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견정론(甄正論) 중권 11편
현의 지음
이한정 번역
또 진조(晉朝)에 혜숙야(嵇叔夜)가 종회(鍾會)에게 무고당해 거리에서 참수당했는데도, 『신선전』에서는 신선이 되었다고 말한다. 『한서』와 『진서(晉書)』가 모두 「열전(列傳)」에서 신선의 부류를 거론하는데, 이 같은 유(類)는 근거로 삼기가 충분치 않다. 또 그대가 말하는 ‘기를 부려서 널리 다닌다는 것’도 『장자』의 「소요편(逍遙篇)」에서 오래 사는 것을 흠모하는 마음을 깨뜨리고 신선의 술법을 배척하고자 한 것이다. 비록 열자(列子)가 바람을 부린다고 하였으나, 바람이 없으면 그대로 멈춰서 기다릴 수조자도 없는데, 하물며 신룡(神龍)이나 봉황(鳳凰)이겠는가? 스스로 천지에 올바른 것을 타지 않고 6기(氣)를 다스린다고 변호하면서 바야흐로 기다림이 없으니, 이것은 장주(莊周)가 우화(寓話)에 가탁하여 헛된 것을 바라는 마음을 막고자 설한 것이지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구름 사이를 밟는다는 것[步]’이란 영보(靈寶)의 옥경산(玉京山)이 거짓이듯이, 경에서 이르는 보허(步虛)라는 것도 헛된 말이다. 날아가되 구름 사이를 밟고, 허(虛)를 타고 현기(玄紀)를 걷는다는 이와 같은 것은 장도릉과 육수정 등이 꾸며내어 말한 것이다. 천존이 현도(玄都)의 옥경산에서 설법을 마치고 여러 천상의 진인들이 천존을 에워싸고 구름 노을을 밟고 위로 올라가 찬양하며 떠났다고 이르면서, 이를 가리켜 보허(步虛)라 말하나 이 또한 거짓된 경전임을 앞서 이미 논파했는데, 어떻게 날조된 것을 끌어다가 다시 거짓을 증거하겠는가?”
공자가 다시 말했다.
“이것이 헛되다는 그 명(命)만은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실다운 경전에 근거하여 증명할 터이니, 선생께서 이를 허락해 주십시오.”
선생이 말했다.
“어찌 허락하지 않겠는가?”
공자가 말했다.
“『서승경(西昇經)』이 노자가 설하는 것과 같지 않고, 영보천존이 허구더라도, 이는 불경의 사적과 대체로 맞아 떨어집니다. 경전에서 노자가 도를 배워 성인을 이루고자 온갖 고행을 쌓았다고 이르고, 또 움직이되 겁(劫)을 되풀이하여 지나쳤으니 스스로 고생스럽게 닦았다고 이르는데, 이 또한 겁수(劫數)의 일을 모두 논하는 것이니, 어떻게 이것을 다르다고 하겠습니까?”
선생이 말했다.
“『서승기(西昇記)』가 진실로 노자가 설한 것이더라도 후세 사람이 부처님의 일을 보태어 그 글과 섞어 놓은 것이다. 노자 『도덕경』 2편에 따르면 원래 겁수라는 이치가 없는데, 어떠한 이유로 『서승기』의 내용에는 겁수란 이름이 있는가? 또 이 땅의 서ㆍ사에는 겁이라는 일조차 없었다. 도가에서 설하는 것이 세속과 대체로 같아서 모두들 천지가 갈라지기 이전에 혼돈하여 형체가 없었으나, 2의(儀)가 열리고 난 후에 물상(物象)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며, 원래 겁괴(劫壞)와 성겁(成劫)의 이치는 없다. 또 불법이 동하(東夏)를 교차하기 전에 이 땅에는 오직 겁살(劫殺)하고 겁적(劫賊)하는 일만이 있었지 겁수(劫數)의 겁(劫)을 이름하는 글은 없었다. 이 『서승기』에서 논하는 겁이란, 불경이 이곳에 다다른 이후에 도사 따위가 불경의 겁을 표절하여 『서승기』의 글에 보태서 불가(佛家)의 겁을 섞어 넣어 혼돈(混沌)의 설을 대신코자 한 것이다. 『도덕경』에 따르면, 도에서 1이 생기고 1에서 2가 생기고, 2에서 3이 생기고 3에서 만물이 생긴다고 이른다. 이같이 노자의 설은 천지가 개벽하는 최초가 만물이 형태를 이루는 시작임을 말하며, 도(道)에서 원기(元氣)가 생기고 원기에서 천지가 생기고 천지에서 사람과 음양(陰陽)이 생기고 음양에서 만물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처럼 1에서 2가 생기고 2에서 3이 생기고 3에서 만물이 생긴다는 것이, 세속의 서책에서 말하는 것과 그 대강이 비슷하다. 노자가 만약 겁초(劫初)의 인(因)을 알았다면, 어째서 겁괴 이전에 겁이 생겼다고 말하지 않고 도에서 1이 생겼다고 말하였는가? 저것으로 이를 증명해보면 이것은 불가의 겁을 섞어 넣은 것이 분명해서 속일 수 없다. 영보(靈寶)의 위경(僞經)에 이르러서도 또한 겁사(劫事)를 논하는데, 이것도 육수정 등이 불경을 훔쳐다 베끼고서 그 수(數)를 보탠 것임을 또한 알 수 있다.”
공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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