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상권 8편
현의(玄嶷) 지음
이한정 번역
또 『십주기(十州記)』ㆍ『사이전(四夷傳)』ㆍ『지리지(地理誌)』ㆍ『여지지(輿地誌)』ㆍ『괄지지(括地誌)』ㆍ『급몽서(汲冡書)』에 따르더라도, 옥경은 말할 것 없고 현도란 지역조자 찾지 못하는데, 천존이 어떠한 곳에서 교화를 폈다 하겠는가? 만약 여러 천상이었다 하더라도 천상과 인간의 경계는 완전히 달라서 단지 더럽고 깨끗하다는 차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조차도 같지 않은데다 그 글자도 더욱 좋을 것이니, 매사에 모두 현격한 차이가 있으리라. 단지 천지ㆍ일월ㆍ산하ㆍ금옥ㆍ주패(珠貝)ㆍ총림ㆍ산석(山石) 따위조차도 동업(同業)에 함께 감득(感得)하는 망정(妄情)에서 귀천(貴賤)이 있다는 집착을 내는 것이니, 상천(上天)에는 이 같은 일이 없다. 바로 인간이 금과 옥이 진귀하다고 허망하게 집착하는 것에서 선도(仙都)와 산궐(山闕)이라 이름 붙이고, 다시 성인이라 덧붙여 말하더라도 참으로 이와 같지 않을 터이니 이 또한 거짓이 된다. 단지 세간의 말조차 지역에 따라 달라져서 만리 이내라도 말소리로 뜻이 통하지 않는다. 하물며 여러 하늘도 각각 성운(聲韻)이 유별할 터이니, 설사 천존이 실제로 옥경산 위에서 설법하였고 마침내 사람에 의지해서 사방으로 전해져 이 땅까지 왔더라도 반드시 번역하고 나서야 유포된 수 있는데, 증험해 보면 경전을 전한 사람도 없는 데다 번역을 한 장소도 없다. 설사 경전의 말이 이 땅의 음운으로 되어 있더라도 반드시 사람이 전하는 것을 기다려서야 이 땅에 다다를 수 있다. 천존이 경전을 설한 뒤에는 반드시 이를 모아 기록하는 문인(門人)이 있어야 상천(上天)에서 하대(下代)로 전하게 된다. 현도의 승경(勝境)에서 출발하여 적현(赤縣)의 신주(神州)에 이르러서 36부의 영문(靈文)으로 새기고 12품의 과격(科格)을 연출하였다면, 이는 사람의 일 가운데 참으로 장관일텐데 어째서 사적만이 남아 있고 기록된 것이 없는가? 대체로 유정(有情)이라면 그 불가능을 알 수 있으니, 이 또한 거짓이 된다. 또 공청(共靑)의 보림(寶林)이나 채목(寨木)의 영수(靈樹)나 삼아(三雅)의 처소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데다 구구(九丘)의 장소조차도 불확실하다. 비록 이름을 달리 날조해서 속세의 사물과 달리 보이도록 기도하더라도, 오직 『영보경』에서 설하는 것은 근거 삼을 만한 전(典)이나 기(記)가 없다. 매사가 헛된 말에 뿌리박는 것이 마치 그림자를 붙잡는 것과 같은지라 이 또한 거짓이 된다. 또 삼청(三淸)의 천상(天上)과 구선(九仙)의 천부(天府)를 말하는 것도 헛된 자취만을 늘려서 그 헛된 종지를 보태려는 것이다. 『영보경』의 삼청전(三淸天)의 이름에 따르자면 앞서 말했듯이 상하로 겹쳐서 안치하였다. 하천(下天)을 상청(上淸)이라 하고, 중천(中天)을 태청(太淸)이라 하고, 상천(上天)을 옥청(玉淸)이라 하니, 이러한 것이 바로 삼청이다. 이 같은 삼천(三千)은 32천의 바로 위와 대라천의 아래에 두었으니, 옥청은 천존이 머무는 하늘이고, 태청은 대도군(大道君)이 머무는 하늘이고, 상청은 노자가 머무는 하늘이라 풀이하였는데, 그 가르침을 따져보면 바로 허위임이 드러난다. 『영보』에는 32천의 천위(天位)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만약 삼천 및 대라를 보충하면 바로 36천이 되는지라, 이미 있던 32위(位)와 맞지 않기에 이 또한 불가하다. 만약 삼청과 대라가 32천 내에 있다면 삼청과 대라는 별명에 불과해서 32천의 명수에 나열하여 함께 표시해야 하는데, 그러한 별명의 이름을 경전에서 따로 호칭하는 바가 없으니, 32천의 명수가 아님이 분명해져서 이 또한 거짓이 된다. 또 이 경전은 천존의 말씀이라 칭하는데, 설법하는 주체가 원래 헛되게 날조한 것이니, 설사 삼청의 이름이 있더라도 원래 옹립할 만한 천존은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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