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중권 12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서승기』에서 겁을 논하는 것을, 당신은 후세 사람이 그 설을 늘린 것이라 말하는데, 죄복의 인과와 선(善)을 닦아 재난을 물리치는, 그와 같은 일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닙니다. 도를 행하고자 재(齋)를 이룩하고 위의를 정숙히 하는 데는 삼록(三籙)이 있으니, 삼원(三元)의 대헌(大獻)에게 기도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명진(明眞)의 도탄(塗炭)과 영보(靈寶)의 자연(自然)이 있으니, 과의(科儀)가 엄밀하여 부처의 가르침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거짓이라 하여도 어찌 그 사이를 떼놓을 수 있겠습니까?”
선생이 말했다.
“도가의 인과(因果)를 노자는 설명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설이 위경인 영보의 부(部)에 있는데, 그러한 일은 도가의 전적의 자취가 아니라 바로 불경이다. 육수정과 송문명이 몰래 표절하였다가 예전에는 그와 같은 일을 논하지 않았는데도 재차 나열하였으니, 삼록의 명진(明眞)이나 삼원의 도탄(塗炭)이나 자연의 재법(齋法)도 영보의 글에서나 나오는 것이지 원래 노장의 가르침이 아니다. 이는 송문명과 육수정 등이 조직한 것으로, 이 같은 일은 모두가 헛되게 꾸민 것이다. 그 정상의 자취는 앞서 드러냈으니, 번거롭게 풀이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대가 여전히 현혹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그 쌓인 의혹을 깨뜨려야만 하겠다. 날조된 영보의 재의(齋儀)에 따르면, 삼록(三籙)이란, 첫 번째가 옥록(玉籙)이고, 두 번째가 금록(金籙)이고, 세 번째는 황록(黃籙)이라 이른다. 옥록은 천자가 닦는 것이고, 금록은 왕공(王公)이 닦는 것이고, 황록은 서민이 닦는 것으로, 혹 해와 달의 정령(精靈)에게 절하기도 하고, 성진(星辰)의 기상(氣象)에 절하기도 하고, 혹 5악(嶽)의 선궁(仙宮)에 절하기도 하고, 혹 4독(瀆:揚子江ㆍ黃河ㆍ濟水ㆍ淮水)의 수부(水府)에 절하기도 하되 머리로 땅을 치며 애절하게 복을 빌면서 차림새를 넉넉히 하였더라도, 그 마음은 재물의 이익에만 가 있는 것이고, 널리 불을 켜놓는 것도 그 마음이 기름과 양초에 가 있는 것이다. 망령된 행동으로 속이는 것이 지금에 이르렀으니, 대체로 무당이 삿되게 기도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나겠는가? 삿된 짓을 행하면서 복을 비니, 귀신이라도 어찌 이와 같은 자연의 도탄에 응하겠는가? 모두가 이 같은 부류이다. 3원(元)이란 상원(上元)ㆍ중원(中元)ㆍ하원(下元)이다. 정월 15일을 상원이라 하고, 7월 15일을 중원이라 하고, 10월 15일을 하원이라 하는데, 풀이에는 상원일은 천관(天官)이 심판하는 날이고, 중원일은 지관(地官)이 심판하는 날이고, 하원일은 수관(水官)이 심판하는 날이라 한다. 이처럼 천관ㆍ지관ㆍ수관의 3관이 심판하는 날에 이 천관ㆍ지관ㆍ수관의 3관이 공덕과 허물을 계산한다는 일도 육수정 등이 헛되게 꾸며 왜곡되게 새운 것이지 원래 그와 같은 것이 없었다. 설사 이것이 실다운 일이라 하더라도 본래 명도(冥道)의 귀신이 라는 일은 귀도(鬼道)에 섭수되는 것인데, 도사가 어떻게 이를 참견할 수 있겠는가? 또 이같이 3일에 3관이 인간이 행한 죄업과 복업의 일을 계산하므로 반드시 재를 지내 참회하여 그 죄를 소멸시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더더구나 거짓이다. 노자와 장자의 글을 검토해보면, 원래 이 같은 일은 없는데, 이는 영보의 위경에서나 출전되는 것이다. 또 명계(冥界)에서는 사찰(司察)하는 이치가 속세의 법보다 엄하다. 세제법(世諦法) 가운데에서 범부가 죄를 짓되 미처 발각되지 않고 자수하면 용서가 되지만 일이 이미 드러났다면 비록 자수하더라도 천벌을 면치 못하는데, 만야 3관이 심판하지 않는 날 이전에 삼원의 예를 미리 세워서 참회한다면 혹 용서받아 죄를 면할 수도 있겠으나, 심판하는 날에 죄상이 이미 드러났는데 죄가 발각되고서 참회한다면, 이는 그 자리를 면하고자 꾀를 내어 엎드리는 것이기에 반드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법이 성기더라도 죄를 면치 못하는데, 명도의 법이 저같이 세밀하니, 어떻게 사면받겠는가? 거짓되게 재를 지내고 참회문을 읽더라도 종당에는 죄를 면한다는 이치가 없다. 허망하게 행하면서도 비루한 중생이 이를 깨닫지 못하니, 설사 엄급(嚴急)의 과(科)를 진설하더라도 참으로 죄를 씻는 데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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