습니까? 조금이라도 이를 상세히 밝히셔서 허망함이 없게 하십시오. 도가의 경전에 의거하면, 악정신(樂靜信)은 숙세에 선재(仙才)를 이루어 일찍이 덕의 근본을 심은 데다, 공(功)이 원만해지고 행(行)이 이루어지자 도를 깨우쳐 천존이 되고서, 가르침의 자취를 크게 펴고자 경론을 널리 연설했다는데, 이것이 어찌 거짓이겠습니까?”
선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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